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135 호)
【 책 소개 - 회의적 환경주의자 】
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은 비외른 롬보르 저 <회의적 환경주의자>(2003년, 에코리브르)입니다.
제가 이 책을 가장 먼저 소개해 드리는 이유는 이제까지 저에게 가장 큰 충격(?)을 주었던 책이기 때문입니다.
읽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환경 문제에 대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제 생각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비외른 롬보르도 책의 서문에서 밝혔지만, 처음에는 그도 철저한 전통적인(?) 환경주의자였습니다.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도 미국의 경제학자인 줄리언 사이먼 교수(메릴앤드 대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그가 주장하는 바를 반박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이먼 교수는 환경 파괴 때문에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는 주장은 옳지 않고, 확실한 통계 자료에 의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통계학자인 비외른 롬보르도는 전통적인 환경주의자이면서 그린피스 회원으로도 활동했었기 때문에 사이먼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통계자료를 조사하면 할수록 사이먼 교수의 주장이 옳다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예를 들면 선진국의 대기오염은 점점 개선되고 있고, 개발도상국에서는 굶주리는 사람의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영국 런던의 경우 아황산가스의 농도는 1585년부터 급격히 상승해 1700년에서 1900년까지 대단히 심각한 수준이었다가 1980~1990년대의 아황산가스 농도는 16세기 말 수준보다 더 낮게 나타납니다.
또한 1970년에는 개도국 국민의 35%가 굶주림에 시달렸지만, 1996년에는 그 수치가 18%였으며, 유엔은 2010년까지 이 수치가 12%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지구 환경이 열악한 상태에 있으며 또 계속 악화된다고 생각하고 있을까요?
롬보르도는 자신이 확실한 통계자료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주장을 펼치는 데도 불구하고, 환경 단체들이 무조건 반대만 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시합니다.
그리고 월드워치연구소, 그린피스, 세계자연보호기금 등과 같은 많은 환경 단체들이 주장하는 바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예들 든다면 월드워치연구소는 “최근 몇 십 년 동안 전 세계 숲의 면적과 질은 모두 크게 쇠퇴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유엔식량농업기구의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 숲의 면적은 1950년에 전체 육지 면적의 30.04%였다가 1994년에는 30.89%로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반면에 월드워치연구소의 주장은 신뢰할만한 통계 자료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예로 그린피스는 ‘우리는 한 세대 안에 모든 생물 종의 약 절반 정도를 잃게 될 것이다’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통계 자료에 의하면 지난 50년 동안의 실제 멸종률은 약 0.7%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린피스의 이런 주장이 전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이런 오도된(?) 주장들을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일까요?
롬보르도는 이런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매체로 환경 관련 연구자들과 환경 단체, 그리고 대중 매체를 꼽고 있습니다.
이 세 매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환경 관련 위기의식을 퍼뜨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연구자들은 일자리와 연구비를 위해, 환경 단체들은 회원확보와 활동비 확보를 위해, 언론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환경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것이죠.
저는 롬보르도의 주장이 전적으로 옳다거나, 환경 보호를 할 필요가 없다거나 하는 주장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과학과 기술을 다루는 엔지니어라면 합리적인 주장에는 귀를 기울이고, 반박을 하더라도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소리 큰 사람 내지 집단이 이기는 게 당연하다면 과학과 기술을 다루는 엔지니어로서의 존재 근거가 없는 게 아닐까요?
이 책은 본문만도 700쪽이 넘고, 주와 참고 문헌 목록을 합치면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라 읽기가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환경을 다루는 엔지니어라면, 아니 환경에 대해 관심이 있는 엔지니어라면 한 번쯤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많은 문제들이 사실은 일방적으로 세뇌된 잘못된 주장일 수도 있으니까요.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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