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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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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귀촌 준비하는 이들 돕는 ‘체류형 교육’ 인기
평창 우리농배움터 운영자 신광순(64)씨가 한 농원에서 생산한 표고버섯을 살펴보고 있다.
평창 우리농배움터 운영자 신광순(64)씨가 한 농원에서 생산한 표고버섯을 살펴보고 있다.
“귀농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했는데 현장 체험만큼 중요한 게 없었어요. 저로선 정말 처음으로 생생하게 농촌을 겪어본, 알찬 실전 기회였죠.”

25년 직장생활을 접고 지난해 충북 제천에 정착한 우달영(51)의 말이다. 우씨는 지난해 제천시 농업기술센터가 꾸린 제1회 체류형 귀농창업지원 과정에 등록해 3월부터 10개월 동안 교육을 받았다. 귀촌을 결심한 뒤 몇몇 단기간의 귀농학교를 경험했던 우씨가 체류형 귀농교육을 “최상의 교육”이라고 치켜세우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열 달 동안 들판에서 먹고 잤습니다. 농작물 재배 등 이론 학습과 이를 실제로 적용한 농사일을 병행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다 피와 살이 되는 실전 경험이었어요.” 우씨는 귀농의 꿈을 가진 참가자 29명과 함께 정해진 숙소에서 생활하며 채소 같은 밭작물과 약초 재배, 축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전 경험을 쌓았다.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의 변화를 체험한 것도 큰 소득이었다. 교육을 받는 틈틈이, 미리 임차해 놓았던 6600㎡(약 2000평) 밭에서 고추·참깨 농사를 직접 지어 짭짤한 소득도 올렸다. 우씨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농사에 매진해 안정을 찾은 뒤, 내년쯤엔 자녀 교육 문제로 서울에 머무는 아내도 불러들일 계획이라고 했다.

현장체험 생생한 체류형 귀농교육 확산

베이비붐 세대 퇴직에 따른 귀농 행렬에 이어, 최근에는 취업난 등으로 30~40대까지 귀농에 가세하면서 농촌살이에 관심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마음만 굳게 먹고 시골에 땅 사고 집 마련해 내려간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은 수많은 귀농 실패담이 입증한다. 이런 가운데 1~2년 전부터 지방자치단체들이 귀농·귀촌인을 끌어들이려고 벌이는 체류형 귀농창업지원 과정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기존의 강의실 이론 교육과 단기 실습 체험을 뛰어넘어, 실제로 농촌에서 몇 달씩 생활하면서 농촌의 실상과 실제 농사일을 체계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지 토질·기후에 따른 작목 선택, 최신 재배법과 생산물의 가공 기술, 가공품의 판로, 토박이 주민들과의 교류 방법 등 실제 농사꾼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지식을 제공한다.

제천 등 지자체 운영과정 성공적
귀농 앞서 장기간 머물며 농사경험
정착 자신감 얻도록 도와줘
현지 주민과 소통·교류가 관건

지난해까지 제천, 충남 금산에서 체류형 교육과정을 시작해 성공을 거두자 올해엔 강원 홍천, 경북 영주, 전남 구례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앞다퉈 이를 도입하기로 했다. 2018년엔 전북 고창, 경북 영천, 경남 함양에서도 체류형 귀농창업지원 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다. 강원 평창에서는 오는 3월부터 1년간 농촌에서 숙식하며 특용작물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품목의 재배·생산·가공·판매 과정을 경험하고 현지 정착도 도와주는 ‘우리농배움터’ 과정을 시작한다. 참가자들에겐 대규모 펜션단지 숙소와 텃밭을 개인별로 제공하고, 상주 또는 ‘5도2촌’(주중엔 도시에서, 주말엔 농촌에서 지내는 것) 방식을 선택해 교육받을 수 있도록 했다.

체류형 귀농교육 과정의 참가비는 지자체마다 다르다. 숙소와 선택 작목 등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대체로 50만~100만원대의 보증금이 필요하고, 월 15만~25만원 선의 교육비와 재료비 등이 들어간다.

체류형 귀농교육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건 제천의 사례에서 드러난다. 지난해 교육받은 30명 중 11명이 제천 지역에 정착했고, 7명은 다른 시·도에 정착하는 등 18명이 이미 본격 농촌살이를 시작했다. 아직 터를 잡지 못한 나머지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귀농 결심을 굳히고 정착지를 물색 중이라고 한다. 참가자는 대부분 50대 초반부터 60대 초반의 남성으로, 선택한 작목은 채소 등 밭작물, 약초 등 특용작물, 소·돼지 등 축산 순으로 많았다. 제천시 농업기술센터 이수현 농촌지도사는 “참가자의 호응도 높았고, 결과도 성공적”이라며 “자신과 맞지 않아 귀농을 포기하더라도, 최소 비용으로 이를 겪는다는 점에서 다른 사업 실패에 비하면 손실이 훨씬 적은 셈”이라고 했다. 평창의 우리농배움터를 준비 중인 농업회사법인 ㈜무이팜 신광순 대표도 “실제로 농사를 짓고 생산물 가공·판매까지 경험하면서 정착에 자신감을 얻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며 “막연하게 꿈꿨던 농촌살이가 과연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삶인지를 확인하는 과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 장류 등을 만들어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는 귀농 15년째의 오종근(65·평창)씨 부부가 2년전 담근 된장을 맛보고 있다.
전통 장류 등을 만들어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는 귀농 15년째의 오종근(65·평창)씨 부부가 2년전 담근 된장을 맛보고 있다.
직접 만든 매실청에 대해 설명하는 오종근씨.
직접 만든 매실청에 대해 설명하는 오종근씨.
표고버섯 ‘배지 재배’와 가공품 생산으로 안정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귀농 3년째의 박석우(51·영월)씨.
표고버섯 ‘배지 재배’와 가공품 생산으로 안정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귀농 3년째의 박석우(51·영월)씨.
농촌살이 성공 조건 ‘이웃과 소통’이 첫째

귀농을 준비 중인 이들이 농촌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제2의 삶을 살려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게 무엇일까. 지난 14~16일 평창·영월·제천 일대에서 만나고 통화한 8명의 귀농인들이 한목소리로 첫손에 꼽은 것은 뜻밖에도 ‘이웃과 소통하는 조화로운 삶’이었다. 귀농 15년차인 오종근(64·평창군 대화면·전통장류 제조)씨는 “일상의 삶을 현지 주민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행복한 농촌생활을 지속하려면 내 주장을 내세우지 말고, 오래 살아온 이웃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합니다. 설사 마땅치 않더라도 나를 낮춰 양보하고 들어가면 이웃들의 마음도 열리니까요.” 메밀싹 재배와 가공 판매로 정착에 성공한 김정희(49·평창군 미탄면)씨는 “농사든 사업이든 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방식을 찾으라”고 권했다. “생산물·성과물을 이웃과 함께 나누면 무슨 일을 하든 원활하게 되고 규모도 커진다”는 것이다.

정착한 귀농·귀촌인들 대부분은 ‘이웃과의 소통과 조화로운 삶’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마을회관 탁구장에 모인 평창군 봉평면 무이리 주민들. 이 마을 토박이 주민과 귀농인들은 농한기를 맞은 요즘, 매일 저녁 모여 탁구 치고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건강과 화합을 다진다.
정착한 귀농·귀촌인들 대부분은 ‘이웃과의 소통과 조화로운 삶’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마을회관 탁구장에 모인 평창군 봉평면 무이리 주민들. 이 마을 토박이 주민과 귀농인들은 농한기를 맞은 요즘, 매일 저녁 모여 탁구 치고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건강과 화합을 다진다.
평창의 한 표고버섯 ‘배지 재배’ 비닐집.
평창의 한 표고버섯 ‘배지 재배’ 비닐집.
안정된 생활을 위한 지속적인 수입원 확보를 중요하게 꼽은 사람도 많았다. 표고버섯 재배와 가공으로 사업 성장기에 들어선 귀농 3년차 박석우(51·영월군 영월읍)씨는 “이젠 6차 산업이 대세”라며 “일단 품목이 정해지면, 1차 생산물 판매보다는 가공품 개발에 주력할 것”을 권했다. 박씨는 ‘배지 재배’(참나무 등의 톱밥 위에서 기르는 것) 방식으로 표고를 재배하며, 표고과자·표고장아찌·표고차·표고오일 등 표고버섯 가공품 개발에 승부를 걸고 있는 귀농인이다.

귀농 4년차인 최복기(42·평창군 봉평면·폐교 활용 체험학교 운영)씨는 아직 뚜렷한 수입 통로를 마련하지 못해 고민하는 경우다. “여러 가지 일에 손댔지만 큰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는 최씨는 “올해부터 약초 재배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귀농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소비가 안정적인 품목을 찾아 공격적으로 일을 벌이되, 늘 실패에 대비하는 자세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창 영월/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성공적 귀농·귀촌 보장하는 9가지 ‘무조건’

1. 무조건 몸 낮추고 먼저 인사하라. 이웃과 함께 살며 교류하려면 자신을 낮춰야 한다.

2. 무조건 마을 행사에 참여하라. 마을 행사는 모든 지역 정보가 모이는 자리다. 행사에 기여하며 존재를 인정받아야 관계도 좋아진다.

3. 무조건 일을 찾아서 하라. 몸을 움직여 노동을 해야 정신도 건강해진다.

4. 무조건 부부가 다 처리하라. 처음부터 일을 크게 벌이면 인건비로 다 들어간다. 부부가 해결할 만큼의 일로 시작하라.

5. 무조건 팔지 말고 가공해서 팔아라. 1차 생산물을 판매만 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새로운 제품으로 가공하고 포장하는 6차산업이 대세다.

6. 무조건 땅부터 사고 집부터 짓는 것은 금물이다.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임대 토지를 알아보고, 방치된 집이나 방치된 비닐하우스 등을 빌려서 활용하라. 매입은 살아가면서 해도 늦지 않다.

7. 무조건 배우고 공부하라. 관련 분야 전문가를 만나 공격적으로 공부해야 살아남는다.

8. 무조건 지방자치단체를 찾아가라. 지자체 담당 부서와 관련 기관의 다양한 지원정책을 활용하라.

9. 무조건 주민과 함께 여가를 즐겨라. 낚시든, 운동이든 여유시간 이웃과 몸 부대끼며 즐겨라.


체류형 농업창업교육 받으려면

귀농·귀촌을 안정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체류형 농업창업교육을 받고 싶다면 이곳들을 찾아가보자.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 체류형 농업창업교육을 진행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누리집(www.returnfarm.com)에서 ‘지원정책’ 메뉴 아래의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를 누르면 정보를 볼 수 있다. 오는 3월부터 교육 과정을 진행할 예정인 충북 제천, 충남 금산, 강원 홍천, 경북 영주, 전남 구례 등은 이미 참가자 모집을 마친 상태다. 일부 예비후보자 접수를 하는 곳도 있다. 내년부터 운영 예정인 전북 고창, 경북 영천, 경남 함양에서는 올해 말 지원자를 모집한다. 귀농귀촌종합센터 1899-9097.

오는 3월 개교 예정인 강원 평창군 봉평면 무이리의 귀농귀촌센터 ‘우리농배움터’는 2월12일까지 참가자 52가구를 모집한다. 선정된 이들은 3월부터 내년 1월 말까지 펜션에서 살며 귀농을 위한 이론과 실습 교육을 받는다. 개별 텃밭이 제공되며, 기본 농작물 재배교육 말고도 특용작물(표고버섯·동충하초·산양삼 등) 재배법, 구들장 시공기술 등의 특화 과정, 사진·탁구·숲해설·목공교실 등 취미·교양 과정도 진행된다. 숙소 형태에 따라 주거형(14~32평형)·자립형을 선택할 수 있다. 자립형엔 4.6평형 집짓기 과정이 포함돼 있다. 비용은 별도이며, 직접 지은 집(경량목조 이동주택)에서 머물며 귀농교육을 받게 된다. 사전 설명회가 2월6일 저녁 7시 서울 신촌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다. 문의 한겨레교육문화센터(www.hanter21.co.kr). (02)3279-0900.

 

[한겨레 2017년 1월 19일 이병학 선임기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779344.html?_fr=mb2#csidxed6eb022bdf6bce8245aa8f0583d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