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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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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항공편을 비롯한 주요 교통수단들이 멈추고, 수요 감소로 인해 많은 공장들이 멈추면서 미세먼지가 감소하는 유익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의 멈춤으로 미세먼지가 감소하는 순기능은 일자리 감소, 기업의 위기 상황에 가려져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고민해봐야 할 과제를 던진 것은 사실이다. 코로나19가 무엇을 위한 경제성장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고 좀 비약해서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경제성장을 위해서 미세먼지가 많은 환경을 감내해야 한다면, 과연 그런 경제성장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경제성장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볼 수 있지 않은가. 코로나19는 우리로 하여금 잠시 멈추고 그런 의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기회를 주었다. 
 

▲ 3일 비대면 강의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시 동작구의 한 대학가 담벼락에 원룸, 하숙을 알리는 게시물이 붙어 있다. [서울=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도 경제 성장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사회적 거리를 가깝게 하는 도시화로 볼 수 있다. 사회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효율성이 높아지면서 경제성장이 되기 때문에 도시화는 곧 경제성장의 지표가 되었다. 

 

하지만 도시화로 인해 사회적 거리가 가까워지는 환경은 경제성장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결국 코로나19 전파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때문에 경제성장을 위해 도시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전염병으로부터 안전한 삶을 위해서는 도시화를 멈추어야만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코로나19로 인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도시화에 대한 문제는 코로나19가 후진국보다는 도시화율이 높은 선진국에서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사실로도 확인된다. 물론 후진국들의 경우에는 의료 시설 미비에 대한 염려 때문에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국경을 닫아 건 결과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전파 양상을 보면 확실히 선진국에서 또 대도시에서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도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확보하기 위해 비대면 기술이 환영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유통, 온라인 동영상, 게임, 웹툰 등의 디지털 콘텐츠 산업, 원격진료 서비스 및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 사이버 강의 및 화상 회의 등 비대면 기술이 유망산업으로 꼽히는 이유다. 하지만 이런 비대면 기술은 결국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거나 불안정한 업무로 내몰고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유통의 확대는 결국 비정규직 배달업무 일자리를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택배회사 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려운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한쪽이 눌리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풍선효과처럼 일반 소비자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동안, 택배회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택배회사는 물량이 늘면서 이익이 늘어나는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그에 따른 위험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감당하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유망산업으로 등장한 비대면 기술은 ‘언택트 비즈니스’, ‘비대면 경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사회적 신드롬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자칫하면 비대면 기술이 인간 사이의 소중한 콘택트는 못하도록 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하여금 위험한 콘택트는 계속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콘택트가 줄어든 것 같지만, 숨겨진 콘택트가 늘어나면서, 실제로는 콘택트가 줄지 않는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각광받고 있는 비대면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은 자칫 인간을 배제한 부익부빈익빈 경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인간의 안전을 위한다는 첨단 기술이 전체 인간이 아닌 가진 자를 위한 안전은 보장하지만, 갖지 못한 자는 더욱 더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비대면 기술은 가진 자들에게 더욱 더 큰 이익을 안기고, 가난한 사람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수준의 보상밖에 받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 수 있다.


물론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자본주의의 속성으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해지면 가진 자들도 결국 부메랑 효과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미래는 공급과잉 사회, 수요 우선 사회가 되기 때문에 건전한 소비자가 존재해야 시장이 형성되고, 가진 자들도 지속적으로 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로 못 가진 자들이 늘어나면 소비가 위축될 뿐만 아니라, 사회 안정도 무너지기 때문에 가진 자들에게도 결코 유익하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경제성장을 넘어서 인간의 삶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간의 삶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경제성장이라는 수단을 추구했던 인류가 어느 순간 경제성장이라는 수단을 목적으로 바꿔버리는 우를 범했다. 코로나19는 이런 수단의 전도 현상을 다시 생각해보도록 인류에게 경고를 주고 있다. 

 

인류가 함께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경제성장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도록 하는 기회를 코로나19가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메가경제 게재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