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같은 시각에 똑같은 커피를 마셔도 누구는 잠을 설치고, 누구는 머리만 대면 잠든다.
실제로 카페인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상당히 다르다. 카페인에 강한 체질과 약한 체질을 가르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유전자다. 타고난 유전자에 따라 간에서 카페인을 분해하는 능력에 차이가 생기고, 뇌가 카페인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전자가 전부는 아니다. 평소 커피를 얼마나 자주 마시는지부터 흡연 여부, 일부 약물 복용까지 다양한 요인이 카페인이 몸에 머무는 시간을 바꿀 수 있다. 어제까지 저녁 커피를 마셔도 잘 자던 사람이 어느 순간 같은 한 잔에 불면의 밤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 카페인에 강한 체질 따로 있다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은 빠르게 혈액으로 흡수돼 뇌에 도달한다. 카페인은 뇌에 에너지를 새로 공급하는 물질이 아니다.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증가해 졸음을 느끼게 하는 아데노신의 작용을 차단함으로써 일시적으로 피로를 덜 느끼고 더 깨어 있게 한다.
동시에 간에서는 효소가 카페인을 계속 분해하고, 분해된 물질은 주로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러한 카페인 분해·제거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카페인 민감도가 사람마다 다른 데는 유전적 요인이 상당 부분 관여한다.
2024년 국제 학술지 ‘중개의학저널(Journal of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은 26개 연구, 185만1428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CYP1A2, ADORA2A, AHR 등 여러 유전자가 카페인 섭취와 대사에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CYP1A2 유전자는 간에서 카페인을 분해하는 핵심 효소인 ‘CYP1A2’ 활성과 관련돼 있다. 사람마다 이 유전자에 차이가 있어 카페인을 빠르게 분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느리게 분해하는 사람도 있다.
ADORA2A 유전자는 카페인이 뇌에서 작용하는 방식과 관련돼 있다. 2023년 유전적 차이와 카페인의 뇌 영향을 분석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ADORA2A 유전자 변이가 카페인 섭취 후 불안이나 수면장애가 나타나는 정도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하면 개인의 유전적 차이에 따라 같은 커피를 마셔도 어떤 사람은 간에서 카페인을 더 빨리 처리하고, 어떤 사람은 뇌가 카페인의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카페인을 얼마나 자주 섭취하는지도 영향을 미친다. 반복 섭취에 따라 일부 효과에 내성이 생길 수 있다. 1992년 국제 학술지 ‘정신약리학(Psychopharmacology)’에 실린 성인 32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는 카페인을 반복 섭취했을 때 카페인의 주관적 자극 효과에 대한 내성이 나타났다.
● 담배 피우면 카페인이 더 빨리 사라진다
담배를 피우는 습관도 카페인에 대한 반응을 바꿀 수 있다.
‘임상약리학 및 치료학(Clinical Pharmacology & Therapeutic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건강한 흡연자 13명과 비흡연자 13명에게서 카페인이 몸에서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을 비교했다. 흡연자는 평균 3.5시간, 비흡연자는 6시간이었다. 카페인 제거 속도 역시 흡연자가 더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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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연초 담배가 타면서 발생하는 연기에 있다. 담배 연기에 포함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등이 간의 CYP1A2 효소 활성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카페인이 더 빠르게 분해된다.
전자 담배는 다를 수 있다. 일반적인 전자담배는 연초를 태우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연소 과정에서 연초 담배에 비해 PAH 노출이 훨씬 적다. 따라서 연초 담배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CYP1A2 효소 유도 효과는 일반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것은 담배를 끊었을 때다.
흡연으로 높아졌던 CYP1A2 활성이 떨어지면서 이전과 똑같은 양의 커피를 마셔도 카페인이 몸에 더 오래 남을 수 있다.
1997년 ‘중독행동(Addictive Behaviors)’에 발표된 임상시험에서는 평소 카페인을 섭취하던 흡연자 162명을 대상으로 금연 후 변화를 추적했다. 금연 뒤에도 기존처럼 카페인을 계속 섭취한 사람은 3주 후 체내 카페인 농도가 금연 전의 203% 수준까지 높아졌다.
담배를 끊은 후 이전과 똑같이 커피를 마셨는데 잠을 설치거나 카페인의 자극을 강하게 느낀다면, 금연으로 카페인 대사 속도가 느려진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땐 커피 섭취량과 마시는 시간대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 카페인 자극에 영향 미치는 또 다른 요인
임신하면 카페인을 분해하는 CYP1A2의 활성이 떨어진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카페인의 평균 반감기가 대략 4~5시간인 반면, 임신 후기에는 15시간 안팎까지 길어질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일부 약물도 카페인을 분해하는 효소의 활동을 억제할 수 있다. 에스트로겐이 포함된 경구 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에게서도 카페인 제거 속도가 느려진 연구 결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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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면 방해 안 받으려면 커피 몇 시까지 마셔야 할까
개인차가 큰 만큼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정확한 ‘마지막 커피 시간’을 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대략적인 기준은 제시돼 있다.
2013년 ‘임상수면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카페인 400㎎을 잠자기 직전과 3시간 전, 6시간 전에 각각 섭취하도록 했다. 참고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하는 건강한 성인의 하루 카페인 최대 섭취 권고량도 400㎎이다.
그 결과 취침 6시간 전에 섭취했을 때조차 수면에 유의미한 방해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상당량의 카페인은 적어도 취침 6시간 전부터 피하는 것이 좋다고 결론 내렸다.
더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는 근거도 있다.
2023년 ‘수면의학리뷰(Sleep Medicine Reviews)’에 발표된 24개 연구의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에 따르면 카페인 섭취는 전체 수면시간을 평균 45분 줄이고, 수면효율을 7%포인트 낮췄다.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9분 길어졌고 깊은 수면시간도 약 11분 줄었다.
연구진은 전체 수면시간 감소를 피하려면 카페인 107㎎이 든 커피 250㎖ 한 잔도 취침 최소 8.8시간 전에 마쳐야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밤 11시에 잠자리에 든다면 마지막 커피는 오후 2시께 마치라는 얘기다.
2025년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된 미국 성인 4만여 명의 관찰 연구에서는 아침에 주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전체 사망 및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낮은 것과 관련이 있었다. 반면 하루 종일 커피를 마시는 사람에게서는 이러한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았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오후나 저녁의 커피 섭취가 하루 24시간 주기의 생체리듬과 멜라토닌 같은 호르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등을 가설로 제시했다.
결국 커피를 몇 잔, 몇 시까지 마셔도 괜찮은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타고난 유전적 차이는 물론 평소 카페인 섭취 습관과 흡연 여부, 복용 약물 등도 카페인에 대한 반응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신 뒤 잠드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불안·초조함이 생기지는 않는지 살피면서 섭취량과 시간을 자신에게 맞게 조절하는 것이 커피를 건강하게 즐기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동아닷컴 2026년 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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