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행복 기술자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은평 둘레길 1,2코스

2023. 11. 28.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진우석의 Wild Korea ⑦ 제주 오름 트레킹

드론으로 촬영한 붉은오름 정상 전망대 풍경. 붉은오름이 있는 제주도 중산간 동쪽 지역은 오름과 숲길, 휴양림을 두루 누비며 트레킹과 캠핑을 즐기기 좋다. 가장 높은 곳에 우뚝한 한라산이 물찻오름, 말찻오름, 논고악 등을 거느린 모습이 장관이다.

당신은 제주 어디를 가시는가? 필자는 무조건 오름과 숲에 폭 파묻혀 걷고 또 걷는다. 이를테면 한라산 동쪽 중산간 지대. 이곳이 매력적인 건 오름과 오름이 이어지고, 숲길과 숲길이 통한다는 점이다. 걸어서 경계를 넘는 맛이 통쾌하고 짜릿하다. 숲길 5개와 오름 5개를 1박2일간 걸었다. 매혹적인 길이지만, 워낙 많은 곳을 넘나들기에 헷갈릴 수 있다. 현명한 독자들은 잘 따라오리라 믿는다. 경계를 넘는 데는 수고가 따른다.

오름 품 야영장에서 하룻밤

한라생태숲에서 섯개오름을 넘으면 편백 쉼터가 나온다.

한라생태숲 정문에서 출발한다. 이정표를 보고 숫모루숲길(한라산둘레길 9구간)을 따르면서 숲을 구경한다. 제주 자생종인 구상나무·곰솔 등 침엽수와 때죽나무·벚나무 등 활엽수가 어우러져 풍요롭다. 길은 구불구불 이어지다가 한라생태숲과 절물자연휴양림 분기점에 닿는다. 슬그머니 절물자연휴양림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첫 번째 경계를 넘는다.

한라생태숲 입구에 있는 숫모루숲길 안내판.

완만한 오르막을 걷다 보면 섯개오름 정상에 닿는다. 펑퍼짐한 구릉인 섯개오름을 넘으면 편백 쉼터가 나온다. 평상에 드러누워 편백 우듬지를 올려다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완만한 숲길을 내려와 임도사거리에서 절물자연휴양림 방향을 따른다. 절물자연휴양림은 절물오름의 너른 품에 안겨 있다. 낙엽 수북한 평상에 앉아 맛있게 김밥을 먹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민오름 정상에서 본 억새와 오름군. 오른쪽 가장 높은 봉우리가 절물오름이다.

절물자연휴양림 맞은편에 민오름이 있다. 잠시 도로변을 걷다가 이정표를 보고 민오름 방향으로 들어서면서 두 번째 경계를 넘는다. 10분쯤 가파른 나무계단을 오르면 정상이다. 하늘거리는 억새 너머로 건너편 절물오름이 보인다. 왔던 길을 되짚어 100m쯤 가면 민오름 둘레길 안내판이 보인다. 풀밭 분위기가 신비로운 습지를 지나면 한동안 심원한 숲길이 이어지다가 ‘큰지그리오름’ 안내판이 나타난다. 보물이라도 만난 듯 반갑다. 큰지그리오름 영역으로 들어선다. 세 번째 경계 넘기다. 거무튀튀한 삼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삼나무 숲에서 400m쯤 오르면 큰지그리오름 정상이다. 억새밭 너머 한라산이 아스라하다.

늡서리오름의 품에 안긴 교래자연휴양림 야영장. 잔디밭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정상에서 내려오면 울창한 곶자왈을 통과한다. 돌무더기·고사리류·이끼 등이 어우러진 곶자왈의 생태가 낯설다. 쓸모없어 보이는 이런 땅이 제주도의 허파다. 비가 내리면 곶자왈은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가 몇 달 뒤 깨끗한 물을 해안 용천수로 뱉어낸다. 곶자왈 종착지에 교래자연휴양림이 있다. 숙소도 좋지만, 늡서리오름 아래 드넓은 잔디밭을 공유하는 야영장이 쾌적하다.

삼다수숲길, 말몰이꾼이 다니던 오솔길

김영희 디자이너

다음 날은 맑아 텐트를 접다가 휘파람이 절로 났다. 야영장에서 삼다수숲길 입구까지 20분쯤 걸린다. 오랜만에 만나는 큰 도로와 마을이 반갑다. 삼다수숲길은 제주개발공사와 교래리 주민이 함께 가꿨다. 원래 말몰이꾼이 다니는 오솔길이었다. 3개 코스 가운데 1시간 30분쯤 걷는 2코스를 따른다. 천미천을 따라 삼나무 숲과 조릿대 군락지가 이어진다. 군데군데 단풍나무가 많아 11월께 멋진 단풍을 만날 수 있다.

삼다수숲길에서 말찻오름 가는 길은 이정표가 없다. 2코스 반환점(안내판 4번)에서 3코스 방향으로 400m쯤 따르면 길이 갈린다. 여기서 왼쪽 길로 가야 한다. 길은 구렁이가 담 넘듯이 슬그머니 고개를 오른다. 고갯마루에 서 있는 말찻오름 안내판이 반갑다. 네 번째 경계를 넘는다. 여기부터는 붉은오름자연휴양림 영역이다. 길은 말찻오름을 한 바퀴 돌아 원점 회귀한다. 50분쯤 걸리는데, 시간이 없거나 체력이 떨어졌다면 말찻오름을 생략해도 된다.

말찻오름은 숲이 좋은 오름이다. 전망대는 돌출된 바위 지대로, 나무에 가려 전망이 신통치 않다. 말찻오름을 내려오면 해맞이숲길로 연결된다. 길이 평탄해 속도를 내 조금 숨차게 걸어본다. 몸이 달아오르는 느낌이 달콤하고, 귓바퀴를 울리는 바람 소리에서 자유가 느껴진다. 길은 상잣성숲길로 바뀐다. 나무에 이름표를 붙여 놨다. 까마귀베개·산딸나무·꾸지뽕나무·참식나무 등 정겨운 이름을 소리 내 불러줬다. 제 이름이 불린 나무들이 가지를 흔들며 화답해준다.

‘붉은오름 350m’ 안내판이 눈에 들어온다. 터벅터벅 나무계단을 올라 붉은오름 정상의 전망대에 섰다. 푸른 가을 하늘이 시원하게 열렸다. 마치 지리산 종주 코스 중 천왕봉에 올라선 느낌이다. 멀리 한라산이 말찻오름과 물찻오름을 거느리며 나타난 모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절경이다. 붉은오름자연휴양림으로 내려와 걷기를 마무리한다. 내일은 어디를 걸을까. 즐거운 고민에 발걸음이 가볍다.

김영희 디자이너

☞여행정보=첫날은 한라생태숲~숫모루숲길~절물자연휴양림~민오름~민오름 둘레길~큰지그리오름~곶자왈 숲길~교래자연휴양림 코스로, 약 14㎞를 5시간 동안 걸었다. 둘째 날은 교래자연휴양림~삼다수숲길(2코스)~말찻오름~해맞이숲길~상잣성숲길~붉은오름~붉은오름자연휴양림 코스로, 13㎞를 걷는 데 4시간 걸렸다. 차량을 이용하면 교래자연휴양림에 주차하고, 버스로 출발점인 한라생태숲으로 이동한다. 코스 중간중간 길이 애매하다. GPS 앱 ‘산길샘’을 내려받고, 네이버 카페 ‘산길샘’에서 GPS 트랙을 받아 따라가는 걸 추천한다.

진우석

글·사진=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중앙일보 2023년 10월 13일]

[육지사람 제주살이 이야기] 87. 제주는 어느새 벌써 가을이 왔어요.
그 어느 해보다 무더웠던 제주에도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9월에 들어서니 아침 공기부터가 달라지는데요. 이제 슬슬 제주의 가을 여행을 준비해야겠지요. 그래서 오늘은 제주에서 가을에 즐기기 좋은 여행 콘텐츠를 준비해보았습니다.

삼다수숲길. ⓒ김재원


먼저 제주 숲길을 즐기는 새로운 방법 노르딕워킹과 사운드워킹을 소개합니다. 제주 삼다수의 수원지이며 숨 쉬는 생명의 땅 곶자왈을 품고 있는 마을 교래리로 가볼까요? 교래리 마을을 품고 있는 삼다수숲길에서 음이온을 가득 느끼며 걸어보는 노르딕워킹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노르딕워킹은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들의 하계 훈련을 위해 북유럽에서 시작된 걷기 운동법이죠. 폴을 사용하는 사족보행 방식의 걷기 방법으로 자세 교정과 관절 및 척추 질환에 효과적인 건강 워킹법으로 각광받고 있는데요. 교래리 마을에서는 숲속 명상과 요가, 노르딕워킹 및 천미천 하천 트레킹 프로그램 등 마을에서 머물며 여유롭게 여행하는 ‘카름스테이’를 운영하고 있으니까요. 꼭 메모해두세요.(문의 : 교래삼다수마을협동조합 064-782-2022) 

화순 곶자왈. ⓒ김재원

저지오름 정상. ⓒ김재원

 

사운드 워킹은 생태 소리를 통해 감각을 깨우는 트레킹 프로그램입니다. 헤드셋을 착용하고 소형 녹음기를 손에 든 채 길을 걸으며 자연과 교감하며 걷는 것인데요. 사운드 워킹은 제주의 다양한 식생을 알아갈 수 있는 ‘화순 곶자왈’과 ‘저지오름’에서 진행됩니다. (문의 : 슬리핑라이언 010-6350-0032)

오라동 메밀밭. ⓒ김재원

 

보롬왓. ⓒ김재원

 

다음은 제주 가을을 하얗게 물들이는 메밀밭으로 가보겠습니다. 가을 햇볕을 듬뿍 받고 흐드러지게 핀 새하얀 메밀꽃이 제주 들판을 가득 채우는 시기가 되면 소박하고 소담스러운 꽃들이 부드럽게 펼쳐진 하얀 물결은 기분 좋은 청량감을 전해줍니다. 메밀밭은 제주 전역에서 볼 수 있지만 특별히 오라동 메밀꽃밭과 와흘 메밀꽃밭, 보롬왓은 규모가 크고 풍경이 참 좋습니다. 메밀은 돌 많고 바람 거센 척박한 땅 제주에 더없이 좋은 작물이었습니다. 예부터 제주의 구황작물들이 흉년이 들 때면 메밀을 주식으로 사용하였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지금도 제주에서는 메밀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습니다. 제주 대표 음식 중 하나인 빙떡부터 메밀조배기, 메밀묵과 몸국, 육개장, 접짝뼈국 등 탕국에도 메밀가루를 풀어 넣습니다. 가을에는 제주의 메밀꽃밭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제철 음식을 같이 즐겨보며 가을의 맛과 멋에 취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성산일출봉. ⓒ김재원

 

거문오름 탐방로. ⓒ김재원


가을을 더욱 풍성하게 하며 로컬 여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제주 가을축제’도 소개해드릴게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주제로 열리는 <세계유산축전>이 오는 10월 3일부터 8일까지 개최됩니다. 한라산부터 바다 위 웅장한 성산일출봉과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거문오름 용암동굴까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제주의 소중한 유산들을 이번 가을에 꼭 만나보면 좋겠습니다. 

제주 올레 걷기 축제가 오는 11월 개최된다. ⓒ김재원


그리고 올해에도 제주의 민속, 신화, 역사, 생활을 담은 제주 대표 축제 ‘탐라문화제’가 ‘제주할망’을 주제로 개최됩니다. 10월 6일부터 10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행사에는 삼성혈 탐라개벽신위제를 시작으로 산지천, 탐라문화광장 등 제주도 일원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서귀포를 대표하는 ‘칠십리축제’도 새롭게 변화된다고 하는데요. 제주 남쪽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흥에 취해 보고 싶다면 10월 13일부터 15일까지 제주월드컵경기장 일대에서 펼쳐지는 서귀포칠십리축제 현장으로 꼭 떠나보세요. 걷기 좋은 계절, 가을을 더 즐겁게 걷고 싶은 분들은요. 11월 2일부터 4일까지 열리는 ‘올레걷기축제’를 추천합니다. 사전 참가신청은 올래패스 앱으로만 접수 가능하고요. 행사 당일 각 코스 시작점 등록 부스에서도 신청이 가능합니다. 

유동룡 미술관. ⓒ김재원


이번에는 풍광을 담은 건축, 바람의 건축가 ‘유동룡(이타미 준) 미술관’으로 가을 산책을 떠나볼까요? 제주의 풍광을 담아낸 바람의 건축가로 잘 알려진 유동룡(이타미 준). 생의 후반에는 일본보다 제주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며 제주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제주의 풍토를 반영한 독자적인 건축 작품을 만들어 내었죠. 유동룡의 제주도 대표 건축물로는 2000년대 초반 지어진 포도호텔, 방주교회, 수풍석미술관, 두손미술관 등이 있는데요. 일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어 사전예약을 통해서 만 방문이 가능합니다. 저지리 예술인마을에 위치한 유동룡미술관은 전시를 통해 영감을 받고 조용히 사유하며 즐기는 공간으로 기획되었습니다. 2층 전시실에서는 듣는 전시를 경험할 수 있게 오디오 도슨트를 마련되어 있고요. 음악가 양방언이 기획한 피아노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작품을 읽어주듯 소개하는 오디오 도슨트를 통해 전시 작품을 소개합니다. 잊지 말고 꼭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관음사 코스 입구. ⓒ김재원


가을 한라산도 빠질 수 없는 코스이겠죠. 한라산 등반코스는 영실, 어리목, 성판악, 관음사, 돈내코 5개 코스로 백록담 정상까지 가는 길은 관음사와 성판악 두 곳입니다. 가을만큼은 가는 길이 고되지만 완만한 성판악 코스보다는 자연이 주는 경이로운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관음사 코스를 추천합니다. 만약 한라산 산행이 처음이라면 처음부터 욕심내어 정상까지 오르기보단 계절의 변화에 따른 한라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영실과 어리목 코스를 추천하고요.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자연의 신비로움과 함께 한라산 본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새별오름의 억새밭. ⓒ김재원

 

갑마장길 억새밭. ⓒ김재원


마지막으로는 제주 가을의 절정을 알리는 일렁이는 은빛 물결 ‘제주 억새밭’입니다. 억새밭은 시간의 변화에 따라 노란색으로 붉은색으로 다양한 빛깔을 뽐냅니다. 제주의 들녘이나 산에서 자라는 억새는 제주의 오름 근처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요. 특히 제주 서쪽 새별오름과 애월읍 어음리는 제주에서 규모가 큰 억새 군락지입니다. 해 질 녘 주홍빛 노을에 반사돼 반짝이는 억새가 감성적인 분위기를 연출해서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기도 한데요. 

산굼부리 억새밭. ⓒ김재원

 

닭머르 해안길의 억새. ⓒ김재원


제주 동쪽 억새 명소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성읍저수지가 있습니다. 넓은 저수지에 펼쳐진 억새 평원이 거친 유채화를 보는 듯 황홀한 풍경을 자아냅니다. 주변 소음이 거의 없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억새 물결을 즐길 수 있는 곳이면서 주변 도로 정비가 잘 되어 있어 산책하거나 드라이브를 즐기기에도 제격입니다. 이 외에도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갑마장길, 가을 낭만 가득한 금백조로 드라이브 코스, 해안 산책길 숨은 억새 명소 닭머르 해안길, 산굼부리, 동쪽 대표 오름 따라비오름과 아끈다랑쉬오름을 추천합니다.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다시 찾아온 가을을 맞아 지친 몸과 마음을 제주에서 재충전하면 어떨까요? 한라산과 바다를 배경으로 탁 트인 공간에서 그림 같은 풍광을 즐기며 제주의 자연을 마음껏 즐기면서 말이죠.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칼럼니스트 김재원은 작가이자 자유기고가다. 세계 100여 국을 배낭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작가의 꿈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에 사는 '이주민'이 되었다. 지금은 제주의 아름다움을 제주인의 시선으로 알리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에세이 집필과 제주여행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2023년 9월 4일

출처 :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

3코스 총 6.3km 구간...역사와 자연 담겨

아라동 역사문화탐방로의 소산오름~편백나무쉼터 구간은 맨발 걷기인 어싱을 하기 좋은 곳이다. 사진 제주관광공사

제주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도보여행 코스가 문을 열었다. 가을 제주를 만끽할 수 있는 ‘아라동 역사문화탐방로’다. 이 탐방로는 한라산이 품은 자연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곳곳에서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엿볼 수 있어 더 시선을 끈다. 제주관광공사는 도보여행 콘텐트인 제주마을산책 가을 편 ‘아라동 역사문화탐방로’를 제주도 공식 관광 정보 포털 비짓제주(www.visitjeju.net)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총 6.3㎞인 아라동 역사문화탐방로는 3개 코스로 나뉜다. 1코스는 한라산이 품은 사찰인 관음사를 시작으로 신령바위~노루물~칼다리폭포~고사리평원~삼의악샘~육각정을 지난다. 2코스는 산천단에서 소산오름~편백나무쉼터까지 걸을 수 있다. 3코스는 삼의악 오름(새미오름) 둘레길을 걷게 되는 코스다.

비 온뒤 폭포 수 쏟아지는 칼다리 

아라동 역사문화탐방로 중 시선을 끄는 곳은 칼다리폭포, 편백나무쉼터, 신령바위 등이다. 1코스의 ‘칼다리폭포’는 바위가 빗물에 의해 부서져 내리면서 생긴 모습에 붙여진 이름이다. 평소에는 칼로 자른 듯한 절벽만 볼 수 있지만, 비가 많이 온 뒤에는 절벽 아래로 폭포가 쏟아져 내리는 장관을 연출한다. 폭포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일제의 ‘진지동굴’이 있다. 진지동굴은 태평양 전쟁 막바지에 일본군들에 의해 구축된 동굴 형태의 군사 진지다. 동굴을 파는데 많은 제주도민이 강제 동원된 만큼, 아픈 역사의 흔적이 남은 곳이다.

피톤치드 느끼며 편안히 걷는 어싱

아라동 역사문화탐방로 1코스에 있는 진지동굴 안에서 밖을 내다본 사진. 사진 제주관광공사

2코스의 ‘소산오름’은 제주 시내와 가깝고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오름이다. 오름 전체가 해송, 편백나무, 삼나무로 우거져 있다. 오름 입구를 지나면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편백나무숲쉼터’가 나온다. 쉼터로 가는 숲길 구간은 어싱(earthing·맨발 걷기) 하는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어싱은 혈액순환 촉진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중간마다 평상이 놓여 있어 숲 속 가득 찬 피톤치드를 느끼며 휴식을 취하기도 좋다.

비밀스러운 느낌의 숲길을 지나면 ‘신령바위’를 만나게 된다. 우거진 숲 사이에 자리 잡은 신령바위 인근에는 소원 돌탑이 여기저기 쌓여있다. 한라산 신령이 서려 있어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고 속설이 있어 만들어진 풍경이다. 아라동 역사문화탐방로에는 이외에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존된 한라산이 품은 제주 최대의 사찰 ‘관음사’ 등 명소를 연이어 걸을 수 있다.

 

문정혁 제주관광공사 홍보과장은 “가을이 선사하는 자연의 풍요로움과 함께 탐방로를 거닐며 변화하는 계절에 감동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라동 역사문화탐방로 일러스트 지도. 제주관광공사

최충일 기자

 

[중앙일보 2023년 9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