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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윤회는 없다

2026. 10. 12. 07:0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무위 해공, “윤회는 없다,” 책과나무, 2025년

 

‘윤회는 없다.’는 제목부터 자극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윤회가 힌두교 사상인지는 알았지만, 자연스럽게 불교의 교리를 받아들여진 것으로 생각했던 게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윤회가 불교 교리가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유는 불교 교리의 핵심인 ‘무아’의 교리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윤회란 ‘고정된 자아’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부처의 가르침은 ‘고정된 자아’가 없다, 즉 ‘무아’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불교에서 가르치는 해탈에 이르는 길이 윤회를 벗어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는 그게 아니라 ‘윤회를 경험하는 나라는 주체가 애초에 없었음을 깨닫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윤회 사상이 인도 힌두교의 핵심 교리로 떠오르게 된 역사적 배경도 설명하고 있다. 인도를 점령한 소수의 아리안족이 인도의 원주민인 드라비다족을 다스리기 위한 카스트 제도를 합리화하기 위해 만든 게 바로 ‘윤회설’이라는 것이다. 이런 불평등 사상의 배경인 윤회설을 평등사상을 외치던 부처님이 주장할 리가 없다는 것이 이 책 저자의 주장이다. 다만 부처님이 입적한 후 불교가 힌두교의 강력한 힘에 떠밀려서 그 세력이 축소되자, 인도 사회에 널리 퍼져있던 윤회 사상을 받아들였지만, 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윤회사상을 받아들이면서 등장한 것이 보살이라는 점도 놀라운 주장이었다. 저자는 초기 경전을 아무리 살펴봐도 석가모니 붓다는 이런 보살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여러 측면에서 왜 윤회설이 모순되는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리적으로는 부처님의 핵심 사상인 ‘무아’와 모순이라는 점이다. 그밖에도 임사체험의 허구와 티벳 불교의 달라이라마 환생설의 모순점도 지적하고 있다. 가장 놀라운 점은 현대 과학인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이용해 윤회설의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내용이 잘 납득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일반인이 이해하기 난해한 양자역학을 인용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놀랍다. 양자역학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일치하는 점이 많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었지만, 이 책에서처럼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불교의 교리와 윤회 사상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드는 책으로 적극 권하고 싶은 책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같은 시각에 똑같은 커피를 마셔도 누구는 잠을 설치고, 누구는 머리만 대면 잠든다.

실제로 카페인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상당히 다르다. 카페인에 강한 체질과 약한 체질을 가르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유전자다. 타고난 유전자에 따라 간에서 카페인을 분해하는 능력에 차이가 생기고, 뇌가 카페인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전자가 전부는 아니다. 평소 커피를 얼마나 자주 마시는지부터 흡연 여부, 일부 약물 복용까지 다양한 요인이 카페인이 몸에 머무는 시간을 바꿀 수 있다. 어제까지 저녁 커피를 마셔도 잘 자던 사람이 어느 순간 같은 한 잔에 불면의 밤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 카페인에 강한 체질 따로 있다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은 빠르게 혈액으로 흡수돼 뇌에 도달한다. 카페인은 뇌에 에너지를 새로 공급하는 물질이 아니다.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증가해 졸음을 느끼게 하는 아데노신의 작용을 차단함으로써 일시적으로 피로를 덜 느끼고 더 깨어 있게 한다.

동시에 간에서는 효소가 카페인을 계속 분해하고, 분해된 물질은 주로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이러한 카페인 분해·제거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카페인 민감도가 사람마다 다른 데는 유전적 요인이 상당 부분 관여한다.

2024년 국제 학술지 ‘중개의학저널(Journal of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된 체계적 문헌고찰은 26개 연구, 185만1428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CYP1A2, ADORA2A, AHR 등 여러 유전자가 카페인 섭취와 대사에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CYP1A2 유전자는 간에서 카페인을 분해하는 핵심 효소인 ‘CYP1A2’ 활성과 관련돼 있다. 사람마다 이 유전자에 차이가 있어 카페인을 빠르게 분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느리게 분해하는 사람도 있다.

ADORA2A 유전자는 카페인이 뇌에서 작용하는 방식과 관련돼 있다. 2023년 유전적 차이와 카페인의 뇌 영향을 분석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ADORA2A 유전자 변이가 카페인 섭취 후 불안이나 수면장애가 나타나는 정도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하면 개인의 유전적 차이에 따라 같은 커피를 마셔도 어떤 사람은 간에서 카페인을 더 빨리 처리하고, 어떤 사람은 뇌가 카페인의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카페인을 얼마나 자주 섭취하는지도 영향을 미친다. 반복 섭취에 따라 일부 효과에 내성이 생길 수 있다. 1992년 국제 학술지 ‘정신약리학(Psychopharmacology)’에 실린 성인 32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임상시험에서는 카페인을 반복 섭취했을 때 카페인의 주관적 자극 효과에 대한 내성이 나타났다.

● 담배 피우면 카페인이 더 빨리 사라진다

담배를 피우는 습관도 카페인에 대한 반응을 바꿀 수 있다.

‘임상약리학 및 치료학(Clinical Pharmacology & Therapeutic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건강한 흡연자 13명과 비흡연자 13명에게서 카페인이 몸에서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을 비교했다. 흡연자는 평균 3.5시간, 비흡연자는 6시간이었다. 카페인 제거 속도 역시 흡연자가 더 빨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밀은 연초 담배가 타면서 발생하는 연기에 있다. 담배 연기에 포함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등이 간의 CYP1A2 효소 활성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카페인이 더 빠르게 분해된다.

전자 담배는 다를 수 있다. 일반적인 전자담배는 연초를 태우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연소 과정에서 연초 담배에 비해 PAH 노출이 훨씬 적다. 따라서 연초 담배에서 나타나는 것과 같은 CYP1A2 효소 유도 효과는 일반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흥미로운 것은 담배를 끊었을 때다.

흡연으로 높아졌던 CYP1A2 활성이 떨어지면서 이전과 똑같은 양의 커피를 마셔도 카페인이 몸에 더 오래 남을 수 있다.

1997년 ‘중독행동(Addictive Behaviors)’에 발표된 임상시험에서는 평소 카페인을 섭취하던 흡연자 162명을 대상으로 금연 후 변화를 추적했다. 금연 뒤에도 기존처럼 카페인을 계속 섭취한 사람은 3주 후 체내 카페인 농도가 금연 전의 203% 수준까지 높아졌다.

담배를 끊은 후 이전과 똑같이 커피를 마셨는데 잠을 설치거나 카페인의 자극을 강하게 느낀다면, 금연으로 카페인 대사 속도가 느려진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이럴 땐 커피 섭취량과 마시는 시간대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 카페인 자극에 영향 미치는 또 다른 요인

임신하면 카페인을 분해하는 CYP1A2의 활성이 떨어진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카페인의 평균 반감기가 대략 4~5시간인 반면, 임신 후기에는 15시간 안팎까지 길어질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일부 약물도 카페인을 분해하는 효소의 활동을 억제할 수 있다. 에스트로겐이 포함된 경구 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에게서도 카페인 제거 속도가 느려진 연구 결과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숙면 방해 안 받으려면 커피 몇 시까지 마셔야 할까

개인차가 큰 만큼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정확한 ‘마지막 커피 시간’을 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대략적인 기준은 제시돼 있다.

2013년 ‘임상수면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카페인 400㎎을 잠자기 직전과 3시간 전, 6시간 전에 각각 섭취하도록 했다. 참고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하는 건강한 성인의 하루 카페인 최대 섭취 권고량도 400㎎이다.

그 결과 취침 6시간 전에 섭취했을 때조차 수면에 유의미한 방해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상당량의 카페인은 적어도 취침 6시간 전부터 피하는 것이 좋다고 결론 내렸다.

더 넉넉하게 잡아야 한다는 근거도 있다.

2023년 ‘수면의학리뷰(Sleep Medicine Reviews)’에 발표된 24개 연구의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에 따르면 카페인 섭취는 전체 수면시간을 평균 45분 줄이고, 수면효율을 7%포인트 낮췄다.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9분 길어졌고 깊은 수면시간도 약 11분 줄었다.

연구진은 전체 수면시간 감소를 피하려면 카페인 107㎎이 든 커피 250㎖ 한 잔도 취침 최소 8.8시간 전에 마쳐야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밤 11시에 잠자리에 든다면 마지막 커피는 오후 2시께 마치라는 얘기다.

2025년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게재된 미국 성인 4만여 명의 관찰 연구에서는 아침에 주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전체 사망 및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낮은 것과 관련이 있었다. 반면 하루 종일 커피를 마시는 사람에게서는 이러한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았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오후나 저녁의 커피 섭취가 하루 24시간 주기의 생체리듬과 멜라토닌 같은 호르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등을 가설로 제시했다.

결국 커피를 몇 잔, 몇 시까지 마셔도 괜찮은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타고난 유전적 차이는 물론 평소 카페인 섭취 습관과 흡연 여부, 복용 약물 등도 카페인에 대한 반응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신 뒤 잠드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불안·초조함이 생기지는 않는지 살피면서 섭취량과 시간을 자신에게 맞게 조절하는 것이 커피를 건강하게 즐기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동아닷컴 2026년 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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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내려다보는 빌라 쏘메(위사진)와 빌라 쏘메 로비의 조형물. 코스모스 울릉도 제공

 

코스모스 울릉도에 가보니

얇은 나무판으로 제작된 객실 열쇠에 달이 그려져 있었다. 달이 조금씩 차올라 보름달이 됐다가 다시 기우는 모습이었다. 경북 울릉군 북면 추산리 ‘코스모스 울릉도’. 이곳에서의 시간이 해와 달, 바람과 물의 리듬을 따라 흐를 것임을 이 작은 열쇠가 예고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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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내려다보는 빌라 쏘메(위사진)와 빌라 쏘메 로비의 조형물. 코스모스 울릉도 제공

 

>> 음양의 조화, 건축과 조경

 

2017년 일반 객실형 ‘빌라 떼레’와 2층 독채 ‘빌라 코스모스’로 문을 연 코스모스 울릉도는 지난해 ‘빌라 쏘메’를 새로 열었다. 쏘메(sommet)는 프랑스어로 산봉우리를 뜻한다. 울릉도의 전통 가옥 너와집에서 영감을 얻은 이 건물은 강풍과 폭설을 견디기 위한 ‘집 속의 집’ 구조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지붕에는 얇게 켠 현무암을 얹었고, 객실마다 작은 정원을 두어 바깥 풍경을 실내로 끌어들였다.

香

雪

雲

筍 작은 정원을 곁에 두고 있는 빌라 쏘메의 객실. 코스모스 울릉도 제공

 

빌라 쏘메의 10개 객실에는 향(香), 설(雪), 운(雲), 순(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순환상생(循環相生)’의 철학이 담긴 이름들이다. 남쪽의 ‘향’은 암벽에서 자라는 향나무처럼 불의 활력을, 서쪽의 ‘설’은 눈 덮인 바위의 고요함을 품는다. 동쪽의 ‘순’은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생명력을, 북쪽의 ‘운’은 산봉우리에 걸린 구름의 여백을 뜻한다.

‘향 3’ 객실에서 테라스로 나가봤다. 정면으로 에메랄드빛 동해가 펼쳐지고 왼쪽으로는 송곳산이 솟아 있었다. 아래로는 인피니티 풀이 바다와 맞닿은 듯 이어졌다. 객실은 그 두 거대한 존재 사이에 잠시 놓인 작은 쉼표 같았다.

코스모스 울릉도를 설계한 김찬중 건축가(더시스템랩 대표)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울릉도에는 굉장히 원시적인 힘이 있어요.” 약 250만 년 전 바닷속 화산 활동으로 태어난 울릉도는 절벽과 기암괴석,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식생을 품고 있다. 특히 북면 추산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송곳산이 눈을 붙잡는다. 김찬중은 처음 이 벼랑 끝 대지를 마주했을 때 “건물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송곳산을 중심으로 이미 완성돼 있는 풍경의 이야기를 인간의 조형 행위로 덮어버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보았다.

‘코스모스(KOSMOS)’는 우주를 뜻하는 그리스어이면서 이 리조트 운영사인 코오롱(KOLON)의 영문 첫 글자도 반영한 이름이다. 태양과 달, 별의 궤적뿐 아니라 조수 간만과 해수면의 움직임까지 살펴 건축에 반영했다. 김찬중은 이 공간이 하나의 ‘천체 도구’가 되기를 바랐다고 했다. 실제로 이곳에 머물면 하늘과 바다와 산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온다. 빛의 각도에 따라 공간의 표정이 달라지고 구름은 송곳산 중턱에 걸렸다가 어느새 흩어진다. 건축은 스스로를 드러내기보다 거대한 자연을 바라보게 하는 프레임에 가까웠다.

조경은 건축에 비해 한층 담백하고 차분하다. 조경을 맡은 정욱주 서울대 조경학과 교수는 처음 현장에 섰을 때 건물보다 지형을 먼저 봤다고 했다. 송곳봉 바로 아래, 절벽과 바다가 맞닿은 땅이었다. 기존 식생을 많이 건드리지 않고 최대한 유지하려 했다는 그는 웃으며 말했다. “건물 눈치도 보고 자연 눈치도 보면서 했어요.” 좋은 조경이란 자연을 마음대로 꾸미는 일이 아니라, 어쩌면 건축과 자연 사이에서 끊임없이 눈치를 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빌라 코스모스 코스모스 울릉도 제공

 

코스모스 울릉도의 최고급 독채 ‘빌라 코스모스’는 2박 숙박료가 3600만 원이다. 전담 요리사와 집사가 있고 여정 내내 리조트 측이 관리해준다. 네 개의 객실은 서로 다른 색상을 콘셉트로 했으며 단골 투숙객에게는 영문 이름의 이니셜을 새긴 침구를 따로 준비할 정도다. 일행이 한 건물 안에서 ‘따로 또 같이’ 머물도록 만든 구조다. 무엇보다 울릉도의 절경인 코끼리바위를 눈 앞에서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다.

이곳에도 정원이 있다. 바람을 많이 맞아 굽은 팽나무, 청나래고사리와 관중, 섬말나리 등을 심었다. 매끈한 순백의 건축 속에 울릉도 원시림의 한 장면을 슬쩍 끌어온 듯하다. 봄에는 섬벚나무, 여름에는 섬백리향, 가을에는 해국, 겨울에는 잎을 떨군 수목이 정원의 시간을 이어간다. 손바닥으로 살짝 쓸어 맡았던 섬백리향의 향기가 아직도 코끝에 남아 있는 듯하다.

빌라 떼레 코스모스 울릉도 제공

 

해 질 무렵 빌라 떼레 앞 코스모스 가든으로 걸어가봤다. 두 개의 코스모스 링은 각각 해와 달을 바라보는 자리다. 양(陽)의 링에서는 해가 지는 풍경, 음(陰)의 링에서는 송곳산 구멍에 걸리는 달을 바라보도록 했다. 빛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산의 윤곽이 짙어졌다. 풍경은 한순간도 같은 모습으로 머물지 않았다. 밤이 깊어지자 빛과 음악을 더한 라이팅 쇼가 펼쳐졌다. 김광현 코스모스 울릉도 총지배인은 “울릉도의 자연을 천천히 느끼며 일상의 속도를 늦춰보길 바란다”고 했다.

>> 오행 철학의 웰니스

코스모스 울릉도의 웰니스 프로그램은 오행의 철학을 자연의 순환과 연결한다. 몸과 마음을 비우고 다시 채우는 과정도 하나의 순환으로 바라본다.

체크인 뒤 ‘웰컴티 세리머니’에서는 울릉도 식재료로 블렌딩한 차와 정갈한 다식을 맛본다. 테라피 공간 ‘르 플로’에서는 순환상생을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를 바라보며 따뜻한 테라 스톤 위에 몸을 눕힌다. 명상 트레이너의 낮은 목소리를 듣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 마신 울릉도 용출수는 유난히 차고 시원했다.

빌라 쏘메의 인피니티 풀에도 울릉도 용출수를 사용한다. 물에 몸을 담그면 앞으로는 동해의 수평선이 열리고 뒤로는 송곳산이 몸을 감싼다. 인피니티 풀이 보통 바다를 향해 시선을 끝없이 밀어내는 공간이라면 이곳의 수영장은 산과 바다 사이에 몸을 잠시 내려놓는 장소에 가까웠다. 내가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풍경 속으로 들어와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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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쏘메 투숙은 리조트 내 식당 ‘라 울(La 鬱)’에서의 아침 식사와 저녁 코스 요리를 포함한다. 밥을 먹으러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자연 속 리조트에서 ‘먹고 자고 쉴’ 수 있게 한 것이다. 저녁 식사는 오징어와 참치, 바삭한 양파와 흑염소로 시작해 전복, 야생 버섯을 채운 메추리, 훈연 해산물, 칡소 구이, 보리굴비 밥상이 차례로 이어졌다. 각 요리는 금생수(金生水), 수생목(水生木), 목생화(木生火) 같은 오행의 흐름을 따라 구성했다. 울릉도의 산과 바다에서 온 식재료들이 코스에 담겨 하나의 순환을 이뤘다.

원시의 섬에서 우주를 만난다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었다.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바라보고, 바람의 방향을 느끼고, 한 줌의 식물 향에 잠시 걸음을 멈추는 일. 그렇게 거대한 자연 안에 잠시 머무는 동안 흐릿해졌던 감각이 하나씩 제자리로 돌아왔다. 객실 열쇠에 그려져 있던 달처럼 마음에도 고요가 조금씩 차올랐다.

 
 
울릉=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동아일보 2026년 9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