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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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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읍 송당리 대표오름, 높은오름


당당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높은오름. 이름처럼 일대에서 가장 높다.

높은오름(405.3m)은 이름에서부터 맹주다운 기운을 대놓고 풍긴다. 제주에서 오름이 몰려 있는 구좌읍 송당리에서도 가장 높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름처럼 과연 우뚝한 자태를 가졌다. 전체가 삼각뿔 모양이어서 조금 떨어져서 보면 뭍에서 흔히 만나는 탄탄한 산의 느낌을 준다. 그러나 정상의 동그랗고 아담한 굼부리가 이곳이 화산체임을 알려 준다. 

제주 동부의 대표 오름 전망대

일대에서 유일하게 고도 400m가 넘고, 오름 자체의 높이도 175m로 높은 축에 드는 높은오름은 송당리의 숱한 오름 중에서도 도드라진다. 단단하고 거대한 뿔처럼 솟았기에 사면이 가파른 편이며, 가까운 세화리의 다랑쉬오름과 함께 제주 오름의 원형을 잘 보여 주는 곳으로 꼽힌다. 30년쯤 전만 하더라도 오름 전체가 온통 풀밭이었다는데, 지금은 정상부를 제외하고는 소나무로 빼곡히 덮였다.

작정하고 오름을 찾아다니는 이가 아닌 다음에야 뭍에서 온 여행자가 이 오름을 오를 일은 거의 없다. 다시 말해 인기가 없는 곳이다. 일단 ‘높은’이라는 이름 때문에 여행목록에서 제외됐을 가능성이 크다. 주변에 낮으면서도 멋진 오름이 수두룩하니 굳이 고생하며 이곳을 오를 이유를 찾지 못했을 테고, 우뚝 솟은 외형도 한몫했을 것이다. 또 그리 외진 곳이 아닌 데도 승용차가 없다면 찾아가기가 애매하다.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서 오름 들머리까지는 1.4km쯤의 외진 길을 걸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오름 들머리에 자리한, 한적하고 으슥한 느낌의 공동묘지도 영향을 미쳤을 듯하다. 그러니 여행자라면 걸음이 주저되는 곳이다. 참 안타까운 탐방 여건이다. 


높은오름에서 본 한라산과 제주 동부의 오름들. 오름에 올라야만 만날 수 있는 풍광이다. 

 

사실 제주의 오름 중 높은오름만큼 장쾌한 풍광을 만날 수 있는 곳도 드물다. 서쪽의 노꼬메오름과 남쪽의 군산 정도가 꼽힐까? 제주 동쪽의 숱한 오름을 높은 지점에서 굽어보는 조망의 즐거움은 무척 특별하다. 그리고 겉보기와 달리 실제로 걸어보면 탐방에 어려움이 없다. 

정상엔 둘레가 500m나 되는 우묵한 원형 굼부리가 밋밋한 세 개의 봉우리에 둘러싸인 채 멋진 자태를 뽐낸다. 아찔한 깊이를 가진 다랑쉬나 산굼부리처럼 위압적이지 않고 아늑한 풀밭 느낌의 굼부리다. 능선을 따라 걸으면서 굼부리를 내려다보면 굼부리 내부가 손바닥처럼 훤히 다 보인다. 대청마루에서 앞마당을 보는 듯 가깝고 편한 느낌이다. 

정상부 능선에서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바로 앞의 동검은이오름과 문석이오름이 손에 잡힐 듯 속속들이 가늠된다. 동시에 동부 오름 중 가장 당당한 모습을 보여 주는 다랑쉬오름과 송당리의 허다한 오름을 조망하기에 단연 최고의 명당이다. 동쪽 끝 멀리 깍두기 머리를 한 성산일출봉과 우도, 서쪽 멀리 한라산도 잘 보인다.


동검은이 알오름 상공에서 본 높은오름과 한라산, 그리고 제주 동부의 오름들.

탐방로는 무척 단순하다. 구좌읍공설묘지 사이로 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탐방이 시작된다. 공설묘지를 벗어나면서 계단길이 이어진다. 중간쯤에 숨 돌리며 쉬어가라고 얼마간의 평지도 나온다. 이 평평한 곳에도 무덤 몇 기가 자리를 잡았다. 여기서 정상부 능선까지는 다시 오르막 구간인데, 살짝 가파르다. 그러나 조망이 트일 때마다 가없이 펼쳐지는 제주 풍광이 아름다워서 감탄하다 보면 어느새 정상부 능선에 닿는다. 


공동묘지를 벗어나며 나무계단이 시작된다. 길옆으로 모시풀이 무성하다. 

 

아늑하고 예쁜 굼부리

능선을 만난 지점에서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왼쪽으로 꺾어지면 정상이 더욱 가깝다. 놀랍게도 감시초소 바로 뒤에 무덤 한 기가 눈길을 끈다. 어찌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와 고인을 묻었을까! 하긴 이만한 명당을 찾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높은오름 정상이 품은 제주 풍광을 이 무덤의 주인이 온통 차지하다시피 하고 있다. 부럽기까지 하던 이 무덤은 몇 해 전 파묘되어 빈 봉분만 남았다. 둥글게 두른 돌담이 소박하고 정겹던 무덤은 파헤쳐진 채 방치되어 흉물이 되고 말았다. 오름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이런 풍광은 제주도의 독특한 풍습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법적으로는 파묘 후 봉분과 석물을 땅에 묻고 평탄 작업을 해야 하는데, 제주에서는 파 놓은 묘를 덮지 않는 것이 주변의 잡귀들이 따라오지 말고 그곳에 머물러 있도록 하는 조치라고 한다. 

높은오름 굼부리는 걸어서 들어갈 수 있어서 특별하다. 굼부리 안 세상은 바깥과 차단된 별천지다.

 

화구벽능선을 따라 걷노라니 제주 동쪽의 거의 모든 오름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하나하나 짚어가며 걷는 재미가 비할 데가 없다. 화구벽이 높이를 낮춘 동북쪽에서 얕고 우묵한 초지대를 이룬 굼부리 안으로 들어설 수 있다. 화구 안은 철 따라 온갖 꽃이 흐드러져 천상의 화원을 방불케 한다. 높은오름은 ‘피뿌리풀’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고려 말, 몽골에서 유입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피뿌리풀은 더덕처럼 생긴 굵은 뿌리가 핏빛처럼 붉어서 이런 무서운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수십 개의 작은 꽃이 모인 꽃송이가 무척 신비롭고 예쁘다. 예전엔 높은오름 능선에서 비교적 쉽게 볼 수 있었다는데, 무분별한 남획으로 지금은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 멸종위기 야생식물이 되고 말았다. 


높은오름 굼부리를 걷고 있는 탐방객들. 뒤로 제주 북동부 바다 건너 완도 땅이 아스라하다.

 

하산은 올랐던 길을 되짚어 내려서는 길뿐이다. 공동묘지 바로 아래에 차를 댈 만한 공간이 넉넉하다. 높은오름은 이웃한 동검은이오름과 함께 탐방하면 좋다. 체력이 괜찮다면 식수와 도시락을 준비해서 백약이오름과 좌보미오름까지 둘러보면 금상첨화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높은오름 정상. 뒤로 돝오름,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오름, 용눈이,손지오름이 늘어섰다. 

 


높은오름 능선에서 본 송당리. 이곳은 귤 농사가 되지 않아 각종 묘목을 많이 심는다. 

 

Info

 

교통

내비게이션에 ‘높은오름’을 입력. 오름 표석이 서 있는 곳에서 직진 방향으로 650m 더 들어서면 공동묘지 중간의 들머리가 나온다. 제주버스터미널에서 성산항을 오가는 211번, 212번 버스가 중산간동로 상의 ‘높은오름 입구’ 정류장에 선다. 여기서 오름 들머리까지는 1.4km를 걸어야 한다. 

주변 볼거리

스타벅스 송당파크R점 스타벅스가 2023년 10월에 선보인 국내 최대 규모의 리저브 전용 매장이다. 지상 1, 2층, 360평 규모로, 전체 좌석이 340개지만 늘 북적인다. ‘흑임자 품은 큐브 브레드’, ‘돌보루 마스카포네 브레드’ 등 이 매장의 특화 푸드와 음료가 인기. 제주 화산석을 중심으로 꾸민 자연친화적 공원인 ‘동쪽송당 동화마을’을 품고 들어선 터라 널따란 정원을 둘러보는 재미가 좋다. 영업시간은 09:00~22:00.


맛집

로타리식당 명성 자자한 오름이 숱하지만 딱 꼽을 맛집은 떠오르지 않는 곳이 송당리다. 허름하다는 말로도 모자랄 외관을 한 로타리식당은 점심때만 영업하는 가정식백반 전문점이다. 일대의 공사판 인부는 모두 이곳을 이용하는 듯, 피크타임엔 늘 자리가 없다. 또 조금만 늦게 가도 그날 준비한 재료가 떨어질 경우, 발길을 돌려야 한다. 한 번 먹으면 또 생각나는 곳이다. 


문의 064-783-2788.

Tip_ 알쏭달쏭 제주어

 

끌락(호끌락)

‘끌락다(호끌락호다)’의 어간. ‘끌락다’는 매우 작다는 뜻이다. 지역에 따라 ‘쩨끌락’, ‘쪼끌락’이라고도 한다. 

월간산 2월호 기사입니다.

출처 : 월간산(http://san.chosun.com)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39 호)

 

【 제가 제주 속살 트레킹 여행을 하는 이유

 

제가 지난 주 뉴스레터에 ‘제주 속살 트레킹 여행’ 공지를 보내드렸는데,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부연 설명을 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제주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닌 제주가 고향인 사람입니다.

물론 지금은 제주에서 산 세월보다 더 긴 세월을 제주가 아닌 타지에서 보낸 타지인이긴 합니다.

 

그래도 어머니(아버지는 돌아가셨습니다)와 대부분의 친척들, 그리고 많은 친구들이 아직 제주도에 살고 있습니다.

젊어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이런저런 핑계로 제주에 자주 가지 못했지만, 은퇴를 하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제주에 자주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명절 때나 집안 행사가 있을 때 어쩔 수 없이 제주에 갔지만, 점차 제주가 좋아지면서 나중에는 일부러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걷기를 좋아하다보니 제주에 사는 친구들에게 묻기도 하고, 인터넷 정보를 뒤지면서 걷기에 좋은 곶자왈 중심으로 숲길 트레킹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관광지보다는 제주 사람들이 많이 가는 ‘속살 트레킹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부모님 집이나 호텔에 묵는 것보다는 자연휴양림, 특히 교래자연휴양림에 묵으면서 제주의 자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제주 속살 트레킹 여행에 푹 빠져 자주 제주에 드나들다보니 제 주위의 지인들로부터 함께 하자는 요청을 많이 받게 되었습니다.

제주 속살 트레킹 여행을 함께 했던 지인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뿌듯해졌고, 이에 힘입어 참여 범위를 넓혀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나중에 지리산 자락의 남원으로의 귀촌을 대비해 ‘숲 해설가’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해설이 있는 제주 속살 트레킹 여행을 기획하게 된 것입니다.

 

그 결과 ‘제주 속살 트레킹 여행’이라는 밴드(www.band.us/band/95412027)를 만들어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2024년 9월에 이 밴드를 통해서 2박 3일 제주 속살 트레킹 여행을 하고 나서, 제 개인 사정에 의해 잠시 중단하였다가 이번 4월 22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다시 여행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시기별로 다른 여행 주제를 정해서 제주의 진면목을 소개해 드리는 여행을 추진해보려고 합니다.

 

제주 여행 밴드를 하면서 여행 공지를 올리면 다른 패키지관광에 비해 비용이 너무 높다는 얘기를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숲속 자연휴양림에서 자고, 맛집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숨은 여행지를 찾아다니는 제 여행을 패키지관광이랑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날씨와 여행 참가자들의 취향과 체력에 따라 여행 일정과 여행지를 조정하는 게 제 여행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합니다.

 

제가 리딩하는 <제주 속살 트레킹 여행>은 6인 이하의 소수 맞춤형 트레킹 여행을 추구합니다.

그 이유는 제가 여행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제 고향 제주의 진면목을 소개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이번 4월 22일 여행에 참가 신청하신 한 분이 ‘왜 참석 인원을 6명으로 한정하느냐?’고 문의하신 내용에 제가 설명 드렸던 내용을 여기 소개합니다.

 

1. 저희 부부가 이번 여행에 함께 참여하니까 총 인원 8명이 되는 셈입니다.

다시 말해 저희 부부가 하는 여행에 다른 참여자분들이 실비를 내고 함께 참여하신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직접 운전하는 1대의 차량으로 움직일 수 있는 최대 인원이 8명입니다.

11인승 승합차를 렌트하긴 합니다만, 뒤에 짐을 실으려면 맨 뒷좌석 3인석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25인승, 45인승을 빌려도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실 수 있지만, 저희 여행 취지에 맞지 않고, 전문 기사가 운전해야하기 때문에 비용도 올라갑니다.

최소 인원을 3명으로 정한 이유도 저희 부부 포함해서 5명이 되기 때문에 승용차를 렌트하기 위해서입니다.

 

2. 저희 여행의 핵심 중의 하나가 '교래 자연 휴양림' 숙소입니다.

이 숙소는 단체 관광객을 위한 숙소가 아니라서 대규모 인원에 맞게 숙소를 예약할 수 없습니다.

8인실 또는 12인실을 예약하지만, 실제로 여유 있게 사용하려면 12인실도 8명 이상 사용은 곤란합니다.

 

3. 제주 맛집의 경우에도 인원이 많을 경우 식사를 하기 어렵습니다.

인원이 많으면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일반 대형 식당을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여행의 목적 중 하나인 맛집 탐방이 어렵습니다.

 

4. 제주 여행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이미 가본 곳들이 많기 때문에 안 가본 곳들을 골라서 일정 조정을 해야 하는데, 참여자가 너무 많으면 조정이 어렵습니다.

 

제 밴드 <제주 속살 트레킹 여행>은 일반 패키지관광에서 체험할 수 없는 숙소, 맛집, 잘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 탐방을 위해 저희 부부가 하는 여행에 소수의 인원만 추가 참여하는 방식이라고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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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송되었던 뉴스레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개인 블로그 http://happyengineer.tistory.com/의 <주간 뉴스레터> 목록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두물머리

2025. 3. 19. 07: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