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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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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울림’ 이명에 대처하는 자세

정상인 90%가 한 번쯤 경험
청각 신경계의 오류로 발생  
약물치료만으로 낫긴 어려워 

 

우리 신체의 감각기관은 가끔 오작동을 일으킨다.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기도 하지만, 지속하고 깊어지면 심신에 악영향을 미친다. 우울·불안으로 번지기도 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주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명(耳鳴·귀울림)이 그렇다. 정상인의 90%가 한 번쯤 경험하는 증상이지만 이로 인해 진료받는 인원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10년 28만389명이었던 환자 수는 2015년 30만9145명, 2022년 34만3704명으로 늘었다.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사소해 보이지만 일상을 괴롭히는 증상, 이명에 대해 알아봤다.

 

 

이명은 말 그대로 귓속에서 소리가 울리는 증상이다. 실제 물리적으로 소리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소리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엄밀히 말하면 질환은 아니다. 보통 이명이라고 하면 가장 흔한 ‘감각 신경성 이명’을 말하는데, 청각 신경계의 오류로 생긴다. 우선 소리가 귓속으로 들어오면 달팽이관에 있는 수천 개의 세포가 반응해 청각 정보를 뇌의 청각 영역으로 전달하게 된다. 근데 난청이나 특정 질환으로 청각 정보에 불균형이 생기면 평소 신호를 못 받는 세포가 소리의 발생과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일하면서 신호를 보내게 되고 뇌가 이를 소리로 인식한다. 한림대성심병원 이비인후과 이효정 교수는 “감각 신경성 이명이 가장 흔한 이명의 종류”라며 “열심히 일하려는 세포가 혼자서 일하는 부분이 생겨 발생하는 오류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계속 들리나? 신경 쓸수록 더 악화

이명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은 다양하다. 종양이 생긴 부위에 따라 뇌종양이 이명을 동반하기도 하고 중이염, 메니에르병 등 귓병, 갑상샘 등 호르몬 관련 질환, 고혈압·당뇨병, 난청 등도 원인이 된다. 이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원인 질환은 난청이다. 길병원 이비인후과 이주형 교수는 “이명으로 내원하는 환자를 보면 난청을 동반한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인구 고령화도 환자 증가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래서 병원에서도 이명 환자에게 기본적으로 청각(난청) 검사를 한다. 실제로 이명 환자 10명 중 8명이 난청 진단을 받는다.

이명은 실제 발생하지 않은 소리를 듣는다는 점에서 환청과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르다. 환청은 정신의학적 이상으로 인해 실재하지 않는 소리를 듣는 것을 말한다. 말소리 등 언어적인 경우가 많다. 반면에 이명은 비언어적 소리에 국한된다. 환자들은 ‘벌레 우는 소리’ ‘기계음’ ‘바람 소리’ ‘사이렌 소리’ ‘삐 소리’ 등으로 표현한다. 증상은 주위가 조용할수록 심해진다. 그래서 밤, 잠들기 전에 가장 심하다.

이명은 집착이 더욱 키우는 병이다. 집중할수록 악화한다. 계속 들리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안 좋은 습관이다. 너무 신경 쓰면 오류 반응이 더 강화한다.

백색소음·ASMR이 도움될 수도

치료는 원인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난청이 있다면 청각 치료가 필수다. 돌발성 난청이라면 스테로이드 치료가 효과적이다. 경구약으로 먹거나 직접 귓속에 스테로이드를 주사하는 방식으로 난청을 치료한다.

난청 치료와 함께 소리 치료가 이뤄진다. 집중하면 중요한 소리로 인식해 악화하는 점을 역으로 이용하는 개념이다. 이명으로 느끼는 소리보다 약간 작은 소음을 주변에 잔잔하게 깔아줌으로써 이명에 집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명을 중요하지 않은 소리로 인식해 오류 반응이 억제된다. 라디오 소리, 음악 소리, 가습기나 공기청정기 등의 기계음 등 주변 환경음이 활용된다. 귀에 꽂고 다니는 소리발생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난청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소리발생기 옵션이 있는 보청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빗소리 등 백색소음이나 ASMR도 도움된다. 이효정 교수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이명보다 조금 작은 소리에 노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아쉽게도 약물치료만으로 이명이 좋아지긴 어렵다. 약물치료는 우울감, 불면증 등 이명으로 인한 동반 증상을 가라앉히는 보조적인 목적으로 이뤄진다. 이들 증상은 이명을 더욱 악화시킨다. 이효정 교수는 “이명은 잘 치료하면 얼마든지 사라진다”며 “따라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중앙일보 2024년 1월 28일]

장시간 근육운동, 혈류 급격 방출
다이어트약 남용해도 기능 저하
유산소 운동, 수분 섭취 늘려야 

 

오늘도 200L 분량의 혈액을 쉴 틈 없이 걸러내다 보니 하루가 저물었네요. 핏속에 노폐물이 무척 많아 고단한 날이었습니다. 참,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여러분의 믿음직한 여과기로서 체내 환경을 깨끗이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콩팥’입니다.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를 걸러내 폐기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 화려하진 않은 직업이나 누군가는 묵묵히 해야 하는 일이지요. 그런데 요즘, 나이가 상대적으로 젊은데도 골골거리는 콩팥 동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무리하게 운동하거나 극단적으로 체중을 감량하려 하고, 진통제를 무심코 남용하는 습관이 문제입니다. 사소해 보이나 절대 사소하지 않은 나쁜 습관 탓에 콩팥이 기능을 잃어 투석 치료를 받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제 수명이 단축되면 다른 장기들도 도미노처럼 망가집니다. 나이가 젊다고 방심해선 안 돼요. 가능성이 희박한 이야기 같으나 생각보다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지금부터 깨끗한 물 한잔 들이키고 여러분의 콩팥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해 주세요. 그리고 성인 주먹만 한 크기의 콩팥이 당면한 위기에 관해 귀 기울여 주세요.

콩팥 망가지는 사소한 습관

근육 녹도록 무리한 운동

 

체육관을 두 번째 집인 듯 여기고 열심히 운동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우선 땀 흘리며 운동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유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제는 간혹 격렬한 실내 자전거 운동인 스피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근육이 녹아버릴 정도로, 장시간 급격히 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과한 운동은 콩팥에 심한 위협인 ‘횡문근융해증’을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횡문근은 주로 움직이는 관절 주위에 있는 가로무늬의 근섬유입니다. 무리한 근육 운동을 해 횡문근이 빠르게 분해돼 녹아내리면 수많은 물질이 혈류로 급격히 방출됩니다. 이 중 하나가 근육에 색을 부여하는 미오글로빈이란 단백질입니다. 엄청난 양의 미오글로빈을 포함한 혈류가 콩팥으로 이동하면 여과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립니다. 마치 수많은 콘서트 관람객이 작은 문 하나를 통해 이동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여과 장치가 막히면 콩팥에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가해집니다. 미오글로빈이 오래 정체돼 있으면 콩팥이 급격히 손상돼 기능이 뚝 떨어지고 급성 신부전까지 올 수 있어요. 실제로 스피닝 등 실내 운동과 관련한 우리나라의 횡문근융해증 발병 환자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이들의 평균 연령은 25.7세였고, 이 중 15.3%가 신부전을 보였습니다.

한계를 뛰어넘으며 천하무적이라는 느낌에 매일같이 체육관의 영웅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근육 운동은 적절한 유산소 운동과 함께 해주세요. 처음부터 과격하게 하지 말고, 점진적으로 강도와 시간을 늘리기를 권합니다. 운동 시 적절한 수분 섭취는 필수랍니다.

 

 

장기간 습관적인 진통제 복용

 

신들의 왕인 제우스도 극심한 두통을 견디다 못해 프로메테우스에게 자신의 머리를 도끼로 쪼개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다행히 현대인에겐 진통제라는 손쉬운 방법이 있지요. 요즘처럼 추운 겨울엔 감기로 인한 두통이나 근육이 긴장해 발생한 근육통으로 진통제를 찾는 사람이 더 많아집니다. 성가신 두통과 근육통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문제는 너무나 손쉽게 진통제를 쓰다 보니, 오남용이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굳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진통제를 마구마구 쓰는 습관은 콩팥의 수명을 갉아먹습니다. 예컨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 계열의 약은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효소를 억제함으로써 작용합니다. 프로스타글란딘은 콩팥으로 가는 혈류를 촉진하고 전해질 균형에 도움을 주는 물질입니다. 이 효소가 장기간의 약물 오남용으로 억제되면 콩팥으로 가는 혈류가 줄고 탈수 위험이 커지며 전해질이 불균형해져 콩팥이 망가집니다.

과거에는 진통제 과다로 인한 콩팥 질환 문제가 주로 노인에게서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서는 젊은 환자, 두통 환자에게 진통제 남용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보고됩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진통제 오남용으로 인한 콩팥 기능 저하와 투석 환자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진통제를 복용해야 하면 주의사항을 읽고 권장량을 따르세요. 약에 손을 뻗기 전에 그것이 정말 필요한지 한 번 더 생각해볼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드립니다. 적당한 수분 공급과 영양이 풍부한 식사, 가벼운 운동을 통해 몸이 자연스럽게 불편함을 극복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간단하고 건전한 접근 방식이 가장 효과적일 때가 있답니다.

 

원푸드 다이어트로 체중 감량

 

고기나 채식만 먹는 원푸드 다이어트로 체중 감량을 자주 시도하고, 다이어트 약물과 변비약을 남용하는 분을 흔히 봅니다. 젊은 여성들에게서 콩팥이 나빠지는 주요 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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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류의 살코기만을 주식으로 2~3주 이상 섭취하는 이른바 황제 다이어트는 혈중 요독 수치를 병적으로 높입니다. 단백질이 분해되면 요소·암모니아를 포함한 노폐물이 생성되기 때문입니다. 제 작업량에 과부하가 걸리고, 거름망 역할을 하는 모세혈관인 사구체 내 압력이 높아져 손상을 유발합니다. 반대로 야채만 섭취하는 다이어트는 혈중 단백질이 심하게 부족해져 근육 소실뿐 아니라 장기 기능에도 장애를 유발합니다. 기본적인 건강과 기능 유지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합니다.

살을 뺀다며 변비약과 다이어트 약을 남용하는 습관 역시 사소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강력히 말씀드립니다.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일부 다이어트 약은 혈압과 심박수를 상승시켜 콩팥 기능 저하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여기에 더해 변비약을 체중 감량 목적으로 오남용하면 콩팥의 여과 기능에 혼란을 가져옵니다. 변비로 탈수증이 심해지면 콩팥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해 노폐물을 효과적으로 걸러내기 어렵습니다. 칼륨·나트륨 같은 전해질이 불균형해져 피로해지고, 부정맥(심장의 전기 신호 이상)을 일으키는 결과도 불러옵니다. 여러분의 콩팥이 직무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도록 건강한 습관과 신중한 약물 사용, 꼭 기억해 주세요.

콩팥 살리려면 기억하세요

 
소변 검사 결과 놓치지 않기
 
소변에서 단백질이 정상 이상으로 나오는 단백뇨는 콩팥이 손상됐음을 나타내는 조기 지표다. 정기적인 소변 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소변 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지내다 만성 신부전증으로 진행돼서야 병원을 찾는 환자가 있다. 특히 자가 면역 반응이 주원인인 대부분의 사구체(여과기 역할의 모세혈관 덩어리) 질환은 20~30대에 발생하는데, 상대적으로 연령이 젊어 검진 결과를 소홀히 하다 진단, 치료가 늦어지기도 한다.

 

당뇨·고혈압·가족력 챙기기

 

만성 콩팥병의 흔한 원인은 당뇨병·고혈압이다. 말기 신부전으로 투석받는 환자의 70%가량은 당뇨병·고혈압 환자다. 만성질환을 철저히 관리해야 콩팥 기능이 나빠지는 속도를 늦춘다. 콩팥병 가족력이 있으면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인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콩팥에 물혹이 생겨 기능이 저하되는 ‘다낭성 신장 질환’은 가장 흔한 유전성 콩팥병이다. 자녀에게 50% 확률로 유전된다. 40~50대에 콩팥 기능이 10% 이하로 떨어진 상태에서 발견돼 바로 투석을 받기도 한다.

 

환자는 채소 잘게 잘라 데치기

 

콩팥 건강이 안 좋을 땐 병의 진행과 환자 상태에 따라 칼륨·단백질 섭취를 제한하거나 줄이는 것이 도움된다. 고단백 식이는 대사 과정에서 노폐물을 많이 만들어내므로 콩팥에 부담을 준다. 또 콩팥병 환자는 소변으로 배출되는 칼륨양이 감소해 혈중 칼륨 농도가 높다. 칼륨은 생채소나 과일에 많이 들었다. 껍질을 벗기고, 채를 썰거나 작게 잘라 물에 충분히 헹구거나 데쳐서 먹는 게 좋다. 다만 만성 콩팥병이어도 저칼륨혈증이 있는 경우가 있다. 환자의 칼륨 수치와 평소 식단을 의료진과 분석한 뒤 이에 맞는 식사를 해야 한다.

※위 기사는 대전성모병원 신장내과 장윤경 교수가 투석 환자를 치료하며 경험한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콩팥의 목소리를 통해 재구성한 것이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중앙일보 2024년 1월 28일]

방치하면 안 되는 위급한 증상들

뇌동맥류 파열되면 벼락 두통 느껴
흉골 중앙부 통증, 심근경색 가능성
담낭염 한번 발생하면 절제술 필요

현대인은 수시로 크고 작은 통증에 시달린다. 특히 일상에서 두통·흉통·복통은 흔히 겪는 증상이다. 대부분 진통제를 먹거나 휴식을 취하면 잦아든다. 그러나 때에 따라선 응급 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평소 느껴 보지 못한 통증인데도 가벼운 질환으로 오인하거나 민간요법에 기대다 화를 입을 수 있다. 통증의 정도와 양상, 동반 증상을 살펴 위급한 질환이라고 판단되면 연휴라도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에 갈 수 있도록 조치하자.

 

뇌 질환이 원인인 두통

 

두통은 누구나 흔히 겪는 증상이다. 두통이 오면 병원에 가기보다 상비약을 먹거나 약국을 찾아 그때그때 통증을 가라앉힌다. 하지만 통증이 극심하고 평소와 다른 양상이라면 몸에 문제가 생겼단 신호일 수 있다. 뇌동맥류 파열이 대표적이다. 뇌동맥류는 뇌동맥이 갈라지는 부위의 혈관 벽이 약해지면서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혈관 내 새로운 공간을 형성하는 경우다.

 

뇌동맥류가 파열돼 출혈이 생기면 대부분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듯한 벼락 두통을 호소한다. 이와 함께 메스꺼움과 구토를 동반하기 쉽다. 파열성 뇌동맥류는 약 15%가 병원 도착 전에 사망할 만큼 치명적이므로 의심할 만한 증상이 있다면 곧바로 응급실을 찾도록 한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이성호 교수는 “당장 치료가 필요한 아주 위험한 뇌동맥류는 이미 파열이 일어난 경우”라며 “이때 나타난 두통은 일생에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통증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보통 무증상이지만 간혹 크기가 커지거나 모양이 변하면 주변 뇌와 뇌 신경을 눌러 한쪽 눈이 안 떠지는 안검하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편측 안면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뇌졸중의 대표적인 징후 역시 두통이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터져 출혈이 발생하는 뇌출혈과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을 합쳐 부르는 말이다. 뇌혈관 속에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극심한 두통과 갑자기 걷거나 균형 잡기 힘들 만큼 빙빙 도는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이때 안면 마비나 편측 마비, 언어장애가 함께 올 수 있다. 뇌졸중 증상은 아프다가 점점 심해지기보다 갑작스럽게 오는 편이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우호걸 교수는 “증상이 잠시 나타났다가 회복하는 경우 미니 뇌졸중이라고 불리는 일과성 허혈 발작일 수 있다”며 “뇌졸중의 전조 증상으로 48시간 이내 50%가 재발하므로 돌아왔다고 방심하지 말고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두통이 수일 또는 수주에 걸쳐 점차 심해지거나 양상이 이전과 다르게 변한 경우 ▶진통제를 복용해도 호전이 없는 경우 ▶구역·구토, 의식 소실이나 발작을 동반한 경우 ▶50세 이후 처음으로 두통이 시작된 경우라면 병원을 찾아 원인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심혈관 문제로 인한 흉통

 

일상에서 가슴 통증을 이따금 느끼는 사람이 있다. 통증의 위치를 정확하게 꼽기 어렵다 보니 급체로 오인해 손가락을 따거나 진통제만 먹고 버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근데 일부 흉통은 심근경색과 협심증에 따른 증상일 수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심장 근육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혈관을 관상동맥이라고 한다. 이 혈관이 좁아지거나 갑자기 수축해 심장 근육에 충분한 혈액과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 협착이 만성으로 진행하면 협심증, 급성이면 심근경색이다.

협심증은 일상생활보다 빨리 걷거나 뛸 때, 계단이나 언덕을 오를 때, 무거운 물건을 드는 활동을 할 때 주로 증상이 발생한다. 즉 심장 근육에 더 많은 산소와 혈액 공급이 필요한 상태에서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흉통이 가슴 정중앙이나 왼쪽에서 발생하는 게 특징적이다. 대개 ‘뻐근하다’ ‘쪼이는 것 같다’ ‘무거운 것에 눌리는 것 같다’는 식으로 표현한다. 최소 1분 이상 10분 이내로 흉통이 지속하고 안정을 취하면 호전되는 양상을 보인다.

 

반면에 심근경색은 운동 시 주로 흉통이 발생하는 협심증과 달리 안정 시에도 극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혈전이 관상동맥을 막아 혈류가 차단된 결과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통증이라고들 한다. 흉골 중앙부 깊은 곳이 가장 흔한 통증 위치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심장내과 김병규 교수는 “난생처음 느껴 보는 20~30분 이상 지속하는 극심한 흉통이 있을 땐 급성 심근경색 가능성이 있으니 빨리 응급실로 가야 한다”며 “심한 경우 혈압이 떨어지면서 어지러움, 구토, 의식 저하, 심장마비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때론 가슴 통증과 함께 목이 조이는 듯하거나 아래턱이 아프고 왼팔 안쪽으로 통증이 뻗치는 방사통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입원·수술 치료 필요한 복통

 

보통 배가 아프면 ‘먹은 음식이 소화가 안 되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하고 만다. 그러나 복통도 마냥 가벼운 증세로만 인식하면 안 된다. 배꼽 근처 복부 중간에서 시작해 오른쪽 아래 부위로 통증이 이동하는 느낌이라면 급성 충수염(맹장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어쩔 땐 우측 옆구리가 아프기도 하다.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치료할 수 있지만 터지면 복부 내 장기가 감염되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조기 진단이 필수다. 통증이 시작되면 구토를 하거나 식욕이 없어지며 열이 날 수 있다. 특히 충수염은 소아·청소년에서 발생 비율이 높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주로 명치와 오른쪽 윗배가 아픈데 오른쪽 날개뼈 아래나 어깨 쪽까지 통증이 퍼지고 통증이 1~4시간가량 지속한다면 급성 담낭염일 수 있다. 담낭염의 전형적인 통증인 ‘담도산통’인 경우다. 담낭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저장하고 식사 후 담즙을 배출해 소화를 돕는 기관이다. 담즙이 배출되는 길목이 여러 이유로 정체하거나 막히면 담낭에 염증과 세균 증식이 발생한다. 담낭염을 수술하지 않으면 당장은 증상이 완화하더라도 25% 이상에서 재발하므로 한 번 발생했다면 절제술을 시행하는 게 좋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신일상 교수는 “무엇보다 오른쪽 윗배에 담도산통이 느껴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빨리 병원에서 검사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말연시, 연휴처럼 과음·과식이 반복되는 시기엔 급성 췌장염을 염두에 둬야 한다. 췌장에 염증이 생긴 질환으로 급성의 경우 과도한 음주와 담석, 고중성지방혈증 때문에 많이 발생한다. 췌장 내에서 활성화된 소화효소가 췌장과 주변 조직을 공격하면 부종·출혈·괴사가 일어나고 전신 염증 반응과 다발성 장기부전까지 유발할 수 있다.

급성 췌장염이 발생하면 대부분 극심한 상복부 통증을 호소한다. 췌장은 복막 뒤에 있는 후복막 장기다. 따라서 똑바로 누웠을 때 통증이 심하고 앉거나 몸을 앞으로 숙일수록 등과 복부 사이 공간이 넓어져 통증이 완화하는 특징이 있다. 통증이 시작되고 30분 이내에 통증의 강도가 세지며 호전 없이 수시간에서 수일간 지속한다. 이 밖에도 염증 반응에 따른 발열과 오한, 오심·구토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중앙일보 2024년 2월 3일]

탈모 유전적 요인 크지만
진행 속도는 늦출 수 있어
탈모인일수록 두피 청결 신경 써야
배수구에 머리카락이 많이 쌓인 것만 같은 기분은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머리를 감다 깜짝 놀랐다. 배수구가 막힐 정도로 머리카락이 빠져 있어서다. 이씨는 "머리를 자주 감는 게 탈모를 촉진하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며 "머리를 감으면서 떨어지는 한 가닥의 머리카락도 이젠 아깝다"고 털어놨다.
탈모는 더 이상 중장년층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21년 발표한 탈모증 환자의 진료 현황에 따르면 2020년 국내에서 탈모로 병원을 찾은 23만명 중 40%는 20·30세대로 나타났다.
 
탈모의 가장 주된 원인은 '유전'으로 꼽힌다. 모근의 탈모 유전자가 남성 호르몬과 결합해 발생한다는 것.
시중에는 각종 탈모 전용 샴푸와 탈모약 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탈모약의 경우 남성 호르몬의 생성을 적게 해 탈모의 진행을 방해하는 것일 뿐,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모발이식도 탈모를 벗어날 완벽한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모발이식술은 대개 유전적으로 잘 빠지지 않는 후두부의 모낭을 앞쪽 두피에 이식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새로운 머리카락을 두피에 심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자신이 갖고 있던 모낭을 옮기는 것.
 
 
모낭은 털을 만드는 피부 기관으로, 모근을 둘러싼 채로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문제는 이 모낭의 개수는 태어날 때 정해진다는 것이다. 없는 모낭을 새로 만들 수 없다는 의미다.
황 전문의는 하루 2번씩 머리 감을 것을 권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탈모 예방법으로 '머리를 자주 감을 것'을 추천했다. 수면 중 쌓인 피지를 제거할 수 있는 아침과 외부 오염물질이 쌓인 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 머리를 감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두피의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피지나 피부염증이 탈모를 촉진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머리를 감기 전 빗질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외출 후의 두피, 모발에 있는 각종 먼지와 오염물질을 일차적으로 거를 수 있다.
2018년 세계 모발이식학회장을 지낸 황성주 피부과 전문의는 "탈모인이 머리를 자주 감지 말아야 한다는 건 낭설"이라며 "탈모의 진행 속도를 하루라도 늦추기 위해서는 탈모의 외부적 요인을 최대한 막을 수 있는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본인도 20년 넘게 지키고 있다는 두피 관리법인 '2·2·2 샴푸 법'을 소개했다. 머리는 하루 두 번씩 감고, 거품은 2분 동안 내서 피지를 확실히 제거해야 하며, 2분 이상 헹궈 세제 잔여물이 두피에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황 전문의는 "일반적으로 하루 평균 60~100가닥의 머리카락이 빠지니 머리를 감는 주기가 길어질수록 머리가 더 많이 빠져 보이는 것일 뿐"이라며 "자주 머리를 감아 두피를 항상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2024년 1월 14일

무릎이 아프게 되면, 운동은커녕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게 된다. 하지만 운동을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그 통증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무릎이 아프게 되면, 운동은커녕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게 된다. 하지만 운동을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그 통증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우리는 매일 앉고, 걷고, 서는 등 평생에 걸쳐 무릎을 사용한다. 그만큼 우리의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릎 관절은 체중을 지탱해 주는 부위이기 때문에 쉽게 무리가 가고, 퇴행성 무릎 관절염도 발생하기 쉽다.

또 이렇게 손상된 관절 연골은 재생이 어렵기 때문에 한 번 생긴 관절염을 완치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럼 평생 아픈 무릎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걸까? 그렇지 않다. 무릎 관절염은 관리를 통해 통증을 조절하고 진행을 늦추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적절한 운동은 필수이다. 무릎이 아프다고 해서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이 위축돼 오히려 관절염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퇴행성 무릎 관절염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운동을 하지 않을 경우, 근력이 약화되고 무릎 부하가 증가되면서 더 큰 통증이 찾아오고 활동량이 더욱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사진=픽사베이]

심재앙 정형외과 교수는 "퇴행성 무릎 관절염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운동을 하지 않을 경우, 근력이 약화되고 무릎 부하가 증가되면서 더 큰 통증이 찾아오고 활동량이 더욱 감소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최근 방송된 EBS '귀하신 몸' '수술 전, 내 무릎 지키는 방법'에서는 공경식 건강 운동 관리사와 무릎관절의 부하를 줄이면서 근력은 키울 수 있는 '무릎 관절 강화 운동법'을 공개했다.

맨몸 데드리프트. [사진=EBS]

맨몸 데드리프트. [사진=EBS]

첫 번째 동작은 '맨몸 데드리프트'이다. 준비 자세는 바로 선 모습으로 양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발끝과 무릎을 앞을 향하도록 한다. 이후 가슴을 펴고 배에 힘을 준 채 손가락을 고관절에 대고 손가락을 안쪽으로 집어넣는다는 느낌으로 엉덩이를 뺀다. 그다음 손가락을 다시 앞으로 튕겨낸다고 생각하면서 일어나면 된다. 이때 발과 무릎은 수직을 유지하면서 고관절의 움직임만으로 동작을 수행해야 한다.

서서 무릎 펴기. [사진=EBS]

서서 무릎 펴기. [사진=EBS]

두 번째 동작은 '서서 무릎 펴기'다. 똑같이 바로 선 자세에서 한쪽 발을 반보 앞으로 빼준다. 앞쪽에 위치한 발뒤꿈치를 들었다가 무릎을 뒤로 당겨준다는 생각을 하면서 허벅지에 힘을 주어 뒤꿈치로 바닥을 눌러주면 된다. 이 동작 역시 발과 무릎이 보는 방향은 동일하게 앞으로 맞춰줘야 하며 무릎을 과도하게 힘줘 펴지 않아야 한다.

무릎 앞으로 들기. [사진=EBS]

무릎 앞으로 들기. [사진=EBS]

세 번째는 '무릎 앞으로 들기'다. 한쪽 손으로 벽이나 지팡이를 짚어주며 바로 선다. 지팡이를 짚은 쪽 반대 다리의 무릎 끝부분이 위로 올라간다고 생각하며 직각으로 다리를 들어준 뒤 다시 내려주면 된다. 이때 무릎이나 다리가 앞쪽으로 펴지거나 뒤쪽으로 말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다리 옆으로 들기. [사진=EBS]

다리 옆으로 들기. [사진=EBS]

마지막은 '다리 옆으로 들기'다. 위 동작과 마찬가지로 손으로 벽이나 지팡이 짚고 바르게 선 상태에서 지팡이를 짚은 쪽의 다리를 올라갈 수 있는 만큼 옆으로 들어준 뒤 제자리로 돌아온다. 동작을 수행할 땐 고관절이나 몸이 흐트러지지 않고 정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다리를 옆으로 들때 우리의 몸 앞쪽으로 나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신수정 기자 soojungsin@inews24.com

 

[아이뉴스24 2024년 1월 7일]

성인 77%가 음주...1회 소주 5~7잔이상
과음은 기억 사라지는 ‘블랙아웃’ 유발
65세미만 치매환자 10%가 알코올 원인
전두엽 손상되면 폭력성도 높아져
해결책은 금주...병원 치료프로그램도 도움


연말연시를 맞아 송년회, 신년회 등 다양한 모임이 많아지면서 평소보다 술 마실 기회가 부쩍 늘었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에 폭음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지만 과도한 음주는 뇌, 소화기, 뼈 등에 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76.9%가 음주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1회 평균 음주량은 남성이 소주 7잔이상, 여성이 소주 5잔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출처=픽사베이
 
술을 과하게 마시다 보면 흔히 ‘필름이 끊긴다’고 표현하는 블랙아웃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음주 중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은 알코올성 치매의 위험 신호 중 하나로,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 흔히 나타난다. 블랙아웃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는 뇌에 심각한 손상이 생겨 치매에 이를 수도 있다. 평소 블랙아웃을 자주 경험한다면 본인의 음주 습관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임재성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매는 기억, 언어, 판단력 등의 여러 인지기능이 후천적으로 떨어져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질환을 말하는데, 우리나라 65세 미만의 젊은 치매 환자 중 약 10%가 알코올성 치매”라며 “적절한 시기에 음주 습관을 교정하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픽사베이
 
알코올은 기억, 판단 등 사고과정을 매개하는 신경전달물질을 교란시키고 신경염증을 초래한다. 장기적으로는 신경세포를 사멸시키고 뇌 위축을 유발한다. 알코올에 의한 뇌 손상은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구조물을 변화시키는 것 외에도 소뇌·뇌간 손상에 따른 떨림, 보행 시 비틀거림, 안구운동장애 등을 일으킨다. 인지 저하가 진행되면 직업 활동과 사교 모임은 물론 간단한 집안일, 취미활동, 식사, 대소변 가리기 등 익숙하게 해오던 것들조차도 스스로 해낼 수 없게 된다.

성격이 바뀌는 것도 알코올성 치매의 대표 증상으로 꼽힌다.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기관인 전두엽이 손상될 경우 성격이 폭력적, 공격적, 충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 뇌 위축이 진행돼 비가역적 상태가 오기 전 치료를 실시해야 하는 이유다.

알코올성 치매가 의심되면 전문의를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받아야 한다. 특히 알코올 의존도가 높은 환자는 스스로 술을 끊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의료기관의 금주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알코올성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과음과 폭음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한나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충동 조절이 안되거나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의지·의욕이 사라지는 경우 등이 알코올성 치매의 신호”라며 “반드시 술을 끊는 것이 제1의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알코올성 치매가 진행됐다는 건 다른 장기에도 손상이 갔을 것이란 얘기기 때문에 일반 피 검사 등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알코올성 치매 환자가 조기에 금주를 시작하고 이를 1년이상 유지할 경우 단기 기억능력 등을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히 되찾을 수 있다. 이는 일반적인 알츠하이머병과 알코올성 치매가 다른 부분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치료 시기를 놓친 환자들이 많아 이들의 절반 이상이 인지 장애를 장기적, 영구적으로 앓고 있다.

심희진 기자(edge@mk.co.kr)

 

[매일경제 2023년 12월 31일]

똑똑한 뼈 건강 관리법

 

35세부터 골량 10년마다 3% 줄어
칼슘·비타민D 섭취해 건강 챙겨야
달리기·줄넘기·계단 오르기도 도움

성인의 몸에는 크고 작은 200여 개의 뼈가 있다. 이들 뼈는 우리 몸을 지탱하고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심장·폐 같은 장기를 보호하는 ‘방패’이자 칼슘·인 등을 저장하는 ‘창고’ 역할을 한다. 골수에서는 피를 만드는 기능까지 담당한다. 뼈에 이상이 생기면 각종 건강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고관절 골절로 움직임이 극도로 제한되면 혈전에 의한 폐렴, 욕창 등의 합병증이 생겨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겨울은 뼈 건강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시기다. 활동량 감소로 근골이 약해질 수 있는 데다 일조량이 줄면서 뼈 건강에 이로운 비타민D 합성량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에 곳곳에 생긴 빙판으로 골절 위험은 커진다. 어떻게 하면 건강한 뼈를 유지할 수 있을까.

 

 

식이 유제품·달걀노른자 등 섭취

튼튼한 뼈를 유지하는 핵심은 성년기에 골량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다. 뼈는 청소년기를 거쳐 30대 초기 성년기까지 최대 골량을 이루게 된다. 35세 무렵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총 골량이 서서히 줄기 시작해 10년마다 약 3%씩 감소한다. 적절한 영양 섭취로 18~30세에 골 질량을 늘려 놓으면 노년기 뼈가 쉽게 망가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칼슘과 비타민D 섭취는 뼈 건강에 이롭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1일 칼슘과 비타민D 권장 섭취량은 각각 700~800㎎, 10~15㎍이다. 칼슘의 경우 국내 성인 기준 하루 평균 섭취량이 약 500㎎으로 권장량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칼슘을 얻기 좋은 식품으로는 우유, 치즈·요구르트 같은 유제품, 멸치처럼 뼈째 먹는 생선, 두부, 녹색 채소류 등을 꼽을 수 있다. 보통 200mL 우유 한 컵이면 300㎎가량의 칼슘을 섭취할 수 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한양대국제병원 종합검진센터 박계영 교수는 “짠 음식과 탄산음료는 자제하는 게 좋다”며 “짠 음식은 소변으로 칼슘을 빠져나가게 만들고 탄산음료에는 인산염이 다량 함유돼 칼슘 흡수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비타민D는 햇빛을 받아 피부에서 생성되게 하거나 등푸른 생선, 달걀노른자, 버섯 등의 식품을 섭취해 채울 수 있다. 음식으로 충분하게 섭취하기 어렵다면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박 교수는 “칼슘과 비타민D 외에 인과 마그네슘, 비타민C 섭취도 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운동 계단 오르며 골질 개선

규칙적인 운동도 골밀도와 골질을 개선해 뼈 건강에 도움을 준다. 운동은 근육량과 균형 능력을 높여 뼈를 보호하고 낙상의 가능성을 줄여 골절도 예방해 준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운동 중에서도 자신의 체중을 이용해 뼈와 근육에 자극을 가하는 체중 부하 운동을 권한다. 빠르게 걷기, 가볍게 뛰기, 줄넘기, 계단 오르기 등이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전상현 교수는 “체중 부하 운동은 폐경 전에는 골밀도를 높여주고 폐경 후에는 골밀도 감소를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초기 운동량은 개인의 관절 상태나 심폐 지구력 등에 따라 정하고 점진적으로 그 양을 높여 나가도록 한다. 강도는 최대 맥박의 40~70% 정도를 유지하며 최소 20분 이상, 일주일에 3일 이상 운동한다.

체중 부하 운동과 함께 이뤄지는 근력 운동은 맨몸으로 하는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앉았다 일어서기, 요가 등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익숙해지면 기구를 이용하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고령자라면 준비운동과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정리 운동까지 모두 합쳐 1시간 정도 소요되도록 프로그램을 짜도록 한다.
일부 노년층은 골다공증을 예방하려 수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까지의 연구결과를 보면 수영이 골다공증 환자의 골밀도를 개선한다는 증거는 충분치 않다. 다만 전 교수는 “수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근력 강화, 성호르몬 활성화, 체내 혈액순환 개선으로 낙상을 예방하고 골밀도 감소를 늦출 수는 있다”고 했다.

 

검진 골밀도 검사 주기적으로 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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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밀도가 높을수록 뼈가 단단하고 낮을수록 충격을 받았을 때 골절 위험이 크다. 골밀도 검사를 하면 미리 본인의 뼈 상태를 확인해 이에 맞는 관리를 할 수 있다. 특히 폐경 이후 여성이나 노인 남성의 경우 뼈 손실이 급격하게 진행돼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으면 좋다. 가족력, 조기 폐경 같은 위험 인자가 있어도 마찬가지다. 박 교수는 “본인 키보다 낮은 높이에서 떨어졌는데 뼈가 부러졌거나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 저체중인 사람도 한 번쯤 검사를 받아 보면 좋다”고 설명했다.

흔히 사용하는 검사 방법은 이중에너지 방사선 흡수 계측법이다. 검사하고자 하는 부위를 에너지가 높은 방사선과 에너지가 낮은 방사선으로 두 번 촬영해 얻은 자료로 골밀도 수치를 계산한다.

결과는 T값과 Z값으로 표현된다. T값은 동일한 성별에서 젊은 성인 집단의 평균 골밀도와 비교해 표준편차로 나타낸 값이다. Z값은 같은 연령대의 골밀도 평균치와의 차이를 의미한다. T값이 -1.0이면 정상인보다 뼈의 양이 10~15% 감소했음을 뜻하고 -2.5 이하면 골다공증으로 진단한다. 소아·청소년이나 50세 이전 남성, 폐경 전 여성의 경우 Z값을 사용하는데 그 값이 -2.0 이하면 연령 기대치 이하의 골 감소로 구분한다. 현재 만 54세와 66세 여성은 국가건강검진을 통해 무료로 골밀도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골연화증 앓으면 근력 약화, 골다공증은 뼈 툭 부러져

 

골연화증

 

비타민D 부족 등으로 뼈에 칼슘과 인이 충분히 축적되지 못해 뼈가 연해지는 질환이다. 골연화증을 앓으면 근력이 약화하고 통증이 생길 수 있다. 통증은 보통 허리나 허벅지 대퇴부(넓적다리)에서 시작돼 전신으로 퍼진다. 양측에 대칭적으로 나타나고 병변이 생긴 뼈 부분을 손으로 누르면 아프다. 앉았다 일어날 때, 계단을 오를 때 힘들고 걸을 때 좌우로 흔들리는 등 불안정함을 느낄 수 있다. 비타민D의 단순 결핍이나 일광 부족으로 골연화증이 생겼다면 비타민D를 보충해 주는 식으로 치료한다.

 

골다공증

 

뼈의 강도가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부러질 수 있는 상태에 이르는 질환이다. 골절 같은 합병증이 동반되지 않으면 쉽게 알아차리기가 어려워 ‘소리 없는 뼈 도둑’이라 불린다. 오랫동안 증상 없이 진행되면서 키가 점점 줄어들거나 허리가 휠 수도 있다. 골다공증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가볍게 넘어지거나 ‘툭’ 부딪히기만 해도 뼈가 부러질 수 있다. 더욱이 고관절 골절 환자 중 남성은 21%, 여성은 15%가 1년 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의해야 한다. 골다공증 치료는 약물, 비약물 치료 등으로 나뉘며 약물치료에는 골 흡수 억제제, 골형성 촉진제 등을 사용한다.

(자료: 질병관리청·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Tip

뼈 건강을 위한 생활 수칙

① 적정량의 칼슘과 비타민D 섭취하기
② 술과 커피, 탄산음료 피하고 금연하기
③ 음식 가능한 한 싱겁게 먹기
④ 저체중이 되지 않게 적정 체중 유지하기
⑤ 체중 부하 운동 꾸준히 하기
⑥ 위험 인자가 있다면 주기적으로 골밀도 검사하기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중앙일보 2023년 12월 17일]

직장인에게 흔한 위식도 염증 질환

위염, 아스피린 등 복용도 원인
식도 손상 땐 합병증 발생 우려
잠잘 땐 상체 15도 정도 올리길

연말 송년회와 단체 회식 등으로 각종 모임이 많아지는 때다. 이런 모임에선 평소보다 음식을 더 많이 먹고 술을 마실 기회가 많아진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이런 상황을 더욱 피하기 어렵다. 과식과 과음은 위와 식도를 혹사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나희경 교수는 “몸속 염증은 처음엔 큰 문제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더 심해지고 치료가 힘들어지며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만성화하기 전에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로·과음·과식을 이어가는 직장인에게 흔한 질환은 ‘위염’과 ‘위식도 역류 질환’이다. 우선 위염은 위 점막에 염증 세포가 침범한 상태를 말한다. 나희경 교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감염이나 그 외 세균, 기생충 감염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알코올이나 아스피린,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설명했다.

과음이나 커피·자극적 음식 피해야

위염은 지속 기간에 따라 급성과 만성으로 나눌 수 있다. 급성 위염은 명치 부위에 죄는 듯한 통증을 유발하는 게 특징이다. 통증은 비교적 짧은 주기로 반복해서 나타난다. 또 복부 불편감과 구역감, 속 쓰림 등이 갑작스럽게 발생한다. 드물게 오한, 발열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나 교수는 “염증이 심하면 내시경에서 위 점막 출혈과 혈괴(피떡)가 보일 수 있다”며 “이 경우 혈액이 섞인 구토나 검은 변, 혈변 등이 생긴다”고 했다.

 

 

만성 위염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특히 주의해야 한다. 증상이 있어도 상복부 통증과 복부 팽만감, 구역, 속 쓰림, 소화불량 등 다른 위장 질환과 비슷한 양상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만성 위염 환자는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짠 음식과 매운 음식처럼 자극적인 음식은 최대한 피한다. 적당한 양의 음식을 천천히, 규칙적으로 먹는 게 바람직하다. 과식과 폭식을 이어가지 않는 게 핵심이다. 또한 여럿이 식사를 할 땐 개인 접시를 쓰면서 헬리코박터 감염을 예방하는 위생 습관도 지키는 게 좋다. 흡연과 음주, 커피도 위험 요인이므로 가급적 줄이는 게 현명하다. 식습관은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따라서 1년 이상 꾸준히 노력해야 만성 위염이 악화하는 걸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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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류성 식도염은 위에 있는 내용물이나 위산이 식도로 역류해 염증이 생긴 상태다. 나 교수는 “역류성 식도염은 위의 내용물이 식도로 다시 올라오지 않도록 막아주는 괄약근 기능이 떨어질 때 발생한다”며 “불규칙한 식습관과 생활 패턴을 가진 직장인들에게 흔한 질환이다”고 말했다.

취침 땐 왼쪽으로 누워 자는 게 좋아

역류성 식도염의 일반적인 증상은 가슴뼈 뒤쪽이 타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증상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할 수 있다. 또한 음식물을 삼킬 때 삼킴 곤란이나 흉부에 음식이 걸려 있는 것 같은 느낌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나 교수는 “역류성 식도염이 심해지면 궤양과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며 “드물게 식도 협착이 관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식도가 더 손상될 경우 바렛식도와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역류성 식도염도 위염과 마찬가지로 식습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따라서 식습관을 조절하는 것이 질환을 막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줄이고 과식하지 않게 천천히 씹어 적당량 먹는다. 금연과 절주는 기본이다. 커피나 콜라, 초콜릿, 콜라 오렌지 주스는 역류성 식도염 증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야식을 즐기고 과식 후 바로 눕는 습관이 있다면 당장 개선해야 한다. 늦은 시간에 식사했을 경우 20~30분 산책하는 등 가벼운 운동을 하고 바르게 앉거나 선 자세로 충분히 소화한다. 그런 다음 적어도 2~3시간 지난 후 잠자리에 드는 게 좋다. 잠 잘 땐 상체 부위를 15도 정도 약간 올리고 넉넉한 사이즈의 편한 옷을 입는다. 수면 자세는 오른쪽보다 왼쪽으로 누워 자는 게 도움된다. 오른쪽으로 누우면 위장의 상부 식도 연결 통로가 아래 방향으로 향해 음식물이 식도 쪽으로 역류하기 쉬워진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중앙일보 2023년 12월 9일]

뉴스1

 

담배를 많이 피울수록 뇌가 쪼그라들고, 한번 쪼그라든 뇌는 다시 정상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12일(현지시간) UPI 통신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연구진은 흡연자가 노인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와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은 이유를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성인 50만명의 유전자와 건강정보가 담긴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서 3만2094명의 뇌 사진을 받아 분석한 결과, 하루 흡연량이 많을수록 뇌 용량이 작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대학의 로라 J. 비어우트 석좌교수는 "과학자들은 최근까지도 흡연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해왔다. 흡연이 폐와 심장에 미치는 끔찍한 영향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우리가 뇌를 더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하자 흡연이 뇌에도 정말 나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뇌 용량의 감소는 노화와 같다"며 "노화와 흡연은 모두 치매 위험 요소로, 인구가 고령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발견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담배를 끊으면 뇌의 추가적인 축소는 막을 수 있지만, 이미 발생한 손상을 되돌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몇 년 전 담배를 끊은 사람들의 뇌를 분석한 결과, 그들의 뇌는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사람들의 뇌보다 영구적으로 작아진 상태였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와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금연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연구에 참여한 대학원생 장윤후씨는 "흡연은 수정할 수 있는 위험 요소다. 뇌의 노화를 막고 치매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한 가지는 바로 금연"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전날 생물 정신의학 분야 학술지인 생물정신의학(Biological Psychiatry)에 발표됐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중앙일보 2023년 12월 13일]

 

‘수면장애’ 꾸준한 증가…작년 진료 환자 110만명 육박환자 10명 중 6명이 50대 이상…노화·은퇴 스트레스 등 주원인 추정
정신건강 원인 땐 인지행동치료로…하지불안증후군은 약물로 개선
몽유병·야경증 같은 이상 행동 땐 뇌전증·치매 등 뇌 질환 동반 의심



일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면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신체·정신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수면은 하루를 마친 뇌가 활동을 쉬고 재충전을 하는 과정이면서 신체의 생리적 기능을 회복시키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수면량이 부족하거나 질이 떨어지면 우울증, 불안증 같은 정신건강 질환을 비롯해 신체 면역기능과 자율신경계 이상에 원인을 둔 다양한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8~2022년 수면장애 환자 건강보험 진료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09만8819명에 달했다. 4년 전인 2018년 85만5025명보다 28.5% 늘었다. 지난해 연령대별 환자 비율은 60대가 25만2829명(23.0%)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 20만7698명(18.9%), 70대 18만4863명(16.8%) 순이었다. 50~60대 연령층에서 수면장애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노화에 따른 몸의 생리적 변화와 함께, 은퇴시기를 맞으며 일상에서 나타난 변화가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면장애에 포함되는 증상과 질환의 범위는 넓다. 잠을 준비하는 시간부터, 자는 동안, 수면 뒤 깨고 나서의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수면과 관련돼 나타나는 모든 문제가 수면장애와 관련된다. 불면증, 기면증, 코골이·수면무호흡 등 호흡장애, 몽유병과 렘수면행동장애 같은 사건수면, 하지불안증후군으로 대표되는 수면 관련 운동장애 등이 포함된다.

수면장애를 진단하기 위해선 환자에게서 그동안의 병력을 꼼꼼히 듣고 문진하는 단계를 거친다. 환자가 쓰는 수면 일기와 각종 질문지를 통해 잠정적으로 내린 진단을 검증하고, 수면다원검사와 신경에 이상이 있는지를 살피는 검사도 함께 진행한다.

수면다원검사에선 하룻밤 동안 환자를 검사실에 재우면서 수면의 단계와 각성 정도, 호흡, 맥박, 코골이 등 다양한 사항을 살펴본다. 수면 중에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건수면이 나타나는지를 감별하기 위한 비디오 뇌파 모니터링 검사, 기면증 등 과다수면에 대한 진단을 목적으로 낮잠을 자게 해보는 다중수면잠복기검사 등을 실시하기도 한다.

최윤호 교수는 “수면장애는 원인과 형태가 다양해 특정 증상만으로 문제를 진단하기 어렵다”며 “정밀한 검사와 진단을 통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므로 먼저 수면장애를 질환으로 인식하고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여러 다른 방법을 활용한다. 가장 흔한 불면증을 치료할 때는 수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잘못된 수면습관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를 기본으로 적용한다. 의사와 상의해 수면제를 적절히 사용하기도 한다. 수면무호흡증은 체중 감량, 금주, 옆으로 누워 자기 등 행동교정을 선행하고 필요에 따라 수면 양압기 치료를 시행한다. 양압기는 안전하게 사용할 경우 90% 이상의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인다. 일부 환자에게는 수술이나 구강 내 장치 같은 특수치료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잠들기 전 다리에 불편감이나 고통스러운 감각 증상이 나타나는 하지불안증은 대체로 뇌의 도파민계 이상으로 나타난다. 이 경우 도파민작용제 등 약물치료를 통해 개선을 끌어낸다. 사건수면 중 몽유병과 야경증 같은 수면 중 이상행동은 뇌전증이 동반돼 있는지를 감별하는 검사가 필요하다. 잠꼬대가 심하거나 과격한 행동을 하는 렘수면행동장애라면 치매,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이 함께 나타날 수 있어 정밀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수면장애 수준의 질환을 겪고 있지 않더라도 평소의 건강한 수면을 위해선 올바른 수면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먼저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잠들고 일어나는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수면 환경은 조용하고 너무 춥거나 덥지 않게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낮잠은 되도록 피하고 자더라도 15분 이내로 제한하는 편이 낫다. 햇빛이 비치는 낮 시간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또한 카페인이 든 식음료를 섭취하거나 자기 전 흡연이나 음주를 하는 습관은 피해야 한다. 특히 음주는 수면을 유도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자는 도중 자주 깨게 하고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저녁에는 과식하지 않고 적당한 수분 섭취를 해주는 것이 좋다. 잠자리에서 독서나 TV 시청 등 다른 활동을 하는 것도 건강한 수면에는 좋지 않다. 최윤호 교수는 “많은 사람이 흔하다는 이유로 수면장애 증상을 방치하는 경향이 있다”며 “건강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몸의 회복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일상생활을 무너뜨릴 수 있으므로 올바른 생활 습관을 통해 수면장애를 예방하도록 수면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경향신문 2023년 12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