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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백서향꽃이 만개했다. 백서향꽃 향기가 진동하면 봄이 왔다는 뜻이다.
지난 21∼23일 제주도 서귀포시 일대에서 ‘서귀포 봄맞이 축제’가 열렸다. 작고 소박한 마을 잔치를 굳이 찾아간 건, 올해로 14년째인 행사를 오롯이 서귀포 주민이 꾸려왔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가장 먼저 봄이 당도하는 땅에서 주민들이 어울려 봄을 맞이하는 모습은 진솔하고 아름다웠다.
무병장수 비는 탐라의 별
21일 서귀포에서 남극노인성제가 열렸다. 서귀포에선 춘분 즈음해 남극노인성에 제를 지내왔다.
22일 오후 6시 서귀진지 공원. 마을 합동 제례가 열렸다. 이름하여 ‘남극노인성제’. 지방(紙榜)에 ‘남극노인성군신위(南極老人星君神位)’라 쓰여 있었다. 별에 올리는 제사라니. 난생처음 구경했다.
남극노인성은 남반구의 별이다. 북반구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남반구 별이 남극노인성, 즉 ‘카노푸스(Canopus)’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라산 남쪽, 다시 말해 서귀포 일대에서만 볼 수 있다.
남극노인성은 추분에서 춘분 사이에만 관찰이 가능하다. 하여 서귀포에서 남극노인성이 보인다는 건 날이 추워진다는 뜻이고, 남극노인성이 안 보인다는 건 따뜻한 계절이 시작한다는 의미다. 오래전부터 서귀포에서는 추분과 춘분 즈음에 남극노인성에 제를 올렸다.
남극노인성에 제를 드리는 건 이 별이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별이어서다. 그래서 별 이름에도 ‘노인’을 붙였고, 무병장수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별을 섬겼다. 일제 강점기 중단됐던 남극노인성제는 축제를 시작하고 5년 뒤 재개됐다. 여성 차별이 심했던 제주도이지만, 올해로 3년째 여성도 제관으로 참여한다.
몰망국과 전기떡, 입에도 봄이 왔네
23일 오전 10시 서귀포 서복공원. 길놀이가 축제의 개막을 알렸다. 제주 사람은 길놀이를 ‘걸궁’이라 불렀다. 걸궁은 거리굿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마을 곳곳을 돌며 잡귀를 몰아내는 무속의례가 끝나자 비로소 잔치가 시작됐다.
서귀포 봄맞이 축제에서 부쳐 먹은 화전.
축제장 천막 안에서 주민들이 빙떡과 화전을 부쳐 나눠 먹었다. 서귀포에서는 이맘때 빙떡, 제주 말로 ‘전기떡’을 부쳐 먹는다고 한다. 전기떡에 무가 들어가는데, 요즘 나오는 월동무가 제일 맛이 들어서다.
서귀포 봄맞이 축제에서 부쳐 먹은 전기떡(빙떡).
또 다른 천막에서는 몰망국 밥상을 3000원에 팔았다. 제주에서는 잔치가 열리면 손님에 몰망국과 돗궤기반(흑돼지 수육)을 대접했다. 몰망은 ‘모자반’이란 해초의 제주 방언이다. ‘몸’이라는 방언은 귀에 익은데, 몰망은 처음 들었다. 몰망국은 돼지고기 육수에 몰망을 넣은 음식이다. 몰망국도 이른 봄날 제주의 음식이다. 몰망이 제일 맛있는 계절도 이맘때다.
만리서도 향긋…지금 제주는 꽃천지
참꽃.
이 정겨운 마을 잔치는 꽃나무 묘목을 나눠주는 이벤트로 마무리됐다. 23일에는 서복공원에서, 24일에는 가시리 농장에서 2500여 주의 꽃나무 묘목을 공짜로 줬다.
가시리 농장은 마침 백서향꽃이 만개했다. 향이 만리도 간다는 말이 허튼소리가 아니었다. 은은한 향을 좇아 한참을 걷고 나니 백서향 군락지가 나타났다.
서귀포문화사업회 이석창 회장이 탐방객에게 활짝 핀 수선화를 설명하고 있다.
서귀포 봄맞이 축제는 서귀포문화사업회 주최로 2011년 처음 열렸다. 서귀포문화사업회는 서귀포에 거주하는 각계 인사 15명이 모인 단체로, 가시리 농장을 운영하는 이석창(69) 회장이 이끌고 있다. 이 대표의 강고한 고집 또는 후한 인심으로 십수 년째 묘목 나눔 행사가 이어져 왔다. 이 대표는 왜 애지중지 키운 꽃나무를 나눠줄까.
“꽃나무를 나누는 건 봄을 나누는 것과 같아서입니다. 서귀포 사람들과 서귀포의 봄을 함께 맞고 싶을 뿐입니다.”
제주도=글·사진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 2025년 3월 28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4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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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석의 Wild Korea 〈23〉 경기도 안산 풍도
풍도 서쪽에 자리한 해변인 ‘붉배’는 백패커가 즐겨 찾는 장소로 멋진 노을을 만나는 명당이기도 하다.
어느덧 풍도를 다섯 번째 찾는다. 이번 여정에는 야생화 전문가가 함께했다. 풍도를 30년째 드나들었다는 생태학자 최한수(58) 박사를 길잡이 삼아 따라갔다. 예전에는 화려한 꽃만 보였다면, 이번에는 마을과 사람들까지 눈에 들어왔다. 낡고 빛바랜 마을은 애잔하고, 꽃들은 여전히 경이로웠다.
야생화 박사를 따라서
“올 때 과자 좀 가져오세요. 할머니들 드리게. 거긴 가게가 없어요. 고기는 내가 사 갈게요.”
준비물이 과자라니, 고수는 역시 남다르다. 캠퍼 사이에서 소문난 해변 야영 장소 ‘붉배’에서의 하룻밤을 포기하고, 꽃과 주민을 함께 만나기 위해 민박집에 묵기로 했다.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에서 풍도행 서해누리호에 올랐다. 배가 인천 영흥도와 선재도 사이에 놓인 영흥대교 아래를 지났다. 풍도는 안산의 대부도, 인천의 승봉도, 충남 서산 삼길포항의 중간쯤에 자리한다. 행정구역은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속한다. 풍도는 면적 1.84㎢, 해안선 길이가 약 5㎞인 작은 섬이다. 이름은 고로쇠나무가 많아 풍도(楓島)라고 불렸다.
풍도는 수산자원이 넉넉하지 않다. 섬 주변에 갯벌이 없어서다. 주민들은 해마다 겨울 몇 달 동안 인근 섬으로 이주해 수산물을 채취하며 살았다고 한다.
꽃이 활짝 핀 풍도대극. 자라면서 붉은색이 사라진다.
풍도의 풍요로움은 뜻밖의 장소에서 발견됐다. 봄마다 후망산(175m) 일대를 화려하게 수놓는 야생화다. 풍도는 야생화 자생지가 넓고 개체 수도 다채롭다. 게다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도바람꽃과 풍도대극을 만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풍도 선착장에 내리니 아직 한겨울 풍경이다. 과연 야생화가 피었을까? 커다란 배낭을 멘 백패커는 붉배 쪽으로, 우리는 민박집 풍도랜드로 향했다.
눈처럼 희고 여린 풍도바람꽃
풍도바람꽃은 깔때기 모양 밀선(꿀샘)이 눈에 띈다.
점심으로 꽃게탕 백반을 먹은 뒤 길을 나섰다. 거대한 은행나무 앞에 서자 손바닥만한 마을과 선착장이 보였다. 이 나무를 ‘인조의 은행나무’라고 부른다. 수령이 약 500년인 이 나무는 이괄의 난을 피해 충남 공주로 가던 인조(1595~1649)가 섬에 들러 심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어수거목(御手巨木)’이라고 부르며 풍도의 수호신으로 삼았다.
은행나무 뒤편이 야생화 정원이다. 처음에는 꽃이 안 띄지만 어느 순간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해묵은 낙엽 사이에 노란 복수초가 보였다. 풍도의 복수초는 다른 지역 것보다 꽃이 크고 색이 진하다.
한번 꽃이 보이면, 계속 눈에 띄는 법. 이번에는 풍도바람꽃을 열심히 뒤졌다. 앞선 일행이 탄성을 질렀다. 가까이 가보니 손톱만한 하얀꽃이 바람에 하늘거렸다. 풍도바람꽃을 영접했다.
과거 풍도바람꽃은 변산바람꽃과 같은 꽃으로 알았지만, 식물학자인 오병윤 교수가 밀선(蜜腺·꿀샘)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밀선이 두 개로 갈라진 변산바람꽃과 달리 풍도바람꽃의 밀선은 넓은 깔때기 모양이다. 2009년 신종으로 학계에 알려졌고, 2011년 국가표준식물목록위원회에서 풍도바람꽃으로 명명했다.
야생화 정원에서 고개를 넘으면 붉배가 나오지만, 둘레길을 빙 둘러 가기로 했다. 풍도랜드 위쪽에 둘레길 입구가 있다. 둘레길로 접어들어 최 박사를 따라 해안으로 내려서니 뜻밖에도 몽돌해변이 나타났다. 풍도에 이런 해변이 있는 줄 몰랐다. 잠시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며 몽돌의 노래에 귀 기울였다.
민박집에서 즐긴 삼겹살 파티
다른 지역보다 꽃이 크고 짙은 노란색을 띠는 풍도 복수초.
다시 길을 나섰다. 둘레길은 풍도 동쪽과 남쪽 해안을 휘돈다. 앞서던 최 박사가 “여기는 사람이 잘 안 오는 곳인데, 풍도대극과 복수초가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낙엽 사이로 붉은 꽃대가 총총 머리를 내민 게 보였다. 붉은대극과 같은 속인 풍도대극이다. 꽃봉오리가 열리면서 붉은색은 사라지고 연둣빛으로 바뀐다.
붉배에 도착하니 저물녘이다. 붉은 바위가 첩첩 쌓인 이곳은 풍도 최고의 절경을 뽐낸다. 붉은 바위와 검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에 해가 뉘엿뉘엿 떨어졌다. 누가 서 있어도 그림이 완성된다.
풍도랜드에서 먹은 삼겹살과 봄나물.
풍도랜드에 돌아와 삼겹살 파티를 열었다. 노릇노릇 고기를 구워 마을 아주머니들이 캔 전호(한약재로 쓰는 미나리과 식물)를 얹으니 봄 밥상이 완성됐다. 알싸한 전호 향이 입 안 가득 봄의 풍미를 전해준다. 풍도랜드 안주인 유연희씨의 고향은 충남 병천이다. 약 35년 전에 들어와 풍도 방문객을 재우고 먹였다. 음식 솜씨가 좋아 꽃 핑계로 밥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제법 많단다.
지난해 봄 촬영한 꿩의바람꽃.
노루귀. 가지에 난 솜털이 귀엽다.
이튿날, 섬을 떠나기 전에 다시 야생화 정원을 찾았다. 어제보다 훨씬 많은 풍도바람꽃이 파르라니 바람에 떨고 있다. 3월 중순이면 풍도바람꽃, 꿩의바람꽃, 복수초, 노루귀 등으로 울긋불긋 꽃 대궐을 이룰 것이다. 그 모습을 상상하니 흐뭇하다.
김경진 기자
☞여행정보=풍도 가는 배는 하루 한 번 뜬다. 오전 9시 30분 인천항여객터미널을 출발하는 카페리 ‘서해누리호’가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을 찍고 오전 11시 50분께 섬에 도착한다. 풍도에서는 낮 12시 30분에 배가 나온다. 야생화를 제대로 보려면 섬에서 묵어야 한다. 3월 야생화철에는 서산 삼길포항에서 당일치기 배가 뜬다. 민박은 음식 솜씨가 남다른 풍도랜드가 좋다. 트레킹은 선착장~인조 은행나무~야생화 정원~둘레길~붉배~풍도등대~선착장 코스로 섬을 한 바퀴 돈다. 거리는 8㎞, 약 3시간 소요.
진우석 여행작가
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2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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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석의 Wild Korea 〈22〉 전남 완도 금당도
전남 완도의 8경 중 하나인 ‘금당의 기암상구(奇岩翔鷗)’는 작은 섬 금당도에서 만날 수 있다. 기암상구란 기암 위를 나는 갈매기를 뜻한다. 사진은 가마바위 위쪽 봉우리에서 본 풍경. 왼쪽 아래가 가마바위이고, 건너편 봉우리에 세포전망대가 있다.
금당도를 아시는지. 전남 완도의 250여 개 섬 중 하나로, 2021년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 사업에 선정되면서 비로소 알려졌다. ‘완도 8경’ 중 마지막 8경이 ‘금당의 기암상구(奇岩翔鷗)’다. ‘금당도의 기암 위를 나는 갈매기’라는 뜻이다. 금당도는 자체적으로 ‘금당팔경’을 거느릴 만큼 자연경관이 빼어나다. 수려한 기암절벽과 풍요로운 들판을 품은 보물섬이다.
금당팔경, 400년전 위세직의 가사 유래
금당도를 가려면 고흥군 녹동항이나 우두항에서 배를 타야 한다. 금당도는 완도군에 속하지만 정작 완도 본도에는 금당도 가는 배가 없다. 녹동항에서 하룻밤 묵고, 이튿날 오전 5시 50분 출항하는 카페리에 몸을 실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거금대교 아래를 지나 마을 미술관으로 유명한 연홍도를 스쳐 40분 만에 금당도 울포항에 닿았다.
금당도는 면적 12.487㎢, 해안선 길이 37.4㎞인 크지도 작지도 않은 섬이다. 면적에 비해 해안선 길이가 긴 건,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안이어서다. 구불구불한 해안은 침식으로 형성된 절벽과 해식애가 발달해 절경을 이룬다. 섬 인구는 1000명이 채 안 된다.
섬 별미로 꼽히는 남해루 짬뽕.
“여그가 절경인디 어찌 알고 오셨소. 금당 팔경은 꼭 보고 가시쇼. 근디 짬뽕은 꼭 먹어야 혀. 해물이 엄청 들어가 육지랑 비교가 안 되지라. 짬뽕을 안 묵고 가믄 금당도에 댕겨 간 것도 아니여.”
울포항 매표소 사장님의 구수한 사투리를 들으며 여행 코스를 확정했다. 금당 팔경은 조선 후기 문신이었던 위세직(1607~89)이 지은 ‘금당별곡’ 가사에서 유래한다. 지금의 8경은 가사와 조금 다르다. 1경 울포귀범(울포항), 2경 교암청풍(가마바위 일대), 3경 공산제월(공산에 뜬 달), 4경 각암목적(코끼리바위), 5경 성산효종(스님바위), 6경 금당적벽, 7경 학령낙조(가학리 일몰), 8경 화도모운(초가바위)이다. 대개 유람선을 타야 볼 수 있지만, 2경과 6경은 두 발로 찾아갈 수 있다.
화산 폭발로 시루떡처럼 바위 쌓여
세포전망대 가는 길의 작은 전망대. 가마바위와 거금도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세포마을 안쪽 포구에 차를 세웠다. 여기서 2경을 찾아간다. 길은 포구 앞 정자 왼쪽의 대숲으로 나 있다. 숲으로 들자 호젓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고사리 같은 양치식물이 많아 원시적 분위기가 풍긴다.
가마바위 아래쪽 해안. 울릉도 도동해안과 제주도 용머리해안을 합친 듯하다.
20분쯤 걸어 가마바위 앞에 닿았다. 본래 가마바위는 썰물 때만 건너갈 수 있었는데 바닥에 돌을 깔아서 아무 때나 갈 수 있게 했다. 이 가마바위 일대가 교암이고, 여기서 부는 시원한 바람을 ‘교암청풍’이라고 한다. 가마바위에 서자 건너편 세포전망대 아래의 해안 절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절경에서 절경을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가마바위에서 세포마을로 돌아올 때는 작은 봉우리를 넘는다.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지점에 ‘해안 전망 좋은 곳’이란 안내판이 보인다. 이곳을 꼭 가봐야 한다. 해안으로 내려서자 입이 쩍 벌어진다. 처음에는 울릉도 도동해안 산책로 같은 해안 절벽이 나오더니, 갈수록 제주도 용머리해안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시루떡처럼 첩첩 쌓인 바위는 과거 금당도에 화산 폭발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이런 절경이 알려지지 않은 게 신기하다.
다시 돌아와 봉우리에 오르면 시원하게 조망이 열린다. 고작 65m 높이지만 1000m급 산을 뺨친다. 완도 비견도 너머로 고흥 거금도가 거대한 덩치를 자랑한다. 북쪽으로는 금당도의 평화로운 들판과 최고봉 상랑산(220m)이 아스라하다. 봉우리에서 내려와 휘파람이 절로 나는 능선길을 따라 세포마을로 돌아온다.
해물 산더미처럼 쌓인 짬뽕
금당적벽에서 만난 기묘한 형상의 바위.
세포마을 포구에서 장문재까지 차로 이동해 6경을 찾아 나선다. 안내판에는 금당적벽이 ‘적벽청풍’으로 나와 있다. 장문재를 출발해 작은 봉우리를 넘으면 작은 전망대가 나온다. 백패커의 단골 야영지로, 가마바위 일대와 비견도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 또 다른 절경을 품은 세포전망대가 있다. 크고 작은 부표로 가득한 미역·다시마 양식장이 내려다보인다. 금당도는 섬 안에 너른 들판이 있고, 바다에도 기름진 들판이 있는 셈이다.
세포전망대 아래에 금당적벽 가는 갈림길이 있다. 한동안 내리막길을 따르면 나뭇가지 사이로 절벽이 나타난다. 이름은 적벽이지만 흰빛이 돈다. 형체가 기기묘묘하고 곳곳에 구멍도 뚫려 있다. 절벽을 구경하며 계속 길을 따르면 폐양식장이 나온다. 여기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더 가면 출발지 장문재에 닿는다.
차우리마을에서 만난 할머니들.
트레킹을 마치고 섬에서 가장 큰 마을이라는 차우리마을을 둘러본다. “어디서 왔당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할머니들이 말을 붙인다. 이야기는 금당도 자랑으로 이어진다. 인심 좋고 살기 좋은 섬이니 자주 놀러 오라신다. 마지막 코스로, 짬뽕을 먹으러 중식당 ‘남해루’를 찾았다. 다양한 해물에 돼지고기까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울포항 아저씨 말처럼 이걸 안 먹으면 여행이 무효인 정도는 아니었지만, 국물까지 싹 비웠다.
김경진 기자
☞여행 정보=고흥 녹동항과 우두항에서 금당도 가는 카페리가 하루 4~5회 운항한다. 2경 트레킹 코스는 세포마을 포구~가마바위~봉우리~세포마을 포구 원점회귀 방식으로 약 3㎞, 1시간 30분쯤 걸린다. 6경 코스는 장문재~세포전망대~노을전망대~금당적벽~장문재, 거리 2.5㎞, 1시간 30분쯤 걸린다. 숙소는 시설이 깔끔한 ‘하얀민박’이 괜찮다.
진우석 여행작가
글·사진=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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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 3.22 | 3.24 (-2) |
부산 | 3.23 | 3.28 (-5) |
창원 | 3.23 | 3.29 (-6) |
울산 | 3.25 | 3.29 (-4) |
여수 | 3.26 | 3.31 (-5) |
광주 | 3.27 | 3.31 (-4) |
목포 | 3.29 | 4.3 (-5) |
전주 | 3.26 | 4.3 (-8) |
대구 | 3.24 | 3.29 (-5) |
포항 | 3.25 | 3.29 (-4) |
안동 | 3.30 | 4.5 (-6) |
대전 | 3.29 | 4.4 (-6) |
청주 | 3.29 | 4.6 (-8) |
서산 | 4.6 | 4.11 (-5) |
수원 | 4.3 | 4.8 (-5) |
서울 | 4.1 | 4.8 (-7) |
인천 | 4.4 | 4.12 (-8) |
강릉 | 4.1 | 4.4 (-3) |
춘천 | 4.4 | 4.11 (-7) |
웨더아이 발표 데이터로, 정확한 정보는 웨더아이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제공 웨더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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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나들이, 수원의 매력
가벼운 마음으로 나들이 하기에 경기도 수원시도 괜찮다. 2023년 개장한 수목원이 있고, 신진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시립미술관도 있다. 2024년 ‘한국 관광의 별 올해의 관광지’로 선정된 수원 화성과 행궁동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들 중 수원을 배경 삼은 작품도 여럿이다.
따뜻한 지중해로 순간 이동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 자리한 일월수목원 온실에는 건조기후 식물 302종이 어울려 산다.
수원시는 2023년 5월 수목원 두 곳을 개장했다. 평지형 수목원인 장안구 ‘일월수목원’과 산지형 수목원인 영통구 ‘영흥수목원’이다. 수원시민을 위한 쉼터로 조성했지만 외지인 방문객도 많다. 특히 일월수목원은 매일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몰려든다. 지난해 봄 방영한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촬영지로 알려지면서다.
일월수목원은 일월저수지 주변에 조성했다. 물가를 산책하면서 고니·기러기 같은 겨울 철새를 구경해도 좋지만 겨울은 아무래도 춥다. 방문객 대부분은 온실을 찾는다. 온실 면적은 3036㎡로 서울식물원 온실(7602㎡)의 절반 크기도 안 된다. 그래도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지중해·호주·남아공이 고향인 식물 302종이 어울려 사는 모습이 싱그럽다. 공립수목원 최초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도 받았다.
일월수목원에서 본 호주 매화 한 그루. 2~4월 만개하면 온실에 향이 진동한다.
요즘 온실에는 유리호프스펙티나투스·레몬병솔나무·방크시아 등 여러 꽃이 개화해 눈부시다. 일월수목원 윤동규 주무관은 “건조기후 식물은 2~4월 집중적으로 개화한다”며 “봄에는 야외 정원의 벚꽃도 아름답지만 온실 속 식물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월수목원 방문자센터는 아는 사람만 아는 일몰 명소다. 통창 너머로 떨어지는 해를 감상할 수 있다. 방문자센터에서는 6월 15일까지 ‘정원가, 다산’ 전시도 진행한다. 수원 화성을 설계한 정약용의 정원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방문자센터만 방문하면 수목원 입장료(어른 4000원)를 안 내도 된다.
시립미술관 보고 카페 투어
화성행궁 앞 수원시립미술관은 수원을 주제로 한 신진 작가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화성행궁 바로 앞에 자리한 수원시립미술관도 겨울 여행지로 제격이다. 개관 10년째를 맞는 미술관은 고도 제한 때문에 2층 높이로 낮고 넓게 설계했다. 대신 사선을 강조해 멀리서도 눈에 띈다.
미술관은 3월 3일까지 ‘토끼를 따라가면 달걀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기획 전시를 진행한다. 토끼가 달걀을 가져다준다는 서양 부활절 전설에서 착안한 전시다. 신진 작가의 시선으로 수원의 숨겨진 면모를 묘사한 회화·사진·설치 작품을 볼 수 있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 나온 카페. 행궁동의 인증샷 명소다.
수원시립미술관 이기석 교육홍보팀장은 “30~40대 가족여행객, 젊은 커플이 주요 방문객”이라며 “매주 금요일은 39세 이하는 무료 입장이어서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라고 말했다.
수원 화성과 함께 ‘한국 관광의 별 올해의 관광지’로 선정된 행궁동은 ‘행리단길’이라 불리는 골목이 유명하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임솔(김혜윤)의 집으로 나왔던 카페 앞은 늘 장사진을 이룬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관광객 실비아는 “이 카페 한 곳을 보기 위해 수원까지 왔다”고 말했다.
북수동에 자리한 카페 그루비. 조용히 머물기 좋은 카페다.
행리단길이 너무 상업화했다며 실망하는 사람도 많다. 실제로 외국어 간판을 단 음식점과 프랜차이즈 카페, 사진관 등이 들어찬 골목 풍경은 서울 익선동이나 경주 황리단길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반면 정조로 건너편 북수동과 매향동 쪽은 호젓한 분위기를 느끼기 좋았다. 어둑한 실내에 빈티지 소품이 그득한 ‘카페 그루비’, 그림 작가가 운영하는 작은 책방 ‘백년서점’이 인상적이었다.
수원=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 2025년 1월 30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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