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엔지니어/주간 뉴스 레터

인도네시아 여행-센툴 트레킹

행복 기술자 2023. 2. 9. 07:00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30 호)

 

【 인도네시아 여행-센툴 트레킹 】

 

한국에서 한참 트레킹에 맛을 들여가던 참에 갑자기 인도네시아로 오게 되자 아쉬움이 많았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 도착하자마자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는가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도 했다. 한국이 한창 둘레길 등 트레킹 코스를 만드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데 반해 아직 인도네시아에서는 트레킹 코스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인도네시아는 아직 트레킹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소득 수준이 높아지지 않았고, 일부 그 정도의 소득 수준이 되는 사람들은 골프 등 다른 운동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득 수준 외에 인도네시아의 지형적인 요인도 트레킹 코스가 적은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았다. 예를 들어 한국은 어딜 가나 주위에 야트막한 산이라도 있는데 반해, 내가 살고 있는 자카르타 인근은 평지가 많고 산이 없어서 트레킹을 하려면 1~2시간 정도 차를 타고 보고르 인근 센툴로 가야 한다. 센툴에는 700미터 급 야트막한 산부터 고도 3,000미터인 그눙 그데(Genung Gede)까지 다양한 높이의 산들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 물론 내가 사는 동네에도 숲은 있지만, 인도네시아의 마을 개발 방식에 따라 이런 숲과 동네는 철저히 분리되어 있어서 숲속을 걷는 것은 아직까지는 불가능하다. 아마도 숲속에는 열대 해충이 많이 있고, 현지인들과의 접촉 빈도가 높아지면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숲속의 트레킹 코스 개발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센툴 지역에 가면 트레킹을 할 수 있다는 정보는 파악했지만, 트레킹 코스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던 차에 ‘인니 오름’ 밴드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다. 인니 오름은 한 달에 한 번 정기산행을 진행하고, 높은 산도 가끔 다니고 있어서 밴드를 열어보자마자 바로 가입을 했다. 가입하자마자 인니 오름에서 7월 3일에 센툴 트레킹을 한다는 공지가 떠 있어서 무조건 참석 신청을 했다. 인도네시아에 입국한 게 6월 8일이니 한 달도 채 안 되어 트레킹을 하게 된 것이었다. 내가 트레킹을 한다는 얘기를 하자 직장 동료들도 “인도네시아에 온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어떻게 트레킹을 갈 수 있느냐?”라면서 놀라워했다.

물론 내가 스스로 인도네시아의 트레킹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실행에 옮기려면 몇 달 아니 몇 년이 걸렸을 수도 있었지만 인니 오름이라는 기존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그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또 내 경험으로 봤을 때 산을 좋아하고, 산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개방적이고 남모르는 타인에게도 개방적이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거리낌 없이 인니오름 밴드에 가입했고, 그 후에 이 밴드에서 활동하면서 내 직감이 맞았다는 것을 더욱 더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인니오름 밴드에 참석 신청을 하고 트레킹 출발일이 다가오는데도 더 이상 참석 신청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밴드 말고 다른 곳에 신청을 하는 곳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더니 실제로 정기 산행 참석 신청자가 내가 유일하였다. 참석 신청 마감을 하고나서 벤드 운영자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단둘만이라도 트레킹을 하자는 것이었다. 나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그러자고 대답하고 실제로 그날 둘이서 트레킹을 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단둘이서 처음 가보는 트레킹 코스를 걷는 경험은 난생 처음이었다. 다행히도 밴드 운영자가 상당히 사교적이라 트레킹을 유쾌하게 할 수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까라와찌에서 트레킹 출발 지점까지는 안 막히는 경우 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막히면 몇 시간 걸릴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집에서 출발 지점까지 가기 위해서는 자카르타 외곽을 통과해야 하는데, 주말에는 차가 많으니 새벽 4시 반에 출발해서 출발지점인 축사에 6시경에 도착한 다음에 바로 산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여기서 축사라는 명칭은 소를 키우는 축사가 있어서 밴드에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라고 했다. 출발 지점에 도착하자 날이 밝아서 걷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고, 사람도 별로 없고, 기온도 비교적 서늘하고, 햇빛도 없어서 ‘왜 새벽에 출발하자’고 했는지 이해가 됐다.

 

출발 지점인 축사는 해발 800미터 정도에 위치해 있는데, 트레킹을 시작하자마자 가파른 길이 시작되었다. 100미터 정도 가파른 길을 오르자 그 다음부터는 완만한 길이 이어졌다. 한국의 트레킹 길과 다른 점은 길이 잘 정비가 되어 있지 않고, 숲길이 아닌 산기슭을 따라 난 길을 따라 걷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만약 햇빛이 나면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그날은 다행스럽게도 날씨가 흐리고 새벽에 출발한 덕에 햇빛에 노출되지는 않았다. 문제는 그 전날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물웅덩이가 많고, 길바닥에 돌이 많아 울퉁불퉁해서 걷기가 힘들었다는 점이었다.

이번 트레킹은 최종 목적지인 찌사돈(Cisadon)이라는 마을(해발 1200미터)까지 왕복하는 것인데, 총 거리 14.6킬로미터에 5시간(실제 걸은 시간은 4시간 반, 30분 식사 시간) 걸렸다. 긴 시간 트레킹을 하면서 점심 도시락을 싸가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중간에 깔끔하고 맛난 현지 음식을 파는 휴게소가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출발 지점에서 1시간 정도 걸으면 나타나는 뿜부르(Pemburu)라는 곳으로 우리는 내려오다가 이곳에 들러 아점을 먹었다. 이 휴게소는 나중에 인니밴드에서 주관한 캠핑 장소이기도 해서 자주 들르는 곳이 되었다. 인도네시아에 온 후 8개월 동안 캠핑을 포함해서 이 코스로 3번 트레킹을 했고, Pencar-Kencana(쁜짜르-끈짜나) 코스로 한 번 트레킹을 했다.

 

쁜짜르-끈짜나 코스의 경우에는 트레킹을 마치고 한국의 계곡을 닮은 계곡에서 휴식을 취하고, 온천(Tirta)에서 온천욕도 하고, 맛있는 바비큐 파티도 했다. 축사에서 찌사돈까지의 트레킹 코스가 가족 위주의 평범한 코스라고 한다면 쁜짜르-끈짜나 코스는 800미터 급인 산을 두 번이나 오르고 길이도 길어 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산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한국 사람들 중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이 코스를 많이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도 골프를 하는 대신에 이런 산에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직 이 코스는 한 번밖에 오르지 못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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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진: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인도네시아 트레킹-센툴 트레킹 (tistory.com)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인도네시아 센툴 Pancar-Kencana 트레킹 (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