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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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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54 호)

 

【 나와 다른 점이 많아 더 사랑스러운 아내 】

 

백세 시대가 되어 수명이 늘어나는 반면에, 점점 더 핵가족화가 되면서 부부 사이의 관계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은퇴 후 살아갈 세월이 점점 더 길어지면서, 부부가 함께 지내야할 시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 시절에야 일반적인 경우라면 낮에는 부부가 떨어져 있다가 밤 시간과 주말에만 만나기 때문에 서로 조금 안 맞더라도 웬만하면 참고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은퇴를 하고 나면 하루 종일 붙어 지내게 되기 때문에 부부가 서로 맞지 않으면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특히나 남편들이 아내의 생활습관을 지적질(?)하기 시작하면 ‘행복 끝, 불행 시작’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남편들 입장에서야 나이 들수록 여성 호르몬이 늘어나고, 직장에서 부하들에게 잔소리하던 습관이 남아있기 때문에, 아내가 잘못한 걸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생각하면 사태가 더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은퇴한 부부가 서로 아주 잘 맞을 확률이 아주 낮기 때문에 상대의 결점(?)이 더욱 더 눈에 띄면서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진화론적으로 봤을 때 결혼 상대를 선택할 때 자신과 다른 성향을 가진 상대를 고르는 경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자신과 다른 성향의 결혼 상대를 골라야 다양한 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자손이 태어날 확률이 높으니까요.

 

그러니 행복한 은퇴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부부가 서로 상대가 나와 다른 게 당연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에 대처하는 지혜를 발휘하야 합니다.

제 아내는 저와 의견이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제 아내와 은퇴 후 생활을 무난하게 잘 지내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저와 제 아내가 어떤 성향이 다르고, 어떤 성향이 비슷한가를 생각하면서 그에 맞춰 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제 부부는 대중교통을 선호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저는 지하철을 아내는 버스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저는 지하철이 운행 시간이 정확하고,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아하지만, 아내는 답답한 지하를 싫어하기 때문에 지하철보다 버스를 더 선호합니다.

각자 움직일 때야 좋아하는 교통수단을 선택하지만, 같이 움직일 때는 이동시간과 약속시간을 고려해서 지하철을 탈지 버스를 탈지 서로 배려하면서 선택합니다.

 

아내와 저의 또 다른 성향으로는 아내가 버리기를 잘 하는 반면에 저는 온갖 잡동사니를 끼고 버리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가끔 제가 필요한 것들을 아내가 버려서 다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저는 아내가 버리는 것에 크게 간섭하지 않는 편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과거의 물건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내가 저를 대신해 버릴 것은 버리고 주변을 정리하는 작업을 해주고 있어서 고맙다고 생각하니까요.

 

저희 부부는 모두 글루텐에 민감하고, MSG 등 인공조미료를 선호하지 않는 공통점이 있어서 좋습니다.

또 저희 부부는 상추 등 채소류를 좋아하고, 가끔 고기를 먹을 때도 오리고기, 닭고기, 돼지고기를 선호하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고기를 먹을 때 저는 비계가 좀 있는 부위를 좋아하지만, 아내는 비계를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상호보완이 되어 좋습니다.

 

저는 과일을 먹을 때도 껍질을 함께 먹는 편이지만, 아내는 사과껍질과 감자껍질을 목으로 넘기지 못해서 껍질을 깨끗이 제거해야 합니다.

아내는 음식을 하거나 설거지를 할 때 빨리빨리 하는 편이지만, 저는 천천히 꼼꼼하게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저희 부부는 상대방의 음식 요리 방법이나 설거지 스타일에 대해 비판하지 않고 존중하고 있습니다.

 

부부가 은퇴 후 잘 지내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성향에 대해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또 다른 요소로는 함께 즐길 수 있는 공통된 취미와 놀이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와 놀이가 있어야 부부가 함께 하고 싶은 시간이 늘어날 테니까요.

 

저는 함께 술을 즐기는 부부가 부러운데, 제 아내가 술을 거의 마시지 못해서 아쉬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또 저희 부부는 여행과 걷기를 좋아했는데, 요즘 아내가 무릎이 안 좋아져서 걱정이 많습니다.

그래도 가끔 아내가 저를 생각해서 맥주와 막걸리를 조금 마셔주고,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함께 걷기를 해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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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53 호)

 

【 도쿄 지하철보다 더 편리한 서울 지하철 】

 

참으로 오랜만에 3박 4일 일정으로 딸네랑 함께 일본 도쿄 일대를 둘러보는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일본 여행은 딸네가 얼마 후 해외로 나갈 예정인 데다가, 저도 칠순이라 딸이 함께 해외여행을 하자고 제안을 해서 이뤄진 여행입니다.

딸네가 항공료와 호텔비 등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하여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모처럼 온가족이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이라 고민 끝에 승낙하였습니다.

 

저는 직장생활 초기에 업무출장으로 일본을 십여 차례 다녀온 적이 있지만, 순수한 여행 목적으로는 일본을 다녀온 적이 별로 없는 편입니다.

사업을 할 때 업무상 어울려서 일본으로 단체 골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지만, 골프만 쳤지 주변 관광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에도 아내와 홋카이도와 아소산 근처로 패키지 골프 관광을 갔었지만, 마찬가지로 주변 관광은 뒷전이었습니다.

 

일본에 여러 번 갔었지만, 여행다운 여행은 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번 여행을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딸네의 부담을 덜어주기도 할 겸 도쿄 근처에 있는 하코네를 1박 2일 일정으로 저희 부부만 다녀오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물론 하코네 여행에 따른 숙박비와 식사비 등은 제가 부담하니까 그만큼 딸네의 비용 부담을 줄여줄 수 있겠다는 계산도 이 결정에 한몫했습니다.

 

하코네는 여행지로서 유명하기 때문에 책과 인터넷에 유용한 정보가 많아서 여행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우선 1박 2일 여정에 맞춰 쿨룩에서 하코네프리패스 2일권을 미리 구매했기 때문에 도쿄 신주쿠역에서 하코네로 이동하고, 하코네에서 등산열차와 로프웨이 등 여러 교통수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내가 장시간 이동에 불편함을 느껴서 신주쿠역과 하코네 사이를 이동할 때에는 1,200엔의 추가 요금을 내고 로망스카 기차를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하코네 여행을 잘 마치고 도쿄 신주쿠역으로 돌아와서 호텔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예약한 호텔을 검색해보니 신주쿠역에서 한참 떨어진 지역에 위치해 있었는데, 지하철 노선이 너무 복잡해서 거기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개찰구에 직원이 서 있어서 예약한 호텔 근처의 역명을 얘기하고 어떻게 갈 수 있는지 물었더니 지하로 내려가서 문의하라고 했습니다.

 

하긴 제가 내린 곳이 기차역이니까 지하철이 위치한 지하로 내려가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알려준 방향으로 내려갔습니다.

지하철 표식을 따라 가다가 마침 관광안내소가 보여서 예약한 호텔 근처 역으로 어떻게 갈 수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안내소 직원이 컴퓨터로 한참 동안 검색을 하더니 무슨 선을 타고 가다가 어디서 무슨 선으로 갈아타라고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안내소 직원은 두 번 환승할 때까지는 하나의 표로 갈 수 있지만, 마지막 노선은 경전철이기 때문에 출구로 나가서 별도로 표를 사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 직원이 써준 메모지를 보면서 가장 먼저 타야할 지하철 노선을 찾아가고 있는데, 매표기가 보였습니다.

매표기에 동전을 넣고 지하철 마지막 역명을 입력하니 과거에 봤던 종이표가 나왔습니다.

 

그 표를 들고 개찰구에 가서 표를 넣으니 ‘삐’ 소리가 나면서 앞이 막히고, 옆에 서있던 직원이 우리를 불렀습니다.

우리가 내민 표를 유심히 보더니 그 직원이 “이 표는 우리 회사 표가 아니기 때문에 탑승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마도 같은 역내에서도 지하철 노선별로 매표기가 각기 따로 있다는 얘기인데, 서울 지하철에 익숙해 있던 제게는 황당한 얘기로 들렸습니다.

 

어쨌든 지하철은 타야했기 때문에, 근처 매표기에서 다시 표를 구매한 다음에야 지하철을 탈 수 있었습니다.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선진국 대열에 올랐고, 지하철도 먼저 개통했지만, 현재의 지하철운영 시스템은 한국이 훨씬 더 앞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서울 지하철은 자동화되어 직원을 거의 볼 수 없는 반면에 일본 지하철에는 직원들이 많이 서있어서 외국인들에게는 더 편리하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각기 다른 회사가 운영하는 지하철을 아무런 불편함 없이 환승하고, 버스까지도 환승할 수 있는 서울 지하철의 편리함을 새삼 느낄 수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한국이 좋은지 몰랐다가 해외에 다녀보고 나서는 한국이 편리하고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동남아 등 인프라가 한국보다 못한 곳에 갔을 때 한국의 좋은 점을 느끼는 거야 당연하지만, 일본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으니 좀 의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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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52 호)

 

【 삶의 소중함을 깨우쳐주는 죽음에 대한 인식 】

 

나이가 들어 달라지는 생각이 많지만, 그 중의 한 가지가 건강의 중요성과 죽음에 대한 인식 변화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얼마 전 고등학교 졸업 50주년을 계기로 동창생들 현황을 받았는데, 거의 10퍼센트의 동창생들이 사망한 것으로 나와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긴 이제 제 나이가 70세에 가까우니 그 정도의 사망률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 숫자를 보니 충격이 꽤 컸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나이 70세면 아주 장수하는 측에 들었으니, 70 가까운 나이에 90퍼센트 이상 살아있다는 자체가 오히려 이상한 일일 수 있을 겁니다.

하긴 제가 어렸을 적이 아니라,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1980년대만 해도 선배들이 정년퇴직 후 몇 년 지나면 부고장이 날아왔었으니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하지만 그때만 해도 주위에서 접했던 죽음은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먼 나라의 얘기였습니다.

 

제가 죽음을 실감하기 시작한 것은 3년 전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는 것을 지켜보면서부터입니다.

3년 전 코로나19 상황에서 우연히 저만 백신 접종을 한 덕분(?)에 아버지의 임종을 저 혼자서 지켜봐야만 했었습니다.

노환에 의한 폐렴 증세로 산소포화도가 서서히 감소하면서 거칠었던 숨소리가 점점 가늘어지다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죽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이 잊혀질만할 때 제가 자주 찾아뵙기도 하고, 우리 전통 덖음차를 만들어서 나눠주시던 선암사 지허 스님의 열반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지허 스님은 선암사 주지를 지내셨고, 열반 당시에는 태고종 종정으로 계셨는데, 저에게 유익한 말씀도 많이 주셔서 마음의 안식처 같은 분이셨습니다.

입적하실 때 지허 스님의 세수(세속 나이)가 82세였으니, 적지 않은 나이에 돌아가신 것이었지만, 스님의 죽음은 저에게 더 큰 상실감은 주었습니다.

 

물론 아버지와 지허 스님의 죽음 이전에도 방랑식객 임지호의 사망 소식을 들으면서 죽음이 더 이상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실감하긴 했습니다.

임지호는 저와 동년배인데다가, 그가 방송활동 등으로 알려지기 전에 개인적인 교류를 했던 사이였습니다.

2010년 대 그가 운영하던 경기도 양평의 산당이라는 음식점에 들르면, 손님이 없을 때는 마주 앉아서 여러 얘기들을 나누곤 했습니다.

 

자연 음식을 만들어서 먹고,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면서 인생을 즐기면서 산다고 생각했던 그가 그렇게 갑자기 세상을 뜨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그가 세상을 뜬 게 3년 전으로 요즘으로 보면 한창 젊은 나이인 65세였으니 어찌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아버지와 지허 스님이야 저보다 훨씬 더 나이가 많았지만, 임지호는 저랑 같은 나이니 그의 죽음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죽음이 곁에 다가와 있음을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된 계기는 저보다 여섯 살 어린 제 동생과 세 살 어린 사촌동생의 연이은 죽음 때문이었습니다.

3년 전과 2년 전에 마주하게 된 두 죽음으로 인해 이제 더 이상 죽음이 남의 일이 아님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와 지허 스님이야 저보다 나이가 많고, 임지호는 저랑 또래지만, 먼저 세상을 떠난 제 동생과 사촌동생은 저보다 나이가 어리니까요.

 

앞으로 닥칠 죽음을 생각하면 여러 가지 고민이 떠오르지만, 아마 누구나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고민은 죽기 전에 겪을 지도 모르는 고통일 것입니다.

죽음이 닥치기 전에 치매를 겪지 않고, 질병으로 인한 고통 없이 편안하게 잠드는 것이야말로 누구나 소망하는 바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심장마비로 갑자기 저 세상으로 가는 게 오히려 더 낫지 않느냐고 농담조로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죽음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고통으로는 주위의 다른 사람들이 사라짐으로써 겪게 되는 고독의 고통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어느 날 아내가 제 옆에서 갑자기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하지만 아무리 제가 아내를 사랑하고, 곁에 계속 있어 달라고 애원해도 죽음이 언젠가는 우리를 갈라놓을 것임은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가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생각하면 모든 게 허망해지고, 내가 너무 무기력하다는 절망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다가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닥치는 죽음이 있기에 삶이 가치가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스스로를 위안하기도 합니다.

죽음이 언제 저에게 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 없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요.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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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51 호)

 

【 자연을 활용해 무더위를 피했던 조상들의 지혜 】

 

6월 중순에 접어들자 한낮에는 초여름 날씨를 보이면서 올 여름 무더위를 어떻게 견뎌야 하나 하는 걱정을 벌써부터 하고 있습니다.

여름이니까 낮 동안의 높은 기온이야 어쩔 수 없다 치지만, 열대야로 인해 밤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는 게 저에게는 가장 큰 곤욕입니다.

작년에 늦여름까지 아주 길게 이어졌던 열대야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옆집의 에어컨이 아침부터 돌아가면서 발생한 소음이 열린 창문을 통해 들리면서 무더위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저는 에어컨 가동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도 부담이지만, 에어컨 바람이 싫어서 에어컨을 잘 켜지 않고 견디는 편입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에어컨 찬바람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면서 콧물이 나기 때문에 더욱 더 가능하면 에어컨을 켜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래도 한국은 사계절이 있어서 한여름에 아무리 못 견딜 정도로 더워도 한 달 정도의 기간을 견디면 가을의 서늘함을 느낄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에 거주했던 인도네시아는 1년 내내 고온다습한 여름 날씨라 정말로 견디기가 어려웠습니다.

저야 차를 타고 가면서도, 집에 있을 때도 그나마 에어컨을 켜고 견뎠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되는 현지인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요즘이야 무더운 여름이라도 에어컨을 켜고 견딜 수 있지만, 에어컨이 없었던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한여름 무더위를 견뎠을까 궁금했습니다.

물론 기후온난화에 의해 최근의 여름 무더위가 더 심해졌다고는 하지만,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한여름 더위는 과거에도 견디기가 상당히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여름이 되면 냇가나 바닷가, 숲으로 피서를 가서 지내면서 무더위를 견디곤 했습니다.

 

무더위를 피하는 곳들, 즉 냇가, 바닷가, 숲의 공통점으로는 거기에 물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한여름에 냇물과 바닷물의 수온이 기온보다 낮은 이유는 물의 온도를 높이는 데 다른 물질들에 비해 더 많은 에너지가 소요되기(비열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한여름에 태양이 많은 에너지를 지상에 보낼 때 지열은 쉽게 올라가지만, 수온은 그만큼 올라가지 않는 것입니다.

 

물이 시원함을 더해주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물이 증발할 때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냇물이나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한여름 태양이 보낸 에너지(열)를 많이 가져가기 때문에 그만큼 시원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더운 한여름 마당에 물을 뿌리면 시원해지는 이유도 바로 그 마당에 뿌린 물이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가기 때문입니다.

 

저는 언젠가 이런 과학적인 원리를 집 건축에 적용한 조상님들의 지혜를 알게 되면서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전통적인 한옥 구조를 보면 대문을 지나 앞마당이 있고, 정면에 사랑채가 있고, 그 뒤편에 나무가 심어진 뜰이 있습니다.

앞마당은 흙으로 된 맨땅이고, 뒤뜰은 나무가 심어져 있고, 그 사이에 위치한 사랑채는 여름에는 빈 공간이 될 수 있는 마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여름에는 앞마당이 뜨거운 태양의 열을 받기 때문에 공기가 뜨거워지면서 상승하게 됩니다.

이와 반면에 뒤뜰에는 나무가 무성하기 때문에 비교적 시원한 공기층이 형성되게 됩니다.

이때 앞마당과 뒤뜰 사이에 위치한 사랑채를 통해 뒤뜰의 시원한 공기가 앞마당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사랑채에 앉아 있으면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숲속에 있으면 시원함을 느끼는 이유는 그늘이 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무가 내뿜는 물의 증발 영향이 더 큽니다.

나무 크기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예를 들어 너도밤나무의 경우에 한여름에는 한 그루당 매일 수백(약 500) 리터의 물을 잎을 통해 증발시킨다고 합니다.

그러니 숲속의 그 많은 나무들이 얼마나 많은 물을 증발시키고, 그 덕분에 숲속의 기온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긴 요즘처럼 흙 마당을 조성하고 뒤뜰에 나무를 심을 수 없는 여건을 고려하면 조상들의 이런 지혜를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편리성이 최우선인 현대 건축에는 에어컨 설치가 필수적이겠지만, 그게 기후 온난화의 또 다른 원인이 된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후 온난화 방지를 위해서라도 올해에는 가능하면 창문을 열고, 에어컨 대신 부채와 선풍기를 활용해 무더위를 이겨내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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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50 호)

 

【 대중교통을 이용한 서울 근교 트레킹 】

 

저는 하루 만 보 걷기를 실행하기 위해 집 근처의 올림픽공원과 석촌호수를 주로 걷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같은 코스를 걷다 보면 지루하기도 해서 가끔 근처에 있는 산으로 등산을 거거나 트레킹 코스를 걷기도 합니다.

문제는 제가 인도네시아와 몽골에 근무하게 되면서 차를 처분했기 때문에 차를 타고 가야 하는 트레킹 코스를 고를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차를 다시 구입할까 고민도 했지만, 은퇴 후 서울에서 지내는 데는 차가 없어도 불편함이 없어서 차 구입을 미루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생활할 때는 차를 구입하더라도 어차피 대부분 세워놔야 하고, 차 운영에 필요한 경비(세금, 보험료 등)는 꼬박꼬박 지출해야 될 테니까요.

물론 2년 내에 귀촌을 할 예정인데, 귀촌을 하게 되면 차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그때 맞춰서 차를 구입하려고 합니다.

 

차가 없으니 집 주위를 벗어나 먼 곳으로 트레킹을 할 때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우선 생각해 본 방안으로는 지하철을 타고 가서 걸을 수 있는 코스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가장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트레킹 코스로는 자연스럽게 서울둘레길(북한산둘레길 포함)이 떠올랐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집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는 성남누비길이 떠올랐는데, 성남누비길의 경우에는 일부 코스가 지하철로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서울둘레길과 성남누비길은 몇 년 전부터 친구들과의 걷기 모임에서 이미 걷고 있는데 작년에 이미 완주했고, 지금도 가끔 다시 걷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서울둘레길 근처의 여러 다른 둘레길(예를 들어 서울숲에서 남산까지의 남산숲길 등) 또는 동구릉 등 왕릉이나 수목원을 찾아서 걷고 있습니다.

 

새로 조성을 마친 경기둘레길도 걸어볼까 생각해봤지만, 시작 지점과 종점에 대한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지 않아 포기한 상태입니다.

대중교통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저 혼자서 지하철로 접근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찾은 해결책이 트레킹 관련 밴드에 가입하여 활동하는 것입니다.

 

트레킹 밴드도 여러 부류가 있는데, 밴드 목적별로 보면 순수한 모임 형태와 수익 추구 형태로 나눌 수 있습니다.

트레킹 난이도를 기준으로 보면, 서울 근교 가볍게 걷기부터 원거리 버스를 타고 가는 본격적인 트레킹 여행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서울 근교 가볍게 걷기는 비용 부담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원거리 버스 트레킹에는 어느 정도의 비용 부담이 요구됩니다.

 

저는 주로 서울 근교 걷기 밴드에 가입하여 함께 걷기를 하고 있지만, 가끔 원거리 트레킹에도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원거리 버스 이용 트레킹도 초보자도 참여할 수 있는 밴드가 있는가 하면 상당한 체력을 요구하는 밴드도 있습니다.

상당한 체력이 요구되는 밴드의 경우에는 참여자의 나이를 제한하는 경우도 있어서 저의 경우 아예 참여 자체를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어서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유명 트레킹 코스를 정하고, 버스를 배정해서 트레킹 참여자를 모집하는 수익 추구형 밴드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순수 밴드보다 약간 참여 비용이 높기도 합니다.

순수한 목적의 밴드든 수익 추구형 밴드든지 백두산, 알프스, 네팔 등 유명 해외 트레킹 여행을 떠나는 것은 공통적인 행사인 것 같습니다.

제가 알프스 트레킹을 떠난 것도 수익 추구형 밴드의 프로그램에 참여했기 때문인데, 이 경우 패키지관광보다는 알차면서 자유여행보다는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밖에 최근에는 기차로 하는 여행을 탐색하고 있는데, 기차+버스 연계 여행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되어 있어서 가끔 이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기차+버스 연계 여행 앱으로는 ‘대한민국 기차 여행’을 들 수 있는데, 상당히 알찬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습니다.

꼭 트레킹뿐만 아니라, 섬 여행이나 유명 관광지 여행 등에 대한 프로그램도 많아서 저는 최근 이 앱을 자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저처럼 은퇴를 한 경우에는 자칫 집안에서 하루를 보내기 십상인데, 가끔 밴드를 이용한 트레킹 여행을 해보시면 싼 비용으로 기분 전환을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저는 인터넷 검색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서울 근교 트레킹 코스를 탐색하곤 하는데, 그 자체가 재미있기도 합니다.

원래 여행 자체도 재미있지만, 여행지를 탐색하는 과정 자체도 재미있다는 사실을 요즘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습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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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임 참석 후 소감

2025. 5. 29. 07: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49 호)

 

【 독서 모임 참석 후 소감 】

 

지난 5월 26일 강남구 자곡동에 위치한 못골도서관에서 진행된 ‘독서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오랫동안 국어 선생님으로 근무하다가 은퇴하신 분이 이번 독서 모임의 리더입니다.

이 독서 모임에 원래 열(10) 분 정도 신청을 받으려고 했다는데, 실제로는 열여섯 분이 신청하였고, 이번 첫 모임에는 그중 열 분이 참석하였습니다.

 

대부분의 독서 모임 신청자들은 이 독서 모임 리더와 밴드 등 다른 모임에서 이미 알고 지내는 사이인 것으로 보였습니다.

사실 저도 어떤 밴드 모임에 참석했다가 이 독서 모임 리더의 안내를 받고 참여 신청을 했습니다.

하긴 도서관 홈페이지를 살펴보다가 우연히 독서 모임 공고를 보고 참여 신청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제가 이번 독서 모임에 참여 신청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책 내용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운다는 생각보다는 모임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선정된 책을 읽고 책 내용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각자가 갖고 있는 생각을 얘기하게 될 테니까요.

친구들과의 모임은 물론이고 밴드 등 모임에서 일반적인 대화를 나누다보면 주제가 없어서 대화가 겉도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제가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자기계발서를 중심의 책들에 편중되어 읽는 편인데 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으면 좋겠다는 목적도 한 몫 하긴 했습니다.

이런 독서 모임에 참석하다보면, 선정된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주제의 책들을 자연스럽게 읽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독서 모임에서는 주로 소설류를 중심으로 책이 선정되는 것으로 보여서 자기계발서 중심의 제 독서 편식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첫 모임에 선정된 도서는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창비, 2022년)였습니다.

소설이니까 책 내용이 당연히 허구이지만(작가의 표현으로는 70퍼센트), 작가의 자전적 소설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책 속의 주인공 이름인 ‘고아리’가 백아산과 지리산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는데, 작가의 이름 정지아(지리산+백아산)도 비슷하게 지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소설이 빨치산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다룬 내용이다 보니 읽고 소감을 나눌 때 ‘빨갱이’와 과거의 연좌제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설 속에서도 아버지의 빨치산 활동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겪은 여러 가지 고난에 대한 얘기가 주류를 이룹니다.

할아버지(아버지의 아버지)의 죽음은 물론 아버지의 동생(작은 아버지)의 고난, 조카들의 육사 불합격, 공무원 임용 좌절 등이 그 예입니다.

 

모임 참석자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아직까지도 우리 마음 깊은 곳에는 ‘빨갱이’에 대한 악마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참석자는 정지아 작가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평산책방의 책방지기였다는 게 미워서(?) 이 책을 읽지 않았다고 고백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빨갱이’로 생각했다는 얘기가 되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독서 모임에 참석하여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또 책을 읽는 이유가 바로 열린 마음을 갖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독서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이 저자가 밉다는 선입견 때문에 선정된 책까지 읽지 않았다는 것이니 놀랄 수밖에요.

어떤 특정한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의견이 옳은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들어보고 토론하는 열린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대 의견을 무조건 배척한 채 자신의 의견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하는 행위가 자신은 물론 사회도 피폐하게 만들 테니까요.

이런 맹신이야말로 요즘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대부분의 갈등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많은 경험이 쌓이고 전두엽이 쇠퇴하면서 점점 더 자신의 아집에 빠지는 경향이 커지게 됩니다.

그러니 나이가 들수록 독서와 여러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열린 마음을 잃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시간이 없다. 눈이 침침해서 글자가 잘 안 보인다.’는 등의 핑계를 하지 않고, 열심히 책을 읽고, 열린 대화를 나누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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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48 호)

 

【 은퇴 이후 귀촌에 관심 있나요? 】

 

“너 은퇴했다면서? 언제 은퇴했는데?”

“네, 이제 한 달 됐습니다.”

“은퇴하니까 어때?”

“아직은 어색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갈 데가 없다는 게 좋기도 하면서 하루 종일 뭘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말입니다.”

“은퇴 후에 어떻게 살 건지 계획은 있는 거야?”

“6개월 정도 쉬면서 천천히 생각해 봐야죠.”

 

어디서 많이 들어봤음직한 대화지 않은가? 나는 오래 전에 은퇴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지금도 은퇴 후에 겪었던 충격이 문득문득 기억나면서 몸서리를 칠 때가 있다. 은퇴시기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공무원, 교사, 교수, 공기업 직원 등의 경우에는 그나마 좀 낫기는 하지만, 전혀 짐작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은퇴를 당하게(?) 된 경우에는 그 충격이 말할 수 없이 크다. 내 후배 중에 한 명은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50대 초반에 퇴직을 당하고 그 충격을 이겨내려고 세계 여행을 떠났다가 엉겁결에 여행 작가가 된 경우도 있긴 하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일이듯,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면 은퇴도 피할 수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은퇴 후의 삶을 제대로 준비하는 경우는 거의 볼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길어야 40년 다니는 직장생활을 위해 태어나서부터 그렇게 열심히 준비를 했는데, 은퇴 후 남은 40년 이상의 삶에 대해 전혀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은 너무도 이상하지 않은가. 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60세에 은퇴를 하고나서 40년 이상의 삶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젊었을 때의 직장생활은 이미 어느 정도 정해진 길이 보이지만, 백세 시대에 맞는 은퇴 이후의 삶의 모습은 아직 뚜렷하게 보이지 않으니 더 큰 문제다.

 

앞의 대화에서도 나왔었지만, ‘은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휴식’이다. 직장생활하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서 열심히 일했으니 은퇴 후에는 좀 쉬어도 되지 않느냐는 게 일반적으로 갖게 되는 생각이다. 이제까지 외부로부터 주어진 요구에 억지로 맞추면서 생활을 해왔으니, 은퇴 후에라도 좀 쉬면서 건강도 되찾고 마음 정리도 해야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은퇴 후 휴식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어영부영 TV만 보면서 소파에서 뒹굴 거리면서 지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은퇴 후 초기에는 직장 후배나 동료들, 직장생활을 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느라고 그야말로 ‘백수가 과로사’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은퇴 후 나름대로의 삶의 목표를 재설정하고 그에 맞는 생활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평생 소파에서 뒹구는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물론 삶의 목표 재설정과 새로운 생활습관 들이기는 서로 긴밀한 관계가 있다. 건강을 위해 은퇴 후 자유로운 생활여건에 맞게 생활습관을 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은퇴 후 새로운 삶의 목표를 세운다면, 그에 맞춰서 새로운 생활습관을 들이기가 훨씬 더 쉬워진다. 은퇴 후 삶의 목표는 은퇴 전에 미리 세우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면, 은퇴 후에라도 가능하면 빨리 삶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에는 은퇴 이후에 귀촌하여 사는 것을 삶의 목표로 설정하였다. 그냥 단순히 귀촌하여 한가로이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게 아니라, 여럿이 어울려 살면서 부담 없이 즐겁게 일도 하면서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삶을 꿈꾸고 있다.

 

귀촌을 은퇴 후 삶의 목표로 설정한 다음에는 그에 맞춰서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초기에는 귀촌에 대한 책을 읽고, 귀촌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모임을 만들어서 귀촌 희망지역을 방문하기도 하고 먼저 귀촌한 분들의 얘기도 들었다. 이 과정을 통해 귀촌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단체 귀촌이 해결책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이런 내 생각을 정리해서 <퇴직은 행복의 시작이다>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단체 귀촌을 하면 귀촌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인 소위 말하는 ‘왕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함께 즐겁고 가볍게 일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단체 귀촌을 하면 함께 사는 사람들 사이에 갈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상담전문가 자격증인 ‘산업카운슬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단체 귀촌을 추진하다가 남원시에서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추진하고 있는 ‘지리산활력타운’ 사업을 알게 되어 거기로 귀촌하기로 결심을 했다. 이 사업은 남원시 운봉읍에 78가구의 대단지를 2026년 말까지 건설하는 사업이다. 그곳에 입주하게 되면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서 귀촌의 삶에 맞는 일을 해보려고 한다. 남원으로 귀촌하기 전에 남원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2023년에 두 달 동안 남원에서 ‘살아보기’도 해보았다. 물론 결과는 대만족. 하지만 올해와 내년에 다른 지역에서 두 달 살기를 더 해보려고 계획 중이다. 귀촌을 생각하고 있다면, 그린대로 사이트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귀촌 희망지에서 살아보기에 참여해보는 것을 적극 권하고 싶다.

 

귀농귀촌지원 사이트인 그린대로에는 귀농귀촌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와 지원 방안들이 소개되어 있다. 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은 유용할 뿐만 아니라, 나중에 귀농귀촌 했을 때 정부의 지원을 받을 때도 가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4년에 내가 참여했던 ‘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들끼리의 모임 지원 프로그램’도 상당히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2025년)에도 이 프로그램이 시행되는데, 관심 있는 분들은 관련 사이트(https://www.greendaero.go.kr/svc/rfph/edc/offline/front/bscmnty.do)에 신청하면 된다. 사실 귀촌을 희망하는 분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보면 귀촌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반대로 부정적으로 미리 결론을 내고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나는 귀촌 희망자들에게 귀촌을 ‘이민 가는 것’으로 생각하라는 조언을 많이 한다. 마치 이민 가는 것처럼 귀촌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귀촌 준비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 동안 귀촌 준비에 필요한 관련 자격증을 이미 땄거나(산업카운슬러, 숲 해설가, 손해평가사 등), 준비하는 중(손해평가사, 숲길 등산지도사 등)이다. 이처럼 귀촌 준비 활동을 하다 보니 직장 생활할 때 못지않게 바쁘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 귀촌 준비를 하느라 힘들었었기 때문에 귀촌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기꺼이 도움을 주고 싶다.

제 뉴스레터를 받아 보시는 분들 중에서 혹시 귀촌에 관심이 있는 분이 계시다면 망설이지 말고 저에게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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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47 호)

 

【 부부일심동체는 당연하지 않습니다 】

 

부부관계를 표현할 때 ‘부부일심동체’라는 단어만큼 부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단언하건데 부부가 일심동체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부부 중 한쪽, 아마도 남편 쪽에서 ‘부부일심동체’를 주장한다면 이는 아내의 입을 틀어막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부부일심동체’라는 단어는 유교적 남존여비 사상에 근거해 여자는 남자가 하는 말에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하기 위해 만들어낸 규정(?)이다. 부부는 남자와 여자라는 차이 때문에, 또 자라온 배경과 개인의 유전자(DNA)가 다르기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라 ‘이심이체’인 게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부부일심동체’를 신봉하여 부부끼리는 꼭 말로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이신전심’이 가능하다고 믿는 일부 극소수의 남편들이 존재한다.

 

결혼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아주 많은 세월이 흐르면 부부가 ‘이심전심’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나는 이제까지 만난 많은 부부 중에서 ‘이심전심’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물론 50대가 넘은 부부 중에서 서로 잘 통하고 아껴주며 사랑하는 관계가 된 경우는 종종 봐왔다. 하지만 이런 원만한 부부관계는 ‘일심동체’나 ‘이심전심’ 때문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소통하는 노력 덕분에 만들어진 것이다. 50대가 되기 전까지는 각자의 역할에 함몰되어 부부 사이의 거리가 뒤죽박죽된 채로 지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50대가 되면 부부가 서로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그에 따라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서로의 다름이 앞으로의 각자의 삶의 가치를 실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준비하여야 한다. 이런 노력의 결핍 때문에 50대 이후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황혼 이혼’이나 ‘졸혼’이다.

 

‘지난 20년간 이혼 건수는 35퍼센트 줄었는데, 황혼 이혼은 28퍼센트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결혼 20년 이상 된 황혼 이혼이 전체 이혼의 35.6퍼센트나 됐다. 이혼한 부부 10쌍 중 3쌍 이상이 황혼 이혼인 셈이다.’ (이웅진 ‘더리포트뉴스 기자, 2024년 9월 15일 기사 내용에서 발췌)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 황혼 이혼에 대한 뉴스가 관심을 끌고 있다. 황혼 이혼이 늘어난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서 일부 사람들은 ‘요즘은 젊은이들의 결혼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황혼 이혼율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요즘 젊은이들은 설사 결혼을 하더라도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가 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현상이 통계에 반영이 안 돼서 황혼 이혼율이 높아 보이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실제로 이혼은 하지 않고 있지만, 졸혼 상태이거나, 별거 상태인 경우까지 합하면 실질적인 황혼 이혼율이 공식 통계 수치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황혼 이혼율이 이렇게 높아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한 마디로 시대의 변화에 따른 부부 관계의 재설정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즉 100세 시대가 되었는데, 우리의 부부 관계는 평균 수명이 60세였던 1970년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970년대에는 여성들의 경제적 능력이 이혼을 감행할 만큼 든든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자식들을 다 키우고 나면 얼마 되지 않아 앞서거나 뒤서거니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이혼을 감행할 여유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는 자식들을 다 키우고 나서도 이제까지 살아온 것보다 더 긴 세월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이혼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자식들을 다 키우고 난 50대 이후에는 부부 관계가 자식 중심에서 부부 중심으로 재정립되어야 하는데, 그런 변화를 제 때 하지 못하다보니 황혼 이혼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황혼 이혼을 막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이 부부간의 대화다. 대화는 이심전심이 아니라,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는 열린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서양인 부부들에 비해 한국인 부부들은 대화가 많이 부족한 편이다. 한국인 부부들의 대화는 부족한 것은 넘어서 상대를 이기기 위해 싸움을 거는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침묵은 금이다’라는 격언은 적어도 부부 사이에서 만큼은 절대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한국 남자들은 배우자를 칭찬하는 데 상당히 인색한 편이다. 하지만 이는 원만한 부부 관계를 만드는 데 치명적인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칭찬이 상대방을 감정적으로 기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자존감을 높여주고, 신뢰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칭찬 한 마디로 아내의 기분을 좋게 해주면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주는데 칭찬을 아낄 이유가 있을까?

 

칭찬에 더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면 금상첨화다. 한국 남자들은 몸이 오글거려서 ‘사랑한다’는 말을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 부부들을 대상으로 조사 결과, 배우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사랑 받는다고 느끼는 것을 나타났다는 사실(남성 48.7%, 여성 56.7%)을 기억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 남자들이 ‘사랑한다’는 말에 아주 인색한 편이다. 하지만 그 이유가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지 않아 어색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쓰고, 연습을 하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된다. 처음에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가 쑥스러운 경우에는 편지나 문자로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배우자가 가장 듣고 싶어 하고, 들으면 행복하다는데 쑥스럽다는 이유로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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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46 호)

 

【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

 

“너 나 좋아하지?”

“당연하지. 너도 나 좋아하지?”

“당연하지. 그럼 우리 지금부터 1일차 하는 거지?”

“당연하지.”

 

무조건 ‘당연하지’로 대답해야 하는 ‘당연하지 게임’을 하다보면 엉뚱한 상황에서도 ‘당연하지’를 남발(?)하게 되면서 웃음을 자아내게 됩니다.

이처럼 게임에서야 ‘당연하지’를 강요할 수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도 ‘당연하지’를 강요하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에 게임에서가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상대가 ‘당연하지’로 대답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어 걱정입니다.

 

‘당연하다’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일의 앞뒤 사정을 볼 때 마땅히 그러하다’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마땅히 그러하다’는 주장이 말하는 사람의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그러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아니 ‘당연하다’는 주장이 누구에게나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관점을 담을 수 없다는 점이야말로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닐까요?

 

물론 혹자는 과학적인 방법에 의해 증명된 ‘과학적인 사실’은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즉 ‘당연한 진리’를 담고 있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과학적 사실이야말로 ‘반증 가능성’을 전제로 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반증에 의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너무나 당연한 진리로 받아들여졌던 뉴턴의 물리학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최근에는 양자역학에 의해 수정되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과학적 사실이 절대적인 진리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과학’이 아니라 ‘과학주의’를 신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제가 이전에 보내드렸던 603호 뉴스레터 ‘과학적 사실과 과학주의 주장’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열린사회와 그 적들>의 저자인 과학철학자 칼 포퍼는 과학적 주장이 독단을 배제하고 비판 가능성을 열어두는 비판적 합리주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객관적 사실을 다루는 과학적 주장도 비판적 합리주의에 기반을 두어야 하는데, 하물며 개인의 관점을 반영하는 일반적 주장은 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개인적 관점이 편파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는 ‘정치’와 ‘종교’와 관련된 대화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정치와 종교에는 비판적 합리주의가 끼어들 틈이 없어서 대화의 원래 목적인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종교야 각자 자신의 종교를 믿으면 된다고 치더라도, 우리가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비판적 합리주의에 기반을 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비판적 합리주의보다는 진영 논리에 의해 ‘당연하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내로남불 주장이 난무하는 이유도 비판적 합리주의가 쇠퇴하고 진영 논리가 점점 더 힘을 얻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리 또는 사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비판적 합리주의는 다양한 정보와 열린 마음 자세에 그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알면 알수록, 즉 다양한 정보가 많으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보가 너무 지나치게 많아도 올바른 판단을 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합니다.

 

정보는 신호와 소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소음을 제대로 배제하고 신호를 골라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에는 정확한 신호보다는 쓸데없는 소음이 훨씬 더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그 둘을 구별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또 정보가 넘쳐나다 보니 충분한 정보를 접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편향된 정보만 접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어 정확한 신호를 가려내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그나마 과거에는 대중 매체가 소음을 어느 정도 걸러내는 역할을 담당했었지만, 유튜브 등 개인 매체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이런 필터 기능도 약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소음을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개인이 늘어나면서 소음을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만들고 있어서 점점 더 신호와 소음을 가려내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자신의 주장이 당연하다고 우길 게 아니라, 혹시 자신의 주장이 소음에 기반하고 있는 게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보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요즘이야말로 올바른 신호와 해로운 소음을 분별해내는 지혜를 발휘하려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할 때입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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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45 호)

 

【 여행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 세 번째 제주 밴드 여행 】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하다가 ‘좋아하는 취미가 뭐냐?’라고 물어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대답 중 하나가 바로 ‘여행’입니다.

그런데 ‘왜 여행을 좋아하느냐?’고 다시 물어보면 ‘왜 당연한 걸 물어보느냐?’는 표정으로 쳐다보곤 합니다.

몇몇 사람들은 ‘그냥 여행 가면 좋아서요.’라거나 ‘멋진 경치를 구경하면 좋잖아요.’라는 궁색한 대답을 하기도 합니다.

 

물론 ‘여행을 꼭 무슨 거창한 목적을 갖고 가야 하느냐?’고 반문을 한다면 저도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여행을 가면 마음이 즐거워진다든가, 그냥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니 좋다는 막연한 느낌만으로도 여행의 목적이 충분히 달성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왕 가는 여행이라면 이제부터라도 ‘여행의 목적’에 대해 조금 생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예전에 보내드렸던 뉴스레터 제799호 ‘이제 관광을 넘어서 여행을 하자’에서 이미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다시 한 번 그 내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한 마디로 ‘관광은 오감, 특히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이 주목적이고, 여행은 내면의 탐색이 주목적인 게’ 다른 점이라고 설명 드렸었습니다.

내면의 탐색이라는 단어가 너무 거창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행을 통해 낯선 환경을 대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변화의 계기로 삼는 것이 여행의 목적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익숙한 일상에서는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너무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여행을 통해 낯선 환경을 대면하게 되면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습니다.

여행에서 맞게 되는 낯선 환경으로는 자연 경관은 물론 여행길에서 만나게 되는 현지인, 다른 여행자들, 여행 동반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제가 제주 속살 트레킹 여행을 하는 목적 중 하나도 낯선 제주의 자연 경관을 보여드림으로써 제주 관광이 아니라 제주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것입니다.

일반 관광객들이 잘 알지 못하는 제주의 자연 경관을 소개해드림으로써 제주의 아름다움을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자연 경관뿐만 아니라, 제주의 역사와 관습, 문화를 소개함으로써 제주의 진정한 모습을 알리는 것도 또 하나의 목적입니다.

 

이번 세 번째 제주 속살 트레킹 여행은 이런 제주의 자연 경관, 문화, 역사 등의 소개를 넘어 여행을 통한 만남의 중요성을 알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가파도 청보리밭 풍경과 용머리해안, 송악산 둘레길, 용눈이오름 등을 탐방하면서 4월의 제주의 모습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전 여행에서처럼 교래자연휴양림과 에코랜드의 곶자왈을 걸으면서 곶자왈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서도 소개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저는 여행 동반자들과의 만남을 들고 싶습니다.

이번 여행에는 단 한 부부만 참석했기 때문에 결국 제 부부와 참석한 부부 그렇게 부부 두 팀 네 명이 단출한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들 부부는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만났지만, 대학 후배인데다가 제가 10여 년 동안 보내고 있는 뉴스레터의 애독자(?)라서 마치 예전부터 이미 알았던 사이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런 친밀감에 더해서 한 숙소에서 지내게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저녁 시간에 한 자리에 모여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 대화 자리에서 이번 제주 여행지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부부 관계에 대한 얘기가 주로 오가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부부들이 젊었을 때는 서로 떨어져 일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서로 갈등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냥저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었습니다.

 

하지만 은퇴를 하고 함께 생활하고, 여행이라도 함께 하다보면 갈등 관계가 증폭이 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게 됩니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남편은 여성 호르몬이 늘어나고, 아내는 남성 호르몬이 늘어나게 되면서 성향이 점차 바뀌게 되는 것도 갈등을 키우는 요소가 됩니다.

더 나아가 수십 년을 함께 살아왔는데,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척보면 자기 심정을 이해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 시작합니다.

 

부부 단 둘이서 대화를 하다보면 서로 자신의 입장을 내세우게 되어 갈등이 증폭될 수 있는데, 부부 두 팀이 함께 대화를 하니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저마다 가슴속에 숨겨두었던 부부 사이의 불만을 얘기하고, 그 불만의 원인을 서로 분석(?)하면서 자연스럽게 풀어나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여행 동반자인 다른 부부와 함께 대화를 나누다보니 방어적인 마음을 풀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되면서 여행의 진짜 목적을 달성하게 된 셈이죠.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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