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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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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늦게 잤는데도 아침 6시 전에 눈이 떠졌다. 어제 걷기 운동을 충분히 하지 못해서 그런지 몸도 찌뿌둥한 게 영 몸이 개운치가 않았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어제 사온 사과 반쪽을 먹었다. 오늘은 걷기 운동하는 시간이 애매해서 시원한 아침에 동네 산책을 하기 위해 나섰다. 동네만 걸어서는 괜히 개들만 시끄럽게 짓게 만들 것 같고 해서, 앞에 보이는 농로를 따라 걸어보기로 했다. 숙소 바로 옆 저수지 아래 농로를 따라 걸었다. 이제 농로조차도 모두 포장이 되어 있으니 흙 위를 걷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동네 뒷산에 산책길이 있는가 물어봤더니 멧돼지도 출몰할 수 있어 위험하니 농로로 다니라고 이사장의 조언대로 농로를 걸을 수밖에. 농로가 모두 포장되어 있는 이유는 아마도 대부분의 농사에 농기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농기계가 들어가야 하니 그 길을 포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논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다가 산 방향으로 걸었다. 앞산 방향을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혹시 산 속으로 걸어가는 길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보면서 걸었다. 역시나 산 바로 앞에서 길은 양 갈래로 나눠졌다. 오른쪽 길은 다시 동네로 돌아가는 길이어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어제 버스에서 태양광 얘기를 많이 들어서 눈에 띈 것인지 그 갈림길 옆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었다. 산 바로 옆 비탈진 밭이라 농사보다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산기슭을 따라 난 길을 가다 보니 바닥은 포장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나무가 우거진 숲을 지났다. 그때 문득 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자 머리털이 곤두섰다. 혹시 멧돼지? 하지만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고, 옆 산을 따라 길이 이어졌는데, 다행히 산 밑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여 얼른 그 길을 따라 걸었다. 잠시 후 면사무소 소재지에서 길은리로 연결되는 큰 도로가 나왔고, 그 길을 따라 걷다가 왼편의 농로로 다시 들어서서 동네까지 걸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나서, 글도 쓰고 책도 읽으면서 오전을 보냈다. 12시경에 점심식사를 하자마자 카톡방에 오후 3시 공연에 가야 하니 2시까지 모이라는 공지가 떴다. 2시가 되어 모두 모이자, 차 두 대에 나눠 타고 공연장인 국립남도국악원으로 향했다. 국립남도국악원은 여귀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그 자태가 자못 웅장했다. 어릴 적 내가 살았던 탑립리와 자그만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는데, 산자락에 위치해 있다 보니 푸른 바다 풍경이 내려다 보였다. 내부에는 각종 국악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시간 여유가 있어서 전시물도 구경하고 사진도 찍었다. 공연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진행이 되는데, 관람료는 무료였다. 나중에 들은 해설자의 설명에 따르면, 관람자들 중에는 국악 매니아들이 많고, 그들은 매주 공연 관람을 온다고 했다. 관람석이 거의 찼는데, 그중 절반가량은 국악 매니아들이고, 나머지는 관광 등으로 온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공연은 네 개가 진행되었는데, 피리산조, 판소리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 해금산조, 경기 민요인 <노랫가락, 태평가, 창부타령> 순으로 진행되었다. 쟁쟁한 국악인들이 공연을 하는 터라 국악을 잘 모르는 내가 들어도 확실히 잘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되었는데, 정말 지루한 줄 모르고 박수를 치다보니 끝나고 말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연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공연 사진들을 여기 올리지 못하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공연 사진을 보기보다는 실제로 공연을 관람하라는 좋은 의미가 아닐까 라고 나름 해석해 보았다.

 

 

진도읍내에 있는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도 국악 공연이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고 했다. 이곳 국립남도국악원에서 진행되는 공연이 클래식하다면, 진도향토문화회관의 공연은 현대식이고 경쾌하다고 했다. 아무튼 국악을 좋아한다면 매주 토요일 어느 한 쪽을 골라 즐길 수 있다니 진도가 좋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도향토문화회관은 버스터미널에서 가깝고, 근처에 영화관도 있다고 하니 진도가 시골이라 문화생활을 할 수 없다는 핑계는 댈 수 없을 것이다.

 

숙소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자, 다른 일행이 온실에 가면 고추랑 다른 채소들이 있으니 들러서 가자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동네 하나로마트에서 채소와 우유 등을 팔지 않아 불편했는데, 잘 됐다 싶어 같이 온실에 갔다. 온실에는 고추를 비롯해서 가지, 토마토, 깻잎 등 여러 채소들이 있었는데, 고추와 깻잎을 조금 따고, 망에 담겨 있는 양파 중에서 상하지 않은 것으로 한 개를 골라 가져왔다. 저녁에 뭘 먹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깻잎과 양파가 있으니 삼겹살을 구워서 먹기로 했다. 지난번에 사온 상추를 반만 먹었었기 때문에 남은 상추와 깻잎을 씻고, 삼겹살을 굽다가 양파와 남은 버섯을 넣으니 훌륭한 저녁 한 상이 차려졌다. 먹는 게 남는 거라고 혼자 생활하더라도 먹는 것은 잘 챙겨 먹어야지 생각하면서 맛있게 저녁식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