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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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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장강명의 책 한번 써봅시다 -첫회
① 책이 중심에 있는 사회

짧고 명쾌한 설명과 즐거움 주는
‘스낵 정보’가 지배하는 사회
이분법적 사고, 반지성주의 퍼져

복잡한 사연과 이해관계 판단하고
공들여 가다듬은 생각 전달하는
의사소통의 핵심 매체는 책이다

 

일러스트레이션 이내

 

히키타 사토시의 <즐거운 자전거 생활>이라는 책을 행복한 기분으로 읽었다. 방송 프로듀서인 저자는 자신이 자전거 전문가도 레이서도 아니지만, 자전거의 즐거움만은 남들보다 많이 안다며 이렇게 썼다. “모든 분들이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과 감동을 느끼고, 자전거가 우리 사회에 아주 이롭다는 것을 알아준다면 정말로 좋겠다.”이 책에는 초심자에게 유용한 조언이 가득하다. 오른쪽 브레이크와 왼쪽 브레이크가 어떻게 다른지, 버스나 스쿠터가 옆에 있으면 어떻게 피하는 게 좋은지, 도난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게 있는지 등등.그런 팁도 좋았지만 나는 무엇보다 저자의 비전에 감탄했다. 히키타는 21세기를 헤쳐 나갈 희망은 자전거에 있다고 단언한다. 그는 자전거는 우리의 마지막 교통수단이며, 자전거를 타서 환경을 살리고 인간성을 회복하자고, ‘자전거를 가운데 핵(核)에 둔 어떤 사회’를 만들자고 주장한다.<즐거운 자전거 생활> 후기에는 저자와 편집자가 책을 쓰게 된 과정이 나와 있다. 편집자 역시 저자 못지않은 자전거광인 모양이다. 편집자는 저자와 술을 마시면서 “자전거는 혁명이다, 당신은 이 혁명을 이끌 책을 꼭 써야 한다, 인간과 미래를 위해”라고 말했다고 한다.발명된 지 200년도 넘은 자전거가 혁명이고, 미래는 자전거의 세상이라니, 황당하다면 황당한 소리다. 그런데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울컥했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 책 후기를 읽다가 ‘미래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됐다.미래는 저절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다. 미래는 우리가 선택하고 만드는 것이다. ‘자전거가 중심이 되는 사회’를 바라고 준비한다면 그런 미래가 온다. 쉽지는 않겠지만.자전거가 핵에 있는 사회는 도시 시스템 자체가 지금과 달라야 한다. 자전거 전용도로와 주차장을 늘리고 법규를 손질하는 정도로 만들 수 있는 사회가 아니다. 직장과 집의 거리가 가까워져야 하고, 도시의 크기가 줄어들어야 한다. 중심업무지구, 거대 공장, 중앙집중식 정부, 교외 주택가와 거기에서 또 떨어진 대형 학교라는 공간 구조는 자전거와 맞지 않는다.자전거는 좀더 작고 평평한 소도시 중심의 국토계획과 어울린다. 자전거가 중심에 있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많이 몸을 움직이겠지만, 활동 반경은 줄어들 것이고 움직이는 속도도 느려질 것이다. 그런 삶을 전제해야만 자전거 중심 사회를 설계할 수 있다. 그 사회는 이동의 효율보다는 품질을 따진다.플라톤도 공자도 인터넷이 뭔지 몰랐다<즐거운 자전거 생활> 후기를 읽으며, 나는 ‘책이 중심에 있는 사회’를 상상했다.책이 중심에 있는 사회라니, 자전거가 중심에 있는 사회만큼이나 허황되게 들리긴 한다. 현대인은 머리도 몸도 쓰기 귀찮아하고 점점 더 인내심이 없어진다. 가만히 놔두면 과학기술은 사람이 두뇌나 근육을 혹사시키기보다는 감각을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운전에 신경을 쓸 필요 없는 무인자동차, 연료비가 더 싼 전기자동차나 수소자동차가 나타나 인기를 얻고, 그런 이동수단이 우리의 도시를, 마침내는 우리 삶을 재설계할 것이다. 우리는 점점 더 배부른 돼지가 될 것이다. 가만히 놔두면.지식의 전파와 의사소통이라는 부문에서도 마찬가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사건의 얽히고설킨 배경과 이면을 이해하는 데 에너지를 들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짧고 명쾌한 설명과 즉각적인 즐거움을 원한다. 책 한권은 고사하고 다소 긴 탐사보도 기사조차 읽기 버거워한다. 그래서 카드뉴스와 인공지능의 기사 요약 서비스가 나왔다. 그마저도 동영상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이제 곧 5분짜리, 아니 50초짜리 핵심 요약 동영상들이 글자를 대체할 것이다. 가만히 놔두면.그런 ‘스낵 정보’들은 여러 사연을 생략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단순화한다. 스낵 정보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횡행하고 음모론과 반지성주의가 퍼지기도 쉽다. 어떤 정보가 궤변인지 아닌지, 그 정보를 어느 정도 중요성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판단하려면 머릿속에 지식의 구조와 맥락이 어느 정도 먼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제대로 된 지식의 구조는 스낵 정보들만으로는 만들 수 없다.책이 중심에 있는 사회는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사회를 말하는 게 아니다. 인문고전 스터디가 많은 사회를 얘기하는 것도 아니다. 고대 그리스와 중국의 철학자들은 탁월한 통찰이 담긴 글을 남겼지만, 거기에 지금 우리의 문제와 해답이 전부 담겨 있을 순 없다. 플라톤도 공자도 인터넷이 뭔지 몰랐다.내가 상상하는 책 중심 사회는 책이 의사소통의 핵심 매체가 되는 사회다. 많은 저자가 ‘지금, 여기’의 문제에 대해 책을 쓰고, 사람들이 그걸 읽고, 그 책의 의견을 보완하거나 거기에 반박하기 위해 다시 책을 쓰는 사회다. 이 사회에서는 포털 뉴스 댓글창, 국민청원 게시판, 트위터, 나무위키가 아니라 책을 통해 의견을 나눈다. 이 사회는 생각이 퍼지는 속도보다는 생각의 깊이와 질을 따진다.저자가 더 많아져야 한다최근 김민섭 작가의 <대리사회>, 허혁 작가의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장신모 작가의 <나는 여경이 아니라 경찰관입니다>를 감명 깊게 읽었다. 각각 대리기사, 버스기사, 경찰관으로 일한 저자가 자기 일에 대해, 그 보람과 고통에 대해 진솔하게 쓴 에세이다. 나는 이 책들을 읽고서야 대리기사들이 어떻게 집으로 돌아가는지, 버스기사들이 왜 그렇게 퉁명스러운지, 일선 경찰관들이 얼마나 수시로 갖은 모욕을 당하는지 알게 됐다.그런 정보는 <금강경>이나 <순수이성비판>에 담긴 심오한 지혜에 비하면 유통기간이 짧고 반론의 여지가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들은 저자의 경험과 해법을 둘러싼 고민을 가장 직접적으로, 정확하고 생생하게 내게 전달해줬다. 사실 책은 한 사람이 공들여 가다듬은 생각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매체다. 말은 글처럼 고쳐가며 제련할 수 없고, 시간의 제약을 받으며, 표정이나 목소리 같은 비언어적 요소들과 섞인다.모든 책에 다 길고 깊고 복잡한 사유가 담겨 있지는 않다. 그러나 현재 그런 사유를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전할 수 있는 유일한 매체는 책이다.한권의 책을 읽은 독자는 그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여러가지 소주제를 품고 있으며 다른 주제들과 연관돼 있음을 이해한다. 책이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저자와 독자들은 세상이 구호만으로는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지루하고 덜 통쾌한 연구와 토론을 참고 받아들인다. 책 중심 사회는 정치, 사회, 언론, 교육 시스템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 것이다. 동시에 정치, 사회, 언론, 교육 시스템이 지금과 완전히 달라져야 책 중심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나도 안다. 지금으로서는 막연하고 허점 많은 공상이다. 나는 그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대강이나마 청사진을 그려내 보일 능력도 없다. 언덕이 많고 비바람이 자주 치는 도시와 자전거가 어울리지 않듯, 책이라는 느린 매체로는 풀기 어려운 급박한 과제와 당면한 위기들이 있다. 지체장애가 있어서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사람이 있듯, 특수한 언어장애 때문에 책을 읽을 수 없는 사람도 있다.그렇다면 책 중심 사회는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헛소리일까? 이루기 어려우니 그쪽으로 방향을 잡을 이유조차 없는 건가? 우리의 미래는 자전거와 책을 버리고 무인자동차 안에서 최신 유튜브 영상을 감상하는 것인가? 그렇게 고정된 것인가?아니라고 믿고 싶다. 저항하고 싶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자전거 중심 사회를 이루려면 먼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아져야 하고, 책 중심 사회를 이루려면 저자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믿기에. 바다를 메우겠다며 조약돌을 던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이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내가 아는 몇가지 사소한 팁을 소개하고 싶다.많은 분들이 책을 쓰는 즐거움과 감동을 느끼고, 책 쓰기가 우리 사회에 아주 이롭다는 것을 알아준다면 정말로 좋겠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14667.html#csidx82db1a4c070a5b9b55d98bfd76fc241

 

소설가 장강명이 권하는 ‘책 쓰는 법’

[토요판] 장강명의 책 한번 써봅시다 -첫회① 책이 중심에 있는 사회짧고 명쾌한 설명과 즐거움 주는‘스낵 정보’가 지배하는 사회이분법적 사고, 반지성주의 퍼져복잡한 사연과 이해관계 판단하고공들여 가다듬은 생각 전달하는의사소통의 핵심 매체는 책이다

www.hani.co.kr

 

[한겨레 2019년 10월 27일]

정지윤 기자

늘 나에게 있는

새로운 마음이지만

오늘은 이 마음에

색동옷 입혀

새해 마음이라 이름 붙여줍니다

일년 내내

이웃에게 복을 빌어주며

행복을 손짓하는

따뜻한 마음

작은 일에도 고마워하며

감동의 웃음을

꽃으로 피워내는

밝은 마음

내가 바라는 것을

남에게 먼저 배려하고

먼저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

다시 다가오는 시간들을

잘 관리하고 정성을 다하는

성실한 마음

실수하고 넘어져도

언제나 희망으로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겸손한 마음

곱게 설빔 차려입은

나의 마음과 어깨동무하고

새롭게 길을 가니

새롭게 행복합니다

- 시집 <작은 기쁨>에서

‘세월이 참 빠르지요?’ ‘일년이 이렇게도 빨리 가다니 허망합니다’ ‘새로운 결심을 세우기보단 하던 일이나 잘해야겠어요’. 친지들이 주고받는 이런저런 대화를 들으며 떡국을 먹었습니다.

하얀 떡국 속에 들어 있는 쌀의 웃음소리, 햇빛의 노래도 사랑하며 다시 나이 한 살 더 먹는 쓸쓸한 기쁨! 같은 마음이라도 늘 새해 마음으로 바꾸는 노력을 하기로 다짐하며 메모했던 나의 시를 다시 읽어봅니다.

자신도 복을 짓고 복을 나누는 기쁨으로 사는 것이야말로 복된 새해일 것입니다. 아주 사소한 일에서도 감사를 발견하고 키우고 익히면서 표현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다보면 밝은 웃음꽃이 저절로 피어날 것입니다. 행복이 가까이 숨어서 손 흔들고 있는데 우리가 미처 알아보지 못해 놓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랑의 길에 있어서도 누가 자꾸 무엇을 해주길 바라기보다는 내가 먼저 사랑하려는 용기를 지니고 꾸준히 실습하다보면 마음의 문도 조금씩 넓어지는 걸 경험합니다.

아침에 눈을 뜰 적마다 ‘어서 오세요, 시간이여’ 하며 정답게 인사하고, 밤에 잠자리에 들 때는 ‘오늘 하루도 고마웠어요’ 하며 시간과 좋은 친구가 되는 성실한 노력을 거듭해야겠습니다. 일이 뜻대로 안되거나 넘어지고 실수해도 절망의 늪에 빠지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겸손을 배우고 싶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날 무렵의 그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도 곱게 차려입었던 색동저고리의 추억은 언제나 즐거운 미소를 띠게 합니다. 바쁜 걸 핑계로 자주 들여다보지 못했던 내 마음에도 색동옷을 입혀 또 한 해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마음 좀 곱게 써라’ ‘마음 단속부터 잘해라’. 명절마다 어르신들로부터 듣던 그 덕담을 이제는 내가 후배들에게 해주는 나이가 되었네요.

일년 내내 새해 첫날의 설렘을 간직하고 기쁘게 살아가는 새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따뜻한 마음, 밝은 마음, 넓은 마음, 성실한 마음, 겸손한 마음으로 새 옷을 입어보기로 해요. 내일 모레는 입춘이니 봄과 같은 마음으로 설 연휴도 기쁘게 보내야지요. 광안리 우리 수녀원에는 지금 산다화(동백꽃)가 곱게 피어 웃고 있습니다. 동백꽃 닮은 기도 한 송이 날리며 꽃마음의 새해인사 올립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해인 수녀

[경향신문 2019년 2월 2일]

[직격 인터뷰] 프랑수아 슈네 소르본대 교수

[직격 인터뷰] 프랑수아 슈네 소르본대 교수

"불교는 동서 융합으로 생성될 세계 문명의 필수 요소"

유교 경전이 서양 계몽주의에 막대한 영향을 줬다는 학설은 깊은 생각을 요구한다. 유교를 매개로 한 동양과 서양 문명의 만남은 평화적이었다. 하지만 계몽주의 시대 이후에 급격히 발달한 서구의 과학·기술은 서구가 동양을 지배하는 도구가 됐다. 서구 중심의 국제질서에 편입된 동양 각국은 마르크스주의에 의한 것이건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에 의한 것이건, 정신없이 서구 근대화 모델을 수용했다. 지금은 숨을 잠시 고르고 동양과 서양의 문명이 오늘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생각해볼 때가 아닐까.

슈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인도 문화는 그리고 나는, 태어나기 전에 우리가 받아들였거나 선택한 길을 따라 우리의 삶이 흐른다고 믿는다.” 우리가 선택한 길이기에 모든 삶은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김상선 기자]

그런 점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석학이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비교철학·인도철학 전문가인 프랑스 소르본대 프랑수아 슈네(60 ) 교수다. 슈네 교수는 동서양의 상호 이해, 상호 존중을 통한 화합을 강조해온 학자다. 동서양 사상과 철학의 융합을 통한 인간성 회복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그가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사단법인 수요포럼인문의숲(대표 배양숙)이 14일 개최한 서울인문포럼에서 발표하기 위해서다. 13일 슈네 교수를 만나 비교철학·인도철학이 바라보는 현대 문명의 위기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비교철학자는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

 “동양이건 서양이건 모든 철학 체계에는 공통의 요소가 있다는 것, 인류에게는 공동의 문화적·문명적 유산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게 비교철학자의 의무다.”

 -세계 각국의 모든 사회에 변화가 필요하다. 고속성장·발전을 거친 한국도 변화가 필요하다. 어떻게 변할 것인가.

 “사회가 올바르게 진화하려면 인간 개개인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발전에는 공동체의 사회적 발전뿐만 아니라 개인의 영적인 발전도 포함된다. 현대사회에서는 사람들의 영적인 니즈(needs)가 충족되지 않고 있다. 불행히도 대다수 사람이 아무런 이상도 없고 인생 프로그램도 없다. 그런 사회가 불행하다는 것은 놀라운 게 아니다.”

 -인도철학이 개인·사회 발전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그 이유는?

 “서구의 휴머니즘보다 훨씬 깊이가 있다. 인도 사상은 사람이 영적인 존재라고 본다. 인도인 입장에서 보면 서구의 영적인 가치라는 것은 도덕적인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가치에 불과하다. 인도철학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영혼이 있고 영혼은 신성하다고 간주한다. 그 사실을 깨닫게 되면 인간은 자신의 목표를 상향 조정한다. 그러면 사회가 발전하게 된다. 개인의 삶도 발전한다. 인도철학은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잘 계획하고 조직해야 한다고 본다. 주먹구구식으로 살면 의미 있는 존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안이 되려면 서구식 모델과 다른 뭔가가 충분히 있어야 하는데.

 “철학적 지식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 서양철학에서 철학적 지식은 우주 전체에 대한 지적인 이해나 지적인 해석을 의미한다. 또 서양은 지식을 위한 지식을 추구한다. 하지만 인도철학은 진리의 발견에 그치지 않는다. 인도철학은 윤리나 종교와 마찬가지로 영적인 해탈·해방의 수단이다. 사람을 깨닫게 해 자신의 행위와 세계관까지 바꾸게 만든다. 이러한 지식관은 세계 문화에 대한 인도의 최대 공헌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에 없는 것은 동양에 있고, 동양에 없는 것은 서양에 있다. 그런데 양쪽 다 한쪽으로 치우쳤다.”

 -치우친 결과는?

 “최상의 체제라는 민주주의는 비틀거리고 있다. 민주주의가 선포한 목적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자본주의도 공산주의도 인간의 경제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했다. 인도의 경우에는 영적인 이기주의가 카스트제도와 아무런 변화가 일어날 수 없는 사회적인 교착상태를 낳았다. 아시아 국가들은 ‘인간은 완벽하게 될 수 있다’는 오랜 전통적 가치를 버리고 서구 모델에 따라 근대화에 매진했다. 그 결과는 혼란과 조화로운 질서의 파괴였다.”

 -그렇다면 무엇이 필요한가.

 “다음과 같이 질문해야 한다. ‘여러 문명 사이에는 어떤 종류의 종합(synthesis)이 가능할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있나.

 “실천 가능한 종합은, 동서양의 문화를 통합해 새로운 세계 문명을 만드는 것이다. 끈끈한 가정, 위계질서에 대한 존중 같은 동양의 전통적 가치는 서양의 개인주의보다 우월하다. 의견 일치를 중시하는 동양의 방식도 서양의 적대적인 정책결정 시스템보다 낫다.”

 -세계 문명이 등장한다면 서구 문명은 멸망하는 것인가.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 문명들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도덕적 붕괴나 사회적 해체는 옛 제국들이 파괴될 때에도 일어났다.”

 -무엇이 새로운 세계 문명의 구성 요소로 떠오를 것인가.

 “불교에 주목해야 한다. 불교는 폭력에 반대하고 평화에 찬성한다. 세계 질서의 혼란상에 이의를 제기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이데올로기는 불교다. 세계의 미래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띠게 되건 불교는 반드시 포함될 것이다.”

 -서구는 권력·재물을 추구하는 사람의 이기심을 ‘양성화’했다. 이기심에도 불구하고, 아니 이기심 덕분에 오히려 잘 굴러가는 정치·사회·경제 체제를 만들었다.

 “이기적인 사람은 사회에 봉사할 자격이 없다. (이기적이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인지하지 않는 것은 수치다. 영성이 빠진 물질적인 부(富)는 곧 영적인 가난이다. 재물을 넘어 마음의 평화를 달성해야 한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노벨 경제학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는 이렇게 말했다. ‘이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은 딱 한 가지. 욕심이다’. 서양에는 ‘욕심은 만악(萬惡)의 뿌리다’라는 말이 있다. 세상의 모든 재화로도 욕구라는 심연을 메울 수 없다. 게다가 욕심은 자본주의적 합리성에 의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인도는 ‘종교철학의 백화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도인이 믿는 게 있다면?

 “다르마(Dharma)가 우주를 지탱하고 유지한다는 믿음이다. 또 무지가 고통의 원인이라고 본다. 사람이 윤회를 거듭하는 이유는 무지에서 벗어나는 데 여러 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르마란 무엇인가.

 “우주적 질서에 맞는 올바른 행위다. 도덕이다. 인도에서 다르마는 즐거움과 재물·권력의 추구와 더불어 삶의 목표 혹은 가치로 간주된다. 그중에서 다르마를 최고로 친다. 이 세 가지가 충족되면 인생의 궁극적 목표는 영적인 해탈(모크샤·moksa)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자신의 삶을 만드는 존재다. 매 순간 인간은 행위를 통해 자신의 미래 삶을 창조한다. 인도철학은 숙명론을 지지하지 않는다.”

 -삶을 만드는 게 인간이라면, 인간을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인도철학에 따르면 인간을 만드는 것은 오로지 생각이다. 사람이 뿌린 생각이라는 씨는 행위라는 열매가 된다. 행위를 심으면 습관을 수확하게 된다. 습관은 성격이 되고 성격은 운명이 된다.”

 -그렇다면 우주란 무엇인가.

 “우주는 인간의 마음을 투사한 것이다. 우리 마음속에는 우리에게 보이는 외부 세계와 대응하는 게 있다. 바깥세상은 우리 생각 속에서 먼저 존재한다. 마음은 자신의 생각에 따라 세상을 창조한다. 이보다 더 경이로운 것은 없다.”

 -서구에는 인도철학에 대해 어떤 오해가 있나.

 “인도철학이 사변적이며 금욕적이라는 것이다. 또 인도의 영성적 철학이 삶을 부정한다는 것이다. 인도 문화의 정신에 대해 깊이 공부하면 이런 인상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도철학은 사람이 영적 존재가 되려면 가난하고 배고픈 존재가 돼야 한다고 절대 가르치지 않는다. 몸의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해서 영적인 존재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도철학은 물질적인 행복을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지 말라고 가르친다.”

 -해탈은 하지 못했더라도 영적인 인간이 되면 어떻게 되나.

 “그런 현자(賢者)는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신성(神性)을 느끼게 된다. 다른 사람들, 곤충, 식물과 나무, 강물, 산에서도 신성을 느끼게 된다.”

 -영혼의 본질은 무엇인가.

 “행복이 영혼의 본질이다.”

만난 사람=김환영 논설위원
사진=김상선 기자

프랑수아 슈네 교수는 …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명문 앙리 4세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엘리트 교육기관인 고등사범학교(ENS)에 입학했다. 소르본대에서 비교철학·인도철학 전공으로 국가박사 학위를 받고 1980년대 후반부터 모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시간』 『인도철학』 등이 있다.

[인터뷰 후기] 가장 철학자다운 철학자

스포츠맨 같은 종교인이라든가, 종교인 같은 기업인 등 각 직업에 대한 ‘편견’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슈네 교수는 ‘가장 철학자 같은 철학자’였다. 그의 제자인 전효선(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소르본대 박사에 따르면 슈네 교수의 강의는 학생뿐 아니라 진리에 목마른 조각가·의사·직장인이 찾아와 자유롭게 청강하는 사색의 장이었다. 그가 스승 교수의 강의에 계속 출석하면서 스승의 가르침을 계속 받는 것이 학생들에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인도인의 근원은 아리아인 침공이 아니며, 인도인은 원래 인도에 살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힌두민족주의에서 나온 주장이다. 그들은 인도가 모든 것의 근원이라고 주장한다. 학자들은 그런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아리아인 침공은 신화가 아니라 팩트(fact)다.”

 -중국이 미국을 앞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도에 밀리게 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중국 사회와 인도 사회는 매우 다르다. 중국 사회는 균질적이고, 위계질서가 잡혀 있다. 인도는 그렇지 않다. 분권화가 심하다. 전통 경제 부문의 비중도 크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정책은 어떻게 봐야 하나.

 “그의 정책은 영국 마거릿 대처 총리의 것과 같다. 이를 힌두민족주의와 간디를 내세워 감추고 있다.”

 -평범한 인도인의 세계관은?

 “세계 최고(最古)의 문명국이자 세계의 중심이라고 자부한다. 세계의 나머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세계지도에서 아는 나라는 영국밖에 없다. 한국·중국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

 

(중앙일보 2015년 1월 16일 김영화 논설위원) 


정태인 원장이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서 마지막으로 <한겨레>와 만났다. 그는 “내년 봄 창립하는 칼 폴라니연구소에서 소장으로 일할 예정”이라며 “아직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않았으니 확정은 아닌 셈”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폴라니 연구소’ 창립하는 정태인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새사연) 원장이 자리를 옮긴다는 소문이 지난해부터 학계와 시민사회에 파다했다. 사실이다. 이변이 없는 한 내년 봄 문을 열 ‘칼 폴라니 연구소’ 한국 소장을 맡게 될 예정이다.

12일 오후, 그는 서울 마포구 독막로 새사연에서 이삿짐을 싸고 있었다. “이달 중순으로 예정됐던 연구소 개소를 약간 미루고 협동조합 체제를 보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창립준비위원회 일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칼 폴라니 연구소는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 거점을 두고 있다. ‘사회적 경제’의 이론적 배경을 제공한 칼 폴라니(1886~1964)의 학술적 성과를 계승하고 사상을 전파하려고 1988년 설립했다. 폴라니의 딸인 맥길대 경제학과 교수 카리 폴라니레빗이 이사장, 사회적 경제의 석학 마거리트 멘델이 소장을 맡았다. 아시아 지부가 될 서울 연구소엔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이병천 강원대 경제학과 교수가 힘을 보태고 있다.

“우리는 정책 실천을 염두에 두고 현실에 맞게 폴라니의 이론을 재해석할 생각이다. 이런 연구를 통해 자본주의 기업과 협동조합을 연결하고, 거시 정책도 구상할 수 있다고 본다.”

글 잘 쓰는 경제평론가, 시민사회 경제정책 ‘브레인’으로 통하는 그는 참여정부에서 국민경제 비서관과 대통령 직속 동북아경제중심 추진위원회 기조실장을 맡았다. 청와대를 나온 뒤 2006년 한미에프티에이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이 때문에 “왕의 남자가 왕을 배신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간 정책 경험에 대해서는 “지도자가 잘 알고 있지 않으면 관료에게 당하고 재벌에게 밀린다”고 잘라 말했다. “내가 무지했다는 생각 때문에 뼈저리게 반성한 시간이 있었다. 그 뒤론 정확하게 이론과 현상을 알고 구체적으로 방안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 뒤엔 주류 경제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회적 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연구에 몰두해왔다. 얼마 전 캐나다에서 연 칼 폴라니 국제학회에 참석해서도 ‘다원적 경제 모델’을 폴라니 이론과 접목해 발표했다. “그의 대표작 <거대한 전환>(1944)의 핵심은 ‘시장 원리로 사회를 조직하면 사회는 붕괴한다’는 것이다. 다원적 경제는 시장경제뿐 아니라 공공경제, 사회적 경제, 생태경제까지 다양한 경제가 공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야만 평등·효율성·지속가능성·연대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사연에서 칼 폴라니 연구소로
시장·공공성·생태의 ‘다원적 경제’
연말 피케티 분석서도 발간

그는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자이기도 한데, 이는 폴라니가 강조한 ‘상호성’ 논의와도 연관된다. ‘호혜’는 ‘양의 상호성’, 곧 서로 좋은 것을 주고받는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협동에서는 ‘음의 상호성’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상대가 무임승차 같은 이기적인 행동을 하면 응징한다는 것이 ‘음의 상호성’이다.

“받은 만큼 베풀고, 남이 잘 대해주지 않으면 응징하는 것이 상호성이다. ‘협동’에서는 음의 상호성도 필요하다. 상호성을 이끌어내는 것이 ‘신뢰’다. 신뢰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상대방이 공동체 보편 규범에 따라 협동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서로 신뢰하지 못하면 개인 이익이 최대치가 될 수 없다. 서로 협동한다는 전제 아래 이익의 최대치가 발생한다. 국가와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민사회가 협동의 제도와 규범을 만들고 네트워크를 조직하면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폴라니 연구소는 이런 정책 요소들을 고려해 사회적 경제 단체 및 지방자치단체를 연계하는 허브 구실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는 정 원장에게 무척 분주한 해였다. 그는 지난봄부터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일찌기 한국 사회에 적용하며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폴라니가 사회적 경제의 이론적 원천을 제공했다면, 피케티는 재분배 경제의 효율성과 평등 가치관을 정립하는 계기를 던져줬다”고 그는 말했다. “이를 우리가 잘만 소화해낸다면 아이들에게 좀더 행복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계층간 소득 불평등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피케티의 이론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뜨거운 열기는 어느새 미지근해져가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은 실제 사회(계층) 이동 가능성은 최하위인데, 그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경향이 제일 강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자신의 처지가 상향될 수 있다는 기대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소득 불평등의 심각성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나라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자본 소득과 노동 소득의 비율을 뜻하는 베타값이 7.5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1995년부터는 세계에서 제일 빠른 속도로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경쟁은 심각해지는데, 빈부격차는 여전히 개인의 노력에 달렸다고 생각하니 불평등을 교정하려는 주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불안정한 상황이 오히려 길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교황도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고 하지 않았나. 독재의 결과는 불평등과 배제다. 박근혜 정부의 최경환식 ‘부채 주도 성장’은 곧 파산할 것이다. 대기업 외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중심의 네트워크 경제가 필요하다. 인간은 상호적이어야 함께 번영할 수 있고,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리라 본다.”

그는 올 연말까지 <피케티와 한국 경제>(가제·레디앙)를 낼 예정이다. 폴라니의 저작들도 내년부터 한해에 두권씩 연구소에서 발간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경제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학술과 실천의 탐색이다.

 

(한겨레 2014년 11월 14일 이유진 기자)

시 한 수 - 낙엽

2014. 9. 30. 05:33 | Posted by 행복 기술자

낙엽 -신보성

 

한 가지 일을 더 벌리니 근심도 한 가지 더 늘어나네요.

소유가 한 대 더 생기니

걱정도 한 대 더 불어나네요.

 

무서리에 나무가 한 잎 두 잎

낙엽을 떨어내는 것은

근심 걱정을 다 버려야

겨울 강의 노래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버릴 때를 알아 버릴 줄 아는 나무라야

봄날의 새 싹을 움트게 할 수 있습니다.

걸림돌이 디딤돌이 되려면

돌팍에 기생하는 미끄러운 이끼를

견뎌내야 합니다.

 

지금은 가을

나무가 낙엽을 버리듯

인생의 가을에도 낙엽은 집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로마의 어린이병원을 찾아 여자어린이 환자와 사진을 찍고 있다. AFP
14일 방한 앞둔 프란치스코 ‘이 시대의 행복 10계명’ 제시
조국 아르헨티나 언론과 인터뷰…“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다른 이의 믿음 존중하고 개종시키려 하지 마라” 제안도

프란치스코 교황. 한겨레 자료 사진.

“저마다의 삶을 살자. 식사 때는 텔레비전을 끄자. 다른 사람을 개종시키려 들지 말라….”

이달 14일 방한을 앞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시대를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한 ‘행복 10계명’을 내놨다.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는 이들에게 은은한 울림을 준다.

교황은 최근 고국 아르헨티나의 주간지 <비바>와 한 인터뷰에서 행복에 이르는 비밀 지침 10가지를 제시했다. 미국 주교회의 산하 ‘가톨릭 뉴스 서비스’가 이를 영어로 번역해 소개했는데, 자신의 삶의 경험에서 비롯된 겸손과 반소비주의의 덕목이 녹아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평가했다.

교황은 무엇보다 독립적이고도 열린 삶의 자세를 강조했다. 그는 제1의 과제로 “자신의 삶을 살되, 남들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스스로의 길을 가되, 타인의 삶 또한 존중하자는 것이다. 그는 또 “나는 연못과 같이 느리고 고요하면서도 끊임없이 흐르는 삶의 상태를 좋아한다”며 친절하고 겸손하게 ‘조용히 전진하자’고 권고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다른 이의 믿음을 존중하고, 개종시키려 들지 말자”고 파격 제안을 했다. 그는 “교회의 성장은 개종 시도가 아니라 매혹시킴을 통해 가능한 것”이라며 “나는 당신을 설복시키기 위해 말한다는 태도야말로 최악의 종교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음을 타인에게 열자”고 주문했다. “마음을 닫는 순간 자기중심적이 된다. 고인 물은 썩는다”고 말했다.

교황은 건강한 여가로 삶에 여유를 찾자고도 했다. 그는 “소비주의가 불안과 스트레스를 초래하고 건강한 여가 문화를 앗아갔다. 일하느라 아이들과 놀 시간을 갖기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반드시 시간을 내야 한다”고 했다. 또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보내자”, “식사 때는 꼭 티브이를 끄고, 대화를 나누자”, “부정적인 생각을 버리자”고 권했다.

교황이 제시한 ‘행복 10계명’

그는 사회적 의제들에도 관심을 갖자고 했다. 그는 먼저 “젊은이들을 위한 가치있는 일자리를 창출할 방법을 함께 찾자”고 말했다. 그는 “사람의 존엄성은 스스로의 노동으로 생계를 이을 수 있을 때 확보된다”며 “젊은 세대가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할 때 마약에 손을 대고 자살을 생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교황은 “나는 ‘인간이 자연을 폭압적으로 착취함으로써 자멸의 길로 가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한다”며 “자연을 존중하고 돌보자”고 했다. 그는 끝으로 “평화를 위해 행동하자”고 제안했다. “평화를 위한 호소는 우렁차야 한다. 때로 평화는 조용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사실 평화는 정적이지 않고 언제나 주도적인 움직임이다.” 그는 이밖에 ‘이민자 지원’의 중요성에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고 ‘가톨릭 뉴스 서비스’는 전했다.

 

(한겨레신문 2014년 8월 1일 손원제 기자)

3초의 여유

2012. 9. 23. 15:31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엘리베이터를 타서 '닫기'를 누르기 전에 3초만 기다리자.

지금 누군가 급하게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출발신호를 받고도 앞차가 서 있으면 경적을 울리지 말고 3초만 기다려주자.

그 사람은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서 갈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낲으로 어떤 차가 끼어들어도 3초만 기다려보자.

그 사람의 아내가 위급한 상태인지도 모른다.

 

친구와 헤어질 때 고개를 돌리지 말고 그의 모습을 3초만 더 바라보자.

혹시 녀석이 가다가 뒤돌아봤을 때 웃어줄 수 있도록.

 

길을 가다가 불행을 당한 사람을 보거든 잠시 눈을 감고 3초만 그들을 위해 기도하라.

언젠가는 그들도 나를 위해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정말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을 때라도 3초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내가 화내려던 일이 보잘 것 없지는 않은가.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다가 한 아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 3초만 그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주자.

그 아이가 크면 분명 내 아이에게 그렇게 할 것이다.

 

죄 짓고 감옥에 가는 사람을 보면 욕하기 전에 3초만 생각해보자.

내가 그 사람과 같은 환경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가 화가 나서 소나기처럼 잔소리를 퍼부어도 3초만 미소짓고 들어주자.

그녀가 저녁엔 넉넉한 웃음으로 한 잔 술을 부어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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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유치환의 <행복>

2012. 9. 22. 13:55 | Posted by 행복 기술자

행 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행복의 비결

2012. 9. 3. 19:55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세상과 타협하는 일보다 더 경계해야 할 일은

자기 자신과 타협하는 일이다.

스스로 자신의 매서운 스승 노릇을 해야 한다.

 

우리가 일단 어딘가에 집착해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안주하면

그 웅덩이에 갇히고 만다.

그러면 마치 고여 있는 물처럼 썩기 마련이다.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곧 자기답게 사는 것이다.

자기답게 거듭거듭 시작하며 사는 일이다.

낡은 탈로부터, 낡은 울타리로부터,

낡은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아무리 가난해도 마음이 있는 한 나눌 것은 있다.

근원적인 마음을 나눌 때

물질적인 것은 자연히 그림자처럼 따라온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 자신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세속적인 계산법으로는 나눠 가질수록

내 잔고가 줄어들 것 같지만

출세간적인 입장에서는 나눌수록 더 풍요로워진다.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는 사람이 타락하기 쉽다.

그러나 맑은 가난은 우리에게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주고 올바른 정신을 지니게 한다.

 

행복의 비결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는가에 있다.

위에 견주면 모자라고 아래에 견주면 남는다는 말이 있듯

행복을 찾는 오묘한 방법은 내 안에 있다.

 

하나가 필요할 때는 하나만 가져야지 둘을 갖게 되면

애초의 그 하나마저도 잃게 된다.

그리고 인간을 제한하는 소유물에 사로잡히면

소유의 비좁은 골방에 갇혀 정신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작은 것과 적은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청빈의 덕이다.

 

우주의 기운은 자력과 같아서,

우리가 일단 어두운 마음을 지니고 있으면

어두운 기운이 몰려온다고 한다.

그러나 밝은 마음을 지니고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살면

밝은 기운이 밀려와 우리의 삶을 밝게 비춘다.

 

(『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법정 잠언집, 류시화 엮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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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삶의 원칙

2012. 8. 7. 19: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헬렌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에 나오는 삶의 원칙입니다.
행복한 시니어 공동체의 삶의 원칙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아 소개합니다.

1. 채색주의를 지킨다.
2. 한 해의 양식이 마련되면 더 이상 일하지 않는다.
3. 방문객이 찾아와도 밭에 나가 일을 하면서 얘기를 나눈다.
4. 누구든 자기가 먹은 그릇은 설거지하게 한다.
5. 집짐승을 기르지 않는다.
6. 은행에서 절대로 돈을 빌리지 않는다.
7. 기계에 의존하지 않으며, 할 수 있는 한 손일을 한다.
8. 최저 생계비가 마련되고 나면, 먹고 남는 채소나 과일은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준다.
9. 하루에 한 번씩은 철학, 삶과 죽음, 명상에 관심을 갖는다.
10. 그밖에도 일 년에 한두 달은 여행을 할 것, 커피와 차를 멀리하고 간소한 식사를 하며, 설탕과 소금을 삼갈 것, 깨끗한 양심과 깊은 호흡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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