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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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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를 가게 되다니

2022. 11. 24. 07:0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19 호)

 

【 두바이를 가게 되다니 】

 

여행은 각자의 취향을 가장 잘 나타내준다. 예를 들어 나처럼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서 여행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그냥 대충 어디 갈지만 정한 다음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가는 사람이 있다. 또 여행을 가는 목적도 사람에 따라 각양각색인데, 미식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쇼핑을 목적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자연 풍광을 보기 위해, 힘든 트레킹을 하기 위해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꼼꼼하게 계획을 세우는 편이고, 자연 풍광을 보고 가능하면 트레킹을 할 수 있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런 측면에서 두바이는 나의 취향과는 전혀 다른 여행지다. 사막 위에 세워진 이 도시는 내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가지지도 않았고, 세계 최고층 빌딩, 7성급 호텔 등 인공적인 도시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출장이 아니라면 두바이는 여행지로서 내가 선택하지 않을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셈이었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귀중한 출장 중 주말을 두바이에서 보내기로 결정을 했다. 출장이 아니라면 선택하지 않을 곳이기에 이번 기회에 정말 두바이라는 전형적인 도시 여행이 나한테 왜 안 맞는지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막연하게 도시 여행이 싫다고 느끼고 있는데, 정말로 그런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주말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 몸이 힘든 것을 감수하고라도 밤 비행기를 이용해 취리히에서 두바이로 가기로 했다. 밤 10시 15분에 취리히를 출발하는 에미리트 항공 비행기는 약 6시간을 날아서 아침 6시 반에 두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두바이 공항은 새로 지어진 공항답게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여느 공항에서와 마찬가지로 입국수속을 위해 긴 줄을 서야 했다. 입국심사대에 터번(?)을 두르고 하얀 아랍풍 옷을 입은 아랍인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니 정말 두바이에 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사실 두바이도 처음이지만, 중동 국가에 온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물론 아프리카와 남미에도 안 가보긴 했지만 이제까지 주로 갔었던 미국, 유럽,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확실히 낯선 풍경이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은 다음에 밖으로 나오니 더운 열기가 훅하고 느껴졌다. 공항 안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역시 두바이는 덥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핸드폰의 비행기 모드를 끄니 두바이의 현재(오전 8시) 기온이 25도, 낮 최고 기온은 35도로 나와 있었다. ‘아니 10월이면 날씨가 괜찮다고 하더니 한국의 한여름 기온, 인도네시아의 기온과 마찬가지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두바이의 한여름 기온은 5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낮에는 밖에 잠시라도 있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지금은 그나마 사람이 길거리를 걸어 다닐 수 있다는 측면에서 괜찮다고 한 것이었다. 나중에 시티투어의 가이드에게서 들은 말에 의하면 두바이에는 한여름에 우울증 환자가 비교적 많은데, 그 이유가 너무 더워서 실내에서만 지내다보니 햇볕을 쬐지 못해 비타민 D 생성이 잘 안 되기 때문이라나. 믿거나 말거나.

 

예약한 호텔이 두바이 시내에 있었기 때문에 공항에서 호텔까지 어떻게 갈 것인지 고민을 했었다. 두바이에 살았다는 지인에게 들은 말로는 그냥 택시를 타라는 것이었다. 공항에서 호텔 근처까지 가는 전철(두바이에서는 지하로 다니지 않기 때문에 전철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다)도 있지만, 역에서 호텔까지 멀기 때문에 무더운 날씨에 무거운 가방을 끌고 가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셔틀 버스에 대해서도 물어봤지만, 혹시 있을지 몰라도 택시비보다 결코 싸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 지인의 설명이었다.

그 지인의 추천대로 공항을 나오자마자 줄을 서서 택시를 탔다. 다른 공항과 달리 택시들이 엄청나게 많이 대기하고 있어서 기다릴 필요가 없이 바로 택시를 탈 수 있었다. 택시 요금은 9.2디르함으로 시작해서 계속 올라가서 호텔에 도착하니 100디르함(약 4만 원)이 약간 넘게 나왔다. 거의 40분 정도를 달려서 이 정도 금액이니 그리 비싸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이송수단을 택했더라면 겪었을 무더위를 생각하면 더 택시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택시비가 싸다는 한국에서도 집에서 인천공항까지 택시로 가면 6만 원이 넘게 나오니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진 측면도 있을 것이다.

 

택시가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하자 즐비하게 늘어 서있는 고층 건물들이 보였다. 미국이나 한국의 고층 건물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각 건물들의 모양이 다 다르고 독특하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건물이 독특하지 않으면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인지, 어떤 건물들은 지나치게 다르게 디자인하려고 억지를 부린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렇게 화려한 건물 군 사이로 군데군데 짓다만 건물들이 보인다는 점도 색다르게 느껴졌다. 나중에 시티투어를 하면서 들은 얘기로는 2008년 세계경제위기를 맞아 추진되던 여러 프로젝트들이 중단되면서 짓다가 중단된 건물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짓다가 중단된 건물 옆에서 또 다른 건물들이 한창 공사 중이라는 것이 아이러니로 느껴졌다.

호텔에 도착하니 오전 9시도 안 된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호텔 로비는 텅 비어 있고, 접수대에 두 명의 직원이 있었다. 인도인으로 보이는 직원이 살갑게 예약자명이 어떻게 되느냐고 하면서 여권을 보여 달라고 했다. 그러고는 예약자 명단을 확인하더니 4일 밤을 묵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맞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체크인 시간은 오후 2시부터인데, 아침 일찍 와서 피곤할 것 같다면서 별도 요금 청구 없이 조금 있다 체크인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계속 로비에 앉아있을 수도 없고, 더운 날씨에 밖에서 걸어 다닐 수도 없을 것 같아 고민하고 있었는데, 일찍 체크인할 수 있도록 해준다니 너무 고마웠다. 1시간 정도 앉아 있으니 그 직원이 다가와서 이제 체크인해도 된다고 해서 수속을 마친 후 9시 반쯤 방으로 들어왔다. 방에 들어서니 역시 두바이답게 방이 엄청나게 넓었다. 방이 넓은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욕조가 있다는 것이었다. 요즘 호텔에는 샤워실만 있고 욕조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호텔에는 샤워실과 욕조가 별도로 있었다. 여기 머무르는 4일 내내 욕조에서 반욕을 할 생각을 하니 벌써 피곤이 다 풀리는 것 같았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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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송되었던 뉴스레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개인 블로그 http://happyengineer.tistory.com/의 <주간 뉴스레터> 목록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관련 사진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두바이 호텔 식당 (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