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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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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이해서 송년회 때문에 바쁘기도 하지만, 나이든 분들은 건강 검진 때문에 바쁘기도 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병원 가기가 꺼려져서 건강 검진을 받지 않았었는데, 연말이 되니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는 처지가 되니 마음이 더욱 더 바빠진다. 

 

40세가 넘으면 국가 차원에서 2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하도록 건강보험공단에서 연락이 오니 개인도 병원의 건강검진센터도 연말에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나도 이 기준에 해당되어 몇 차례 건강검진을 받았지만, 고맙다는 생각보다는 귀찮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건강보험공단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검사는 대부분 혈액 검사를 비롯한 일상적인 검사들이기 때문이다. 
 


▲ [사진=픽사베이 mohamed Hassan 제공]
 

내시경 등 조금 비싼 항목들은 자기 비용 부담을 해야 하는 선택사항으로 되어 있다. 물론 일상적인 검사를 통해 치명적인 질병이 조기 발견되면 더 이상 좋은 일이 없겠지만, 고혈압, 당뇨 등의 생활습관병이 아니라면 이런 검사를 통해 발견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생각된다. 나는 다행히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큰 이상이 없어서 위염이나 헬리코박터균 치료 외에는 추가 검진이나 치료를 권유받는 경우가 없었지만, 대부분 추가 검진을 권유받는 것 같다. 

 

시민건강증진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건강검진 자체 시장이 최소 8조 내지 19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건강검진 후 추가 검진에 소요되는 비용도 4조 내지 14조 원에 이른다고 하니 이제 건강검진이 그 자체로 큰 산업 분야가 되었다. 건강 검진을 받아본 상당수의 사람들이 추가 검진을 받도록 권유를 받았고, 이처럼 추가 검진 권유를 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제 건강검진 사업은 장례식장 사업과 더불어 병원, 특히 대형병원의 가장 알짜 수익원이 된 것으로 보인다. 건강검진 사업이 병원의 주요 수입원이 되다보니 건강검진 자체가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라기보다 병원의 수입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좀 지나친 걱정일지 모르겠지만, 건강검진 결과를 설명하는 의사들도 환자의 건강보다는 병원 수입을 위해 과다한 추가 검사나 치료를 권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특히 암이 최대 사망원인으로 떠오르면서 암에 대한 공포를 이용한 추가 검진 권유가 일상화되고 있다. 하지만 고가 장비를 이용해도 암의 조기 검진이 힘들뿐더러 추가 조직 검사를 통해 암으로 판정되는 확률이 아주 낮은 편이다. 예를 들어 유방암의 경우에는 의심환자가 실제 조직검사를 통해 암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0.6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름진 음식을 먹는 서구식 식습관으로 바뀐 후에 특히 중년 이후 대장 내시경검사를 하다가 용종이 발견되어 제거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를 보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다가 대장에 구멍이 날 확률이 1만 명당 3.8명에 이르고, 용종을 제거하다가 구멍이 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다그겠느냐’는 속담처럼 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면 그런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고 하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나이 든 부모에게 효도한다면서 몇 백만 원짜리 건강검진을 받도록 해서 몸에 무리를 가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건강검진은 진단용 약물 투여, 방사선 피폭 등 오히려 건강에 해로운 행위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엠알아이(MRI)나 씨티(CT) 등 고가 장비일수록 방사선 피폭량이 늘어나는 등 건강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더 나아가 설사 건강검진을 통해 암을 조기 발견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통해 암을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에 불과하다. 아직까지는 암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도 없고, 더구나 암 부위는 제거할 수 있어도 암이 전이하는 것은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의사들은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통해 암을 제거했는데 암이 완치되었다면, 이는 원래 그 암은 악성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악성 암의 경우에는 수술을 하면 오히려 암이 급속도로 퍼져서 악화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결국 암은 우리 몸에서 수시로 생겼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조기발견보다는 면역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한 일이다.

연말을 맞이해서 본인이 건강 검진을 받거나 부모님의 건강검진을 생각하고 있다면 한 번쯤 건강검진의 효용성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 바란다. 건강검진을 무조건 거부할 일도 아니지만, 무조건적인 맹신도 피해야 한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무절제한 음주나 흡연을 삼가고, 운동을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

[김송호 과학칼럼니스트]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칼럼니스트 소개= 서울대학교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원,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감사,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의 산업카운슬러로 활동 중이다. 과학 기술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아 5000여 명에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써서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고 약 20권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인공지능AI 공존 패러다임’, ‘신의 존재를 과학으로 입증하다’, ‘행복하게 나이 들기’, ‘당신의 미래에 취업하라’, ‘신재생 에너지 기술 및 시장 분석’ 등이 있다.

출처 : 메가경제 (http://www.megaeconom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