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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게 병이다

2024. 4. 11. 07: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91 호)

 

【 아는 게 병이다 】

 

요즘 들어 ‘아는 게 힘이다.’가 아니라 ‘아는 게 병이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고 있습니다.

물론 어떤 사실을 확실히 알면 힘이 될 텐데, 어설프게 알아서 힘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숲 해설가 과정을 듣고 있는데, 나무와 동물들에 대해서 어설프게 알아가기 시작하다보니 숲길을 걷는 게 스트레스가 될 때가 있습니다.

 

숲 해설가 과정을 듣고 있지 않았을 때에는 숲길을 걸으면서도 ‘나무가 있는가보다, 동물이 있는가보다’ 하면서 무심코 지나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숲 해설가 과정을 들으면서 나무와 동물에 대해서 조금 알아가게 되니 궁금증이 생기는데 잘 몰라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나무라고 해봐야 아직은 소나무, 느티나무,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정도를 아는 정도고, 모르는 나무가 더 많으니 어찌 스트레스를 받지 않겠습니까.

 

하긴 새로 외우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에 접어들었는데, 나무와 동물에 대해서 많이 모르는 게 너무 당연한 일이기 합니다.

이미 알고 있던 것들도 떠올리려고 하면 가물가물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있으니 어찌 아니 그러겠습니까.

나무나 동물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이름도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이쯤이야 당연한 일이라고 위안을 해야 할까요?

 

숲 해설가가 되기 위해 200시간 정도 배운다고는 하지만, 나무 등 각 분야에 대해서는 고작 10시간 남짓 배우고서 다 알려고 생각하는 자체가 과욕이겠죠.

이처럼 스트레스는 받고 있지만, 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나무와 새 등 동물들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그 자체가 소득이라면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배우는 속도보다 잊어버리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해도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니 그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숲 해설가 과정을 배우기 시작한지 이제 3개월이 지나서 교과 과정은 끝난 상태입니다.

지금부터는 실제 현장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 선배 숲 해설가들의 해설을 들으면서 배우는 실습 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해설을 하는 현장이 숲이라 도시보다는 자연휴양림 등 외곽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서 찾아가기가 힘든 문제는 있지만, 상쾌한 숲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낼 생각을 하니 기분이 절로 좋아집니다.

 

나무와 동물 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어떻게 숲 해설가로서 활동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긴 합니다.

하지만 숲 해설이 단순히 나무와 숲속 동물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 숲의 소중함 등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무와 숲속 동물에 대한 지식이야 이제부터 부지런히 배워나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스스로에게 격려를 하고 있습니다.

 

나무와 숲속 동물에 대해 모르는 게 스트레스이긴 하지만, 그에 대해 알아갈 필요성이 생긴 것만으로도 제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감수를 해야 하고, 그 스트레스가 발전을 위한 스트레스라면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요.

숲 해설가 수업에서 강의를 했던 선배 숲 해설가들도 10년 이상 경력을 갖고 있는 걸로 봐서는 세월이 약이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이제 현장에서의 실습 참관 과정이 끝나고 나면 이론 시험과 실제 시연을 통해 숲 해설가 자격증 취득 여부가 결정될 것입니다.

함께 공부를 하고 있는 동료들이 40명인데,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면 어떻게 할지 의견이 분분합니다.

숲 해설가의 수요가 가장 많은 분야가 유아 숲 해설이라서 ‘유아숲 지도사’ 자격증을 준비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저는 사실 숲 해설 자체를 원하는 게 아니라 귀촌해서 지리산의 자연환경을 활용하려고 할 때 도움이 될까 해서 숲 해설가 과정을 듣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유아숲지도사’ 자격증이 아니라 내년에 ‘숲길 등산지도사’ 자격증 공부를 더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지리산 둘레길이나 지리산 등반 등에는 숲길 등산지도사 자격증이 더 유용할거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일주일에 3일, 매일 6시간 동안 공부를 하면서 공부가 이렇게 힘들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그래도 무언가를 배우고, 같은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이 제게는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열심히 배우면서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실천하는 계기가 된 것만으로도 이번 숲 해설가 과정 공부는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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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 호수 벚꽃

2024. 4. 10.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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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4. 9. 07: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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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미국 한 달 여행

2024. 4. 8. 07: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

김춘석, “미국 한 달 여행,” 스타북스, 2022년

 

이 책 <미국 한 달 여행>은 저자가 친구 네 명과 함께 렌터카를 빌려서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 31박 32일 동안 횡단 여행을 한 기록물이다. 여행한 곳들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국립공원들과 관광지를 망라하고 있다. 패키지여행이 아니라 직접 숙박할 곳과 방문할 여행지를 선정하고 예약하는 등 여행 계획을 세웠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여행을 하면서 일행들과 갈등이 조금 있긴 했지만, 별 탈 없이 여행을 마칠 수 있었던 이유는 평소 친한 관계라 조금씩 양보했고, 여행 계획을 철저히 세웠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만약 언젠가 미국으로 장기 여행을 하게 되면 참고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지금은 미국 여행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지만 이 책에 수록된 사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 기분을 느꼈다. 그랜드캐니언과 나이아가라 폭포 등은 나도 직접 가봤었지만, 안 가본 곳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또 언젠가 한 번 가봐야겠다고 다짐을 하는 계기도 되었다. 문제는 미국에 이처럼 긴 기간 동안 비싼 비용을 내고 함께 여행할 친구들이 있을지 걱정이 되긴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의 저자가긴 여행을 함께 할 친구가 네 명이나 있었다는 사실에 부러움을 느꼈다. 비록 이 책이 여행 에세이가 아니라 기행문 같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감동을 느낀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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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번째 생일을 맞은 세계 최고령자 마리아 브란야스 모레라 / 사진=마리아 X(옛 트위터) 캡처
세계 최고령자로 기록된 여성이 지난 4일(현지시간) 117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기네스 월드 레코드(기네스북)는 이날 세계 최고령자 마리아 브란야스 모레라가 117번째 생일을 맞이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118세의 프랑스 출신 루실 랜던이 사망하면서 지난해 1월 지구상에서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 됐습니다.

1907년 3월 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그는 8살 때 가족과 함께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에 정착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이 지역에 살았고, 23년째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요양원 원장인 에바 카레라 보이스는 "마리아는 많은 사람이 그의 생일과 건강 상태에 대해 보여준 관심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며 "그가 가족, 동료들과 함께 이 특별한 날을 축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마리아는 어린 시절부터 앓았던 청각 장애와 노화로 인해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것 이외에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마리아의 젊은 시절 / 사진=마리아 X(옛 트위터) 캡처
마리아는 장수 비결로 운과 유전적 특성을 꼽았습니다. 그 외에도 질서, 평온함, 가족 및 친구와의 좋은 관계, 자연과의 접촉, 정서적 안정, 걱정·후회 없음, 긍정적인 마음, 유해한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것 등을 들었습니다.

마리아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던 과학자 마넬에스텔러는 스페인 매체 ABC에 "그는 4살 때 사건을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고, 노인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심혈관 질환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족 중 90세가 넘은 사람이 여럿 있기 때문에 유전적 요인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연구자들은 마리아의 타액, 혈액, 소변 샘플을 채취해 80세 딸의 샘플과 비교할 예정입니다. 마리아의 유전자를 평가해 노화와 관련된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 개발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세계 최고령 마리아 브란야스 모레라 할머니의 X 계정 / 사진=마리아 X(옛 트위터) 캡처
마리아는 딸의 도움을 받아 SNS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X(옛 트위터) 프로필에는 "나는 늙었다. 아주 늙었지만, 바보는 아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생일인 이날 그는 "좋은 아침이다. 오늘로 나는 117세가 되었다. 나는 여기까지 왔다. 노년은 일종의 성찬이다. 청력을 잃더라도 더 많이 듣게 된다. 왜냐하면 소음이 아니라 삶을 듣기 때문이다. 죽음에 비추어 삶은 구체적이고 보다 결정적인 무게를 짊어진다"고 했습니다.

한편 마리아는 역대 12번째 나이가 많은 사람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 확인된 세계 최고령자는 프랑스 여성 잔 칼망으로, 그는 122세 164일에 생을 마감했습니다.

윤도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olooppy@naver.com

 

[MBN 2024년 3월 6일]

사극 속 그림 같은 건축물

그윽한 풍경의 안동 만휴정. ‘미스터 션샤인’ ‘세작, 매혹된 자들’의 무대다. [중앙포토]

 

야구는 투수놀음, 시대극은 미술놀음이다. 한복과 장신구 같은 소품, 아름다운 궁궐과 기와집 같은 미장센이 극의 리얼리티도 살리고,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최근 안방극장을 주름잡는 퓨전 사극 ‘세작, 매혹된 자들(tvN)’ ‘밤에 피는 꽃(MBC)’은 단아한 풍경의 고택이 두루 등장해 극의 기품을 한층 높여준다.

가상의 조선 임금 이인(조정석)과 세작(첩자) 강희수(신세경)의 운명적 사랑을 그리는 ‘세작, 매혹된 자들’에는 이름난 고택이 자주 보인다. 이를테면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난 장소는 경북 경주의 옥산서원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서원 9곳 중 한 곳으로, 1572년 건립됐다. 서원 옆에 세심대(洗心臺)라 불리는 너럭바위가 있는데, 이곳에서 희수가 바둑을 두는 장면을 연출했다. 영의정 강항순(손현주)과 그의 딸 희수가 머물던 가옥은 경남 함안의 일두고택으로 1570년대 중건했다고 전해진다.

 

희수가 복수를 다짐하며 3년간 은거하는 장소는 경북 안동의 만휴정이다. 계곡 안쪽에 숨어 있는 이 그림 같은 정자는 낯설지 않다. ‘미스터 션샤인(tvN)’에 등장한 뒤 전국구 명소로 뜬 그곳이다. 요즘도 주말이면 정자와 외나무다리, 계곡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담아가는 젊은 연인을 여럿 볼 수 있다.

MBC ‘밤에 피는 꽃’도 있다. 밤만 되면 담을 넘어 의적 활동을 하는 15년 차 수절 과부 여화(이하늬)의 활약상을 그린 코믹 시대극인데, 경북 청송 덕천마을의 송소고택이 주 무대로 활용됐다. 여화의 거처로 나오는 기품 넘치는 가옥이 이곳이다. 조선 후기에 세워진 이 건축은 ‘99칸짜리 부잣집’으로 통할 만큼 규모가 장대하다. 후손이 대를 이어 관리하는 일두고택과 송소고택은 이른바 고택 체험도 가능하다. 관람은 물론이고 숙박도 할 수 있다.

 

 

‘고려 거란 전쟁(KBS2)’은 전쟁을 전면에 둔 사극답게 우아한 고택보다 산천과 들녘 풍경이 더 많이 보인다. 고려군 진영과 성내 마을, 시장 장면은 경북 문경의 가은오픈세트장(에코월드)에서 주로 촬영했다. 고구려궁과 안시성·요동성 등이 재현돼 있어 후삼국과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단골로 등장한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중앙일보 2024년 2월 16일]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90 호)

 

【 제 책 <알프스를 걷다>가 곧 출간될 예정입니다 】

 

알프스를걷다_표지(펼침)_0329.pdf
8.73MB

 

제가 작년(2023년) 7월에 다녀온 알프스 3대 미봉 트레킹 여행이 <알프스를 걷다>는 제목으로 4월 중 책으로 출간될 예정입니다. 올 여름이나 다음에 알프스를 가고자 하는 분들이나, 알프스를 가지 못하지만 알프스가 궁금한 분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체 내용은 책으로 출간되면 보시길 권해 드리고, 책 내용을 개략적으로 소개한 ‘들어가는 글’의 일부를 여기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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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단 한 번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를 추천하고 싶은가?’

몇 년 전 내가 주위 사람들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장가계를 추천해서 장가계 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패키지로 다녀온 장가계 여행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아바타> 영화에서 나온다는 신비한 바위 모양을 비롯한 자연 풍광은 과연 일생에 한 번 꼭 봐야할 정도로 빼어났기 때문에 장가계를 추천한 사람들의 판단에 수긍이 가는 측면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수많은 관광객들 속을 비집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어려움, 지저분한 화장실과 숙소 등은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이런 좋지 않은 여건쯤이야 중국의 현지 시장이 그러니 어쩌겠느냐고 넘어갈 수 있다고 치자. 장가계 여행을 하는 동안 현지 가이드는 틈만 나면 쇼핑하라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고, 선택 관광을 위협조로 강요하고, 가이드와 운전사 팁을 달라고 대놓고 요구했다. 나는 패키지여행을 하는 동안 겪은 부당한(?) 처우를 앞으로 더 이상 겪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다시는 패키지여행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가격으로만 경쟁하는 패키지여행의 속성상 저가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정당한 비용 보전을 받지 못하는 현지 여행사가 살아남기 위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이해는 하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패키지여행을 다시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은 결코 아니다.

 

그 이후 장가계 패키지여행 때 겪었던 여러 불편함을 겪지 않아도 되는 골프 패키지여행은 중국과 일본으로 몇 번 다녀오긴 했다. 하지만 일반 패키지여행은 갈 기회도 없었고, 설사 기회가 생기더라도 가고 싶지 않아서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자유여행을 하려고 노력한 것도 아니었다. 직장을 다닌다는 핑계로 자유여행을 하기엔 마음의 여유도 없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그보다는 자유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려는 적극적인 마음과 용기가 부족했던 게 나의 가장 큰 문제였던 것 같다. 물론 일부러 자유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직장을 다니면서 업무 차 나갔던 해외출장 중 자연스럽게 근처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다. 이로 인해 해외여행에 대한 욕구가 어느 정도 해소되었던 것도 내가 자유여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은 또 한 가지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해외출장 틈새에 가볍게 즐겼던 해외출장 틈새 여행은 예외로 하더라도, 자유여행과 패키지여행이라는 두 가지 해외여행 형태만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2023년 6월 30일부터 7월 10일까지 9박 11일 일정으로 다녀온 알프스 3대 미봉 여행은 여행의 새로운 면모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이번 알프스 3대 미봉 여행과 가장 유사한 여행으로 코로나 직전에 계획했던 네팔의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안나푸르나 트레킹에 함께 가기로 했던 친구 중의 한 명이 사정이 생겨서 다음 해 봄으로 연기했는데,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결국 실행되지 못하고 말았다. 그런 아쉬움을 안고 있던 참에 이번 알프스 3대 미봉 트레킹 소식을 듣고 바로 가기로 한 것이었다. 이번에도 또 다시 미루면 트레킹 하는 해외여행은 더 이상 갈 수 없으리라는 절박함 때문에 바로 결정을 한 것이었다. 이번 여행은 일반 패키지여행이 아니라, 밴드를 통해 지원한 소수의 인원이 참여하는 맞춤 여행이라 더욱 더 알찬 여행이 되었다. 알프스의 아름다운 경치를 기차를 타고 전망대에 가서 보고, 케이블카를 타고 가면서 공중에서 내려다보고, 트레킹을 하면서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이번 여행이 더욱더 가슴에 와 닿게 되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결론적으로 2023년 6월 30일부터 7월 10일까지 9박 11일 일정으로 다녀온 알프스 3대 미봉 여행은 내게 아주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아니 앞으로 다른 어떤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이번 알프스 3대 미봉 여행과 비교가 되면서 다른 여행들이 시시하게 느껴질까 봐 걱정이 될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망설이지 않고 이번 여행을 가기로 결정한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업무 출장으로 프랑스, 영국, 독일, 핀란드 등 유럽 여러 나라들을 다닌 경험이 있었고, 최근에는 스위스 업무 출장을 간 김에 인터라켄에 가서 알프스의 풍경을 약간 맛보긴 했었다. 하지만 이처럼 오롯이 여행만을 위해 10일간의 시간을 내서, 알프스의 멋진 풍경을 보면서, 그것도 트레킹을 겸한 여행을 했다는 사실이 꿈만 같다.

 

이번 알프스 3대 미봉 여행은 아름다운 알프스의 모습, 그것도 핵심적인 부분들을 추려서 본다는 그 자체로도 내게는 의미가 있었지만, 밴드 모임 여행이라는 새로운 여행 형태를 접한 것이 더 큰 의미를 주었다. 나는 이제까지 여행 형태를 패키지여행과 자유 여행으로만 구분했었다. 물론 등산모임에서 주선했던 백두산 여행이 선택 관광과 쇼핑이 없는 형태로 진행되기는 했지만, 내면적으로 그 여행은 어차피 여행사에 의뢰한 패키지여행이었다. 선택 관광과 쇼핑이 없는 대신에 여행사에 비용을 좀 더 지불하기로 한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내가 다녔던 국내 여행과 출장 중 틈새 여행은 내가 일정을 짜고 실행한 자유 여행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의 밴드 모임 여행은 여행지역에 대해 잘 아는 리더가 모든 여행 계획을 주도한다는 점에서는 여행사의 패키지여행과 유사하지만, 밴드의 구성원들의 취향에 맞춘 맞춤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쇼핑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물론 패키지여행과 유사하게 선택 여행 일정이 들어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여행지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갖고 있는 전문적인 리더가 이끄는 밴드 모임 여행은 자유여행에 비해 시행착오가 적다는 장점이 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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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해설가-수생 생물(청계산)

2024. 4. 3. 07:03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숲 해설가-들꽃 탐색(서울숲)

2024. 4. 2. 06:59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책 소개-공정하다는 착각

2024. 4. 1. 06:59 | Posted by 행복 기술자

마이클 샌델(함규진), “공정하다는 착각,” 미래엔, 2020년

 

이 책 <공정하다는 착각>은 <정의란 무엇인가>로 우리에게 ‘정의’에 대한 열풍을 일으켰던 하바드대 교수인 마이클 샌델의 저작이다. 이 책에서 마이클 샌델은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력에 따른 보상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로 여겨지지만, 저자는 그러한 능력주의가 여러 가지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개인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능력이 사실은 개인의 능력에 사회적 기여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니 개인이 능력을 발휘해서 어떤 성취를 이룩하고 나서 그 능력 발휘의 대가로 받는 보상 중 일부는 사회에 반환하는 게 맞는다는 것이다. 이 책은 주로 미국의 경우를 들어서 비판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에도 예외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능력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한 가지는 승자에게는 오만을, 패자에게는 굴욕을 안겨 준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분열이 생기게 된다. 최근 한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가진 자들의 자녀에 대한 과도한 투자(?)가 바로 이런 부작용 중의 하나다.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위장 전입을 하고, 고액 과외를 받게 한다든가, 가짜 논문을 게재하고 하고, 경력을 위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도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기부 입학제를 활용한다든가, 불법 입학 브로커를 활용하다가 적발되기까지 했다. 능력에 따라 공평한 기회가 보장돼야 할 대학마저 불법으로 얼룩지고 있는 게 현실인 셈이다.

이 책에서는 “부유하고 유력한 사람들은 이 (능력주의) 시스템을 이용해 자신들의 특권을 영구화하고 전문적인 계급은 자신들의 유리함을 자녀들에게 물려줄 방법을 찾아낸다. 그리하여 능력주의를 세습귀족제로 탈바꿈시킨다. 대학들은 능력에 따라 학생을 선발한다고 하면서 부자와 인맥 좋은 사람들의 자녀들을 유리하게 만들어준다.”, “능력주의의 이상은 불평등을 치유하려 하지 않는다. 불평등을 정당화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현재 겪고 있는 정치 불신과 빈부 격차 문제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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