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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 “몸에서 자연으로, 마음에서 우주로,” 북튜브, 2021년
이 책 <몸에서 자연으로, 마음에서 우주로>는 <동의보감>과 <숫타니파타>를 통해서 우리 삶을 살펴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동의보감>을 통해 ‘몸에서 자연으로’를 살펴보고, <숫타니파타>를 통해 ‘마음에서 우주로’를 살펴보고 있다. <동의보감>은 한국인이면 누구나 들어본 적이 있는 책일 것이다. <동의보감>이 중국의 의학서, 특히 <황제내경>을 참조해서 쓰였지만, 전문가가 아닌 일반 서민들도 쉽게 읽고 질병에 대처하고,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쓰인 책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동의보감>의 저자인 허준의 이런 뜻은 <동의보감> 서문에서 “환자가 책을 펼쳐 눈으로 보면 허실, 경중, 길흉, 사생의 조짐이 거울에 비친 듯이” 환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데 잘 나타나 있다. 그러니까 아픈 사람이 책을 보고 자신의 건강이나 질병 상태에 대해 명료하게 파악하라는 것이다.
예전에 전통 한의학을 전수받은 분을 만난 적이 있다. 제도권에서 학업을 마치지 못하여 한의사 자격증이 없었지만, 그 분의 의술은 신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의 말씀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말씀이 “전통 한의학‘은 질병을 고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인생 전체에 대한 혜안을 제공하는 것이다. 전통 한의학의 기초인 음양오행설을 이해하면 질병 치료는 물론 무술, 침, 사주보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지금의 한의학은 중국에서 왔기 때문에 사람의 질병을 총체적으로 보지 않고, 서양식으로 단편적인 질병 위주의 치료에 중점을 두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도 <동의보감>을 통해 ‘몸에서 자연으로’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그에 더해서 불교 경전인 <숫타니파타>를 통해 ‘마음에서 우주로’, 즉 인간의 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완전히 달라 보이는 의학서인 <동의보감>과 불교경전인 <숫타이파타>를 섞어서 설명하다보니 내용이 약간 난해할 수도 있지만, 결국 인간의 삶에 대해 살펴본다는 측면에서는 서로 통하는 측면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의학서와 불교경전을 이렇게도 해석하고, 우리의 삶에 적용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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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면 공통된 고민이 등장한다. 난방을 세게 틀자니 걱정되는 요금 표시, 줄이자니 집안 곳곳에 스며드는 냉기. 그래서 최근엔 난방비 대신 ‘실내 온도 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의외의 해결책으로 떠오른 것이 있다. 바로 가습기다. 습도가 높으면 온도가 덜 떨어진다는 이야기, 과연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어느 정도 사실이다. 단, 원리를 제대로 이해해야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공기의 특성에서 시작된다. 건조한 공기는 수증기를 거의 품고 있지 못해 금방 차가워진다. 반면 습도가 있는 공기는 그 안에 미세한 수증기 입자가 떠 있는데, 이 입자들은 열을 저장하는 능력이 있다. 쉽게 말해 공기 자체가 하나의 ‘온기 저장창고’ 역할을 하는 셈이다. 습도가 적당히 유지된 공간은 같은 온도라도 훨씬 따뜻하게 느껴지고, 실제로 온도가 떨어지는 속도도 더 느리다.

또 다른 원리는 체감 온도와 관련된다. 겨울철 실내가 건조하면 피부와 호흡기에서 수분이 계속 증발한다. 사람은 수분이 증발할 때 체온이 빠져나가는 것을 ‘차가움’으로 느끼기 때문에 실내 온도가 높아도 춥다는 느낌이 생긴다. 습도가 너무 낮으면 히터를 아무리 틀어도 체감 온도는 오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습도를 40~60퍼센트로 유지하면 피부에서 수분이 급격히 증발하는 일이 줄어들어 체감 온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결국 같은 난방이라도 더 따뜻하게 느끼고, 난방을 줄여도 춥지 않은 상태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겨울철 실내 습도가 20퍼센트대인 집은 난방을 해도 공기가 차갑고 마른 느낌이 강하다. 반대로 40~60퍼센트로 유지하면 실내 온도는 똑같아도 훨씬 포근하고 안정적이다. 왜 하필 이 범위일까. 습도가 40퍼센트 이하로 내려가면 공기의 열 보유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반대로 60퍼센트를 넘어가면 결로가 생기거나 곰팡이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가장 쾌적하면서도 난방 효율을 높이는 범위가 바로 40~60퍼센트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습도가 온도 유지에 도움이 되는 데에는 공기 순환도 한몫한다. 수증기가 포함된 공기는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가벼워 위로 올라간다. 이때 공기 순환이 자연스럽게 일어나, 난방된 공기가 방 안 곳곳으로 골고루 퍼진다. 한쪽은 덥고 다른 쪽은 차가운 ‘온도 불균형’이 줄어드는 효과다. 작은 방이라면 미세하게만 느껴질 수 있지만, 거실처럼 넓은 공간에서는 차이가 분명하다.
그렇다면 가습기를 틀기만 하면 되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바닥 난방 중심인 한국의 난방 방식에서는 습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난방이 제대로 퍼지지 못해 오히려 불쾌할 수 있다. 겨울 난방과 가습의 핵심은 ‘적당함’이다. 난방을 켜면 실내 습도는 빠르게 떨어지는데, 이때 가습기로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가습기 없이 빨래 건조대나 물그릇으로도 습도 조절이 가능하긴 하지만, 습도가 너무 올라가거나 전혀 오르지 않는 등 조절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가습기를 활용할 때는 물의 깨끗함도 중요하다. 더러운 물을 사용하면 공기 중으로 미세한 불순물이 퍼져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또 가습기 필터가 오래되면 세균이 번식해 오히려 감기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온도 유지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습도가 ‘건강한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습도 조절은 난방비 절약에도 직접적이다. 예를 들어 실내 온도가 20도, 습도가 25퍼센트인 상태와 20도, 습도 50퍼센트인 상태는 체감 온도가 2~3도 차이 난다. 즉 같은 난방 온도라도 따뜻하게 느껴지고, 난방을 1~2도 낮춰도 충분히 따뜻하다. 온도를 1도 낮출 때마다 연간 난방비가 크게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습도 조절이 의외의 절약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겨울마다 난방비 걱정에 떨고 있다면, 온도만 올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습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만하다. 가습기는 단순히 건조함을 없애는 기계가 아니라, 실내 온도를 오래 유지하게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난방 온도를 무작정 높이지 않아도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은 겨울을 훨씬 여유롭게 만들어준다. 결국 올겨울의 현명한 난방 전략은 ‘온도와 습도의 균형’이다. 적절한 습도만 유지해도 따뜻함은 훨씬 오래 지속되고, 난방비 고민도 한결 가벼워진다.
[위키트리 2025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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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다보니 물이었다. 사방이 땅으로 둘러싸인 충청북도. 그곳 제천(堤川)에서 이런 광경을 볼 줄은 몰랐다. 남한강이 허리를 감아 돌긴 하지만 지금 산들은 물을 품고 있다. 태아를 감싼 양수처럼 아늑하게. 놀랐던 까닭은 제천의 한자어 뜻을 헤아리지 않았던 탓일 수 있다. 풀이하면 물가에 쌓은 방죽. 1000년도 더 옛날에 만든 저수지 의림지(義林池)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하는데, 제천 전체가 넉넉한 물을 담고 있는 큰 둑인 양하다.

제천 청풍면 비봉산 정상 하늘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청풍호 남쪽. 물 건너 악어섬, 그 너머 황학산, 월악산이 겹쳐져 보인다.
● 푸른 하늘 맑은 바람
1985년 준공된 충주댐은 제천을 비롯해 충주, 단양 많은 마을을 물속에 담고 있다. 제천 청풍면은 27개 마을 가운데 25곳이 잠겼다. 그렇게 생긴 거대한 인공호수 충주호를 제천에서 청풍호라고 부르는 까닭이기도 하다(정원선, ‘제천, 스물두 개의 아스피린’, 해토, 2015).청풍호 가운데 청풍면이 있다. 그 가운데 솟은 산이 비봉산(해발 531m)이다. 비봉산 정상 하늘전망대에서 한 바퀴 빙 돌아본다. 물이 청풍면을 350도쯤 에워싸고 있다. 섬이 아니지만 섬처럼 보인다.

하늘전망대에서 바라본 청풍호 북쪽. 물 너머 작성산 동산 금수산 소백산 등이 펼쳐진다.옛날 제천 사람들이 청풍강이라 부른 물은 비봉산 자락을 넓고 유장하게 휘돌아 흐른다. 물 건너 북쪽으로 금월봉, 작성산, 동산, 작은동산, 금수산, 신선봉, 소백산이 앞뒤로 옆으로 이어진다. 청풍면 대류리, 도곡리, 참실리가 반도처럼 삐져나온 남쪽은 경북 안동 물도리 마을을 크게 넓혀 놓은 것 같다. 그 물 건너 악어 모양 악어섬, 그 너머 황학산, 월악산이 중첩해 드러난다. 언덕 뒤에 산이 있고, 또 산이 그 뒤로 겹겹이 서 있는 경치는 언제 봐도 물리지 않는다. 멀리 어깨를 맞댄 산등성이와 능선이 꿈틀대듯 만들어 낸 지평선은 고요하면서 따사롭다. 옛사람이 청풍을 ‘산천이 기이하고 빼어나서 남도의 으뜸이 된다’고 한 까닭을 알 것 같다(권순긍, ‘제천의 문학과 문학지리’, 박이정, 2020).

땅은 비봉산 남동쪽 옥순봉로 앞까지 물을 끌어들였다. 담긴 물 모양이 한반도를 연상케 한다.산은 혹은 땅은 물을 톱니처럼, 피오르처럼 삐뚤빼뚤 몸 깊숙이 끌어들인다. 비봉산에서 남동쪽 옥순봉을 바라보며 직선거리로 6km쯤 가면 카페가 하나 나온다. 물은 카페 앞 옥순봉로(路) 턱밑까지 들어온다. 사람은 자연에서 익숙한 형상을 떠올리려고 한다. 완만한 언덕을 이룬 길가에서 내려다보면 물은 영락없는 한반도 모양이다.

비봉산 하늘전망대까지 연결되는 청풍호반 케이블카.드론으로 찍은 여행지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다. 비행기에 타지 않는 한 사진 속 광경을 직접 볼 확률은 매우 낮다. 사진으로는 놀랄 만큼 아름답지만, 현장에서는 그 장관을 보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하늘전망대는 여행객에게 다소 친절하다. 케이블카 덕분이다. 타는 곳에서 정상까지 약 2.3km를 9개 큰 쇠기둥이 연결해 주는 궤도선에 매달려 올라간다. 수직으로 내려다볼 수는 없어도 90도 가까운 각도로 물과 산과 마을을 눈에 담는다. 산자락을 쓸어내리는 푸른 하늘 맑은 바람(청풍·淸風)이 케이블카를 스치고 물에 닿아 퍼진다.
● 여전한 삶의 공간
‘포말추산사화미(濃抹秋山似畫眉 곱게 단장한 가을 산, 여인 눈썹을 그린 듯하고)/원담평포벽유리(圓潭平布碧琉璃 둥근 못에는 푸른 유리 빛 잔잔히 깔려 있네)’
추사 김정희(1786~1856)가 가을 의림지를 읊은 시 일부다. ‘가을 산’의 산은 제천 진산(鎭山) 용두산을 가리킨다. 의림지는 샘이 솟는 용두산 자락 물길을 막아 만들었다. 청풍호 물이 가슴을 탁 틔우는 호방한 맛이 있다면, 의림지 물은 심지를 굳게 하는 의연한 멋이 있다.
의림지 가운데 순주섬이 물그릇에 띄운 티라이트(tealight) 양초처럼 드러난다. 나물로 무쳐 먹는 순채(蓴菜)가 많이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저수지 둘레로 적게는 100년, 많게는 500년 넘은 소나무들이 호위하듯 서 있다. 사이사이 수양버들도 합을 이룬다.

지금도 논에 물을 대고 있는 의림지. 가운데 순주섬에서는 제천 사람들이 나물 무쳐 먹는 순채가 난다.용이 승천할 만도 한 물인데 과유불급을 경계하는 민초의 마음일까. 의림지 설화에는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자주 나온다. 어(魚) 씨 5형제가 때려잡은 의림지 괴물도 이무기이고, 하늘로 오르다 도중에 떨어져 용추폭포를 이룬 것도 이무기다.
의림지는 제천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는 교과서를 통해 더 친숙하다. 하지만 삼국 시대 다른 두 저수지 김제 벽골제와 밀양 수산제가 물 마른 유적지에 그친다면, 의림지는 아래쪽 청전(靑田)뜰 논 약 200ha(약 60만 평)에 지금도 물을 댄다. 인간 삶에 한 발 걸치고 있는 셈이다. 풍류를 즐기는 장소만이 아닌 생활 공간이기도 한 이유다.
그러니 미식(美食) 여행 ‘가스트로 투어’가 제천 도심과 이곳에서 펼쳐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쫀득한 찹쌀떡과 도넛, 빨간오뎅 등을 시내 두 코스에서 맛본다면, 의림지 두 코스에서는 약선(藥膳) 재료를 활용한 음식과 그윽한 커피를 천천히 걸으며 음미한다.

약선(藥膳) 재료를 활용한 음식과 그윽한 커피를 마시며 미음완보할 수 있는 의림지 가스트로 투어 코스의 솔밭.의림지 인근 ‘의림지 역사박물관’에 들르면 겨울에는 썰매와 스케이트를 지치고 여름에는 배 띄워 뱃놀이하던 옛 모습을 볼 수 있다. 의림지 제방과 바닥이 얼마나 치밀하게 만들어졌는지 알게 된 사연도 흥미롭다. 1972년 8월 폭우를 동반한 태풍으로 범람 위기에 처하자, 주민 몇 명이 서쪽 둑방 일부를 무너뜨려 물을 빼낸 ‘덕분’이다. 다만 이 때문에 아랫동네에 수해가 나서 이들은 경찰 조사를 받는 고초를 치러야 했다.

의림지 역사박물관에 조성된 겨울 의림지 풍경. 썰매와 스케이트를 지치고 빙어를 낚았다.
● 물은 물고기를 바라고
제천은 해발고도가 300m를 넘나드는 데다 태백 소백 차령산맥으로 둘러싸인 산악 분지 지형이다(‘제천의 문학과 문학지리’). 따라서 외부와의 교류가 적은, 후미지고 으슥한 산골이 곳곳에 있다. 가톨릭 성지인 배론성지도 그런 곳이다.

배론성지 예수 그리스도상 앞 연못.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중반, 특히 신유박해(1801) 직후 천주교 신자들이 치악산을 넘거나 해서 이곳으로 피신해 주로 옹기를 구우며 살았다. 황사영(1775~1801)이 로마 교황청에 도움을 요청하는 백서(帛書)를 쓴 곳도 이곳 옹기 보관 토굴에서였다.
단정한 잔디밭 너머로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하는 최양업 신부 기념 성당이 보이고 연못과 십자가의 길이 나타난다. 성당 가는 길 왼편 잔디밭 끄트머리에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 석상이 놓여 있다. 멀리서 바라만 보는데도 차분해진다.
배론이라는 이름은 산에서 길게 뻗어 내려온 골짜기 모양이 배 밑바닥 같다고 해서 붙었다고 한다. 다만 ‘론’의 한자(論 혹은 淪)에 그런 뜻이 있는지 충분한 설명을 찾기는 어렵다.

배론성지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상이 찾아온 사람들을 맞는다. 보기만 해도 차분해진다.배 밑바닥은 물에 닿는다. 배론의 천주교도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것은 물고기였을 터다. 물고기는 그리스어로 ‘익투스(ΙΧΘΥΣ)’라고 한다. 이 다섯 철자는 각각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 구세주’를 뜻하는 그리스 단어들의 머리글자다. 고난의 밑바닥에서 하늘을 우러르며 신의 자비를 간구한 것이다.

금수산 신선봉 능선에 자리한 정방사. 거대한 암벽 의상대 아래 선 해수관음상이 저 멀리 청풍호를 내려다본다. 관음보살은 자신의 깨달음을 늦추면서까지 중생의 고통과 신음을 듣고 자비로 구제한다.자비를 찾기 위해 올라간다. 배론성지에서 남쪽으로 35km쯤 가면 금수산(錦繡山) 정방사(淨芳寺)가 나온다. 신선봉 능선의 의상대라는 거대한 암벽 아래 좁고 긴 터에 자리 잡고 있다. 관음보살을 모신 원통보전(圓通寶殿) 앞에 서면 멀리 월악산이 보이고 여러 산줄기 사이로 청풍호가 슬쩍 나타난다. 원통보전 관음보살과 큰 바위 앞에 선 해수관음 석상이 그 물을 지긋이 내려다본다. 관음보살은 속세의 고통과 신음을 듣고 자비로 중생을 구제한다. 해수관음과 배론성지 성모상이 겹쳐 보인다.

정방사 원통보전과 다른 전각 사이로 산들이 중첩해 펼쳐진다. 처마에 매달린 풍경, 그 밑 물고기가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속삭인다.원통보전 처마 끝 풍경(風磬)에 매달린 물고기가 바람에 흔들린다. 눈꺼풀이 없어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처럼 항상 깨어 있으라는 뜻이다. 쉼 없이 나 자신을 들여다보라는 말이다. 그러면 구원의 실마리가 보일 수 있을지 모른다. 띵~ 띵~ 풍경 소리를 뒤로한다. 욕망으로 요동치던 마음의 수면이 순간 잔잔해진다.

금수산 자락 국립제천치유의 숲에서 시선을 산들로 향한다. 향기, 경관, 피톤치드 등이 오감을 자극하며 몸을 새롭게 한다. 이곳 산초나무잎을 따서 양쪽 눈밑에 붙이면 모기가 달려들지 못한다. 생강나무잎은 또 어떤가. 어떤 것은 하트 모양, 어떤 것은 뫼 산(山) 자 모양이다.
[동아일보 2025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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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자본주의의 민낯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82 호)
【 미국식 자본주의의 민낯 】
최근 ‘트럼프 식 미국 정치’가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저만의 착각일까요?
한때 미국이 하는 것이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하며 자랐던 저에게는 최근 미국의 행동이 충격 그 자체로 다가옵니다.
세계의 정의로운 경찰(?)로 자처하던 미국이 단순히 석유 등 자원 획득을 위해 베네수엘라를 침공하고 그린란드까지 탐내고 있으니 말입니다.
트럼프의 주장대로 “미국이 세계 최강의 힘을 갖고 있고, 그 힘을 필요한 데 쓰겠다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냐?”는 주장에 할 말을 잃게 됩니다.
한 마디로 양육강식의 세계이니 강자인 미국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무슨 잘못이냐는 미국식 자본주의 철학이라고 보여 집니다.
소련 해체 후 미국의 독주가 시작되면서 그 동안 억눌려 있던 미국식 자본주의의 민낯이 이제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식 자본주의와 소련식 공산주의가 대결하다가 소련이 해체되면서 미국식 자본주의가 승리했다는 인식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공산주의와의 역사적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마치 미국식 자본주의가 무결점의 체제라고 오해받는 상황에 이르고 있습니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빈부 격차’ 등의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지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소한 부작용에 불과하다고 간과하고 있습니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대중교통 체계와 의료보험 체계를 들 수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교통 체계가 허술한 이유는 미국 자동차 업계가 자동차를 많이 팔기 위해 대중교통 회사를 인수하여 일부러 파산시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이 한국처럼 전 국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보험회사들이 그들의 이익 추구를 위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미국 내에서만 그 힘을 발휘한다면 우리가 상관할 바 아니라고 외면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 미국식 자본주의가 베네수엘라와 그린란드에 그 힘을 발휘하고 있듯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문제인 것입니다.
이미 외환위기 때 자본 시장 개방을 강요당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외국 자본들의 배를 불려주는 피해를 당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또 최근 진행 중인 쿠팡 사태를 통해 ‘강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고 있습니다.
무슨 짓을 하든지 돈만 많이 벌면 모든 게 다 용서될 뿐만 아니라, 그게 바로 미국식 자본주의에서의 승리라고 여겨지고 있는 겁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노동자들의 희생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로비를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를 하는 쿠팡의 행태가 바로 미국식 자본주의의 민낯입니다.
문제는 한국이 이런 미국식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그 기억이 우리 속에 내재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쿠팡을 비난하면서도, 쿠팡의 편리한 서비스는 포기할 수 없다며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부당한 노동 조건을 감수하면서도 쿠팡에서 일하고자 하는 지원자가 많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식 자본주의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체제는 불가능할까요?
미국식 자본주의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회주의적인 요소를 받아들여 복지국가를 구축한 북유럽 국가들이 한 가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여 집니다.
한국도 이제는 미국식 자본주의를 벗어나 단군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의 정신을 접목한 한국식 자본주의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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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제가 운영하는 <제주 속살 트레킹 여행> 밴드(https://www.band.us/band/95412027)에 가입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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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이미정), “파친코,” 문학사상, 2018년
미국 또는 서구에 카지노가 있다면 일본에는 ‘파친코’가 있다. 카지노가 도박에 가깝다면 파친코는 도박과 게임의 혼합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카지노가 전 세계에 퍼져 있는데 반해, 파친코는 일본에만 있다는 점도 특별한 점이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것은 거의 모두 몇 년 후에 한국으로 들어오는데, 파친코만은 한국에 상륙하지 못했다. 아마도 파친코의 도박적인 성격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카지노가 돈 많은 사람들의 여흥거리라면, 파친코는 월급쟁이들의 스트레스 해소용이라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오래 전에 일본에 가보면 시내 한복판 번화가에 파친코 가게가 있고, 거기서 샐러리맨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앉아서 파친코를 하는 게 보였던 기억이 난다.
파친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재징 교포다. 재일교포가 많은 제주에서는 재일교포들이 파친코 사업을 해서 돈을 벌었다는 소문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일본 출장 때도 파친코에 더 눈길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 <파친코>에서도 제주 출신 고한수가 파친코를 통해 돈을 벌었고, 그 아들과 손자도 결국 사회생활을 포기하고 파친코 사업에 뛰어드는 것으로 나온다. 그만큼 재일교포가 일본에서 차별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고, 앞으로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들다보니 파친코를 통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재일교포들의 실상이 너무나 가슴에 절절하게 다가왔다.
이 책의 저자 이민진은 재캐나다 교포로서 일본에 몇 년 살았던 기회를 살려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너무나 생생히 그려지는 삼대에 걸친 삶을 이렇게 절절하게 묘사할 수 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한국에 살면서 일제 강점기와 해방 후의 삶을 견뎌내는 게 녹녹치 않았을 텐데, 재일교포로서 이 모든 고난의 삶의 견뎌낸 주인공들의 삶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가슴이 저려왔다. 특히 고난의 시대에 겹쳐 여자로서의 삶을 견뎌온 양진, 선자, 경희의 삶과 무거운 삶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낸 이삭, 창호, 요셉 그리고 노아와 모자수의 삶이 아직도 가슴 한구석을 울리고 있다. 이게 바로 소설의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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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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