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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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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과학 법칙은 불변의 진리인가?

일반적으로 ‘자연과학’은 절대 불변의 진리를 다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자연과학에 관련된 분야에 종사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과학은 자연을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에 자연과학은 객관적 진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자연과학 자체가 자연은 아니기 때문에 자연과학에서 다루는 모든 사실들이 절대적인 객관적 진리라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즉 자연은 객관적일 수 있겠지만, 인간 인식 능력의 한계 때문에 자연을 해석하는 활동인 자연과학은 완벽할 수는 없다. 사실 이미 세웠던 자연과학 법칙을 폐기하고 새로운 법칙을 세우는 경우도 이런 인간 인식의 범위가 늘어난 게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천동설만 해도 우리의 경험상으로는 천동설이 맞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달도 별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맨 눈으로 볼 수 있는 정도의 인식 범위 안에서는 천동설이 맞는다. 그런데 망원경이 발명되면서 사람의 인식의 한계가 넓어지고, 별들의 움직임을 보다 자세히 관찰함으로써 지동설이 지지를 받게 된 것이다. 물론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단순히 인식의 한계가 넓어진 것뿐만 아니라, 수학적 지식과 뛰어난 사람들의 영감이 작용하기도 했지만, 그 시발은 인식의 범위가 넓어진 것에서 비롯되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간 인식 능력의 한계

사실 인간의 인식 능력은 상당히 좁은 영역에서만 발휘된다. 인간 눈의 망막은 단지 400∼700나노미터에 해당하는 빛만을 감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청각 범위는 20헤르츠에서 2만 헤르츠(초당 공기 압축 주기)이다. 따라서 400나노미터 이하의 빛은 자연에 존재하더라도 인간은 인식할 수가 없다. 물론 이런 인간의 인식 능력의 한계는 측정 기기의 발달로 보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적외선 탐지기를 통해 인간이 보지 못하는 적외선을 볼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원자 단위의 측정에서는 측정 자체가 존재 상태를 변화시킴으로써 측정의 불확실성이 커지게 된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로 알려진 이런 측정 오차는 자연 법칙의 근간이 되는 측정의 문제를 잘 보여준다. 자연 현상에 대한 관찰에서 얻어지는 측정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다면 그에 기반 하여 성립된 자연 법칙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

그나마 인간의 인식능력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측정 장치를 통해 부정확한 데이터라도 얻을 수 있는 경우는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우주에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물질은 5퍼센트에 불과하고, 나머지 95퍼센트는 그 존재만 짐작할 뿐, 그 특성을 전혀 모르는 물질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불리는 이 물질들은 계산상에서만 존재가 추정되는 물질이다. 그러니까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현재의 측정 장치로는 측정이 되지 않는 미지의 물질인 것이다. 이런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의 해와 실제 관측 결과와의 차이를 보정하기 위하여 도입된 개념이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발표하고 나서 한 가지 고민에 빠졌다고 한다.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우주가 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상대성이론을 그대로 적용하면 우주에 퍼져 있는 물질들의 중력 작용에 의해 우주는 다시 수축해야 했다. 그래서 정적인 우주를 믿고 있던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 방정식에 람다라는 항을 더 넣어서 우주가 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도록 수정했다. 하지만 나중에 허블에 의해 우주가 팽창하는 것으로 관측되었을 때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상대성이론 방정식에 람다라는 항을 넣은 것이 자신의 최대 실수였다고 한탄했다고 한다. 상대성이론에 의해 나온 결과를 살펴보고 우주가 정적인 것이 아닌 것으로 나왔으면 왜 그런가를 살펴보았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최근에는 상대성이론 방정식에 오히려 두 개의 항을 넣어서 보정하고 있다. 하나는 암흑물질에 대한 항이고, 다른 하나는 암흑에너지라고 명명된 항이다. 암흑물질은 중력으로 작용하고, 암흑에너지는 오히려 팽창시키는 작용을 한다. 상대성이론 방정식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은 5퍼센트에 불과하고, 암흑물질이 23퍼센트, 암흑에너지가 72퍼센트를 차지해야만 현재의 우주 상태와 일치한다고 한다. 여기서 암흑이라고 이름이 붙은 이유는 우리가 아직까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정확히 어떤 성질을 가졌는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마치 우주를 다 이해한 것처럼 떠들지만 실제로는 5퍼센트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 이유다. 아니 어쩌면 현대과학은 우주에 대해 5퍼센트도 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현대 과학으로 모든 자연현상을 해석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또한 인간은 인식 능력의 한계뿐만 아니라, 시공간의 제약을 받는다는 한계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보고 있는 북극성은 1000년 전의 북극성이다. 북극성에서 나온 빛이 1000년을 지나 우리에게 도착하기 때문에 지금 현재의 정확한 북극성의 위치를 우리는 인식할 수가 없다. 아마 지금은 북극성이 사라지고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북극성의 상태를 인간이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추정은 할 수 있지만 정확한 현재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현재 상태라는 것은 관측에 소요되는 시간이 무시할 만큼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진다는 전제가 성립되어야 한다. 그런데 관측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빛의 속도가 지구에서는 이런 전제 조건을 충족하지만, 우주에서는 충족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주에서 관측된 사실은 시간이라는 척도를 고려하여 이론적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인식의 한계는 거시적인 우주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라, 원자 단위 이하의 미시 세계에서도 나타난다. 물론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원자 단위에서의 관찰에서는 관찰 자체가 존재에 영향을 미쳐서 관찰이 부정확해지는 이른바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가 작용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아무튼 원자 단위까지는 관찰이 부정확하더라도 어쨌든 관찰이 가능하지만, 그 이하의 단위에서는 직접 관찰보다는 간접적인 관찰과 이론적인 계산으로 그 존재를 확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양성자와 중성자를 구성하는 중성미자, 바리온, 메존, 렙톤, 쿼크 등 기본입자들의 존재는 직접적인 관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론물리학과 입자가속기를 이용해서 간접적으로 밝혀내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미시 세계로 들어가게 되면 거시 세계에서 적용되는 과학 원칙들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뉴턴의 중력의 법칙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로는 중성미자 등의 기본입자의 성질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다. 따라서 이런 미시 세계를 서술하기 위해서 도입한 이론이 양자 역학이다. 양자 역학은 거시 세계에 익숙한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여러 특성을 나타낸다. 예를 들면 뉴턴의 중력의 법칙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는 물체의 위치가 확정적이라고 전제하지만, 양자 역학에서는 기본입자의 존재 위치가 확률적으로만 표현할 수 있다. 이처럼 거시 세계와 미시 세계 모두에 적용되는 통일된 이론이 아직까지도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미시 세계에서는 입자의 존재가 우리의 상식과 벗어나기 때문이다. 즉 미시 세계로 가게 되면 입자는 점으로도 표현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입자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거시 세계의 이론이 더 이상 적용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본입자를 점이 아닌 작은 끈으로 간주하는 ‘끈 이론’이 등장했다. 끈 이론은 기본입자를 일정한 에너지를 가진 작은 끈의 형태로 보고 이론을 전개하게 된다. 끈 이론은 4차원으로 표현되는 현실 세계보다 훨씬 많은 11차원 내지 12차원의 세계가 나타나는 등 현재로서는 풀기 힘든 난제를 안고 있지만, 미세 세계와 거시 세계를 동시에 풀 수 있는 강력한 후보 이론으로 간주되고 있다. 끈 이론이 이처럼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이유는 에너지와 물질의 중간 형태를 합리적으로 가정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 물질도 에너지라는 사실이 밝혀지긴 했지만, 거시 세계에서는 물질과 에너지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와 물질의 경계선 상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사실 눈에 보이는 세상도 궁극적으로는 에너지라는 사실만 알아도 과학과 종교에 대한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 상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이처럼 인간의 과학이 발전했다고 하지만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봐야 한다. 최근에만 이런 착각을 한 것도 아니다. 뉴턴이 만유인력 법칙을 발표하고 나서 모든 행성의 운행원리를 설명할 수 있게 되자 “이제 더 이상 과학은 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해 뉴턴의 법칙은 특별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법칙으로, 더 이상 절대적인 법칙으로의 위상을 상실하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절대적인 진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과학 법칙들이 나중에 진리라 아닌 것으로 밝혀지지 말란 법이 없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보면 과학이 모든 의문을 해결할 수 있고, 종교도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과대망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