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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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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낮 기온이 34도 안팎으로 오르며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5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건설현장에서 작업자들이 용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무더위만큼이나 전기요금이 무서운 계절이 여름이다. 월말 다가올 전기요금 고지서를 생각하면 '선풍기 틀고 자면 죽는다'는 도시괴담이 아니더라도 쉽사리 에어컨과 선풍기에 손이 가지 않는다. 한국동서발전은 조금이나마 전기요금 부담을 덜자는 차원에서 일상 속 전기에너지 절약 팁을 담은 '슬기로운 절약생활'을 발표했다.

에어컨 시작은 세게, 송풍기능·선풍기 활용여름철 전기요금 공포의 주인공 에어컨은 시작부터 세게 트는 것이 좋다고 한다. 강풍 모드를 이용해 빠른 시간 안에 실내온도를 낮추는 게 효율적이란 설명이다. 에어컨 전기요금은 실외기 사용량에 달려있기 때문에 여름철 적정 실내온도 26℃(도)가 되면 송풍기능을 활용하는 것도 전기요금 절약에 도움이된다.

에어컨과 함께 선풍기를 약하게 틀어주는 것 역시 전기료를 20~30% 줄이는 팁이다. 에어컨 필터가 지저분하면 냉방효율을 떨어트리는 만큼 2주마다 중성세제로 가볍게 씻어 주는 게 좋다.

냉동실은 가득 채우고 냉장실은 60%만냉장고 사용시 냉동실은 가득 채우는게 효율적이다. 냉동된 식품이나 얼음 등이 주변 제품 온도를 낮추기 때문에 공간이 남는다면 아이스팩이나 얼린 페트평으로 채워넣는 게 좋다고 한다. 반면 냉장실은 냉기 순환을 위해 60%만 채우는 게 전력 효율을 올리는 길이다. 여름철 냉동실 적정온도는 영하 15℃, 냉장실은 5~6℃를 유지해야 한다

전기밥솥에 밥 오래두지 마세요. 세탁은 찬물로장시간 전기밥솥 보온을 사용하는 것 역시 전기요금 상승을 유발한다. 보온이 6시간을 넘으면 취사 이상으로 전력이 소모된다. 취사 후 용기에 덜어 냉동보관한 뒤 1그릇분량씩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게 효율적이다. 세탁기는 전력의 90%가 물을 데우는 에너지로 소비된다. 40℃ 이하 물로 세착하면 고온 세탁에 비해 전기 에너지가 3분의 1가량 절약된다. 이밖에 TV를 끌 때 TV와 셋톱박스 플러그를 함께 뽑으면 월 4.35㎾h(키로와트시)의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세종=김훈남 기자


[머니투데이 2021년 8월 8일]

애플이 4월30일 개당 3만9000원에 출시한 위치추적용 액세서리 에어태그. 애플 제공

“열쇠를 어디 뒀더라” 더이상 건망증을 탓하지 않게 만들 똑똑한 위치알리미가 등장했다. 애플은 지난달 30일 위치 추적용 소형 액세서리 ‘에어태그’를 출시했다. 500원 동전 크기의 작고 가벼운 형태여서 다양한 물건에 쉽게 매달 수 있는 블루투스 기기다. 배터리 하나로 1년간 작동하며 전세계 10억대의 애플 기기 네트워크를 통해, 사용자에게 에어태그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준다. 국내에서도 지난 10일 전파인증을 통과해 곧 판매될 예정이다. 애플은 1개에 3만9000원, 4개들이 12만9000원으로 국내 판매가를 공개했고, 에르메스와 함께 만든 열쇠고리, 여행가방 인식표용 고급 가죽 액세서리도 판매하고 있다.

 

핸드백·의류는 물론 반려동물 등에 쉽게 부착해 실시간으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이용자는 아이폰에서 에어태그에 각각 이름을 입력해 관리할 수 있고, 소리를 나게 할 수도 있다. 아이폰에서 ‘나의 찾기’를 활성화하면 블루투스를 통해 전세계 애플 기기를 통해 구축된 애플 네트워크에서 에어태그 위치를 감지해 소유자에게 위치를 알려준다. 주인을 알 수 없는 에어태그를 발견할 경우 아이폰을 갖다 대면 소유자가 설정한 연락처 등 정보를 제공한다.숨길 수 있는 소형 기기가 실시간 위치를 알려주는 만큼 미행과 스토킹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 애플은 업계 최초로 스토킹을 방지하는 기능을 갖췄다고 홍보했다. 자신과 상관없는 에어태그가 주변에 있으면 아이폰에 알람을 보내고 에어태그에서 경고음을 내는 기능이다. 미국에서는 에어태그와 유사한 기능의 위치추적 기기 타일을 스토킹 도구로 사용했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스토킹 방지 기능은 완벽하지 않다.

 

지난 6일 <워싱턴포스트>가 에어태그를 1주일간 테스트한 뒤 보도한 기사에서 ‘빈틈’이 여럿 지적됐다. 숨겨진 에어태그에 대해 아이폰 알림을 받았지만, 에어패드에서 15초간 울리는 60데시벨의 경고음은 새가 지저귀는 수준이어서 난청자에겐 들리지 않을 수 있다. 모르는 에어태그에 대한 알림도 안드로이드폰 사용자에겐 제공되지 않는다. 또한 에어태그는 소유자와 3일 이상 떨어지면 경고음을 내도록 설계되어 있어, 72시간 안에 소유자 아이폰과 연결되면 재설정된다. 같이 사는 사람이나 스토커가 근접거리로 정기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경우엔 경고음 기능이 무용할 수 있다는 게 체험기사의 지적이다. 자동차에 부착할 경우 엔진음에 경고음이 가릴 수 있으며, 에어태그가 널리 보급될 경우엔 곳곳에서 경고음 공해가 생겨날 수도 있다. 감시용 에어태그를 적발해도 설치, 소유자를 역추적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값싸고 편리한 미행과 스토킹 도구의 출현이다.실시간으로 사물의 위치를 제공해주는 에어태그는 편리함과 섬뜩함의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 편리하고 강력한 기술의 등장은 사회적 감시의 업그레이드도 요구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한겨레 2021년 5월 17일]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cience/future/995405.html?_fr=mt3#csidx615f9cca0a8f3bfbb5ec3feab482f6d 

기업·정부기관, 뒤늦게 보안팀 동원해 보안 상태 점검

15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대기업 사옥 1층 열화상 카메라 체온측정기 운영 모습. 이 기업은 이날 오후 사옥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 체온측정기들의 보안 상태를 점검한다고 전날 밝혔다. 실제 점검 장면은 공개할 수 없다고 해서 점검 전 방문해 찍었다.

 

15일 오전 서울 도심에 있는 한 통신사 사옥 1층. 주말이라 외부 출입자가 없는 틈을 타 회사 정보보호 담당 직원이 사내 보안 전문가와 함께 열화상 카메라 체온측정기(이하 체온측정기)의 보안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이 직원은 <한겨레>에 “체온 측정 대상자의 얼굴을 수집해 외부로 유출하는 기능이 들어있다는 얘기가 있어 모든 사옥에 설치된 체온측정기를 점검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실제 점검 모습 사진촬영을 금지했고 점검 결과도 함구했다.같은 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대기업 사옥 1층. 회사 보안팀 직원이 체온측정기 공급업체 엔지니어를 불러 기기의 보안 상태를 점검했다. 이 직원은 “지난해 체온측정기 도입 때 보안과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점검했다”면서도 “원격으로 조정되기까지 한다는 최근 언론 보도가 있어, 해킹은 당하지 않았는지, 혹시 백도어(뒷문)가 숨겨져 있지는 않은지 등을 꼼꼼하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쇼핑몰 등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부 체온측정기에 측정 대상자의 얼굴 영상과 음성을 수집해 저장하는 것은 물론 외부로 유출시키기까지 하는 기능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면서, 주요 기업에 보안 비상이 걸렸다. 주요 산업시설의 경우에는 누가 출입했는지도 중요한 기업 비밀에 해당한다. 외부 출입자가 없는 주말을 맞아 허둥지둥 사옥 체온측정기의 보안 상태 점검에 나선 배경이다. 정부기관·기업과 다중이용시설 등은 정부 지침에 따라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건물·사무실·매장 입구에 체온측정기를 설치해 출입자의 체온을 체크하고 있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엘지·에스케이(SK) 등 주요 그룹 계열사들이 사옥 출입구에 설치해 운영 중인 체온측정기의 보안 상태 일체 점검에 나섰다. 엘지그룹 한 고위 임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체온측정기를 처음 들여올 때 이미 꼼꼼히 체크했지만, 개인정보 침해 기능이 포함돼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어 다시 점검하기로 했다”며 “측정 대상자 얼굴 영상과 음성 수집 여부, 통신 행위가 이뤄지는지 여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 역사 “관계사가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신 3사도 일제히 체온측정기 점검에 나섰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은 “처음 도입 때 보안 이슈를 점검해서 얼굴 영상이 저장 안되는 거 확인하고, 인터넷 연결 차단했다”면서 “하지만 통신사한테 개인정보 이슈는 무엇보다 엄중한 사안이라 언론 보도를 계기로 다시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지유플러스(LGU+) 관계자는 “용산·마곡·상암·안암·안양 등 모든 사옥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를 점검하고 있다. 출입 관련 자료 보관 기능이 있는 기기도 일부 있지만 보안 이슈 때문에 처음부터 끈 상태로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케이티(KT)는 “체온측정기 공급사 엔지니어를 불러 정보 저장·전송 기능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기관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 진흥원 팀장은 “<한겨레> 기사를 보고 바로 점검해보라고 해당 부서에 주문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위원회 사무국 관계자도 “사무실이 산업단지 건물 안에 있는데, 건물을 관리하는 산업단지 쪽에 체온측정기 보안 상태를 점검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 사이버안보센터 역시 국가 안보와 기업 보안 차원에서 체온측정기 문제를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과 정부기관들이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체온측정기가 측정 대상자의 얼굴과 음성 정보를 수집해 외부로 유출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보안 문제 이외에도 개인정보 침해 논란에 휩싸이는 것은 물론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소송까지 당할 수 있어서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얼굴·음성 정보 등을 개인정보로 분류해, 사전 고지와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수집·저장·제공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체온측정기에서 이런 불법행위가 일어난 것으로 드러나는 경우, 기기 제조·공급업체가 아니라 설치해 운영하는 쪽이 책임을 져야 한다.

 

기업과 정부기관들이 보안 상태 점검 사실만 밝힐 뿐 점검 결과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무는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측정 대상자의 얼굴·음성 정보가 수집·저장·제공된 사실 공개는 불법행위를 했다고 자수하는 것과 다름없어서다. 한 통신사 임원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실태점검을 하겠다고 하니 미리 준비하는 성격도 짙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사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위가 지난해 10월 실시한 비공개 실태점검에서도 측정 대상자의 얼굴 정보가 수집되는 사례가 발견됐다고 하지 않냐. 기업 쪽에서는 체온측정기가 원격 조종된다는 것을 민감하게 본다”고 밝혔다.

 

글·사진 김재섭 선임기자


[한겨레 2021년 5월 17일]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it/995357.html#csidx0cc3eb173e0e8a2830d0d283c76699e 

메트로팜

2021. 4. 27. 06:59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서울 지하철에 설치된 스마트팜, 일명 메트로팜입니다.

 

김산하의청개구리기후변화의 교훈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어떨까? 어쩌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그렇게 똑똑하지도, 문명이 그렇게 위대하지도 않다라고. 인간을 자연의 한계와 노동의 굴레로부터 해방시켰다고 하는 그 대단한 내연기관이라는 것이, 실은 뒤로는 배기가스를 엄청나게 뿜어대면서 급기야는 우리 모두의 생존까지 위협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한마디로 처음부터 치명적인 하자가 있는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당시에 몰랐을 뿐.

 

따지고 보면 환경오염이나 쓰레기 문제도 다 마찬가지이다. 뭔가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것들을 그냥 무시했기에, 뭔가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떨어져 나오는 것들을 그저 안 보려고 작정했기에 일어난 일들이다. 인간이 스스로를 묘사하는 것처럼 합리적이고, 아름답고, 훌륭한 존재라면 당연히 처음부터 고려해야 했을 사항들이다. 하지만 처음은커녕, 그것이 엄청난 문제가 되고 난 뒤에도 여전히 한참 뒷전이다.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 바로 바이오디젤이다. 말 그대로 유기물을 가지고 만든 연료로서 화석연료가 기후변화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각광을 받게 된 에너지원이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하다. 옥수수나 대두나 기름야자 등의 식물을 재배해 그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고 하니 땅 파서 뽑아내는 시커먼 석유보다 한결 낫게 느껴진다. 하지만 정말 대안인지는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애초 기후위기의 심각성 때문에 나온 것이라면 더더욱 더 치밀하게 살펴봐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가령 팜유의 경우 바이오디젤로 쓰이기 전부터 이미 엄청난 규모의 산림파괴로 악명이 높다. 특히 식물성 기름 하나 얻기 위해 지구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열대우림을 불태워서 농장을 조성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에서 불매운동이 거세게 일어나기도 하였다. 그런데 먹기 위한 것이든, 연료를 얻기 위한 것이든 같은 팜유에서 나온다는 간단한 사실이 왜 그리도 쉽게 간과되는 것인가? 팜유의 반생태적 속성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한 음식이냐 연료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과연 따져보면 어떤가? 우려는 현실로 나타난다. 유럽연합 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팜유의 경우 생산된 에너지 메가줄당 CO₂ 발생량이 105g이다. 최악의 탄소배출 에너지로 꼽히는 타르샌드(원유가 포함된 모래 또는 사암)가 107g인 걸 고려하면 가히 충격적인 수치다. 한마디로 팜유 바이오디젤은 화석연료 못지않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이다. 이것은 팜유가 바로 간접적 토지이용 변화(Indirect Land Use Change·ILUC)의 정도가 매우 높은 물질이기 때문이다. 즉, 팜유를 생산하기 위해 기존의 산림이나 습지가 팜유 농장으로 전환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양이 원래 감축하려고 했던 양보다 많기에 문제가 악화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이엘유시에 관한 연구 논문을 분석한 결과 팜유는 다른 작물에 비해 탄소배출이 가장 높게 나타났고, 1990~2015년 동안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조성된 팜유 농장의 40~53%가 고탄소저장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이에 유럽연합은 2030년 재생가능에너지 목표에서 팜유를 제외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같은 바이오디젤이라도 탄소배출이 매우 낮은 것이 있다. 바로 2세대 바이오연료로서 땅을 차지하지 않는 비식이성 식물과 동물성 폐기물로부터 추출한 에너지이다. “바이오”(Bio)가 붙었다고 해서 다 괜찮은 것이 아니고 진정으로 자연에의 영향이 극히 적은 것만이 유효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기후변화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바이오디젤이야말로 가장 철저하게 따지고 검증해야 함이 마땅하다.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한겨레 2012년 3월 29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88567.html#csidx7e39d4d87249add807155f034664110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스타일 지식인] 수건, 재사용 없이 세탁…세탁시 섬유유연제 양 줄일 것]

/사진=게티이미지뱅크Q.>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생활 습관 차이에 깜짝 놀란 20대입니다. 저는 아침에 사용한 수건을 말려 저녁에 다시 사용하는데, 친구는 한 번 사용한 수건은 바로 세탁통에 넣더라고요. 제가 그동안 수건 청결에 너무 관심이 없었던 건가 싶었습니다. 수건은 한 번 쓰면 바로 세탁해야 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A.> 수건은
하루에도 여러 번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이지만 '청결'에 대해선 깊이 생각해본 이들이 많지 않아요. 냄새가 심하게 나지 않는 이상 여러 번 사용하는 이들도 많죠.

하지만 순한 클렌저로 열심히 씻어내봤자 세안 후 바로 닿는 수건이 청결하지 못하다면 '말짱 도루묵'이에요. 수건은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인 만큼 위생 상태에 각별히 신경써야 합니다.

와인피부과 김홍석 원장(피부과 전문의)은 "수건은 한 번만 사용해도 피부의 박테리아가 수건으로 옮겨 붙어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한 번 사용한 수건은 오래 사용하지 않고 바로 세탁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김 원장은 "특히 피부 장벽이 약한 상태일 경우 잘못 세균, 곰팡이 등에 감염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덧붙였습니다. 하나의 수건을 여러 명이 함께 사용하는 것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아요.

요즘처럼 습도가 높고 후덥지근한 여름엔 특히 수건 세탁과 보관에 유의해야 합니다. 습기가 많고 환기가 쉽지 않은 욕실보다는 건조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아요.

수건에서 퀴퀴한 냄새가 난다면 사용을 중지할 것. 제대로 세탁이 되지 않았거나 건조 과정에서 2차적으로 세균이 번식했을 수 있거든요.

수건을 세탁할 땐 수건만 모아 세탁하는 것이 좋아요. 기분 좋은 향기를 더하는 섬유유연제는 일반 세탁시보다 조금만 사용하세요.

섬유유연제를 넣을 경우, 수건의 표면에 코팅이 돼 민감한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거든요. 또한 이렇게 코팅된 수건은 수분 흡수가 늦어지기 때문에 피부를 닦아내면서 물리적인 자극이 더 생길 수 있답니다.

또한 위생을 위해 수건을 자주 삶는 것도 좋지 않아요. 수건을 삶을 경우, 질감이 빳빳하고 건조해져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줄어들거든요.

오래 사용해 빳빳해진 수건은 표면이 거칠어져 피부 자극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교체하세요. 보통 1년 이상 사용하면 처음의 부드러운 감촉이 사라지니 구입 시기를 메모해뒀다가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것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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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 기자

 

[머니투데이 2019년 8월 19일]

[토요판] 천종식의 미생물 오디세이
⑩ 뇌질환과 장내 미생물
장과 뇌에 연결 축이 있다?
10년 전엔 가설 수준이었지만
최근 자폐, 파킨슨병, 조현병 등
뇌질환과 미생물 연관성 규명

장내 미생물이 면역세포 조절하고
그 결과로 뇌질환에 영향 끼쳐
아직은 주로 동물실험 결과지만
인간 뇌질환 치료 가능성 기대

 

자폐, 파킨슨병, 조현병 같은 뇌질환들이 뇌에서 멀리 떨어진 대장 안의 미생물 생태계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최근 10년 새 잇따르고 있다.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조절하면 뇌질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생겨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회의 약자를 대변하던 민변 출신 변호사 순호(정우성 분)는 잘나가는 대형 법률회사로 이직해 살인사건 용의자의 변호를 맡는다. 막대한 재산가인 집주인을 질식시켜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 자살을 시도한 집주인을 오히려 막으려고 했다는 가정부의 말과 명백한 살인이었다는 검사의 주장 사이에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유일한 증인은 이를 목격한 중학생 소녀, 지우(김향기 분)뿐이었다. 지우는 공교롭게도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서 사회와 자신을 격리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줄여 ‘자폐’)를 갖고 있다. 과연 순호는 지우의 세상과 소통하여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을까? 올해 개봉한 영화 <증인>은 자폐를 중심으로 흥미진진하게 살인 사건을 풀어간다. 이병헌, 박정민이 열연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도 자폐를 가진 동생이 형과 같이 살게 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두 영화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자폐인이 지닌 소통의 어려움과 그들이 가진 특별한 재능에 관한 것이다.보통 자폐라고 칭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스펙트럼이라는 단어가 암시하듯이 한가지 증상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두 영화의 경우처럼 암기나 음악 등에 특별한 능력을 보이는 서번트 증후군도 있지만, 이는 일부이고 명문 대학에 입학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부터 성인이 된 뒤에도 말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자폐인의 증상은 천차만별이다. 중증의 경우 질병으로 인해 직접 고통받는 환자도 문제지만 거의 모든 뇌질환이 그렇듯이 이들을 돌보는 가족과 사회에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자폐아, 장내 미생물 다양성 떨어져 지난해 발표된 미국 질병관리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아이 59명 중 1명이 자폐를 앓고 있다고 한다. 2000년 조사에서는 150명당 1명꼴이었으니 최근 18년간 2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정확한 최신 통계가 없지만 비슷한 경향일 것으로 추측된다. 이렇게 엄청난 수도 문제지만 최근에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에도 주목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 연재에서 최근 항생제 남용이나 정제된 가공 음식 위주의 서구화된 식단으로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불균형이 생기고, 그 결과 비만, 당뇨, 아토피, 장질환, 암 등 다양한 질병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많은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그렇다면 과연 자폐 같은 뇌질환도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으로 인해 급격히 증가한 것은 아닐까?10년 전 미국 메릴랜드대로 파견되어 연구원 생활을 하던 필자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 즉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의 연구자들을 두루 만날 기회가 있었다. 1천억원 이상의 연구비가 투입된 미국의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가 막 시작된 때이기도 했다. 당시 학회에서 만난 몇몇 연구자는 자폐와 장내 미생물이 분명히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주장했다. 평생 미생물을 연구했지만, 장에 사는 세균이 도대체 어떻게 몸의 반대쪽에 있는 뇌에서 그런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차마 앞에서 대놓고 말은 안 했지만 “참 상상력도 지나치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사실 구체적으로 미생물과의 연관성을 연구한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뇌질환이 장 또는 장내 미생물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할 만한 증거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자폐, 파킨슨병, 치매 환자의 절반 이상은 변비나 설사와 같은 고질적인 장질환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추가로 이런 장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세균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항생제를 사용하면 이런 뇌질환이 일시적으로나마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두루뭉술했던 장과 뇌의 연결점은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는 유전자 해독 기술이 도입된 지난 10년간 집중적으로 밝혀지고 있다.장내 미생물과 질병의 관계를 보는 시작점은 미생물이 전혀 없는 무균 환경에서 자란 동물을 관찰하는 것이다. 사람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가장 많이 연구에 사용하는 생쥐도 사회생활을 하므로 자폐나 조현병 같은 다양한 뇌질환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무균 상태로 태어나 자란 생쥐의 사회성을 관찰한 아일랜드 코크대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이 없을 때 생쥐의 사회성이 감소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사람의 경우 자폐아와 정상아 사이에 장내 미생물의 차이가 있는 것일까? 3살에서 16살에 이르는 미국 태생 자폐아를 조사해본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연구팀은 이들의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종 다양성이 정상아보다 떨어지고 프레보텔라와 같은 세균이 적게 발견되었다고 보고했다. 이 세균은 이전 글(2018년 12월15일치 ②장내 미생물과 비만)에서도 다룬 적이 있다. 바로 미국 이민자의 장에서 식생활 서구화로 인해 줄어든 바로 그 세균이다.미생물 생태계 바꿔 자폐 증상 완화 장내 미생물과 뇌질환 사이를 연결하는 고리의 전체가 완전히 다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바로 우리 면역계이다. 미생물이 장에 있는 면역세포를 조절하고 그 결과로 뇌에 이상이 생긴다는 가설이다. 세계의 수많은 연구자가 경쟁하는 가운데 최근에 이 가설을 증명할 결정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한 연구자는 한국인 면역학자 허준렬 하버드대 교수다. 허 교수는 임신한 생쥐가 특정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자식에게 자폐 증상이 나타나는 현상을 이용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어미 생쥐에게는 염증을 일으키는 ‘티에이치17’(Th17)이라는 면역세포가 만들어지고 이로 인해 새끼의 뇌에 자폐 증상이 나타나는 변화가 생긴다. 이 실험 모델을 이용해서 허 교수 팀은 질병을 일으키는 또 다른 중요한 방아쇠를 발견했다. 바로 장내 세균이다.연구팀이 찾은 용의자는 절편섬유상세균(SFB)으로 불리는 종인데, 이전까지 거의 알려진 적이 없어 학명조차 없는 미지의 미생물이다. 만약에 이 세균이 장에서 염증을 일으키는 티에이치17 면역세포의 수를 늘리는 역할을 한다면, 반대로 이 세균을 없애면 새끼에게 자폐 발생이 줄어들까? 연구팀이 반코마이신이라는 항생제를 어미 쥐에게 먹여 절편섬유상세균을 장에서 제거하자 실제로 새끼에게서 자폐 증상이 사라지는 것이 확인됐다.그런데 아쉽게도 필자가 진행 중인 한국인 시민과학프로젝트와 다른 나라의 조사결과를 보면 이 세균은 사람에게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에게도 이런 역할을 하는 세균이 있을까? 아니면 하나의 세균이 아닌 수백종이 모인 생태계가 자폐를 일으키는 그런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일까? 당연히 허준렬 교수와 필자 같은 이 분야의 연구자들이 연구계획서의 가장 상단에 올려놓고 있는 과제이다.동물이 아닌 사람을 대상으로 수행된 임상연구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가장 긍정적인 연구는 애리조나주립대 연구팀이 2017년에 발표한 대변 미생물 이식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다. 연구책임자인 로자 크라지말닉브라운 교수와 실제 연구를 주로 수행한 강대욱 박사는 불균형인 자폐아의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정상으로 복원하여 그 결과를 관찰할 목적으로 이 연구를 시작했다.연구팀은 6~17살의 자폐 환자 18명을 모집하여 이들을 대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이식을 시행했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모은 이식용 미생물 군집은 환자에게 주입하기 전에 철저하게 병원균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확실한 생태계 복원을 위해 연구진은 18주에 걸쳐 여섯차례의 장내 미생물 이식을 반복해서 수행했다. 이식 뒤 환자의 장은 원래 있었던 미생물은 대부분 사라지고, 대신 이식한 미생물로 바뀌어 있음을 미생물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정상인 수준의 종 다양성을 갖춘 균형 잡힌 생태계가 복원되었음은 물론이다.그렇다면 환자들의 증상은 어떻게 되었을까? 자폐 환자에게 있던 고질적인 변비, 설사, 복통 등의 장질환은 18명 중 16명에게서 80% 이상 크게 개선되었다. 물론 더 관심이 쏠린 부분은 자폐 증상의 완화 여부이다. 환자의 부모와 의사에 의해 각각 측정된 다양한 자폐 관련 증상을 취합 분석한 결과, 평균 25% 정도 자폐 증상의 호전이 나타났다. 이 연구는 극히 적은 환자에 대해서 이루어졌으며 일반적인 임상연구에 필수인 위약군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한계에도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수행된 많은 연구에서 나타난 장내 미생물과 자폐의 인과관계 그리고 이를 이용한 치료 가능성을 확인해주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대변 미생물 이식 임상시험이 끝난 2년 뒤까지도 특별한 추가 조처 없이 당시 참가했던 자폐아 18명의 증상이 다시 악화하지 않고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균형도 잘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연관성 확인, 치료방법 찾기는 과제 노령화와 함께 늘어나고 있는 파킨슨병도 마이크로바이옴과 연관성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는 질병 가운데 하나다. 영화 <백 투 더 퓨처> 시리즈의 주인공 마이클 제이 폭스가 앓아서 세상에 널리 알려진 이 뇌질환은 느린 운동, 정지 시 떨림, 근육 강직 등이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으로 역시 완치할 치료제가 없다. 이 병을 앓는 환자의 뇌에서는 알파시뉴클레인라는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덩어리가 많이 관찰된다. 같은 단백질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만들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쥐는 실제로 파킨슨병 환자와 유사한 증상을 나타낸다.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의 사르키스 마즈마니안 교수 팀은 파킨슨병을 앓는 모델 쥐를 이용해서 파킨슨병과 장내 미생물의 연관성을 관찰했다. 먼저 연구팀은 무균 상태의 쥐와 장내 미생물을 가진 쥐를 비교했는데, 무균 쥐보다는 미생물을 가진 쥐의 뇌에서 더 많은 알파시뉴클레인 덩어리가 관찰되고 더 심한 파킨슨병 증상이 나타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쥐의 대장 안 미지의 미생물들이 이 병의 발생에 관여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쥐와 사람의 장내 미생물은 상당히 다르다. 사람의 장내 미생물도 비슷한 역할을 할까?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와 정상인의 대변을 각각 무균 생쥐에게 이식해봤다. 두 쥐 가운데 환자의 대변을 이식받은 쥐가 상대적으로 심한 파킨슨병 증상을 보였다. 파킨슨병을 앓는 사람의 장내 미생물이 쥐로 이식되면 그 병이 역시 악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중국 충칭시에서 수행된 연구에서는 비슷한 결과를 조현병에 대해서 얻기도 했다. 자폐와 파킨슨병에 이어서 조현병도 장내 미생물과의 관련성이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듯하다.최근 과학과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인간의 뇌는 여전히 우리에게는 미지의 개척지다. 1천만년 이상 지속해온 미생물과 인간의 공생은 단순한 영양분의 공유에서 뇌에 대한 영향력까지 그 연구의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지난 수십년 동안의 엄청난 노력에도 오늘 언급한 뇌질환에 대한 마땅한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이제 막 우리가 탐험을 시작한 장내 미생물과 이들 질병의 접경 지역에서 새로운 치료방법이 발견될지도 모를 일이다. 10년 전과는 달리 필자도 이젠 미생물과 뇌의 관계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필자가 서울아산병원 김효원 교수 연구팀과 한국인 자폐와 장내 미생물의 연관관계 규명을 위한 임상연구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천종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한겨레 019년 4월 6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889000.html#csidxa303f464ff47e00bea85cc8688aee20

[토요판] 천종식의 미생물 오디세이
⑥ 음식과 미생물

모유 올리고당은 아기 소화 못해도
첫 장내 미생물 자리잡게 도와줘
미생물은 아기 면역계 훈련 담당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 자신만을 위한 게 아니라 소장과 대장에서 공생하는 수많은 미생물의 먹이이기도 하다. 좋은 장내 미생물 생태계는 우리 면역계를 훈련시키고 우리가 직접 소화하지 못하는 식이섬유 같은 먹이를 몸에 좋은 성분으로 바꿔주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 자신만을 위한 게 아니라 소장과 대장에서 공생하는 수많은 미생물의 먹이이기도 하다. 좋은 장내 미생물 생태계는 우리 면역계를 훈련시키고 우리가 직접 소화하지 못하는 식이섬유 같은 먹이를 몸에 좋은 성분으로 바꿔주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설 연휴 동안에도 다양한 텔레비전 채널에서는 수많은 음식 관련 방송이 등장했다. 출연자가 국내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맛있는 음식 또는 건강에 좋다는 음식을 소개한다. ‘음식은 약이다’라는 말처럼 많은 사람이 음식을 통해 병을 고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나쁜 음식은 병의 원인이다.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서는 먹는 음식의 종류도 중요하고 최근에 유행하는 ‘간헐적 단식’처럼 먹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여기에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사실이 하나 더 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내가 먹는 음식은 소장과 대장에서 우리와 공생하고 있는 수십조마리 미생물의 먹이도 되는 것이다. 우리가 영양분을 공급하지 않으면 꼼짝없이 굶어 죽고야 마는, 우리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장내 미생물과 우리의 관계를 살펴보자.

갓난아기 장의 첫 미생물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기 직전까지 인간은 음식을 꼭 먹어야 하는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에게 첫번째 음식은 바로 모유이다. 엄마는 아이의 생애 첫 식사에 어떤 것들을 넣어줄까? 당연히 모유에는 이제 막 태어난 아이에게 필요한 지방, 단백질, 유당 등 영양분이 골고루 들어 있다. 이와 함께 아이의 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미생물 공동체에 필요한, 락토바실루스나 비피도박테리움 같은 유산균도 포함되어 있다. 거기에 추가로 모유를 통해 제공되는 중요한 영양분이 바로 ‘모유 올리고당’이다. 다른 모유 성분과 달리 이 올리고당은 정작 수혜자인 아이는 소화할 수 없다. 그럼 엄마는 왜 막대한 에너지를 써가면서 이런 물질을 몸에서 만들어내는 것일까?

모유 올리고당을 먹는 주인공은 바로 장내에 이제 막 이주해와 자리잡은 세균이다. 장내 미생물은 특히 생후 2년까지 우리 면역계를 교육하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이 과정이 잘못되면 아토피 피부염, 천식 같은 자가면역성 알레르기 질환뿐만 아니라 비만, 당뇨, 자폐 스펙트럼 장애처럼 서로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모유 올리고당은 아이의 면역계 훈련을 담당할 장내 세균의 군량미 구실을 하는 것이다. 아이의 장에는 음식과 공기를 통해 날마다 새로운 종류의 세균이 들어온다. 엄마의 임무는 모유 올리고당을 통해 선별적으로 아이의 면역계를 책임지고 훈련시킬 믿을 만한 교관 미생물 집단을 구성해 주는 것이다. 이런 관계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수십만년 동안 지속된 인간과 미생물 공진화의 결과이다.

모유 올리고당은 인간의 전유물은 아니며 다른 포유동물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만물의 영장답게 우리는 가장 많은 수인 200개에 가까운 종류의 올리고당을 만들며, 그 양도 가장 많다. 예를 들어 우유에도 모유 올리고당이 있지만, 그 종류와 양은 사람에 비해 크게 못 미친다. 그렇다 보니 우유를 재료로 만든 분유에는 당연히 이런 성분이 부족하다. 세계 분유업계가 모유에 가까운, 다시 말해 다양한 모유 올리고당을 포함하는 분유 제품을 만들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장내 미생물 관점에서 만족스러운 분유는 아직 없다. 엄마가 많은 종류의 올리고당을 만드는 이유는 다양한 장내 미생물을 키워서 아이에게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이다. 단순하게 한두 가지의 유익균만 키워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장내 생명의 다양성은 아이의 생로병사를 위한 평생의 키워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모유를 떼고 이유식으로 넘어가면서 아이는 본격적으로 장내 미생물 생태계, 즉 마이크로바이옴 경영에 들어간다. 아이의 입을 통해 많은 종류의 미생물이 들어가고 먹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미생물의 구성은 바뀐다. 모든 개인은 최고경영자(CEO)로서 평생에 걸쳐서 자신만의 식사 철학을 가지고 마이크로바이옴 경영을 해야 한다. 구체적인 마이크로바이옴의 실체가 밝혀진 것이 불과 10여년밖에 안 되었기에 우리에겐 참고할 만한 경영학 교과서가 아직은 미흡하다. 그나마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밝혀진 사실 몇 건을 여기서 살펴보기로 한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미생물 생태계 구성이 달라져
소식, 단식, 심혈관질환 등에
미생물이 미치는 영향 연구 활발

소식·단식과 미생물의 관계

지난 30년간 다양한 동물실험을 통해 소식으로 먹는 열량을 줄이면 건강과 장수에 유리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일단 어떤 종류를 먹느냐에 앞서 적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식이 몸에 좋은 이유가 과학적으로 모두 설명된 것은 아니다. 스위스 제네바대학의 미르코 트라이코프스키 교수팀은 장내 미생물의 역할에 주목하고 쥐에게 40% 정도 열량을 줄인 음식을 30일간 먹이는 실험을 진행했다. 당연히 소식한 쥐는 정상적인 열량을 섭취한 쥐에 비해 날씬해졌을 뿐만 아니라 지방을 태워서 살 빼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갈색지방세포가 늘어나는 것도 관찰했다. 지방을 저장하는 백색지방세포와 달리 갈색지방세포의 양이 늘어나면 그 개체는 같은 양의 고지방 음식을 먹더라도 살이 덜 찌게 된다. 재미있는 점은 소식의 결과로 쥐의 장내 미생물 구성도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자, 그럼 갈색지방세포가 많이 생긴 것이 소식에 의한 직접적인 결과일까, 아니면 소식을 통해 변화된 마이크로바이옴 때문일까? 연구팀은 정상 열량을 섭취한 쥐와 열량을 제한한 음식을 먹인 쥐의 장 마이크로바이옴을 각각 같은 조건의 무균 생쥐에게 이식했다. 무균 생쥐는 원래 몸에 전혀 미생물이 없는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식한 뒤에는 각각 이식받은 마이크로바이옴의 차이만 있다. 결과는 놀랍게도 소식을 한 쥐의 장내 미생물을 가진 무균 쥐는 정상 대조군과 비교하여 갈색지방세포가 많았고 같은 양의 고지방 음식을 먹어도 살이 찌지 않았다. 살이 빠지거나 당뇨, 비만의 생체지수가 개선된 효과가 장내 미생물의 변화 때문이라는 점도 학술적인 의미가 크지만, 장내 미생물을 잘 조절하면 비만을 치료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치료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힌트를 준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소식과 비슷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간헐적 단식에 관한 연구도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프랭크 곤잘레스 박사팀은 하루걸러 24시간씩 간헐적 단식을 한달 동안 쥐에게 시행하고 그 효과를 관찰했다. 이 간헐적 단식의 효과는 앞에서 설명한 소식의 경우와 비슷했는데 예를 들어 갈색지방세포가 늘고 당뇨와 지방간에 관련된 수치도 모두 좋아졌다. 이번에도 장내 미생물이 역할을 한 것일까? 이걸 증명하기 위해 무균 쥐에게 같은 방식의 간헐적 단식을 시행했는데 이 경우에는 앞에서 언급한 건강에 좋은 효과는 관찰되지 않았다. 하지만 무균 쥐에게 간헐적 단식을 한 쥐의 장내 미생물을 이식한 뒤에는 다시 단식의 효과가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최소한 쥐에서는 장내 미생물이 없는 간헐적 단식은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먹는지도 물론 중요하다. 미국의 초대형 병원인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스탠리 헤이즌 박사는 쇠고기로 대표되는 붉은색 고기의 섭취가 심장병의 증가로 이어지는 다소 복잡한 과정을 밝혔다. 쇠고기에는 카르니틴이라는 영양소가 많은데, 이 물질은 우리 장 안에서 미생물에 의해 트라이메틸아민(트리메틸아민)으로 변환이 되고, 이것이 우리 장에 흡수되어 피를 타고 간에 도착한 뒤에 간에서 트리메틸아민-엔-옥사이드(TMAO)라는 물질로 전환된다. 고기에 포함된 카르니틴은 큰 문제가 없지만 미생물의 작용으로 만들어진 트리메틸아민-엔-옥사이드는 바로 동맥경화나 혈전증 같은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확률을 크게 높인다고 한다. 다행히 모든 장내 미생물이 카르니틴을 트리메틸아민으로 바꾸지는 않는다. 따라서 심장 관련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장내 미생물의 종류를 조절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분야의 연구는 이제 막 시작 단계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을 건강에 좋게 바꾸어주는 음식도 많이 있다. 대개 전통적으로 한국인이 먹던 식단에 포함된 재료들이다. 식이섬유가 포함된 나물, 채소나 과일류는 모두 우리 장 안에서 보약의 역할을 하는 ‘짧은 사슬 지방산’을 만드는 미생물을 선택적으로 지원한다. 그래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미생물을 고려한 건강한 식습관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사과를 먹더라도 껍질째 먹으면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식이섬유인 펙틴을 추가로 섭취하게 된다. 펙틴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장 세포를 튼튼하게 하고 비만도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평생 ‘마이크로바이옴’ 관리해야
관리 도와줄 인공지능도 나올 것

알파고가 미생물 관리해준다?

적포도주, 다크 초콜릿, 딸기, 호두 등에 많이 들어 있는 항산화물질 ‘폴리페놀’과 고지방식을 함께 먹으면, 염증을 줄여주고 비만과 당뇨를 예방한다고 알려진 장내 미생물 ‘아커만시아’가 증가한다는 사실이 미국 연구진의 쥐 실험 결과에서 나타났다. 아커만시아는 서유럽인과 미국인의 장내에 많고 한국인에게는 적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국인의 장 안에서는 다른 미생물이 아커만시아를 대신해서 비슷한 구실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료와 설명 천종식 교수
적포도주, 다크 초콜릿, 딸기, 호두 등에 많이 들어 있는 항산화물질 ‘폴리페놀’과 고지방식을 함께 먹으면, 염증을 줄여주고 비만과 당뇨를 예방한다고 알려진 장내 미생물 ‘아커만시아’가 증가한다는 사실이 미국 연구진의 쥐 실험 결과에서 나타났다. 아커만시아는 서유럽인과 미국인의 장내에 많고 한국인에게는 적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국인의 장 안에서는 다른 미생물이 아커만시아를 대신해서 비슷한 구실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료와 설명 천종식 교수
우리가 그동안 막연히 몸에 좋다고 알고 있던 식재료나 영양성분의 유익함이 실제로는 장내 미생물 덕분인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아마 프랑스 정부가 일부러 홍보한 것으로 의심되지만, ‘프렌치 패러독스’라는 말이 한때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몸에 안 좋은 지방을 많이 먹는 프랑스인이 미국인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음을 강조한 말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제시되었지만, 그중 가장 설득력이 있었던 것은 프랑스의 대표 식품인 와인에 많이 들어 있다는 폴리페놀이라는 항산화 물질이다. 폴리페놀은 어떻게 건강 증진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역시 쥐로 실험을 한 미국 럿거스대학의 다이애나 루프챈드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포도에서 추출한 폴리페놀을 고지방식과 함께 쥐에게 먹이면 장 안에 아커만시아라는 세균의 양이 증가하여 몸의 염증을 줄여주고 비만과 당뇨도 막아준다고 한다. 폴리페놀의 순기능에는 실제로 이 아커만시아의 역할이 클 수 있다.

아커만시아는 미국인과 유럽인에게는 많이 발견되지만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에게는 상대적으로 적게 발견된다. 예를 들어 필자의 아커만시아 비율은 0.1% 미만이다. 이 착한 세균이 없다고 당황할 필요는 없다. 한국인의 장 안에서는 다른 착한 세균이 아커만시아를 대신해서 비슷한 구실을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수천편의 논문이 선진국 국민을 대상으로 발표되었음에도 굳이 우리나라의 연구자들이 한국인 마이크로바이옴과 우리 식재료를 대상으로 비슷한 연구를 하는 이유는 나라마다 생활 습관이나 먹는 음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나라의 마이크로바이옴은 그 나라 과학자가 연구할 수밖에 없다.

우리 장에는 수많은 종류의 영양분이 들어오고, 사람마다 독특하게 구성된 마이크로바이옴이 이를 분해해서 수백 가지의 물질을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이 복잡한 발효 과정을 지금의 기술로는 정확히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소프트웨어 분야의 거인인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여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아토피부터 치매까지 다양한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된 마이크로바이옴은 평생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이와 관련된 첨단 연구가 국내외에서 진행 중이니, 가까운 미래에 개인의 마이크로바이옴 경영을 도와줄 ‘알파고’도 출현할 것이다.

물론 그 전에라도 우리가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끼니마다 첫 숟가락 뜨기 전에 내가 좋아하는 음식만 생각하지 말고 내 장 안의 미생물이 먹을 음식이 무엇인지도 고민해보길 권한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식사는 언젠가 자가면역 질환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천종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한겨레 2019년 2월 9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881425.html#csidx121cea8a6ebec13ad3ea46a3c468593

습기가 차지 말아야 하는 제품을 유통시킬 때는 실리카 겔을 안에 집어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리카 겔이 습기를 제거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실리카 겔을 비닐 등 포장지에 싸서 제품 안에 넣는다는 것입니다.
비닐로 차단된 실리카 겔은 습기 제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습기랑 접촉을 해야 수분을 흡수해서 제거하든지 말든지 하죠~~~
그런데도 식품 속에도 다른 제품 속에도 비닐에 싸인 실리카 겔을 당연하듯이 넣는 것은 폼으로 그러는 걸까요?

 

국산과 외산

2011. 11. 15. 09:44 | Posted by 행복 기술자
길거리의 변전반(?)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써 있습니다.

"전기는 국산이지만 연료는 수입입니다."

무슨 뜻일까요? 좀 애매하긴 하지만, 아마도 연료는 수입이니까 쓰지 말고 국산인 전기를 사용하자는 의미 아니겠습니까?
물론 그런 반론을 의식해서 연료를 외국에서 수입해서 전기를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의미라고 우길 수는 있겠습니다.
아마 후자의 의미라면 그런 글귀를 길가에 써놓을 이유가 없겠지요.
아마 전자의 의미가 강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휘발유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원유를 수입해서 휘발유는 국내에서 생산하니까요.
젖소를 수입해서 국내에서 도축을 하면 그것도 국내산이니까 많이 먹어야 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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