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하면 초원과 사막이 떠오르면서 물이 귀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몽골은 연 평균 강수량이 200밀리미터 정도로 적긴 하지만, 의외로 강과 호수가 많아 마을 형성과 목축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몽골의 3대 강으로는 툴강(Туул гол), 오논강, 헤를렌강을 들 수 있는데, 특히 툴강은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타르의 시내를 관통하면서 몽골인들에게 마실 물과 더불어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툴강 덕분에 울란바타르가 170만 명 인구의 대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몽골인들에게 강 못지않게 젖줄 역할을 하는 것으로는 호수를 들 수 있습니다. 몽골에서 호수는 단순히 물이 고여 있는 곳이 아니라, 생명의 근원인 신성한 곳으로 여겨집니다. 또 바다가 없는 몽골에서는 큰 호수를 바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몽골에서 가장 큰 호수인 홉스골 호수를 보면 왜 몽골인들이 호수를 바다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될 것입니다. 원래는 몽골영토에 속했으나, 몽골 독립에 도움을 준 대가로 러시아에 양도했다는 바이칼 호수를 보면 더욱 더 바다 같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몽골에서 호수를 제대로 보려면 홉스골 호수를 가야 하지만, 가는 길이 너무 멀기 때문에 일부 여행자들은 울란바타르 가까이 위치한 어기 호수를 보면서 아쉬움을 달래곤 합니다. 하긴 엘승타사르하이 미니사막에서 어기 호수 가는 길도 너무 멀다고 불평했던 제 일행들을 생각해보면, 그런 선택이 이해가 갑니다. 중간에 몽골의 초기 수도인 카라코름에 잠깐 들르고, 점심식사를 하느라 지체하긴 했지만, 5시간이나 걸렸으니 그런 불평이 나오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포장 상태가 엉망인 도로와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보니 뒷좌석에 앉은 일행의 만보기의 숫자가 3만 보를 찍을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비포장도로를 한참 달리다 어기 호수가 보이는 언덕에 서니, 그 동안의 고생이 보상 받는 듯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마침 그곳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과 염소 무리가 호수 풍경과 어우러지면서 그야 말로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염소들 중 한 마리가 우리 일행에게 다가오자, 가이드가 “사탕이 있으면 주라‘고 했습니다. 염소 주인이 염소를 모으기 위해 사탕 등 먹을거리를 주다보니 거기에 익숙해져서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염소와 놀다가 호수까지 걸어가 보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두 시간 이상 걸릴 거라는 가이드의 말에 차를 탔습니다.



몽골어 ‘어기’는 ‘손위 누나’라는 뜻과 함께 ‘베풀다’라는 의미가 있어서 ‘베푸는 어머니 호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어기 호수의 둘레는 24.7킬로미터이고, 평균 수심 3미터, 최대 수심 15미터입니다. 고도 1000미터 이상에 위치한 호수치고는 물이 따뜻해서 여름에는 수영도 가능하다고 하고, 실제로 수영을 하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보트와 낚시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어기 호수에는 게르가 별로 없어 한가하고, 주위에 불빛이 많지 않아 밤에 별을 보는 호사까지 누렸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게르 내에 별도의 화장실이 없어서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불편은 아마도 어기 호수의 청정함을 유지하기 위한 규정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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