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카페에 앉자마자 한숨부터 쉬었다. “요즘 계단 두 층만 올라가도 숨이 찹니다. 운동해야 되는 거 아는데 진짜 시간이 없어요.” 회사와 집을 오가는 일과에, 퇴근 뒤에는 아이를 재우고 나면 그대로 곯아떨어진다고 했다.
퇴근 후 헬스장, 새벽 러닝, 주말 몰아치기 운동 등 여러 방안도 떠올려봤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지속 가능성이었다. 하루의 에너지를 다 쓰고 난 몸으로 밤에 헬스장까지 가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았다. 며칠은 버텨도 야근 한 번, 컨디션 난조 한 번이면 의지를 갖고 시작했던 흐름이 끊겼다. 새벽 러닝도 마찬가지다. 마음먹은 첫 주는 성공했지만, 자연스럽게 알람을 끄고 다시 눕는 날이 늘어났다.
그때 그에게 일상 속에서 시간과 장소에 큰 제약을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계단 운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처음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데 크게 운동이 될까 하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계단 운동은 앞서 말한 방법들의 한계를 정확히 비껴간다.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되고, 이동하는 동선 자체가 운동이 되기 때문이다.
계단을 오르는 동작은 평지를 걷는 것과 메커니즘이 다르다. 체중 전체를 위로 밀어 올려야 하기 때문에 둔근과 대퇴사두근이 쉬지 않고 동원된다. 또한 한 칸씩 건너뛰어 런지하듯 오르면 무릎을 더 굽힐 수 있어 자극은 한층 깊어진다. 무릎을 굽히는 만큼 엉덩이와 허벅지가 감당할 하중이 커지고, 균형을 잡는 과정에서 코어까지 함께 자극을 받는다.
효과에 대한 근거도 꽤 명확하다. 2023년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가 12년 넘게 46만여 명을 추적한 연구에서, 하루 5개 층 이상 오른 사람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최대 20% 낮았다. 더 앞선 미국 하버드대 출신 의료진들의 연구에서도 하루 10계단 이상 오른 남성의 전체 사망 위험이 18% 낮게 나타났다. 헬스장에 따로 가지 않고, 일상 속 동선만 계단으로 바꿔 얻어낸 놀라운 결과다.
혈당 관리에서도 큰 의미가 있었다. 골격근은 식후 혈당의 약 80%를 흡수하는데, 다리 근육이 몸에서 가장 큰 근육 덩어리이기 때문에 흡수량이 상당하다. 그뿐 아니라 올해 초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대 연구팀이 ‘네이처 인간 행동’에 발표한 연구를 보면, 계단을 5~10분 정도 오르는 것만으로도 우리 기분과 활력이 즉각 좋아졌다. 계단을 몇 층 오른 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단순한 착각만은 아닌 셈이다.
앞서 말한 지인은 요즘 점심시간에 일부러 계단을 이용한다고 했다. 처음엔 3층에서 숨이 찼는데, 한 달째인 지금은 5층까지 무리 없이 오른다며 웃었다. 다만 오르고 내리는 방향은 구분해야 한다. 오를 때는 근력과 심폐에 좋은 자극이 되지만, 내려올 때는 무릎에 체중의 몇 배에 달하는 하중이 실린다. 무릎이 약하거나 관절이 좋지 않다면 내려올 땐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 좋다.
계단 운동에 참고할 만한 영상을 소개한다. 계단 오르기만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운동’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운동도 드물다. 오늘부터 일상에서 한 층이라도 계단을 이용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여주엽 대표의 ‘직장에서 다이어트 & 슈퍼 힙 엉짱 계단 운동 루틴’(https://youtu.be/4Ivsd2AdTow?si=g5v10kz1LrMkff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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