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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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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부쩍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 걸 보면서 나도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물론 나이가 들어가면 당연하게 죽을 확률이 점점 더 높아지게 된다는 생각도 영향을 주지만, 아버지를 비롯해서 주위 분들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자주 듣게 되어서 더욱 더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듯하다.

아버지 형제 여섯 분 중에서 아버지를 포함해서 그 중 세 분이 돌아가셔서 이제 내 차례가 점점 더 다가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몇 달 전 동생이 갑작스럽게 암으로 세상을 뜨면서 죽음이 내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더욱 더 절감하고 있다. ‘태어나는 건 차례가 있지만, 죽는 것은 차례가 없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윗세대의 죽음이 나의 죽음을 상기시키는 것이 사실이다.

 

▲ [사진=픽사베이 pasja1000 제공]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크게 보면 회피형과 적극적 대응형으로 나눌 수 있다. 요즘은 죽음에 대한 회피형이 의외로 많은데, 그 가장 큰 이유가 현대 의학이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현대 의학이 인류의 질병 퇴치와 건강에 기여하고 있는 바가 크지만, 노화로 인한 죽음을 물리칠 정도가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죽음이 임박한 노인들을 병원 응급실로 옮겨서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게 당연한 풍경이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에는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미리 밝혀놓으면, 의미 없는 연명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동네 어르신들의 죽음은 자연스런 일이었고, 대부분 집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을 했었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대부분의 노인 분들이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움직이시다가 자연스럽게 돌아가셨다. 바로 이처럼 죽기 직전까지도 일상생활을 하다가 맞게 되는 자연스러운 죽음이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죽음일 것이다.

 

내 집안은 대대로 장수 집안이라 여자들은 90세를 넘어 거의 100세까지 사셨고, 남자들도 80세를 다 넘기셨다. 올해 1월에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도 한국 나이로 치면 93세에 돌아가셨다. 물론 아버지께서는 우리 집안 최초로 집이 아니라 요양병원에 계시다가 돌아가신 셈이 되었지만 말이다.

나는 부모님이 나이가 들어서도 혼자 어렵게라도 움직일 수 있으면, 혼자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 어머니께서는 몸이 아프셔서 혼자 생활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에 계시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연히 집에서 생활하도록 했을 것이다. 자식들이 부모님을 편안하게 모신다고 농사도 못 짓게 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말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바림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경우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장수하는 이유도 나이가 들어서도 여자들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덕분?)이라고 생각된다. 내 왕(고조)할머니께서도 98세까지 사셨는데, 그 분은 돌아가실 때까지 텃밭에 배추와 무 등 채소를 심고 가꾸셨다. 또 장날에는 그렇게 가꾼 채소들을 단 하나라도 들고 지팡이를 짚고 가셔서 팔곤 하셨다. 가끔 학교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왕할머니께서 배추 하나를 앞에 놓고 앉아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곤 했었다.

그 배추를 누군가 사가고 나면 왕할머니께서는 다시 집 텃밭으로 와서 배추를 하나 더 뽑아서 들고 다시 장에 가시곤 했었다. 왕할머니께서 배추를 팔아 얼마나 살림에 보태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돈보다는 그냥 장 분위기를 즐기는 게 더 큰 목적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주위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자연스런 죽음을 맞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곤 한다. 하지만 자연스런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편안하게(?) 지내기보다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 장수하면서도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평화롭고 자연스런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제안해 본다.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메가경제 2021년 12월 7일 게재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