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행복 기술자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이미지크게보기
다채로운 형상의 대형 눈 조각을 볼 수 있는 태백 겨울축제. [연합뉴스]

조용히 새해가 밝았다.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때문에 해돋이 축제 대부분이 취소됐다. 그러나 1~2월 준비 중인 축제 대부분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애도의 마음은 품되 일상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기후 변화 탓에 겨울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눈썰매 타고 얼음조각 구경하고 밤도 구워 먹는 축제가 있어서 다행이다. 겨울의 낭만을 누릴 수 있는 축제 5개를 소개한다.

얼음 조각 보고 알몸 달리기까지
얼음낚시·눈썰매 같은 겨울 놀이를 내세운 축제는 보통 1월 중순께 시작한다. 분주한 연말연시를 보내고 추위가 길게 이어지는 한겨울이 제격이어서다. 일찌감치 막을 올린 축제도 있다. 경기도 ‘포천 백운계곡 동장군축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21일 시작한 이 축제는 2월 2일까지 이어진다.

축제가 열리는 백운계곡은 경기도 포천에 속하지만, 인접한 강원도 철원과 화천 못지않게 춥다. 동장군축제에서는 얼음 조각과 얼음 기둥을 감상하고 눈썰매, 송어 잡기 등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 가까운 데다 축제장 주변에 캠핑장·글램핑장이 많아 아이가 있는 가족여행객에게 인기다.


철원 한탄강 얼음트레킹 축제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한탄강 얼음 위를 걸으며 주상절리를 감상한다. [사진 각 지자체]

강원도 철원에서는 이달 11~19일 ‘한탄강 얼음 트레킹 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이 축제는 꽁꽁 언 한탄강을 걸으며 주상절리를 감상하는 게 하이라이트다. 한데 변수가 생겼다. 올겨울 기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아 축제 때까지 얼음이 두껍게 얼지 않을 수도 있다.

철원군 관계자는 “얼음 트레킹을 못하게 되면 물 위에 떠 있는 부교를 걷는 ‘물윗길’ 체험으로 대체한다”고 말했다. 이색 체험을 못 하는 건 아쉽지만, 강 한복판을 걸으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을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승일교와 은하수교에서 진행되는 야외 공연도 놓치기 아깝다. 달리기를 좋아한다면 18일 행사를 주목하자. 남성은 상의를 벗고, 여성은 민소매 차림으로 6.32㎞를 달리는 똥바람알통구보대회가 열린다.

태백산 눈꽃 산행 도전해볼까 
1월 말에는 강원도 평창과 태백에서 눈을 만끽하는 축제가 개최된다. 1월 24일부터 2월 2일까지 이어지는 ‘대관령 눈꽃축제’에서는 눈썰매 외에도 딱지치기·제기차기 등 전통놀이와 컬링, 크로스컨트리 스키 등 다양한 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다. 2월 1일에는 알몸 마라톤 대회도 열린다. 5㎞, 10㎞ 코스 중 선택할 수 있다.


평창 대관령 눈꽃축제에서는 알몸 마라톤대회도 진행한다. [뉴스1]

2월 7~16일 태백산국립공원과 황지연못 일원에서는 ‘태백 겨울축제’가 열린다. 1994년 시작해 30년을 이어온 태백산 눈축제가 올해 이름을 바꿨다. 해마다 강설량이 줄고 기온이 높아져 눈을 내세우기가 머쓱해진 까닭이다.


인증샷 명소로 소문난 칠갑산 얼음분수축제. 최승표 기자

그래도 겨울의 낭만을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다. 여느 축제와 달리 바이애슬론·하키 같은 겨울스포츠도 체험할 수 있다. 태백산 눈꽃 등반대회도 진행한다. 정상에서 촬영한 인증사진을 SNS에 올리면 선물도 준다. 웹투어·지구투어 등 여행사가 축제 연계 여행상품도 판매 중이다.


동장군축제에서 맛볼 수 있는 군밤. 최승표 기자

충청도에서도 눈과 얼음을 즐기는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충남 청양 칠갑산 자락 알프스마을에서 지난 1일 시작한 ‘얼음분수축제’가 2월 16일까지 이어진다. 눈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뿐 아니라 거대한 얼음 분수 앞에서 인증샷을 찍으려는 MZ세대에게도 인기가 많은 축제다. 밤 굽기, 깡통 열차 체험은 중장년층도 좋아한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 2025년 1월 3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4762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34 호)

 

당신의 행복은 40대에 결정된다

 

“지금 행복하세요?”

“지금 행복한 정도를 0에서 10까지 숫자로 표현한다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세요?”

 

길거리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서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아마도 굉장히 당황하면서 바로 줄행랑을 치거나, 굉장히 곤혹스러워하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고민에 빠질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정답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올 수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나이에 따라 그 대답이 뚜렷한 경향을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10대나 20대라면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으면서 이미 그들이 충분히 행복하다는 것을 숫자 대신 표현할 것이다. 30대와 40대라면 대부분 ‘나는 아직 내가 행복한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상당히 곤혹스런 표정을 지을 것이다. 그러면서 아마도 속으로 ‘나는 아직 행복을 생각할 정도로 한가하지 않아요.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전력을 다해 살고 있는 중이에요.’라고 중얼거릴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점은 그들의 표정이 10대나 20대만큼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50대와 60대라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엇갈릴 것이다. 소수의 사람들은 “그럼 행복하지. 행복도 10이야 10.”이라면서 너털웃음을 터트릴 것이다. 마치 자신의 행복한 심정을 표현할 기회를 줘서 고맙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50대와 60대는 ‘내 표정을 보면 모르겠어.’ 라는 침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30대와 40대와 큰 차이가 없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이 아닌 다른 나라들, 특히 서구의 50대와 60대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그들은 ‘그럼 행복하지. 행복하고말고.’라는 말을 하면서 왜 물어보나마나한 질문을 던지느냐고 의아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행복도 조사를 해보면 전 세계 공통적으로 4, 50대에 행복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 이유는 4, 50대까지 쌓아온 외적 성취가 행복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더 나아가 행복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4, 50대를 지나면 오히려 행복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반해, 유독 한국의 경우에는 4, 50대를 지나도 여전히 행복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할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40대에 삶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이루는데 반해, 한국에서는 40대가 넘어서도 삶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거부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물론 행복도가 최저점을 찍는 나이 대는 50대다. 하지만 여기서 50대보다 40대를 강조하는 이유는 최저점에 이르기 전인 40대부터 준비를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준비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40대부터 제대로 준비를 시작해야 50대부터 행복도 곡선을 우상향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

이미 발송되었던 뉴스레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개인 블로그 http://happyengineer.tistory.com/의 <주간 뉴스레터> 목록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다시 몽골에 오다

2025. 2. 12. 22:23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세상 돌아 보기 > 몽골 인도네시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몽골-자이승 기념탑  (0) 2025.03.05
몽골 복트칸 궁전  (0) 2025.03.04
몽골 공항 풍경  (0) 2025.01.08
몽골 북부 구리 광산 탐방  (0) 2025.01.07
몽골의 새해 맞이 행사 준비  (0) 2024.12.31

석촌동 백제고분 겨울 풍경

2025. 2. 11. 06:58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책 소개-아픈 몸을 살다

2025. 2. 10.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아서 프랭크(메이), “아픈 몸을 살다,” 봄날의책, 2017년

 

이 책 <아픈 몸을 살다>는 저자인 아서 프랭크가 심장병과 암을 앓게 되면서 느낀 바를 서술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강하게 지내다가 갑자가 심장병으로 쓰러졌고, 심장병에서 회복될 때 쯤 느낀 통증을 검사하다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경우 이처럼 어떤 병을 앓게 되고, 그에 대한 치료 과정을 책으로 내는 경우에는 질병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데, 이 책 <아픈 몸을 살다>는 질병 자체보다는 질병을 앓으면서 느낀 점들을 털어놓는 에세이와 가깝다고 보여 진다. 그러니까 질병 자체에 대한 정보나 어떻게 치료를 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아니라, 질병의 진단부터 치료에 이르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자신의 심경과 주위와의 관계, 특히 의료진과의 관계에 대해 느꼈던 점을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사가 진단을 하면서 환자를 인간으로서 대하는 게 아니라, 의료 대상으로 대한다는 표현을 했다. “환자가 의학의 식민지가 되고 자기 드라마에서 관객이 되면서 아픈 사람은 자신을 잃는다. 몸의 느낌보다도 검사 결과에 따라서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것이 그 시작일 수 있다.” 여기서 환자를 의학의 식민지로 표현하는 것이 충격적이다. 의사들은 질병에 관심을 갖지만, 환자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어쩌면 그게 효율적인 현대 의학의 한 단면일 수도 있지만, 환자가 됐다고 해서 더 이상 인간 취급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을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절망의 나락에 빠졌을 때조차 그런 심경을 글로 써내려간 저자에게 존경의 마음이 절로 들었다.

 

암을 치료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내가 건강하다는 사실에 대해 감사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더 하게 되었다. 암에 걸려 죽게 될 수 있다는 공포심도 공포심이려니와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하는 치료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치료 과정에서 겪게 되는 주위 사람들에 대한 피해와 일상의 파괴는 생각만 해도 끔찍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암을 치료하기 위한 화학요법을 받으면서 겪은 저자의 고통은 그야 말로 끔찍 그 자체였다. 치료 과정에서 또 암으로부터 생긴 통증을 견뎌야 하는 과정에 대한 묘사도 끔찍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고통을 겪지 않고 현재의 건강한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기를 비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초가공식품 많이 먹었더니, 몸 서서히 망가져
늘 과식하고 가공식품 위주의 간식까지 즐기면 지방간, 고지혈증 위험이 증가한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40세만 넘어도 노화가 시작된 것을 느낀다. 전체 암 환자의 50% 정도가 50~60대다. 이 시기를 잘 보내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질병으로 누워 지내는 기간이 길면 장수의 의미가 사라진다. 중년이라도 늦지 않다. 몸에 좋은 음식을 골라서 먹고 건강하지 못한 음식은 절제해야 한다. 나이 들면 조심해야 할 음식들에 대해 알아보자.

초가공식품 많이 먹었더니... 몸 서서히 망가진다

최근 영양-건강 분야 국제학술지(Nutrients)에 초가공식품을 너무 많이 먹으면 혈당 조절이 원활하지 못하여 핏속에 인슐린이 지나치게 증가하는 '인슐린 저항성' 위험이 2.44배 높다는 논문이 실렸다. 특히 간에 지방이 10% 이상인 중증의 지방간 위험은 4.19배 높았다. 또한 국제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 중년들이 초가공식품을 자주 먹으면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뇌 질환 발병 위험이 커진다는 논문이 실렸다. 초가공식품은 음료, 즉석식품,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식품, 스낵류 등이다. 공장에서 만들 때 당, 가공지방, 염분을 많이 넣고 비타민, 섬유소 등 영양소는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이 들면 몸속이 더 빨리 늙는다... 보존제, 합성 물질은 ''

노화는 피부가 아니라 몸속에서 더 빠르다. 소화액이 줄고 위, 장 점막이 늙는다. 이런 몸속에 초가공식품이 들어가면 가뜩이나 노화가 진행된 몸에 독이나 다름 없다. 식품의 보존성, 맛, 편의성을 위해 합성 물질을 넣기 때문에 점막, 세포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야식으로 가공식품을 먹으면 더 나쁘다. 나이 들수록 공장에서 만든 가공식품-초가공식품은 절제가 필요하다. 대신에 채소, 과일, 콩류 등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더 먹는 게 좋다.

콜레스테롤 흡수 억제하고, 혈당 조절에 기여하는 성분은?

과일, 채소, 해조류, 콩류, 버섯 등은 건강에 좋은 자연 식품이다. 장 속에서 소화, 흡수, 분해가 되지 않는 식이섬유와 비소화 올리고당이 핵심이다. 장속의 세균을 이롭게 하고 장의 활동에 도움을 준다. 중성지방-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하고 혈당 조절에도 기여한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성인 남자는 하루 30g, 여자는 20g의 식이섬유 섭취를 권하고 있다. 그러나 과일과 채소를 가공한 음료에는 식이섬유가 거의 없다. 탄산음료에도 식이섬유가 없다.

운동, 신체 활동 꾸준히 했더니... 몸속 콜레스테롤 수치가 달라졌다

운동이 건강에 좋은 이유는 몸속 콜레스테롤 조절을 돕기 때문이다. 몸을 자주 움직이면 총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심장-뇌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는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특히 여성은 갱년기에 호르몬 변화가 크기 때문에 음식을 골라서 먹고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오후 배고픔을 느낄 때 초가공식품을 찾기 보다는 견과류 등 자연 식품을 먹는 게 좋다.

김용 ecok@kormedi.com

 

[코메디닷컴 2024년 12월 4일]

진우석의 Wild Korea 〈21〉 평창 백덕산 눈꽃 산행

강원도 평창군과 영월군에 걸쳐 있는 백덕산(1350m)은 한적하게 눈꽃 트레킹을 즐기기 좋은 산이다.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인데도 아는 이가 많지 않다. 산은 정상부만 조망이 열린다. 치악산, 가리왕산 등 명산이 첩첩 산그리메를 그린다.

폭설 내린 다음 날 새벽. 강원도 평창의 백덕산(白德山·1350m)에 올랐다. 동쪽 하늘에 걸린 붉은 띠를 뚫고 불끈 해가 떠올랐다. 추위에 떨다가 따뜻한 볕이 얼굴에 비칠 때 ‘괜찮아, 괜찮아. 새해에는 모든 게 잘될 거야’라고 중얼거렸다. 새해에는 높은 산에 올라 새 희망을 품어보자.

동심 자극하는 투명한 눈 결정


새벽에 운교리 먹골로 들어서서 능선을 걷다가 만난 일출. 눈 덮인 산은 옅은 화장을 한 듯 고운 빛을 띤다.

지난 연말 한파주의보가 내렸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영서 지방에 많은 눈이 퍼붓고 다음 날 쨍하게 맑단다. 눈꽃 산행을 하기에 완벽한 날씨다. 백덕산과 태기산(1258m)을 놓고 저울질하다가 백덕산을 선택했다. 태기산은 정상까지 임도가 놓여 초보자 코스로 제격이다. 평창과 영월에 걸친 백덕산은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인데도 찾는 이가 드물다. 백덕(白德)이란 이름처럼 설경이 아름답고, 1350m 높이에서 바라보는 강원 내륙 산간지역의 조망이 탁월하다.


다음날 새벽, 평창으로 가는 도로는 말끔하게 제설됐다. 밤새 눈을 치운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살살 차를 몰았다. 문재쉼터 입구의 등산로는 눈으로 덮였다. 할 수 없이 운교리 먹골을 들머리로 삼았다. 큰 주차장은 차 대신 눈으로 가득했다.

딸깍. 헤드 랜턴을 켜자 쌓인 눈에서 무언가 반짝반짝 빛났다. 유리처럼 투명한 눈 결정이다. ‘지구 북쪽 끝 눈의 나라로 눈의 여왕을 만나러 가지 않을래?’ 결정들이 소곤소곤 비밀 이야기라도 들려주는 듯 동심에 젖어 있다가 뺨을 후려치는 칼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촬촬. 먹골 계곡의 물소리가 들린다. 캄캄한 어둠 속이라 쫑긋 귀가 선다. 랜턴을 껐다. 기다렸다는 듯 어둠이 달려들고, 하늘에는 별이 초롱초롱하다. 번쩍. 별 하나가 긴 꼬리를 그렸다. 궤도를 벗어난 별똥별은 어디로 가는 걸까.

자녀 서울대 간다는 ‘서울대나무’


백덕산의 상징인 ‘서울대나무’. 알파벳 N자 모양으로 굽은 신갈나무다.

임도를 벗어나 능선에 올라붙자 길이 사라졌다. 바람이 능선에 수북하게 눈을 쌓아 놓았다. 이제부터 러셀(눈을 헤치며 길을 내는 기술)을 해야 한다.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했다. 동행한 여행작가 김영수씨가 길을 낸다. 발이 허벅지까지 빠진다. 그의 발자국에 내 발자국을 포갠다. 걷기가 한결 쉽다.

동쪽 하늘에 붉은 띠가 걸렸다. 눈 때문에 속도가 늦어져 정상에서 일출을 맞으려는 계획은 물 건너갔다. 전망이 나오는 장소를 찾아봤지만, 나무가 빽빽해 시야가 열리지 않았다. 왼쪽으로 큰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본능적으로 그곳으로 향했다. 큰 소나무가 시야를 가렸지만, 나뭇가지 사이로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해가 붉은 띠를 뚫고 벙긋 떠올랐다.

삼거리에 닿았다. 먹골과 문재 쉼터에서 오는 길이 여기서 만난다. 정상까지는 500m쯤 남았다. 능선에는 신갈나무 고목이 많은데 가장 특이한 게 일명 ‘서울대나무’다. 나뭇가지가 서울대 정문처럼 절묘하게 굽어 있다. 이 대문으로 5번쯤 드나들면 자녀가 서울대에 간다는 말이 있다.

시야가 툭 터지는 곳이 정상이다. 순백의 눈을 밟으며 정상 등정의 기쁨을 누린다. 백덕산은 정상에서만 전망이 열린다. 동쪽 먼 하늘에 걸린 능선은 정선의 가리왕산(1561m)이다. 1500m 높이의 능선이 그리는 곡선이 한없이 부드럽다. 서쪽 멀리 삼각형처럼 봉곳 솟은 봉우리는 치악산 비로봉(1228m)이다. 찬란하게 쏟아지는 빛을 받으며 첩첩 산줄기를 감상하다 보면, 세상의 중심에 선 듯 호기로워진다. 따뜻한 볕을 쬐며 마시는 커피가 향긋하다.

속절없이 사라져 더 애틋한 눈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나뭇가지에 달린 눈꽃을 올려다봤다. 바닷속 산호초를 보는 것 같았다.

정상에 한참 머물다가 하산길에 들어섰다. 서울대나무 근처에 눈이 수북하게 쌓인 곳이 있다. 이런 곳에서는 드러눕기의 낭만을 놓칠 수 없다. 눈밭을 등지고 두 팔 벌리고 섰다가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체공 시간은 마치 영원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1초도 안 된다. 푹, 소리와 함께 눈가루가 분분히 날린다. 눈밭이 받아주는 푹신한 느낌이 좋다. 누우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시퍼런 하늘을 배경으로 눈꽃 핀 나뭇가지들이 탐스럽다. 개구리처럼 손발을 움직여 본다. 심해의 산호 사이를 헤엄치는 기분이 이와 같지 않을까.

왔던 길을 되짚어간다. 내 발자국에 발자국을 한 번 더 얹는다. 올라올 때 어두워 잘 보지 못했던 풍경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능선에는 신갈나무 고목들이 많다. 생태가 잘 보존됐다는 뜻이다. 1시간쯤 내려와 낙엽송 숲에서 배낭을 내려놓았다. 이제 종점이 얼마 안 남았다.

바람이 분다.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이 바람에 날리며 은빛 커튼을 드리운다. 예사롭지 않은 풍경에 문득 마음이 허허로워진다. 애써 쌓은 눈이 바람에 날려 속절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 우리네 인생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출발점에 되돌아왔다. 바람결에 홀연 사라진다 해도 풍요로운 눈을 인생에 차곡차곡 쌓는 것이 또 내 할 일이라고 다짐해 본다.

여행정보


박경민 기자

백덕산은 강원도 평창군과 영월군에 걸쳐 있지만, 교통이 편한 평창 운교리를 들머리로 삼는 게 좋다. 방림면에서 먹골행 버스가 하루 두 편뿐이라 대부분 자가용을 이용한다. 코스는 문재 쉼터~사자산~정상~먹골 주차장. 15㎞, 6시간쯤 걸린다. 눈이 많이 왔을 때는 먹골 주차장에 차를 대고 왕복하는 게 좋다. 문재 쉼터에 주차할 수 있고, 먹골 등산로 입구에 큰 주차장이 있다. 백덕산에서 가까운 횡성 안흥면은 찐빵의 성지다. 팥이 달지 않고 빵이 쫄깃한 ‘면사무소앞안흥찐빵’을 추천한다.


글·사진=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출처:중앙일보 2025년 1월 10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6465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33 호)

 

【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다 】

 

한 사업가가 바닷가 마을로 휴가를 떠났다. 그는 낮 시간 동안 호텔에서 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업무를 보다가 저녁 무렵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다. 바다 풍경을 즐기며 걷고 있는데, 바닷가에서 낚싯대를 담가놓고 빈둥거리고 있는 어부를 발견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낚시 바구니에는 물고기가 몇 마리 들어 있는데, 어부는 더 낚을 생각도 하지 않고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다. 사업가는 어부의 그 모습을 보고는 그냥 지나치려다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돌아서서 어부에게 한 마디를 건넸다.

 

“어부 양반, 물고기도 몇 마리 못 잡은 것 같은데, 이렇게 빈둥대면 언제 그 바구니를 채우겠소?”

“이 정도면 가족들이랑 먹을 양으로 충분합니다.”

“그래도 시간이 많은데, 더 많이 잡아서 팔면 수입도 올릴 수 있고 좋지 않소.”

“그렇게 고기를 많이 잡아서 수입을 올려서 뭐하게요?”

“수입을 많이 올리면 나중에 그 수입으로 배를 사고, 그 배를 타고 먼 바다로 나가면 고기를 더 많이 잡을 수 있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하게요?”

“그렇게 해서 돈을 많이 벌면 나처럼 멋진 곳으로 휴가도 떠나서 삶을 즐길 수 있잖소?”

“사업가 양반, 내가 지금 그런 삶을 즐기고 있는데, 뭐 하러 돈을 벌려고 아등바등해야 한단 말이요.”

 

우리는 위의 사업가와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고 있다. 나중에 한가하게 삶을 즐기기 위해서는 지금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그런데 지금 열심히 일해서 얼마나 돈을 많이 벌면 나중에 한가하게 삶을 즐길 수 있게 될까? 아마 영원히 그런 순간은 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만족할 만큼 돈을 번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세계 최고의 부자들이 자신의 돈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만족할 만큼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마치 바닷물을 마셔서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바닷물은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이 더 심해져서 갈증을 해소하는 게 불가능하다. 돈을 버는 것도 마찬가지다. 돈을 벌면 벌수록 더 벌고 싶어지기 때문에 그 욕구를 돈으로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40대가 되어 가치 중심의 삶으로 전환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지만, 돈에 한정해서 생각해본다면 가장 중요한 점이 돈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관점 전환이다. ‘돈이 삶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겠지만, 역할 중심의 삶에서는 알게 모르게 돈을 수단이 아니라 삶의 목적처럼 여겨왔을 것이다. 역할 수행을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데, 그 돈을 벌기가 힘들고 돈을 쓸 일은 많다보니, 돈만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생각해 왔을 것이다. ‘돈이 삶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돈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보관하면서 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죽을 때 돈을 가져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이런 주장에 쉽게 동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마저도 부정하기 위해 가진 돈을 자녀에게 물려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돈에 집착을 하니 행복할 수가 없다. 돈이 삶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자신의 삶의 가치 실현을 위해 돈을 쓸 수 있는 데도 말이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

이미 발송되었던 뉴스레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개인 블로그 http://happyengineer.tistory.com/의 <주간 뉴스레터> 목록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석촌호수 겨울 풍경

2025. 2. 5. 06:59 | Posted by 행복 기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