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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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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관광 일번지 강진① 강진 생활관광

 

1993년 출간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한국의 여행 문화를 바꾼 책으로 평가받는다. 『답사기』 1권 ‘남도답사의 일번지’에서 맨 처음 소개한 고장이 전남 강진이다. 유홍준 교수의 말마따나 ‘단 한 번도 무대의 전면에 부상하여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일 없었던 조용한 시골’이었던 강진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뒤 전국 명소로 거듭났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다. 다산초당·무위사·백련사 등 강진의 찬란한 유산이 증발한 건 아니지만, 강진을 여행하는 풍경은 사뭇 달라졌다. 이제는 유적지 답사보다 일주일 살아보기, 액티비티 체험, 맛집 탐방 같은 여행법이 더 주목받는다. 남도답사 일번지 강진의 달라진 여행법, 새로운 핫플레이스를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생활관광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이른바 '푸소' 농가에서 일주일간 현지인과 함께 먹고 자고 놀며, 강진을 생생히 체험하는 여행법이다. 맛있는 시골밥상으로 유명한 '화담재'는 장독 가득 맛깔스러운 장과 김치를 품고 있다.

강진이 ‘남도답사 일번지’로 뜬 건 고려시대 청자를 굽던 사당리 가마터나 다산초당‧백련사 같은 문화유산이 곳곳에 뿌리내린 덕분이었다. 오늘의 여행자들은 강진에서 답사만 하고 떠나지 않는다. 일주일간 현지 주민과 한집살이를 하고, 함께 숟가락을 들고, 어우러져 흥에 취한다. 강진이 이른바 생활관광의 성지로 뜨면서다.

40가지 골라 사는 재미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를 하며 다양한 농촌 체험을 할 수 있다. 요즘 '한실농박(왼쪽 사진)에서는 감 따기, '힐링하우스'에서는 고구마 캐기가 한창이다.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공유 숙박이 하나의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남의 집에서 잠드는 여행법이 더는 낯설지 않다. 더 색다른 경험, 생생한 현지 문화를 체험하려는 여행자가 계속 늘고 있다. 생활관광 프로그램인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가 현재 강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 상품으로 부상한 배경이다.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는 말 그대로 시골집에서 6박7일간 먹고 자고 노는 프로그램이다. 일명 ‘푸소’라 불리는 지역의 체험 농가 40곳에서 손님을 받는다. 살림집마다 분위기가 다르고 집주인의 손맛이 다르므로 일주일 사는 재미도 제각각이다. 이를테면 읍내의 ‘힐링하우스’처럼 텃밭에서 고구마‧가지 등을 직접 채취해 먹는 농가도 있고, ‘명선하우스’처럼 너른 잔디마당을 낀 이층집도 있다. 월출산(809m) 아래에 자리한 한옥 ‘화담재’는 장독 가득히 맛깔스러운 김치와 장을 품고 있다.

일주일 살기 체험비는 1인 24만원(2~4명 신청)으로, 8끼의 식사(조식 6회, 석식 2회)도 포함됐다. 하루 3만4000원꼴. 가성비가 보통이 아니다. 반응은 당연히 폭발적이다. 2020년 5월 시작해 코로나 여파에도 3700명 이상이 다녀갔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강진군 문화관광재단에 따르면 3년간 전체 농가가 벌어들인 수익이 12억원에 이른다. 지난 6개월간 2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낸 농가도 있다.

 

한실농박에서 맛본 시골밥상. 홍어삼합과 병어찜, 간장 게장 등이 깔렸다. 집주인 정은숙씨는 "집이 낡았다고 밥상까지 허름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홈페이지 후기란에는 “떠나는 날 과일을 바리바리 싸주셨다” “일주일 살며 귀촌의 꿈이 생겼다” 같은 정겨운 후일담이 가득하다. “이래서 남는 게 있겠느냐”는 투의 걱정과 감탄 섞인 반응이 가장 흔하다.

탐진강변의 ‘한실농박’에서 직접 체험한 하루는 이랬다. 팔자 좋은 시골 개들과 뛰놀다, 감을 따 먹고, 낮잠을 때리다, 주인 할머니와 함께 밥을 지어 먹었다. 밥상에는 홍어삼합과 병어찜, 간장게장 등이 깔렸다. 집주인 정은숙(68)씨는 “손님이 아들딸처럼 반갑고, 덕분에 사는 게 더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일일 가수 체험해볼까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참가자는 음반 만들기, 청자 컵 만들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강진에서 일주일 살기’ 참가자에게는 주요 관광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회원카드가 주어진다. 다산박물관, 한국민화뮤지엄, 고려청자박물관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가우도 짚트랙과 제트보트 등 액티비티도 할인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농가에서만 머물 게 아니라, 곳곳을 누비며 지역을 생생히 체험해보라는 의미다.

‘나만의 음반 만들기’ 같은 이색 무료 체험도 있다. 강진읍시장 인근의 음악 스튜디오 ‘전남음악창작소’가 체험 장소다. ‘코인노래방’ 같은 노래 연습실 수준이 아니다. 프로 뮤지션이 사용하는 장비를 활용해 직접 악기도 연주하고, 녹음실에서 MR에 맞춰 노래도 불러볼 수 있다. 음치도 박치도 상관없다. 전문 엔지니어가 능숙한 솜씨로 튠을 만져 1곡의 음원을 완성해준다.

고려청자박물관에서는 청자 컵 만들기가 공짜다. 흙으로 빚은 도기 위에 취향대로 글씨나 그림을 새겨 놓으면 체험관에서 대신 유약을 바르고 구워 90여 일 뒤 완성된 청자를 집으로 보내준다.

8월 문을 연 '오소 스테이'. 숙박 시설, 공유 오피스 등을 갖춘 워케이션 공간이다.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워케이션 체험도 최근 시작했다. 강진군이 지난 8월 읍내에 워케이션 공간 ‘오소 스테이’를 열면서다. 노트북·태블릿 등을 빌려 쓸 수 있는 공유 오피스와 회의실은 물론이고 공용 주방과 루프탑 휴게 공간도 갖췄다. 농가 체험과 워케이션을 병행하는 일주일 살기 상품도 나왔다. 절반은 푸소 농가에서, 나머지 절반은 오소 스테이에서 머무는 방식이다.

다산도 흥나겠네

주말마다 강진읍 사의재 저잣거리 일원에서 마당극 '조만간'을 관람할 수 있다. 강진 주민으로 이뤄진 아마추어 극단인데, 끼와 재주가 프로 배우 못지 않다.

강진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가 사의재(四宜齋)다. 다산 정약용(1762~1836) 선생이 1801년 강진으로 유배와 4년 동안 기거한 주막집인데, 읍내에 당시의 초가와 주변 풍경을 재현한 ‘사의재 저잣거리’가 조성돼 있다. 얼핏 고루한 관광지처럼 여겨질 수도 있으나, 요즘 강진에서 가장 신바람 나는 현장이다. 주말마다 저잣거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마당극 ‘조만간(조선을 만난 시간)’ 덕분이다.

일단 출연진 구성이 재미있다. 전문 배우 없이 지역민으로 구성된 아마추어 극단이어서다. 76세 어르신부터 여고생까지 모두 22명이다. 프랑스‧일본에서 이주한 외국인 배우도 있다. 2019년부터 벌써 5년을 이어오고 있다. 읍내에서 오토바이 샵을 운영하는 홍보배(61, 저승사자 역)씨처럼 200회 이상 공연한 베테랑 배우도 있다. 다들 무대에서의 능청과 익살이 전문 배우 못지않다. 일본에서 이주한 안도 아이리(49, 포졸‧아낙 역)씨는 “주민들과 함께해 즐겁고, 관광객을 직접 맞이하는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마당극이 끝나면 배우들이 사의재 저잣거리 곳곳에 흩어져 관람객을 맞는다.

조만간 공연은 토‧일요일 하루 두 차례씩(오전 11시 30분, 오후 2시 30분) 벌어진다. 마당극 후에는 배우들이 저잣거리 곳곳에 흩어져 관람객을 맞는다.

임석 강진군문화관광재단 대표는 “일주일 살기나 정기 공연보다 사람과 정이 강진의 주력 여행상품”이라면서 “주민 주도형 체류 관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사의재의 가을 풍경. 다산이 유배 시절 머물던 주막을 복원한 공간이다.

강진=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중앙일보 2023년 10월 19일]

[GO 로케] 주말 인기 드라마 촬영지

주말 저녁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드라마 ‘연인(MBC)’과 ‘힘쎈여자 강남순(JTBC)’은 공간을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있다. 사극 ‘연인’은 한국을 대표하는 명승을 두루 보여주고, ‘힘쎈여자 강남순’은 현대 서울의 여러 핫플레이스를 경쾌한 터치로 담아낸다.

 

황매산 언덕, RM의 뮤비 장소로 유명

‘연인’의 무대가 된 황매산 억새평원. 11월 중순까지 억새 절경을 볼 수 있다. [연합뉴스]

‘연인’은 병자호란 배경의 사극이다. 그 흔한 왕실 러브 스토리가 아니라, 전란 속 엇갈린 인연과 민초의 애환에 초점을 맞췄다. 하여 왕궁보다 궁궐 밖 자연이 더 자주 보인다.

전쟁 뒤 청나라로 떠나는 이장현(남궁민)과 그를 배웅하는 유길채(안은진). 두 사람의 애틋한 작별을 담았던 고갯길은 경남 황매산(1113m)에 있다. 황매산 정상부의 억새평원으로, 이맘때 정취가 특히 눈부시다. 1113m에 이르는 높은 산이지만, 8부 능선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다.

억새와 홀로 선 나무가 조화를 이루는 일명 ‘황매산 별빛언덕’은 방탄소년단(BTS) 팬에게도 유명하다. 지난해 RM의 ‘들꽃놀이’ 뮤직비디오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마침 29일까지 ‘억새 축제’도 이어진다. 황매산 군립공원 관계자는 “11월 중순까지 억새 장관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무등산 편백숲. [사진 무등산국립공원]

이장현이 오랑캐와 ‘17대 1’의 사투를 벌였던 숲은 무등산(1187m)에 있다. 무등산 증심사에서 15분가량 걸어 들어가면 ‘연인’에서의 그 울창한 편백숲이 나온다. 장대 같은 편백이 사방으로 쭉쭉 뻗어있어 ‘사진발’도 잘 받는다.

‘연인’의 입맞춤 장소는 고창 청보리밭. [사진 MBC]

포스터에도 사용한 명장면 하나. 장현과 길채의 키스신은 고창 청보리밭(학원농장)에서 촬영했다. ‘연인’에는 봄날의 청보리밭이 담겼지만, 현재는 하얀 메밀꽃이 멋을 부리는 시기다. 진영호(73) 학원농장 대표는 “이번 주 보리 파종을 시작했다”면서 “내년 4월이면 눈부신 청보리를 다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순이 손도장 찍은 한류스타 거리

‘힘쎈여자 강남순’ 속 몽골 초원. [사진 JTBC]

‘힘쎈여자 강남순’(JTBC)은 괴력을 타고난 주인공 강남순(이유미)의 기상천외한 활약상을 그린다. 국제 미아가 돼 몽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래서 한국이 낯설다는 설정 덕에 강남순의 좌충우돌 서울살이를 엿보는 재미도 있다.

강남순이 찾았던 강남 한류스타거리. [사진 JTBC]

한류 드라마와 K팝을 보고 들으며 자란 강남순은 한국 땅을 밟자마자, 강남 일대부터 휘젓고 다닌다. 강남역과 압구정 로데오 거리 등이다. 강남순이 손도장을 찍고 간 강남 한류스타 거리(갤러리아 백화점 앞)는 ‘K Star Road’라는 이름으로 해외에 꽤 알려져 있다. 강남구가 10년 전 SM·JYP·큐브 등 유명 기획사가 자리 잡은 청담·압구정 일대를 “서울의 랜드마크로 만들자”며 조성한 거리다. 지금은 기획사 대부분이 동네를 떠났지만, 요즘도 성지 순례하는 외국인을 만날 수 있다. 인도를 따라 방탄소년단·소녀시대 등 아이돌을 형상화한 조형물 ‘강남돌’이 줄지어 서 있다.

동작대교·방화대교·여의도물빛무대 등 한강 명소도 여럿 등장한다. 월세 사기를 당해 길바닥에 나앉게 된 강남순이 주특기를 살려 게르를 지은 땅도 잠원 한강공원이었다.

참고로 극 초반의 몽골 풍경은 CG가 아니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50㎞가량 거리에 있는 테를지 국립공원에서 너른 초원과 투울강 등을 담았다. 몽골은 지난해 6월부터 한국인의 무비자 여행(3개월까지)을 허용하면서 여행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JTBC 예능 ‘택배는 몽골몽골’도 고비사막·투브아이막 등의 명소를 무대로 찍었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중앙일보 2023년 10월 27일]

[GO로케] ‘밀수’ 촬영지 여수 하백도

‘밀수’의 무대가 된 여수 하백도. 거문도에서 유람선을 타고 돌아볼 수 있다. [사진 여수시]

올여름 극장가를 휩쓴 류승완 감독의 ‘밀수’는 해녀와 바다가 주인공인 영화다. 1970년대 서해에서 전복 따던 해녀들이 우연히 밀수 판에 발을 댔다가 큰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상어는 컴퓨터그래픽으로 창조했고, 수중 액션 장면은 대형수조 안에 세트를 꾸려 촬영했지만, 진짜도 있다. 짙푸른 바다와 그림 같은 바위섬은 바다 위에 배를 띄우고 드론을 날려 실제 촬영한 것이다. 영화에서 바다와 어촌 풍경이 유독 생생하게 보이는 까닭이다. 류승완 감독은 “물때를 기다리느라 며칠을 섬에 고립됐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중에는 명승도 있다. 전남 여수 거문도 인근의 ‘백도’가 대표적이다. 영화 중반부 춘자(김혜수)와 진숙(염정아) 일행이 2년 만에 만나 밀수를 벌였던 장소가 백도 앞바다였다. 거문도 동쪽 약 28㎞ 지점에 있는 백도는 상백도와 하백도를 비롯해 여러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영화에는 주로 하백도의 모습이 담겼다. 수면으로 솟구친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진 하백도의 모습이 영화에 여러 차례 등장했다.

 

백도는 출입이 불가능한 무인 섬이어서, 유람선을 타야만 절경을 관람할 수 있다. 거문도 여객 터미널에서 유람선이 오간다. 상백도와 하백도를 돌아보고 복귀하는 데 2시간이 걸린다. 정기선이 아니어서 유람선 출항 여부를 미리 체크하고 가는 것이 안전하다.

완도와 여수 사이에 있는 작은 섬 ‘다라지도’도 등장한다. 바위가 바다 위로 볼록하게 솟은 모양이 낙타 등을 닮아 ‘낙타섬’이라는 별명이 붙은 무인 섬이다. 영화 후반부 해녀들이 다이아몬드를 찾아 마지막 밀수 작전 벌였던 장소다.

 

국내를 대표하는 지질 명소 적벽강도 ‘밀수’의 무대가 됐다. 변산반도 서쪽 끄트머리에 자리한 적벽강은 화산암과 퇴적암이 뒤섞인 독특한 지형으로 워낙 유명한 장소다. 썰물이면 해안선을 따라 걸으며 주상절리와 해식 동굴, 몽돌 해안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영화 중반부 권 상사(조인성)와 춘자가 남몰래 다이아몬드 가방을 빼돌리던 현장이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중앙일보 2023년 8월 18일]

 

올해는 가을이 더디 오고 있다. 기상업체 케이웨더는 올가을 단풍이 예년보다 닷새가량 늦는다고 전망했다. 단풍·억새·코스모스처럼 가을 색채를 만끽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겠다. 대신 먹거리 달력은 가을에 들어섰다. 올가을도 가을 별미로 산과 바다가 풍성하다. 가을에 열리는 주요 먹거리 축제를 정리했다. 남당항 대하, 금산 인삼, 임실 치즈 등 제철 음식과 지역 특산물이 나들이객을 기다린다.

음식 가격 미리 알고 가자

김제 지평선축제 달구지 체험. [사진 각 지자체]

어느 축제든 가장 큰 관심은 먹거리다. 하나 어느 축제를 가나 음식 맛이 비슷하고, 바가지 상술로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다. 7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먹거리 알리오’ 캠페인을 시작한 이유다. 한국관광공사 박대영 지역관광콘텐츠팀장은 “캠페인 동참 축제는 개최 일주일 전 음식 가격을 공사 축제 홈페이지에 공개한다”고 말했다.

이달 9일 개막한 ‘홍성 남당항 대하축제’가 10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전어와 꽃게도 제철이니 함께 맛보면 좋겠다. 간단한 상식. 자연산 대하는 잡으면 바로 죽는다. 살아 있는 건 양식한 흰다리새우다. 상인들은 양식 새우가 더 맛있다고 말한다. 가격은 통일이다. 식당에서 새우 소금구이를 먹으면 1㎏ 5만원, 포장은 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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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김제 지평선축제(10월 5~9일)’는 음식 가격이 모두 1만원 이하라고 일찌감치 발표했다. 음식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소고기 삼채 육개장(9000원)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 음식을 선보인다. 지평선축제는 드넓은 평야를 수놓은 팜 아트, 공군 비행쇼 등 볼거리가 많다. 남도 음식을 두루 맛보고 싶다면 전남 여수로 가보시라. 10월 6~8일 여수세계박람회장 일원에서 ‘남도음식문화큰잔치’를 연다.

명품 치즈도 직접 만들어보고

금산 인삼축제에서 인삼을 캔 어린이의 모습. [사진 각 지자체]

산청 한방약초축제에서는 보약을 달여볼 수 있다. [사진 각 지자체]

건강을 챙기는 축제도 많다. 고려인삼의 본산이라 자부하는 충남 금산에서는 ‘세계인삼축제(10월 6~15일)’를 연다. 인삼을 캐고, 인삼을 활용한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지리산 자락의 청정 고장 경남 산청에서는 ‘한방약초축제(10월 6~10일)’가 개최된다. 약초 달이기, 족욕 등 건강 체험 행사가 다채롭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남해 독일마을 맥주축제. [사진 각 지자체]

이국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축제는 어떨까. 경남 남해 독일마을에서는 맥주축제(10월 6~8일)를 개최한다. 남해 독일마을은 1960~70년대 파독 광부와 간호사가 정착한 보금자리다. 퍼레이드와 공연을 감상하고 독일 맥주와 소시지를 먹는다. 커피 도시 강원도 강릉에서는 ‘강릉 커피축제(10월 12~15일)’를 연다. 강릉을 비롯한 전국 유명 카페의 커피를 시음하고 세미나도 들을 수 있다.

임실 N치즈축제에서 치즈를 늘이는 체험객. [사진 각 지자체]

치즈의 고장 전북 임실에서는 ‘임실N치즈축제’가 10월 6~9일에 열린다. 임실은 한국 최초로 치즈 공장이 들어선 곳이다. 벨기에 출신의 지정환 신부(1931~2019)가 1960년대 유럽의 치즈 공법을 들여왔다. 축제장에서는 대형 치즈, 피자 등을 만들고 고급 치즈를 싸게 살 수 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중앙일보 2023년 9월 22일]

알프스 여행-샤모니 시내

2023. 9. 19.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진우석의 Wild Korea⑤ 전남 신안 비금도 트레킹

비금도 트레킹은 산 두 개를 넘어 하트 해변으로 가는 길이다. 선왕산을 지나면 하트 해변을 바라보면서 걷는다. 산행 종착점이 하트 해변이다.

전남 신안 비금도는 기름지다. 드넓은 염전과 논을 품은 풍요로운 섬이다. 소금과 섬초(시금치)가 특산품이지만, 이세돌 바둑기사의 고향으로 더 유명하다. 비금도는 섬 전체가 거의 평지인데, 남서쪽에 설악산 암봉 몇 개를 떼어놓은 듯한 그림산(226m)과 선왕산(255m)이 우뚝 솟았다. 선왕산 너머에 유명한 ‘하트 해변(하누넘 해변)’이 자리한다. 하트 해변에 텐트를 쳐 놓고, 반대편으로 이동해 그림산과 선왕산을 걸었다. 종착점인 하트 해변의 바다에 뛰어들면서 트레킹의 대미를 장식하는 맛이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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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왕산 너머 오지에 자리한 하트 해변

비금도 내촌마을과 하트 해변 중간쯤에 자리한 전망대. 전망대에 올라서야 해변이 하트 모양으로 보인다.

신안에서는 툭하면 ‘1004(천사)’를 만난다. 천사대교, 1004 조형물, 1004번 공영버스 심지어 막걸리 뚜껑에도 ‘1004’가 새겨져 있다. 유인도 73개와 무인도 952개 모두 1025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신안군은 ‘1004섬’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여행자를 유혹한다. 바다에 흩어진 1000개 넘는 섬은 하나하나가 보물이고 천사 같은 존재다.

비금도의 보물은 하트 해변이다. 본래 이름은 하누넘 해변이다. ‘하누넘’은 ‘하늬바람(서풍)이 넘어오는 곳’이란 뜻으로 ‘산 너머 그곳에 가면 하늘밖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이 전해온다. 과거에는 해변 형상이 ‘학(鶴)’을 닮아 ‘학넘’ 또는 ‘한넘’으로 불렀다. ‘하누’와 ‘넘이’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도 전해진다. 배를 타고 고기잡이 나간 ‘하누’가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하자 ‘넘이’는 해안에서 그가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린다는 이야기다. 안타깝게도 ‘하누넘’이란 예쁜 우리말 이름이 사라지고 있다. 하누넘 해변이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해지고, 하트 모양으로 생긴 덕분에 이름을 아예 하트 해변으로 바꾼 까닭이다.

비금도 하트 해변에 내려앉은 노을. 하트 해변은 캠핑이 가능하다. 워낙 인적이 뜸한 곳이라 '전세 캠핑'을 즐길 수 있다.

하트 해변은 제법 알려졌지만, 오지 중의 오지다. 하트 해변에 가려면 구불구불 이어진 험준한 선왕산 고개를 넘어야 한다. 해변 주변에 민박·가게·식당 등 편의 시설이 아무것도 없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된 하트 해변은 6~9월까지 캠핑할 수 있다. 화장실 옆의 거대한 팽나무 아래에 텐트를 쳤다. 아무도 없어 하트 해변을 통째로 전세 냈다.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한 해변 전세 캠핑이라니! 언제나 그렇듯이 값을 따질 수 없는 건 무료다.

하트 해변에는 커다란 팽나무 아래에 야영 데크 3개가 있다. 왼쪽 흰색 건물이 화장실이다. 깨끗하다.

김밥과 컵라면으로 이른 저녁을 해결하고, 맨발로 저무는 해변을 느긋하게 걸었다. 갯벌과 모래가 섞인 백사장은 의외로 단단했다.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까끌까끌한 모래의 촉감은 가려운 곳을 벅벅 긁어주는 듯 시원했다. 텐트 안에서 뒤척이다 잠자기가 아까웠다. 돗자리를 깔고 백사장에 대자로 누웠다. 예상대로 총총 별이 떴고, 시원한 하늬바람이 불어왔다. 별을 헤아리다가 추워서 텐트로 돌아와 침낭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택시를 불러 그림산 아래 죽림리 등산로 입구로 이동했다. 그림산과 선왕산을 넘어 하트 해변으로 돌아오게끔 코스를 짰다. 땀 흘리며 걷다가 종착지인 하트 해변에 뛰어들 생각을 하니 휘파람이 절로 났다. ‘선왕산 등산로 입구’라고 쓰인 큰 비석 옆으로 산길이 이어진다. 그림산과 선왕산은 섬 산꾼에게는 제법 알려진 산이다. 아기자기한 암릉과 시원한 조망이 펼쳐져 인기가 좋다. 능선길은 두 사람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걸어도 될 정도로 넓다.

길에서 향기가 난다. 덩굴식물인 마삭줄과 줄딸기 꽃이 바위에 폈다. 바위와 꽃이 어우러진 모습이 분재처럼 느껴진다. 산은 온통 난대림 숲이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그림산이 코앞이다. 그림산은 커다란 바위들을 쌓아 올린 형상이다. 정상에서 펼쳐진 조망은 그야말로 ‘그림’이다. 주변은 온통 논이고 멀리 염전이 아스라하다.

그림산의 최고 절경, 투구봉

비금도 그림산의 절경인 투구봉. 투구봉은 그림산과 목교로 이어져 있다. 투구봉 뒤로 비금도의 평화로운 들판과 염전이 펼쳐진다.

그림산의 최고 절경은 정상에서 조금 떨어진 투구봉 일대다. 투구봉은 북한산 인수봉을 축소한 듯한 형상으로, 목교를 통해 이어진다. 예전 목교가 없을 때는 투구봉에 오를 수 없었다. 길게 이어진 아치형 목교를 따라 투구봉 꼭대기에 올랐다. 투구봉 정상은 의외로 널찍한 공터가 펼쳐졌다.

투구봉에서 돌아와 선왕산으로 이어진 능선길을 잇는다. 솔숲을 지나면 대숲이 나타난다. 대숲이 끝나는 지점에 성벽처럼 돌을 쌓은 곳이 나온다. ‘우실’이라 부르는데,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해 쌓았다고 한다. 우실에서 죽치마을로 하산하는 길이 있다. 더워서 산행이 힘들다면 이쯤에서 내려가는 것도 괜찮다.

비금도 그림산은 설악산의 한 봉우리를 떼어놓은 듯 수려한 바위미가 일품이다.

우실 앞에서 한 아낙이 허리를 굽히고 뭔가를 따고 있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 반갑다. 아낙의 왼손에 산딸기가 수북하다. 산딸기 몇 개 얻어먹으며 말을 붙여 본다. 대전에서 왔는데, 고향이 선왕산 근처라고 한다. 선왕산이 설악산처럼 좋은 줄 미처 몰랐다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죽치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정자에서 한숨 돌리고, 40분쯤 열심히 걸어 선왕산 꼭대기에 닿았다. 정상 비석 뒤로 널찍한 데크 전망대가 있다. 선왕산의 품에 돌담이 예쁜 내촌마을이 폭 안겨 있다. 선왕산을 넘으면 능선은 바다를 향해 치닫는다. 능선이 끝나는 지점이 하트 해변이다.

능선에 있는 안내 지도를 보면, 하트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이 헷갈린다. ‘하누넘 해수욕장’ 이정표만 따라가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능선 갈림길에서 하트 해변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이 눈에 들어온다. 잔돌이 많은 깔린 길을 조심조심 내려와 대망의 하트 해변에 닿았다. 배낭과 신발을 텐트 옆에 던져놓고, 해변으로 뛰다시피 걸었다. 시원한 바닷물에 몸을 던진다.

김영희 디자이너

여행정보

김영희 디자이너

비금도에 가려면 천사대교 건너, 암태도 남강 여객선터미널에서 비금도 가산 터미널 가는 배를 탄다. 비금도 가산 터미널까지 카페리호가 1시간에 1대꼴로 운행한다. 비금도와 도초도는 다리로 연결되어 하나의 섬처럼 느껴진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서 운영하는 도초도 시목 야영장이 풍광 빼어나고 시설이 좋지만, 7~8월에만 운영한다. 하트 해변은 6~9월 캠핑할 수 있다. 팽나무 아래에 야영 데크 3개가 있고, 화장실이 깨끗하다. 모기가 많으니 대비해야 한다. 내촌마을 주민이 매일 화장실 청소하러 1시간쯤 걸어서 온다. 내 집 화장실처럼 깨끗하게 사용하자. 그림산과 선왕산 트레킹 코스는 죽림리 선왕산 등산로 입구~그림산~선왕산~하트 해변. 거리는 6㎞, 3시간 30분쯤 걸린다.

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시인이 되다만 여행작가. 학창시절 지리산 종주하고 산에 빠졌다. 등산잡지 기자를 거쳐 여행작가로 25년쯤 살며 지구 반 바퀴쯤(2만㎞)을 걸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걷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캠프 사이트에서 자는 게 꿈이다. 『대한민국 트레킹 가이드』 『해외 트레킹 바이블』 등 책을 펴냈다.

 

손민호 기자

 

[중앙일보 2023년 8월 9일]

 

알프스 여행-안시마을

2023. 9. 12. 07:0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용눈이오름 능선에서 내다본 제주 동부 중산간. 앞에 보이는 오름이 아끈다랑쉬오름이다.

눈앞에 거대한 초록 세상이 펼쳐졌다. 곶자왈 깊은 숲속에서나 보던 검푸른 색이었다. 어른 키보다 큰 억새 숲 사이로 구불구불 탐방로가 나 있었다. 제초 작업을 막 마쳤는지 길에서 풀 냄새가 확 끼쳤다. 뚜벅뚜벅 20여 분을 오르니 능선에 다다랐다. 능선은 바람이 모질었다. 두서없이 사방에서 몰아치는 제주 중산간 바람. 마침 제주 산간지역에 강풍 경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한참을 초록 능선 위에 서서 바람을 맞았다. 그래, 이 바람이었다. 2년 6개월 만에 다시 맞은 용눈이오름의 바람. 반가웠고 고마웠다. 지난 14일 용눈이오름에 올랐다. 2년 6개월 동안의 자연휴식년제가 해제됐다는 소식을 듣고서 작정한 용눈이오름 트레킹이었다.

문을 닫다

새로 조성한 용눈이오름 탐방로. 오름 아랫도리를 한참 돈 뒤 오름 비탈을 오른다. 울퉁불퉁한 곡선을 그리는 용눈이오름 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용눈이오름은 제주 동쪽 중산간 오름 지대의 대표 오름이다. 유명한 오름이지만, 높은 오름은 아니다. 해발고도는 248m이나 비고는 88m에 불과하다. 화산이라기보다는 펑퍼짐한 언덕에 가깝다. ‘용눈이’라는 귀여운 이름은 독특한 생김새에서 비롯됐다. 용이 누운 것처럼 생겼다고 하여 용눈이오름이다. 한자 이름도 ‘용와악(龍臥岳)’이다.

용눈이오름은 최소 세 번 이상의 분화 활동 끝에 탄생했다. 하여 여느 오름과 달리 다양하고 복잡한 곡선을 지닌 언덕의 모습으로 누워 있을 수 있었다. 이 매혹적인 곡선에 홀려 18년간 오름을 촬영하다 간 사람이 사진작가 고(故) 김영갑(1957∼2005)이다.

용눈이오름 능선에서 바라본 굼부리(분화구). 옛날에는 이 굼부리 아래로도 내려갔었는데 지금은 길을 막았다. 능선을 따라 굼부리를 한 바퀴 도는 트레킹도 중간에 길을 막아 불가능하게 됐다.

높고 험하지 않아서 용눈이오름은 인기가 많았다. 바로 옆의 다랑쉬오름은 잘생긴 오름이지만 가파른 계단을 40분이나 올라야 한다. 용눈이오름은 어린아이도 쉽게 오를 수 있었다. 하여 탐방객으로 늘 붐볐다. 제주도청은 어름 어귀에 주차장을 들이고 매점과 화장실도 설치했었다.

 

너무 잦은 발길이 끝내 화를 불렀다. 용눈이오름은 하루가 다르게 망가졌다. 탐방로가 있었지만, 탐방객은 탐방로를 무시하고 아무 데나 길을 냈다.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에 나왔고, 단체관광객이 긴 줄을 그리며 올라갔다. 풀이 죽고 흙이 파이고 쓰레기가 쌓였다. 제주도는 끝내 용눈이오름을 닫았다. 2021년 2월부터 2년간 자연휴식년제를 실시했다.

다시 문을 열다

용눈이오름 능선에서 바라본 손자봉.

지난 1일 자연휴식년제가 끝났다. 2년의 자연휴식년제를 마치고 6개월의 재단장 기간을 거쳐 용눈이오름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새로 단장한 용눈이오름은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우선 탐방로가 달라졌다. 오름 아랫도리를 한참 에두른 뒤 오름을 올라간다. 야자 매트를 새로 깔아 걸음을 디딜 때마다 푹신한 느낌이 올라왔다.

일부 사유지는 출입을 막았다. 이제 굼부리(분화구) 따라 능선을 한 바퀴 도는 용눈이오름 트레킹은 불가능하게 됐다. 그래도 정상까지는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오르니 예의 탁 트인 전망이 펼쳐졌다. 눈앞에 다랑쉬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이 나란히 서 있었고, 왼편으로 손자봉과 동거문이오름, 백약이오름이 차례로 드러났다. 주차장에서 정상을 올랐다가 내려오는데 1시간 정도 걸렸다.

가장 달라진 건 색깔이었다. 다시 풀이 돋아나 용눈이오름은 전체가 짙은 초록색이었다. 패이고 파였던 흙길이 얼추 메워졌고, 오름 비탈의 나무도 제법 키가 커졌다. 오름 주변 산담(무덤)도 많이 정비됐다. 오름 한쪽 구석에 산담 이장하고 난 뒤 남은 돌을 모아둔 머체(돌무더기)가 눈에 띄었다.

제주 4ㆍ3 유적지 다랑쉬굴. 최근 진입로 공사를 마무리해서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유적지 뒤로 용눈이오름이 보인다.

용눈이오름 옆의 제주 4·3 유적지 ‘다랑쉬굴’도 진입로 공사가 끝난 상태였다. 다랑쉬굴은 1948년 주민 11명이 토벌대를 피해 숨어들었다가 발각돼 집단 희생당한 현장이다. 긴 세월 잊혀 있었다가 1991년 발견됐다. 주민들이 숨어 지냈던 다랑쉬굴 내부 모습이 제주 4·3 평화기념관에 복원 전시돼 있다. 이 깊은 중산간 초원에도 4·3의 흔적은 어김없이 남아 있었다.

제주도 환경정책과 양희재 주무관이 오름 탐방 수칙을 꼭 알려주면 좋겠다고 말해 인용한다. 쓰레기 되가져가기, 탐방로로만 걷기, 자연 훼손하지 않기, 사유지와 경작지 침범하지 않기, 단체보다 소규모로 탐방하기. 귀찮고 불편해도 지켜주시기 당부한다. 용눈이오름을 다시 못 오르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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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글ㆍ사진 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중앙일보 2023년 7월 27일]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조용한 곳에서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며 진짜 '쉼'을 즐기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강원도 정선으로 떠나길 제안한다. 이곳에 일상의 짐을 내려놓고 온전히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자연 속 공간이 있다. 국내 최초의 웰니스 리조트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다.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의 웰니스 프로그램. [사진 파크로쉬]

이곳은 여행자의 여정을 웰니스(웰빙+피트니스) 컨셉에 맞춰 세심하게 설계한 리조트다. 웰니스, 즉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균형잡힌 건강 상태를 추구하는 환경과 활동을 갖췄다는 의미다. 청정 자연에 자리잡은 위치, 지역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음식, 몸과 마음을 건강한 에너지로 채워주는 프로그램 등 여행자가 경험하는 모든 여정이 이에 집중돼 있다. 웰니스 여정의 시작은 강원도 정선 가리왕산·두타산과 오대천에 둘러싸인 리조트 입구에서부터 시작한다. 신선한 공기와 투명한 햇살을 품은 숲길, 바위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지나다 보면 어느새 리조트에 다다른다.

트래블앤레저의 '럭셔리 어워드 아시아 퍼시픽 2023'에서 파크로쉬가 받은 한국 해변&지방 호텔 부문 1위 엠블럼. 뒤쪽 사진은 아웃도어 스파와 루프톱이다. [사진 파크로쉬]

파크로쉬는 최근 미국 여행 전문지 트래블앤레저(Travel+Leisure)가 주관하는 ‘T+L 럭셔리 어워드 아시아 퍼시픽 2023'에서 한국의 해변&지방 호텔 부문에서 1위를 수상했다. 트래블앤레저는 여행에 정통한 독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매해 여행지와 여행 브랜드의 순위를 선정한다. T+L 럭셔리 어워드 아시아 퍼시픽은 한국을 포함해 호주·홍콩·일본·싱가포르 등 아시아 16개국을 대상으로, 나라별로 '도시 호텔' '해변&지방 호텔' '호텔 스파' '호텔 수영장' '호텔 총지배인'의 5개 부문에 걸쳐 수상자를 선정한다. 파크로쉬는 한국의 해변&지방 호텔 부문에서 가장 뛰어난 호텔&리조트로 선정됐다. 다음으로는 롯데호텔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제주 신라호텔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엔 2018·2020년에 이어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천하는 '올해의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적의 숙면과 쉼을 위한 공간, 숙암(宿岩) 

리조트가 위치한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는 ‘옛 맥국의 갈왕이 고된 전쟁을 피해 이 지역 암석 밑에서 하룻밤을 유숙하고 숙면을 취했다’는 이야기가 내려오는 지역이다. 지명 유래에 착안한 파크로쉬는 객실에 ‘숙암(宿岩) 룸’이란 이름을 붙였다.
객실은 이름에 걸맞게 양질의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침대·침구부터 조명 등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신경 썼다. 토퍼 두께를 선택할 수 있는 수면 특화 침대와 극세사 베게 등으로 구성된 수면 특화 침구를 마련하고, 커피 대신 숙면을 돕는 레몬 머틀티와 스위트 라벤더 티를 들여놨다. 조명은 시간대나 취향에 따라 세밀하게 조도를 컨트롤할 수 있는 4단계 디머 조명으로 설치했다. 여기에 더해 수면 전문가가 구성한 숙면을 돕는 음악과 자체 제작한 숙암 명상 비디오도 제공한다. 좀더 높은 수준의 숙면 프로그램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에이스 침대 공학연구소와 협업해 만든 수면 특화 공간 '숙암 랩'에서 개별 체형과 체성분, 스트레스 지수 등을 측정해 맞춤형 침구와 프로그램을 제안해준다.

웅장한 가리왕산 정산. 이곳에 있는 케이블카는 파크로쉬에서 쉬며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힐링 포인트다. [사진 파크로쉬]

프리미어테라스 스위트 객실에서 보이는 가리왕산의 전경. [사진 파크로쉬]

파크로쉬의 인도어 스파. 전면 유리창으로 보이는 숲은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사진 파크로쉬]

건강한 에너지를 깨워주는 프로그램 마련  

파크로쉬의 매력은 소프트웨어에서 빛을 발한다. 이들은 훌륭한 하드웨어 마련에 그치지 않고, 보다 편안한 상태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까지 신경 썼다. 바디 풀(Body Full), 마인드 풀(Mind Full), 스피릿 풀(Spirit Full)이라 이름 붙여진 3가지 테마의 웰니스 프로그램이 핵심. 프로그램은 매일 진행되는데, 투숙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바디 풀은 활력을 깨워주는 프로그램으로 운동· 요가·필라테스·스파 같은 활동과 수면개선·호흡법·식이요법 등 유익한 생활 습관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마인드 풀은 자연과 함께 즐기는 감성적인 문화·음악·아트 프로그램이다. 스피릿 풀은 자아 성찰, 스트레스 해소, 마음 챙김을 위한 명상과 사색을 제안한다.

루프톱에서 진행하는 요가 프로그램. [사진 파크로쉬]

이곳의 많은 프로그램 중 꼭 경험하길 추천하고 싶은 것은 ‘숙암 명상’이다. 숙면의 중요성과 조건을 확인하고,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이완시켜 숙면을 돕는 명상 프로그램이다. 바쁜 일상에 지쳐 깊은 잠을 못 이루는 여행자들이 깊은 잠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데 매력이 있다.

메이어 사운드 스피커가 설치된 글라스 하우스. [사진 파크로쉬]

사색의 시간이 필요하다면, 세계 톱 3 콘서트홀의 스피커로 이름난 '메이어 사운드'가 설치된 글라스 하우스에서 음악 감상을 하거나 스트레스 저감용 의자를 갖춘 라이브러리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 추천한다. 가리왕산의 전경을 감상하며 아웃도어 스파를 즐기거나, 루프톱에서 밤하늘을 가득 수놓은 별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특히 아웃도어 스파는 인도어 스파, 야외 자쿠지, 사우나와 함께 파크로쉬의 상징적인 웰니스 시설이다. 탁 트인 마운틴 뷰와 강원도의 맑은 공기, 찰랑거리는 물소리와 함께 워터 스파를 즐기며, 일상의 피로를 함께 씻어 내릴 수 있다.

윤경희 기자

 

[중앙일보 2023년 7월 19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있는 용천동굴 하류 수중구간을 세계유산구역을 확대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용천동굴 (제주도청 제공)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있는 용천동굴 하류 수중구간을 세계유산구역을 확대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계유산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보존·관리 및 활용 시행계획’을 문화재청 승인을 받아 고시했다고 7일 밝혔다.

이 계획을 보면 제주도는 용천동굴 하류 800m에 해당하는 수중(호수)구간을 세계유산지구로 확대 지정한다.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있는 용천동굴은 2005년 전신주 교체 작업 도중 발견돼 2006년 천연기념물 제466호로 지정됐다.

용암두루마리, 용암선반, 용암석순, 용암폭포 등 전형적인 용암동굴 생성물과 동굴산호 등 석회동굴 생성물도 함께 가지고 있다. 수려한 경관과 희소성으로 세계 동굴학자들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암동굴’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와 함께 동굴 곳곳에서는 토기류, 멧돼지 뼈, 철기 등 통일신라시대의 유물이 발견됐다. 동굴 벽에는 화천(火川)이라는 글씨도 남아 있다. 이 시대 귀족층 인물이 동굴에 들어와 제사를 지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초 발견당시 측정한 길이는 2470m다. 이후 추가 구간이 계속 확인되면서 현재는 3400m로 늘었다.

특히 최하류 수중구간 800m 구간은 2007년 세계유산등재 당시에는 위치가 파악되지 않아 유산지구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09~2010년 학술조사를 통해 수중구간의 위치가 파악됐고, 문화재청은 2011년 1월 해당 구간을 문화재구역(천연기념물)으로 확대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용천동굴 수중구간 (제주도청 제공)

‘천년의 호수’라 불리는 이 호수는 10m 깊은 곳까지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맑고 바다와 통해 있다.

2013~2014년 진행한 ‘용천동굴 호수생물 및 서식환경 조사’에서는 눈이 퇴화된 희귀어류가 발견되기도 했다.

제주도는 용천동굴 유산지구 확대 지정을 위해 지난해 5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미래변형 예측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용역결과를 토대로 문화재청과 확대 지정을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세계유산구역 주변의 완충구역에 적용되는 행위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한다.

제주지역 내 세계유산지구는 한라산천연보호구역과 성산일출봉 응회구, 거문오름용암동굴계 등이다. 세계유산구역(종전 핵심지역)은 95.2㎢, 완충구역은 93.3㎢에 달하고 있다.

세계유산구역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역으로 보호물 또는 보호구역으로 지정 관리된다.

완충구역은 세계유산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설정된 주변 구역으로, 문화재보호법의 역사문화환경 보전지역과 같이 관리된다. 문화재보호법에는 문화재구역 주변 500m 범위를 역사문화환경 보전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완충지역 역시 세계유산 외곽 경계에서 500m 주변으로 지정돼 일률적으로 관리되면서 재산권 행사에 상당한 제약이 따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도한 제한이라는 민원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내년 완충구역에 대한 현상변경 기준 재지정 용역을 진행해 동굴에 미치는 각종 영향요인(진동, 지하수 흐름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현상변경 기준과 적용범위를 도출할 방침이다.

세계유산구역 주변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와 자연경관을 활용한 지역 관광 활성화가 가능하도록 완충구역에 대한 현상변경 기준을 합리화한다는 것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완전성과 진정성을 효과적으로 유지, 관리할 수 있도록
(용천동굴 하류 수중구간에 대해) 유산지구 확대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완충구역의 과도한 제한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뉴스1)

[동아일보 2023년 7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