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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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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은 해남 땅끝마을에서 출발해 바닷길을 타고 올라오다가 진도에서 6코스부터 12코스까지 한 바퀴 돌고, 해남으로 다시 올라가 서해안을 타고 가도록 되어 있다. 오늘은 해남 5코스가 끝나고 진도에서 첫 번째로 시작되는 6코스를 걷기로 했다. 6코스 시작점인 진도대교 쪽으로 가기 위해 길은리 숙소에서 7시 버스를 타고 진도읍내로 나가서 8시 녹진/신기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승객이 별로 없어 정차도 하지 않고 신나게 달리던 버스가 8시 27분 녹진(진도휴게소)에 도착하자 버스에서 내려 진도대교 밑을 지나 진도타워 방향으로 건너갔다. 지난번에 ‘명량대첩 축제’를 보기 위해 이미 한 번 와봤던 곳이었기 때문에 익숙한 곳이었다. 5코스 종점과 6코스 시작점을 알리는 안내판 사진을 찍고 나서 안내 표시를 따라 진도타워로 올라갔다.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가니 땀이 날 법도 한데, 쌀쌀한 날씨 탓에 땀이 나지 않고 오히려 몸이 훈훈해지면서 풀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제 아침 기온이 15도 정도로 내려가서 긴팔 옷을 입어야 하고, 추위를 타는 체질이면 겉옷까지 입어야 하게 되었으니 세월이 빠르게 흐르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진도타워에 도착하니 이미 차를 타고 도착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진도대교를 내려다보며 사진 몇 장을 찍은 다음에 우수영으로 연결되는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갔다. 10시부터 운행하는 것으로 나와 있어서 매표소와 승강장은 텅 비어 있었는데, 요금은 우수영에서와 마찬가지로 왕복 15,000원, 편도 13,000원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케이블카 승강장을 나와 진도타워로 올라갔다. 전망대에 가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니 7층이 전망대이고, 중간에는 식당과 가게 등이 있는 것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7층에 올라가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가 타고 온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고, 전망대 공간은 텅 비어 있었다. 한 바퀴 돌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느새 올라왔는지 어떤 부부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들 옆을 지나는데, 그 부부가 나에게 ‘혼자 왔느냐?’면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제안했다. 혼자 다니다보니 나를 찍을 수 없어 아쉬웠는데, 잘 됐다 싶어서 얼른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호의를 베푸는 것이긴 하지만 남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제안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그 부부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도타워를 내려와서 바로 본격적인 걷기를 시작하였다. 올라왔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가니 내려가는 길이 보였다. 길이 약간 가파르긴 했지만, 비포장 흙길이라 편안하게 내려갈 수 있었다. 흙길이 끝난 곳에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그 뒤로 이어진 포장된 길을 따라 더 가다보니 바닷가 옆에 무궁화동산이라고 쓰인 안내판이 보였다. 여기서부터는 바닷길을 따라 계속 걷는 길이었다. 포장된 길이긴 했지만, 차도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이라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다. 또 비가 올 듯 찌푸린 날씨에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서 걷기에는 최적의 날씨였다. 한적한 바닷길이고, 건너편에 완도가 있어 잔잔한 바다라서 그런지 양식장이 많았다. 여기는 주로 전복 양식장, 그 중에서 전복 치패 양식장이 많이 보였다.

 

 

조금 걷다보니 노랑 코스모스가 만발한 공원이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습지보호구역이라는 표지판이 보이고, 그 옆으로 데크 길이 나 있었다. 데크 길을 따라 조금 걸으니 몇몇 사람들이 데크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고, 썰물 때인지 갯벌이 드러나 있었다. 공원 뒤쪽으로 이어진 데크 길을 따라 걸으니 반대편 출구가 나왔다. 다시 큰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긴 장화를 신고 어깨에는 망태기 같은 걸 매고 갯벌 바깥쪽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러다가 목표 지점에 도착했는지, 그 사람이 이번에는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아마도 이 근방에 사는 어부이거나, 적어도 갯벌에서 오랫동안 작업을 해온 사람으로 보였다.

 

 

그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으니 방파제가 나왔다. 방파제 위로 난 길을 따라 걸어 반대편에 도착하니 서해랑길 안내 표지판이 보였다. 이제까지 6킬로미터를 걸었고, 앞으로 걸을 거리가 9킬로미터 남았다고 표기되어 있었다. 이 때 시각이 10시 40분. 진도타워에서 좀 지체하긴 했지만, 이대로 걸으면 종점인 용장성에서 1시 50분에 회차하는 읍내행 버스를 타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계산이 나왔다. 바닷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중간 목표 지점인 벽파항에 도착했다. 벽파마을 입구에 이충무공 벽파진 전첩비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전첩비를 보고 다시 내려와 벽파항 방향으로 걸었다. 벽파항이라고 해서 진도항이나 최소한 쉬미항 정도 규모의 항구로 생각했는데, 터미널도 안 보이고 초라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안내 표지가 안 보여서 잠시 헤매다가 네이버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았다. 갈림길에서는 트레커들이 헷갈리지 않을 정도로 좀 상세한 안내 표지가 있으면 좋으련만. 벽파항에서 바닷길을 따라 만들어진 좁은 길을 따라 걷다보니 끝에 다시 큰길이 나왔다. 큰길을 따라 100미터쯤 나아가니 내륙 방향(우측)으로 길이 이어졌다. 조금 걸으니 시골에는 어울릴 것 같지 않게 제법 크게 지어진 2층 집이 보였다. 그 집 앞을 지나다보니 현관 옆에 성당 마당에서 볼 수 있는 정도 크기의 성모상이 보였다. 그 집이 수도원이나 성당 같지는 않아보였는데, 아마도 신실한 천주교 신자의 집이 아닐까 추측해보았다. 그 집을 지나자 조그만 마을이 나타났고, 마을을 지나 길은 건너편 밭길로 이어졌다.

 

 

밭길에서도 방향을 찾지 못해 약간 헤매긴 했지만, 결국 용장성으로 향하는 산길을 찾아냈다. 산길의 첫 부분은 콘크리트 포장길이었지만, 중간 중간 비포장 흙길이 이어지면서 걷기에는 좋았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라 약간 경사가 있긴 했지만, 나무가 우거진 숲길이고 바람까지 불어서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이때부터 ‘삼별초 호국역사 탐방길’이라는 표지판이 자주 보였다. 아마도 용장성이 삼별초 근거지였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걸었던 운림산방 옆에 있는 삼별초 호국의 길도 그 근처에 ‘삼별초에서 옹립한 왕인 ’승화후 왕온‘의 묘가 있기 때문에 그런 명칭이 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보니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다. 포장된 내리막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멀리 용장성과 그 옆에 있는 용장마을이 보였다. 마침내 오늘의 목표 지점이자 6코스의 종점인 용장성에 도착한 시각이 12시 40분. 녹전에서 출발한지 4시간 40분 정도 걸은 셈이었다. 용장성 입구에 서 있는 동상은 배중손 장군이었다. 그 동상을 지나쳐 용장성으로 향했다. 용장성은 이제 복원을 시작한 것인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휴일이라 공사를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옆에 포클레인이 세워져 있고, 흙더미들이 쌓여 있었다. 그 옆을 지나쳐 용장사에 들렀다가 배중손 장군상이 있는 곳으로 다시 내려왔다.

 

 

과거 역사 교과서를 배울 때 삼별초는 최씨 무신정권의 호위무사(?) 노릇을 하다가 고려 왕조가 몽골에 항복하는 것에 반대한 세력이라고 들었다. 삼별초가 난을 일으킨 이유도, 삼별초의 일부가 몽골과의 전쟁에서 포로로 잡혔던 군인들이었고, 무신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백성들의 원성을 많이 샀기 때문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지금은 삼별초가 마치 고려를 지키기 위해 몽골에 저항하는 난을 일으킨 것처럼 주장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으니 헷갈린다. 삼별초가 진도에서 패배한 후에 제주도로 갔는데, 그 때문에 제주도민들이 많은 피해를 당했다. 처음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는 제주도민들에게 호의적으로 대했지만, 최영 장군이 토벌대를 이끌고 진압하러 오자 제주도민들을 강제 동원하여 성을 쌓고, 실제 전투에서도 제주도민들을 방패막이로 삼아 전쟁이 끝난 다음에 많은 제주도민들이 희생되는 결과를 낳았다. 제주도에서도 그때 쌓은 성을 항몽유적지로 포장하고 있지만, 그게 과연 맞는 표현일까 의아심이 들었다. 자신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난을 일으켰는데, 그 상대가 우리 국토를 침략한 몽골이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호국이라는 의미일까?

 

용장성을 나와 버스를 타기 위해 용장마을로 향했다. 용장마을로 향하는 길은 다음에 걷게 될 서해랑길 7코스가 지나는 길이라 더 세심하게 살피면서 걸었다. 사과랑 떡 등 간단한 간식을 준비해오긴 했지만, 시장기가 있어서 음식점을 검색해봤더니 안 보였다. 하긴 이런 작은 마을에 식당을 열었다가는 금방 문을 닫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혹시 아이스크림이나 빵 등을 살 수 있는 마트가 있나 검색해보았다. 다행히 마을 한복판에 마트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마트가 있다는 곳에 가봤더니 문이 굳게 잠겨 있고,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먹을 걸 살 수 없어 배고픔을 달랠 수 없다는 실망감보다는 조그만 마트도 운영이 안 되는 한국 시골의 실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마을 밖 큰 길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1시 35분. 여기에는 진도 전체의 버스 안내표뿐만 아니라, 이곳을 지나는 버스의 읍내 출발 시각과 회차 시각이 인쇄된 안내표가 붙어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야 앱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는 정보지만,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을 배려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기분이 좋아졌다. 네이버 지도로 버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이곳을 지나 벽파항쪽으로 가는 버스가 5분 후에 지난다는 안내가 떴다. 여기서 기다렸다가 회차해서 돌아오는 버스를 반대편에서 타도되겠지만, 그냥 벽파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갔다가 돌아오자고 생각하고 정류장 밖에 서있었다. 멀리 버스가 오는 걸 보고 서 있는데, 여기 설 듯 하던 버스가 그냥 가버렸다. 손을 들고 확실한 의사 표시를 했어야 했나 생각하면서, 떠나가는 버스 뒤꽁무니를 쳐다보다가 정류장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정류장에 놓인 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 20분쯤 기다리니 그 버스가 왔다. 버스에 탄 승객은 달랑 나 혼자. 2시 12분에 읍내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다시 책을 읽다가 3시 출발 숙소인 길은행 버스를 탔다.

 

책 소개-윤회는 없다

2026. 10. 12. 07:0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무위 해공, “윤회는 없다,” 책과나무, 2025년

 

‘윤회는 없다.’는 제목부터 자극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윤회가 힌두교 사상인지는 알았지만, 자연스럽게 불교의 교리를 받아들여진 것으로 생각했던 게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윤회가 불교 교리가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유는 불교 교리의 핵심인 ‘무아’의 교리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윤회란 ‘고정된 자아’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부처의 가르침은 ‘고정된 자아’가 없다, 즉 ‘무아’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불교에서 가르치는 해탈에 이르는 길이 윤회를 벗어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그게 아니라 ‘윤회를 경험하는 나라는 주체가 애초에 없었음을 깨닫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윤회 사상이 인도 힌두교의 핵심 교리로 떠오르게 된 역사적 배경도 설명하고 있다. 인도를 점령한 소수의 아리안족이 인도의 원주민인 드라비다족을 다스리기 위한 카스트 제도를 합리화하기 위해 만든 게 바로 ‘윤회설’이라는 것이다. 이런 불평등 사상의 배경인 윤회설을 평등사상을 외치던 부처님이 주장할 리가 없다는 것이 이 책 저자의 주장이다. 다만 부처님이 입적한 후 불교가 힌두교의 강력한 힘에 떠밀려서 그 세력이 축소되자, 인도 사회에 널리 퍼져있던 윤회 사상을 받아들였지만, 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윤회사상을 받아들이면서 등장한 것이 보살이라는 점도 놀라운 주장이었다. 저자는 초기 경전을 아무리 살펴봐도 석가모니 붓다는 이런 보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여러 측면에서 왜 윤회설이 모순되는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리적으로는 부처님의 핵심 사상인 ‘무아’와 모순이라는 점이다. 그밖에도 임사체험의 허구와 티벳 불교의 달라이라마 환생설의 모순점도 지적하고 있다. 가장 놀라운 점은 현대 과학인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이용해 윤회설의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내용이 잘 납득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일반인이 이해하기 난해한 양자역학을 인용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놀랍다. 양자역학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일치하는 점이 많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었지만, 이 책에서처럼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불교의 교리와 윤회 사상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책으로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같은 시각에 똑같은 커피를 마셔도 누구는 잠을 설치고, 누구는 머리만 대면 잠든다.

실제로 카페인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상당히 다르다. 카페인에 강한 체질과 약한 체질을 가르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유전자다. 타고난 유전자에 따라 간에서 카페인을 분해하는 능력에 차이가 생기고, 뇌가 카페인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전자가 전부는 아니다. 평소 커피를 얼마나 자주 마시는지부터 흡연 여부, 일부 약물 복용까지 다양한 요인이 카페인이 몸에 머무는 시간을 바꿀 수 있다. 어제까지 저녁 커피를 마셔도 잘 자던 사람이 어느 순간 같은 한 잔에 불면의 밤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 카페인에 강한 체질 따로 있다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은 빠르게 혈액으로 흡수돼 뇌에 도달한다. 카페인은 뇌에 에너지를 새로 공급하는 물질이 아니다.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증가해 졸음을 느끼게 하는 아데노신의 작용을 차단함으로써 일시적으로 피로를 덜 느끼고 더 깨어 있게 한다.

동시에 간에서는 효소가 카페인을 계속 분해하고, 분해된 물질은 주로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러한 카페인 분해·제거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카페인 민감도가 사람마다 다른 데는 유전적 요인이 상당 부분 관여한다.

2024년 국제 학술지 ‘중개의학저널(Journal of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은 26개 연구, 185만1428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CYP1A2, ADORA2A, AHR 등 여러 유전자가 카페인 섭취와 대사에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CYP1A2 유전자는 간에서 카페인을 분해하는 핵심 효소인 ‘CYP1A2’ 활성과 관련돼 있다. 사람마다 이 유전자에 차이가 있어 카페인을 빠르게 분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느리게 분해하는 사람도 있다.

ADORA2A 유전자는 카페인이 뇌에서 작용하는 방식과 관련돼 있다. 2023년 유전적 차이와 카페인의 뇌 영향을 분석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ADORA2A 유전자 변이가 카페인 섭취 후 불안이나 수면장애가 나타나는 정도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하면 개인의 유전적 차이에 따라 같은 커피를 마셔도 어떤 사람은 간에서 카페인을 더 빨리 처리하고, 어떤 사람은 뇌가 카페인의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카페인을 얼마나 자주 섭취하는지도 영향을 미친다. 반복 섭취에 따라 일부 효과에 내성이 생길 수 있다. 1992년 국제 학술지 ‘정신약리학(Psychopharmacology)’에 실린 성인 32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는 카페인을 반복 섭취했을 때 카페인의 주관적 자극 효과에 대한 내성이 나타났다.

● 담배 피우면 카페인이 더 빨리 사라진다

담배를 피우는 습관도 카페인에 대한 반응을 바꿀 수 있다.

‘임상약리학 및 치료학(Clinical Pharmacology & Therapeutic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건강한 흡연자 13명과 비흡연자 13명에게서 카페인이 몸에서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을 비교했다. 흡연자는 평균 3.5시간, 비흡연자는 6시간이었다. 카페인 제거 속도 역시 흡연자가 더 빨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밀은 연초 담배가 타면서 발생하는 연기에 있다. 담배 연기에 포함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등이 간의 CYP1A2 효소 활성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카페인이 더 빠르게 분해된다.

전자 담배는 다를 수 있다. 일반적인 전자담배는 연초를 태우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연소 과정에서 연초 담배에 비해 PAH 노출이 훨씬 적다. 따라서 연초 담배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CYP1A2 효소 유도 효과는 일반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것은 담배를 끊었을 때다.

흡연으로 높아졌던 CYP1A2 활성이 떨어지면서 이전과 똑같은 양의 커피를 마셔도 카페인이 몸에 더 오래 남을 수 있다.

1997년 ‘중독행동(Addictive Behaviors)’에 발표된 임상시험에서는 평소 카페인을 섭취하던 흡연자 162명을 대상으로 금연 후 변화를 추적했다. 금연 뒤에도 기존처럼 카페인을 계속 섭취한 사람은 3주 후 체내 카페인 농도가 금연 전의 203% 수준까지 높아졌다.

담배를 끊은 후 이전과 똑같이 커피를 마셨는데 잠을 설치거나 카페인의 자극을 강하게 느낀다면, 금연으로 카페인 대사 속도가 느려진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땐 커피 섭취량과 마시는 시간대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 카페인 자극에 영향 미치는 또 다른 요인

임신하면 카페인을 분해하는 CYP1A2의 활성이 떨어진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카페인의 평균 반감기가 대략 4~5시간인 반면, 임신 후기에는 15시간 안팎까지 길어질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일부 약물도 카페인을 분해하는 효소의 활동을 억제할 수 있다. 에스트로겐이 포함된 경구 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에게서도 카페인 제거 속도가 느려진 연구 결과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숙면 방해 안 받으려면 커피 몇 시까지 마셔야 할까

개인차가 큰 만큼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정확한 ‘마지막 커피 시간’을 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대략적인 기준은 제시돼 있다.

2013년 ‘임상수면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카페인 400㎎을 잠자기 직전과 3시간 전, 6시간 전에 각각 섭취하도록 했다. 참고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하는 건강한 성인의 하루 카페인 최대 섭취 권고량도 400㎎이다.

그 결과 취침 6시간 전에 섭취했을 때조차 수면에 유의미한 방해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상당량의 카페인은 적어도 취침 6시간 전부터 피하는 것이 좋다고 결론 내렸다.

더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는 근거도 있다.

2023년 ‘수면의학리뷰(Sleep Medicine Reviews)’에 발표된 24개 연구의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에 따르면 카페인 섭취는 전체 수면시간을 평균 45분 줄이고, 수면효율을 7%포인트 낮췄다.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9분 길어졌고 깊은 수면시간도 약 11분 줄었다.

연구진은 전체 수면시간 감소를 피하려면 카페인 107㎎이 든 커피 250㎖ 한 잔도 취침 최소 8.8시간 전에 마쳐야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밤 11시에 잠자리에 든다면 마지막 커피는 오후 2시께 마치라는 얘기다.

2025년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된 미국 성인 4만여 명의 관찰 연구에서는 아침에 주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전체 사망 및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낮은 것과 관련이 있었다. 반면 하루 종일 커피를 마시는 사람에게서는 이러한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았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오후나 저녁의 커피 섭취가 하루 24시간 주기의 생체리듬과 멜라토닌 같은 호르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등을 가설로 제시했다.

결국 커피를 몇 잔, 몇 시까지 마셔도 괜찮은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타고난 유전적 차이는 물론 평소 카페인 섭취 습관과 흡연 여부, 복용 약물 등도 카페인에 대한 반응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신 뒤 잠드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불안·초조함이 생기지는 않는지 살피면서 섭취량과 시간을 자신에게 맞게 조절하는 것이 커피를 건강하게 즐기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동아닷컴 2026년 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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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내려다보는 빌라 쏘메(위사진)와 빌라 쏘메 로비의 조형물. 코스모스 울릉도 제공

 

코스모스 울릉도에 가보니

얇은 나무판으로 제작된 객실 열쇠에 달이 그려져 있었다. 달이 조금씩 차올라 보름달이 됐다가 다시 기우는 모습이었다. 경북 울릉군 북면 추산리 ‘코스모스 울릉도’. 이곳에서의 시간이 해와 달, 바람과 물의 리듬을 따라 흐를 것임을 이 작은 열쇠가 예고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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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내려다보는 빌라 쏘메(위사진)와 빌라 쏘메 로비의 조형물. 코스모스 울릉도 제공

 

>> 음양의 조화, 건축과 조경

 

2017년 일반 객실형 ‘빌라 떼레’와 2층 독채 ‘빌라 코스모스’로 문을 연 코스모스 울릉도는 지난해 ‘빌라 쏘메’를 새로 열었다. 쏘메(sommet)는 프랑스어로 산봉우리를 뜻한다. 울릉도의 전통 가옥 너와집에서 영감을 얻은 이 건물은 강풍과 폭설을 견디기 위한 ‘집 속의 집’ 구조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지붕에는 얇게 켠 현무암을 얹었고, 객실마다 작은 정원을 두어 바깥 풍경을 실내로 끌어들였다.

香

雪

雲

筍 작은 정원을 곁에 두고 있는 빌라 쏘메의 객실. 코스모스 울릉도 제공

 

빌라 쏘메의 10개 객실에는 향(香), 설(雪), 운(雲), 순(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순환상생(循環相生)’의 철학이 담긴 이름들이다. 남쪽의 ‘향’은 암벽에서 자라는 향나무처럼 불의 활력을, 서쪽의 ‘설’은 눈 덮인 바위의 고요함을 품는다. 동쪽의 ‘순’은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생명력을, 북쪽의 ‘운’은 산봉우리에 걸린 구름의 여백을 뜻한다.

‘향 3’ 객실에서 테라스로 나가봤다. 정면으로 에메랄드빛 동해가 펼쳐지고 왼쪽으로는 송곳산이 솟아 있었다. 아래로는 인피니티 풀이 바다와 맞닿은 듯 이어졌다. 객실은 그 두 거대한 존재 사이에 잠시 놓인 작은 쉼표 같았다.

코스모스 울릉도를 설계한 김찬중 건축가(더시스템랩 대표)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울릉도에는 굉장히 원시적인 힘이 있어요.” 약 250만 년 전 바닷속 화산 활동으로 태어난 울릉도는 절벽과 기암괴석,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식생을 품고 있다. 특히 북면 추산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송곳산이 눈을 붙잡는다. 김찬중은 처음 이 벼랑 끝 대지를 마주했을 때 “건물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송곳산을 중심으로 이미 완성돼 있는 풍경의 이야기를 인간의 조형 행위로 덮어버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보았다.

‘코스모스(KOSMOS)’는 우주를 뜻하는 그리스어이면서 이 리조트 운영사인 코오롱(KOLON)의 영문 첫 글자도 반영한 이름이다. 태양과 달, 별의 궤적뿐 아니라 조수 간만과 해수면의 움직임까지 살펴 건축에 반영했다. 김찬중은 이 공간이 하나의 ‘천체 도구’가 되기를 바랐다고 했다. 실제로 이곳에 머물면 하늘과 바다와 산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빛의 각도에 따라 공간의 표정이 달라지고 구름은 송곳산 중턱에 걸렸다가 어느새 흩어진다. 건축은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 거대한 자연을 바라보게 하는 프레임에 가까웠다.

조경은 건축에 비해 한층 담백하고 차분하다. 조경을 맡은 정욱주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는 처음 현장에 섰을 때 건물보다 지형을 먼저 봤다고 했다. 송곳봉 바로 아래, 절벽과 바다가 맞닿은 땅이었다. 기존 식생을 많이 건드리지 않고 최대한 유지하려 했다는 그는 웃으며 말했다. “건물 눈치도 보고 자연 눈치도 보면서 했어요.” 좋은 조경이란 자연을 마음대로 꾸미는 일이 아니라, 어쩌면 건축과 자연 사이에서 끊임없이 눈치를 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빌라 코스모스 코스모스 울릉도 제공

 

코스모스 울릉도의 최고급 독채 ‘빌라 코스모스’는 2박 숙박료가 3600만 원이다. 전담 요리사와 집사가 있고 여정 내내 리조트 측이 관리해준다. 네 개의 객실은 서로 다른 색상을 콘셉트로 했으며 단골 투숙객에게는 영문 이름의 이니셜을 새긴 침구를 따로 준비할 정도다. 일행이 한 건물 안에서 ‘따로 또 같이’ 머물도록 만든 구조다. 무엇보다 울릉도의 절경인 코끼리바위를 눈 앞에서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다.

이곳에도 정원이 있다. 바람을 많이 맞아 굽은 팽나무, 청나래고사리와 관중, 섬말나리 등을 심었다. 매끈한 순백의 건축 속에 울릉도 원시림의 한 장면을 슬쩍 끌어온 듯하다. 봄에는 섬벚나무, 여름에는 섬백리향, 가을에는 해국, 겨울에는 잎을 떨군 수목이 정원의 시간을 이어간다. 손바닥으로 살짝 쓸어 맡았던 섬백리향의 향기가 아직도 코끝에 남아 있는 듯하다.

빌라 떼레 코스모스 울릉도 제공

 

해 질 무렵 빌라 떼레 앞 코스모스 가든으로 걸어가봤다. 두 개의 코스모스 링은 각각 해와 달을 바라보는 자리다. 양(陽)의 링에서는 해가 지는 풍경, 음(陰)의 링에서는 송곳산 구멍에 걸리는 달을 바라보도록 했다. 빛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산의 윤곽이 짙어졌다. 풍경은 한순간도 같은 모습으로 머물지 않았다. 밤이 깊어지자 빛과 음악을 더한 라이팅 쇼가 펼쳐졌다. 김광현 코스모스 울릉도 총지배인은 “울릉도의 자연을 천천히 느끼며 일상의 속도를 늦춰보길 바란다”고 했다.

>> 오행 철학의 웰니스

코스모스 울릉도의 웰니스 프로그램은 오행의 철학을 자연의 순환과 연결한다. 몸과 마음을 비우고 다시 채우는 과정도 하나의 순환으로 바라본다.

체크인 뒤 ‘웰컴티 세리머니’에서는 울릉도 식재료로 블렌딩한 차와 정갈한 다식을 맛본다. 테라피 공간 ‘르 플로’에서는 순환상생을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를 바라보며 따뜻한 테라 스톤 위에 몸을 눕힌다. 명상 트레이너의 낮은 목소리를 듣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 마신 울릉도 용출수는 유난히 차고 시원했다.

빌라 쏘메의 인피니티 풀에도 울릉도 용출수를 사용한다. 물에 몸을 담그면 앞으로는 동해의 수평선이 열리고 뒤로는 송곳산이 몸을 감싼다. 인피니티 풀이 보통 바다를 향해 시선을 끝없이 밀어내는 공간이라면 이곳의 수영장은 산과 바다 사이에 몸을 잠시 내려놓는 장소에 가까웠다. 내가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풍경 속으로 들어와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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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쏘메 투숙은 리조트 내 식당 ‘라 울(La 鬱)’에서의 아침 식사와 저녁 코스 요리를 포함한다. 밥을 먹으러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자연 속 리조트에서 ‘먹고 자고 쉴’ 수 있게 한 것이다. 저녁 식사는 오징어와 참치, 바삭한 양파와 흑염소로 시작해 전복, 야생 버섯을 채운 메추리, 훈연 해산물, 칡소 구이, 보리굴비 밥상이 차례로 이어졌다. 각 요리는 금생수(金生水), 수생목(水生木), 목생화(木生火) 같은 오행의 흐름을 따라 구성했다. 울릉도의 산과 바다에서 온 식재료들이 코스에 담겨 하나의 순환을 이뤘다.

원시의 섬에서 우주를 만난다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었다.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바라보고, 바람의 방향을 느끼고, 한 줌의 식물 향에 잠시 걸음을 멈추는 일. 그렇게 거대한 자연 안에 잠시 머무는 동안 흐릿해졌던 감각이 하나씩 제자리로 돌아왔다. 객실 열쇠에 그려져 있던 달처럼 마음에도 고요가 조금씩 차올랐다.

 
 
울릉=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동아일보 2026년 9월 17일]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919 호)

 

【 진도에서 살아보기를 하면서 느끼는 행복 】

 

9월 1일부터 진도에서 살아보기를 시작했고 지금 10월이니 살아보기가 벌써 두 번째 달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곳 생활이 어색했는데, 어느새 익숙해졌는지 오래 전부터 여기에 살아왔던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곳 살아보기도 11월 30일이면 끝나니, ‘정들자 이별’이라고, 이곳 생활에 익숙해지면 떠나야 할 것 같아 벌써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사실 처음 이곳 살아보기를 신청할 때는 석 달이라는 기간이 꽤 길어 보여서 어떻게 지내나 걱정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지자체들처럼 한 달이나 두 달 살아보기를 했었더라면 아쉬워서 어쩔 뻔 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간사한 게 사람 마음이라더니 지금은 석 달이라는 기간도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드니 말입니다.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이곳 진도가 둘러볼 데가 많기도 하고, 체험 프로그램이 알차기 때문입니다.

숙소도 환하고 넓어서 혼자 생활하는 데 좋고, 마을과도 인접해 있어서 포근한 느낌이 듭니다.

저는 화, 수, 목 3일 동안 진행되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나머지 날에는 버스 타고 또 걸어서 진도 곳곳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 때 서울 집에 가면서 빠진 날 빼고는 체험 프로그램이 없는 날에는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다가 오후 늦게 들어오는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하루 10~20킬로미터를 대여섯 시간 동안 걷는 날이 반복되다 보니 ‘좀 무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공기가 좋아서 그런지 아침에 깨면 다시 길을 나설 수 있는 힘이 솟습니다.

하지만 다리 등 다른 부위는 괜찮은데, 배낭을 메고 오래 걸으면 허리 부분에 통증이 느껴져 최근에는 배낭 대신 간단한 백을 메고 걷고 있습니다.

 

제가 이처럼 4일 연속 무리다 싶을 정도로 걷는 이유는 산티아고길이나 네팔 트레킹 등을 하면 이런 정도의 걷기는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정도와 체력 단련을 위해 몸을 다그쳐야 하는 정도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루 4만 보, 20킬로미터 이상을 걷다보면 평소에 느낄 수 없는 신체 반응이 나타나는데, 그 반응을 관찰하면서 제 몸의 약한 부분을 체크하기도 합니다.

 

진도 살아보기를 하면서 느끼게 되는 몸의 또 다른 반응으로는 주위 풍경을 바라보는 눈의 반응입니다.

서울에 있을 때는 탁 트인 공간이 거의 없다보니 눈이 주로 근거리 풍경 위주로 보게 됩니다.

하지만 진도에서는 바로 앞에 논과 밭이 있어서 탁 트여있고, 그 끝에 자그만 산이 보여 원거리 풍경 위주로 보게 됩니다.

 

제가 진도에 오기 전에 안경을 새로 맞췄는데, 그 때문인지 아니면 탁 트인 진도의 공간 때문인지 한동안 안경에 적응을 못해 힘들었습니다.

추석 연휴 때 서울에 가서 일주일 동안 머물 때는 보는 데 큰 문제가 없었던 걸로 봐서는 안경보다는 진도의 탁 트인 공간에 적응하지 못해 나타난 현상 같습니다.

1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고, 오히려 눈이 시원해지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진도 살아보기를 하면서 체험 프로그램과 제 여행 경험을 블로그와 밴드에 올리고 있는데, 그 글을 보고 과거 직장 후배가 진도에 오겠다는 연락을 해왔습니다.

서울에 있었으면 만날 기회가 없었을 텐데, 진도에서 살아보기를 한 덕분에 다시 인연이 이어지게 되었으니 이 또한 반가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진도 살아보기가 단순히 귀촌 후보지 탐색을 넘어 제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고, 주위와의 네트워크를 넓히는 기회가 되고 있으니 이래저래 행복한 마음입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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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진도 살아보기 체험일지를 블로그(돌하르방의 속살 트레킹 여행 돌하르방의 속살 트레킹 여행 : https://blog.naver.com/tiger_ceo)와 밴드(김송호의 귀촌 이야기 게시글 : 김송호의 귀촌 이야기 https://www.band.us/band/91381493/post)에 올리고 있으니 많이 방문하시고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진도 살아보기-쏠비치진도

2026. 10. 7. 07:03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진도 살아보기 프로그램 중 하나로 쏠비치진도를 방문했다. 이 리조트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크고, 경관도 기대 이상이었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호텔 주차장에서 바다를 내려다본 풍경은 환상적이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곳의 숙박비가 비싸다고는 했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값어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 주차장에서 산책길을 따라 천천히 아래로 걸어 내려오면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 아래에 보이는 카페 옆으로 가니 바로 밑에 풀장이 있고, 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남해의 짙푸른 바다와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바라보면서 수영을 하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졌다. 바다를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은 다음 아쉬움을 뒤로 남기고 점심 식사를 하러 갔다.

 

아침에 눈을 뜨니 5시. 어제 10시 반에 잤는데도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아마도 오늘 내가 어릴 적에 6년 동안(5살부터 11살까지) 살았던 탑립리와 그때 다녔던 죽림국민(초등)학교가 있었던 죽림리를 둘러보기로 해서 가슴이 설렜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됐을 것이다. 아직 밖은 캄캄했는데, 지난번과 같이 밖에서 할머니(?)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창문으로 밖을 보니 사람은 보이지 않았지만, 멀리서 들리던 소리가 가까이도 들리는 걸 보니 운동장을 돌면서 운동을 하는 것으로 짐작됐다. 이왕 일어난 김에 사과를 먹고, 유산균을 걸러서 먹고, 스트레칭도 했다. 일찍 일어나니 여유 있게 준비할 수 있어서 좋았다.

 

간식으로 먹을 사과랑 포도를 싸고, 씻은 다음에 옷까지 다 차려 입었는데도 시간이 남았다. 덖음차까지 타서 먹으면서 여유를 부리다가 6시 40분경에 숙소를 나섰다. 다른 때와 달리 오늘은 마을 분들이 네 분이나 같이 버스를 기다렸다. 대화를 들어보니 오늘 장날이라 나가는 분, 치과 치료하러 나가는 분, 공공 근로 일을 나가는 분 등 용무가 다양했다. 전에는 7시 전에 오던 버스가 오늘은 7시 10분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버스도 이미 많은 승객들로 가득 차서 나는 그냥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 정거장에서 많은 사람이 타는 바람에 서 있는 승객이 더 많아졌다. 도저히 서 있기 곤란한 것으로 보이는 노인들이 탔지만, 모두 자리에 앉을 수가 없었다. 일부 노인들은 바닥에 쭈그려 앉았다. 아마 오늘 오일장 날이라 그런 것 같았다. 진도읍 오일장 날자는 2일과 7일이라고 했다.

 

오일장은 읍내 터미널 가기 두 정류장 전에 열린 것으로 보였는데, 벌써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게 보였다. 그곳에서 대부분의 승객들이 내렸다. 보통 버스가 7시 20분 이전에 도착하는데 오늘은 사람들이 많이 타고 오느라 7시 28분에야 비로소 터미널에 도착했다. 승객이 많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승객이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라 타고 내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운전기사도 버스가 멈추기 전에 일어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승차한 노인이 자리에 앉기 전에는 출발하지 않았다.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됐다. 죽림/탑립으로 가는 첫 버스는 6시 40분에 이미 떠났고, 다음 버스는 8시 50분에 출발할 예정인 것으로 나와 있었다.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는데, 그럴 줄 알았더라면 오일장이나 구경하다 올 걸 하면서 후회했다. 하지만 다시 가기도 그렇고 해서 이따 오늘 일정이 끝나고 돌아오면 어차피 또 버스를 기다려야 하니까 그때 구경하기로 했다. 다음에 탑립/죽림 가는 버스를 타게 되면 길은리에서 8시 2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는 시간에 책을 읽다가 8시 50분에 버스를 탔다. 버스가 매정 정류장에 이르자 낯익은 승객이 버스에 탔다. 지난번 진도항에 가는 버스를 탔을 때도 두 번 모두 매정 정류장에서 탔던 승객이었다. 비교적 젊은 측에 속했는데, 공짜 버스라서 심심해서 타는 건가 궁금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 버스가 임회면사무소 소재지인 십일시(석교)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그 승객이 거기서 내렸다. 다른 버스를 갈아타려고 하나? 아니면 그 승객도 나를 자꾸 보니까 멋쩍어서 내렸나?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 보니 버스는 9시 40분에 종점인 헌복동에 도착했다. 내가 12시 50분에 이 종점에서 회차 하는 다음 버스를 타야 하니까 3시간의 여유가 있는 셈이었다.

 

 

3시간이면 만족스럽게 원하는 곳들을 둘러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다. 그래서 일단 우선순위를 폐교된 죽림초등학교와 탑립리로 정했다. 또 가능하면 서해랑길 8코스의 탑립리와 죽림리 코스를 포함하기로 했다. 8코스 전체를 걸으려면 대략 7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중 일부를 오늘 미리 걸으면 나머지 걸어야 할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출발은 버스 종점인 헌복동에서 시작했다. 항구에 가서 사진을 몇 장 찍고, 죽림리 쪽으로 이동했다. 죽림리 해안가 동네는 나중에 8코스를 걸으면서 보기로 하고 바로 폐교된 죽림초등학교를 찾았다. 어릴 때 기억과 몇 십 년 전 찾아왔을 때의 기억으로는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했으나, 인터넷을 통해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그 위치는 탑립리로 넘어가는 중간 위치에 있었다.

 

 

죽림초등학교는 내가 생각했던 규모보다 훨씬 적었다. 교실도 몇 개 되지 않고, 단층으로 네 개 정도 되는 것으로 짐작되었다. 교무실을 빼면 세 개 교실. 그러니까 죽림초등학교는 요즘 말하자면 분교였던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죽림초등학교는 1926년 석교초등학교 간이학교로 개교하였고, 1949년 독자적인 초등학교로 되었다가, 1999년 다시 석교초등학교 죽림분교로 되었고, 2012년 폐교된 것으로 나왔다. 그러니까 내가 죽림초등학교에 다녔던 1960년대에는 독립적인 학교였었지만 그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되었다. 아무튼 내가 다녔던 죽림초등학교는 미술관으로 변신해 있었다. 운동장이라고도 하기엔 너무 좁은 공간에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교실들도 작업실과 다른 용도로 바뀐 것으로 보였다. 과거의 흔적을 찾기 위해 학교를 한 바퀴 돌고 나와 탑립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탑립리로 가는 길은 약간 높은 고갯길을 넘어야 했는데, 아마 그 길을 따라 등교를 했었던 것으로 어렴풋이 기억되었다. 당시에는 비포장이었는데, 지금은 차가 달리는 포장도로로 바뀌었다. 완전히 고갯길 정상에 오르기 전에 탑립리 동네로 빠지는 길이 나왔다. 그 길도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하교해서 돌아오다가 그 고갯길에서 넘어져서 턱 밑이 깨져 피가 났었던 기억이 났다. 그때는 동네도 크고 가구 수도 많았었던 같았는데, 지금 보니 몇 가구가 없어서 실망스러웠다. 탑립리는 동네 위쪽에 탑이 세워져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죽림리와 같이 불리면서 ‘탐림리’로 잘못 부르는 경우가 가끔 있는 것으로 보였다. 동네에서 바닷가도 상당히 멀었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 가 보니 별로 멀지 않았다. 그래도 땡볕에 바닷가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느라고 힘을 많이 빼서 남도국악원 쪽으로 걸어오는 게 힘이 들었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11시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원래는 일찍 남도국악원 있는 동네로 가서 바닷가에서 점심식사를 하려고 계획했는데, 마음에 두었던 섬바라기 식당에 도착해 검색해보니 바로 걸어가야 남도국악원 앞 버스 정류장에서 겨우 버스를 탈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하는 수 없이 점심도 거른 채 오르막길을 부지런히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그나마 준비해 간 사과와 포도 그리고 치즈 등 간식을 먹으면서 허기진 배를 달랬다. 버스 종점에서 출발할 때부터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무더위에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허겁지겁 다니느라 몸도 마음도 지쳤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앞으로는 좀 더 여유롭게 움직이도록 마음을 조금은 비워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책 소개-그래도 여행은 하고 싶어

2026. 10. 5. 06:59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이희진, “그래도 여행은 하고 싶어,” 모아북스, 2025년

 

내가 여행 작가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여행 관련 책들을 많이 읽고 있다. 여행 관련 책들도 처음에는 여행지 등 여행 정보가 담긴 책들을 많이 읽었지만, 요즘에는 여행 에세이를 주로 읽는 편이다. 내 관심이 ‘어디로 여행을 할 것인가>’에서 ‘여행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행 에세이도 여행지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위주로 쓰인 책이 있는가 하면, 작가의 내면의 이야기를 주로 쓴 책들도 있다. 이 책 <그래도 여행은 하고 싶어>는 여행지에 대한 얘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를 주로 담고 있다. 어찌 보면 여행기의 형식을 빌린 자기 계발서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그냥 자기 계발서보다는 여행의 얘기가 깃들어 있기 때문에 읽는 데는 전혀 부담이 가지 않았다.

 

이런 형식의 여행 에세이를 쓴 이유는 저자의 두 가지 특성 때문으로 생각된다. 첫째는 저자가 여행 작가이지만, 직장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행 에세이는 여행 전문작가, 즉 직장이 없이 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작가들에 의해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이희진은 직장에서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을 내서 여행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직장생활과 여행이 연계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는 저자의 성격(?) 때문에 혼자 여행을 하면서,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도 그리 깊은 접촉을 하고 있지 않아, 책의 내용이 여행보다는 직장생활 내지 사회생활에 필요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저자의 상황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저자의 여행은 마치 출장 가서 업무를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300여 개의 세계 도시를 여행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고령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형 건강노화지수에서는 신체·인지·심리 등 7개 영역 가운데 온라인 환경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건강하게 늙는다는 것을 질병 유무만이 아니라 신체·인지기능과 심리 상태, 사회생활, 디지털 참여, 생활환경까지 함께 평가하는 한국형 ‘건강노화지수’가 개발됐다. 2021년 만 45세 이상 중고령자 8444명의 자료로 산출한 지수는 0.758이었으며, 7개 영역 가운데 온라인 환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개발한 ‘건강노화지수(Healthy Ageing Index·HAI)’의 타당성을 검증한 연구는 국제학술지 ‘Experimental Gerontology’ 2026년 222호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한국 건강노화 코호트에서 다영역 건강노화지수의 개발과 타당성 검증’이다.

건강노화지수는 신체기능, 인지기능, 심리적 건강, 생리적 건강, 사회적 안녕, 온라인 참여, 고령친화적 환경 등 7개 영역의 26개 지표로 구성된다. 각 영역을 점수화하고 중요도에 따른 가중치를 적용해 0~1점으로 나타내며 점수가 높을수록 기능적 능력과 건강노화 수준이 높은 것으로 본다.

 

건강노화는 단순히 병이 없는 상태를 뜻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질환이 있더라도 잘 관리돼 삶의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건강한 노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핵심은 노년에도 이동하고, 배우고 판단하고, 관계를 유지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등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일을 할 수 있는 ‘기능적 능력’이다.

● 건강노화지수 0.758…온라인 환경은 상대적으로 낮아

이번 분석에는 건강보험연구원이 구축한 ‘한국 건강노화 코호트(Korean Longitudinal Healthy Ageing Study·KLHAS)’의 2021년 조사 참여자 가운데 결측치를 제외한 만 45세 이상 8444명의 자료가 사용됐다.

건강노화지수는 0.758로 산출됐다. 공단은 이를 높은 수준으로 평가했지만, 2021년 특정 조사 참여자를 대상으로 산출한 값인 만큼 현재 한국 중고령자 전체의 건강노화 수준으로 그대로 확대 해석할 수는 없다.

7개 영역 가운데서는 온라인 환경 관련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몸을 얼마나 잘 움직이는지나 인지기능이 어떤지를 넘어 디지털 환경에 참여하고 활용하는 능력까지 노화의 한 영역으로 평가한 점이 특징이다.

원논문에서는 ‘디지털 참여’와 인지기능이 전체 건강노화지수와 가장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다만 연구진은 디지털 참여 자체가 건강한 노화를 직접 만들어낸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디지털 활동을 잘하는 사람이 인지·사회·신체 기능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특성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탐색적·확인적 요인분석 등을 통해 지수의 구조와 타당성을 살폈다. 7개 영역은 전체 변량의 59.6%를 설명했으며 모형 적합도는 GFI 0.97, RMSEA 0.035였다. 지수가 높을수록 일상생활 기능 제한과 노쇠는 적고 삶의 질과 기능적 능력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첫 조사 이후 6897명을 대상으로 한 추적 자료에서도 이 같은 관계가 다시 확인됐다. 다만 원논문은 분석에서 제외된 결측자료 보유자가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제시했다. 실제보다 건강한 집단이 분석 대상에 더 많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 ‘몇 개의 병이 있나’ 넘어 ‘혼자 어떻게 살아가나’ 본다

이번 지수가 주목하는 것은 질병 개수만이 아니다. 신체와 인지 상태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고 사회생활을 하는지, 디지털 환경을 이용할 수 있는지, 생활하는 주변 환경이 고령자에게 적합한지까지 한꺼번에 살핀다.

이는 WHO가 건강한 노화를 개인의 신체·정신적 능력과 주변 환경, 두 요소의 상호작용으로 보는 것과 맞닿아 있다. WHO는 주거와 지역사회, 인간관계, 보건·사회서비스 같은 환경도 노년기의 기능적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건보공단은 앞으로 같은 참여자를 반복 조사해 건강노화지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 자료와 연계해 이 지수가 향후 의료이용이나 기능 저하, 돌봄 필요, 장기요양 진입 등을 얼마나 예측하는지도 검증한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것은 건강노화지수의 구성과 타당성이다. 건강노화지수가 향후 의료이용이나 기능 저하, 장기요양 진입을 실제로 얼마나 예측하는지는 아직 검증 단계에 있다. 고위험군 조기 발굴과 맞춤형 예방·돌봄 연계, 건강보험·장기요양 재정 절감 등은 공단이 제시한 향후 활용 방향이다.

한은정 건강보험연구원 건강고령화정책연구센터장은 “국내 중고령자의 건강노화 수준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향후 건강노화 관련 정책을 개발·평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연구”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건강노화 코호트 추적조사를 통해 건강노화지수의 변화 민감도와 예측타당도를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국민의 건강한 노화를 지원하기 위한 예방정책과 돌봄정책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자료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531556526002135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동아닷컴 2026년 9월 16일]

가평 자라섬서 100만 송이 가을꽃 감상
시흥갯골축제서 생태체험…광명 책축제선 북콘서트
안산 대부포도축제서 포도 직거래·체험…유명 가수 공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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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자라섬 가을꽃 페스타. 가평군 제공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경기지역 곳곳이 가을 축제로 물든다. 북한강을 배경으로 100만 송이 가을꽃이 피어난 자라섬부터 갯골과 염전을 무대로 한 생태축제, 잔디밭에서 책과 공연을 즐기는 문화행사, 제철 포도와 와인을 맛보는 대부도 축제까지 지역의 특색을 살린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가을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경기도가 추천하는 지역축제 4곳을 찾아볼 만하다.

● 북한강에서는 자라섬 꽃 페스타, 바다에서는 시흥갯골축제


가평군은 10월 5일까지 자라섬에서 ‘2026 자라섬 꽃 페스타(가을)’를 연다. ‘푸른 물결 위, 화려한 꽃의 항해’를 주제로 자라섬 남도에 11만㎡(약 3만3000평)를 대규모 가을 정원으로 구몄다. 백일홍과 안젤로니아, 맨드라미 등 24종의 가을꽃 100만 송이가 섬 곳곳을 수놓는다.

관람객들은 가을꽃을 감상하고 유람선에 올라 북한강 풍경도 즐길 수 있다. 축제 기간에는 매일 자라섬 입구에서 행사장까지 무료 전기차를 운행한다. 주말과 공휴일, 오일장 날에는 가평 잣고을시장까지 노선을 늘려 꽃구경을 마친 뒤 전통시장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가평군 관광 담당 관계자는 “북한강과 어우러진 가을꽃을 만끽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볼거리와 편의시설을 준비했다”며 “여유로운 가을의 정취를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흥시는 이달 18~20일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제21회 시흥갯골축제’를 연다. ‘바다가 그린 길, 바람이 만든 예술’을 주제로 갯골대로와 생태로, 생명로, 염전로 등 공원 곳곳을 8개 테마 공간으로 나눠 21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시흥갯골축제 소금놀이터. 시흥시 제공갯골을 따라 걸으며 미션을 수행하는 스탬프 랠리를 비롯해 △전국 미술대회 △소금 창고 인형 극장 △곤충 체험 △나무숲 음악제 △갯골 탐험대 등이 마련된다. 염전에서는 소금 만들기 체험과 맨발의 소금길, 소금제 등을 진행하며 열기구 체험과 ‘Sea Pool’ 파티도 즐길 수 있다. 축제는 ‘차 없는 축제’로 운영된다. 관람객 편의를 위해 친환경 수소 전기 셔틀버스 44대가 시흥시청 정문, 오이도역(배곧 경유), 신천역(은계 경유), 목감지구 등 주요 거점과 행사장을 오간다.

● 책과 포도 주제로 한 축제도

광명시는 19일 광명시민체육관 야외 잔디광장에서 ‘2026년 광명시 책 축제’를 연다. ‘무한한 탐험의 시작, 다정한 도서 여행!’을 주제로 지역 도서관과 학교, 독서문화공동체가 참여한다.

매직·벌룬 아트쇼와 퓨전 판소리를 시작으로 지역 청년 예술가 공연, 우신영 작가 북콘서트, 가족 책 탐험대, 어린이 인형극 등을 선보인다. 사람책방과 올해의 책 전시, 도서교환전, 북마켓, 시민 바자회 등 책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잔디광장에는 책 놀이터와 광명책여행지도, 컬러링존, 캐릭터·올해의 책 포토존 등을 마련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책과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안산시는 19~20일 대부바다향기테마파크에서 대부 포도축제를 연다. ‘대부에 취하자, 즐기자, 빠지자!’를 주제로 대부 포도 직거래와 전시·품평회, 포도 오감 만족 체험, 대부 맛 자랑, 승마 체험 등을 마련한다.

지역 대학과 함께 대부 포도를 활용한 디저트도 선보인다.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공식 만찬주로 선정된 대부도 와이너리 그랑꼬또의 ‘청수’ 와인도 축제장에서 만날 수 있다. 개막식에는 가수 금잔디, 폐막식에는 진시몬이 무대에 오른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대부 포도축제가 안산과 대부도를 대표하는 가을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동아닷컴 2026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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