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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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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93 호)

 

【 엔지니어인데 글을 잘 쓰네요 】

“와, 엔지지어라면서 글을 잘 쓰시네요. 이 정도면 이공계가 아니라 문과를 갔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최근 <알프스를 걷다>(지상사)를 출간하고, 그 책이 출간 1주일 만에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순위에 들어간 다음에 자주 듣는 말입니다.

그럼 저는 “제가 엔지니어니까 이 정도 글 솜씨로도 잘 쓴다는 얘기를 듣는 거죠, 문과에 갔으면 ‘이걸 글이라고 썼느냐?’는 얘길 들었을 거예요.”라고 답합니다.

 

사실 이번에 출간한 책 <알프스를 걷다> 원고를 검토했던 주변 사람들로부터 공통적으로 들었던 평가가 ‘꼭 기행문 같다.’는 얘기였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제 책의 글이 감성이 묻어나는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초등학생이 쓴 기행문 내지는 대학생 리포트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엔지니어가 보고서를 쓰는 것 같은 느낌으로 쓴 글이라고 봐도 틀림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시인이나 소설가들이 쓴 시집, 소설, 에세이를 읽다보면 ‘야, 이렇게도 글이 맛깔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감탄이 절로 나올 때가 많습니다.

그런 글을 읽고 제 나름대로는 감성을 실어서 글을 쓰려고 노력해보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요즘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까지는 주로 자기계발서 따위의 글을 썼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 여행 에세이를 쓰려면 감성 다듬기 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첫 책인 ‘대한민국 이공계 공돌이를 버려라’를 필두로 이제까지 20여 권의 책을 썼는데, 초기에는 자기계발서를 주로 썼습니다.

그 다음에는 ‘행복하게 나이 들기’ 등 자기계발서지만, 성공이 아니라 행복을 추구하는 삶에 대한, 즉 인문학적 요소가 약간 가미된 책을 썼습니다.

중간에 출판사의 요청에 맞춰서 ‘신재생 에너지’와 관련된, 엔지니어로서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 책들도 썼습니다.

 

이번에 출간한 <알프스를 걷다>는 제가 여행 작가로서 가능성이 있는지 점검해보기 위해 쓴 책입니다.

여행과 트레킹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여행과 트레킹을 즐기면서 그걸 책으로 남기면 지속가능한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여행과 트레킹도 즐기되, 책을 써서 그 여행비용을 충당하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물론 진정한 여행은 단순히 여행 자체를 즐기는 것보다도 여행하기 전에 계획하기와 여행 후 정리하기를 포함해야 완성된다고 얘기를 합니다.

여행 내용을 책으로 쓰려면 미리 계획하기는 물론 여행을 다녀와서 정리를 해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진정한 여행을 하는 셈이 되는 거죠.

좋아하는 여행을 하면서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이 더해지면, 여행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염려가 들긴 하지만요.

 

제가 이번에 <알프스를 걷다>를 출간하기로 한 이유는 단순히 인세를 받겠다는 생각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제까지는 다른 사람이 기획한 여행에 참여하거나, 저 혼자 또는 아내와 함께 하는 자유여행 위주의 여행을 했습니다.

앞으로는 제가 여행을 기획하고 다른 사람들을 참여시키는 ‘소규모 맞춤 여행’도 추진해보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잘 아는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 기획을 하고, 여행에 참여하는 일행들의 여행 욕구를 반영하는 여행을 하는 거죠.

일반 패키지여행에 비해 비용은 좀 더 들 수는 있지만, 자신의 욕구에 맞춘 여행을 할 수 있으니 여행 참여자들에게도 유익한 여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여행에 비해서는 효율적인 여행을 할 수 있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일행들과 어울려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이점도 있겠죠.

 

제 여행 에세이가 유명세를 타게 되면 텔레비전, 유튜브 등의 여행 프로그램에서 섭외가 들어와 여행지 안내를 하는 기회를 갖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갖고 있습니다.

제 여행 에세이가 많아지고, 차별화된 여행 콘텐츠를 갖게 되면 제가 여행 유튜브를 운영할 수도 있고요.

 

책 한 권 내고는 너무 거창한 꿈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하지만 세상 이미 다 산 듯이 맥을 놓고 있는 것보다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사는 것이 저는 훨씬 더 낫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다른 사람들을 위한 맞춤 여행을 기획하고, 방송이나 유튜브에 출연하는 것은 꿈으로 끝날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제가 여행을 하고 여행 에세이를 쓰면서 즐겁게 사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일 테니까요.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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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송되었던 뉴스레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개인 블로그 http://happyengineer.tistory.com/의 <주간 뉴스레터> 목록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관련 사이트: 알프스를 걷다 : 네이버 도서 (naver.com)

국립무의도자연휴양림

2024. 4. 24. 07: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숲 해설가-청룡산

2024. 4. 23. 23:0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책 소개-소금의 진실과 건강

2024. 4. 22. 06:59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조기성, “소금의 진실과 건강,” 책과나무, 2022년

 

이 책 <소금의 진실과 건강>의 부제는 ‘저염식의 위험과 극복’이다. 즉 소금을 적게 섭취하는 저염식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을 펼치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소금 섭취량에 대해 직접 연구 조사한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미네랄이 없는 순소금(정제염)을 많이 섭취하면 혈압이 올라가지만 천일염, 죽염은 몸이 거부하는 것을 거슬러 짜게 섭취하지 않는 한 혈압이 올라가지 않았으며, 서구에서 실험했던 순소금과 한국의 천일염, 죽염이 혈압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랐다. 싱겁게 먹을 때 콩팥은 체내에 없는 미네랄을 재흡수하려고 더 무리해 질병으로 이어진다.’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그러니까 정제염을 과다 섭취하는 것은 어느 정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을 섭취하면 권장량보다 소금을 더 섭취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적게 섭취함으로써 발생하는 건강상의 문제가 더 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강 문제를 연구할 때 가장 흔하게 활용하는 동물이 쥐인데, 여기서 소금 섭취량을 연구할 때는 일반적인 쥐를 사용하지 않고, 염민감성 쥐를 만들어서(?) 활용했다고 기술되어 있다. 왜냐하면 일반 쥐를 사용하면 소금을 많이 섭취시키더라도 혈압에 큰 영향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말은 곧 콩팥에 이상이 없는 경우에는 소금을 조금 과다 섭취하더라도 혈압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의미가 되지 않을까. 염민감성 쥐는 그야 말로 콩팥이 망가져서 소금을 걸러내지 못하는 쥐이기 때문에, 그 결과를 정상인에게 적용하는 것은 큰 오류라고 생각된다. 소금이 건강에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 궁금하다면 우선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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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인생 앞가림 좀" 한탄
'나혼자산다' 거부한 2030
부모 재정적 지원 의존하는 2030 청년
25~39세 10명 중 7명 '독립 생각 없어'
미국·중국도 마찬가지…'전업자녀'까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랑 남동생이 캥거루족입니다. 부모님께서 오늘 저희 둘을 보고 한숨을 내쉬며 '내 자식들도 제발 좀 최소한의 자기 인생 앞가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시네요…이렇게 스스로 초라하다고 느껴지는 건 처음입니다."

최근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이 글에는 "저도 40살인데 부모님이랑 같이 삽니다", "저도요. 얼른 독립하고 경제가 나아져서 부모님 노후 편히 호강해드리고 싶어요", "저도 캥거루족인데 이런 분들 은근히 많아요" 등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나 혼자 산다' 말고, '다 함께 살자'는 2030

그래프=포커스미디어 제공
국내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부모의 재정적 지원에 의존하는 20~30대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들 대부분은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4일 엘리베이터 TV 운영사 포커스 미디어가 발표한 '아파트 입주민 트렌드 리포트: 캥거루족편' 조사에 따르면, 국내 아파트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25~39세 196명 중 68%는 '결혼 전까지는 독립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조사 대상 20·30세대 10명 중 7명에 달하는 수치다.
이들이 독립하지 않는 데에는 '딱히 독립 필요를 못 느낀다'(40%·복수 응답), '부모님과 사는 것이 편하다'(32%) 가 주된 이유로 꼽혔다. 부모님에게 의식주 편의를 받으며 불편함 없이 생활해 독립 동기가 크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집값이 비싸다'(32%), '생활비가 부담된다'(23%) 등 경제적 이유도 컸다. 조사 대상자 71%는 집에서 사용하는 생필품을 주로 부모님이 구입한다고 답했다.
대학생 시절 자취를 하다 본가로 돌아온 이모 씨(28)는 "딱히 지금 당장 결혼할 생각도 없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게 익숙하고 편하다 보니 독립 계획이 없다"며 "대학생 때만 해도 자취하는 게 꿈이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고, 부모님께는 너무 죄송하지만, 돈을 벌어서 용돈은 드리더라도 독립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프리랜서로 영상편집 일을 하다 그만두고 부모님 집에서 구직 활동하는 황모 씨(31)는 "안정적으로 돈을 벌면 독립도 하고 가정도 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며 "일단 제대로 된 기업에 취업이 돼야 나가 살지 말지를 고민할 것 같고, 지금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죄송스럽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결혼과 취업에 대한 긍정적 태도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청년의 절반 이상은 부모와 함께 사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9∼34세 청년의 가구 유형 가운데 부모와 동거하는 미혼 청년 가구가 59.7%로 가장 많았다.

미국·중국 젊은이도 "독립 안 해"…'전업자녀' 속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1월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부모들이 20세가 넘은 자녀를 재정적으로 지원해주는 기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WSJ은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 부모의 59%는 35세 이하 성인 자녀에게 경제적 도움을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이제 젊은 세대는 경제적 독립에 도달하는 데 더 큰 비용과 오랜 시간이 필요해졌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WSJ의 집계에 따르면 중국의 경우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는 젊은이들이 지난달 기준 약 1600만명에 달한다. 전체 16~25세 인구가 1억 500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10.6%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가운데 '전업자녀'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전업자녀란 일반적인 캥거루족과는 달리, 부모를 위해 식사와 청소 등 집안일은 하는 대신, 부모로부터 급여를 받는 청년들을 말한다.
현지에서는 코로나 신종 바이러스(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의 고용 여력이 떨어지면서 역대 최악의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의 '전업자녀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펑펑 광동개혁학회장은 "청년 고용 전망이 단기적으로 밝지 않다"며 "올해도 상황이 비슷한 만큼 고용 전망이 획기적으로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한국경제 2024년 3월 16일]

진우석의 Wild Korea  ⑪ 전남 완도군 생일도

생일도 둘레길에 있는 암괴류. 흔히 돌강이라 한다. 뒤편에 동백나무가 짙은 숲을 이루고 있고 멀리 뒤쪽으로 금곡해변이 보인다.

 

혼돈의 봄이다. 남녘에는 매화가 절정이고, 강원도에는 폭설이 내렸다. 꽃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달뜨기 마련이다. 봄을 찾아 멀고 먼 전남 완도 생일도로 달렸다. 소사나무 빽빽한 백운산은 이미 봄 기운이 가득했고, 생일도 둘레길의 ‘돌강(암괴류)’에는 동백꽃이 만개했다. 내 생일은 가을이지만, 생일도를 여행하니 마치 봄날에 생일을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생일도란 이름 생긴 사연

 

완도군은 265개 섬으로 이뤄졌다. 강진·장흥·고흥 앞바다까지 완도의 섬들이 흩어져 있다. 생일도는 강진이 들머리다. 강진 마량에서 다리로 연결된 섬으로 들어가 배를 탄다.

강진 마량항에서 차를 몰고 고금대교를 건넜다. 여기서부터 완도군이다. 고금도에 들어서자 화사한 봄 풍경이 펼쳐진다. 완만한 구릉에는 푸릇푸릇 마늘이 자란다. 다시 약산대교를 건너 약산도로 들어갔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나타나는 바다와 올망졸망 작은 섬들은 아지랑이가 낀 것처럼 간질간질했다. 바야흐로 봄이다.

 

 

당목항에 도착하니 높은 산을 거느린 생일도가 보인다. 생일도 바로 옆의 펑퍼짐한 섬은 평일도다. 생일도와 평일도는 여러모로 비교된다. 생일도가 완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백운산(483m) 때문에 원추형 기둥으로 보인다면, 평일도는 여러 방향으로 구릉이 펼쳐져 도무지 형체를 알 수 없다.

서성항에 도착하면 반겨주는 대형 생일 케이크.

 

여객선은 약 30분 만에 생일도 서성항에 닿았다. 거대한 생일 케이크 모형이 반겨줬다. 섬 이름은 산일도(山日島), 산이도(山伊島) 등으로 불리다가 주민들 성품이 어질고 갓 태어난 아기와 같다 해서 생일도(生日島)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생일을 맞은 여행객에게는 왕복 배편이 무료이고, 건미역 1㎏도 준다고 한다.

여객터미널 뒤편 언덕에 수령 300년에 달하는 섬 최고령 나무 생일송이 있다. 나무 아래에서 시원하게 바다가 보인다. 느릿느릿 오가는 배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기지개를 켜고 길을 나선다.

 

생일도서 바라본 평일도

백운산 중턱에 자리한 학서암. 느티나무 아래 노래하는 풍경이 걸려 있다.

 

이제 백운산과 생일도 둘레길을 돌아보자. 금일중학교 생일분교장 앞에서 백운산 가는 임도가 나온다. 임도는 백운산을 넘어 반대편인 용출리로 이어진다.

 

 

임도를 30분쯤 걷다가 산길로 들어선다. 소사나무 빽빽한 오솔길이 호젓하다. 양지 바른 언덕에 암자 하나가 나온다. 신라 시대 혜은스님이 창건했다는 학서암이다. 느티나무 고목 아래에서 맑은 음악이 들려온다. 자세히 보니, 나뭇가지에 풍경(風磬)이 매달려 있다. 바람의 연주를 들으며 반짝반짝 빛나는 봄 바다를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능선에 올라 완만한 오르막을 걸었다. 수시로 펼쳐지는 바위 지대를 지나 전망대에 닿았다. 평평한 너럭바위에 점심 밥상을 차렸다. 평일도 뷰 맛집이 따로 없다. 복잡한 해안에 반달처럼 예쁜 백사장을 품은 게 신기하다. 백운산과 평일도 사이 바다는 양식장으로 가득하다. 양식장 부표들이 알록달록하고, 봄 바다에서 물고기와 전복이 무럭무럭 자란다.

백운봉 정상에서는 그동안 보이지 않은 서쪽 조망이 열린다. 신지도와 그 너머 완도의 수호신 상왕봉(644m)이 아스라하다. 하산은 남쪽 능선을 타고 내려온다. ‘생일도 테마공원’을 지나면 다시 임도를 만난다. 구불구불 임도를 타고 가면 금곡해수욕장에 닿는다. 생일도는 금곡리에 모래 해변을, 용출리에 몽돌해변을 품었다. 두 해변을 잇는 생일도 둘레길이 백운산에 버금가는 비경이다.

 

멍 때리기 좋은 돌강 ‘멍터’

둘레길에서 만난 동백꽃.

 

발이 폭폭 빠지는 고운 백사장을 걷다가 울창한 솔숲에서 한숨 돌렸다. 캠핑족이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해안 길은 이엘리조트 앞으로 이어진다. 휘파람이 절로 나는 숲길을 들어서니 ‘멍터’가 나온다. 바위에 걸터앉아 넋 놓고 바다를 보기 좋다.  둥글고 각진 커다란 바위가 쌓여 있는 이런 곳을 ‘너덜겅’이라 한다. 학술명은 암괴류이고 쉬운 말로 돌강, 그러니까 돌이 흐르는 강이다. 둥글거나 각진 암석 덩어리가 산 경사면이나 골짜기에 아주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쌓인 것을 말한다. 이곳 돌강은 산꼭대기에서 흘러 내려와 바다를 만난다. 돌에 앉아 귀 기울이니 찰랑찰랑 파도 소리가 들린다.

돌강 주변으로 동백나무가 가득하다. 잎이 두껍고 윤기가 어찌나 가득한지, 검은빛이 돌 정도다. 붉은 동백꽃도 농염하게 피었다. 동백꽃은 나뭇가지에서도, 뚝뚝 떨어진 길에서도 빛난다. 동박새 울고, 파도 소리 들리는 숲길에서는 시간 감각이 사라진다. 마치 딴 세상에 와 있는 듯하다. 최대한 천천히 걸었지만, 돌강 두어 개를 건넜더니 용출리를 만나고 말았다. 용출 갯돌밭에 앉아 몽돌과 파도가 들려주는 노래를 들으며 걷기를 마무리한다.

정근영 디자이너

 

여행정보=완도 당목항에서 생일도 가는 카페리가 하루 7회 뜬다. 어른 편도 3800원, 자가용 승선료 1만4300원.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당목항 가는 버스는 하루 2회(오전 6시 30분, 오후 12시 10분) 운항한다. 백운산과 생일도 둘레길 코스는 서성항~학서암~백운산~금곡해수욕장~용출리, 거리는 약 12㎞이고 넉넉하게 5시간 걸린다. 차를 가져간다면 학서암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숙소는 골든밸리리조트, 어영차바다야펜션 등이 있다. 식당은 생돈가, 생일민박식당을 추천한다. 금곡해수욕장에서 캠핑할 수 있지만, 화장실이 해수욕장 개장 시기에만 연다.

진우석 여행작가

글·사진=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중앙일보 2024년 3월 15일]

 

관련 사이트: 알프스를 걷다 : 네이버 도서 (naver.com)

알프스를 걷다 _ 네이버 도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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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92 호)

 

【 제 책 ‘알프스를 걷다’가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

 

<출판사 책 소개>

 

“아, 알프스!”

숨이 멎을 듯 아름다운 설산과

시간이 멈춘 듯한 소박한 매력의 마을을 찾아

알프스 트레킹을 꿈꾸던 여행 마니아가

인터넷 밴드 모임에서 만난 이들과 여행을 떠났다.

패키지여행은 싫고 자유여행은 두려운

여행자들을 위한, 골라 떠나는

알프스 트레킹 여행 체험기!

장엄하고 눈부신 산, 끝없이 펼쳐진 빙하,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형형색색의 꽃이 핀 푸른 초원 등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고 싶어 하는 ‘배낭 여행객들의 천국’ 알프스! 이 책 ⟪알프스를 걷다⟫는 여행을 좋아하는 여행 마니아이자 이제는 여행 작가를 꿈꾸는 저자 김송호가 지난여름, 알프스에서 보낸 열흘간의 잊을 수 없는 여정을 담백한 수필 형식으로 담아낸 여행서이다. 저자는 트레킹을 더해 더욱 풍성해진 여정에서 알프스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고 이를 관조적(觀照的)인 글과 실감 나는 사진들로 한껏 채웠다. 패키지여행이나 자유여행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소규모 밴드 모임 여행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소개한다.

 

한여름, 알프스에서 보낸

열흘간의 3대 미봉 트레킹 기행(紀行)

 

알프스(Alps)는 프랑스 남동부에서 시작해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 리히텐슈타인,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등지에 걸쳐 높이 솟은 봉우리들이 1,000킬로미터 이상 활 모양으로 이어진 큰 산계(山系)이다. 독일어로는 알펜(Alpen), 프랑스어로는 알프(Alps), 이탈리아어로는 알피(Alpi)라고 하며, 일 년 내내 빙하에 덮여 있는 산봉우리와 맑은 호수, 끝없이 이어진 고갯길 등 비현실적인 자연 풍광으로 흔히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자연 절경’으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알프스가 사람의 마음을 끄는 요소는 경치만이 아니다. 바로 ‘등산 여행객’들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멋진 트레킹(trekking, 도보 여행) 지역과 다양한 트레일(trail, 탐방로) 코스가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모든 트레킹 코스가 개방되는 알프스의 여름은 적당히 쌀쌀한 공기와 따뜻한 햇살로 트레킹을 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때는 산 중턱에 쌓인 눈도 어느 정도 녹아 아이벡스, 마멋, 독수리 같은 야생동물과 형형색색으로 피어나는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고, 3대 미봉인 융프라우(해발 4,158미터), 마터호른(해발 4,478미터), 몽블랑(해발 4,807미터)처럼 3,000미터가 넘는 봉우리들을 좀 더 가까이에서 즐기는 게 가능하다.

이 책 ⟪알프스를 걷다⟫는 고산 트레킹의 최적기인 지난여름(6월 30일~7월 10일), 9박 11일의 일정으로 알프스를 다녀온 저자가 혼자만 간직하기엔 너무 아까운 알프스의 비경과 패키지여행이나 자유여행과는 다른 형태인 소규모 밴드 모임 여행 경험을 소개하고자 펴낸 여행서이다. 역마살 탓에 30여 년간 세계 여러 나라로 출장을 다니고, 출장지에서도 틈새 여행을 즐겼다는 여행 마니아이자 이제는 여행 작가를 꿈꾸는 저자가 본 알프스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트레킹과 함께 알프스의 도시와 마을까지

유익한 여행 정보와 풍성한 볼거리 제공

 

⟪알프스를 걷다⟫는 저자의 2023년 알프스 3대 미봉 여행뿐 아니라 2022년의 융프라우 여행 중에서 알프스 3대 미봉 여행에 포함되지 않은 일정까지 다루고 있다. 좀 더 긴 알프스 여행을 계획하고 있거나, 일부 일정을 빼고 다른 일정을 넣고 싶을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저자의 배려인 셈이다.

저자는 먼저 ‘알프스 3대 미봉 여행’ 편에서 융프라우, 마터호른, 몽블랑 등 3대 미봉의 거점 도시인 인터라켄, 체르마트, 샤모니에서 각각 3박, 2박, 4박을 하며 보냈던 열흘간의 일정을 일자별로 꼼꼼히 정리했다. 오전에는 기차와 렌터카, 케이블카 따위를 이용해 다니면서도 오후에는 도착지에서 몇 시간씩 트레킹을 하는 일정이었는데, 높은 산을 가로지르며 멋진 빙하를 감상하고 푸른 호수를 지나 고요한 계곡과 야생화가 만발한 풀밭을 거니는 모습의 사진들을 보다 보면 마치 저자와 함께 알프스 산길을 걷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특히 아이거 봉우리 북벽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아이거 트레일, 제주 올레길과 자매 길이라는 수네가 5개 호수 둘레길을 걷는 수네가 호수 트레일, 발므 고갯길을 따라 몽블랑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호수를 감상하는 콜드발므 트레킹, 몽블랑을 가운데 두고 약 170킬로미터에 이르는 유명한 트레킹 코스인 투르드몽블랑(Tour du Mont Blanc, TMB) 트레킹을 할 때는 인생을 관조하는 듯한 어투로 기쁨과 행복감을 표현하면서도, 리더를 비롯해 숙소나 차량과 관련한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밴드 모임 여행이 지닌 한계와 아쉬운 점 따위를 가감 없이 토로한다.

‘알프스 여행 더하기’편에서는 밴드 모임 여행에 추가하면 좋을 도시로 루체른과 실트호른을 추천하고 가는 방법, 도시 명소 등을 소개했다. 여행하는 데 도움이 될 꿀팁, 즉 여행 일정 동안 렌터카로 다니는 게 좋을지, 기차를 타는 게 좋을지 또 기차를 타면 스위스 패스가 좋을지 유로 패스가 좋을지 등을 자신의 경험을 살려 친절하게 안내한다.

 

내 취향과 여건에 맞춰 떠나는

소규모 밴드 모임 여행 소개

 

저자가 다녀온, 트레킹을 더한 알프스 3대 미봉 여행은 인터넷 밴드 모임을 통해 이루어졌다. 체력적인 부분을 고려했을 때 가벼운 트레킹을 겸한 일정이 저자의 여건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소규모 밴드 모임 여행은 여행지역을 잘 아는 리더가 모든 여행 계획을 주도한다는 점에서는 여행사의 패키지여행과 비슷하지만, 밴드 구성원들의 취향을 고려한 맞춤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사실 이제까지 알프스 여행은 패키지여행이나 개인 또는 부부 중심의 자유여행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인원이 모이는 패키지여행으로는 트레킹 등을 원하는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또 자유여행을 가고자 정보를 취합할 때 자동차와 기차를 이용하는 여행이나 TMB 트레킹 등은 일반 여행자들이 실행하기 힘든 정보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신의 역량에 맞춘, 예를 들어 가벼운 트레킹도 하고 알프스의 풍광도 즐길 수 있는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일생에 단 한 번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면, 어디를 추천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알프스”라 답하는 저자를 따라 책 속으로 아주 특별한 알프스 여행을 떠나보자.

 

관련 사이트: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7838897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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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벚꽃

2024. 4. 17. 06:58 | Posted by 행복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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