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준비하는 이들 돕는 ‘체류형 교육’ 인기
평창 우리농배움터 운영자 신광순(64)씨가 한 농원에서 생산한 표고버섯을 살펴보고 있다.
귀농 앞서 장기간 머물며 농사경험
정착 자신감 얻도록 도와줘
현지 주민과 소통·교류가 관건 지난해까지 제천, 충남 금산에서 체류형 교육과정을 시작해 성공을 거두자 올해엔 강원 홍천, 경북 영주, 전남 구례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앞다퉈 이를 도입하기로 했다. 2018년엔 전북 고창, 경북 영천, 경남 함양에서도 체류형 귀농창업지원 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다. 강원 평창에서는 오는 3월부터 1년간 농촌에서 숙식하며 특용작물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품목의 재배·생산·가공·판매 과정을 경험하고 현지 정착도 도와주는 ‘우리농배움터’ 과정을 시작한다. 참가자들에겐 대규모 펜션단지 숙소와 텃밭을 개인별로 제공하고, 상주 또는 ‘5도2촌’(주중엔 도시에서, 주말엔 농촌에서 지내는 것) 방식을 선택해 교육받을 수 있도록 했다. 체류형 귀농교육 과정의 참가비는 지자체마다 다르다. 숙소와 선택 작목 등에 따라서도 차이가 난다. 대체로 50만~100만원대의 보증금이 필요하고, 월 15만~25만원 선의 교육비와 재료비 등이 들어간다. 체류형 귀농교육이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건 제천의 사례에서 드러난다. 지난해 교육받은 30명 중 11명이 제천 지역에 정착했고, 7명은 다른 시·도에 정착하는 등 18명이 이미 본격 농촌살이를 시작했다. 아직 터를 잡지 못한 나머지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귀농 결심을 굳히고 정착지를 물색 중이라고 한다. 참가자는 대부분 50대 초반부터 60대 초반의 남성으로, 선택한 작목은 채소 등 밭작물, 약초 등 특용작물, 소·돼지 등 축산 순으로 많았다. 제천시 농업기술센터 이수현 농촌지도사는 “참가자의 호응도 높았고, 결과도 성공적”이라며 “자신과 맞지 않아 귀농을 포기하더라도, 최소 비용으로 이를 겪는다는 점에서 다른 사업 실패에 비하면 손실이 훨씬 적은 셈”이라고 했다. 평창의 우리농배움터를 준비 중인 농업회사법인 ㈜무이팜 신광순 대표도 “실제로 농사를 짓고 생산물 가공·판매까지 경험하면서 정착에 자신감을 얻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며 “막연하게 꿈꿨던 농촌살이가 과연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삶인지를 확인하는 과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 장류 등을 만들어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는 귀농 15년째의 오종근(65·평창)씨 부부가 2년전 담근 된장을 맛보고 있다.
직접 만든 매실청에 대해 설명하는 오종근씨.
표고버섯 ‘배지 재배’와 가공품 생산으로 안정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귀농 3년째의 박석우(51·영월)씨.
정착한 귀농·귀촌인들 대부분은 ‘이웃과의 소통과 조화로운 삶’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마을회관 탁구장에 모인 평창군 봉평면 무이리 주민들. 이 마을 토박이 주민과 귀농인들은 농한기를 맞은 요즘, 매일 저녁 모여 탁구 치고 저녁식사를 함께 하며 건강과 화합을 다진다.
평창의 한 표고버섯 ‘배지 재배’ 비닐집.
성공적 귀농·귀촌 보장하는 9가지 ‘무조건’ 1. 무조건 몸 낮추고 먼저 인사하라. 이웃과 함께 살며 교류하려면 자신을 낮춰야 한다. 2. 무조건 마을 행사에 참여하라. 마을 행사는 모든 지역 정보가 모이는 자리다. 행사에 기여하며 존재를 인정받아야 관계도 좋아진다. 3. 무조건 일을 찾아서 하라. 몸을 움직여 노동을 해야 정신도 건강해진다. 4. 무조건 부부가 다 처리하라. 처음부터 일을 크게 벌이면 인건비로 다 들어간다. 부부가 해결할 만큼의 일로 시작하라. 5. 무조건 팔지 말고 가공해서 팔아라. 1차 생산물을 판매만 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새로운 제품으로 가공하고 포장하는 6차산업이 대세다. 6. 무조건 땅부터 사고 집부터 짓는 것은 금물이다.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먼저 임대 토지를 알아보고, 방치된 집이나 방치된 비닐하우스 등을 빌려서 활용하라. 매입은 살아가면서 해도 늦지 않다. 7. 무조건 배우고 공부하라. 관련 분야 전문가를 만나 공격적으로 공부해야 살아남는다. 8. 무조건 지방자치단체를 찾아가라. 지자체 담당 부서와 관련 기관의 다양한 지원정책을 활용하라. 9. 무조건 주민과 함께 여가를 즐겨라. 낚시든, 운동이든 여유시간 이웃과 몸 부대끼며 즐겨라.
체류형 농업창업교육 받으려면 귀농·귀촌을 안정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체류형 농업창업교육을 받고 싶다면 이곳들을 찾아가보자.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 체류형 농업창업교육을 진행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누리집(www.returnfarm.com)에서 ‘지원정책’ 메뉴 아래의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를 누르면 정보를 볼 수 있다. 오는 3월부터 교육 과정을 진행할 예정인 충북 제천, 충남 금산, 강원 홍천, 경북 영주, 전남 구례 등은 이미 참가자 모집을 마친 상태다. 일부 예비후보자 접수를 하는 곳도 있다. 내년부터 운영 예정인 전북 고창, 경북 영천, 경남 함양에서는 올해 말 지원자를 모집한다. 귀농귀촌종합센터 1899-9097. 오는 3월 개교 예정인 강원 평창군 봉평면 무이리의 귀농귀촌센터 ‘우리농배움터’는 2월12일까지 참가자 52가구를 모집한다. 선정된 이들은 3월부터 내년 1월 말까지 펜션에서 살며 귀농을 위한 이론과 실습 교육을 받는다. 개별 텃밭이 제공되며, 기본 농작물 재배교육 말고도 특용작물(표고버섯·동충하초·산양삼 등) 재배법, 구들장 시공기술 등의 특화 과정, 사진·탁구·숲해설·목공교실 등 취미·교양 과정도 진행된다. 숙소 형태에 따라 주거형(14~32평형)·자립형을 선택할 수 있다. 자립형엔 4.6평형 집짓기 과정이 포함돼 있다. 비용은 별도이며, 직접 지은 집(경량목조 이동주택)에서 머물며 귀농교육을 받게 된다. 사전 설명회가 2월6일 저녁 7시 서울 신촌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열린다. 문의 한겨레교육문화센터(www.hanter21.co.kr). (02)3279-0900.
[한겨레 2017년 1월 19일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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