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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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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걸린 아인슈타인의 원자응집 이론 구현 1시간만에 완료
`화학 AI` 케마티카, 3만개 규칙 익혀 천연물질 제조법 찾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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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은 인공지능(AI) 시대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작용했다. 인공지능은 알게 모르게 인간의 삶 속으로 들어와 인류의 직업을 하나둘 빼앗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은 과학자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과학자들이 며칠 동안 해야 했던 연구를 단 몇 시간 만에 끝내기도 하고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지난 5월 발간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는 호주국립대 연구진이 1924년 인도의 물리학자 사티엔드라 보스와 아인슈타인이 함께 정립한 '보스-아인슈타인 응집' 현상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논문이 게재됐다. 이 현상은 이미 1995년 미국 과학자들이 구현에 성공하면서 2001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럼에도 학계의 관심을 받은 것은 인공지능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보스-아인슈타인 응집 현상이 70년이나 지나 실험실에서 구현된 것은 실험 방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보스-아인슈타인 응집 현상이란 기체 상태로 있는 원자를 절대 영도(영하 273도)에 가깝게 만들면 여러 원자가 마치 하나의 원자처럼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먼저 기체에 레이저를 쏴 원자에 마찰을 줘 운동에너지를 떨어뜨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후 진공 상태에서 높은 운동에너지를 갖고 있는 원자만 따로 골라내는 일을 반복한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연구자들이 실험 조건을 하나하나 조절해가며 수일~수십 일간 작업해야 한다. 호주 연구진은 이 작업을 인공지능에 맡겨 단 한 시간 만에 해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실험 조건을 조절하며 보스-아인슈타인 응집체를 만드는 최적의 조건을 찾아낸 것이다. 신용일 서울대 물리천문학과 교수는 "사람이 해야 하는 최적화 작업을 인공지능에 맡김으로써 효율적·경제적으로 보스-아인슈타인 응집체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이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해냈다"며 "한 시간도 안 되어 성공하리라고 믿지 못했다"고 말했다.

과학 인공지능은 마치 알파고가 인간이 뒀던 바둑의 '수'를 배우듯, 인간이 찾아낸 화학 반응을 익혀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바르토시 그지보프스키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그룹리더 연구진은 인공지능 화학 프로그램인 '케마티카'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화합물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2012년 개발에 성공한 케마티카는 100코어 용량을 갖고 있는 작은 인공지능이다. 1920개의 중앙처리장치를 갖고 있는 알파고와 비교하면 규모는 작지만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다. 화학 합성이다. 케마티카는 1700년 이후 인간이 발견한 모든 화학 반응의 가짓수를 공부했다. 그지보프스키 그룹리더는 "케마티카는 화학자들이 발견한 3만개의 규칙을 수년에 걸쳐 배웠다"며 "네트워크 이론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수십억 개의 수 조합을 검토하고 종합해 하나의 합성법을 찾아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케마티카는 전나무류 열매에서 추출할 수 있는 호르몬 등 천연물질이지만 인간이 실험실에서 만들 수 없었던 화학물질 제조 방법을 찾아냈다. 이번 연구는 화학 분야 권위지인 '앙케반테 케미' 6월호에 게재됐다.

이미 전 세계 대학과 여러 제약회사 등이 케마티카를 사용하고 있다. 그지보프스키 그룹리더는 "케마티카를 사용하게 되면 효율적인 실험으로 시약과 여러 물질을 낭비하지 않게 돼 환경에 좋고 막대한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매일경제신문 2016년 8월 16일 원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