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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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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소금의 진실과 건강

2024. 4. 22. 06:59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조기성, “소금의 진실과 건강,” 책과나무, 2022년

 

이 책 <소금의 진실과 건강>의 부제는 ‘저염식의 위험과 극복’이다. 즉 소금을 적게 섭취하는 저염식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을 펼치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소금 섭취량에 대해 직접 연구 조사한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미네랄이 없는 순소금(정제염)을 많이 섭취하면 혈압이 올라가지만 천일염, 죽염은 몸이 거부하는 것을 거슬러 짜게 섭취하지 않는 한 혈압이 올라가지 않았으며, 서구에서 실험했던 순소금과 한국의 천일염, 죽염이 혈압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랐다. 싱겁게 먹을 때 콩팥은 체내에 없는 미네랄을 재흡수하려고 더 무리해 질병으로 이어진다.’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그러니까 정제염을 과다 섭취하는 것은 어느 정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을 섭취하면 권장량보다 소금을 더 섭취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적게 섭취함으로써 발생하는 건강상의 문제가 더 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강 문제를 연구할 때 가장 흔하게 활용하는 동물이 쥐인데, 여기서 소금 섭취량을 연구할 때는 일반적인 쥐를 사용하지 않고, 염민감성 쥐를 만들어서(?) 활용했다고 기술되어 있다. 왜냐하면 일반 쥐를 사용하면 소금을 많이 섭취시키더라도 혈압에 큰 영향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말은 곧 콩팥에 이상이 없는 경우에는 소금을 조금 과다 섭취하더라도 혈압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의미가 되지 않을까. 염민감성 쥐는 그야 말로 콩팥이 망가져서 소금을 걸러내지 못하는 쥐이기 때문에, 그 결과를 정상인에게 적용하는 것은 큰 오류라고 생각된다. 소금이 건강에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 궁금하다면 우선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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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소금 중독 대한민국

2024. 4. 15.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김성권, “소금 중독 대한민국,” 북스코프, 2015년

 

요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떤 음식이 건강에 좋은지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건강한 음식을 논할 때 어떤 특정 성분이 들어간 음식 재료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한 번쯤 되새겨 들어보아야 할 문제다. 우리 인체는 여러 성분들이 균형에 맞게 존재해야지 어떤 특정 성분이 많을수록 좋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조상들이 음식은 골고루 먹는 게 가장 좋다는 말을 남긴 것이다.

건강에 좋은 음식에 관해 얘기를 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음식 재료 중의 한 가지가 바로 소금이다. 소금이 우리 몸에 필수적인 성분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에게는 소금을 너무 많이 섭취하고 있다는 것이 거의 기정사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의 저염식 권고가 불필요할뿐더러,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런 소금의 유해 논란에 관해 이 책 <소금 중독>은 저염식이 바람직하다는 편에 서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은 저염식이 왜 바람직한지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아니라, 저염식이 당연히 바람직하다는 전제 하에 어떻게 하면 저염식을 실천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주장은 이 책의 저자가 콩팥병을 치료하는 의사라는 점에서 이해가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콩밭병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소금 성분을 제대로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상태라서 소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콩팥에서 과다 섭취한 소금을 체외로 걸러낼 능력을 갖춘 정상인에게도 저염식을 권고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저염식으로 인해 체내의 미량 성분들의 균형이 깨지면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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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미국 한 달 여행

2024. 4. 8. 07: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

김춘석, “미국 한 달 여행,” 스타북스, 2022년

 

이 책 <미국 한 달 여행>은 저자가 친구 네 명과 함께 렌터카를 빌려서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 31박 32일 동안 횡단 여행을 한 기록물이다. 여행한 곳들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국립공원들과 관광지를 망라하고 있다. 패키지여행이 아니라 직접 숙박할 곳과 방문할 여행지를 선정하고 예약하는 등 여행 계획을 세웠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여행을 하면서 일행들과 갈등이 조금 있긴 했지만, 별 탈 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었던 이유는 평소 친한 관계라 조금씩 양보했고, 여행 계획을 철저히 세웠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만약 언젠가 미국으로 장기 여행을 하게 되면 참고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지금은 미국 여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지만 이 책에 수록된 사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기분을 느꼈다. 그랜드캐니언과 나이아가라 폭포 등은 나도 직접 가봤었지만, 안 가본 곳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또 언젠가 한 번 가봐야겠다고 다짐을 하는 계기도 되었다. 문제는 미국에 이처럼 긴 기간 동안 비싼 비용을 내고 함께 여행할 친구들이 있을지 걱정이 되긴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의 저자가긴 여행을 함께 할 친구가 네 명이나 있었다는 사실에 부러움을 느꼈다. 비록 이 책이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기행문 같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감동을 느낀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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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공정하다는 착각

2024. 4. 1. 06:59 | Posted by 행복 기술자

마이클 샌델(함규진), “공정하다는 착각,” 미래엔, 2020년

 

이 책 <공정하다는 착각>은 <정의란 무엇인가>로 우리에게 ‘정의’에 대한 열풍을 일으켰던 하바드대 교수인 마이클 샌델의 저작이다. 이 책에서 마이클 샌델은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력에 따른 보상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로 여겨지지만, 저자는 그러한 능력주의가 여러 가지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개인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능력이 사실은 개인의 능력에 사회적 기여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니 개인이 능력을 발휘해서 어떤 성취를 이룩하고 나서 그 능력 발휘의 대가로 받는 보상 중 일부는 사회에 반환하는 게 맞는다는 것이다. 이 책은 주로 미국의 경우를 들어서 비판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에도 예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한 가지는 승자에게는 오만을, 패자에게는 굴욕을 안겨 준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분열이 생기게 된다. 최근 한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가진 자들의 자녀에 대한 과도한 투자(?)가 바로 이런 부작용 중의 하나다.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위장 전입을 하고, 고액 과외를 받게 한다든가, 가짜 논문을 게재하고 하고, 경력을 위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기부 입학제를 활용한다든가, 불법 입학 브로커를 활용하다가 적발되기까지 했다. 능력에 따라 공평한 기회가 보장돼야 할 대학마저 불법으로 얼룩지고 있는 게 현실인 셈이다.

이 책에서는 “부유하고 유력한 사람들은 이 (능력주의) 시스템을 이용해 자신들의 특권을 영구화하고 전문적인 계급은 자신들의 유리함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방법을 찾아낸다. 그리하여 능력주의를 세습귀족제로 탈바꿈시킨다. 대학들은 능력에 따라 학생을 선발한다고 하면서 부자와 인맥 좋은 사람들의 자녀들을 유리하게 만들어준다.”, “능력주의의 이상은 불평등을 치유하려 하지 않는다. 불평등을 정당화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현재 겪고 있는 정치 불신과 빈부 격차 문제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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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신비 섬 제주 유산

2024. 3. 25.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고진숙, “신비 섬 제주 유산,” 블랙피쉬, 2023년

 

이 책 <신비 섬 제주 유산>은 부제인 ‘아는 만큼 보이는 제주의 역사·문화·자연 이야기’가 나타내듯이 제주의 역사, 문화,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제주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이 책만큼 쉽고 유익한 책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제주의 여행지 정보를 담은 유용한 책들은 많았지만, 역사, 문화, 자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은 대개가 지루하고 읽고 나서도 별로 기억이 남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책은 읽기도 수월했고, 내용도 알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숲 해설가’ 과정을 들으면서 여행을 같이 하는 일행들에게 무얼 해설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는데, 이 책처럼 해설을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쉬우면서도 알찬 내용을 전달하는 게 바로 해설의 기본이니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 알았던 내용들을 확인하는 기회도 됐지만, 모르던 내용들도 알게 되면서 제주도에 대해 총정리한 기분이 들었다. 누구든지 제주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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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어싱

2024. 3. 18. 07:0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클린턴 오버 외(김연주), “어싱,” 히어나우시스템, 2023년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요즘 유행하고 있는 맨발 걷기 열풍의 근거가 바로 이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 <어싱>의 부제는 ‘땅과의 접촉이 치유한다’이다. 한국에서 갑자기 붐이 불기 시작한 맨발 걷기는 좋은 점들 중의 하나로 어싱을 강조하고 있는데 반해, 이 책 <어싱>은 맨발 걷기가 어싱의 여러 수단 중의 하나이고, 어싱 자체가 좋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게 그거 아니겠느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어싱을 강조하면 접지 패드 등의 접지 기구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맨발 걷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즉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맨발 걷기보다는 접지 패드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맨발 걷기를 할 때 좋은 점들 중의 한 가지가 바로 접지 효과, 즉 어싱이기 때문에 이 책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되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점은 첫째 어싱이 이 책에서 표현한 대로 정말 만병통치약과 같은 효과가 있다면, 왜 여태 어싱에 대한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불지 않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는 점이다. 이 책에 나온 대로라면 어싱을 하면 현대의 거의 대부분의 질병을 고치거나 개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싱을 실행하면 의료계나 제약업계 등의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는 여지는 있다. 하지만 접지를 할 수 있는 신발이나 침대를 개발하면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을 텐데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의료계와 제약업계의 반발과 방해공작이 있더라도 이 책에서 주장하는 정도의 큰 효과가 있다면 그걸 이겨내는 것은 시간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느낀 점은 이 책에 기술한 내용이 과연 과학적인 검증 과정을 거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는 점이다. 물론 이 책에 제시된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이중맹검법 등에 의한 과학적인 시험을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다른 전문가들에 의해 검증이 된 내용인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이 책에 제시된 사례들이 객관적인 데이터에 의해 검증된 자료인지 확인하는 작업이 미흡하다는 의미다. 어싱이 이 책에서 제시하는 획기적인 치유효과를 나타낸다면, 그 결과를 재확인하는 작업이 당연하게 활발히 진행됐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말이다. 이 책에 서술된 내용들이 너무 과장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더욱 더 과학적인 방법에 의해 객관적으로 증명된 것인지 궁금한 것이다. 어싱이 아니라 다른 원인, 예를 들어 플라시보 효과라든가 자연적인 치료 효과에 의해 나타난 사례들만 선택하든가, 이 책에 싣기 위해 치유 효과를 과장했다면 그걸 찾아낼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아무튼 현재 한국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맨발 걷기의 근거가 되는 어싱에 알아보려고 이 책을 읽었는데, 결론적으로 완전하게 의문 해소가 되지 않았다. 책에 소개된 사례들이 너무 과장되고,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맨발 걷기 예찬론자가 이 책을 읽고 더욱 더 맨발 걷기의 효과에 대해 확신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든다.

 

책 소개-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2024. 3. 11. 07:0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박상영,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인풀루엔셜, 2023년

 

여행 책인 것 같으면서도 여행 책이 아닌 책. 그게 바로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이다. 이 책의 저자인 박상영은 <대도시의 사랑법>, <1차원이 되고 싶어> 등의 소설을 쓴 소설가다. 그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젊은 작가상 대상 등을 수상한 잘 나가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소설가가 쓴 에세이라서 그런지 이 책의 내용은 꼭 소설을 읽는 것 같이 술술 읽히는 매력이 있다.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에세이를 썼는데, 꼭 지어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짜로 만들어냈다는 의미가 아니라, 1인칭 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의미다.

제목인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과 달리 저자는 자신이 휴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성격임을 밝히고 있다. 여행을 가서도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결국은 일만 하다가 오는 스타일이 바로 저자 자신의 모습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해내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저자가 제주도 가파도에 위치한 레지던시에서 상주 작가로 3개월 동안 생활하면서 겪고 느꼈던 내용들과 친구 네 명과의 여행 등은 여행 에세이로서 손색이 없다. 왜냐하면 단순히 경치만 묘사한 게 아니라, 그 속에서 겪은 인간관계의 오묘함, 자신의 심리가 속속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쓴 저자는 100퍼센트의 휴식을 느끼지 못했을지 모르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는 100퍼센트의 휴식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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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클래식 파인만

2024. 3. 4. 07: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

리처드 파인만(김희봉), “클래식 파인만,” 사이언스북스, 2018년

 

이 책 <클래식 파인만>의 저자가 리처드 파인만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 이 책을 쓴 사람은 랠프 레이턴이다. 그렇다고 랠프 레이턴이 파인만의 대리 작가라는 의미는 아니다. 랠프 레이턴이 파인만의 강의를 직접 듣거나 그의 말을 듣고 내용을 정리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다른 유명한 사람, 예를 들면 스티브 잡스에 관한 얘기를 쓸 때 스티브 잡스를 저자로 소개하지는 않는데, 반해 이 책은 저자로 파인만을 내세우고 있다. 그만큼 리처드 파인만이 얘기한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겼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리처드 파인만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면서, 코넬대와 칼텍에서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물리학 관련 연구에도 뚜렷한 업적을 남겼지만, 그에 못지않게 강의를 재미있게 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림을 배워 그가 그린 그림을 전시하고 판매를 할 정도의 실력을 쌓았다. 또 브라질에 갔을 때는 프리지데이라는 타악기를 연주하는 것을 배워서 그 악기를 연주하면서 거리 행진 축제에도 참여했다. 그만큼 파인만은 물리학 연구에만 몰두한 게 아니라, 자신의 일상생활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그 분야애서 어느 정도 수준급에 오를 정도로 몰두하는 열정을 보였다.

이 책에는 브라질에서 10개월간 여행을 할 때 브라질 교육에 대해 자문하는 광경이 나온다. 브라질의 과학 교육은 무조건 외우는 교육이라는 점을 발견하고, 파인만은 그런 암기 교육으로는 진정한 과학 발전을 이루기 힘들다는 의견을 브라질 정부와 교육계에 전달했다. 물론 그의 의견을 이해하고, 교육 정책에 반영하는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나는 이 장면에 대한 묘사 내용을 읽으면서 그 지적이 바로 한국 과학 교육에 대한 지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과학 교육, 더 나아가서 한국 전체 교육의 문제점이 바로 암기식 교육, 정답을 가르치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파인만의 지적대로 이런 암기식 교육으로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는 희망은 이룰 수 없는 꿈이 될 것이다.

파인만의 업적(?) 중의 하나로 원자탄 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을 들 수 있다. 이 책에는 그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겪은 일도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상세한 개발 내용이야 국가적 기밀사항이라 밝힐 수 없었겠지만, 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겪은 개인적인 일들은 상세히 밝히고 있다. 예를 들면 기밀문서를 넣어둔 금고나 서랍의 자물쇠를 열어서 보안의 중요성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자물쇠를 푸는 요령이라는 어쩌면 하찮은 것들까지 파인만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우주왕복선 챌린저호의 폭발은 미국 자존심의 붕괴를 가져왔다. 그 사건의 조사 위원으로 활약한 파인만은 관료 사회의 형식적인 조사를 비판하면서, 그 나름의 방식으로 사고 원인이 O링의 부식 때문이라는 결론을 찾아냈다. 이 책에는 그 과정이 상세히 기술되어 있다. 어느 나라나 조사위원회라는 조직은 느슨하게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두루뭉술한 결론을 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런 행위가 파인만에게는 용납되지 않았던 것이다. 편안하게 조사활동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료 조직의 저항을 뚫고 실질적인 조사활동을 전개한 파인만의 행동은 과학자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이 책은 800페이지가 넘을 정도로 두꺼운 책이라 처음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는 언제 이 책을 다 읽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책이 두껍다거나, 지루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책을 거의 다 읽을 무렵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 책은 나에게 과학자로서, 엔지니어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보여준 감명을 주는 책이다. 중간 중간 과학에 관련된 내용이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 일반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과학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얼마든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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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김미경의 마흔 수업

2024. 2. 26. 07:03 | Posted by 행복 기술자

김미경, “김미경의 마흔 수업,” 엠케이유니버스, 2023년

 

오랫동안 기다림 끝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보려고 대출 신청을 했는데, 같은 책이 다섯 권이나 비치되어 있는데도 항상 예약자가 대기하고 있어서 몇 달을 기다려야 했다. 이 책의 저자 김미경은 유명 강사이면서 많은 책을 쓴 저자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그의 강의 주제나 책의 주제가 내가 관심 있는 분야와 동떨어져서 그 동안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 책 대출을 신청해서 궁금함을 못 이기고 대출해서 읽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요즘 트렌드에 딱 맞는 책이라는 점이다. 내용이 그렇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공감이 가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어려웠던 40대를 솔직하게 펼쳐놓으면서 같은 처지에 있을 현재의 40대들에게 마음에 꼭 와 닿는 얘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도 이 책과 유사한 스타일의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부럽다는 생각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되었다. 특히 40대가 일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라는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대한민국의 40대들이 이 책을 읽고 힘을 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책 소개-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2024. 2. 19. 07:03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유시민,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돌베개, 2023년

 

고등학교 때 문과와 이과로 가르는 학교 제도 탓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문과와 이과 중에서 선택을 하게 되면 그 다음 인생 진로가 거의 고정된다. 이과와 문과의 길이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이다.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연히 이과를 선택했다. 아마도 내성적인 성격에다가 수학이나 과학 과목이 그리 싫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실제 대학 입시에서는(당시에는 본고사를 치렀다), 이과 과목보다는 문과 과목인 국어에서 훨씬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글 쓰고, 책을 출간하고 있으니 나에게 문과 기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의 저자 유시민은 인문학 관련 책을 많이 낸 것으로 유명하다. 저자가 책에서 밝혔듯이, 그는 수학을 싫어해서 문과를 선택했고, 대학 이후에는 거의 이과 분야와는 담을 쌓고 살아왔다. 하지만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으면서, 과학 관련 책들을 접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과학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사라지고, 문과라도 과학에 대해 아는 게 좋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사실 현대 세계를 살아가자면 과학을 아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저자 유시민의 얘기로는 단순히 생활 속에서 과학 기술을 즐기자는 차원이 아니라, 과학 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을 때 인문학적인 사고도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에 적극 동의한다. 물론 문과가 과학을 알아야 하듯이, 이과도 인문학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이과도 이 세상에 발을 딛고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수학이나 과학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과학 관련 지식을 멀리 했던 많은 문과 계통 독자들이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 책 저자의 솔직한 고백에 적극 공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현상으로 생각된다. 문과와 이과로 나뉘어 물과 기름 같이 섞이지 못하고 따로 살아야 했던 현실을 타파하고 서로 알아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적극 공감하는 바이다. 이 책을 읽고 많은 문과 계통 독자들이 과학에 대한 공포감을 버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마찬가지로 인문학에 소홀히 했던 이과 계통 독자들도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우리 모두는 이 땅에 발을 듣고 살아가는 생활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