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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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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여행-피르스트 트레킹

2023. 7. 28. 07:0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7월 2일(3일차) 피르스트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가서, 바흐알프제 호수를 거쳐 쉬나게 플라테 역까지 16킬로미터, 9시간이 걸린 트레킹

 

알프스 여행-아이거 트레킹

2023. 7. 19. 07:04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서부지역 애월 ‘족은노꼬메오름’ 일대
제주 서부지역 자연휴양림이 들어설 제주시 애월읍 족은노꼬메오름 일대. 제주시 제공
 
지역주민들이 자주 찾는 제주 서부지역 족은노꼬메오름 일대에 자연휴양림이 조성된다.제주시는 사업비 103억원을 들여 오는 2027년까지 애월읍 유수암리 족은노꼬메오름 일대의 국·공유림 2.52㎢에 서부지역 자연휴양림을 만든다고 9일 밝혔다. 자연휴양림에는 데크 야영장(24곳)과 산책로(2㎞), 데크 로드(0.7㎞), 등산로(3㎞)와 숲길 쉼터(500㎡), 주차장(2곳·4500㎡) 등이 조성된다.족은노꼬메오름은 한라산과 제주 서부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명소로, 시민과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조선시대 말을 키우는 국영목장인 10소장 가운데 5소장이 있던 곳으로 당시 목장 경계용으로 쌓았던 돌담인 잣성이 남아있어 제주의 목축문화를 엿볼 수 있다.
 
유수암·소길·장전 공동목장을 운영해 온 주민들은 족은노꼬메오름 일대에 무너진 잣성을 복원하고 목장 탐방로를 개설했다. 시는 2017년 제주도 산림휴양종합계획에 자연휴양림 조성사업을 반영해 2021년 사전 입지 조사와 타당성 평가용역을 거쳐 지난해 기본 실시설계 용역을 마쳤다. 시는 연말까지 문화재 지표조사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건축실시설계 용역을 마치고 내년 상반기 각종 인허가와 휴양림 조성계획을 승인받아 2026년 말 사업을 끝낸 뒤 2027년 개장할 계획이다.홍경찬 시 청정환경국장은 “지방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특별교부세, 녹색자금 지원사업, 산림청 임도사업 등 국비지원사업을 신청해 국비를 확보해나가겠다. 서부지역에도 자연휴양림이 들어서 산림문화와 휴양 관광인프라 조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제주도내 자연휴양림은 제주시 지역에 절물 휴양림과 교래 자연휴양림, 서귀포시 지역에 서귀포 자연휴양림과 붉은오름 자연휴양림 4곳이 있으나 모두 동부지역에 위치해 있다.

서울둘레길-수락산 불암산

2023. 7. 5. 06:59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친구들과 함께 한 수락산 불암산 둘레길

 

진우석의 Wild Korea③ 홍천 수타사계곡 물길 트레킹

홍천 수타사계곡은 물길 트레킹에 좋은 계곡이다. 시원한 계곡을 걷다 보면 더울 틈이 없다. 스틱으로 중심을 잡고 등산화를 신을 채 물길을 걷는다.

브래드 피트가 나왔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을 기억하시는지. 유장하게 흐르는 강물에 걸어 들어가 플라이 낚싯줄을 던지는 주인공은 얼마나 근사했던가. 그 그림 같은 풍경의 계곡에 발목 담그고 첨벙첨벙 걷는 게 물길 트레킹이다. 플라이 낚시가 정적인 활동이라면, 물길 트레킹은 온몸으로 계곡을 즐기는 역동적인 행위다. 여름철 깨끗한 계곡에서만 허락되는 짜릿하고도 호사로운 일이다. 운 좋게 트레킹 며칠 전에 비가 제법 내린 덕분에 깨끗하고 풍성한 수타사계곡을 만끽했다.

 

한여름에만 허락된 물길 트레킹  

물길 트레킹은 아무도 없는 청정 계곡을 걷는다. 대신 일행은 여러 명이어야 좋다. 안전사고 위험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계곡 트레킹은 계곡 옆에 난 오솔길을 걷지만, 물길 트레킹은 계곡 안에 들어가 첨벙첨벙 걷는 걸 말한다. 오직 한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걷기다. 물살이 세거나 지형이 험한 구간은 우회가 필수다. 길을 만들면서 가야 하기에 창의성이 요구된다. 때론 계곡에 몸을 담글 수 있다. 자연스럽게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수타사계곡은 험하지 않고 코스가 짧아 초보자의 물길 트레킹 코스로 제격이다.

100대 명산에 이름을 올린 홍천 공작산(887m)은 높이보다 품이 넓은 산이다. 공작이 날개를 펼친 산세인데, 왼쪽 날개 품에 수타사계곡이 안겨 있다. 수타사 주변으로 홍천군에서 만든 ‘수타사 산소길’이 나 있다. 숲길과 계곡이 어우러지는 산책 코스로 가볍게 걷기에 좋은 길이다.

수타사계곡 물길 트레킹은 수타사에서 약 8㎞쯤 상류 쪽에 있는 노천1교부터 계곡을 따라 수타사까지 걷는다. 혼자보다는 여러 명이 함께하는 게 좋다. 여행작가학교 동문과 함께 노천1교에서 물길 트레킹을 시작했다.

 

다리에서 이어진 둑길을 10분쯤 내려가 작은 농가를 만났다. 비닐하우스가 있고 나무에 그네를 달아 놨다. 여기에서 과감하게 계곡으로 들어간다. 시나브로 신발이 젖고 물의 서늘한 감촉이 느껴진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물에 들어가기 전의 걱정은 야릇한 흥분으로 바뀌었다. 콸콸~ 쏴~ 우당탕~ 맑은 계곡은 곳곳에서 거친 숨을 내쉰다.

계곡 물길 트레킹을 물살을 헤치고 걷지만, 물살이 거친 곳은 수풀을 헤치거나 산길로 우회해야 한다.

두 사람이 미끄러졌다. 초반에는 조심해야 한다. 계곡 안에 이끼가 껴 미끄러운 곳이 군데군데 있다. 스틱으로 중심을 잡으며 천천히 걸어야 한다. 잠시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다. 물살이 거친 구간을 지나 바위 위에 올라서자, 앞쪽으로 모래가 깔린 잔잔한 계곡이 펼쳐진다. 같은 계곡인데도 어떤 곳은 거칠고 어떤 곳은 낙원처럼 고요하다. 쌓인 모래를 지그시 지르밟는 느낌이 통쾌하다.

홍천 수타사계곡의 절경으로 꼽히는 귕소. '귕'은 소 여물통인 구유를 말한다. 계곡을 에워싼 암반지대가 여물통을 닮았다.

바위에 돌단풍 가득한 수려한 암반이 나온다. 여기가 수타사계곡의 절경인 ‘귕소’다. ‘귕’은 구유를 말한다. 아름드리 통나무를 파서 만든 소 여물통이다. 미끈한 암반의 생김새가 영락없이 길고 거대한 구유 같다. 물과 바위, 그리고 시간이 만든 걸작이다. 귕소는 하류 쪽에 하나가 더 있다.

귕소를 지나면 계곡 풍광은 더욱 수려해진다. 인간의 손때가 타지 않은 자연 그대로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흘러가는 물을 가만히 바라본다. ‘툭’ 뭔가 끊기는 소리가 들렸다. 내 안의 근심이 끊긴 소리다. 근심은 스르르 물에 풀려 아래로, 아래로 흘러간다. 내 인생도 이렇게 평화롭게 흘러가길 바라본다.

수타사계곡에서 만난 뭇 생명

홍천 수타사계곡은 깊은 산속에 숨은 계곡이지만, 물이 깊지 않아 물길 트레킹에 좋다. 첨벙첨벙 계곡을 걷는 재미가 크다.

계곡에 사는 다양한 생물을 만나는 것도 큰 기쁨이다. 다슬기 무리가 물가 바위에 붙어 있다. 잠시 다슬기 해장국이 떠올랐지만, 잘 살라고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물속에서 꼬물거리는 무당개구리에게는 인사를 건넸다. 흰뺨검둥오리 가족도 만났다. 어미를 부지런히 쫓아다니는 여덟 마리 새끼들의 귀여운 몸짓에 웃음이 절로 났다.

 

신봉교가 가까워지면 물살이 거세다. 이곳은 계곡 오른쪽의 오솔길로 우회해야 한다. 수풀이 우거졌지만, 길의 흔적이 뚜렷하다. 한동안 산길과 수로를 번갈아 가면 도로를 만난다. 신선의 세계에서 인간 세상으로 들어온 것 같다. 신봉교를 지나면 ‘둘레길 쉼터’란 제법 큰 건물이 보인다. 평일은 닫았지만, 주말과 성수기에는 영업한다. 잠시 논길을 지나면 호젓한 숲길이 나온다. 야자수 매트가 깔린 길이 비단처럼 부드럽게 느껴진다. 귕소 출렁다리를 건너면 수타사 산소길로 접어든다.

수타사계곡 물이 제일 맑은 곳에 다슬기가 떼 지어 산다.

출렁다리 아래쪽의 귕소는 꼭 들러봐야 한다. 설악산 계곡처럼 매끈한 암반 지대가 펼쳐진다. 여기서 젖은 신발 대신 여분으로 가져온 운동화로 갈아 신으면 금상첨화다. 이제 물에 빠질 일이 없다. 휘파람 불며 조붓한 산길을 따르면, 커다란 너럭바위인 용담 위에 올라선다. 바위 아래로 작은 폭포와 드넓은 소가 펼쳐진다. 수타사계곡의 절경 중 하나인 용담이다. 바위 아래 박쥐굴에서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쏴~ 거친 물이 쏟아지는 용담의 작은 폭포를 보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피라미로 보이는 작은 물고기들이 뛰어오르다가 폭포에 휩쓸려 사라진다. 제 몸을 비튼 탄력으로 튀어 올라 몸이 부서져라 장벽 같은 폭포에 부딪히는 모습이 안쓰럽고 감동적이다.

수타사계곡 트레킹은 수타사에 닿으면서 마무리된다. 천년고찰 수타사 구경은 덤이다.

수타사로 건너가는 공작교 위에 섰다. 마지막으로 물끄러미 계곡을 바라본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나는 강물에 사로잡혔다”라는 주인공의 독백으로 끝났다. 수타사계곡 트레킹의 마무리는 그 말을 약간 바꿔 쓰고 싶다. “나는 완전히 물길에 사로잡혔다”

수타사계곡 물길 트레킹 정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수타사계곡 물길 트레킹은 경험 있는 리더와 동행하는 게 좋다. 혼자는 금물이고, 여럿이 어우러져 걷는 걸 추천한다. 출발점은 홍천군 영귀미면 노천리의 노천1교다. 대중교통이 불편하므로 차 한 대는 수타사 주차장에 놓고, 다른 한 대를 이용해 노천1교로 간다. 코스는 노천1교~귕소~신봉교~수타사, 거리는 약 8.5㎞, 4시간쯤 걸린다. 노천1교~신봉교 약 6㎞ 구간이 무주공산의 비경 지대다. 물길 걷기는 이 구간이 제격이다. 거친 물살과 험준한 바위 지대가 나오면 계곡 옆으로 우회하는 게 안전하다. 신봉교~수타사 구간은 수타산 산소길이 나 있어 걷기 편하다. 물길을 걸을 때는 등산화를 신고 스틱으로 중심으로 잡는 게 정석이다. 아쿠아 슈즈도 괜찮지만, 바닥이 얇아 충격 흡수가 안 되는 단점이 있다.

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시인이 되다만 여행작가. 학창시절 지리산 종주하고 산에 빠졌다. 등산잡지 기자를 거쳐 여행작가로 25년쯤 살며 지구 반 바퀴쯤(2만㎞)을 걸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걷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캠프 사이트에서 자는 게 꿈이다. 『대한민국 트레킹 가이드』 『해외 트레킹 바이블』 등 책을 펴냈다.

손민호 기자

 

[중앙일보 2023년 6월 8일]

제주 여행-한남연구시험림

2023. 6. 27.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백패킹 신(新)성지 5곳

전북 군산 고군산군도의 망주봉과 명사십리해수욕장. 남악산 대봉의 백패킹 사이트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김홍준 기자

오전 9시. ‘출근’ 시간이다. 같은 시각. ‘퇴근’하는 이들도 있다. ‘출근자’와 ‘퇴근자’가 마주친다. 인사를 나눈다. “아직도 밤에는 춥죠?” “춥지만 재밌잖아요. 그런데 ○○○○ 무섭지 않으세요?” “무서워서 하는 거잖아요. 배낭 무거워도 ○○○하는 것처럼요.” 일요일이었던 지난달 26일 아침. 정상원(52·서울 강서구)씨와 임솔희(39·서울 마포구)씨의 대화다. 휴일의 발전소 3교대 근무자들도 아니고, 이들은 왜 주말에 ‘출퇴근’ 하는가. 그것도 경기도 용인 조비산(295m)에서. 또 ○○○○과 ○○○은 무엇인가.

백패킹(backpacking). 직역하면 ‘배낭여행.’ 하지만 배낭여행은 1990년대부터 해외에서의 생고생 여행을 뜻했으니 백패킹과는 의미상 다른 길로 갈라졌다. 백패킹은 1박 이상을 위해 온갖 장비를 배낭에 싸서, 메고, 떠나는 여행이다. 삶 자체가 백패킹이었던 초기 인류(수렵과 채취), 고개를 넘으며 업무상 백패킹을 해야 했던 옛 상인들도 있었으니. 역사로 따지면 길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대한민국에서 신성한 레저로 뜬 건 분명하다. ‘성지(聖地)’까지 조성돼 있으니까. 덕적도나 굴업도(이상 인천), 비양도(제주)·선자령(강원)·호명산(경기) 등이 그 성지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은근슬쩍 뜨는 백패킹 장소가 있다. 이름하여 ‘백패킹 신(新)성지’ 5곳을 추렸다. 모두 산이다. 그러니, 호흡 가다듬고 볼 일이다.

경기도 용인의 조비산 동굴. 오후 6시에 '출근'해 오전 9시에 '퇴근'하는 백패커들(위)과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클라이머들(아래). 순조롭고도 평화로운 '근무' 교대다. 김홍준 기자, [사진 임솔희]

조비산은 용인8경 중 한 곳. 정상 직전 큼지막한 동굴이 있다. 전용면적 59㎡(25평)쯤 된다. 현관 격인 동굴이 있고, 안방 격인 동굴이 이어진다. 이 1+1 동굴은 과거 채석장이었다. 클라이머들이 먼저 길을 닦았다. 1980년대부터 루트(바윗길)들이 만들어졌지만 방치되다가 2011년부터 본격적인 세팅(루트를 만드는 행위)이 이뤄졌다. 약 10여년 뒤인 2020년 전후로 백패커들이 슬금슬금 찾아왔다. 요즘은 줄을 서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자리가 꽉 찬다.

 

이곳에 몇 가지 국룰(국민 룰. 불문율의 다른 표현)이 있다. 국룰 1번은 순서. 백패커들은 줄을 서지 않는데도 서로 순서를 기가 막히게 안다. 국룰 2번은 시간 준수. 클라이머들은 오전 9시~오후 6시 등반을 한다. 백패커들은 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 백패킹을 한다. 앞서 말한 정씨는 동굴에서 클라이밍을 위해 오전 9시에 ‘출근’했고, 임씨는 같은 시각에 동굴에서 백패킹을 마치고 ‘퇴근’한 것. 이쯤 되면 순조로움을 넘어 평화로운 교대다.

조비산 동굴의 밤. 클라이머들이 퇴근한 뒤 백퍼커가 자리를 잡았다. 김홍준 기자, [사진 임솔희]

백패킹은 25평 동굴에서도,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서 만나게 되는 ‘별채’ 격인 정상 데크에서도 이뤄진다. 산은 낮지만 사방이 평지라 전망이 시원하다. 정상에서 별을 헤느냐, 동굴에서 이색 체험을 하느냐. 고민이 될 듯. 근처 축사에서 분뇨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오지만, 백패킹·클라이밍을 향한 사랑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잊지 말자, 백암순대. ‘교대 시간’이 빠듯해 조비산에서 아침을 못 챙겼다면 더 당길 수 있다. 경쾌한 국물과 풍만한 순대를 목젖 뒤로 넘기면, 조비산(鳥飛山) 그 이름처럼 날아갈 듯할 것이다.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 처인구에 있는 제일식당의 백암순댓국.국물은 경쾌하고, 순대는 풍만하다. 김홍준 기자

백패킹, 야영 장비 메고 떠나는 여행

“역시 느낌이 왔어요. 멀리서 (데크를) 발견하고 올라왔는데, 대박이네요.”
이원규(33·서울 용산구)씨는 생애 첫 백패킹 장소로 전북 군산의 고군산군도를 찾았다. 미국의 CNN은 지난해 12월 아시아에서 저평가된 관광지를 꼽았다. 그중의 하나가 고군산군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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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 고군산군도 대장봉에서 바라본 대장도와 장자도. 김홍준 기자

그런데 왜 군산도 앞에 고(古)가 붙었을까. 원래 ‘군산도’는 선유도를 가리켰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고군산군도(2000)』에 “조선 태조 때 군산도에 설치한 만호영(萬戶營, 수군의 최전방 진영)이 세종 때 진포(현재의 군산)로 옮기면서 ‘고(古)군산도’가 됐다”고 적는다. 하지만 김종수 군산대 역사철학부 교수는 『군산의 역사와 인물(국학자료원)』에서 “이미 1380년 고려 우왕 때 왜구 1만여 명의 침입으로 군산도의 수군 진영이 와해하고, 군산에 새로운 진영(군산진)을 구축했다”며 “조선 후기 들어 군산의 경제·군사적 가치가 커지자 군산진만으로는 감당이 안 돼, 인조 2년(1624년)에 별도의 진을 군산도에 설치하면서 고군산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57개 섬으로 이뤄진 고군산군도의 으뜸은 단연 선유도다. 그런데 CNN의 분석은 외국인에 의한 글로벌화된 시각임이 분명하다. 지난해 선유도에는 233만 명이 찾았다. 전국 2634곳의 주요 관광지점 중 5위다. 관광시설로 분류된 1~4위 에버랜드·강구항·엑스포해양공원·롯데월드를 빼면 자연생태환경으로는 1위다. 2020년에는 288만명(2위)이 찾기도 했다. 이쯤 되면 국내에서는 숨겨진 명소가 아니다. 고군산군도 하면 선유도, 선유도 하면 망주봉이다.

전북 군산 고군산군도의 선유도는 군도에서 가장 사람이 몰리는 곳이다. 망주봉이 멀리 보이는 선유봉에서 염소가 기자를 빼꼼히 바라보고 있다. 김홍준 기자

전북 군산 고군산군도의 선유도에서 맛본 물회. 백패킹 뒤 늦은 아침 해장용으로 주문했으나 해장술의 유혹이 몰려왔다. 김홍준 기자

고군산군도는 왜구가 들끓어 초토화된 역사와 아울러 이름난 유배지였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에는 103명이 유배 왔다고 전한다. 망주봉은 이곳에서 유배자들이 주상(임금)을 그리워했다며 붙은 이름인데, 명사십리해수욕장(선유도해수욕장으로 부르기도 한다) 바로 앞에 뜬금없이 솟아있다. 난데없는 비경이다.

이씨가 찾은 백패킹 신성지는 선유도 최고봉인 남악산(156m) 대봉이다. 명사십리해수욕장과 망주봉을 굽어볼 수 있다. 멀리 군도를 띄우고 있는 바다로 눈 호강을 할 수 있으니 뷰(view)의 성찬이다. 대봉은 남악산 정상보다 4m 낮은 해발 152m. 하지만 만만하게 볼 높이는 아니다. 익히 들어 알고 있지 않은가. 해발 0m 즈음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섬의 산은 힘들다고.

전북 진안 운장산에서 백패커가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운해를 맞이하고 있다. [사진 민미정]

전북 진안 부귀산에서 운해를 감상하는 백패커들. 멀리 마이산이 솟아있다. [사진 민미정]

아예 높은 곳, 그러니까 ‘고원’에서 백패킹을 시작하기도 한다. 전북 진안·무주·장수에 걸쳐 있는 진안고원은 해발 300~500m를 오간다. 이곳 사람들은 ‘북에는 개마고원, 남에는 진안고원’이라고 말한다. 자부심이다. 백패킹 전문가 민미정(43)씨는 백패킹 신성지로 진안의 운장산(1126m)과 부귀산(806m)을 꼽았다. 고원의 일교차는 즙 충만한 사과와 살진 더덕을 만든다. 요새 같이 익은 봄날엔 새벽 운해도 피운다. 한폭 수묵화다.

민씨는 또 충북 옥천 어깨산(441m)도 추천했다. 그는 “어깨산은 낙조와 일출을 모두 보여주는 장관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가볍게 말하자면 일타쌍피다.

충북 옥천 어깨산에서의 일출. 이곳에서는 일몰도 감상할 수 있다. [사진 민미정].

흔적 남기지 말기, 배려·존중 일깨워

“가볍게 다니자는 BPL이 유행이지만, 음식 욕심이 나서 쉽지 않네요.”
백패킹 방법에도 흐름이 있다. BPL (Backpacking Light) 바람이 분다. 가급적 무게를 덜고 다니자는 것이다. 심지어 UL(Ultra Light)도 있다. 극도의 경량화다. 하지만 ‘백패킹 요리사’ 양선아씨는 손사래를 쳤다. “백패킹은 대부분 숙박비 0원이지만, 먹는 것만큼은 돈 들여 확실히, 맛있게”라면서다. 곶감호두말이·사과브리치즈·빵모닝 등 그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백패킹(일부는 캠핑) 요리가 화려하다. 그에게는 백패킹 요리 철칙이 있다. 되도록 비화식으로. 일회용 대신 다회용 용기로. 양씨는 “모두 자연을 위한 행동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흔적 남기지 말기”라고 말했다.

양선아씨의 백패킹 요리.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곶감호두말이, 사과브리치즈, 어묵듬뿍떡볶이와 만두·핫도그, 빵모닝. [사진 양선아]

흔적 남기지 말기는 LNT(Leave No Trace)로도 부른다. LNT는 1980년대 후반 미국에서 시작된 아웃도어 보존 운동이다. LNT는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한 배려와 존중이다. 백패킹 유행은 우리나라에도 LNT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LNT는 조비산 백패킹의 국룰 3번이자, 모든 아웃도어의 국룰이다. 오늘(4월 22일)이 '지구의 날' 아닌가.

조비산의 토요일 오후. 대전에서 온 백패커 김모(32)씨는 오후 3시에 도착했다. 클라이머들의 퇴근 시간이 오후 6시이니, 3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지루하지 않으냐는 물음에 그가 대답했다. “다른 사람의 취미를 존중해야 나도 존중받는다”고. 아차 싶었다. 백패킹 하느라 몸은 조금 불편할지언정, 배려와 존중은 마음의 편안과 여유로 이어진다. 해가 진다. ‘정말’ 퇴근 시간이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중앙일보 2023년 4월 22일]

성남 누비길 1구간

2023. 5. 24.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진우석의 Wild Korea 〈1〉 추자도

드론으로 촬영한 추자도 최고 명소 나발론 절벽. 발밑으로 아찔한 벼랑이 펼쳐진다. 비현실적 풍광으로 인해 마치 백척간두 위에 선 듯한 느낌이 든다.

추자도는 제주도에 속한 섬이다. 그러나 전남 완도가 제주 본섬보다 더 가깝다. 애초에는 전라도 땅이기도 했다. 추자도는 바다낚시로 유명하지만, 실은 캠핑과 트레킹으로 즐길 때 진가가 드러나는 섬이다. 나발론 절벽 아래 용둠벙 간이 야영장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하고 ‘나발론 하늘길’과 제주올레 추자도 코스를 걸었다. 수려한 절벽, 옥빛 해안, 정겨운 마을이 다채롭게 펼쳐지는 추자도 트레킹은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용둠벙 야영장 무료…전망대까지 10분

전남 진도항에서 탄 산타모니카호는 45분 만에 제주도 추자항에 닿았다. 추자도는 제주도까지 비행기를 타고 간 뒤 제주항에서 다시 배를 타고 들어가는 게 일반적인 여정이다. 진도를 출발점으로 한 건, 캠핑 장비 실은 차를 가져가기 위해서였다. 하루 일찍 진도에 내려왔다.

추자도 용둠벙 간이 야영장의 밤.

추자항에 내리자마자 후포해변 안쪽에 자리한 용둠벙 간이 야영장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했다. 추자도를 제대로 보려면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추자도 최고 절경인 나발론 절벽에 ‘나발론 하늘길’이 나 있고, ‘추자도 올레’라 불리는 제주올레 18-1코스와 18-2코스가 섬 구석구석 이어진다.

진도항과 추자항을 운행하는 산타모니카호.

야영장에서 훤히 보이는 용둠벙 전망대에 올랐다. 나발론 절벽 북쪽 끝에 자리한 둠벙은 바닷물이 고인 웅덩이다. 이곳 용굴에 사는 이무기가 추자도의 흩어진 섬들을 가지런히 정리하고 용으로 승천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10분쯤 올라 전망대에 서면, 한라산 병풍바위 같은 나발론 절벽이 펼쳐진다. 많은 섬을 가 봤어도 이처럼 압도적인 해안 절벽은 본 적이 없다. 영화 ‘나발론 요새’에서 따온 이름은 낚시꾼들이 부르던 말이다. 절벽은 엄청나게 높아 보이지만, 꼭대기인 큰 산의 해발고도는 불과 142m다.

나발론 절벽 정자에서 바라본 추자항. 항구를 따라 둥글게 들어앉은 마을이 정겹다.

용둠벙에서 나발론 하늘길 이정표를 따라 설렁설렁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두어 번 숨을 고르면 정자가 들어선 나발론 절벽 위에 선다. 정자 아래로 추자항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정자 반대편 절벽으로 조심조심 다가가 까마득한 옥빛 바다를 내려다보자 오금이 저린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니, 마치 백척간두에 선 기분이 든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발밑이 백척간두가 아닐까. 잠시 상념에 젖었다가 거센 바람에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린다.

정자에서 급경사 계단을 내려오면 ‘참린이 추자도’란 조형물이 보인다. 예전에는 전남 영광 법성포 일대가 대표적인 조기 산지였지만, 지금은 추자도 근해에서 조기가 많이 잡힌다. 코끼리 옆모습 같은 코끼리바위를 거쳐 구불구불 능선을 오르내리면 추자도 등대에 닿는다. 용둠벙에서 등대까지가 나바론 하늘길이다.  약 2㎞ 거리로 1시간 30분쯤 걸렸다. 마치 용을 타고 바다를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올레길 ‘대왕산 황금길~목리슈퍼’ 백미

추자도등대에서 바라본 하추자도 일출.

추자도 올레는 제주올레가 추자도에 준 선물이자, 추자도가 올레꾼에게 주는 축복이다. 추자도 올레 두 개 코스 중에서 18-1코스는 주로 추자도의 동북쪽 해안을 따라 나 있고, 18-2코스는 주로 추자도의 서남쪽 해안을 따라 이어진다. 최근에 조성된 18-2코스의 하이라이트는 대왕산 황금길~목리슈퍼 약 2㎞ 구간이다. 대왕산 능선에서 바라본 하추자도의 서쪽 해안은 마치 나발론 절벽을 축소해 놓은 듯한 절경이다.

 

18-1코스를 걷다가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황사영 백서사건’과 연관된 ‘눈물의 십자가’다. 올레길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데, 안내판이 없어 올레꾼 대부분이 그냥 지나친다. 예초리 기정길 교차로(사거리)에서 오른쪽(동쪽)으로 200m쯤 가면 넓은 주차장이 나오는데, 주차장에서 이어진 나무 계단을 오르면 해안에 자리한 눈물의 십자가에 닿는다.

하추자도 ‘눈물의 십자가’ 앞에 바구니에 담긴 황경한 조형물이 있다.

커다란 십자가 옆으로 바구니에 담긴 아기 황경한의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조카 정난주(1773~1838)는 남편 황사영(1775~1801)이 백서 사건으로 죽임을 당한 뒤 두 살배기 아들 경한과 함께 제주도로 유배된다. 제주도로 가는 배가 추자도 예초리에 잠시 머물 때 정난주는 아들을 바위 위에 놓고 떠난다. 아기라도 살리려는 어미의 결단이었다. 다행히 아기는 추자도 어부에 발견됐고, 제주도에서 관노로 살다 죽은 어미와 달리 평생 신분을 숨긴 채 어부로 살았다. 하추자도에는 아직도 황경한의 후손이 살고 있다고 한다.

진우석 여행작가

추자도의 두 번째 밤은 맑았다. 랜턴을 켜고 용둠벙 전망대에 올랐다. 나발론 절벽 위의 추자도 등대는 연신 빛을 쏘았고, 밤하늘은 무수한 별을 뿌렸다. 별을 헤아리며 추자도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글·사진=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여행정보=씨월드고속훼리의 산타모니카호(차량 선적 가능)가 진도항~추자항 노선을 운항한다. 진도항에서 오전 8시 운행하며, 소요 시간은 45분이다. 성인 이코노미석 요금 3만8700원(평일. 유류할증료 별도). 소형 차량 10만940원(평일). 추자항에서는 오후 6시45분 진도행 배가 출발한다. 용둠벙 간이 야영장은 소형 텐트 약 15동이 들어갈 수 있다. 사용료가 없다. 부디 깨끗하게 사용하기를 당부한다.

 

[중앙일보 2023년 4월 14일]

제주 올레 14코스

2023. 1. 31. 07:01 | Posted by 행복 기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