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47 호)
【 부부일심동체는 당연하지 않습니다 】
부부관계를 표현할 때 ‘부부일심동체’라는 단어만큼 부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단언하건데 부부가 일심동체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약 부부 중 한쪽, 아마도 남편 쪽에서 ‘부부일심동체’를 주장한다면 이는 아내의 입을 틀어막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부부일심동체’라는 단어는 유교적 남존여비 사상에 근거해 여자는 남자가 하는 말에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하기 위해 만들어낸 규정(?)이다. 부부는 남자와 여자라는 차이 때문에, 또 자라온 배경과 개인의 유전자(DNA)가 다르기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라 ‘이심이체’인 게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부부일심동체’를 신봉하여 부부끼리는 꼭 말로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이신전심’이 가능하다고 믿는 일부 극소수의 남편들이 존재한다.
결혼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아주 많은 세월이 흐르면 부부가 ‘이심전심’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까? 나는 이제까지 만난 많은 부부 중에서 ‘이심전심’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물론 50대가 넘은 부부 중에서 서로 잘 통하고 아껴주며 사랑하는 관계가 된 경우는 종종 봐왔다. 하지만 이런 원만한 부부관계는 ‘일심동체’나 ‘이심전심’ 때문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소통하는 노력 덕분에 만들어진 것이다. 50대가 되기 전까지는 각자의 역할에 함몰되어 부부 사이의 거리가 뒤죽박죽된 채로 지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50대가 되면 부부가 서로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그에 따라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서로의 다름이 앞으로의 각자의 삶의 가치를 실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준비하여야 한다. 이런 노력의 결핍 때문에 50대 이후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황혼 이혼’이나 ‘졸혼’이다.
‘지난 20년간 이혼 건수는 35퍼센트 줄었는데, 황혼 이혼은 28퍼센트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결혼 20년 이상 된 황혼 이혼이 전체 이혼의 35.6퍼센트나 됐다. 이혼한 부부 10쌍 중 3쌍 이상이 황혼 이혼인 셈이다.’ (이웅진 ‘더리포트뉴스 기자, 2024년 9월 15일 기사 내용에서 발췌)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 황혼 이혼에 대한 뉴스가 관심을 끌고 있다. 황혼 이혼이 늘어난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서 일부 사람들은 ‘요즘은 젊은이들의 결혼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황혼 이혼율이 높아진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요즘 젊은이들은 설사 결혼을 하더라도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가 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현상이 통계에 반영이 안 돼서 황혼 이혼율이 높아 보이는 것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실제로 이혼은 하지 않고 있지만, 졸혼 상태이거나, 별거 상태인 경우까지 합하면 실질적인 황혼 이혼율이 공식 통계 수치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황혼 이혼율이 이렇게 높아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한 마디로 시대의 변화에 따른 부부 관계의 재설정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즉 100세 시대가 되었는데, 우리의 부부 관계는 평균 수명이 60세였던 1970년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970년대에는 여성들의 경제적 능력이 이혼을 감행할 만큼 든든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자식들을 다 키우고 나면 얼마 되지 않아 앞서거나 뒤서거니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이혼을 감행할 여유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는 자식들을 다 키우고 나서도 이제까지 살아온 것보다 더 긴 세월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이혼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자식들을 다 키우고 난 50대 이후에는 부부 관계가 자식 중심에서 부부 중심으로 재정립되어야 하는데, 그런 변화를 제 때 하지 못하다보니 황혼 이혼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황혼 이혼을 막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이 부부간의 대화다. 대화는 이심전심이 아니라,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는 열린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서양인 부부들에 비해 한국인 부부들은 대화가 많이 부족한 편이다. 한국인 부부들의 대화는 부족한 것은 넘어서 상대를 이기기 위해 싸움을 거는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침묵은 금이다’라는 격언은 적어도 부부 사이에서 만큼은 절대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한국 남자들은 배우자를 칭찬하는 데 상당히 인색한 편이다. 하지만 이는 원만한 부부 관계를 만드는 데 치명적인 장애물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칭찬이 상대방을 감정적으로 기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자존감을 높여주고, 신뢰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칭찬 한 마디로 아내의 기분을 좋게 해주면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주는데 칭찬을 아낄 이유가 있을까?
칭찬에 더해서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면 금상첨화다. 한국 남자들은 몸이 오글거려서 ‘사랑한다’는 말을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 부부들을 대상으로 조사 결과, 배우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사랑 받는다고 느끼는 것을 나타났다는 사실(남성 48.7%, 여성 56.7%)을 기억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 남자들이 ‘사랑한다’는 말에 아주 인색한 편이다. 하지만 그 이유가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지 않아 어색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쓰고, 연습을 하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된다. 처음에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가 쑥스러운 경우에는 편지나 문자로 표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배우자가 가장 듣고 싶어 하고, 들으면 행복하다는데 쑥스럽다는 이유로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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