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해야 하는 진짜 이유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395 호)
【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해야 하는 진짜 이유 】
이번 뉴스레터는 에너지경제신문에 게재된 제 칼럼으로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내용입니다.
에어컨을 켜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무더위가 계속 되면서 전기요금 폭탄을 맞게 된 서민들의 이유 있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권, 감사원, 심지어 당사자인 한전까지도 누진제 체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데 반해, 왜 유독 전기요금 결정권이 있는 산자부만은 현행 전기요금 누진제를 고칠 필요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을까요?
그 이유는 현행 전기요금체계가 가정보다는 산업계를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산업계를 뒷받침하여 경제발전을 견인해야 하는 산자부로서는 현행 전기요금체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당연한 입장일 것입니다.
만약 전기 요금 누진 체계가 바뀌어 전기 요금 수입이 줄어든다고 하면 그만큼 산업용 전기 요금을 올려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은 곧 기업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이는 다시 산자부에 대한 질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또 현재 비정상적으로 낮은 연료 단가 덕분에 한전이 이익을 내고 있지만, 갑작스럽게 연료 단가가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우 한전의 적자를 보전하려면 다시 전기 요금을 올려야하는데, 그런 위험 부담을 덜기 위해서도 현행 전기 요금 체계를 유지하기 원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현형 전기 요금 체계가 고유가 시대에 가정용 전기 사용을 억제하고, 산업계의 피해는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현행 전기 요금 체계는 일반 국민들을 희생하여 기업을 살리는 것이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익이라는 발상에 근거하여 만들어졌습니다.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높은 전기요금을 부담해야 낮은 전기 요금을 부담하는 기업이 경쟁력이 커져 수출이 많이 되면서 경제 성장이 되고, 결국 그 혜택이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는 논리지만 이런 논리는 더 이상 유효하지가 않습니다.
과거 초기 산업화 시대에는 기업의 생산 활동에서 노동 기여율이 높았기 때문에, 기업이 성장해야 고용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일반 국민들의 수입이 따라서 올라가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의 생산 활동에서 차지하는 고용 기여율이 낮아서 기업의 성장에 따른 과실이 노동자보다는 자본가에게 가는 비율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칫 현행 전기 요금 누진 체계가 일반 국민들의 희생만을 강요하고, 그 과실은 자본가에게 안기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산자부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기료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제는 기업들이 부당하게 낮은 전기료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시대는 지났다는 점도 이해를 해야 합니다.
과거 아직 우리 산업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전에는 정부의 이런 배려가 도움이 되었겠지만,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 된 현 시점에서도 계속 이런 정책을 펼치는 것은 오히려 미래의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낮은 전기료에 기대어 연명하는 기업이 있다면 이런 기업은 과감히 도태되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전기료 누진제가 폐지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경제 성장의 요인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만들면 팔리는 공급 위주의 체제였기 때문에, 기업의 이익이 대부분 시설 투자 등 생산 활동에 재투자되었지만, 현재는 수요 위주의 경제 체제이기 때문에 기업은 아무리 이익이 많이 남아도 수요가 없는 한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전기요금을 낮추어 기업 이익이 올라가도록 해주더라도 그 이익이 재투자될 확률이 낮습니다.
반면에 서민층의 전기요금을 낮춰주면 그 만큼 소비가 늘어나고, 그 늘어난 소비를 겨냥해서 기업이 투자를 하게 됩니다.
만약 소비가 늘어났는데도, 전기요금 부담이 커서 이익이 많이 남지 않아도 기업은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를 합니다.
더욱이 요즘은 초저금리 시대가 아닌가. 결국 서민용 전기요금을 올리면 수요가 위축되어 기업 생산 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에 의해 생긴 기업 이익은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영자나 주주들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더 나아가 미국에서 이미 문제를 제기했듯이 가정용 전기 요금과 산업용 전기 요금의 차이가 클 경우, 싼 전기요금이 자칫 FTA에서 금지하고 있는 보조금으로 간주될 수 있는 위험성도 있습니다.
이 문제가 통상 마찰로 이어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들과 국민들이 떠안아야합니다.
따라서 정부(산자부)는 시대적 변화를 인식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민과 기업을 모두 살릴 수 있는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행복한 미래를 여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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