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림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몸 안 미세한 염증은 장기간 지속돼… 노화 가장 큰 원인, 50대에 본격화
암-심혈관 질환 등 노인성 질병 유발
염증 낮추는 생활 습관 실천해야… 지중해식-한식 식단이 완화 효과
피해야 할 1순위는 오래 앉아 있기… 근력운동하면 항염증 물질 분비돼

만성 미세 염증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확인이 어렵다. 노화와 관련이 있어 50대 이후부터는 주의가 필요하다. 최혜림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생활 습관부터 개선할 것을 권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염증 수치가 높으면 만성질환에 걸리는 것 아닌가요?”
“몸이 요즘 좋지 않은데, 염증 수치가 높아서 그런 건가요?”
최혜림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환자들에게 종종 받는 질문이다. 최 교수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염증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염증이 만성 질환을 유발하는지, 염증을 어떻게 예방해야 할지 등을 최 교수에게 들어봤다.
● 염증의 의학
상처가 나면 통증을 느낀다. 붓거나 열이 나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신체 반응이다. 세균과 바이러스 침투에 대처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 시스템이다. 의학적으로 염증 반응이라고 한다. 염증 반응 과정을 통해 손상된 조직은 다시 정비된다. 추가 감염도 막는다.
이처럼 증세가 겉으로 드러나는 염증을 급성 염증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몸 안에서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염증 강도는 높지 않은데,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지속된다. 장기, 혈관 등 부위를 가리지 않는다. 이를 만성 미세 염증이라고 한다. 화재에 비유하자면, 잔불이 꺼지지 않고 오래 타는 것과 같다.
만성 미세 염증이 있다면 피로감이나 근육통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다른 병이 원인일 수도 있다. 이처럼 강도도 낮고 직접적인 증세도 구분하지 못하니 알아차리기 어렵다. 최 교수는 “아주 정밀한 검사가 아니고서는 미세 염증을 찾아내거나 수치화하지도 못한다. 검사지(紙)의 염증 수치는 대체로 급성 염증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만성 미세 염증은 질병이 아니다. 다만 분명히 존재하는 의학적 현상이다. 동시에 ‘만병의 근원’이다. 만성 미세 염증은 암, 심혈관 질환, 신장질환, 치매 같은 심각한 병을 유발할 수 있다.
● 노화와 밀접한 관계
만성 미세 염증의 가장 큰 원인으로 노화가 꼽힌다. 노화한 세포에서 나온 염증 물질이 몸 안에 쌓이면서 만성 미세 염증이 된다. 면역 시스템도 약해진다. 중증 질환에 걸리기 쉬운 환경이 된다. 최 교수는 “만성 미세 염증이 진행되는 연령대를 보통은 50대 이후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화 연구에서 염증은 중요한 요소다. 2000년 인플래메이징(inflammaging)이란 개념이 등장했다. 염증성 노화를 뜻하는데, 노화 관련 만성 염증을 설명하는 용어다. 외부 자극에 대응하는 면역계가 노화 과정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방향으로 진행되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노화 관련 질병에 더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이 가설대로라면 질병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가령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심혈관 질환에 걸린다거나, 뇌가 퇴행해서 치매에 걸린다는 식의 이론은 완벽하지 않다. 노화 과정에서 만성 미세 염증이 지속되면서 이런 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연구도 있다. 세계 최고 의학 저널 중 하나로 평가받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2017년 실린 논문이다. 심근경색을 앓은 1만 명을 대상으로 염증을 유발하는 특정 물질 작용을 억제했다. 그 결과 15%에서 심혈관 질환 위험이 떨어졌다.
가장 놀라운 점은 따로 콜레스테롤을 낮추지 않고 염증만 억제한 결과라는 사실이다. 보통은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죽상경화증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본다. 그런 콜레스테롤과 상관없이 염증만 줄여도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졌다.
● 채소와 단백질부터 먹자

현재로서는 약물이나 건강기능식품 같은 것으로 만성 미세 염증을 없앨 수는 없다. 노화를 아예 막을 수도 없다. 최 교수는 “노화 외에 비만, 음주, 흡연이 만성 미세 염증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생활 습관을 고치면 만성 미세 염증 진행도 늦출 수 있다는 뜻이다.
식단부터 바꾸자. 이른바 지중해식 식단이 염증 수치를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외국의 대규모 연구에서 올리브유나 견과류를 곁들인 지중해 식단 그룹이 저지방 식단 그룹보다 주요 염증 지표가 감소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저지방 식단 그룹의 염증 수치는 큰 변화가 없었다.
지중해 식단은 채소와 과일, 통곡물, 견과류, 생선, 올리브유 등으로 구성된다. 최 교수는 “채소와 양질의 단백질 위주로 구성하면 한식으로도 충분히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잡곡밥, 달걀, 채소, 생선, 삶거나 찐 고기 등이 좋다. 초가공식품은 가급적 먹지 않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먹는 순서도 중요하다. 채소와 단백질부터 먹고 밥을 나중에 먹으면 식후 혈당 상승을 줄일 수 있다. 최 교수는 “식후 혈당이 너무 높아지면 염증 물질도 더 많이 분비된다. 당 함량이 높은 음식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채소는 여러 종류를 번갈아 먹는 게 좋다. 장내 여러 유익균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최 교수는 “매주 30종류 이상 채소를 먹는 사람이 10종류 이하 채소를 먹는 사람보다 장내 유익균이 훨씬 다양하다는 연구도 있다. 잡곡밥도 좋다”고 말했다.
조리법도 중요하다. 고온에서 굽거나 튀기면 해로운 물질이 만들어지면서 염증을 유발한다. 삶는 방식이 좋다. 굳이 구워 먹어야겠다면 낮은 온도로 시간을 늘려 굽도록 하자.
소식(小食)도 염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비만이 아닌 경우 10%만 섭취 열량을 줄여도 염증 수치가 줄었다는 연구도 나와 있다. 간헐적 단식은 체중 감량 효과가 높다고 여겨지지만 염증 완화 효과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내장 비만 자체가 ‘염증 공장’이기 때문에 체중 감량에 성공하면 결과적으로 염증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자
미세 염증을 줄이려면 운동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1주일에 3회 이상, 매회 30분 이상 유산소운동을 하고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건 기본이다. 만성 미세 염증이 본격화하는 50대 이후라면 추가로 알아둬야 할 게 있다.
첫째, 일상 움직임을 늘려야 한다. 앉아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2019년 영국의학저널(BMJ)에 관련 논문이 실렸다. 당시 약 3만6000명을 메타 분석한 결과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사망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루에 9.5시간 이상 앉아 있으면 그 위험은 더 커졌다. 심혈관 질환과의 연관성을 조사한 다른 연구에서도 매일 앉아 있는 시간을 1시간 줄이고 가벼운 신체 활동을 늘린 결과 심혈관 질환 위험이 16% 정도 낮아졌다.
자주 일어나 몸을 움직이자. 정해진 기준은 없다. 가능하면 여러 번 움직이면 된다. 최 교수는 “휴대전화에 알람 기능을 설정해 놓고 최소한 1시간마다 일어나서 스트레칭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일부러 일어나서 물을 마시러 간다든가, 전화가 오면 일어나서 받는다는 식의 소소한 습관을 들이는 것도 방법이다.
둘째,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열량 소모를 위해서만이 아니다. 근육에서 항염증 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일주일에 최소한 30분 이상 근력 운동을 하는 게 좋다. 10분씩 3회를 해도 좋고, 5분씩 6회를 해도 좋다.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령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스쾃 50개씩만 해도 염증 완화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
명상도 간접적으로 염증을 완화한다. 만성 스트레스와 염증이 지속되면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의 항염증 조절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 명상처럼 스트레스 반응을 낮추는 활동을 하면 코르티솔 기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도 같은 효과를 낸다.
[동아일보 2026년 10월 17일]
'행복한 미래 > 행복하게 나이들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신문 기사] “근육 운동 병행하니 달리면서 잔 부상이 없어졌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0) | 2026.11.01 |
|---|---|
| [신문 기사] “가벼운 가슴 통증, 심근경색으로 번질수도…자가 체크 이렇게” (0) | 2026.10.25 |
| [신문 기사] 견과류 하루 한 줌, 모든 유형의 치매 위험 12% 감소 (0) | 2026.10.18 |
| [신문 기사] 같은 커피 마셔도 누구는 ‘꿀잠’…나는 왜 밤새 뒤척일까? [건강팩트체크] (0) | 2026.10.11 |
| [신문 기사] 건강하게 늙는다는 건 뭘까…한국형 지수로 재보니 ‘온라인 생활’ 취약 (0) | 2026.10.0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