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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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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새해 산책로로 추천하는 국내 잔도
수려한 절경 펼쳐져 감탄이 절로 쏟아져

  • Editor. 이소미 
  • 입력 2024.01.04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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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간 지역이 많은 우리나라 곳곳에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둘레길이나 등산로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잔도'는 험한 벼랑 같은 곳에 낸 길을 의미하는데요. 

 

우리나라에는 바위산이나 주상절리 등 아찔한만큼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볼 수 있는 곳에 조성된 '잔도길'이 다수 있습니다. 위험천만해 보이지만 몇년간 관광객들이 안전하게 거닐어 왔습니다.

적당한 스릴을 즐기는 사람이 잔도길을 한 번 걷는다면 그곳에서 마주했던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고 하는데요. 고소공포증이 있는 분이라면 다소 무서울 수 있지만 평생 걷고 싶을 정도로 화려한 풍경을 선사해주는 국내 5대 잔도길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1. 단양강 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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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강 잔도

✔ 충북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산18-15

✔ 왕복 2.2km / 왕복 1시간

충북 단양강 잔도는 남한강 암벽 20m 위에 설치된 1.1km 가량의 나무 데크 산책로입니다. 잔잔하게 흐르는 단양강과 알록달록한 벼랑길 속을 거닐어볼 수 있는데요. 지붕이 있어 비가 오는 날에도 걷기 좋으며 평탄한 나무 데크길이기에 유모차나 휠체어 등도 문제없이 통행이 가능합니다.

왕복 1시간 정도가 소요되며 곳곳에 의자가 있어 잠시 쉬어가기도 좋은데요. 입구 부근에 먹거리를 판매하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화장실이 있으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단양강 잔도 끝에는 만천하스카이워크 전망대가 위치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습니다. 밤이 되면 조명이 켜져 고요한 강물의 흐름과 함께 야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2. 순창 용궐산하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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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용궐산하늘길

✔ 전북 순창군 동계면 어치리 산101-1

✔ 왕복 3.2km / 왕복 2시간 (잔도구간 534m)

✔ 입장료 4,000원 (순창사랑 상품권 2,000원 환급)

 

'용이 사는 궁궐'이라는 전설을 품고 있는 용궐산에는 일반인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잘 정비된 탐방로가 바윗길에 조성되어 있습니다. 돌계단을 20여분간 올라가면 하늘길이 시작되며 계단과 평지가 번갈아 나타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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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시간 동안 'ㄹ'자 형태의 계단과 평탄한 산책로를 번갈아 걸어오르다보면 '비룡정'에 닿을 수 있습니다. 비룡정에서는 호남의 제일강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빼어난 전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곳곳에 쉬어갈 수 있는 쉼터와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천천히 오르기에도 좋은데요. 2023년 7월 재개장과 함께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으나 입장료의 절반이 순창사랑 상품권으로 환급되고 있습니다.
 

3. 철원 한탄강주상절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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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한탄강주상절리길

✔ 강원 철원군 갈말읍 군탄리 산 174-3

✔ 편도 3.6km / 편도 1시간 10분

✔ 대인 10,000원 / 소인 4,000원 (철원상품권 50% 교환)

 

철원 한탄강주상절리길은 다양한 잔도와 13개의 출렁다리가 조성된 곳으로 한탄강과 주상절리의 뺴어난 경치를 감상하며 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드르니 매표소와 순담 매표소에서 각각 출발할 수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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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니에서 출발하면 가파른 계단을 피할 수 있으며 오후 3시 이후로는 해를 뒤에 두고 걸을 수 있는 점 참고하셔서 기호에 따라 코스를 선택하시면 되겠습니다. 두 매표소는 셔틀버스를 통해 오갈 수 있습니다.

주상절리 바로 옆으로 흐르는 한탄강의 거센 물소리와 투명 철망으로 훤히 내다보이는 발 아래의 풍경은 아찔함까지 선사합니다.
 

4. 원주 소금산그랜드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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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소금산그랜드밸리

✔ 강원 원주시 지정면 소금산길 12

✔ 소금잔도 360m / 울렁다리 404m / 출렁다리 200m

✔ 대인 9,000원 / 소인 5,000원

 

원주 간현간광지에 조성된 소금산 그랜드밸리는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수많은 국내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소금산의 두 봉우리를 연결한 첫 출렁다리 '소금산 출렁다리'는 높이 100m에 길이 200m, 폭 1.5m로 조성됐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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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절벽에 설치된 약 360m의 소금 잔도가 조성되어 기암절벽 위를 거닐며 수려한 자연을 한눈에 담을 수 있게 되었는데요. 가파른 절벽을 따라 지상 150m 높이에 스카이 타워즌이 설치되어 아찔한 스릴을 더했습니다.

최근에는 기존 출렁다리의 2배 길이에 달하는 454m의 '울렁다리'가 개장했는데요. 소금산그랜드밸리 통합 입장권을 구매하면 모든 코스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5. 울릉도 행남 해안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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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행남 해안산책로

✔ 경북 울릉군 울릉읍 봉래1길 19-47

✔ 2.8km / 1시간 30분

 

울릉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길인 행남해안산책로는 저동항 촛대바위까지의 해안을 따라 조성되어 있습니다. 산책로가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설치되어 있어 구석구석 독특하고 신비로운 자연 환경을 탐방하기 좋은데요.

화산섬 울릉도에서도 지질명소로 알려진만큼 해식동굴과 베개용암, 재퇴석쇄설암, 이그남브라이트 등 다양한 지질 작용을 눈으로 담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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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매랄드빛 바다와 절벽에 부딪히는 물소리를 듣다보면 자연의 위대함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도 하죠.

절벽과 바다 사이에 조성된 잔도길인만큼 기상 상황에 따라 일부 구간의 출입이 통제되기도 한데요. 모든 코스가 평탄한 데크길로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편안한 신발을 착용하고 걷기를 권장합니다.

 

이소미 2024년 1월 4일

 

여행톡톡

제주 여행-서광동리 곶자왈

2024. 2. 20. 06:59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제주 여행-송악산 둘레길

2024. 1. 30. 07:03 | Posted by 행복 기술자

강제윤(58) 섬연구소 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전국의 섬을 돌아다녔다. 일 년에 보통 150일을 섬에서 보냈다 하니, 지난 20년간 약 3000여 일을 섬에서 보낸 셈이다. 그 자체로 섬 나그네, 섬 트레커(trekker)다.

기자가 강 소장을 처음 만난 건 2003년 그의 고향인 전남 완도군 보길도의 부용리에서다. 고향집 인근에 ‘동천다려’라는 찻집을 하고 있을 때다. 차 맛은 기억나지 않지만, 잿빛 개량 한복에 검은색 뿔테 안경을 한 찻집 주인은 이제 갓 절에 든 학승 같아 보였다. 그때만 해도 30대 후반, 청년이었다.

지난 5일, 경남 통영의 한 다찌집에서 20년 만에 다시 만났다. 뿔테 안경과 나지막한 목소리는 여전했지만, 나머지는 완연한 50대 후반 아저씨였다. 그는 통영 앞바다에 겨울에 걷기 좋은 섬길이 많다고 했다. 그중에서도 연도교로 붙어 있는 연화도·우도, 연대도·만지도, 추도 세 곳을 꼽았다. 모두 통영에서 남쪽으로 1시간 뱃길에 있다.

지난 6일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이 경남 통영시 우도의 동백터널을 걷고 있다. 김영주 기자

 

“우도는 동백나무 숲이 터널을 이룹니다. 또 포구 앞에서 바로 잡아서 내놓는 고등어회는 전국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맛이죠. 연대·만지도는 옛사람들이 지게 짊어지고 나무하러 다니던 지겟길을 걷기 길로 냈어요. 20여 가구가 사는 작은 섬 추도는 섬사람들과 조우할 기회가 많아요. 전수일 영화감독이 몇 해 전부터 거기에 집을 지어 살고 있고, 추도컬쳐클럽이라는 외지인을 위한 공간도 만들어서 민박도 해요. 또 매력 있는 할머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하하하.”

매력 있는 할머니들? “가보시면 압니다.” 그렇게 행선지를 정했다. 할머니들이 지키는 통영 앞바다 추도 숲길을 걸어보기로.

20년 발품 팔아 완성한 백섬백길 

우도 둘레길 초입, 전망대에 선 강제윤 섬연구소 소장. 김영주 기자

 

사단법인 섬연구소는 지난해 ‘백섬백길’ 사이트를 열었다. 전국 수백 개 섬 중에서 걷기 좋은 길 위주로 100곳을 선정하고, 그와 관련한 정보를 망라했다. 강제윤 소장이 20년 동안 발품을 팔아 섬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공부한 결과물이다. 상업적인 요소를 배제한 홈페이지엔 100개 섬과 100개 걷기길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그러고 보니, 20년 전에 보길도 취재를 갔을 때도 그는 교과서에 없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고산 윤선도(1587~1671년)가 말년을 보낸 보길도 산 중턱에 동천석실이라는 그림 같은 정자가 있었는데, 당시 그는 널리 알려진 설명 대신 “당시 53세였던 윤선도가 10대의 소실과 함께 보내던 정자”라고 했었다.

그는 12년 전부터 통영에서 작은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다.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이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통영은 경상도·전라도 어느 섬이든 떠날 수 있는 요지이고, “아늑한 바다가 좋아서”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또 보길도에 살던 시절, 고향 사람들에게 받은 텃세를 걱정할 필요도 없어서다.

이날 밤 통영 앞바다가 훤히 보이는 그의 집에서 자고, 이튿날 일찍 섬으로 가는 배를 타기로 했다. 동항에서 가까운 그의 아파트 베란다에선 미륵도를 사이에 두고 오가는 배를 낱낱이 볼 수 있었다. 베란다에 서서 한참 동안 ‘물멍’ ‘배멍’ ‘등대멍’을 했다.

그의 거실엔 특별함이 있었다. 지난해 작고한 어머니의 ‘빼다지(서랍장)’ 위에 놓인 유골함과 위패, 꽃병이다. 위패 안엔 “발이나 얼굴이나 다 같은 한 몸이니 똑같이 소중히 하거라”라는 어머니의 유언이 적혀 있었다

“집에 유골함을 두면 우울감에 빠질 수도 있다고 주변에서 말렸지만, 이렇게 집에 모셔두니 마음이 편합니다. 여전히 어머니와 함께 사는 기분이 들고, 가끔씩 혼자 어머니한테 말을 건네기도 하고요.” 그는 3년 전에 구강암 판정을 받은 어머니를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돌봤다고 한다. 어머니 사망 한 달 뒤, 그가 해온 환자를 위한 식단과 병간호 기록을 정리해『입에 좋은 거 말고 몸에 좋은 거 먹어라』라는 책을 냈다. 책 제목도 어머니의 유언이다. 부제는 ‘말기 암 어머니의 인생 레시피’.

 

[중앙일보 2023년 12월 11일]

일자산-고덕산 트레킹

2024. 1. 17. 06:59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 트레킹

2024. 1. 16.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진우석의 Wild Korea ⑨ 전남 영암 월출산

월출산 산성대 코스에서 바라본 천황봉. 산줄기가 공룡 등 같다.

 

한 해를 마무리할 때다. 월출산(809m) 도갑사에서 홀로 머물며 2023년을 찬찬히 되돌아보기로 했다. 산사의 긴 긴 밤은 성찰하기 좋은 시간이다. 템플스테이 후에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월출산에 올랐다. 지난 9월 ‘하늘 아래 첫 부처길’이 개통했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산에서 만나는 앙상한 나무와 형형한 바위는 무언가 깨달음을 줬다.

 

방안서 내다보는 월출산 줄기

도갑사에서 하룻밤 묵으며 탑돌이를 했다.

 

오후 4시, 도갑사에 도착해 선불장(選佛場) 건물의 방 한 칸을 배정받았다. 방은 작지만 정갈했고 화장실이 딸려 있었다. 방문을 여니 대숲 넘어 월출산 줄기가 보였다. 신라 말 풍수지리의 대가인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진 도갑사는 호남에서 손꼽히는 명찰이다. 건네받은 생활한복으로 갈아입고, 국보인 해탈문과 보물인 미륵전의 석조여래좌상, 도선국사비 등 도갑사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저녁 공양 후에 스님과 꽃차로 차담을 나누며 ‘내가 나를 지켜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성찰의 화두를 받았다.

도갑사 템플스테이 방은 아담하고 정갈하다.

산사의 어둠은 빠르다. 땅거미 내려앉는 고요한 산사를 누릴 수 있는 건 템플스테이의 특권이다. 대웅보전 앞 오층석탑을 탑돌이 하며 ‘나를 지켜주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방에 들어와 가부좌 틀고 화두를 붙잡았다. 열이 올라 방문 열고 별을 바라보다가 까무룩 잠들어 버렸다. 꿈속에서도 화두를 붙잡으려 했을까. 잠이 깨면서 ‘욕심을 부리지 말자. 계속 여행을 떠나자’라고 중얼거렸다. 이것이 나를 지켜주기를 바란다.

모든 바위가 부처로 보이는 마법

 

아침을 든든히 먹고, 공양주 보살이 주신 군고구마와 바나나를 야무지게 챙겼다. 도갑사에서 바로 올라가는 등산로 대신에 녹양마을에 있는 ‘하늘 아래 첫 부처길’을 선택했다. 월출산 유람하던 선비들이 다니던 옛길이다.

녹양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주차장 바로 위에 대동제가 자리한다. 영암 군민의 식수원이다. 대동제 위로 콸콸 좔좔 쏟아져 내리는 계곡을 따른다. 날이 맑은 덕분에 산죽·참식나무·대나무 등이 반짝반짝 빛난다. 어젯밤 나름 수행을 해 그런지 겨울빛과 낙엽 밟는 소리, 물소리가 다 고맙다.

2시간에 걸친 인내 끝에 용암사지에 닿았다. 어쩌자고 이리 높은 곳에 절을 지었는지. 볕 잘 드는 용암사지 너른 공터에는 자연산 머위가 쑥쑥 자라고 있다. “머한다요. 빨리 따 집에 가져가 부러. 안사람에게 이쁨 받는당께.” 배 나온 영암 아저씨의 사투리가 정겹다.

국보로 지정된 마애여래좌상. 크기가 8.6m에 달한다.

용암사지 삼층석탑은 아우라가 강하다. 탑 아래 앉으면 저절로 수행이 될 것 같다. 용암사지에서 100m쯤 오르면 마애여래좌상을 만난다. 화강암을 우묵하게 파고 그 안에 불상을 새겨 넣었다. 크기가 무려 8.6m다. 마애여래좌상 덕분에 주변의 바위들이 전부 부처로 보인다. 월출산은 부처산이다.

삼층석탑에서 구정봉 가는 길은 눈이 호강한다. 왼쪽으로 천황봉이 하늘 높이 솟구쳤다. 한 사람이 겨우 통과할 만큼의 좁을 굴을 통과하면, 대망의 구정봉 정상에 선다. 시야가 거침없고 하늘이 넓게 열린다. 장쾌하고 통쾌하다.

 

설악산 뺨치는 산세

영암 고을이 내려다보이는 구정봉. 바위에 파인 물웅덩이가 9개 있다.

 

구정봉은 암반에 9개의 돌우물이 있어 붙은 이름이다. 바위에 크고 작은 홈이 파였고, 그 안에 물이 고여 있다. 문헌에 따르면 마르지 않은 돌우물에서 용 9마리가 살았다. 구정봉 근처에 있다는 괴이한 동석(動石)은 아침에는 향로봉 쪽에 있다가 저녁에는 구정봉 쪽으로 움직인다고 한다. 이를 영암(靈巖)이라 불렀고, 고을의 이름이 됐다.

구정봉까지 왔는데 천황봉을 안 갈 수 없다. 저 멀리서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천황봉에 서면 하늘에 오른 듯한 뿌듯한 감정이 밀려온다. 하지만 구정봉만큼 충만한 느낌은 아니다. 그래서 선인들이 월출산 최고봉을 구정봉이라고 했나 보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출렁다리, 바람재, 산성대 세 가지다. 주차장까지 3.3㎞로 다른 코스보다 1㎞쯤 길지만, 풍광이 좋은 산성대 코스를 선택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삼거리에서 산성대 코스로 접어들면, 아기자기한 암릉이 이어진다. 어려운 구간은 계단을 깔아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산성대 코스 중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오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천황봉에서 내려온 산줄기 중 하나는 출렁다리가 있는 사자봉으로 가고, 또 하나는 산성대로 내려온다. 공룡의 등처럼 거칠고 수려한 산줄기가 설악산 안 부럽다. 봉수대가 있었던 산성대 터를 지나면 영암 시내를 바라보면서 내려온다. 마침내 지루한 길은 주차장에 닿으면서 끝난다. 먼 길이라 피곤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힘차다. 돌에는 힘이 있다. 월출산의 굳센 정기를 받았으니, 내년에도 힘차게 살아야겠다.

 

☞여행정보=템플스테이 홈페이지에 사찰의 특징과 가격 등 정보가 잘 나와 있다. 도갑사는 사람이 많지 않아 호젓하게 머물기 좋다. 월출산 트레킹은 녹양마을 주차장(회문리 산19-2)~용암사지~구정봉~천황봉~산성대~산성대 주차장 코스로, 거리는 약 10㎞고 시간은 6시간쯤 걸린다. 거리보다 시간이 꽤 걸린다. 대중교통으로 출발점인 녹양마을 주차장에 가려면 택시를 이용한다.

글·사진=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중앙일보 2023년 12월 8일]

영장산 눈꽃 트레킹

2024. 1. 9. 06:59 | Posted by 행복 기술자

국내여행 일타강사⑤
코리아둘레길 풀 스토리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걷기여행 열풍이 재현되는 분위기다. 코로나 기간 해외로 못 나간 사람들이 400㎞가 넘는 올레길을 다 걷고 있다고 들었는데, 요즘엔 신발 벗고 길로 나온 사람이 별안간 늘었단다. 맨발로 걸었더니 혈압도 잡히고 심지어 암도 치료됐다는 기적의 경험담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자치단체마다 동네 산책길에 황토 뿌리느라 난리도 아니다. 우리 동네에도 4.9㎞ 황톳길 깔았다고 선전하는 플래카드가 나부낀다.

우리나라에 걷기여행 바람이 분 건 제주올레의 공이 지대하다. ‘제주올레 전속기자’(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붙여준 별명) 자격으로 조만간 제주올레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다룰 예정이지만, 2007년 제주올레 1코스 개장 이후 국내 여행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팩트는 먼저 짚어야겠다. 제주올레의 성공 신화에 힘입어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전국 자치단체도 앞다퉈 트레일(Trail·걷기여행길)을 내기 시작했고, 그 결과 현재 593개 트레일이 방방곡곡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걷기여행 정보서비스 ‘두루누비’, 2023년 11월).

오늘은 대한민국의 수다한 트레일 가운데 가장 길고,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고, 가장 많은 예산이 들어갔고, 가장 정치적인 부침이 심한, 하여 가장 이야기가 많은 트레일을 콕 집어 이야기한다. 이름도 거창하다. 코리아둘레길. 이름처럼 대한민국을 다 둘러 버리는 어마어마하고 무지막지한 길이다.

🕵️ 용어 설명 : 트레일

산티아고 순례길은 세계 트레일의 대명사다. 사진은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의 산티아고 순례길 이정표. 손민호 기자

 

트레일(Trail)은 길이다. 원래는 ‘흔적’이라는 의미인데 ‘길’로 확장했다. 꽤 철학적이다. 길을 걷는 건, 누군가의 흔적을 뒤따르는 행위이어서다. 관광학에서 트레일은 여행 목적지로 이동하는 과정 또는 통로가 아니라 스스로 여행의 목적이 되는 길을 가리킨다. 산티아고 순례길, 존 뮤어 트레일, PCT(Pacific Crest Trail)처럼 길을 걷는 행위 자체가 여행이 되는 길을 트레일이라 부른다. 하여 트레일은 대체로 길며, 대자연 속에 있다. 이를테면 PCT는 전체 길이가 4265㎞나 된다.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까지 미국 서부 해안을 따라 이어진다. 할리우드 영화 ‘와일드(Wild)’가 젊은 여성이 홀로 PCT를 94일간 종주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트레일은 ‘걷기여행길’이라고 번역해야 옳다. 트레일이란 단어에 여행의 의미가 매겨져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언저리부터 트레일이라는 용어가 국내에서 활발히 쓰였는데 그때는 ‘걷기여행길’로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정부가 ‘걷기길’을 더 자주 쓰고 있다. 행정용어의 편의상 줄여 쓰는 것이라는데, 두 글자 줄이는 데 얼마나 편의가 도모되는지 모르겠다. 걷기길이 있으면 뛰는 길이나 눕는 길도 있다는 건가. 한심한 행정 편의주의다. 차라리 트레일을 그냥 갖다 쓰는 게 나아 보인다.

 

손민호 기자

 

[중앙일보 2023년 11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