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142 호)
【 책 소개 - 정의란 무엇인가 】
이번에 소개해 드릴 책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2010년, 김영사)입니다.
사실 이 책은 너무나 유명해서 제가 소개를 드릴 필요도 없을 정도입니다.
소개되자마자 한국에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인문서로서는 드물게 100만 부 판매라는 위업을 달성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Justice〉강의는 하버드대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고 영향력 있는 수업으로 손꼽힙니다.
칠천(7,000)명도 채 안 되는 하버드대 학부생 가운데, 무려 천 명의 학생들이 대학 극장을 가득 메운 채, 정치철학의 중대한 질문을 오늘날의 골치 아픈 문제에 접목시키는 샌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고 합니다.
이렇게 유명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책을 소개드리려고 하는 이유는 이 책이 우리 엔지니어들에게 교훈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서입니다.
논리적으로 한 가지 명확한 답을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우리 엔지니어들에게 다양한 방향으로 생각해볼 것을 권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책에서는 가상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예를 통해서 우리의 판단 기준을 묻고 답을 찾아나갑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죠.
당신은 전차 기관사이고, 시속 100킬로미터로 철로를 질주한다고 가정해보자. 저 앞에 인부 다섯 명이 작업 도구를 들고 철로에 서 있다. 전차를 멈추려 했지만 불가능하다.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이 속도로 다섯 명의 인부를 들이받으면 모두 죽고 만다는 사실을 알기에(이 생각이 옳다고 가정하자.) 필사적인 심정이 된다. 이때 오른쪽에 있는 비상 철로가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도 인부가 있지만, 한 명이다. 전차를 비상 철로로 돌리면 인부 한 사람이 죽는 대신 다섯 사람이 살 수 있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돌려! 죄 없는 사람 하나가 죽겠지만, 다섯이 죽는 것보다는 낫잖아.” 한 사람을 희생해 다섯 목숨을 구하는 행위는 정당해 보인다.
언뜻 정당해 보이는 이 결론의 허점을 지적하기 위해 이번에는 다른 전차 이야기를 꺼냅니다.
당신은 기관사가 아니라, 철로를 바라보며 다리 위에 서 있는 구경꾼이다.(이번에는 비상 철로가 없다.) 저 아래 철로로 전차가 들어오고, 철로 끝에 인부 다섯 명이 있다. 이번에도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 전차가 인부 다섯 명을 들이받기 직전이다. 피할 수 없는 재앙 앞에 무력감을 느끼다가 문득 당신 옆에 덩치가 산만 한 남자가 서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당신은 그 사람을 밀어서 전차가 들어오는 철로로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면 남자는 죽겠지만 인부 다섯 명은 목숨을 건질 것이다.(당신이 직접 철로로 몸을 던질 생각도 했지만, 전차를 멈추기에는 몸집이 너무 작다.)
그렇다면 덩치 큰 남자를 철로로 미는 행위가 옳은 일인가?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연히 옳지 않지. 그 남자를 철로로 미는 건 아주 몹쓸 짓이야.”
누군가를 다리 아래로 밀어 죽게 하는 행위는 비록 죄 없는 다섯 사람의 목숨을 구한다 해도 끔찍한 짓 같다. 그러나 여기서 애매한 도덕적 문제가 생긴다. 한 사람을 희생해 다섯 사람을 구하는 첫 번째 예에서는 옳은 것 같았던 원칙이 왜 두 번째 예에서는 잘못된 원칙으로 보일까?
아마도 이런 문제를 대하게 되면 대부분의 엔지니어 분들의 반응은 ‘말장난하고 있네.’일 것입니다.
그런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대부분 우리 엔지니어들이 한 가지 명확한 답이 있는 문제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확정적인 답이 없는 문제를 만나면 어딘지 모르게 불편하게 생각하는 게 엔지니어들의 속성(?)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주어진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능력보다는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가 하는 자체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즉 <Know-how> 시대에서 <Know-what> 내지 <Know-why>의 시대로 변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이제까지는 선진국의 기술이나 제품을 빨리 복제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중요했다면, 이제부터는 어떤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가가 더욱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 <정의란 무엇인가>는 바로 이런 <Know-why>의 문제에 대한 생각을 해보는 시발점을 제공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복지가 우선인가?>라는 문제도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으로 한 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그건 엔지니어와는 상관이 없는 문제라고요?
하지만 이제 엔지니어들도 삶에서 부딪히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합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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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송되었던 뉴스레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개인 블로그 http://happyengineer.tistory.com/이나 http://www.linknow.kr/group/happygroup에서 <엔지니어를 위한 뉴스레터> 목록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불교tv를 통해 <21세기 행복한 노후 특강>이라는 제목으로 앞으로 6개월간 매주 한 번씩 강의(1시간)를 합니다.
이미 10월 17일(월) 오후 8시에 첫 회가 방송이 되었습니다.
방송은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재방송은 수요일 16:30, 일요일 06:30분입니다.
20회가 넘는 방송을 통해 새로운 시대에 어떻게 준비를 해야 행복한 인생 후반부를 보낼 수 있는지 생각해볼 소중한 시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이 시청해 주시고, 성원해 주시고, 방송 소감이나 강의 주제에 대한 의견을 제 이메일이나 제 블로그에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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