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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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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석의 Wild Korea  ⑪ 전남 완도군 생일도

생일도 둘레길에 있는 암괴류. 흔히 돌강이라 한다. 뒤편에 동백나무가 짙은 숲을 이루고 있고 멀리 뒤쪽으로 금곡해변이 보인다.

 

혼돈의 봄이다. 남녘에는 매화가 절정이고, 강원도에는 폭설이 내렸다. 꽃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달뜨기 마련이다. 봄을 찾아 멀고 먼 전남 완도 생일도로 달렸다. 소사나무 빽빽한 백운산은 이미 봄 기운이 가득했고, 생일도 둘레길의 ‘돌강(암괴류)’에는 동백꽃이 만개했다. 내 생일은 가을이지만, 생일도를 여행하니 마치 봄날에 생일을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생일도란 이름 생긴 사연

 

완도군은 265개 섬으로 이뤄졌다. 강진·장흥·고흥 앞바다까지 완도의 섬들이 흩어져 있다. 생일도는 강진이 들머리다. 강진 마량에서 다리로 연결된 섬으로 들어가 배를 탄다.

강진 마량항에서 차를 몰고 고금대교를 건넜다. 여기서부터 완도군이다. 고금도에 들어서자 화사한 봄 풍경이 펼쳐진다. 완만한 구릉에는 푸릇푸릇 마늘이 자란다. 다시 약산대교를 건너 약산도로 들어갔다. 모퉁이를 돌 때마다 나타나는 바다와 올망졸망 작은 섬들은 아지랑이가 낀 것처럼 간질간질했다. 바야흐로 봄이다.

 

 

당목항에 도착하니 높은 산을 거느린 생일도가 보인다. 생일도 바로 옆의 펑퍼짐한 섬은 평일도다. 생일도와 평일도는 여러모로 비교된다. 생일도가 완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백운산(483m) 때문에 원추형 기둥으로 보인다면, 평일도는 여러 방향으로 구릉이 펼쳐져 도무지 형체를 알 수 없다.

서성항에 도착하면 반겨주는 대형 생일 케이크.

 

여객선은 약 30분 만에 생일도 서성항에 닿았다. 거대한 생일 케이크 모형이 반겨줬다. 섬 이름은 산일도(山日島), 산이도(山伊島) 등으로 불리다가 주민들 성품이 어질고 갓 태어난 아기와 같다 해서 생일도(生日島)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생일을 맞은 여행객에게는 왕복 배편이 무료이고, 건미역 1㎏도 준다고 한다.

여객터미널 뒤편 언덕에 수령 300년에 달하는 섬 최고령 나무 생일송이 있다. 나무 아래에서 시원하게 바다가 보인다. 느릿느릿 오가는 배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기지개를 켜고 길을 나선다.

 

생일도서 바라본 평일도

백운산 중턱에 자리한 학서암. 느티나무 아래 노래하는 풍경이 걸려 있다.

 

이제 백운산과 생일도 둘레길을 돌아보자. 금일중학교 생일분교장 앞에서 백운산 가는 임도가 나온다. 임도는 백운산을 넘어 반대편인 용출리로 이어진다.

 

 

임도를 30분쯤 걷다가 산길로 들어선다. 소사나무 빽빽한 오솔길이 호젓하다. 양지 바른 언덕에 암자 하나가 나온다. 신라 시대 혜은스님이 창건했다는 학서암이다. 느티나무 고목 아래에서 맑은 음악이 들려온다. 자세히 보니, 나뭇가지에 풍경(風磬)이 매달려 있다. 바람의 연주를 들으며 반짝반짝 빛나는 봄 바다를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능선에 올라 완만한 오르막을 걸었다. 수시로 펼쳐지는 바위 지대를 지나 전망대에 닿았다. 평평한 너럭바위에 점심 밥상을 차렸다. 평일도 뷰 맛집이 따로 없다. 복잡한 해안에 반달처럼 예쁜 백사장을 품은 게 신기하다. 백운산과 평일도 사이 바다는 양식장으로 가득하다. 양식장 부표들이 알록달록하고, 봄 바다에서 물고기와 전복이 무럭무럭 자란다.

백운봉 정상에서는 그동안 보이지 않은 서쪽 조망이 열린다. 신지도와 그 너머 완도의 수호신 상왕봉(644m)이 아스라하다. 하산은 남쪽 능선을 타고 내려온다. ‘생일도 테마공원’을 지나면 다시 임도를 만난다. 구불구불 임도를 타고 가면 금곡해수욕장에 닿는다. 생일도는 금곡리에 모래 해변을, 용출리에 몽돌해변을 품었다. 두 해변을 잇는 생일도 둘레길이 백운산에 버금가는 비경이다.

 

멍 때리기 좋은 돌강 ‘멍터’

둘레길에서 만난 동백꽃.

 

발이 폭폭 빠지는 고운 백사장을 걷다가 울창한 솔숲에서 한숨 돌렸다. 캠핑족이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해안 길은 이엘리조트 앞으로 이어진다. 휘파람이 절로 나는 숲길을 들어서니 ‘멍터’가 나온다. 바위에 걸터앉아 넋 놓고 바다를 보기 좋다.  둥글고 각진 커다란 바위가 쌓여 있는 이런 곳을 ‘너덜겅’이라 한다. 학술명은 암괴류이고 쉬운 말로 돌강, 그러니까 돌이 흐르는 강이다. 둥글거나 각진 암석 덩어리가 산 경사면이나 골짜기에 아주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쌓인 것을 말한다. 이곳 돌강은 산꼭대기에서 흘러 내려와 바다를 만난다. 돌에 앉아 귀 기울이니 찰랑찰랑 파도 소리가 들린다.

돌강 주변으로 동백나무가 가득하다. 잎이 두껍고 윤기가 어찌나 가득한지, 검은빛이 돌 정도다. 붉은 동백꽃도 농염하게 피었다. 동백꽃은 나뭇가지에서도, 뚝뚝 떨어진 길에서도 빛난다. 동박새 울고, 파도 소리 들리는 숲길에서는 시간 감각이 사라진다. 마치 딴 세상에 와 있는 듯하다. 최대한 천천히 걸었지만, 돌강 두어 개를 건넜더니 용출리를 만나고 말았다. 용출 갯돌밭에 앉아 몽돌과 파도가 들려주는 노래를 들으며 걷기를 마무리한다.

정근영 디자이너

 

여행정보=완도 당목항에서 생일도 가는 카페리가 하루 7회 뜬다. 어른 편도 3800원, 자가용 승선료 1만4300원.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당목항 가는 버스는 하루 2회(오전 6시 30분, 오후 12시 10분) 운항한다. 백운산과 생일도 둘레길 코스는 서성항~학서암~백운산~금곡해수욕장~용출리, 거리는 약 12㎞이고 넉넉하게 5시간 걸린다. 차를 가져간다면 학서암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숙소는 골든밸리리조트, 어영차바다야펜션 등이 있다. 식당은 생돈가, 생일민박식당을 추천한다. 금곡해수욕장에서 캠핑할 수 있지만, 화장실이 해수욕장 개장 시기에만 연다.

진우석 여행작가

글·사진=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중앙일보 2024년 3월 15일]

 

관련 사이트: 알프스를 걷다 : 네이버 도서 (naver.com)

알프스를 걷다 _ 네이버 도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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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92 호)

 

【 제 책 ‘알프스를 걷다’가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

 

<출판사 책 소개>

 

“아, 알프스!”

숨이 멎을 듯 아름다운 설산과

시간이 멈춘 듯한 소박한 매력의 마을을 찾아

알프스 트레킹을 꿈꾸던 여행 마니아가

인터넷 밴드 모임에서 만난 이들과 여행을 떠났다.

패키지여행은 싫고 자유여행은 두려운

여행자들을 위한, 골라 떠나는

알프스 트레킹 여행 체험기!

장엄하고 눈부신 산, 끝없이 펼쳐진 빙하,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형형색색의 꽃이 핀 푸른 초원 등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고 싶어 하는 ‘배낭 여행객들의 천국’ 알프스! 이 책 ⟪알프스를 걷다⟫는 여행을 좋아하는 여행 마니아이자 이제는 여행 작가를 꿈꾸는 저자 김송호가 지난여름, 알프스에서 보낸 열흘간의 잊을 수 없는 여정을 담백한 수필 형식으로 담아낸 여행서이다. 저자는 트레킹을 더해 더욱 풍성해진 여정에서 알프스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고 이를 관조적(觀照的)인 글과 실감 나는 사진들로 한껏 채웠다. 패키지여행이나 자유여행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소규모 밴드 모임 여행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소개한다.

 

한여름, 알프스에서 보낸

열흘간의 3대 미봉 트레킹 기행(紀行)

 

알프스(Alps)는 프랑스 남동부에서 시작해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 리히텐슈타인,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등지에 걸쳐 높이 솟은 봉우리들이 1,000킬로미터 이상 활 모양으로 이어진 큰 산계(山系)이다. 독일어로는 알펜(Alpen), 프랑스어로는 알프(Alps), 이탈리아어로는 알피(Alpi)라고 하며, 일 년 내내 빙하에 덮여 있는 산봉우리와 맑은 호수, 끝없이 이어진 고갯길 등 비현실적인 자연 풍광으로 흔히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자연 절경’으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알프스가 사람의 마음을 끄는 요소는 경치만이 아니다. 바로 ‘등산 여행객’들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멋진 트레킹(trekking, 도보 여행) 지역과 다양한 트레일(trail, 탐방로) 코스가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모든 트레킹 코스가 개방되는 알프스의 여름은 적당히 쌀쌀한 공기와 따뜻한 햇살로 트레킹을 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때는 산 중턱에 쌓인 눈도 어느 정도 녹아 아이벡스, 마멋, 독수리 같은 야생동물과 형형색색으로 피어나는 야생화를 감상할 수 있고, 3대 미봉인 융프라우(해발 4,158미터), 마터호른(해발 4,478미터), 몽블랑(해발 4,807미터)처럼 3,000미터가 넘는 봉우리들을 좀 더 가까이에서 즐기는 게 가능하다.

이 책 ⟪알프스를 걷다⟫는 고산 트레킹의 최적기인 지난여름(6월 30일~7월 10일), 9박 11일의 일정으로 알프스를 다녀온 저자가 혼자만 간직하기엔 너무 아까운 알프스의 비경과 패키지여행이나 자유여행과는 다른 형태인 소규모 밴드 모임 여행 경험을 소개하고자 펴낸 여행서이다. 역마살 탓에 30여 년간 세계 여러 나라로 출장을 다니고, 출장지에서도 틈새 여행을 즐겼다는 여행 마니아이자 이제는 여행 작가를 꿈꾸는 저자가 본 알프스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까?

 

트레킹과 함께 알프스의 도시와 마을까지

유익한 여행 정보와 풍성한 볼거리 제공

 

⟪알프스를 걷다⟫는 저자의 2023년 알프스 3대 미봉 여행뿐 아니라 2022년의 융프라우 여행 중에서 알프스 3대 미봉 여행에 포함되지 않은 일정까지 다루고 있다. 좀 더 긴 알프스 여행을 계획하고 있거나, 일부 일정을 빼고 다른 일정을 넣고 싶을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저자의 배려인 셈이다.

저자는 먼저 ‘알프스 3대 미봉 여행’ 편에서 융프라우, 마터호른, 몽블랑 등 3대 미봉의 거점 도시인 인터라켄, 체르마트, 샤모니에서 각각 3박, 2박, 4박을 하며 보냈던 열흘간의 일정을 일자별로 꼼꼼히 정리했다. 오전에는 기차와 렌터카, 케이블카 따위를 이용해 다니면서도 오후에는 도착지에서 몇 시간씩 트레킹을 하는 일정이었는데, 높은 산을 가로지르며 멋진 빙하를 감상하고 푸른 호수를 지나 고요한 계곡과 야생화가 만발한 풀밭을 거니는 모습의 사진들을 보다 보면 마치 저자와 함께 알프스 산길을 걷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특히 아이거 봉우리 북벽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아이거 트레일, 제주 올레길과 자매 길이라는 수네가 5개 호수 둘레길을 걷는 수네가 호수 트레일, 발므 고갯길을 따라 몽블랑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호수를 감상하는 콜드발므 트레킹, 몽블랑을 가운데 두고 약 170킬로미터에 이르는 유명한 트레킹 코스인 투르드몽블랑(Tour du Mont Blanc, TMB) 트레킹을 할 때는 인생을 관조하는 듯한 어투로 기쁨과 행복감을 표현하면서도, 리더를 비롯해 숙소나 차량과 관련한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밴드 모임 여행이 지닌 한계와 아쉬운 점 따위를 가감 없이 토로한다.

‘알프스 여행 더하기’편에서는 밴드 모임 여행에 추가하면 좋을 도시로 루체른과 실트호른을 추천하고 가는 방법, 도시 명소 등을 소개했다. 여행하는 데 도움이 될 꿀팁, 즉 여행 일정 동안 렌터카로 다니는 게 좋을지, 기차를 타는 게 좋을지 또 기차를 타면 스위스 패스가 좋을지 유로 패스가 좋을지 등을 자신의 경험을 살려 친절하게 안내한다.

 

내 취향과 여건에 맞춰 떠나는

소규모 밴드 모임 여행 소개

 

저자가 다녀온, 트레킹을 더한 알프스 3대 미봉 여행은 인터넷 밴드 모임을 통해 이루어졌다. 체력적인 부분을 고려했을 때 가벼운 트레킹을 겸한 일정이 저자의 여건과 일치했기 때문이다. 소규모 밴드 모임 여행은 여행지역을 잘 아는 리더가 모든 여행 계획을 주도한다는 점에서는 여행사의 패키지여행과 비슷하지만, 밴드 구성원들의 취향을 고려한 맞춤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사실 이제까지 알프스 여행은 패키지여행이나 개인 또는 부부 중심의 자유여행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인원이 모이는 패키지여행으로는 트레킹 등을 원하는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또 자유여행을 가고자 정보를 취합할 때 자동차와 기차를 이용하는 여행이나 TMB 트레킹 등은 일반 여행자들이 실행하기 힘든 정보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신의 역량에 맞춘, 예를 들어 가벼운 트레킹도 하고 알프스의 풍광도 즐길 수 있는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일생에 단 한 번 해외여행을 갈 수 있다면, 어디를 추천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알프스”라 답하는 저자를 따라 책 속으로 아주 특별한 알프스 여행을 떠나보자.

 

관련 사이트: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7838897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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