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사] “출산 때 보다 더 아프다”는 대상포진, 72시간 이내 치료 받아야
대상포진에 걸리면 피부에 발진이나 수포 등이 나타나기 며칠 전부터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염좌, 추간판 탈출증(디스크), 담, 담석이나 결석, 협심증 등 엉뚱한 질환으로 오인되기도 한다.[중앙포토]
주부 구모(59ㆍ경기 성남시)씨는 지난해 이맘때쯤 대상포진에 걸려 고생을 했다. 배와 등, 팔뚝에 심한 통증이 생기더니 붉은색 물집이 돋아다니 시작했다. 아이 결혼식 등 집안 행사가 겹쳐 두어달 무리를 했더니 생긴 일이다. 구씨는 다행히 일찍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고 큰 후유증 없이 한달여 만에 완치됐다. 구씨는 “옷을 갈아입으려 하는데 셔츠에 몸이 닿기만 해도 칼에 밴 것처럼 쓰라리고 아팠다. 먼저 대상포진 앓은 친구들이 ‘애 낳을 때 보다 더 아프다’고 해서 과장도 심하게 한다 생각했는데 걸려보니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 말했다.
구씨처럼 50대 이상 여성이 대상포진으로 가장 많이 진료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활용해 2014~2018년 대상포진 진료 환자를 분석한 결과를 1일 공개했다.
대상포진은 피부의 한 곳에 통증과 함께 발진과 수포들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수두를 유발하는 수두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일으킨다. 어린시절 수두,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유입된 뒤 몸 안의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진 시기에 신경을 타고 올라와 띠모양의 물집이 무리지어 발생한다. 과거 수두를 앓았거나 수두 예방접종을 한 사람이 주로 걸린다. 피부에 발진 수포 등이 나타나기 며칠 전부터 심한 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염좌, 추간판 탈출증(디스크), 담, 담석이나 결석, 협심증 등 엉뚱한 질환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2018년 대상포진으로 진료받은 환자 72만명 중 남성은 전체 환자의 39%(28만명), 여성은 전체환자의 61%(44만명)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1.6배 많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50대 환자(17만 7000명, 24.5%)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 60대(15만 3000명, 21.1%), 40대(11만 3000명, 15.7%)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50대가 11만 5000명(26.2%)으로 가장 많이 진료를 받았고, 60대(9만 5000명, 21.5%), 40대(6만 7000명,15.3%) 순으로 나타났다. 남성도 50대>60대>40대 순으로 남녀 모두 중장년층(40~60대)에서 많은 진료를 받았다.
대상포진은 젊은층에게서도 많이 생긴다. 20대는 4만 3000명(6%), 30대는 8만 4000명(12%)이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 젊은 층의 대상포진 진료인원도 전체 환자의 약 18%를 차지한다. 또 인구 10만명당 진료인원 연평균 증가율은 30대가 4.0%로 가장 높았고, 그 뒤로 40대가 3.6%로 나타나 최근 30~40대의 대상포진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정구 건강보험 일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대상포진 질환의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1.6배 이상 많은 원인에 대해 “여성의 면역력이 남성에 비해 약하거나, 아플 때 병원을 찾는 비율이 여성들이 높아서 남성보다 환자가 더 많이 나왔을 가능성이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50대 이상 환자가 많은 원인에 대해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체력이 떨어지고 암이나 당뇨병 같은 면역력 저하를 일으키는 만성질환도 늘어나면서 대상포진 환자도 같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대상포진 환자는 요즘처럼 무더위가 심한 7~8월에 많이 발생한다. 2014년~2018년 대상포진 월별 평균 진료인원 추이를 보면, 매년 7월~8월에 진료인원이 다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더위로 체력,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대상포진 환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상포진에 걸리면 72시간 내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대상포진에 걸리면 물집 등 피부 병변이 나오기 며칠 전부터 몸의 한쪽 편 피부가 가렵거나 저리고 쏘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이후 띠 모양으로 발진이나 물집이 생기고 딱지가 앉게 됩니다. 이러한 피부 병변은 2~4주 지나면 나아진다. 하지만 통증은 신경손상과 신경 전달 체계의 교란에 의해 점점 심해지게 죈다. 찌르는 듯, 전기가 오는 듯한, 화끈거리는 듯한 통증이 시간이 지나면서 옷깃만 스치거나 바람만 닿아도 아픈 신경통으로 발전한다. 또 대상포진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서 뇌수막염, 실명, 안면마비, 청력 손실, 근력 저하 같은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적절한 치료를 한 경우 통증은 피부 병변이 생긴 지 대개 1,2개월 지나서 사라지게 된다.
일부에서는 3~4개월이 지나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 신경 손상과 지속적인 통증 신호 자극에 의해 통증 전달체계에 이상이 생긴 경우다. 이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고 하는데 통증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따라서 발진이나 수포 등 피부 증상이 나온 뒤 3일 이내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는게 좋다.
일산병원 조 교수는 “대상포진을 예방하려면 우리 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고, 적당한 운동을 통해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며 “예방백신은 50세 이상 혹은 면역력 저하가 있는 경우에 접종 대상이 됩니다. 접종을 하게 되면 예방 효과가 있고, 대상포진이 발생하더라도 증상이 경미하게 되며,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진행 가능성을 줄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에스더 기자
[중앙일보 2019년 8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