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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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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입장 가능한 매력적인 여행지 4선
◆…사진=미동산수목원 인스타그램

최근 고물가로 인해 여행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여행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볼거리가 풍부하면서도 무료로 개방하는 매력적인 여행지 4곳을 정리해보았다.

◆ 청주 미동산수목원
◆…사진=미동산수목원 인스타그램

해발 557m의 미동산 기슭에 조성된 미동산수목원은 겨울철 눈 덮인 풍경이 특히 아름다운 곳이다. 94만 2000여 평의 광활한 면적을 자랑하는 미동산수목원은 △난대식물원 △산림과학박물관 △목재문화체험장 △숲속생태도서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장미원 등 51개의 수목원에는 총 1593종 31만 본의 식물이 식재돼 있어 사계절 내내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수목원 전체를 돌아보는 데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산림과학박물관에서는 VR체험, 산불체험 등을 즐길 수 있으며 이밖에 '숲해설 프로그램' '자연학습 체험교실' 등이 계절별로 운영된다. 매주 월요일 휴원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 경북 영덕 벌영리 메타세콰이어길
◆…벌영리 메타세콰이어길. 사진=경상북도 제공

생태관광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영해 벌영리 메타세쿼이아숲은 지역 주민인 장상국 선생이 오랜 시간 공들여 가꾼 숲을 누구든 찾아와 쉴 수 있게 무료로 개방하면서 알려진 사유림이다. 숲으로 들어서면 420m 남짓한 통행로 양옆으로 곧게 뻗은 나무들이 장관을 이룬다. 길을 따라 완만한 계단을 오르면 동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울창한 편백 숲이 이어진다. 또한 숲 곳곳에는 탁자형 나무 벤치가 마련돼 있어 자연 속에서 온전한 휴식을 만끽할 수 있다. 인근에는 동해안의 전통마을로 이름난 인량리 마을을 비롯해 원구마을, 호지마을 등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는 명소들이 즐비하다.

◆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대형 원통 수족관. 사진=국립해양박물관 제공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국립해양박물관은 우리나라 해양 역사와 과학, 산업, 생물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바다를 매립한 인공지반 위에 건립된 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내부의 전시관람 동선에서도 바다를 바라 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3층에 자리한 대형 원통 수족관이다. 상어, 가오리, 바다거북같이 전문 아쿠아리움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해양동물을 만날 수 있으며 원통형 수조에 터널식 통로를 뚫어 마치 바닷 속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유람선을 직접 조종하거나 시뮬레이션을 통해 요트를 운전해보는 해양체험관과 조선통신사 선박, 쇄빙연구선 아라온과 크루즈선 등 다양한 배모형 전시물도 방문객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미취학 자녀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이라면 해양체험 공간인 2층 어린이박물관은 필수 코스다. 체험과 실물 전시를 통해 바다와 환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단 4D영상관과 유료특별전시는 제외다.

◆ 단양 잔도길
◆…단양 잔도길. 사진=단양군 제공

2017년 개통된 단양강 잔도는 단양읍 상진리에서 남한강 절벽을 따라 적성면 애곡리까지 이어지는 길이 1.2㎞, 폭 2m의 산책로다. 짜릿한 스릴과 아름다운 풍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트레킹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암벽을 따라 난 길을 걷다 보면 마치 공중을 걷는 듯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일부 구간에는 바닥이 투명 강화유리와 그물 철망으로 설치되어 있어 발 아래로 흐르는 강물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잔도길의 끝 지점에는 이끼 터널, 만천하 스카이워크, 수양개 빛 터널 등 단양의 대표 관광지를 아우르는 '단양느림보길'과도 연결돼 있다. 단양역에서 도보 15분 거리로 입장료가 없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김상희 (shhappylife2001@joseilbo.com)

 

[조세일보 2025년 2월 22일]

2025년 벚꽃 개화 시기

2025. 3. 8.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지역명                                               2025년                                 평년(평년차)

 

서귀포 3.22 3.24 (-2)
부산 3.23 3.28 (-5)
창원 3.23 3.29 (-6)
울산 3.25 3.29 (-4)
여수 3.26 3.31 (-5)
광주 3.27 3.31 (-4)
목포 3.29 4.3 (-5)
전주 3.26 4.3 (-8)
대구 3.24 3.29 (-5)
포항 3.25 3.29 (-4)
안동 3.30 4.5 (-6)
대전 3.29 4.4 (-6)
청주 3.29 4.6 (-8)
서산 4.6 4.11 (-5)
수원 4.3 4.8 (-5)
서울 4.1 4.8 (-7)
인천 4.4 4.12 (-8)
강릉 4.1 4.4 (-3)
춘천 4.4 4.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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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나들이, 수원의 매력

 

가벼운 마음으로 나들이 하기에 경기도 수원시도 괜찮다. 2023년 개장한 수목원이 있고, 신진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시립미술관도 있다. 2024년 ‘한국 관광의 별 올해의 관광지’로 선정된 수원 화성과 행궁동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끈 드라마들 중 수원을 배경 삼은 작품도 여럿이다.

따뜻한 지중해로 순간 이동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 자리한 일월수목원 온실에는 건조기후 식물 302종이 어울려 산다.

수원시는 2023년 5월 수목원 두 곳을 개장했다. 평지형 수목원인 장안구 ‘일월수목원’과 산지형 수목원인 영통구 ‘영흥수목원’이다. 수원시민을 위한 쉼터로 조성했지만 외지인 방문객도 많다. 특히 일월수목원은 매일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몰려든다. 지난해 봄 방영한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촬영지로 알려지면서다.


일월수목원은 일월저수지 주변에 조성했다. 물가를 산책하면서 고니·기러기 같은 겨울 철새를 구경해도 좋지만 겨울은 아무래도 춥다. 방문객 대부분은 온실을 찾는다. 온실 면적은 3036㎡로 서울식물원 온실(7602㎡)의 절반 크기도 안 된다. 그래도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지중해·호주·남아공이 고향인 식물 302종이 어울려 사는 모습이 싱그럽다. 공립수목원 최초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도 받았다.


일월수목원에서 본 호주 매화 한 그루. 2~4월 만개하면 온실에 향이 진동한다.

요즘 온실에는 유리호프스펙티나투스·레몬병솔나무·방크시아 등 여러 꽃이 개화해 눈부시다. 일월수목원 윤동규 주무관은 “건조기후 식물은 2~4월 집중적으로 개화한다”며 “봄에는 야외 정원의 벚꽃도 아름답지만 온실 속 식물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월수목원 방문자센터는 아는 사람만 아는 일몰 명소다. 통창 너머로 떨어지는 해를 감상할 수 있다. 방문자센터에서는 6월 15일까지 ‘정원가, 다산’ 전시도 진행한다. 수원 화성을 설계한 정약용의 정원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방문자센터만 방문하면 수목원 입장료(어른 4000원)를 안 내도 된다.

시립미술관 보고 카페 투어


화성행궁 앞 수원시립미술관은 수원을 주제로 한 신진 작가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화성행궁 바로 앞에 자리한 수원시립미술관도 겨울 여행지로 제격이다. 개관 10년째를 맞는 미술관은 고도 제한 때문에 2층 높이로 낮고 넓게 설계했다. 대신 사선을 강조해 멀리서도 눈에 띈다.

미술관은 3월 3일까지 ‘토끼를 따라가면 달걀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기획 전시를 진행한다. 토끼가 달걀을 가져다준다는 서양 부활절 전설에서 착안한 전시다. 신진 작가의 시선으로 수원의 숨겨진 면모를 묘사한 회화·사진·설치 작품을 볼 수 있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 나온 카페. 행궁동의 인증샷 명소다.

수원시립미술관 이기석 교육홍보팀장은 “30~40대 가족여행객, 젊은 커플이 주요 방문객”이라며 “매주 금요일은 39세 이하는 무료 입장이어서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라고 말했다.

수원 화성과 함께 ‘한국 관광의 별 올해의 관광지’로 선정된 행궁동은 ‘행리단길’이라 불리는 골목이 유명하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임솔(김혜윤)의 집으로 나왔던 카페 앞은 늘 장사진을 이룬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관광객 실비아는 “이 카페 한 곳을 보기 위해 수원까지 왔다”고 말했다.


북수동에 자리한 카페 그루비. 조용히 머물기 좋은 카페다.

행리단길이 너무 상업화했다며 실망하는 사람도 많다. 실제로 외국어 간판을 단 음식점과 프랜차이즈 카페, 사진관 등이 들어찬 골목 풍경은 서울 익선동이나 경주 황리단길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반면 정조로 건너편 북수동과 매향동 쪽은 호젓한 분위기를 느끼기 좋았다. 어둑한 실내에 빈티지 소품이 그득한 ‘카페 그루비’, 그림 작가가 운영하는 작은 책방 ‘백년서점’이 인상적이었다.

수원=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 2025년 1월 30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0626

제주 여행-제주 황사평성지

2025. 2. 25. 08: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제주도는 오는 21일부터 주말과 공휴일에 1100번 한라눈꽃버스를 운행한다고 16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시운행 중인 한라눈꽃버스. 연합뉴스

제주 한라산 1100고지 일대를 오는 21일부터 대중교통으로 쉽게 오갈 수 있게 됐다.

제주도는 오는 21일부터 내년 2월 23일까지 제주버스터미널-한라병원-도립미술관-어리목-1100고지-영실지소를 거치는 '1100번 한라눈꽃버스'를 운행한다고 16일 밝혔다.

1100고지 습지는 자동차로 갈 수 있어 접근성이 좋은 데다 아름다운 한라산 설경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을 만큼 눈이 많이 쌓여 겨울철 제주지역 대표 관광 명소로 꼽힌다.

하지만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날마다 차량 수십 대가 편도 1차선 도로에 몰리고, 주차장도 16칸밖에 되지 않아 주변 도로에 차량이 길게 늘어져 극심한 교통 체증이 발생해 많은 관광객이 불편을 겪었다.


16일 오후 제주 한라산 1100고지에서 오는 21일 정식 운행을 앞둔 '한라눈꽃버스' 시승식이 열리고 있다. 뉴스1

이에 제주도는 한라눈꽃버스 4대를 주말과 공휴일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6시 40분까지 하루 12회 왕복 운행하기로 했다.

김영길 제주도 대중교통과장은 "1100고지 백록상을 기준으로 남쪽과 북쪽 각각 1㎞ 구간 도로에 불법 주차를 하지 못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서귀포시 방면 도로는 5분 이상 정차하지 못하도록 단속하고, 제주시 방면 도로는 황색 실선 2줄을 긋고 안전 고깔을 설치해 절대 주차 금지 구역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라눈꽃버스가 다니는 1100도로에는 기존 일반간선 240번 버스도 왕복 9번 운영돼 이용객들은 20∼30분 간격으로 제주-영실 구간을 오갈 수 있다.

240번 버스는 제주버스터미널-한라병원-어리목-1100고지-영실지소-중문사거리-제주국제컨벤션센터를 오가고 있다.

한편 제주도는 운행 개시일인 21일 오전 8시 20분 제주버스터미널 7번 승차장 주변에서 '한라눈꽃버스 개통식'을 연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 2024년 12월 16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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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형상의 대형 눈 조각을 볼 수 있는 태백 겨울축제. [연합뉴스]

조용히 새해가 밝았다.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때문에 해돋이 축제 대부분이 취소됐다. 그러나 1~2월 준비 중인 축제 대부분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애도의 마음은 품되 일상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기후 변화 탓에 겨울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눈썰매 타고 얼음조각 구경하고 밤도 구워 먹는 축제가 있어서 다행이다. 겨울의 낭만을 누릴 수 있는 축제 5개를 소개한다.

얼음 조각 보고 알몸 달리기까지
얼음낚시·눈썰매 같은 겨울 놀이를 내세운 축제는 보통 1월 중순께 시작한다. 분주한 연말연시를 보내고 추위가 길게 이어지는 한겨울이 제격이어서다. 일찌감치 막을 올린 축제도 있다. 경기도 ‘포천 백운계곡 동장군축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21일 시작한 이 축제는 2월 2일까지 이어진다.

축제가 열리는 백운계곡은 경기도 포천에 속하지만, 인접한 강원도 철원과 화천 못지않게 춥다. 동장군축제에서는 얼음 조각과 얼음 기둥을 감상하고 눈썰매, 송어 잡기 등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서울에서 가까운 데다 축제장 주변에 캠핑장·글램핑장이 많아 아이가 있는 가족여행객에게 인기다.


철원 한탄강 얼음트레킹 축제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한탄강 얼음 위를 걸으며 주상절리를 감상한다. [사진 각 지자체]

강원도 철원에서는 이달 11~19일 ‘한탄강 얼음 트레킹 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이 축제는 꽁꽁 언 한탄강을 걸으며 주상절리를 감상하는 게 하이라이트다. 한데 변수가 생겼다. 올겨울 기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아 축제 때까지 얼음이 두껍게 얼지 않을 수도 있다.

철원군 관계자는 “얼음 트레킹을 못하게 되면 물 위에 떠 있는 부교를 걷는 ‘물윗길’ 체험으로 대체한다”고 말했다. 이색 체험을 못 하는 건 아쉽지만, 강 한복판을 걸으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을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승일교와 은하수교에서 진행되는 야외 공연도 놓치기 아깝다. 달리기를 좋아한다면 18일 행사를 주목하자. 남성은 상의를 벗고, 여성은 민소매 차림으로 6.32㎞를 달리는 똥바람알통구보대회가 열린다.

태백산 눈꽃 산행 도전해볼까 
1월 말에는 강원도 평창과 태백에서 눈을 만끽하는 축제가 개최된다. 1월 24일부터 2월 2일까지 이어지는 ‘대관령 눈꽃축제’에서는 눈썰매 외에도 딱지치기·제기차기 등 전통놀이와 컬링, 크로스컨트리 스키 등 다양한 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다. 2월 1일에는 알몸 마라톤 대회도 열린다. 5㎞, 10㎞ 코스 중 선택할 수 있다.


평창 대관령 눈꽃축제에서는 알몸 마라톤대회도 진행한다. [뉴스1]

2월 7~16일 태백산국립공원과 황지연못 일원에서는 ‘태백 겨울축제’가 열린다. 1994년 시작해 30년을 이어온 태백산 눈축제가 올해 이름을 바꿨다. 해마다 강설량이 줄고 기온이 높아져 눈을 내세우기가 머쓱해진 까닭이다.


인증샷 명소로 소문난 칠갑산 얼음분수축제. 최승표 기자

그래도 겨울의 낭만을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다. 여느 축제와 달리 바이애슬론·하키 같은 겨울스포츠도 체험할 수 있다. 태백산 눈꽃 등반대회도 진행한다. 정상에서 촬영한 인증사진을 SNS에 올리면 선물도 준다. 웹투어·지구투어 등 여행사가 축제 연계 여행상품도 판매 중이다.


동장군축제에서 맛볼 수 있는 군밤. 최승표 기자

충청도에서도 눈과 얼음을 즐기는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충남 청양 칠갑산 자락 알프스마을에서 지난 1일 시작한 ‘얼음분수축제’가 2월 16일까지 이어진다. 눈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뿐 아니라 거대한 얼음 분수 앞에서 인증샷을 찍으려는 MZ세대에게도 인기가 많은 축제다. 밤 굽기, 깡통 열차 체험은 중장년층도 좋아한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 2025년 1월 3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4762

[아무튼, 주말]
APEC 개최지 경주로
국태민안 기원 여행

경주=박근희 여행기자
APEC 정상회의 개최 예정지인 천년 고도 경주에서 천·지·인을 만난다. 별을 보며 하늘의 뜻을 헤아렸을 천문대, 땅의 이치를 담아낸 왕릉 그리고 '국태민안'의 소망을 담아 조각했을 불상까지. 사진은 석굴암 입구의 '통일대종'. 일반 탐방객도 새해 소망을 기원하며 타종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조용히 한쪽으로 밀려나 있던 도시에 눈길이 갔다. 경북 경주다. 청사(靑蛇)의 해인 올해는 “신라의 삼국 통일 이후 경주 최대 이벤트”라는 ‘2025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이하 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유난히 다사다난한 묵은해를 보냈기에 ‘안녕’이라는 말이 반갑고, 희소식이 더욱 귀하게 느껴지는 신년. 하반기 APEC 정상회의 개최 예정지인 경주로 떠났다. 천년 고도의 ‘보물’들은 안녕하실까.

◇개통한 열차, 황금 노선 버스 타고

중년에 홀로 수학여행 아니 ‘수행 여행’에 올랐다. 의미를 붙이자면 국난 극복을 기도하고, 새해 각오도 다질 겸. 때마침 부전(부산)~강릉을 잇는 동해선(ITX-마음)과 청량리~부전을 잇는 중앙선(KTX-이음)이 개통했다는 소식에, 봄도 아닌 이 겨울에 서둘러 경주행 표를 끊었다. 경주는 두 열차 개통으로 가까워진 여행지 중 하나. 서울 청량리에서 KTX-이음을 이용할 경우 빠르면 2시간 50분 만에 경주역에 도착한다.

경주역사에 들어서면 ‘2025 APEC 성공 개최 기원’이라고 적힌 현수막부터 눈에 들어온다. 본 행사는 하반기지만, 경주시에 따르면 내달부터 이 도시에선 크고 작은 회의가 시작될 예정이다. APEC 정상회의 관련 현수막은 경주 시내에 가까워질수록 더 자주 보인다. 며칠 새 ‘참사 추모’ 관련 현수막도 더해졌다.

시간대가 잘 맞아떨어져 경주역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710번’ 버스를 목격한다면 전력질주를 해서라도 올라탈 일이다. 2023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710번 버스는 경주 여행의 ‘황금 노선’이라고 불리는 ‘10번’ 버스 다음으로 경주 도심 여행을 알차게 즐길 수 있는 노선으로 통한다. 경주역을 출발해 ‘황리단길’ ‘천마총 후문’ ‘동궁과 월지’ ‘분황사’ 등 주요 유적과 명소, APEC 정상회의 개최지가 될 보문관광단지 등을 지난다. 다만 배차 간격이 50분 이상이다. 10번 버스는 고속버스나 시외버스 터미널을 이용할 경우 도전해볼 만하다.

◇대릉원에 목련이 피기를 기다리며

발 닿는 곳마다 문화 유적지와 조우하기에 ‘지붕 없는 박물관’이다. 경주에서라면 따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길을 잃어도 좋다. 시내에 들어서면 고분들부터 마중 나온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는 5곳(남산·월성·대릉원·황룡사지·명활산성)의 ‘경주 역사 유적지구’에서도 고분군은 경주를 고도(古都)답게 해주는 일등공신이다.

방학을 맞아 역사·문화 탐방에 나선 아이들이 신라 전통 의상을 곱게 차려 입고 대릉원 소나무숲 탐방로를 거닐고 있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고분군 중 경주 도심에 있는 대릉원은 노동동과 황남동 사이의 신라 시대 고분군을 통칭한다. 장년 이상에겐 ‘황남동 고분군’으로 익숙하다. 미추왕릉, 황남대총, 천마총(유료 관람) 등 23기의 능이 한데 모여 있다. 대릉원에 들어서면 예로부터 죽은 자의 벗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무덤가에 심었다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먼저 반긴다. 이어 모나고 뾰족한 건물 대신 부드럽고 완만한 곡선의 능들이 겹겹이 이어진다. 추운 계절을 견디며 초록빛을 잃어버린 능 위로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펼쳐진다.

대릉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능은 미추왕릉이다. 대릉원이라는 이름은 삼국사기에 ‘재위 23년에 돌아가니 대릉에 장사 지냈다’는 미추왕에 대한 기록에서 유래했다. 나라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이곳 미추왕릉에서 제사를 지냈다고 전해진다. 미추왕릉 주변엔 벚나무가 두르고 있다. 그러기에 겨울보다는 꽃 피고 단풍 드는 봄가을에 더 볼거리가 많은 능이다.

대릉원 내 연못과 가까이 있는 황남대총. 황남동 고분군에서도 가장 큰 능이어서 '대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대릉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목련 포토존'은 겨울에도 기념 촬영을 위한 발걸음이 이어진다. 목련 포토존은 황남대총 뒤편에 있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미추왕릉을 크게 돌면 연못 부근에 황남대총이 이어진다. ‘대총’이란 이름처럼 대릉원이 있는 황남동에서 가장 큰 고분이다. 얼핏 색깔도, 모양도 표주박을 엎어놓은 듯한 모양의 능은 출토 유물로 보아 부부, 왕과 왕비의 능으로 추정하나 무덤 주인이 누구인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산책로를 따라 뒤편으로 이어지는 능은 젊은 층에겐 ‘목련 포토존’으로 유명하다. 한겨울에도 아랑곳없이 기념 촬영을 위한 줄이 이어진다. 1000년 전 누군가의 무덤이 후대에 힐링 명소, 안식처가 될 줄 알았을까. 지금은 목련 나무가 앙상한 모습일지라도 곧 봄이 오면 다시 새순이 돋고 하얗고 해사한 얼굴로 꽃을 활짝 피우리라. 굳게 믿으며 발걸음을 돌려본다.

대릉원을 나와도 눈앞엔 고분군이다. 키 작은 건물들과 한옥들 사이로 봉긋하게 솟아 있다. 고분 사이로 사람들이 산책하고, 쉬어가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그 사이로 차가 지나다니고 일상이 펼쳐진다. 이 풍경을 편히 감상할 수 있는 곳은 ‘고분 뷰’ ‘무덤 뷰’ ‘유적 뷰’ 맛집으로 불리는 카페와 식당들이다. 그중 한옥 형태의 건물인 ‘두낫디스터브 경주본점’의 2층은 창밖으로 황남동 고분군이 그림처럼 걸린다. 고분도, 사람들도 미니어처 같다.

젊은 층에서 경주의 '고분 뷰' '무덤 뷰' 카페로 유명한 '두닷디스터브 경주본점'. 창밖으로 황남동 고분과 눈을 맞춘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겨울 햇살이 스며드는 카페 창가에 앉아 소금빵아이스크림을 맛보며 고분을 감상하는 시간도 색다르다. 단순한 모양의 고분과 높은 건물 하나 없는 여백의 도시가 숨 쉴 틈을 내어준다. 이 도시에 자리한 모든 것의 물리를 통찰할 순 없지만, ‘고분 멍’을 하고 있노라면 무덤들이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다. “역사는 그저 무수히 반복되며 이어지기에 여기까지 온 것 아니겠느냐”고, “이렇게 견뎌낸 오늘 하루도 역사의 한 조각이 되지 않겠느냐”고.

◇첨성대 지나 보문단지까지

대릉원을 나와 황리단길의 왕복 2차로 하나만 건너면 첨성대 가는 길이다. 신라 선덕여왕 때 건립된 것으로 추정하는 ‘동양 최고(最古) 천문대’ 첨성대는 볼 때마다 다르게 읽힌다. 너른 벌판에서 9m의 몸으로 1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국난과 천재지변을 이겨냈을 첨성대와 다시 마주하니 불멸의 유산처럼 느껴진다.

 

이곳 문화유산해설사는 “첨성대는 당시의 높은 과학 수준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일 뿐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경주 시민에게는 그 존재감만으로도 정신적 지주와 같다”며 “첨성대가 경주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인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걷기가 부담된다면 입구에서 ‘비단벌레 전기 자동차’를 이용해볼 만하다. 첨성대, 향교, 최부잣집 등 일대에 모여 있는 코스들을 전동차로 편히 둘러볼 수 있다.

천년이 넘는 시간을 견뎌온 첨성대의 시간을 감히 짐작해 볼 수 없지만, 한 겨울 너른 벌판을 지키고있는 첨성대는 기개가 느껴진다. 첨성대와 가까이 있는 핑크뮬리가 다시 핑크 빛 물결을 이룰 때쯤 이 도시에선 APEC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보문관광단지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 기원 조형물. 경주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APEC 정상회의를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다음 코스는 APEC 정상회의 주요 무대가 될 보문관광단지다. 첨성대에서 차로는 15분 남짓, 버스(10번, 100-1번 버스 등)를 타면 정류장을 거치기에 30여 분 걸린다. 보문관광단지는 1970년대 관광 개발의 시작을 알린 국내 최초 관광단지다. 올해는 관광단지로 지정된 지 50주년. 보문단지 중심엔 APEC 정상회의 핵심 회의장으로 활용될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도 눈에 들어온다.

겨울 비수기에 접어든 관광단지는 차분한 분위기다. 1년 중 보문관광단지의 극성수기는 보문호를 두른 벚꽃이 피어나는 시기다. 미국 CNN 방송에 ‘한국의 비경’ 중 하나로 소개된 ‘보문정’도, ‘경주월드’ 등 주요 시설들도 겨울나기 중이어서 요즘 풍경은 기대에 못 미친다.

아쉬운 대로 보문 호반길을 걸어볼 일이다. 전체 6.5㎞로 완주(약 2시간 소요)하면 만보 걷기를 달성할 수 있다. 물너울교, 징검다리, 경주 관광역사공원 등이 있어 지루하지 않다. 잔잔한 호수를 곁에 두고 걸어 마음이 고요해지는 건 덤이다. 보문관광단지를 오가는 길에 있는 헌덕왕릉도 들러볼 만하다. 전형적인 신라 시대의 왕릉 양식을 살펴볼 수 있을뿐더러 능 주변으로는 도래솔이 두르고 있어 고즈넉한 운치를 만끽하게 된다.

◇석굴암에서 ‘통일대종’을 타종하며

APEC 실무를 담당하는 경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경주에 방문한 APEC 정상회의 현장 실사단은 대릉원을 비롯해 불국사, 동궁과 월지, 월정교, 국립경주박물관 등을 둘러봤다. 불국사로 향하는 길, 경주 토함산 중턱에 자리한 석굴암도 지나칠 수 없다. 신라 경덕왕 시기 시중이었던 김대성과 이성룡에 의해 창건돼 혜공왕 10년인 774년에 완공한 통일신라의 대표 건축물이다.

신라 멸망 후 존재감이 약해졌다가 조선 시대에는 숭유억불 정책으로 방치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때 우연히 발견돼 일제에 의해 엉터리 복원이 진행되면서 오히려 훼손되는 비운을 겪었다. 원숙한 조각 기법이 드러나는 본존불을 비롯해 저마다 개성이 뚜렷한 조각상 등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평정심이 찾아온다. 하지만 불자와 탐방객들이 끊이질 않아 오롯이 감상하기는 쉽지 않다.

통일신라 불교 건축과 불교 미술의 극치를 엿볼 수 있는 석굴암의 본존불. / 경주시 관광자원 영상이미지
새해 소원성취등으로 가득한 석굴암 앞마당.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새해맞이 소원 등이 가득한 경내를 걸어나와 다시 석굴암을 나서는 길, 종소리가 토함산에 울려 퍼진다. 석굴암 초입에 있는 ‘통일대종’이다. 지름 2.37m의 이 거대한 종은 민족 통일의 염원을 담아 1989년에 설치됐다. ‘이 종을 울리는 사람은 번뇌가 사라지며 지혜가 생겨나고 고통을 여의며 정신통일이 쉽게 이루어진다’고 하니 안 쳐볼 수 없겠다. 낮 시간에 한해 1인 1타 1000원 이상 체험료를 기부한 후 체험 가능하다. 체험료는 이웃돕기 성금으로 쓰인다.

석굴암 관계자는 “연말연시에는 종을 치는 사람들이 부쩍 많다. 날씨 좋은 계절에는 줄 서서 치기도 한다”고 했다. 커다란 종 앞에 서서 마음속으로 ‘하나, 둘’을 외치고 ‘셋’에 힘껏 종을 쳤다. 웅장했다가 점점 맑아지는 종소리가 물결의 파장처럼 퍼져 나가 토함산 자락에 차츰 조용히 잦아들었다. 마치 세속의 소음은 모두 덮어두라는 듯 토닥토닥.

다시 상경길에 오르는 길에 만난 국립경주박물관 영남권수장고. 떠나는 이를 배웅하듯 어두운 밤을 따스하고 은은한 불빛으로 밝혀주고 있다. 마치 청사초롱처럼.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 한옥 뷰 식당에서 도가니탕 먹을까? 석갈비 맛볼까? ]

고즈넉한 한옥에서 경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 '최부잣집'의 내림 음식을 선보이는 '요석궁1779'.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문화체육관광부 '2024 우수 문화 상품'에 선정된 '요석궁1779'의 단품 메뉴 도가니탕. 반찬으로 나오는 낙지젓을 곁들여먹으면 더욱 맛있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APEC 현장 실사단이 다녀간 맛집

경주는 미식 여행을 해도 좋을 만큼 맛집들이 산재해 있다. 이왕이면 모험보다는 검증된 맛집을 꿰는 것도 방법. 지난해 경주 APEC 현장 실사단이 다녀간 맛집이라면 믿을 만하겠다.

‘요석궁1779’는 270년 전통의 경주 교촌마을 최부잣집 내림 음식으로 구성된 가정식과 시절식을 맛볼 수 있는 한식당이다. 1인 6만9000원부터 시작하는 한정식 코스 요리가 유명하지만, 겨울엔 단품 메뉴인 도가니탕(1만8000원)을 찾는 손님도 많다. 문화체육관광부 ‘2024 우수 문화 상품’에 선정된 메뉴이기도 하다. 깍두기, 낙지젓, 장아찌 등과 함께 한 상 차림으로 깔끔하게 나온다. 진한 국물에 건더기도 푸짐해 먹다 보면 어느새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운다. 창 너머 장독대가 놓인 소담스러운 한옥 마당 풍경이 맛을 더한다.

보문관광단지에 있는 ‘소솜당’은 아담한 한옥 사랑채에서 식사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석갈비, 김치찜, 불제육이 대표 메뉴. 1인 1만6000~1만9000원(2인 이상 주문 가능)이어서 부담 없는 편이다. ‘투 톱’은 김치찜과 석갈비다. 취향에 따라 ‘뚝배기 함박’ ‘오징어땡전’ 등을 곁들이기도 한다. 또 다른 맛집인 북군동 신라정은 육향(肉香)을 즐기는 이들이 찾는 식당이다. 한우육개장(1만2000원), 한우순두부찌개(1만2000원) 외에 한우불고기전골(2인분 3만5000원)과 한우철판불고기(2인분 3만원)가 인기다. 여기에 한우떡갈비(1만5000원)를 추가하는 식. 파채 위에 얹어내는 떡갈비는 양이 살짝 아쉬우나 달곰하고 고기의 풍미가 은은해 어린이들도 잘 먹는다.

보문관광단지 내 힐튼호텔 중식당 ‘실크로드’와 용강동의 매운소갈비찜 맛집 ‘읏듬동인동찜갈비’도 현장 실사단이 방문한 경주의 맛집들이니 여행 수첩에 기록해 두자.

 

[조선일보 2025년 1월 6일]

빠르게 가는길, 그리고 느리게 가는 마음
강원~경상도 동해선으로 3시간 단축
목적지로 향하는 여정도 여행의 일부
고속열차 창밖 풍경 천천히 느껴보길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더 간편하게’.

세상은 늘 속도를 요구한다. 이런 시대적 요구를 충실히 반영한 사례가 동해선 개통이다. 이제 강원과 경상도의 바다와 산을 가로지르며 3시간 이내로 시간을 절약하게 됐다.

빨라진다는 것은 편리하다. 그렇다고 빨라진다는 것이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네 인생만 봐도 그렇다. 우리는 늘 남보다 뒤처지는 것을 걱정한다. 그래서 ‘빨리’가 일상에 베여 있다. 사실 남들보다 빨리 가는게 중요한 것이 아닌데도. 조금 헤매더라도, 조금 돌아가더라도 제대로 목적지를 찾아가야 한다. 잘못된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이전까지 강릉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길은 그 자체로 여행이었다. 바다를 달리는 차장 너머로 보이는 햇빛에 반짝이는 물결, 낡고 소박한 휴게소에 멈췄을 때 느껴지는 비릿한 바닷 바람의 냄새, 그리고 도로 옆으로 드문드문 보이던 어촌 마을의 풍경 등등. 동해선 개통은 이런 여정을 조금씩 잊게 할 게 분명하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고속열차 안에서의 풍경은 단지 스쳐 가는 배경일 뿐,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느낄 여유는 없다.
 
 
동해선을 따라 달리는 ITX-마음(사진=코레일)

반대로 느린 여행은 ‘멈춤’과 ‘생각’을 허락한다. 그리고 여행자를 강제로 ‘지금’에 머물게 한다.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볼 시간조차 없는 빠른 여행과 달리 느린 여행은 우리가 바쁜 일상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마주하게 한다. 그것이 자연의 풍경이든, 우연히 만난 사람과의 대화이든, 혹은 그저 자신과의 고요한 사색이든 말이다. 이런 변화들을 천천히 살피다 보면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도 보인다.

빠름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동해중부선이 가져올 변화는 분명 확실하다. 강원과 경상 지역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삼척과 같은 외딴 지역은 여행의 문턱이 낮아진 덕분에 더 많은 여행객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빠름이 모든 답이 돼선 안된다. 속도에만 매몰되다보면 여행의 본질인 ‘여정’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목적지로 향하는 여정 또한 여행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조금 느린 옵션을 선택해 보길 권한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느리게 여행하다 보면 마치 숨을 고르듯,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여행에서 빠르다는 것과 느리다는 것은 서로 상충하는 개념은 아니다. 단지 선택의 문제일 뿐, 우리는 이 두 가지 옵션을 상황에 따라 현명하게 활용하면 된다. 그리고 빨라서 잃어버리는 것들이 있다면 조금 속도를 늦추고 잃어버린 것들을 다시 찾아보면 될 터. 가령 기차가 목적지로 달리는 동안 잠시 창밖 풍경을 음미해 본다면 그 속에서 잃어버렸던 감정과 경험의 조각들이 다시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궁극적으로 여행은 단순히 어디에 가느냐의 문제가 아닌, 그곳에 어떻게 가느냐.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느끼느냐의 차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여행을 더 풍요롭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이데일리 2025년 1월 10일]

진우석의 Wild Korea 〈20〉 내장산 


내장산은 누가 뭐래도 단풍산이다. 그러나 겨울 설경도 가을에 뒤지지 않는다. 올해는 첫눈이 빨랐다. 단풍이 채 지지 않은 지난달 27일 눈이 쏟아져 이채로운 풍광을 만났다. 전망대에서 드론을 띄워 서래봉과 벽련암이 어우러진 모습을 담았다.

첫눈이 기별하면 내장산으로 간다. 끝물 단풍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여린 눈송이가 소복소복 내려앉는 곳. 흰옷으로 갈아입은 산은 옅은 홍조를 띠며 웃는다. 가을과 겨울이 극적으로 교차하는 내장산을 다녀왔다.

모텔방에서 첫눈 기다리는 마음
전북 정읍 버스터미널 앞 모텔. 첫눈 예보를 듣고 지난달 26일 달려왔다. 밤이 깊어지자 수도권 폭설 소식이 들려왔다. 창문을 열어보니 한두 방울 비가 떨어진다. ‘헛다리를 짚었나?’ 12월에는 호남 지방에 눈이 많이 내리고, 내장산은 눈이 많기로 유명한 곳이라 찾아왔건만. 그래도 내일 눈 예보를 믿어본다. 꼭 눈을 보게 해달라고 두 손 모아 기도했다.

이튿날, 첫차를 타고 내장산 버스정류장에 내렸다. 어둑한 새벽길을 뚜벅뚜벅 걸었다. 시나브로 밝아오는 하늘은 잔뜩 찌푸리며 눈물 같은 빗방울을 짜낸다. 이윽고 다다른 내장사 일주문. 문 안으로 단풍나무 숲길이 보인다. 단풍나무 고목들이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속절없이 젖는다.


벽련암에서 폭설을 만났다.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일주문 앞에서 오른쪽 벽련암 방향을 따른다.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흰 송이가 흩날리자 환호성이 터졌다. 허기와 피로가 사라지고 기분이 달뜬다. ‘벽련선원’ 현판이 적힌 누각에 올라 산세를 감상한다. 대웅전 뒤로 서래봉 바위 봉우리들이 웅장하다. 내장산의 최고봉은 신선봉(763m)이지만, 형세나 기상으로 보아 서래봉(624m)이 주봉 역할을 한다. 건너편으로 장군봉에서 연자봉으로 이어진 주릉과 연자봉에서 내려와 문필봉으로 흘러내리는 지릉이 눈에 들어온다. 풍수지리에서는 제비가 새끼에게 모이를 먹이는 형세라고 한다.

제비집 명당에 자리한 벽련암


원적암 가는 길에 눈이 펑펑 내렸다. 눈이 그린 설경이 환상적이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눈보라가 몰아친다. 서래봉을 하얗게 지우고, 대웅전까지 야금야금 집어삼킨다. 순식간에 온 세상이 하얗다. 애타게 눈을 기다리는 마음은 어느새 걱정으로 바뀐다. 원적암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순백의 세상에 첫 발자국을 찍는 맛이 일품이다. 눈이 내려앉은 산죽은 까르르 웃는 것 같고, 눈을 무겁게 인 젖은 단풍잎들은 흐느끼는 것 같다.


원적암 앞의 비자나무 군락지. 굴거리나무, 단풍나무 등이 눈과 어우러진다.

원적암 앞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우람한 비자나무들이 총총 서 있다. 비자나무는 더는 북쪽으로 뻗어가지 못하고 이곳에 모여 북방한계 군락지를 형성한다. 큰 우산 같은 비자나무 아래로 굴거리나무와 단풍나무가 옹기종기 모여있다. 하얀 눈, 붉은 단풍, 초록 잎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천천히 걸어 다다른 내장사. 절 마당에 서면 왠지 마음이 따뜻해진다. 사방을 둘러보니 내장 9봉이 커다란 원을 그리며 둘러싸고 있다. 이 자리에 아홉 봉우리의 정기가 모인다고 한다. 대웅전이 공사 중이라 조금 산란하다.


내장사에서 금선계곡으로 이어진 길을 ‘조선왕조실록 이안길’로 꾸몄다.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용굴암. 선비 안의와 손홍록이 전주사고의 실록을 이곳으로 옮기고 지켜냈다.

이제 금선계곡을 따라 걷는다. ‘조선왕조실록 이안길’이란 안내가 붙어 있다. 계곡 끝 지점에서 가파른 계단을 10개쯤 오르면 용굴암에 닿는다. 정읍에 살던 선비 ‘안의’와 ‘손홍록’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전주사고에 보관된 조선왕조실록과 태조 어진을 내장산 용굴암으로 옮겼다. 두 선비는 그리 크지 않은 동굴 안에서 1년 동안 실록을 보관하고 지켜냈다. 당시 다른 사고에 보관했던 실록은 모두 잿더미가 됐다.


전망대에서 드론을 띄워 바라본 내장산 산세. 설경 속에서 끝물 단풍이 잔잔한 홍조를 띤다. 사진 오른쪽에 벽련암, 왼쪽에는 전망대, 가운데에 내장사가 자리한다.

용굴암 쪽에서 까치봉이나 신선봉 오르는 길은 완전히 눈에 파묻혔다. 다시 내장사로 발길을 돌린 뒤 가파른 계단을 20분쯤 올라 전망대에 닿았다. 설산으로 변한 내장 9봉이 큰 원을 그리며 내장사 일대를 감싸고 있다. 바로 이 산세가 실록을 지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으리라.

전망대에서 펼쳐진 내장 9봉 설산

  
건너편 서래봉 아래의 단풍나무들은 눈을 뒤집어쓰고 수줍은 듯 홍조를 띤다. 갑자기 시끌벅적하게 사람들이 몰려온다. 물어보니 케이블카를 타고 왔다고 한다. 너도나도 사진 찍으며 첫눈을 즐긴다. 전망대 아래 자리한 전망대휴게소에서 몸을 녹인다. 40년 넘게 한자리를 지킨 휴게소다. 케이블카가 생기기 전부터 산꾼들의 사랑방 노릇을 톡톡히 했다.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 근처의 전망대휴게소. 40년 넘게 내장산을 찾는 사람들의 사랑방으로 자리했다.

“올해 단풍이 얼마나 예뻤는지 아세요.”
묻지도 않았는데 주인아주머니가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준다. 벽련암 일대가 새빨갛다. 불과 며칠 전 사진이다.

휴게소를 나와 다시 눈길을 밟는다. 연자봉에 오르려고 가파른 계단 길을 따른다. 아무도 밟지 않은 채 소복이 쌓인 눈을 뽀득뽀득 밟는다. 소리도 느낌도 경쾌하다. 다시 눈보라가 산을 두들긴다. 앞이 컴컴하다. 첫눈이 이렇게 센 적이 있었던가. 잠시 고민하다 발걸음을 되돌린다. 눈과 싸우지 말자. 첫눈이지 않은가. 왠지 올해는 눈이 많이 내릴 것 같다.

케이블카를 탔다. 고도를 내릴수록 눈이 줄고 단풍이 눈에 띈다. 어느새 내장산 계곡은 눈이 녹고 늦가을로 변해 있었다. 잠시 딴 세상에 갔다가 온 기분이다. 올해 첫눈은 짧고 강렬했다. 마치 우리의 첫사랑처럼.

<여행정보>



박경민 기자

서울 용산에서 정읍 가는 KTX가 하루 5회 운행한다. 1시간 40분 소요. 정읍역과 정읍 버스터미널 앞에서 내장산 가는 171번 버스가 출발한다. 시설 좋은 숙소가 정읍 시내에 많다. 눈꽃 트레킹 코스는 일주문~벽련암~원적암~내장사~용굴암~연자봉~전망대~일주문 코스를 추천한다. 거리는 약 9㎞, 넉넉하게 4시간 30분 걸린다. 전망대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할 수 있다.


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시인이 되다만 여행작가. 학창시절 지리산 종주하고 산에 빠졌다. 등산잡지 기자를 거쳐 여행작가로 25년쯤 살며 지구 반 바퀴쯤(2만㎞)을 걸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걷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캠프 사이트에서 자는 게 꿈이다. 『대한민국 트레킹 가이드』 『해외 트레킹 바이블』 등 책을 펴냈다. 

 

[출처:중앙일보 2024년 12월 12일]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9323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2025. 1. 15. 07: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