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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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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920 호)

 

【 진도까지 찾아온 벗과 함께 해 즐거웠던 시간들 】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好)’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로 해석되는 이 구절은 논어에 나오는 말입니다.

공자 같은 위인도 멀리서 벗이 찾아오면 기쁘다고 했는데, 어찌 평범한 저로서야 진도까지 저를 찾아온 벗이 반갑지 않겠습니까?

 

이번에 진도로 저를 찾아온 벗은 사실 벗이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한 측면이 있긴 했습니다.

그는 제 대학 후배이면서 첫 직장이었던 동양시멘트 삼척공장에서 잠깐 얼굴을 스친 정도의 사이니까요.

한참 후배이니 학교 다닐 때 서로 만나 볼 일도 없었고, 직장에서도 친하게 지낼 정도로 교류가 있었던 사이도 아니었으니까요.

 

아무튼 제가 진도에 온 다음에 진도에서의 일상을 뉴스레터와 블로그, 밴드에 올리다 보니 그 후배도 자연스럽게 제가 진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 후배가 제 뉴스레터에 대한 이메일 회신으로 ‘진도가 자기 조상의 유배지라 한 번 방문하고 싶은데, 도움을 줄 수 있느냐?’고 물어왔습니다.

제가 긍정적인 답장을 보내자 그 후배는 10월 연휴 기간을 이용해 회사에 휴가를 내고 내려오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때가 마침 연휴 기간이다 보니 그 후배가 와서 기거할 수 있는 숙소를 구하는 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그 후배가 먼저 제가 살아보기를 하고 있는 진도 길은푸르미체험관에 전화를 해서 숙소가 가능한지 문의를 했는데,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라고 했습니다.

이곳 길은푸르미체험관은 폐교된 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하여 숙소를 만들었는데, 주말이나 연휴에는 단체 손님들이 꽤 많이 찾아오니 예약이 꽉 찬 것이었습니다.

 

제가 다시 길은푸르미체험관 운영자에게 숙소 문의를 했더니, 혼자 온다면 묵을 수 있는 별관이 있다고 하여 숙소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숙소 문제를 해결한 다음에는 그에게 진도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도록 여행 코스를 잡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문제는 제가 버스를 타고 걷는 여행을 주로 하다 보니 그가 그런 스타일의 여행을 좋아하는지, 또 짧은 기간 안에 많은 것들을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무튼 며칠간의 고민 끝에 다음과 같이 여행 일정을 잡고, 그에게 알렸더니 마음에 든다는 회신을 보내왔습니다.

 

10월 8일(목) 진도 도착

10월 9일(금) 서해랑길 7코스(운림산방-용장성)

                     (07:00 숙소 출발, 07:40 운림산방 버스 탑승, 08:00 7코스 출발)

                    용장성 탐방/트레킹

                    (12:00 용장성 도착, 트레킹/탐방(1시간30분), 13:50 버스 탑승)

10월 10일(토) 07:30 철마산 트레킹, 11:00 진도개테마파크, 14:00 공연 관람

                      (07:00 숙소 출발, 16:30 숙소 행 버스 탑승)

10월 11일(일) 동석산 트레킹, 세방낙조

                       (07:00 숙소 출발, 08:30 세방/마세 버스, 09:00 하심동 하차 후

                      동석산 트레킹, 11:00 세방 하산, 11:15/14:10 버스 탑승)

10월 12일(월) 오일장 체험, 쌍계사/남도전통미술관/운림산방 탐방

                      (8:20 숙소출발, 10:30 운림산방행, 13:30 읍내행, 15:30 진도 출발)

 

그가 진도에 도착해서 보니 마침 10월 9일부터 11일 사이에 ‘진도 보배섬 문화예술제’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매일 일정이 끝나고 읍내로 돌아온 다음에는 저녁 막차 버스 시간까지 공연을 즐기는 행운까지 누렸습니다.

그 후배는 제 시간을 빼앗은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고 했지만, 사실 서해랑길 7코스, 철마산 트레킹, 동석산 트레킹은 저도 어차피 계획하고 있었던 일정이고, 오히려 그 후배와 함께 다니니 더 좋았습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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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진도 살아보기 체험일지를 블로그(돌하르방의 속살 트레킹 여행 돌하르방의 속살 트레킹 여행 : https://blog.naver.com/tiger_ceo)와 밴드(김송호의 귀촌 이야기 게시글 : 김송호의 귀촌 이야기 https://www.band.us/band/91381493/post)에 올리고 있으니 많이 방문하시고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삼별초 호국의 길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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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0월 2일) 서해랑길 10코스를 걸은 게 좀 무리였는지, 허리에 통증이 있어서 오늘은 가볍게 삼별초 호국의 길을 걷기로 했다. 전에 지리산 둘레길은 하루에 30킬로미터를 걸었을 때도 별 문제가 없었는데, 진도 서해랑길은 20킬로미터가 채 안 되는 데도 대부분 포장된 길이라서 그런지 무릎과 허리에 충격이 가는 것 같았다. 삼별초 호국의 길은 운림산방에서 진도읍 사이를 순환하는 길인데, 길이도 10킬로미터로 비교적 짧고, 중간에 산이 있으니까 비포장길이 많을 것으로 기대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내 예상은 빗나갔고, 포장된 길이 많고, 안내 표지판이 미비해서 길을 찾느라고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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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22분에 읍내 터미널에 도착했고, 7시 40분 운림산방 행 버스를 타고, 7시 50분에 운림산방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읍내 방향으로 조금 걸어서 삼별초 호국의 길 안내판의 지도를 들여다봤다. 그런데 그 지도만 봐서는 어떻게 걸어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다. 안내판이 있는 골목길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까지는 맞는 것 같은데, 그 다음에 어디로 가라는 표시가 없었다. 조금 걷다보니 바닥에 페인트로 삼별초 호국의 길이라고 그려져 있었고 그게 끝이었다. 리본이나 방향을 안내해주는 표시가 없으니 그냥 앞으로 전진 할 수밖에 없었다. 서해랑길도 표지가 엉망이라고 불평했었는데, 호국의 길에 비하면 그래도 나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생각을 해서 그런 건지 찾는 호국의 길 표지는 안 보이고, 서해랑길 리본만 보였다. 하는 수 없이 그 리본을 따라 계속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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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서 사진으로 찍어 두었던 안내판의 지도를 살펴봤다. 운림예술촌 뒤로 난 길을 따라 걷도록 되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일단 운림예술촌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때까지 물이 약하게 흐르는 내를 따라 걷고 있었는데, 산 쪽에 기와집들이 보였다. 혹시나 해서 그곳으로 가봤더니 운림예술촌이라는 안내판이 보였고, 안으로 들어가니 산으로 이어진 작은 길이 보였다. 그 길 입구에 삼별초 호국의 길이라는 표지판이 서 있었고, 진도개테마파크 3.8km라는 표시가 보였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작은 표지판이 보였는데, 화살표가 산 쪽이 아니라 운림예술촌을 향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다시 나갈 수도 없고 해서, 진도개테마파크 방향으로 걷기로 했다. 삼별초 호국의 길이 순환형인데, 어느 길이 정방향이라고 안내판에는 표시가 되어 있지 않았는데, 지금 가는 방향이 역방향이라는 의미인 것 같았다. 아무튼 순환형이니까 역방향으로 걸어도 상관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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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콘크리트 포장길인데다가 가파르기까지 했다. 땀을 흘리면서 고갯마루에 도달하니 곧바로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다. 조금 걷다보니 운림산방, 진도개테마파크, 공설운동장으로 나눠지는 갈림길이 나왔다. 그러니까 나중에 공설운동장을 지나 되돌아올 때 여기를 다시 거치게 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삼거리에서 일단 원래 목표했던 진도개테마파크 방향으로 걸었다. 이 길은 처음에는 넓었는데, 얼마 걷지 않아서 풀이 우거진 게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길처럼 보였다. 우거진 풀을 헤치면서 조금 걸으니 안내판에 나왔던 성죽제라는 저수지가 보이고, 거길 지나자 멀리 진도개테마파크 건물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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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개테마파크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30분이었는데, 오늘이 토요일이라 11시부터 공연이 시작되기 때문에 준비가 한창이었고, 관객들도 서서히 모여들고 있었다. 나는 지난번에 공연을 봤고, 또 며칠 있으면 후배가 와서 다시 공연을 관람해야 하기 때문에 그냥 지나쳤다. 그 대신 지난번에는 지나쳤던 진도개홍보관에 잠시 들러 관람을 하였다. 홍보관을 나왔는데, 리본 등 길 표지가 없으니 다시 지도를 보면서 공설운동장을 향해 걸었다. 문제는 공설운동장에 도착해서 발생했다. 지도를 보니 공설운동장을 기준으로 반대편으로 가게 표시되어 있었는데, 자세한 표지가 없으니 운동장을 한 바퀴 돌면서 어디로 가야 하나 살폈다. 마침 운동장 반대편으로 갔더니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여 그 길을 따라 걸었다. 나중에 보니 운동장 중간에 위로 올라가는 길이 정상적인 길이었다. 어쨌든 이 길로 와서도 그 길과 만났으니 결과적으로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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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산으로 올라가는 오르막이긴 한데, 넓은데다가 그늘이 져서 걷기에 편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길에는 걷는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진도읍 주민들이 산책을 많이 하는 길인 것 같았다. 약간 가파른 길을 따라 걷다보니 고갯마루에 도착했고, 지그재그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니 운림무장애숲길로 이어졌다. 처음 고갯마루를 지나서 보았던 운림산방, 진도개테마파크, 공설운동장으로 나눠지는 세 갈래 갈림길은 조금 위에 있는 것 같았으나, 굳이 거기로 올라가지 않고 숲길을 따라 걸어 내려왔다. 삼별초 호국의 길은 포장도로를 따라 걷도록 되어 있었으나, 어차피 내려가면 만나는 것으로 판단되어 숲길을 따라 걸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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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표지판을 보니 이곳 숲길의 명칭이 ‘운림무장애숲길’이 아니라 ‘사천리 무장애 숲길’로 표기되어 있었다. 명칭이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모르는 사람은 헷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거기서 조금 내려오니 ‘운림삼림욕장’이라는 표지도 보이고, 더 내려오니 운림공원도 보여서 운림이 대세이긴 하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스팔트길을 따라 쭉 내려오니 공원이 보이고, 파크골프를 치는 사람들이 보였다. 오후인데도 그리 붐비지도 않았는데, 외부 사람들은 평일 오전에만 치는 게 허용된다는 안내 문구를 붙여놔서 너무 배타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하긴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게 여기 사람들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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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점이자 종점인 운림산방 주차장에 도착하니 1시였다. 조금 기다리다가 1시 30분에 도착한 버스를 타고 읍내터미널로 향했다. 가볍게 하려고 선택했던 삼별초 호국의 길 트레킹은 고생만 하고 다른 길을 걸을 때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도 궁금했던 길 하나를 걸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진도에서 살아 보기를 하면서 어차피 걸어보기로 했던 길이니 오늘 걷느냐 다음에 걷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니까 말이다. 인생길을 선택할 때도 고생한 길보다 안 가본 길이 더 후회스럽다고 하니, 오늘 고생스런 길을 걸었지만 적어도 마음속에 아쉬움이 남지는 않을 것이니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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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은 해남 땅끝마을에서 출발해 바닷길을 타고 올라오다가 진도에서 6코스부터 12코스까지 한 바퀴 돌고, 해남으로 다시 올라가 서해안을 타고 가도록 되어 있다. 오늘은 해남 5코스가 끝나고 진도에서 첫 번째로 시작되는 6코스를 걷기로 했다. 6코스 시작점인 진도대교 쪽으로 가기 위해 길은리 숙소에서 7시 버스를 타고 진도읍내로 나가서 8시 녹진/신기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승객이 별로 없어 정차도 하지 않고 신나게 달리던 버스가 8시 27분 녹진(진도휴게소)에 도착하자 버스에서 내려 진도대교 밑을 지나 진도타워 방향으로 건너갔다. 지난번에 ‘명량대첩 축제’를 보기 위해 이미 한 번 와봤던 곳이었기 때문에 익숙한 곳이었다. 5코스 종점과 6코스 시작점을 알리는 안내판 사진을 찍고 나서 안내 표시를 따라 진도타워로 올라갔다.

 

 

가파른 길을 따라 올라가니 땀이 날 법도 한데, 쌀쌀한 날씨 탓에 땀이 나지 않고 오히려 몸이 훈훈해지면서 풀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제 아침 기온이 15도 정도로 내려가서 긴팔 옷을 입어야 하고, 추위를 타는 체질이면 겉옷까지 입어야 하게 되었으니 세월이 빠르게 흐르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진도타워에 도착하니 이미 차를 타고 도착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진도대교를 내려다보며 사진 몇 장을 찍은 다음에 우수영으로 연결되는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갔다. 10시부터 운행하는 것으로 나와 있어서 매표소와 승강장은 텅 비어 있었는데, 요금은 우수영에서와 마찬가지로 왕복 15,000원, 편도 13,000원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케이블카 승강장을 나와 진도타워로 올라갔다. 전망대에 가려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니 7층이 전망대이고, 중간에는 식당과 가게 등이 있는 것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7층에 올라가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가 타고 온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고, 전망대 공간은 텅 비어 있었다. 한 바퀴 돌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어느새 올라왔는지 어떤 부부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들 옆을 지나는데, 그 부부가 나에게 ‘혼자 왔느냐?’면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제안했다. 혼자 다니다보니 나를 찍을 수 없어 아쉬웠는데, 잘 됐다 싶어서 얼른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호의를 베푸는 것이긴 하지만 남에게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제안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그 부부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도타워를 내려와서 바로 본격적인 걷기를 시작하였다. 올라왔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가니 내려가는 길이 보였다. 길이 약간 가파르긴 했지만, 비포장 흙길이라 편안하게 내려갈 수 있었다. 흙길이 끝난 곳에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는데, 그 뒤로 이어진 포장된 길을 따라 더 가다보니 바닷가 옆에 무궁화동산이라고 쓰인 안내판이 보였다. 여기서부터는 바닷길을 따라 계속 걷는 길이었다. 포장된 길이긴 했지만, 차도 다니지 않는 한적한 길이라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다. 또 비가 올 듯 찌푸린 날씨에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서 걷기에는 최적의 날씨였다. 한적한 바닷길이고, 건너편에 완도가 있어 잔잔한 바다라서 그런지 양식장이 많았다. 여기는 주로 전복 양식장, 그 중에서 전복 치패 양식장이 많이 보였다.

 

 

조금 걷다보니 노랑 코스모스가 만발한 공원이 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습지보호구역이라는 표지판이 보이고, 그 옆으로 데크 길이 나 있었다. 데크 길을 따라 조금 걸으니 몇몇 사람들이 데크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고, 썰물 때인지 갯벌이 드러나 있었다. 공원 뒤쪽으로 이어진 데크 길을 따라 걸으니 반대편 출구가 나왔다. 다시 큰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긴 장화를 신고 어깨에는 망태기 같은 걸 매고 갯벌 바깥쪽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러다가 목표 지점에 도착했는지, 그 사람이 이번에는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아마도 이 근방에 사는 어부이거나, 적어도 갯벌에서 오랫동안 작업을 해온 사람으로 보였다.

 

 

그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으니 방파제가 나왔다. 방파제 위로 난 길을 따라 걸어 반대편에 도착하니 서해랑길 안내 표지판이 보였다. 이제까지 6킬로미터를 걸었고, 앞으로 걸을 거리가 9킬로미터 남았다고 표기되어 있었다. 이 때 시각이 10시 40분. 진도타워에서 좀 지체하긴 했지만, 이대로 걸으면 종점인 용장성에서 1시 50분에 회차하는 읍내행 버스를 타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계산이 나왔다. 바닷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중간 목표 지점인 벽파항에 도착했다. 벽파마을 입구에 이충무공 벽파진 전첩비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전첩비를 보고 다시 내려와 벽파항 방향으로 걸었다. 벽파항이라고 해서 진도항이나 최소한 쉬미항 정도 규모의 항구로 생각했는데, 터미널도 안 보이고 초라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안내 표지가 안 보여서 잠시 헤매다가 네이버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았다. 갈림길에서는 트레커들이 헷갈리지 않을 정도로 좀 상세한 안내 표지가 있으면 좋으련만. 벽파항에서 바닷길을 따라 만들어진 좁은 길을 따라 걷다보니 끝에 다시 큰길이 나왔다. 큰길을 따라 100미터쯤 나아가니 내륙 방향(우측)으로 길이 이어졌다. 조금 걸으니 시골에는 어울릴 것 같지 않게 제법 크게 지어진 2층 집이 보였다. 그 집 앞을 지나다보니 현관 옆에 성당 마당에서 볼 수 있는 정도 크기의 성모상이 보였다. 그 집이 수도원이나 성당 같지는 않아보였는데, 아마도 신실한 천주교 신자의 집이 아닐까 추측해보았다. 그 집을 지나자 조그만 마을이 나타났고, 마을을 지나 길은 건너편 밭길로 이어졌다.

 

 

밭길에서도 방향을 찾지 못해 약간 헤매긴 했지만, 결국 용장성으로 향하는 산길을 찾아냈다. 산길의 첫 부분은 콘크리트 포장길이었지만, 중간 중간 비포장 흙길이 이어지면서 걷기에는 좋았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라 약간 경사가 있긴 했지만, 나무가 우거진 숲길이고 바람까지 불어서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이때부터 ‘삼별초 호국역사 탐방길’이라는 표지판이 자주 보였다. 아마도 용장성이 삼별초 근거지였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걸었던 운림산방 옆에 있는 삼별초 호국의 길도 그 근처에 ‘삼별초에서 옹립한 왕인 ’승화후 왕온‘의 묘가 있기 때문에 그런 명칭이 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보니 내리막길이 시작되었다. 포장된 내리막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니 멀리 용장성과 그 옆에 있는 용장마을이 보였다. 마침내 오늘의 목표 지점이자 6코스의 종점인 용장성에 도착한 시각이 12시 40분. 녹전에서 출발한지 4시간 40분 정도 걸은 셈이었다. 용장성 입구에 서 있는 동상은 배중손 장군이었다. 그 동상을 지나쳐 용장성으로 향했다. 용장성은 이제 복원을 시작한 것인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휴일이라 공사를 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옆에 포클레인이 세워져 있고, 흙더미들이 쌓여 있었다. 그 옆을 지나쳐 용장사에 들렀다가 배중손 장군상이 있는 곳으로 다시 내려왔다.

 

 

과거 역사 교과서를 배울 때 삼별초는 최씨 무신정권의 호위무사(?) 노릇을 하다가 고려 왕조가 몽골에 항복하는 것에 반대한 세력이라고 들었다. 삼별초가 난을 일으킨 이유도, 삼별초의 일부가 몽골과의 전쟁에서 포로로 잡혔던 군인들이었고, 무신 정권의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백성들의 원성을 많이 샀기 때문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지금은 삼별초가 마치 고려를 지키기 위해 몽골에 저항하는 난을 일으킨 것처럼 주장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으니 헷갈린다. 삼별초가 진도에서 패배한 후에 제주도로 갔는데, 그 때문에 제주도민들이 많은 피해를 당했다. 처음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는 제주도민들에게 호의적으로 대했지만, 최영 장군이 토벌대를 이끌고 진압하러 오자 제주도민들을 강제 동원하여 성을 쌓고, 실제 전투에서도 제주도민들을 방패막이로 삼아 전쟁이 끝난 다음에 많은 제주도민들이 희생되는 결과를 낳았다. 제주도에서도 그때 쌓은 성을 항몽유적지로 포장하고 있지만, 그게 과연 맞는 표현일까 의아심이 들었다. 자신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난을 일으켰는데, 그 상대가 우리 국토를 침략한 몽골이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호국이라는 의미일까?

 

용장성을 나와 버스를 타기 위해 용장마을로 향했다. 용장마을로 향하는 길은 다음에 걷게 될 서해랑길 7코스가 지나는 길이라 더 세심하게 살피면서 걸었다. 사과랑 떡 등 간단한 간식을 준비해오긴 했지만, 시장기가 있어서 음식점을 검색해봤더니 안 보였다. 하긴 이런 작은 마을에 식당을 열었다가는 금방 문을 닫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 혹시 아이스크림이나 빵 등을 살 수 있는 마트가 있나 검색해보았다. 다행히 마을 한복판에 마트가 있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마트가 있다는 곳에 가봤더니 문이 굳게 잠겨 있고,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먹을 걸 살 수 없어 배고픔을 달랠 수 없다는 실망감보다는 조그만 마트도 운영이 안 되는 한국 시골의 실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마을 밖 큰 길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1시 35분. 여기에는 진도 전체의 버스 안내표뿐만 아니라, 이곳을 지나는 버스의 읍내 출발 시각과 회차 시각이 인쇄된 안내표가 붙어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야 앱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는 정보지만,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을 배려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기분이 좋아졌다. 네이버 지도로 버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이곳을 지나 벽파항쪽으로 가는 버스가 5분 후에 지난다는 안내가 떴다. 여기서 기다렸다가 회차해서 돌아오는 버스를 반대편에서 타도되겠지만, 그냥 벽파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갔다가 돌아오자고 생각하고 정류장 밖에 서있었다. 멀리 버스가 오는 걸 보고 서 있는데, 여기 설 듯 하던 버스가 그냥 가버렸다. 손을 들고 확실한 의사 표시를 했어야 했나 생각하면서, 떠나가는 버스 뒤꽁무니를 쳐다보다가 정류장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정류장에 놓인 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 20분쯤 기다리니 그 버스가 왔다. 버스에 탄 승객은 달랑 나 혼자. 2시 12분에 읍내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서 다시 책을 읽다가 3시 출발 숙소인 길은행 버스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