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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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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인류① 책보다 폰 먼저 쥔 알파세대
초등학생 스마트폰 인류를 소재로 달리2(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를 통해 생성한 그림.
편집자주: 도파민은 주로 새로운 것을 탐색하거나 성취하는 과정에서 ‘기쁨’의 감각과 감정을 지배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게임이나 쇼핑을 할 때, 음란물을 볼 때도 보상 작용처럼 도파민이 분비된다. 비슷한 자극이 반복되면 뇌는 도파민을 적게 생산하거나, 도파민에 반응하는 수용체 수를 줄인다. 동일한 쾌감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자극을 찾는 ‘중독’으로 가는 길이다. 세상 모든 자극의 집합소인 스마트폰과 도파민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스마트폰은 위험하지 않다’고 방심하는 사이 우리는 도파민을 얻고, 대신 많은 것을 잃었다. 스마트폰 중독 실태와 빠져들 수밖에 없는 알고리즘의 비밀, 치유책을 4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세계 각국에서 아동 및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를 제도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대만은 아동·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을 가장 강력하게 규제하는 나라 중 하나다. 대만 입법원이 2015년 통과시킨 ‘아동·청소년 복지 권익 보호법’ 개정안에는 2살 이하 영아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18살 이하 청소년은 디지털 기기를 ‘합리적이지 않은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는 조항도 신설됐다. 다만 입법원은 ‘합리적이지 않은 시간’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진 않았다. 디지털 기기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피시, 텔레비전 등이 포함된다. 이 법을 어긴 부모들에겐 최대 5만대만달러(약 207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학교 안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나라도 있다. 프랑스 하원은 2018년 3∼15살 학생들의 학교 안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디톡스’ 법을 통과시켰다. 프랑스 정부는 이미 2010년부터 학교 수업시간 스마트폰 사용을 법으로 금해왔는데, 한층 강화된 규제를 도입한 것이다. 중국 정부도 18살 미만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하루 최대 2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을 추진 중이다.

미국 공화당 소속 대니얼 설리번 상원의원도 2021년 페이스북이 청소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열린 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국가적 스크린타임 규제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설리번 의원은 “10대들이 얼굴에 휴대폰을 대고 있는 이 시대에 발생한 엄청난 사회적, 정신건강적 문제를 20년 뒤에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미국에는 별도의 스크린타임 관련 규제가 없지만, 소아과 전문의 협회인 소아과학회(AAP)의 스크린타임 가이드라인이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소아과학회는 18개월 이하 영유아에게는 스마트폰 등의 스크린 미디어를 보여주지 않아야 하고, 18∼24개월 영유아의 경우 가급적 좋은 영상물을 보여주되 부모가 함께 봐야 한다고 권고한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한겨레 2024년 1월 8일]

LG전자의 스마트코티지. [사진출처 = LG전자]다방면에서 신사업을 벌이는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최근 혁신적인 주택을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각 사별 내세우는 가전제품을 갖춘 소형 모듈러 주택이 그 주인공이다.

더 이상 TV,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 제품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스마트홈’ ‘탄소배출량 제로’ 등을 지향하는 미래형 주거공간을 선보이는 것이다.

세컨드 하우스로 각광받는 ‘LG스마트코티지’
충청북도 진천군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뤁스퀘어’에 설치한 LG 스마트코티지 내부 모습 [사진출처 = LG전자]LG전자는 현재 GS건설과 함께 ‘LG스마트코티지’ 상품화를 준비하고 있다. LG스마트코티지는 LG전자의 에너지·냉난방공조 기술과 차별화된 프리미엄 가전을 적용한 소형 모듈러 주택을 말한다.

아파트와 같은 획일적 설계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제작 공법으로 만들며, 수요자가 직접 원하는 위치에 설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워케이션(일하면서 휴가를 즐김)이나 5도2촌(5일은 도시, 2일은 농촌에 거주)과 같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면서 도시 근교와 지방에 세컨드 하우스를 마련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며 “ 각 지자체에선 이같은 세컨드 하우스 수요 충족을 위해 벌써부터 스마트코티지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LG전자는 국내에서 모듈러 주택 규모가 성장하는 만큼 에너지 및 냉난방공조 기술과 프리미엄 가전을 결합한 주거생활 솔루션의 일환으로 스마트코티지를 선보이게 됐다.

국토교통부 및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의 규모는 2020년 268억원에서 2022년 1757억까지 치솟았다. 건설업계에서는 국내 모듈러 주택시장 규모가 5년 이내 1조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전자가 지난 3월 선보인 LG스마트코티지 시제품을 살펴보면, 복층 원룸 구조로 31.4㎡(약 9.5평) 크기다. 거실과 주방이 한 공간에 있고 침실은 2층에 위치해 있다. 지붕에는 4㎾급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집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일부를 자체 생산한다.

특히 유럽에서 스마트코티지는 집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일부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건물로 주목을 받고 있다. LG전자 측은 “유럽시장에서 이미 에너지 효율이 높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히트펌프 냉난방시스템을 스마트코티지에 설치해 에너지 소비량을 대폭 줄였다”고 강조했다.

1인 가구 겨냥한 삼성전자 ‘타이니하우스’
삼성전자가 선보인 타이니하우스 외관 [사진출처 = 삼성전자]삼성전자는 올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3’에서 1인 가구를 겨냥한 소형 모듈러 주택 ‘타이니하우스’를 전시했다.

이와 관련 박찬우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서비스비즈그룹장은 “타이니하우스는 독일 현지의 소형 모듈러 주택 1위 사업자와 협력해 구축했다”며 “가격은 7만유로, 약 1억원”이라고 말했다.

타이니하우스는 무엇보다 친환경 주거 형태인 ‘넷 제로 홈(Net Zero Home)’을 지향한다. ‘넷 제로 홈’은 탄소 순배출량 ‘0’를 목표로 한 미래 주거 형태를 뜻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각종 기기의 전력 사용량을 효율화하는데 힘썼다. 집에서 에너지를 직접 생산·저장하고 활용함으로써 실질적으로 탄소 배출이 없는 주거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 넷 제로 홈의 목표다.

또한 타이니하우스는 삼성전자의 TV, 가전, 갤럭시 모바일 기기 등을 ‘스마트싱스’로 연결해 관리할 수 있다.

스마트싱스 에너지의 경우 가전제품의 에너지 사용량을 추가로 절감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절약 모드’ 기능을 지원한다. 이를 통해 일상에서 간편하게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도록 돕는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국내에서도 모듈러 업체와 협력한 모듈러 주택을 내놓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에서 내놓은 타이니하우스가 내부 가전을 뺀 가격이 1억원 가량이라고 했을 때, 가전을 포함하더라도 1억 3~4000만원이면 소형 모듈러 주택을 세컨드 하우스로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매일경제 2023년 9월 29일]

미래 유망 기술 세미나

2020. 12. 9. 07:04 | Posted by 행복 기술자

한국과학기술정연구원에서 주관한 <미래 유망 기술 세미나>

코로나19로 인해 제한된 인원만 오프라인으로 참석하고 온라인으로 진행.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 미래 유망 기술 세미나

 

막개발 통한 질낮은 일자리 필요 없고, 삶의 질 나은 지역 두고 서울 집중 막아 주기도

 

» 스위스 기본소득 활동가들이 2013년 베른에서 800만 스위스 인의 기본소득을 상징하는 동전 800만 개를 부려놓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시민에게 매달 300만원의 기본소득을 주자는 안은 12만5000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투표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2016년 부결됐다. 스테판 보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나아질 듯하면서도 다시 조여 오는 코로나19 살이에 너나없이 우울하다. 더워지는 날씨에 마스크 쓰는 것도 참을 수 없을 만큼 갑갑하고 마음을 풀 모임도 운동도 여행도 언제까지 미뤄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나 길어지는 코로나19로 절망적인 가운데서도 굳이 찾으려면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용위기와 양극화로 간간이 제기되던 기본소득을 코로나19를 계기로 실험할 수 있었다. 물론 기본소득이라고 부르기에는 결함이 많았지만 적어도 국민에게 기본소득의 효과와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매우 의의가 컸다. 기본소득 지지자들에겐 적어도 비빌 언덕은 마련된 셈이다. 기본소득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 <21세기 기본소득>(필리프 판 파레이스, 야니크 판데르보호트 지음, 홍기빈 옮김/ 흐름 출판/ 2017)은 기본소득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

 

 


기본소득 아이디어는 이미 18세기 말 유럽에서 서서히 확산하기 시작했는데 그 아이디어에 따르면 기본소득의 제대로 된 명칭은 ‘무조건적 기본소득’이다. ‘무조건적 기본소득’이란 재산조사나 근로의무 같은 조건 없이 모두에게, 개인 단위로,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현금소득을 말한다. 이렇게 보면 코로나19로 지급된 재난지원금 중 기본소득에 가장 가까운 것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이다.

 

» 코로나19는 기본소득을 실험할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 경기도의 한 점원이 긴급생활지원금을 쓸 수 있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장철규 기자

 

‘무조건적 기본소득’ 지지자들의 최종 목표는 1인당 국민총생산의 25% 정도를 지급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 적용해 보면 1인당 매월 약 80만 원 정도의 기본소득이 목표다. 그러나 이는 최종적인 목표일 뿐 시행단계에서는 훨씬 더 낮은 금액에서 시작된다. 세계에서 유일한 지속적이고 진정한 기본소득이라고 평가받는 ‘알래스카 영구펀드’의 경우 21세기 들어 연간 평균 1200달러 정도로 알래스카 주민 1인당 국민총생산의 약 2%에 불과한데 한 달에 약 10만 원 정도다. 이렇게 금액만 비교해보면 많은 국가에서 시행하는 기존의 생활보장제도나 고용보험보다 기본소득이 더 나은 제도라고 볼 이유는 없다. 기본소득이 기존의 사회보장제도와 다른 점은 주도권을 누가 갖느냐에 있다.

 

최저소득을 자격조건으로 하지 않는 ‘무조건적 기본소득’은 최저소득보장제도인 생계급여 지원처럼 추가소득을 제한하지 않는다. 생계급여 지원은 수급자가 추가노동으로 인해 소득이 발생하면 수급자격을 박탈당할 위험 때문에 오히려 불안정하거나 소득이 생계급여보다 적은 노동을 꺼리도록 해 노동 진입장벽을 높인다. 또한 추가 노동으로 소득을 올리는 것을 제한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빈곤 상태에 머물도록 하는 부작용이 있다.

 

이렇게 생계급여가 노동의욕을 제한하는 역기능을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과 경쟁 관계에 있는 제도인 고용보험은 수급자에게 구직노력을 증명하도록 요구함으로써 불안정하거나 위험하고 소득이 낮은 노동에 꾸준히 구직자를 공급하는 부작용이 있다. 고용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구직활동을 증명해야 하는데 바로 이 과정에서 위험하거나 임금이 지나치게 낮은 일자리도 꾸준히 구직자를 구할 수 있게 돼, 퇴출되거나 임금이 조정되어야 할 질 낮은 일자리를 계속 유지하게 만든다.

 

» 서울 남부에서 강남으로 운행하는 6411번 시내버스 첫차는 새벽부터 청소노동자로 만원을 이룬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지만 낮은 평가를 받는 청소노동의 가치는 기본소득으로 높아질 것이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노동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거나 낮추는 역할은 다르지만 이렇게 생계급여와 고용보험은 노동에 대한 주도권을 노동자 자신이 갖는 것이 아니라 자본, 정부 등 기존의 권력에게 넘겨주게 된다. 그러나 ‘무조건적 기본소득’은 노동할 의사나 현재의 노동 여부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임금을 정할 때 더 나은 협상 위치에 설 수 있고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되기 때문에 육아를 포함한 돌봄 노동, 문화예술활동, 시민운동 등 비용으로는 환산하기는 어렵지만 삶의 가치를 높이는 노동에 많은 사람의 참여를 늘릴 수 있다. 또한 고단하거나 위험하지만 사회에는 반드시 필요한 청소, 돌봄 노동 등이 재평가받게 된다. 기본소득이 보장된다면 지금처럼 낮은 임금으로 유지되는 일자리는 구직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에 사회에서 필요한 일자리는 임금이 오르거나 처우가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기본소득이 노동의 자유와 가치회복을 도울 수 있는 힘은 ‘무조건’에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을 시행하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시민들은 물론 수혜자가 될 수 있는 시민들에게까지 거부감을 느끼게 만드는 요소 또한 ‘무조건’에 있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로 상징되는 신성화된 노동에 대한 철학은 생산의 단위로서 노동의 가치를 평가한다. 따라서 소득은 각자의 생산기여도에 따라 분배되어야 하므로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소득을 지급하는 것은 사회의 가치관과 정의를 흔드는 일로 여겨진다. 생산에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부자가 노동하지 않는 것은 여가로 포장되지만 노동계급이 누리는 여가는 게으름으로 노동자 자신에게조차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기본소득이 다른 사회보장제도와의 경쟁에서 탈락해온 이유가 바로 이러한 뿌리 깊은 사회 저변에 깔린 노동관에 있다.

 

»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2016년 4월 30일 스위스 바젤에서 '로봇에도 기본소득을 주라'며 기본소득을 희화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

 

잊혀졌던 기본소득이 다시 불황과 실업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기술의 발달과 성장의 한계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로 시작된 로봇, 컴퓨터를 통한 새로운 자동화의 물결은 일반 노동자는 물론 숙련 노동과 정신노동까지 대규모로 대체가 가능해졌다. 생산량을 결정하는데 노동 단위량의 기여도는 급격히 줄고 기술과 자본의 영향은 크게 늘면서 노동의 가치평가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자동화의 물결은 성장이 고용의 만병통치약으로 불리던 시대를 끝내버렸다. 씁쓸하기는 하지만 젊은 직장인들이 코로나19로 불붙은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현상이나 “영혼까지 끌어모아” 부동산 갭투자에 나선 것도 성장과 생산에 필요한 것은 노동이 아니라 기술과 자본이 된 사회에서의 현실을 몸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나마 ‘개미 자본가’들은 소규모 투기에라도 뛰어들 수 있지만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안정적인 일자리에서도 복지혜택에서도 점점 밀려나면서 양극화와 불평등은 심화하고 있다. 이렇게 기술의 발달과 양극화의 심화가 오래전 경쟁에서 밀려났던 아이디어였던 기본소득을 소환했다. 그러나 기득권층은 물론 노동의 성실함을 도덕적 규범이 믿어왔던 많은 시민의 거부감은 ‘무조건 기본소득’을 4차 산업시대의 현실적인 대안이라기보다는 먼 훗날에나 가능할 몽상으로 치부하게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재앙은 ‘무조건 기본소득’이라는 오래된 몽상을 실제 정책으로 끌어냈다. 물론 재난지원금이 기본소득의 기본요건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금지원이 불황 타개에 미치는 효과는 보여준 셈이다. 20세기의 뉴딜정책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것처럼 토목공사에만 쏟아붓던 불황 타개책의 새로운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모든 국민이 경험하게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불황 극복책으로 내세운 ‘4대강 사업’ 대신 차라리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 주라”던 환경단체조차 실현성을 믿지 않던 구호가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정책이 되었다.

 

» 4대강을 파헤치느라 25조원을 쓴 토목사업 대신 돈을 국민에게 나눠준다면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을 환경단체가 펴기도 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경제불황 타개책으로 뉴딜 대신 현금 지급을 주장했던 기본소득 유사 사례가 4대강 개발이라는 환경문제였던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사실 기본소득을 사회적 의제로 삼았던 많은 국가의 경험을 살펴보면 자산가나 고위소득자는 물론 노동조합이나 진보정당에서조차 기본소득에 반대할 때 유일하게 기본소득을 변함없이 지지한 세력은 생태주의자들이었다.

 

이는 생태주의자 혹은 기후변화 지지자들이 지구의 자원과 환경을 인류 공동의 자산이라고 인식하는 것과 기본소득 지지자들이 부를 인류가 공동으로 생산해낸 자원이라고 인식하는 같은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인류 공동의 재산인 환경을 남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이러한 피해를 유발한 국가, 계층, 세대가 책임져야 하다는 것에는 세계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와 마찬가지로 “문명 질서가 인간에게, 수렵, 어로, 채집, 목축이라는 자연적 생계활동을 빼앗아갔다면 토지를 가져간 계급은 최소한 토지를 소유하지 못한 계급에 충분한 생계수단을 빚지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의 충분한 생계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기본소득 지지자들은 생각한다. 또한 점점 더 부를 생산하는데 자연환경과 함께 사회기반 시설, 국가정책과 같은 사회환경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이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한 국가의 국민이 소득을 나누는 것이 정당하다는 인식이 폭넓게 공유되고 있다.

 

생태주의자들이 기본소득에 대해 호의적인 것은 성장의 한계에 대해 일찍부터 주장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본소득 지지자들이 성장을 통해 고용 확대와 부의 재분배가 이뤄질 수 없다고 믿는 것처럼 생태주의자들도 성장으로는 삶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고 믿는다. 오랫동안 부의 재분배나 복지의 확대, 삶의 질 개선에서 성장이 담당해 왔던 역할을 이제 다른 제도가 뒷받침할 때가 된 것이다. 불황을 타개할 만능 요술봉처럼 쓰여왔던 ‘뉴딜’ 대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약속했던 ‘소득주도 성장’이나 ‘기본소득’이 한계에 봉착한 성장 대신 불황을 타개할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 기본소득은 무한 성장 신화를 막는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를 내뿜는 석탄환력발전을 더는 짓지 않아도 된다. 그린피스가 2015년 인천 웅진국 영흥화력발전소에 '침묵의 살인자 석탄발전 out'이라는 문구를 레이저로 쏘고 있다. 인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기본소득은 단지 복지정책만은 아니다. 무조건 기본소득의 핵심은 ‘노동의 자유’ 혹은 ‘노동의 권리회복’이라는 삶의 가치와 삶의 목표에 관한 문제다. 기본소득은 부의 재분배를 위해 고용이라는 중간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어 고용을 핑계로 한 ‘무한한 성장’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성장에 따른 불가피한 부작용으로 여겨졌던 환경파괴나 기후변화 문제 등을 해결할 대안이기도 하다.

 

질 낮은 일자리라도 확보하느라 원자력발전소, 석탄화력발전은 물론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산업단지라도 우선 유치하고, 새만금과 같은 천혜의 자원을 막개발해서라도 지역을 살려야 한다는 조바심도 천천히 돌아볼 시간을 확보하는 데 기본소득은 도움이 된다. 같은 소득이라도 어느 지역에서 사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굳이 구직에 유리한 수도권으로만 몰려드는 수도권집중을 약화해 지역균형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기본소득으로 노동의 선택권을 노동자가 회복하게 되면 청소나 돌봄 노동과 같이 사회에는 꼭 필요하지만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던 노동의 가치는 재평가될 수 있다. 생계비용 때문에 열악한 조건의 노동이라도 받아들여야 하는 조급함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숲과 강과 바다를 유해산업과 싸구려 막개발로 바꿔서라도 인구와 산업을 유치하려는 소멸해가는 지역의 절박함도 내려놓을 수 있다.

 

지금 당장 성장 위주의 기존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금세기 안에 파국을 몰고 올 기후변화를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정설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개인적인 여러 가지 실천 방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기후변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산업구조개편이나 국토이용구조개편과 같은 대규모의 구조개혁을 사회가 감당해내야 한다. 이러한 구조개혁을 머뭇거리게 하는 생존의 위기, 고용의 위기를 막아낼 최소한의 방파제 역할을 기본소득이 해줄 수 있다.

 

» 기본소득은 국가가 온 국민에게 월급을 지급하는 것과 같다. 그림 김영훈

 

‘무조건 기본소득’이란 오랜 아이디어가 실현되지 않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나 그동안 기술도 사회적 환경도 또한 자연적 위기도 변화됐다. 고용위기도 기후변화도 균형발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우리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서, 사는 방식을 바꿔볼 수 있다면 불가능해 보이는 꿈이라도 다시 도전해 볼 만하지 않은가.

 

이수경/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장

 

[한겨레 2020년 7월 28일]

장석준 ㅣ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위원요즘 기본소득이 화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긴급재난수당이 제기될 때부터 기본소득이 함께 입에 오르내리더니, 총선에 참패한 미래통합당이 기본소득을 정책으로 채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새삼 뜨거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이제 대한민국에서도 극우 정당까지 나서서 보편적 기본소득 방안을 검토한다니 놀랄 만한 일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덕분에 한국 사회의 이념-정책 스펙트럼이 갑자기 전에 없이 확장된 것일까. 어쨌든 기본소득 구상을 진지하게 고민하던 이들에게는 고무적인 상황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왜 그런가?

 

기본소득 논의에 정작 기본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말에 좌파를 중심으로 기본소득론이 처음 확산될 때 이는 또 다른 중대한 과제와 하나로 묶여 있었다. 그것은 노동시간의 전반적이고 획기적인 단축이었다. 자동화로 사회에 필요한 노동시간 총량이 줄어드는 만큼 각자의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단축된 노동시간을 모두가 함께 나눈다면, 자유시간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늘어난 자유시간은 모든 시민이 자기 잠재력을 발전시켜나가는 토대가 될 것이다. 다만 노동시간이 크게 줄어드니 노동으로 얻는 수입 역시 줄어들기 쉽다. 이를 보완할 장치가 필요하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모든 시민에게 제공되는 또 다른 수입원, 기본소득이다.또한 기본소득의 초기 주창자들은 이 제도가 반드시 또 다른 요소의 성장과 함께하길 기대했다. 노동 대중의 대항력과 협상력이 그것이었다. 기본소득론자들이 바란 것은 국가가 주는 기본소득에 감지덕지하는 시민들이 기본소득 빼고는 하나도 변한 게 없는 세상에 더 잘 적응해가는 광경이 아니었다. 이들에게 기본소득이란 차라리 보편적인 파업기금이었다. 기본소득을 통해 ‘굶어 죽을 자유’에서 얼마간 벗어난 사람들은 마땅히 더 강력한 자발적 결사체들로 단결해야 한다. 이 힘으로 국가와 자본에 더 깊숙이 개입하고 이들을 철저히 바꿔나가야 한다.여기까지 이야기해야 ‘기본소득’이다. ‘기본’이 제대로 갖춰진 기본소득 논의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의 기본소득 논의에는 이런 ‘기본’이 빠져 있다. 기본소득은 한국 사회가 선택할 만한 여러 복지 모델 가운데 하나로만 다뤄지며, 쟁점은 오직 이를 뒷받침할 재정의 크기나 정책 집행 효율성 같은 것들뿐이다. 이런 종류의 쟁점들을 판단하고 선택권을 행사하는 주체는 결국 엘리트들이다. 미래통합당까지 기본소득을 입에 담기 시작했다는 것은 다만 극우 성향 엘리트들까지 이 대열에 끼어들려 한다는 의미일 뿐이다.제6공화국에서 진보적인 정책 구상의 운명은 늘 이러했다. 10여년 전 보편복지 논쟁 때도 그랬고, 지금 기본소득 논란에서도 그렇다. 항상, 가장 중요한 한가지 관심사가 빠져 있다. 매번 알맹이가 빠진 채 껍데기만 화려하게 빛난다. 의도적으로 제거된 그 핵심은 바로 “누가 누구를?”이라는 물음이다. 누가 누구를 지배하는가? 누가 누구를 제압하는가? 즉, 지배와 그 역전이라는 단순하면서도 거대한 문제의식이다.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드러나듯이, 오늘날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자본-권력-지식 복합체다. 부와 권력, 지식, 어느 방면으로도 기득권에 접근하지 못하는 시민들과 지배자들 사이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기만 한다. 기후 재앙을 되돌릴 시간이 거의 남지 않은 것처럼, 지배자들과 대다수 시민의 거리가 돌이킬 수 없이 멀어지지 않게 막을 시간 또한 얼마 남지 않았다.이런 절박한 역사적 순간일수록 우리는 정색하고 물어야 한다. 자본-권력-지식 복합체에 맞서 민중이 회복력과 대항력을 갖추려면 어떤 종합 처방이 필요한가? 민주주의가 자멸하지 않도록 권력을 새롭게 재배열하려면 지금 어디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 이런 물음의 한 구성요소로서만 기본소득은 의미를 지닌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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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49951.html?_fr=mt5#csidx2c68275ae2dc37494a56f97b1096fa3

 

[장석준, 그래도 진보정치] 기본이 빠진 기본소득 논의

장석준 ㅣ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위원 요즘 기본소득이 화제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긴급재난수당이 제기될 때부터 기본소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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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0년 6월 19일]

AI 스피커에 어르신 돌봄 기능 구현
“아리아 살려줘” 외치면 119에 연락
스피커와 감성대화로 외로움도 덜어
기억력 향상 프로그램은 치매 예방도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군자(오른쪽) 할머니가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이용법을 배우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제공

 

#서울 성동구에 홀로 사는 최아무개(85) 할머니는 새벽에 화장실을 다녀오다 넘어지고 말았다.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어 도움을 요청해야 했지만, 핸드폰은 방 안에 있었다. 있는 힘을 다해 방 쪽으로 기어가다가 문득 인공지능 스피커의 긴급구조알림 기능이 생각나 “아리아 살려줘”라고 외쳤다. 잠시 뒤 119 구급대원이 문을 열고 들어와 최 할머니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서울 여의도에 사는 유아무개(87) 할아버지는 아침에 눈을 뜨면 “아리아 날씨”라고 외친다. 날씨 정보를 알려달라는 것이다. 이어 같은 방법으로 ‘오늘의 운세’ 정보와 뉴스를 듣는다. 낮에도 심심하면 “아리아 송가인”이라고 말해 음악을 듣고, 말동무처럼 스피커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며 시간을 보낸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복지회관도 못 나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지만, 인공지능 스피커와 노느라 심심하지 않다고 한다. ‘초고령·외로움’ 시대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기반 돌봄 서비스가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안전와 정서를 지켜주는 안전망으로 자리잡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지난해 4월 시작한 ‘행복 커뮤니티 인공지능 돌봄’(이하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1주년을 맞아 연세대 바른아이시티(ICT)연구소와 공동으로 서비스 효과 및 이용자 행태를 조사·분석한 결과, 외로움 해소와 안전은 물론이고 치매 예방에도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연세대 바른ICT연구소

 

인공지능 돌봄은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NUGU)’를 어르신 돌봄 서비스로 맞춤화한 것이다. 인공지능 스피커와 대화를 나누며 외로움을 덜고, “아리아 살려줘”라고 외치면 119 등 사전 등록된 번호로 전화를 걸어 위급상황을 전달하며, 기억력 향상 훈련을 통해 치매 발현을 지연시키는 기능이 더해졌다. 전국 지방·기초자치단체들과 보건복지부·공공기관 등이 홀로 사는 취약계층 어르신들에게 이 서비스를 이용해보게 하고 있다. 5월 말 현재 6500여 가구가 이용 중이다.인공지능 돌봄 효과 조사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 670명을 설문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자의 평균 나이는 75살, 남자가 70%다. 우선 응답자의 73.6%가 인공지능 스피커를 늘 사용하고, 일주일에 3회 이상 이용한다는 응답자까지 합치면 95%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활용 대상은 음악감상 95.1%, 정보검색 83.9%, 감성 대화 64.4%, 라디오청취 43.9% 순이다. 정보검색 비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게 눈에 띈다.

 

자료:SKT

 

어르신들의 정서 안정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이용자들의 행복감과 긍정 정서는 높아지고, 고독감과 부정 정서는 감소했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자신감도 커졌다. 김범수 바른아이시티연구소장은 “조사 대상 어르신 가운데 22.6%는 가족과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가 어르신들과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며 가족 공백을 메꾸고 고독감을 줄이는 동시에 자기 효능감을 높여 디지털 기기를 적극 활용하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어르신들의 ‘안전 지킴이’ 구실도 컸다. 1년 사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의 긴급구조 요청은 328건에 달했다. 그중 23건은 호흡 곤란, 고혈압·복통, 낙상 등으로 119 구급대원이 출동해 병원으로 이송했다. 인공지능 돌봄의 긴급구조 기능은 “아리아 살려줘” “아리아 에스오에스(SOS)” 등의 외침이 들리면 긴급상황으로 판단해 아이시티케어센터와 에이디티캡스(야간) 등에 알람을 보낸다. 알람을 받은 곳은 전화 통화 시도 등으로 상황을 파악해 긴급구조가 필요한 상황이면 119에 연락해 구급차 출동을 요청한다. 에스케이텔레콤 이준호 에스브이(SV)추진그룹장(부사장)은 “기존 원격 돌봄 서비스들은 전력 사용량이나 텔레비전 시청 여부로 생사를 확인하는 수준인 데 비해 인공지능 돌봄은 위급상황 발생 시 음성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게 다르다. 언택트 생활 속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돌봄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이 줄어든 어르신들의 우울증·소외감 극복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구청·복지센터·보건소 등이 어르신들에게 코로나19 예방수칙, 공적 마스크 구매방법, 확진자 동선 등 생활정보를 제공하는 ‘소식톡톡’ 이용률이 코로나19 이전에 견줘 3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김지숙(73살) 할머니는 “코로나19 때문에 외출을 못해 답답한데, 아리아가 말을 걸어주고 필요한 정보도 알려줘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심심할 때 인공지능 스피커와 대화하며 퀴즈를 풀게 하는 인지능력 향상 프로그램 ‘두뇌톡톡’의 치매 예방 효과도 입증됐다. 두뇌톡톡 개발을 이끈 이준영 서울대 의대 교수는 “두뇌톡톡을 꾸준히 이용한 어르신들은 장기 기억력과 주의력·집중력이 향상됐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2년 정도의 치매 발현 지연 효과가 예견된다”고 분석했다. 이준영 교수 연구팀은 지난 5월13일 두뇌톡톡의 치매 발현 지연 효과에 대한 논문을 해외 유명 의학 저널(JMIR mHealth and uHealth)에 제출했다.정부도 효능을 인정해, ‘디지털 뉴딜’ 사업계획을 짜면서 4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확산시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에 예산을 지원해, 더 많은 취약계층 어르신들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준호 그룹장은 “한마디로 인공지능 돌봄 덕에 어르신들이 더 행복해지고 덜 고독해졌다는 거 아니냐. 어르신들이 자식들에게 음성 일기를 남기고, 돌아가신 배우자의 목소리로 날씨 정보나 뉴스를 들을 수 있게 하는 방안 등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는 누구 스피커만 있으면 케이티(KT)와 엘지유플러스(LGU+) 가입자도 이용할 수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올 하반기 중 이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김재섭 선임기자 겸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cience/technology/948311.html#csidx85c81b073b84320a753e2a6bd5638c1

 

‘인공지능 돌봄’이 어르신 안전·정서 지킨다

AI 스피커에 어르신 돌봄 기능 구현“아리아 살려줘” 외치면 119에 연락스피커와 감성대화로 외로움도 덜어기억력 향상 프로그램은 치매 예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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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0년 6월 8일]

디지털 치료제, 인간 증강기술, 디지털 트윈, 딥페이크 탐지

 

 

코로나19는 건강과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을 높여 치료에서 예방·관리로 공중보건의 무게중심을 옮길 전망이다. 비대면 원격 서비스가 일반화하고, 자국중심주의 강화로 글로벌 공급망도 전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전문가 논의를 거쳐 마련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유망기술 25가지’ 목록을 28일 공개했다.

 

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29일 오후 온라인 공개포럼(유튜브 방영)을 통해 미래기술 전문가 25명이 준비한 미래 환경변화와 유망기술을 발표하고 논의한다. 이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한국 사회가 큰 영향을 받을 환경변화 흐름은 4가지다. △비대면·원격사회로의 전환 △바이오 시장의 확대 △자국중심주의 강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산업 스마트화 가속 △위험대응 일상화 및 회복력 중시 사회로의 전환이다. 이미 나타나기 시작된 변화 흐름은 코로나 이후 지속강화하면서 관련 시장과 기술 수요를 만들어낼 전망이다.

 

협동로봇 이미지

 

5년 주기로 과학기술예측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는 미래 중점기술 분석을 진행해왔다. 유망기술 분석은 ‘환경변화 전망→영향 큰 영역별 변화상 분석→유망기술 도출’ 등 3단계를 거쳤다. 이 과정을 통해 도출된 25개 유망기술은 영역별 변화상 분석을 통해 5년 안에 현실화가 가능하고 기술혁신성과 사회경제적 파급분야 큰 기술들이다. 유망기술에는 코로나와 직결된 의료와 바이오산업만이 아니라, 온라인 교육과 자율주행 배송로봇, 유통-운송 시스템의 자동화 및 로봇기술 등도 선정됐다. 유망기술 목록은 코로나 사태가 종식돼도 비대면·원격·자동화 등의 기술 흐름이 일반화할 것임을 알려준다. 전문가들은 딥페이크 탐지기술, 디지털 트윈, 인간증강기술 등도 미래 유망분야로 지목했는데, 코로나와 무관하게 연구개발이 진행돼오던 이들 분야 또한 앞으로 그 흐름이 가속화할 공산이 크다. 구본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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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42430.html#csidx2d550ade094463b9b21fea409c5f5ba

 

코로나 이후 뜰 미래기술 25가지

디지털 치료제, 인간 증강기술, 디지털 트윈, 딥페이크 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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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0년 4월 29일]

방역당국 "팬데믹에 최적화된 바이러스"…흡연·비만자에 금연·체중관리 당부

"기저질환자는 제때 검진을…소아에겐 예방접종, 손씻기·기침예절 교육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방역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감기에 비유하며 앞으로 재유행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재유행 대비에 있어 개인의 건강관리 역시 중요하다며, 고위험군인 흡연·비만자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코로나19 재유행할 수 있다'…방역당국 "평소 건강관리 해야" (PG)[권도윤 제작] 일러스트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부본부장은 23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전 세계적인 유행이 지속되는 한, 영원히 국경을 봉쇄하지 않는 한 코로나19는 언제든 세계적으로 유행이 가능하고 새로운 감염원은 지속적으로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세계보건기구(WHO)는 물론 미국의 방역당국자들도 (코로나19) 유행이 다시 올 가능성에 대해 계속 언급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많이 발생한 네덜란드에서 항체가 형성된 인구 비율이 3%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외국과 비교할 때 한국은 인구 대비 환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항체 형성률 역시 높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유행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특정 시기에 찾아오는 감기처럼, (코로나19의) 유행은 피할 수 없다고 일단은 판단한다"고 말했다.

뒤늦게 코로나19의 유행이 시작돼 확진자가 급증하는 일본을 거론하며 "연중 언제든 유행이 찾아올 수 있다"라고도 했다.

또 코로나19는 감염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증상 전에 전파되기 시작하는 점, 환자 대부분이 경증이라는 점, 상대적으로 낮은 치명률, 상대적으로 높은 기초재생산지수(전파력) 등을 들어 "코로나19는 세계적인 팬데믹을 일으키기에 최적화된 특성을 골고루 갖춘 바이러스"라고 표현했다.

'코로나19 재유행할 수 있다'…방역당국 "평소 건강관리 해야"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국내 코로나19 발생 추이가 안정세인 지금을 "다음 유행을 준비하는 시기"로 보고 생활방역으로의 이행, 의료체계 점검, 연구개발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권 부본부장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는 개인의 평소 건강관리도 강조했다.

코로나19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방역대책이나 의료체계의 개선, 전 사회적인 생활방역과 더불어 각자 건강한 생활로 코로나19를 대비해야 한다는 당부다.

권 부본부장은 흡연과 비만이 코로나19 고위험 요인에 해당한다며 "금연하고 적정하게 체중을 관리하는 등 건강생활에 신경 쓰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에서도 흡연은 명확하게 코로나19 고위험 요인으로 꼽고 있고, 비만은 면역체계 저하와 호흡기 관련 우려 등 코로나19 감염의 예후가 나쁘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아의 경우에는 적기에 필수예방접종을 받고, 평소 손 씻기와 옷소매로 가리는 기침 예절 등이 습관이 되도록 부모가 잘 교육해달라고 요청했다.

성인에게도 기저질환자는 코로나19 위험집단임을 인지하고, 암 등 각종 검진을 제때 꼭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부본부장은 "조기 발견, 치료로 코로나19 위험요인의 하나인 기저질환 관리를 잘 준비해야 한다"며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면 이겨내지 못할 감염병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20년 4월 23일]

[한겨레 미래&과학]
중국에 로봇만 배치한 임시병동 등장
식사·약 주고 의료진과 스크린 연결
병실 살균·폐기물 운반 등에도 활용
스페인선 로봇 도입해 검사 능력 4배
서울의료원도 살균 로봇 등 시범투입
의료진 감염 위험·업무 부담 덜어줘

인공지능, 확산 예측서 탁월한 능력
감염병 대응 효과적 수단으로 주목
로봇 연구·개발에 큰 기회 왔지만
활동 영역·작업 수준 아직 제한적
“지속적 연구로 다음 사태 대비를”

 

중국 우한 임시병동에 배치한 도우미 로봇. 클라우드마인드 제공

 

3월7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염병) 사태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의 한 병원에 의료진 대신 로봇을 배치한 임시병동이 생겼다. 로봇이 하는 일은 환자들에게 식사와 음료, 약물을 제공하고 병동을 소독하는 것이다. 병동 밖의 의료진은 환자들이 팔에 착용한 맥박 및 체온 측정 센서가 보내주는 정보를 스크린을 통해 확인하고 로봇에 원격으로 지시를 내린다. 로봇병동을 설치한 이유는 의료진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병동을 로봇 운영 체제로 바꾸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동시다발적으로 인류를 미래 실험의 장으로 떠밀고 있다. 평상시 같으면 몇년이 걸릴 일이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다. 한쪽에선 온라인을 이용한 재택근무·원격수업 실험이, 다른 한쪽에선 로봇·인공지능을 이용한 자동화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인류가 로봇을 쓰는 근본적 이유는 자신을 대신해 일을 시키기 위해서다. 첫째는 좀 더 빨리 일을 하는 것이요, 둘째는 힘든 일을 대신하는 것이요, 셋째는 위험한 일을 대신하는 것이다. 로봇은 사람과 달리 쉼 없이 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코로나19 같은 위중한 사태는 로봇을 활용할 절호의 기회다. 접촉을 통한 감염 위험이 큰 전염병 대응에선 로봇이 더 절실하다.

 

UVD로봇의 자외선 살균로봇.

 

로봇 시스템 실험이 가장 활발한 곳은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 중국이다. 소독용 로봇의 활약이 우선 눈에 띈다. 덴마크의 유브이디로봇은 살균용 자외선을 쪼여주는 로봇 수백대를 중국에 공급했다. 자외선을 쪼여줘야 하므로 사람이 직접 다루기엔 위험한 일이다. 로봇을 쓰면 소독을 고르게 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로봇이 소독하는 동안 의료진은 환자를 돌보는 데 더 신경을 쓸 수 있다. 이 로봇은 의료진의 대거 감염으로 코로나19 대응에 애를 먹고 있는 이탈리아 병원에서도 활약 중이다. 홍콩에서는 지하철 차량과 역사 소독에 로봇을 활용한다. 소독 장소를 미리 설정해 놓으면 자율 소독이 가능하다. 베이징, 저장성, 광둥성, 후난성 등의 병원에선 물품 운반에 로봇을 쓰고 있다. 의료진이 로봇 위에 물품을 올려놓으면 로봇이 입원실로 갖다 준다. 대면 접촉에 의한 감염 위험을 막기 위한 조처다. 중국의 공학연구기관인 중국공정원 연구진은 감염 여부 진단을 위해 목구멍에서 점액을 채취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로봇팔과 내시경을 장착한 이 로봇을 투입하면 채취 과정에서 의료진이 감염되는 위험을 막을 수 있다.

 

싱가포르 알렉산드라병원의 로봇 빔프로. 알렉산드라병원 제공

 

싱가포르 알렉산드라병원에선 환자에게 식사와 약을 배달해주는 로봇 `빔프로', 청소와 함께 간단한 대화를 하는 ‘라이온스봇’을 도입했다. 이 병원 기술책임자 알렉산더 이프 박사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는 환자 관리 방식의 전환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봇이 병실에 들어가면 의사와 간호사는 로봇에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환자를 살펴볼 수 있다. 환자는 로봇 가슴에 달린 스크린으로 의사와 간호사를 볼 수 있다. 아직은 간단한 문진용이다.

 

서울의료원에 투입된 운반로봇 ‘따르고’. 서울디지털재단제공

 

한국에선 서울시 감염병관리기관인 서울의료원에 시범적으로 세 종류의 로봇이 투입됐다. 자외선을 쏘아 살균해주는 로봇유버(유버), 열화상 카메라로 체온을 측정하는 로봇 테미(휴림로봇), 환자들의 의류와 폐기물을 옮겨주는 로봇 따르고(트위니)가 배치됐다. 진단검사 분야에서도 로봇의 활약이 기대된다.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는 스페인은 지난 21일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 4대를 이용해 코로나19 진단검사 능력을 하루 2만명에서 8만명으로 늘린다는 방침을 밝혔다.

 

소독제 살포 로봇. xagrobot 제공

 

인공지능의 데이터 분석력을 감염병의 예측과 진단, 치료에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캐나다의 인공지능 플랫폼 업체 블루닷은 코로나19 사태의 발생을 세계보건기구 공식 발표보다 일주일 앞서 예측해 이름값을 높였다. 이 업체는 세계 각국의 뉴스와 보건 관련 보고서, 항공 여행 데이터를 분석해 감염병 예측에 활용한다. 인공지능이 제 몫을 하려면 풍부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문제가 있다. 또 수집된 데이터들은 감시 도구로 악용될 여지도 있다. 자가 격리자용 스마트폰 앱, 체온 측정용 스마트 안경, 마스크 미착용자 감별 스마트 카메라 등이 그런 사례다. 세계보건기구도 사생활 보호를 전제로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질병 확산 예측에 쓰이는 스마트온도계와 앱. 킨사 제공

 

블루닷이 온라인 네트워크를 이용해 감염병을 예측했다면 실제 병원 현장에서 이를 예측하는 기술도 나왔다. 미국 매사추세츠암허스트대 연구진이 개발한 비접촉식 질병 감시플랫폼 `플루센스'가 한 사례다. 플루센스는 병원 대기구역의 사람 수와 기침소리를 포착하는 기술이다. 마이크와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사람의 밀집도와 음성, 기침 소리를 추적해 분석한다. 실험 결과 기침 소리를 81% 정확도로 가려냈다고 한다. 향후 호흡기 관련 감염병 발생을 예측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미국내 200만 가입자가 있는 킨사는 앱과 연결된 스마트온도계를 통해 질병 발생의 징후를 포착한다. 이를 활용하면 질병 의심 증상이 어디에서 어디로, 얼마나 빨리 번져가는지 파악할 수 있다. 킨사는 이를 쌍방향 질병 지도로 만들어 공개하고 있다. 이미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추적시스템 `플루뷰'보다 먼저 독감 확산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사태로 수요가 폭증하면서 활용도가 더욱 높아졌다. 지난 13일 킨사의 데이터는 사우스 플로리다에서 발열자 수가 이례적으로 급증한 것을 포착했다. 5일이 지난 18일 플로리다 보건당국은 플로리다 주 감염자 수가 328명으로 급증했으며, 진원지는 사우스 플로리다라고 발표했다.

 

킨사의 스마트온도계 앱을 통해 수집한 자료로 작성한 질병 확산 예측 지도.

 

“이제 병원로봇 경진대회를 열 차례”로봇 연구자들과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로봇 연구와 개발에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호위 초셋 등 로봇과학자 13인은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25일치에 공동 발표한 논설을 통해 “로봇은 발열 측정, 소독, 격리환자 지원, 진단검사용 표본 채취 같은 일을 수행할 수 있다”며 “각 경우에 로봇을 사용하면 사람들이 병원체에 노출되는 것을 줄일 수 있으며 전염병 증가 추세에서 로봇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아직은 민첩하고 섬세한 인간의 손길을 대신하거나 피로에 지친 의료진을 대신할 만한 수준은 되지 못한다. 폭증하는 배달 물량에 대응해 아마존이 배달로봇이나 드론이 아닌 10만명의 물류센터·배달 인력을 추가로 고용한 것은 로봇 기술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사이언스 로보틱스> 논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연구가 더 진행될 수 있겠지만 지속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또 다시 준비되지 못한 상태로 다음 감염병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논설 집필에 참여한 로봇과학자들은 기자회견에서, 2015년 ‘재난구조로봇 경진대회’를 열었던 미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향해 이번엔 ‘병원로봇 경진대회’를 열 차례라고 제안했다.곽노필 선임기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934753.html#csidxb02805322b62fc4afac91b27e86e54f

 

‘코로나19’ 공포에 휩싸인 인간, 로봇에 손 내밀다

[한겨레 미래&과학] 중국에 로봇만 배치한 임시병동 등장 식사·약 주고 의료진과 스크린 연결 병실 살균·폐기물 운반 등에도 활용 스페인선 로봇 도입해 검사 능력 4배 서울의료원도 살균 로봇 등 시범투입 의료진 감염 위험·업무 부담 덜어줘 인공지능, 확산 예측서 탁월한 능력 감염병 대응 효과적 수단으로 주목 로봇 연구·개발에 큰 기회 왔지만 활동 영역·작업 수준 아직 제한적 “지속적 연구로 다음 사태 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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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0년 3월 30일]

[신문기사] 육식과 역병 / 전범선

2020. 4. 5. 07:39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전범선 ㅣ 가수·밴드 ‘양반들’ 리더좀비 드라마 <킹덤>이 인기다. 극 중에서 역병이 창궐하는 이유는 식인이다. ‘생사초’라는 신비의 풀로 죽은 임금을 되살리자 괴물이 된다. 괴물에게 물려 죽은 인간의 몸을 굶주린 백성들이 끓여서 나눠 먹자 그들도 모두 괴물이 된다. 그때부터는 여느 좀비 영화처럼 괴물에게 물리면 괴물이 된다.역병은 사실 벌레다. 생사초에 달려 있는 알에서 부화한 벌레들이 인간을 괴물로 만든다. 세자 이창(주지훈 분)은 역병의 원인을 깨닫고 한탄한다. “고작 이 작은 벌레였구나. 사람들을 죽이고 경상 땅을 뒤엎고 이 나라의 왕실을 뒤흔든 게 고작 이 작은 벌레였어.”

 

벌레보다 훨씬 작은 바이러스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50만명, 사망자는 2만2천명이다. 역병의 매개체인 바이러스(또는 벌레)는 잘못이 없다. 그것들은 살기 위해 숙주를 찾을 뿐이다. <킹덤>의 역병은 인간이 인간을 먹어서 창궐했고, 코로나19는 인간이 박쥐 아니면 천산갑을 먹어서 창궐했다. 박쥐에 있던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되어 직접, 또는 천산갑을 거쳐 인간에게 전이된 것이다.지난 30년간 발생한 역병의 75%는 동물에서 유래한 인수공통감염병이다. 2012년 메르스는 박쥐에서 낙타를 거쳐 인간에게, 2009년 신종플루는 가금류에서 돼지를 거쳐 인간에게, 2002년 사스는 박쥐에서 사향고양이를 거쳐 인간에게 전이되었다. 2009년 에볼라와 1981년 에이즈는 유인원에서 인간으로 전이되었다. 5천만명을 죽인 1918년 스페인 독감은 가금류에서 돼지를 거쳐 인간에게 전이된 것으로 추정된다.과학자들은 서로 다른 종의 동물을 오랫동안 밀집시켜 놓을 때, 변이와 재조합에 의한 종간 전파로 인간이 감염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는 동물을 산 채로 가두어 놓고, 잡아 죽이고, 조리해 먹는 재래시장에서 유래했다.인간이 지금처럼 동물을 먹으면 역병은 계속 창궐할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동물을 집단 감금하여 사육, 전시하기 때문이다. 농장에서는 서로 다른 종의 동물이 밀착할 경우는 드물지만,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진 개체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전염이 쉽다.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가 매년 돌아오고, ‘살처분’이라는 이름의 대학살이 자행된다. 재래시장에서는 여러 종의 동물이 가까이 갇혀 있고, 체액과 분비물이 교차하기 때문에 바이러스 변이가 용이하다. 전부 육식을 위해 인간이 동물을 다루는 행태이다.둘째, 동물의 몸을 먹는 행위 자체가 결정적이다. <킹덤>에서도 백성들이 인육을 먹지 않았으면 역병이 창궐하지 않았을 것이다. 농장과 재래시장에 갇힌 동물에서 아무리 변이가 일어나도 인간이 동물을 먹지 않으면 인수공통감염병이 생기지 않는다. 다시 말해, 전 인류가 채식을 하면 코로나19 같은 역병이 창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심지어 광우병은 소에게 소를 먹여서 발생했다. 인간이 육식을 위해 초식동물에게 육식을 강요한 것이다.) 극단적인 해법이라 하겠지만, 작금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는 극단적인 해법이 필요하다.코로나19를 계기로 동물 착취를 심각히 재고해야 한다. 육식을 멈추라. 공장식 축산을 철폐하고 야생동물 거래를 금지하라. 우한의 재래시장은 남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에도 끔찍하게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감금, 사육, 소비되는 동물이 많다. 개농장은 특히 위험하다. 2006년 김포에서는 폐사한 닭을 먹인 개로부터 인플루엔자가 발견됐다. 고려대 송대섭 교수는 개 인플루엔자가 사람에게 넘어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경고했다.대한민국에서도 언제 인수공통감염병이 나타날지 모른다. 투명성과 사회적 거리두기는 대응책일 뿐이다. 역병의 근본적인 예방책은 탈육식이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34559.html#csidxde553a022c6e117a53d0dca431c4554

 

[삶의 창] 육식과 역병 / 전범선

전범선 ㅣ 가수·밴드 ‘양반들’ 리더 좀비 드라마 <킹덤>이 인기다. 극 중에서 역병이 창궐하는 이유는 식인이다. ‘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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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0년 3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