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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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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살아보기-진또배기 진도섬투어

2026. 10. 21. 07:0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진또배기 진도섬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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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는 제주도와 거제도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섬이다. 지금은 육지와 진도대교로 이어져서 섬이 아니라 육지와 다름없지만 말이다. 이와 더불어 전라남도는 한국 섬의 65퍼센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진도는 조도면에 소속된 하조도, 관매도, 가사도 등 45개 유인도와 185개 무인도 등 총 230개 섬을 보유하고 있다(이상은 이재언의 『한국의 섬 진도군』(이어도, 2021년에서 인용). 230개라는 섬의 개수는 통계에 따라 조금 달라지는데, 이는 작은 무인도가 많아 생기는 오차라고 추정되고 있다. 따라서 이렇게 많은 부속 섬들을 빼놓고 진도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진도의 해안가 길을 따라 가면서 바다에 점점이 박힌 섬들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배를 타고 섬들을 돌아보는 것은 또 다른 재미를 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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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세방낙조 인근 세방방파제(상)에서 출발하는 진도섬투어로 가사도를 포함한 인근 섬들을 탐방하기로 했다. 진도섬투어는 가사도 출신 장철호 선장이 운영하고 있는데, 요금은 1인당 3만 원 기준이며, 보통 7명 이상이면 운행한다고 했다. 우리는 10명이고, 미리 예약을 했기 때문에 바로 출발할 수 있었다. 보통 1회당 2시간 정도 투어를 하는데, 우리는 10시에 출발해서 가사도 인근의 섬들을 탐방하고, 가사도에서 점심식사를 하고나서 가사도 섬 자체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외궁도 등 다른 섬들을 탐방하고 3시에 돌아오는 5시간짜리 특별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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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방낙조 인근 바닷길을 걷다보면 섬 위에 큰 돌멩이가 얹혀 있는 독특한 모양의 두 개의 섬이 보인다. 바위 한 개가 있는 섬은 일명 손가락섬으로 불리는 주지도이고, 두 개가 보이는 섬은 발가락 섬이라 불리는 양덕도다. 이렇게 독특한 섬 이름은 재미있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이 섬들 인근의 지력산의 동백사에서 수도하던 노스님이 산 정상에서 아름다운 노을과 새 떼를 바라보다 도취되어 법의를 입은 채로 바다를 헤엄쳐 가다가 벼락을 맞아 죽었다. 스님의 가사는 떨어져 가사도가 되었고, 장삼은 장산도로, 하의는 하의도, 상의는 상태도, 스님의 불심은 불도의 불탑바위로, 자비로운 마음은 보리섬(교맥도), 손가락은 손가락섬(주지도), 발가락은 발가락섬(양덕도)으로 변했다는 전설이다. 이밖에도 가사도 근방 섬들 이름에는 불교적 전설이 많이 담겨 있는데, 신들이 모여 산다는 신도, 예불시간이면 북소리가 울린다는 북송도, 관세음보살이 계신다는 우이도, 관음산과 주변에 주지도, 양덕도, 새섬 광대도(사자섬), 방구섬, 밤섬, 소동섬, 닥섬과 혈도, 마진도, 백야도 등 신비스런 전설의 섬이 그런 섬들이다(위키백과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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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태운 모터보트는 주지도를 향해 나아갔다. 이때부터 장철호 선장의 걸쭉한 입담이 시작되었다. 주지도는 인천에서 귀촌한 91세 할아버지 소유인데, 이런 섬을 사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 대박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니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주지도를 사자는 것이었다. 주지도 선착장 비슷한 곳 안쪽으로 빨간색 지붕의 집이 보였는데, 그 집은 원래 절이었는데, 이 섬 소유주인 할아버지가 현재는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주지도 섬 꼭대기에 놓인 바위는 9,000년 전에 만들어졌는데, 이 바위 위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일품이라고 했다. 주지섬은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데, 상투를 튼 모양을 닮아 상투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했다. 주지섬 바로 옆에 있는 양덕도에는 89세 할머니가 백구 2마리와 살고 있다고 했다. 할머니가 외출을 나갔는지, 집은 보이는데 할머니도 백구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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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양덕도를 지나 네 개의 섬이 나란히 보이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맨 오른쪽에 보이는 섬이 사자섬이라 불리는 광대도, 그 옆에 고래, 물개 등 다양한 모양으로 보이는 혈도, 공도, 송도가 보였다. 광대도는 보면 볼수록 사자가 앉아 있는 모습을 닮았는데, 특히 얼굴 부분이 사자를 빼닮은 게 신기했다. 장 선장은 사자섬을 동물섬이라 불리기도 한다면서, 섬을 한 바퀴 돌면서 자라, 낙타, 펭귄 등 다양한 동물 형태의 바위들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사자섬은 얘깃거리가 되지만 나머지 동물 형상들은 약간 억지인 것 같아 마음에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그래도 배를 타고 섬을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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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공도와 혈도를 살짝 스치고 나서 가사도를 향해 달렸다. 가사도에서 점심식사를 한 다음에 등대 등 몇 군데를 들를 예정이라고 했다. 가사도는 진도군에서 상조도와 하조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가사도는 농어업이 발달한 섬이며, 조도해역에서 톳양식이 가장 많은 섬으로 알려져 있다. 가사도는 앞서 설명한 스님의 가사가 떨어져 만들어졌다는 전설 외에 대리마을 당산이 마치 부처의 옷과 같다 하여 가사도라 불리게 되었다고도 한다. 또 섬의 지형이 가새(가위의 전라도 사투리) 모양이어서 가사도라 불렀다고 하고, 주변 섬들을 불의불형(佛衣佛形)의 모습으로 보아 가사(袈裟)에 해당하는 형국이라 하여 가사(袈裟)라는 지명이 유래되었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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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도 선착장에 도착한 시각이 12시. 마침 가사도에 들른 여객선이 선착장을 떠나는 걸 목격할 수 있었다. 가사도에 내려서 대기하고 있던 트럭에 탑승해서 식당으로 이동했다. 트럭은 봉고 트럭이었는데, 10명의 인원 중 2명이 운전석 옆에 앉고 나머지는 트럭 뒤 칸에 앉았다. 5분쯤 지나 도착한 식당은 ‘우리원식당’이었는데, 생선백반이 준비되어 있었다. 가격은 15,000원인데, 식당 주인이 잡은 생선으로 차린 밥상이라고 했다. 반찬이며 생선이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다른 손님들도 꽤 있었는데, 농사일을 마친 인원들이 꽤 많았다. 여기도 여느 농어촌과 마찬가지로 일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외국인이었다. 말하는 걸 들어보니 대부분 베트남인인 것 같았다. 트럭을 타고 떠나는 그들을 배웅하고 나서 가사도 투어에 나섰다. 가사도 등대가 있는 언덕 위로 올라가니 바다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멀리 아련하게 보이는 섬이 흑산도라고 했는데, 여기서는 바로 가는 배편이 없어서 목포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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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배를 타고 섬 투어에 나섰다. 흑산도 방향으로 나가던 배가 특이하게 생긴 섬 옆을 지났다. 해안가 절벽에 동굴이 보이고, 절벽 위에는 염소들이 보였다. 이 섬의 이름은 외공도, 이 섬은 가사도가 아니라 조도에 속한다고 했다. 가사도 앞 바다는 섬으로 둘러싸여 있어 잔잔한 편이지만, 이곳 외공도 앞 바다는 큰 바다에 속하기 때문에 파도가 거칠어 항해하기 힘든 곳이라고 했다. 다행히 오늘은 운이 좋아 바다가 잔잔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외공도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배는 출발지로 가기 위해 세방 쪽으로 나아갔다. 세방낙조 스카이워크가 보이는 지점을 지나 장도에 잠깐 들렀다가 출발지인 세방방파제 부두에 도착하니 3시. 장장 5시간의 투어를 마쳤는데도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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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랑길 10코스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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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에 기상하여 창문을 여니 가을 기운이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쌀쌀함이 느껴졌다. 아침 기온이 15도에, 낮 최고 기온도 21도라고 하니 무덥던 여름이 이제 완전히 물러났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은 지난 9월 28일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실행하지 못했던 십일시에서 팽목행 버스를 갈아타고, 팽목항에 도착해 8시 15분 관매도행 배를 탈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다시 실행해보기로 했다. 일단 확인한 다음에는 진도 팽목항(실제로는 서망항)에서 출발해 가치마을까지의 서해랑길 10코스를 걷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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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침 7시 버스 타는 것은 거의 자동적으로 실행할 수 있어서 오늘도 7시 3분에 십일시 행 버스에 탑승했다. 지난 번 왜 그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는지 체크하기 위해 특히 인지리 다음의 버스 운행 과정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였다. 인지리에 도착한 버스는 지난번과 같이 직진해서 좌측의 마을로 들어갔다 나왔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지난번에는 거기서 나온 다음에 인지리로 돌아왔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십일시 방향으로 향했다. 그렇다면 왜 지난번에는 십일시로 바로 가지 않고 인지리로 다시 돌아왔다가 십일시로 향했을까? 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떤 할머니의 요청 때문이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난번에 그 마을에서 승차한 할머니가 운전기사에게 “이 버스 인지리로 가지?”라고 물었었다. 그러자 버스 기사가 “안 가요.”리고 대답했는데도, 그 할머니는 내리지 않고 그냥 의자에 앉았다. 그러니까 버스 기사가 그 할머니를 위해 인지리로 다시 갔다가 온 것이었다는 게 내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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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처럼 시골에서의 버스 기사와 승객의 관계는 서울 등 대도시에서처럼 경제적 대가를 주고받는 단순한 관계가 아니라, 마을 어른과 아들, 조카 같은 인간적인 관계다. 그러니까 서울 등 대도시에서 할머니가 “이 버스 인지리 가지?”라고 물었다면, 운전기사는 단호하게 “안 갑니다.”라고 대답하고, 그 할머니가 그냥 자리에 앉으면 내리라고 종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번 기사는 그렇게 대응하는 대신에 버스를 되돌려서 할머니가 원하는 곳에 내려주었다. 사실 그렇게 했다고 해도 운행시간에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론 그런 사실을 모른 나는 다음 정거장이 십일시인가보다 하고 내렸다가 낭패를 보는 피해를 입긴 했지만 말이다. 비록 내가 피해를 입었어도 이런 시골 정서가 더 인간적인 삶에 가까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별로 억울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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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에서 시골 버스를 자주 타다보니 도시에서 볼 수 없는 광경들이 자주 눈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눈에 띈 특징은 진도 버스에는 경로석과 임산부석이 따로 없다는 점이다. 하긴 대부분의 승객들이 노인들이니 버스 좌석 전체가 경로석이 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가끔 젊은이들이 승차하는 경우가 있는데, 젊은이들은 당연히 뒷좌석으로 갔다. 왜냐하면 노인 분들이 버스에 올라서 가까운 자리에 바로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또 운전기사는 노인 승객이 차에 올라 좌석에 앉을 때까지, 내릴 때는 안전하게 착지해서 버스에서 멀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문을 닫고 출발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장날이나 특별한 행사가 없으면 대부분 버스 승객이 몇 명 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래서 진도 버스는 회사가 운영할 수 없어서 군에서 운영하고 버스비를 받지 않고 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버스기사들이 라디오 채널을 독점한다는 점이다. 버스 승객들은 라디오 소리에 관심두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기사는 찬송가를 틀고 다니고, 이번 기사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혼자 연신 웃으면서 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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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길은리에서 7시 3분에 탄 버스는 7시 33분에 십일시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네이버 지도로 읍내 터미널에서 팽목항으로 출발한 버스가 십일시 정류장에 몇 시에 도착하는지 체크했더니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아니 틀림없이 터미널에서 7시 20분에 출발한 버스가 곧 도착할 텐데 왜 도착 정보가 안 뜨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당황스러워지면서 정신까지 아득해졌다. ‘그 버스가 벌써 지나갔나? 다음 차를 타려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 텐데 어떡하지?’ 하면서 허둥대고 있는데, 다행히 멀리서 버스가 오는 게 보였다. 버스에는 6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버스가 진도항에 도착했다. 나는 진도항이 종점이니 모두가 내릴 줄 알고 기다렸는데, 지나치는 것 같이 벨을 눌렀다가 미리 벨을 누르지 않았다고 기사에게 핀잔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진도항은 여객터미널이라 주민들은 여기서 내리지 않고, 다음 정류장인 서망항으로 가는 것으로 보였다. 사실 서망항이 9코스 종점이자 10코스 시점이기 때문에 나도 서망항까지 가도 되지만, 지난번에 진도항에서 서망항까지 걸었었기 때문에 진도항에서 내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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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항 터미널에 들어가 관매도행 8시 15분 출발하는 배가 뜨는지 확인했는데, 아뿔싸 ‘기상 악화로 결항’이라는 빨간색 표시가 떠 있었다. 오늘 날씨가 쌀쌀하고 바람이 약간 불기는 했지만, 결항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밖의 상황이었다. 우리가 갈 때도 기상 상황을 수시로 체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멤버 카톡방에 이런 상황을 알리고, 터미널에 게시된 선박 운행 상황을 알려주는 앱 주소도 올렸다. 지도상으로는 관매도가 진도항에서 그리 멀지 않아 배 운항이 순조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부부 2쌍이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관매도를 가려고 아침 일찍 왔는데, 결항이라고 하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견이 분분한 것 같았다. ‘그냥 제주도라도 갔다 오자.’ ‘진도에 어디 볼만한 데가 있는지 물어보고 거기로 가자’ 등 옥신각신하는 걸 보면서 남의 일 같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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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항 터미널을 나와서 세월호 기억관을 지나 서해랑길 리본 표지를 따라 걸었다. 큰길을 따라 가던 코스는 큰길을 벗어나 해변 쪽으로 좌회전했다. 마을 이름이 보였는데, ‘팽목마을’이었다. 그래서 ‘팽목항’이라고 했구나. 하긴 진도라는 이름이 군 전체를 대표하니까 ‘팽목항’ 또는 ‘진도팽목항’이라고 하는 게 맞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을 지나자 풀이 우거진 비포장길로 이어졌고, 다시 팽목방파제가 나왔다. 팽목방파제 위를 걸으니 우측으로는 멀리 동석산이 보이고, 좌측으로는 팽목항과 서목항이 한 눈에 들어왔다. 방파제가 끝나는 지점에서 우측 내륙 쪽으로 가겠지 했던 예상과 달리 길은 좌측 해변 쪽으로 이어졌다. ‘해변 쪽으로 가서 어쩌자는 거지?’라고 걱정을 하면서 걸었는데, 해변 끝에 이르러 반전이 일어났다. 오른쪽에 계단이 보이면서 산속으로 길이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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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높은 산이 아니라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이 길은 기대 이상으로 걷기에 좋은 길이었다. 이제까지 걸은 진도 서해랑길 중에서 가장 걷기 좋은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별로 높낮이도 없고, 울창한 나무로 가려진 숲길은 중간 지점인 잔등너머, 마사리 입구까지 이어졌다. 그러니까 전체 구간의 3분의 1 정도가 걷기 좋은 숲길인 셈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바로 옆에 바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다 풍경, 특히 진도 특유의 점점이 박힌 섬들의 풍경을 보면서 걸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련히 들려오는 파도 소리며, 가끔 숲을 벗어났을 때 보여주는 바다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이 좋았다. 이 길은 팽목바람길과도 겹쳤는데, 마사리에 접어들면서 ‘팽목바람길’ 표시가 없어졌다. 꼭 전체 서해랑길을 걸을 생각이 아니라면 진도항에서 8킬로미터이니 이 정도만 걸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내고 버스를 타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었다. 자주는 없지만, 마사리에 서는 버스가 있으니, 그 시간을 잘 맞추면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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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리를 지나면서 다시 포장길이 이어졌지만, 그래도 대부분 큰길이 아닌 농로를 따라 걷는 길이라 걷는 데 부담감은 없었다. 마사리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20분. 절반을 걸은 셈이니 단순 계산을 해보면 진도항에서 여기까지 걸린 시간인 2시간 20분을 더하면 종점인 가치마을에 12시 40분에 도착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세방에서 버스가 회차하는 시각이 11시 15분과 14시 10분인데, 도착 시간이 좀 애매했다. 11시 15분 버스를 타기에는 너무 무리인 것 같았고, 도착 후 14시 10분 버스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길었다. 그런 고민 때문에 머리가 혼동되었는지, 아니면 길 안내 표시가 엉터리였는지, 중간에서 헤매는 바람에 서둘러 걸었는데도 결국 가치마을에 12시 20분에 도착했다. 2시간 동안 기다리느냐, 지산면 인지리까지 걸어가느냐 망설이다가 결국 1시간 20분을 투자해서 인지리까지 걸었다. 이미 신청한 관매도 반값 여행을 위해 인지리 농협에서 ‘진도사랑사랑상품권’을 만들고,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본 다음 3시 20분 길은리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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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이향인

2026. 10. 19. 06:59 | Posted by 행복 기술자

라미 카민스키(최지숙), “이향인,” 21세기북스, 2026년

 

‘내향인도 외향인도 아닌 이향인?’

 

요즘 유행 중인 MBTI 성격 검사 항목 중에 있는 ‘내향적인(I) 성격’과 ‘외향적인(E) 성격’ 이외에 이향인 있다는 이 책의 주장은 엉뚱하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이향인의 반대 성격을 ‘공동체 지향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까 공동체인 집단에 파묻혀 지내는 것에 편안한 성격이면 공동체 지향인, 공동체와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세계를 갖는 사람을 이향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집단에 잘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향인과 다른 점은 공동체의 가치관을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이향인의 경우에는 공동체의 가치관이 자신의 가치관과 다르면 자신의 가치관을 우선적으로 내세운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 이향인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부모와 의사들에 의해 정신병 환자로 취급되고 있는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향인 자신들도 자신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해 방황하면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런 이향인 환자(?)들이 저자의 조언을 듣고 자신들이 이향인의 특성을 지녔을 뿐,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라는 것을 이해한 다음에는 오히려 더 잘 살아가게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왜냐하면 이향인은 공동체와 떨어져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기 때문에 공동체에 이바지할 창의적인 일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 등 인류에 공헌한 많은 과학자들이 이향인의 기질을 갖고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처럼 이향인은 창의적일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일대일로 상호작용할 때는 사교적이고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특성도 갖고 있다. 다만 파티 등 다중의 사람들과 어울리는 상황은 못견뎌하기 때문에 사회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라미 카민스키는 자신이 이향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 뒷부분에 이향인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이향인 테스트 문항이 나와 있는데, 나도 테스트 결과 이향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40문항에 각 문항이 7점 만점이라 총 280점이고, 188점 이상이면 이향인이라고 하는데, 내 점수는 235점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 주위 사람들이 나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장막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그게 바로 내 이향인 성격 탓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해석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말이다. 아무튼 인간의 성격을 새로운 각도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제안을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