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형 건강노화지수에서는 신체·인지·심리 등 7개 영역 가운데 온라인 환경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건강하게 늙는다는 것을 질병 유무만이 아니라 신체·인지기능과 심리 상태, 사회생활, 디지털 참여, 생활환경까지 함께 평가하는 한국형 ‘건강노화지수’가 개발됐다. 2021년 만 45세 이상 중고령자 8444명의 자료로 산출한 지수는 0.758이었으며, 7개 영역 가운데 온라인 환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개발한 ‘건강노화지수(Healthy Ageing Index·HAI)’의 타당성을 검증한 연구는 국제학술지 ‘Experimental Gerontology’ 2026년 222호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한국 건강노화 코호트에서 다영역 건강노화지수의 개발과 타당성 검증’이다.
건강노화지수는 신체기능, 인지기능, 심리적 건강, 생리적 건강, 사회적 안녕, 온라인 참여, 고령친화적 환경 등 7개 영역의 26개 지표로 구성된다. 각 영역을 점수화하고 중요도에 따른 가중치를 적용해 0~1점으로 나타내며 점수가 높을수록 기능적 능력과 건강노화 수준이 높은 것으로 본다.
건강노화는 단순히 병이 없는 상태를 뜻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질환이 있더라도 잘 관리돼 삶의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건강한 노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핵심은 노년에도 이동하고, 배우고 판단하고, 관계를 유지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등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일을 할 수 있는 ‘기능적 능력’이다.
● 건강노화지수 0.758…온라인 환경은 상대적으로 낮아
이번 분석에는 건강보험연구원이 구축한 ‘한국 건강노화 코호트(Korean Longitudinal Healthy Ageing Study·KLHAS)’의 2021년 조사 참여자 가운데 결측치를 제외한 만 45세 이상 8444명의 자료가 사용됐다.
건강노화지수는 0.758로 산출됐다. 공단은 이를 높은 수준으로 평가했지만, 2021년 특정 조사 참여자를 대상으로 산출한 값인 만큼 현재 한국 중고령자 전체의 건강노화 수준으로 그대로 확대 해석할 수는 없다.
7개 영역 가운데서는 온라인 환경 관련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몸을 얼마나 잘 움직이는지나 인지기능이 어떤지를 넘어 디지털 환경에 참여하고 활용하는 능력까지 노화의 한 영역으로 평가한 점이 특징이다.
원논문에서는 ‘디지털 참여’와 인지기능이 전체 건강노화지수와 가장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다만 연구진은 디지털 참여 자체가 건강한 노화를 직접 만들어낸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디지털 활동을 잘하는 사람이 인지·사회·신체 기능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특성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탐색적·확인적 요인분석 등을 통해 지수의 구조와 타당성을 살폈다. 7개 영역은 전체 변량의 59.6%를 설명했으며 모형 적합도는 GFI 0.97, RMSEA 0.035였다. 지수가 높을수록 일상생활 기능 제한과 노쇠는 적고 삶의 질과 기능적 능력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첫 조사 이후 6897명을 대상으로 한 추적 자료에서도 이 같은 관계가 다시 확인됐다. 다만 원논문은 분석에서 제외된 결측자료 보유자가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로 제시했다. 실제보다 건강한 집단이 분석 대상에 더 많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 ‘몇 개의 병이 있나’ 넘어 ‘혼자 어떻게 살아가나’ 본다
이번 지수가 주목하는 것은 질병 개수만이 아니다. 신체와 인지 상태뿐 아니라 다른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고 사회생활을 하는지, 디지털 환경을 이용할 수 있는지, 생활하는 주변 환경이 고령자에게 적합한지까지 한꺼번에 살핀다.
이는 WHO가 건강한 노화를 개인의 신체·정신적 능력과 주변 환경, 두 요소의 상호작용으로 보는 것과 맞닿아 있다. WHO는 주거와 지역사회, 인간관계, 보건·사회서비스 같은 환경도 노년기의 기능적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건보공단은 앞으로 같은 참여자를 반복 조사해 건강노화지수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 자료와 연계해 이 지수가 향후 의료이용이나 기능 저하, 돌봄 필요, 장기요양 진입 등을 얼마나 예측하는지도 검증한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한 것은 건강노화지수의 구성과 타당성이다. 건강노화지수가 향후 의료이용이나 기능 저하, 장기요양 진입을 실제로 얼마나 예측하는지는 아직 검증 단계에 있다. 고위험군 조기 발굴과 맞춤형 예방·돌봄 연계, 건강보험·장기요양 재정 절감 등은 공단이 제시한 향후 활용 방향이다.
한은정 건강보험연구원 건강고령화정책연구센터장은 “국내 중고령자의 건강노화 수준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향후 건강노화 관련 정책을 개발·평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연구”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건강노화 코호트 추적조사를 통해 건강노화지수의 변화 민감도와 예측타당도를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국민의 건강한 노화를 지원하기 위한 예방정책과 돌봄정책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자료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531556526002135
[동아닷컴 2026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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