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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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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사회’ 저자 한병철 교수 인터뷰

“돈이 지배하는 구조적 폭력
비인간적인 사회로 만들어”
독일 유력신문에 기고글 실어

 

“진짜 살인자는 (세월호의) 선장이 아니라 신자유주의다.”

국내에서도 화제를 불러일으킨 베스트셀러 <투명사회>와 <피로사회>의 저자인 재독 철학자 한병철 베를린예술대학교 교수가 세월호 참사는 신자유주의가 빚어낸 비인간화에 따른 참극이라는 진단을 담은 글을 26일(현지시각) 독일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에 기고했다.

한 교수는 ‘우리 모두의 배’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세월호 참사를 선원들의 부주의나 비전문성 또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특수 상황 탓으로 돌릴 수는 없으며 이번 참사는 현대사회의 은유”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에 먼저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선박 사용 연한을 늘리도록 한 이명박 정부 때의 신자유주의 정책이라며, 2009년까지는 여객선이 건조된 뒤 25년까지만 운항이 가능했으나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웠던 이 전 대통령 때 그것이 30년까지로 연장된 점을 언급했다. 그는 “그러지 않았다면 건조한 지 18년 된 배를 구입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기업 성과에 집중한 정책이 사고 위험을 크게 높였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2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도 그 사실을 지적하면서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배경에 있는 시스템적·구조적 문제”라고 했다. 한 교수는 세월호 사태에 관해 “독일 언론들도 엄청나게, 한국만큼이나 많이 보도하고 문제점들을 들춰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독일 언론들도 “겉으로 드러난 기술적인 문제점들 위주로 보도하면서 더 깊숙한 구조적인 문제를 보지 않고 그 사건을 한국적인 사건으로 다뤘다”며 “세월호 사태의 본질은 돈이 지배하는 신자유주의로 말미암은 것이며 그 점에서는 독일과 미국 등 주요국들도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세월호 선원 대부분이 비정규직이었으며, 선장도 1년 계약직이었고, 말만 선장이지 권한이 별로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이런 노동조건에서 배에 대한 애착이나 책임감을 갖기 어렵다. 사고가 나면 자기부터 살려고 하게 된다. 참사를 되돌아보면, 구조적 폭력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이 1990년대 후반 아시아 금융위기 때 주입한 신자유주의로 인해 한국에서 정규직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신자유주의로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는 매우 거칠어졌고 비인간적이 됐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생존만을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회의 해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정치인들이 사건 뒤 현장에 간 것을 두고 자신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꼬집었다. 전화 통화에서 그는 “이건 특정 정치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돈이 지배하는 시스템의 강요에 묶여 있는 사회에서는 자유롭고 현명한 정치행위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금의 자유민주주의체제 정치는 선거와 연출만 있고 알맹이는 없는 시뮬레이션만의 민주주의, 민주주의의 탈을 쓴 자본의 독재다. 이 포스트데모크라시적 상황은 다른 주요국들도 마찬가지다.”

한 교수는 여객선 타이타닉호 선장 에드워드 존 스미스처럼 승객을 먼저 구하고 가라앉는 배와 운명을 같이했던 기풍은 이젠 한국만이 아니라 다른 사회에서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2012년 침몰한 이탈리아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선장이 자기부터 탈출한 것도 우연이 아니며 “현대사회는 모든 이가 자기부터 생존하려는 ‘생존사회’”라고 지적했다. 그는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만든 독일 경제학자 알렉산더 뤼스토의 말을 인용해 신자유주의는 사회를 비인간적으로 만든다고 했다. “신자유주의는 인간을 소외시킨다. 이런 의미에서 세월호는 신자유주의의 소우주와 같다.”

한 교수는 현대사회가 신뢰를 상실한 채 투명성과 통제로 이를 대신하려 한다는 점도 짚었다. “투명성은 순응에 대한 강압을 낳고 지배 시스템 안정화에 기여한다”는 내용을 담은 <투명사회>(2012)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회를 안정화하고 구성원을 묶어주는 접착제인 신뢰가 없어지니 투명성과 통제에 기댄다는 것이다. 그는 “자기 이익만을 생각하고 공동체 의식이 희박해진 사회에서 부패가 생긴다. 투명성과 통제가 부패를 예방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공동체 의식과 신뢰를 회복할 수는 없다”고 적었다.

 

(한겨레신문 2014년 4월 30일 조기원 한승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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