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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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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무더위가 기승이다. 몇 년 만의 최고 기온,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고, 수온이 높아져서 양식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기온이 계속 올라가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걸 보면 지구온난화가 확실한 듯하다.

제주도에서는 아열대 해안에서 서식하는 독해파리에 쏘인 사람들도 있고, 뎅기열을 옮기는 모기도 발견됐다고 한다. 사과와 배를 키울 수 있는 한계선도 계속 북상 중이라고 하고, 제주도는 물론 남해안 지역에서도 열대과일을 재배할 수 있게 되었다니 좋아해야 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빙하도 녹아 내려서 해수면 상승에 의해 많은 지역이 해수면 아래로 잠길 것이라는 경고도 계속 나오고 있다.

지구 기온이 계속 상승하고, 폭우와 태풍 등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다. 그 중에서도 화석연료의 연소에 의한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지구 온난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공장, 발전소, 자동차에서 사용한 화석연료의 사용을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지목되면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정작 우리들은 이런 책임과 무관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과 화석연료를 사용해 만들어진 전기를 과소비하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자동차를 이용하는 주체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데서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자신들이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제공하고서 마치 우리는 아무런 책임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이산화탄소 때문이냐 하는 문제는 아직도 논란 중이긴 하다. 하지만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느냐 하는 문제를 떠나서 화석연료 사용 자체가 지구온난화를 일으킬 수 있다. 화석연료가 연소하면서 내는 열이 지구의 기온을 높이는 것은 당연한 일일 테니까 말이다.

대도시의 기온은 시골보다 1.5~2도 정도 높다고 한다. 그 원인은 바로 자동차, 에어컨, 빌딩 등에서 내뿜는 열기와 포장도로에서 반사되는 햇빛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우리가 제공하고, 우리가 괴롭다고 투덜대고 있는 상황이다.

지구온난화에 의해 해수면이 상승해서 잠기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얼음으로 뒤덮여 있던 땅이 농토로 바뀌는 이점도 있다고 하면 또 다른 논쟁을 유발할 것이다. 하지만 무더위가 가져다주는 혜택도 분명히 있다. 설령 인간이 불균형을 만들더라도 자연은 그 불균형을 해소하려고 모든 힘을 쏟으니까 말이다.

무더위는 태양 에너지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무더위로 인해 식물들이 자라고, 수분이 증발하면서 태양에너지를 보존하게 된다. 그렇게 보존된 에너지 중 일부가 태풍이나 폭풍처럼 인간에게 해를 끼치기도 하지만, 그런 작용을 통해 비가 부족한 지역에 수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나친 무더위는 인간에게 부담을 주고 죽음에도 이르게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로 봤을 때 인간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의 몸은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무더운 여름에는 속이 차가워지도록 조절을 한다. 그래서 여름에 차가운 음식을 먹지 말고, 오히려 이열치열의 원리로 더운 음식을 먹으라고 말하는 것이다.

문제는 인간이 자연의 섭리를 어기고 차가운 음식을 먹고, 에어컨으로 주위 온도를 지나치게 낮추면서 몸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 조상들은 여름에는 냇가에 피서를 가는 여유를 갖기도 하고, 수박 등 자연식품을 섭취하면서 한여름을 이겨냈다. 앞마당은 맨땅으로 만들어서 뜨거운 공기가 증발하도록 만들고, 뒤뜰에는 나무를 심어서 차가운 공기가 중간의 마루를 통해 흐르도록 하는 지혜를 발휘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서울의 기온이 33도를 넘나들고 있다. 나는 선풍기를 틀어놓고 뜨거운 차를 마시기도 하고, 가끔 샤워를 하면서 더위를 견디고 있다. 땀이 좀 나긴 하지만, 오히려 몸에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위로를 해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무더위를 피할 수 없다면 무더위도 즐기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무더위도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시면 그래도 조금은 이 무더위가 밉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메가경제 2021년 8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