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vs 흙수저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358 호)
【 금수저 vs 흙수저 】
최근 들어 인터넷과 각종 언론 매체에서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라는 말을 유난히 많이 듣고 있습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느냐,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느냐, 흙수저를 물고 태어났느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는 자조적인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느냐도 능력이고 운이라고 주장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왠지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누군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나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부회장과 같은 처지로 태어나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들이 전생에 덕을 많이 쌓아서 그런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난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덜 억울할 텐데 말입니다.
하긴 북한이나 가난과 전쟁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빈국에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금수저는 아니지만 동수저 정도는 물고 태어난 것이라고 봐도 되겠죠?
금수저, 흙수저 논란은 이미 토마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나 스티븐 J. 맥나미의 <능력주의는 허구다>에서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 문제입니다.
문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더욱 심해지고, 부자가 될 수 있는 확률이 능력이나 노력보다는 부의 대물림에 의해 결정된다는 데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복지국가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거겠죠.
하지만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에게 돈 몇 푼 쥐어준다고 해서 국가의 의무를 다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국가가 할 일은 교육 등 기회의 평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시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교육이야말로 흙수저를 금수저로 바꿀 수 있는 마법의 기회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교육을 통해 ‘개천에서 용’이 나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교육이 금수저, 흙수저를 더욱 공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야 좋은 학군에서 비싼 사교육을 받으면서 금수저를 다시 물 확률을 높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유럽에서처럼 초중고등교육은 물론 대학까지 무료 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교육 자체가 산업화하여 등록금도 비싸지고, 흙수저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공부를 하도록 강요받고 있습니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 졸업을 하더라도 취업을 하지 못해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다시 흙수저로 전락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제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등록금이 쌌고, 장학금을 받고 과외 등을 하면 어렵지만 빚을 지지 않고 졸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국립대학교의 등록금은 아주 쌌는데, 그 이유는 국가에서 국립대학교에 재정 지원을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국가 재정지원을 줄이면서 등록금을 올렸는데, 이는 가난한 학생들에게 세금 부담을 떠넘겼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우울한 소식 속에서도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거가 태어난 딸을 위해 자신의 재산 99퍼센트를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기쁜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는 갓 태어난 딸에게 “우리는 너와 어린이들 모두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줘야할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는 편지를 쓰면서 기부를 발표했다고 합니다.
미국이라고 모두 이런 멋진 부자만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한국에서도 단 한 명의 이런 부자를 봤으면 하는 소망을 갖는다면 헛된 일일까요?
안타깝게도 한국의 부자들이나 지도층은 모두가 잘 사는 세상보다는 내 자식만 잘 사는 세상을 원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상속세를 낮춰서 어떻게 하면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줄까 고민하고, 자식을 위해 위장 전입 이력이 없는 장관 후보자를 찾기 힘든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친구들과 의논하면서 해법을 찾기보다는 친구를 짓밟고 혼자 우승자가 되라고 부추기는 게 한국의 전형적인 부모들의 모습입니다.
최근에는 로스쿨 시험에 떨어진 아들을 위해 학교를 찾아간 국회의원이 자식을 위해서 그 정도도 못하냐고 큰 소리 치는 것이 한국의 현실입니다.
세계 최고의 갑부이면서 자신의 재산을 기부해 가난한 나라의 백신 개발 등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빌 게이츠는 “기업은 이윤추구와 함께 빈곤층의 삶을 개선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외치고 있습니다.
내 자식에게 금수저를 물려주기보다는 모두가 잘 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면 내 자식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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