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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레비츠키 외(박세연),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어크로스, 2018년
이 책의 부제는 ‘우리가 놓치는 민주주의 위기 신호’다. 일단 이 책은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으로 위기에 처한 미국의 정치 상황을 분석할 목적으로 쓰였다. 이를 위해 민주주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독재 국가로 전환된 몇몇 국가들의 예를 들고 있다. 과거에 우리가 생각했던 독재 국가들은 군인이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하고, 언론, 사법부 등을 억압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냉전이 끝나고 민주주의 붕괴는 대부분 군인이 아니라 선출된 지도자의 손에서 이뤄졌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는 물론 조지아, 헝가리, 니카라과, 페루, 필리핀, 폴란드, 러시아, 스리랑카, 터키, 우크라이나에서도 선거로 추대된 지도자들이 민주주의 제도를 전복했다.”고 이 책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또 “선출된 독재자는 사법부를 비롯한 중립 기관들을 자신의 입맛대로 바꾸거나 ‘무기로 활용하고’, 언론과 민간 영역을 매수하고, 정치 게임의 규칙을 바꿔서 경쟁자에게 불리하게 운동장을 기울인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패턴은 미국 정치라고 예외는 아니다. 삼권분립을 기반으로 한 미국의 정치 체제, 특히 미국 헌법이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그런 제도만으로는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트럼프라는 것이다. 아무리 제도적 장치가 잘 갖춰져 있다 하더라도 “관용과 절제의 규범이 없다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한 도널드 트럼프의 전제주의 행동을 가리키는 네 가지 주요 신호로 1.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 선거 불복 등 선거제도의 정당성 부정, 2.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정치 경쟁자를 전복 세력이나 헌법 질서의 파괴자라고 비난, 3. 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 4. 언론 및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 등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 분석을 보면서 얼마 전 한국의 상황이 겹쳐 보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다행히 미국과 달리 한국은 전제주의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도 민주주의 체제를 제대로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이 책의 분석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극우 세력이 판치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 꼭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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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의 동창 모임 행사장. 은퇴한 대학 동기들이 모여 회포도 풀고 은퇴 후 삶에 대한 정보도 나누는 자리였다. 동창들 간에 유달리 끈끈한 유대감이 인상적이었다.
화기애애하고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강연자로 초청받은 백만기(73) 위례인생학교 교장의 이 말에 ‘갑분싸’(‘갑자기 분위기 싸해지다’는 의미의 신조어)가 됐다.
백 교장은 말을 이었다.

그는 “퇴직 후에 과거의 인연에 연연하는 건 좋지 않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과거 인연’이 바로 직장 동료, 학교 동창이다. 퇴직 후 갑자기 사라진 소속감, 사회로부터 소외된 듯한 허무함을 메꾸기 위해 과거의 인연에 집착하다보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내 앞에 새롭게 펼쳐진 자유를 바라보고 성공적인 은퇴 생활에 대한 새로운 계획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백 교장의 설명이다.
백 교장은 국내 조기 은퇴의 선구자 격이다. 조기 은퇴 개념이 희박하던 2003년 51세 나이로 금융회사에서 자발적 은퇴를 했다. 조기 은퇴를 40세 때 결심하고, 10년을 치밀하게 준비해서 실행에 옮겼다. 그는 사직서 제출 디데이를 며칠 앞두고 이미 은퇴한 한 선배를 찾아 “은퇴 후에 어떤 원칙을 갖고 살아가야 합니까”라며 조언을 구했다. 백 교장의 질문에 그 선배는 자세를 바로잡고 재킷 단추까지 여기며 진지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선배의 조언에 백 교장은 무릎을 탁 쳤다. 그 역시 은퇴 후엔 혼자 지내며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자꾸 “은퇴자에겐 인맥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을 하니 혼란스러웠는데, 선배의 말에 확신을 얻었다.
실제로 백 교장은 은퇴 후에 사람 만나는 횟수를 99% 줄였다. 매일 새벽 3시면 눈을 뜬다는 그의 하루는 거의 독서와 글쓰기, 사색으로 채워진다. 혼자 있으면서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충만한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다.

(계속)
은퇴 20년차 백 교장이 말하는 ‘혼자 놀기’란 대체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요. 인간관계를 완전히 단절하고 혼자 지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백 교장은 “여생이 1년 뿐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이 나온다”고 설명합니다.
어떤 관계는 과감히 끊고, 어떤 관계에는 더 큰 에너지를 쏟으며 공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백 교장만의 철칙,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정리한 뒤 넉넉해진 시간을 자기계발에 투자하며 어떤 즐거움을 만들어가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들어봅시다.
아래 기사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6116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중앙일보 2025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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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다보니 물이었다. 사방이 땅으로 둘러싸인 충청북도. 그곳 제천(堤川)에서 이런 광경을 볼 줄은 몰랐다. 남한강이 허리를 감아 돌긴 하지만 지금 산들은 물을 품고 있다. 태아를 감싼 양수처럼 아늑하게. 놀랐던 까닭은 제천의 한자어 뜻을 헤아리지 않았던 탓일 수 있다. 풀이하면 물가에 쌓은 방죽. 1000년도 더 옛날에 만든 저수지 의림지(義林池)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하는데, 제천 전체가 넉넉한 물을 담고 있는 큰 둑인 양하다.
제천 청풍면 비봉산 정상 하늘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청풍호 남쪽. 물 건너 악어섬, 그 너머 황학산, 월악산이 겹쳐져 보인다.
● 푸른 하늘 맑은 바람
1985년 준공된 충주댐은 제천을 비롯해 충주, 단양 많은 마을을 물속에 담고 있다. 제천 청풍면은 27개 마을 가운데 25곳이 잠겼다. 그렇게 생긴 거대한 인공호수 충주호를 제천에서 청풍호라고 부르는 까닭이기도 하다(정원선, ‘제천, 스물두 개의 아스피린’, 해토, 2015).
청풍호 가운데 청풍면이 있다. 그 가운데 솟은 산이 비봉산(해발 531m)이다. 비봉산 정상 하늘전망대에서 한 바퀴 빙 돌아본다. 물이 청풍면을 350도쯤 에워싸고 있다. 섬이 아니지만 섬처럼 보인다.
하늘전망대에서 바라본 청풍호 북쪽. 물 너머 작성산 동산 금수산 소백산 등이 펼쳐진다.
옛날 제천 사람들이 청풍강이라 부른 물은 비봉산 자락을 넓고 유장하게 휘돌아 흐른다. 물 건너 북쪽으로 금월봉, 작성산, 동산, 작은동산, 금수산, 신선봉, 소백산이 앞뒤로 옆으로 이어진다. 청풍면 대류리, 도곡리, 참실리가 반도처럼 삐져나온 남쪽은 경북 안동 물도리 마을을 크게 넓혀 놓은 것 같다. 그 물 건너 악어 모양 악어섬, 그 너머 황학산, 월악산이 중첩해 드러난다. 언덕 뒤에 산이 있고, 또 산이 그 뒤로 겹겹이 서 있는 경치는 언제 봐도 물리지 않는다. 멀리 어깨를 맞댄 산등성이와 능선이 꿈틀대듯 만들어 낸 지평선은 고요하면서 따사롭다. 옛사람이 청풍을 ‘산천이 기이하고 빼어나서 남도의 으뜸이 된다’고 한 까닭을 알 것 같다(권순긍, ‘제천의 문학과 문학지리’, 박이정, 2020).
땅은 비봉산 남동쪽 옥순봉로 앞까지 물을 끌어들였다. 담긴 물 모양이 한반도를 연상케 한다.
산은 혹은 땅은 물을 톱니처럼, 피오르처럼 삐뚤빼뚤 몸 깊숙이 끌어들인다. 비봉산에서 남동쪽 옥순봉을 바라보며 직선거리로 6km쯤 가면 카페가 하나 나온다. 물은 카페 앞 옥순봉로(路) 턱밑까지 들어온다. 사람은 자연에서 익숙한 형상을 떠올리려고 한다. 완만한 언덕을 이룬 길가에서 내려다보면 물은 영락없는 한반도 모양이다.
비봉산 하늘전망대까지 연결되는 청풍호반 케이블카.
드론으로 찍은 여행지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다. 비행기에 타지 않는 한 사진 속 광경을 직접 볼 확률은 매우 낮다. 사진으로는 놀랄 만큼 아름답지만, 현장에서는 그 장관을 보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하늘전망대는 여행객에게 다소 친절하다. 케이블카 덕분이다. 타는 곳에서 정상까지 약 2.3km를 9개 큰 쇠기둥이 연결해 주는 궤도선에 매달려 올라간다. 수직으로 내려다볼 수는 없어도 90도 가까운 각도로 물과 산과 마을을 눈에 담는다. 산자락을 쓸어내리는 푸른 하늘 맑은 바람(청풍·淸風)이 케이블카를 스치고 물에 닿아 퍼진다.
● 여전한 삶의 공간
‘포말추산사화미(濃抹秋山似畫眉 곱게 단장한 가을 산, 여인 눈썹을 그린 듯하고)/원담평포벽유리(圓潭平布碧琉璃 둥근 못에는 푸른 유리 빛 잔잔히 깔려 있네)’
추사 김정희(1786~1856)가 가을 의림지를 읊은 시 일부다. ‘가을 산’의 산은 제천 진산(鎭山) 용두산을 가리킨다. 의림지는 샘이 솟는 용두산 자락 물길을 막아 만들었다. 청풍호 물이 가슴을 탁 틔우는 호방한 맛이 있다면, 의림지 물은 심지를 굳게 하는 의연한 멋이 있다.
의림지 가운데 순주섬이 물그릇에 띄운 티라이트(tealight) 양초처럼 드러난다. 나물로 무쳐 먹는 순채(蓴菜)가 많이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저수지 둘레로 적게는 100년, 많게는 500년 넘은 소나무들이 호위하듯 서 있다. 사이사이 수양버들도 합을 이룬다.
지금도 논에 물을 대고 있는 의림지. 가운데 순주섬에서는 제천 사람들이 나물 무쳐 먹는 순채가 난다.
용이 승천할 만도 한 물인데 과유불급을 경계하는 민초의 마음일까. 의림지 설화에는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가 자주 나온다. 어(魚) 씨 5형제가 때려잡은 의림지 괴물도 이무기이고, 하늘로 오르다 도중에 떨어져 용추폭포를 이룬 것도 이무기다.
의림지는 제천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는 교과서를 통해 더 친숙하다. 하지만 삼국 시대 다른 두 저수지 김제 벽골제와 밀양 수산제가 물 마른 유적지에 그친다면, 의림지는 아래쪽 청전(靑田)뜰 논 약 200ha(약 60만 평)에 지금도 물을 댄다. 인간 삶에 한 발 걸치고 있는 셈이다. 풍류를 즐기는 장소만이 아닌 생활 공간이기도 한 이유다.
그러니 미식(美食) 여행 ‘가스트로 투어’가 제천 도심과 이곳에서 펼쳐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쫀득한 찹쌀떡과 도넛, 빨간오뎅 등을 시내 두 코스에서 맛본다면, 의림지 두 코스에서는 약선(藥膳) 재료를 활용한 음식과 그윽한 커피를 천천히 걸으며 음미한다.
약선(藥膳) 재료를 활용한 음식과 그윽한 커피를 마시며 미음완보할 수 있는 의림지 가스트로 투어 코스의 솔밭.의림지 인근 ‘의림지 역사박물관’에 들르면 겨울에는 썰매와 스케이트를 지치고 여름에는 배 띄워 뱃놀이하던 옛 모습을 볼 수 있다. 의림지 제방과 바닥이 얼마나 치밀하게 만들어졌는지 알게 된 사연도 흥미롭다. 1972년 8월 폭우를 동반한 태풍으로 범람 위기에 처하자, 주민 몇 명이 서쪽 둑방 일부를 무너뜨려 물을 빼낸 ‘덕분’이다. 다만 이 때문에 아랫동네에 수해가 나서 이들은 경찰 조사를 받는 고초를 치러야 했다.
의림지 역사박물관에 조성된 겨울 의림지 풍경. 썰매와 스케이트를 지치고 빙어를 낚았다.
● 물은 물고기를 바라고
제천은 해발고도가 300m를 넘나드는 데다 태백 소백 차령산맥으로 둘러싸인 산악 분지 지형이다(‘제천의 문학과 문학지리’). 따라서 외부와의 교류가 적은, 후미지고 으슥한 산골이 곳곳에 있다. 가톨릭 성지인 배론성지도 그런 곳이다.
배론성지 예수 그리스도상 앞 연못.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중반, 특히 신유박해(1801) 직후 천주교 신자들이 치악산을 넘거나 해서 이곳으로 피신해 주로 옹기를 구우며 살았다. 황사영(1775~1801)이 로마 교황청에 도움을 요청하는 백서(帛書)를 쓴 곳도 이곳 옹기 보관 토굴에서였다.
단정한 잔디밭 너머로 노아의 방주를 연상케 하는 최양업 신부 기념 성당이 보이고 연못과 십자가의 길이 나타난다. 성당 가는 길 왼편 잔디밭 끄트머리에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 석상이 놓여 있다. 멀리서 바라만 보는데도 차분해진다.
배론이라는 이름은 산에서 길게 뻗어 내려온 골짜기 모양이 배 밑바닥 같다고 해서 붙었다고 한다. 다만 ‘론’의 한자(論 혹은 淪)에 그런 뜻이 있는지 충분한 설명을 찾기는 어렵다.
배론성지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상이 찾아온 사람들을 맞는다. 보기만 해도 차분해진다.
배 밑바닥은 물에 닿는다. 배론의 천주교도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것은 물고기였을 터다. 물고기는 그리스어로 ‘익투스(ΙΧΘΥΣ)’라고 한다. 이 다섯 철자는 각각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 구세주’를 뜻하는 그리스 단어들의 머리글자다. 고난의 밑바닥에서 하늘을 우러르며 신의 자비를 간구한 것이다.
금수산 신선봉 능선에 자리한 정방사. 거대한 암벽 의상대 아래 선 해수관음상이 저 멀리 청풍호를 내려다본다. 관음보살은 자신의 깨달음을 늦추면서까지 중생의 고통과 신음을 듣고 자비로 구제한다.
자비를 찾기 위해 올라간다. 배론성지에서 남쪽으로 35km쯤 가면 금수산(錦繡山) 정방사(淨芳寺)가 나온다. 신선봉 능선의 의상대라는 거대한 암벽 아래 좁고 긴 터에 자리 잡고 있다. 관음보살을 모신 원통보전(圓通寶殿) 앞에 서면 멀리 월악산이 보이고 여러 산줄기 사이로 청풍호가 슬쩍 나타난다. 원통보전 관음보살과 큰 바위 앞에 선 해수관음 석상이 그 물을 지긋이 내려다본다. 관음보살은 속세의 고통과 신음을 듣고 자비로 중생을 구제한다. 해수관음과 배론성지 성모상이 겹쳐 보인다.
정방사 원통보전과 다른 전각 사이로 산들이 중첩해 펼쳐진다. 처마에 매달린 풍경, 그 밑 물고기가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속삭인다.
원통보전 처마 끝 풍경(風磬)에 매달린 물고기가 바람에 흔들린다. 눈꺼풀이 없어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처럼 항상 깨어 있으라는 뜻이다. 쉼 없이 나 자신을 들여다보라는 말이다. 그러면 구원의 실마리가 보일 수 있을지 모른다. 띵~ 띵~ 풍경 소리를 뒤로한다. 욕망으로 요동치던 마음의 수면이 순간 잔잔해진다.
금수산 자락 국립제천치유의 숲에서 시선을 산들로 향한다. 향기, 경관, 피톤치드 등이 오감을 자극하며 몸을 새롭게 한다. 이곳 산초나무잎을 따서 양쪽 눈밑에 붙이면 모기가 달려들지 못한다. 생강나무잎은 또 어떤가. 어떤 것은 하트 모양, 어떤 것은 뫼 산(山) 자 모양이다.
[동아일보 2025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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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79 호)
【 성탄절 단상 】
요즘 들어 연말 성탄절 분위기를 느낄 수 없는 게 제가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아니면 실제로 그런 걸까요?
명동이나 압구정, 홍대 거리 등 젊은이들의 거리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동네 거리는 성탄절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차분히 가라앉아 있습니다.
하긴 요즘 물가도 오르고, 삶이 팍팍하다고 아우성인데 성탄절이라고 삶이 별로 나아질 게 없으니 차분한 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성탄절에는 캐럴이 길거리에 울려 퍼지고 연말 분위기까지 겹치면서 괜히 들떴던 것 같은데, 이제는 캐럴도 별로 들리지 않습니다.
하긴 만약 요즘에 길거리 스피커로 캐럴을 크게 틀어놨다가는 소음 민원이라고 신고가 들어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아직도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려주긴 하지만, 그 캐럴을 듣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크리스마스, 즉 성탄절이 예수님이 태어난 것을 기념하는 날이지만, 요즘은 그냥 연말연시에 맞는 의례적인 휴일이라고 인식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하긴 크리스마스가 너무 기독교적이라는 이유로 최근 서양에서는 홀리데이(holiday)라는 단어를 쓰는 게 대세가 되고 있다고도 합니다.
크리스마스가 이처럼 연말 분위기를 이끄는 대명사처럼 인식되는 이유는 크리스마스가 연말과 겹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성경에도 나와 있지 않은 예수님의 생일을 어떻게 알아내서 성탄절을 기념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으신가요?
사실 현재처럼 12월 25일을 성탄절로 정한 사람은 로마 교황 율리우스 1세로 로마에서 섬기던 태양신 축제일인 12월25일을 크리스마스로 정한 것이라고 합니다.
낮의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 이후에 열리던 이교도들의 축제인 태양신 축제를 자연스럽게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는 축제로 전환시킨 것입니다.
성경 어디에도 예수가 태어난 날은 기록돼 있지 않지만 어느 계절에 태어났는지를 암시하는 구절은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성경에 있는 예수 탄생 당시 ‘목자들이 양 떼를 지키기 위해 밖에서 밤을 보냈다’는 구절로부터 예수님이 10월 이전에 태어났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이스라엘 지역의 12월은 겨울철로, 양치기들은 10월 이전에 양 떼를 우리 안으로 옮겨 겨울을 보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예수의 탄생일을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12월25일이 아닌 다른 날짜에 성탄절을 지내는 나라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와 에티오피아 등에서는 1월7일을, 또 우크라이나와 레바논 등 몇몇 나라는 1월7일과 12월25일 두 날 모두를 크리스마스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하긴 실제적인 문제는 성탄절이 며칠이냐가 아니라 성탄절이 상업적인 분위기로 흐르면서 정작 성탄절의 주인공인 예수님은 소외당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사실 예수님뿐만 아니라, 성탄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산타클로스까지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산타클로스도 기독교 성인(성 니콜라우스)이긴 하지만, 산타클로스가 이렇게 부상이 된 데에는 코카콜라의 힘이 컸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산타클로스의 옷 색상이 코카콜라의 색상과 비슷한 이유가, 코카콜라에 대해 친근함을 느끼도록 만든 마케팅 전략 때문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핀란드의 북쪽 지역(북극권에 속하는) 로바니에미 (Rovaniemi) 마을이 산타클로스 마을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상상 속에 만들어진 산타클로스에게 고향 마을이 있는 셈인데, 한국에서도 산타 마을이 생길 정도니 대단하지 않습니까?
일 년 내내 자신을 위해 바쁘게 뛰어왔더라도, 성탄절 기간만이라도 가난한 사람들의 진정한 친구였던 예수님의 탄생을 생각하면서 주위의 가난한 이웃들을 돌봐야겠다는 마음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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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말이나 8월 초에 진행 예정인 몽골 여행에 참여하고자 하는 분들께서는 제 이메일(tiger_ceo@naver.com)로 회신 주시거나, <제주 속살 트레킹 여행> 밴드(https://www.band.us/band/95412027)에 가입 후 댓글로 신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까지 20여 분이 참여 의사를 밝혀주셨는데, 12월 31일까지 추가 신청을 받고,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1월 중 여행 계획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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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시마 류타(황미숙), “독서의 뇌과학,” 현대지성, 2024년
독서가 뇌 발달에 좋다는 사실에 대해서 부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독서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그나마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통해 손쉽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왜 굳이 귀찮게 책을 읽어야 하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 책 <독서의 뇌과학>에서는 왜 독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책 제목이 <독서의 뇌과학>이지만 실제로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더 인상이 깊었다. 스마트폰을 많이 이용하는 경우 오랜 시간 동안 학습을 해도 학업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는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지금 한국 아이들 중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는 앞으로 한국 교육의 큰 숙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학습으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는 한국의 교육 현실이 걱정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내용들 중에 몇 가지를 여기 소개한다.
“압도적인 시각 자극에 뇌가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유튜브와 달리, 독서는 전전두엽을 포함해 뇌 전체를 동원한다.”
“독서를 많이 하는 아이들은 언어 이해력과 정보처리 능력이 향상되어 전반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읽어줄 때 부모와 자녀의 ‘마음의 뇌’가 모두 활성화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이 때 부모와 아이의 뇌 활동 및 활성도 정도가 동기화된다는 점이다.”
“책 읽어주기는 부모와 자녀가 감정을 나누는 시간으로, 아이는 이를 통해 안정감을 느끼고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뇌 활동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머릿속에 남는 정보가 거의 사라진다. 손으로 직접 쓸 때 뇌가 더 활발히 움직이고 쓴 내용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책을 읽으면 뇌가 전체적으로 활성화되지만, 스마트폰을 보면 뇌의 활동이 억제된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학습 중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경우 학업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연구 결과를 보면 최근 교육 현장에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려는 시도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매일같이 장시간 사용하는 아이들은 뇌의 발달이 억제될 뿐만 아니라 학습을 해도 학업 능력을 높일 수 없다.”
“교육 현장에 디지털 기기를 도입하기보다는 오히려 ‘서당식’으로 이루어지던 전통적인 교육법을 되살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학교에서도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보다 모두 같이 소리 내어 책을 읽거나 손으로 글쓰기 연습을 하고 계산 문제를 반복적으로 풀어보는 과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뇌가 더 활발히 움직이는 교육은 바로 거기에 있다.”
“편하다고 해서 자동차만 탄다면 결국에는 운동 부족으로 인해 근력이 떨어지고 건강이 악화된다. 마찬가지로 뇌도 편한 것만 추구하다가는 생각하는 힘이 쇠퇴한다. 반대로 활자를 소리 내어 읽고 계산을 반복하는 등 조금이나마 번거로운 일을 하면 뇌가 활성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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