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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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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부정하는 사람들에게 신을 믿으라고 권하면 보통 '신을 보여주면 믿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이건 과학적으로 보면 틀린 논리죠. 인간의 눈은 단지 400~700㎚의 빛만을 감지할 수 있죠. 그 이하의 빛은 존재하더라도 전혀 감지하지 못해요. 청각도 마찬가지죠. 인간의 귀에 들리는 소리는 실제 우주에 있는 소리 중 아주 일부예요. 상대성이론 방정식으로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이라는 것은 전체 물질의 5%에 불과해요."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물병자리 펴냄)'를 낸 김송호 박사(59)는 "과학을 하면 할수록 신의 존재를 강력하게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과학자와 기업가의 삶을 동시에 살았다. 서울대와 카이스트를 거쳐 미국 퍼듀대에서 화학공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공학한림원 회원이자 대기업에서 신기술 개발 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신을 맹목적으로 부정하거나 긍정하는 쪽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고 봐요. 과학으로 모든 것을 분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과학만능주의도 문제고, 신화시대에나 어울리는 전근대적 종교관을 대중에게 강요하는 쪽도 문제예요." 김 박사의 이번 책은 종교와 과학의 균형점을 제시한다. "신을 부정하는 쪽은 과학의 이름을 빌려 자신의 신념을 강요하고, 반대쪽을 종교는 신성할 뿐이라는 논리로 상대를 억압하고 있죠. 과학과 종교를 논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열린 자세입니다."

김 박사는 직선적 시간관에서 벗어나면 창조의 비밀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신이 6일 동안 세상을 창조했다고 하죠. 신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말도 안 되는 비과학적인 이야기라고 비난해요. 하지만 상대성이론에 기초해 보면 창조 초기의 1일은 현재 기준으로 몇 십억 년이에요. 그러니까. 6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긴 시간이었던 거죠. 어마어마한 변화가 일어나고도 남을 만큼 엄청난 시간이었던 거예요."

김 박사에게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매우 명쾌한 답이 돌아온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에 대항하기 위해 너무 자극적으로 쓰인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사실 유전자가 이기적인 것만은 아니거든요. 다들 알다시피 벌이나 개미, 땅다람쥐, 돌고래 등 동물들에게서도 이타적인 행동들이 많이 발견돼요. 이기적인 요소만이 생명체를 이끌어왔다는 논리로는 최초 생명체, 대진화(종간 진화), 동물의 이타행동, 지구 생명체의 균형 등을 모두 설명할 수 없어요."

김 박사에게 "신을 무엇이라고 정의하고 싶냐"고 물었다. "신은 '방향성이 있는 에너지'입니다. 날개가 달려 있거나 긴 수염을 흩날리는 모습이 아니라 이 세상을 추동하고 있는 거대한 에너지입니다. 흔히 성서에 나오는 기적을 소설이라고 말하죠.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전기나 전자라는 과학적 개념을 몰랐을 때는 전기나 전자 때문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적이라고 했을 겁니다. 설명하지 못했던 많은 에너지가 세상을 움직여왔던 거죠.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매일경제신문 2016년 11월 26일 허연 문화전문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