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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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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백산(1573m) 정상.

서늘한 바람 맞으며 한여름 꽃바다로 달려가볼까

[매거진 esc] 여행
태백 함백산 만항재 야생화 군락지와 탄광촌 옛 역사 더듬어보는 철암 생활사박물관 탐방

7월말부터 여름꽃 깔리며
8월이면 꽃잔치 한창
매봉산 굽이치는 이랑으로
펼쳐진 고랭지 배추밭
일꾼들까지 그림같은 경관

태백시는 평균 해발고도가 600m를 넘는 고원도시다. 강원도 백두대간 자락 1000m 이상 고봉들 사이에 자리한 고장이다. 고도가 높으니 바람 잦고 서늘해, 한여름에도 아침저녁엔 긴팔옷이 필요할 정도다. “에어컨·선풍기 틀 일 별로 없고, 모기 물릴 일도 없고.” 주민들이 여름마다 한목소리로 쏟아내는 자랑이다.

이렇게 시원한 고원도시에 이르러, 다시 한번 산 위로 올라서면 어떨까. 두말할 나위 없다. 더욱 서늘한 풍경들이 기다린다. 쉬익 쉭, 쉭, 소리마저 서늘한 거대한 풍력발전기들이 늘어선 능선을 따라, 초록 이랑들이 굽이치는 ‘높고 차가운 곳’(고랭지)의 배추밭 풍경, 그리고 바람 거센 고갯마루 숲길에 형형색색으로 펼쳐진 야생화밭 풍경을 만나러 가는 여정이다. 태백에 시원한 곳만 있는 건 아니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곳도 있다. 최근 안전사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찾는 이들이 부쩍 늘어난, 안전체험 테마파크 ‘365세이프타운’이다. 탄광촌 생활사박물관인 ‘철암탄광역사촌’을 찾는 발길도 뜨겁다.

기린초(왼쪽)와 둥근이질풀.

여름 야생화 깔리기 시작한 함백산 만항재

함백산(1573m) 자락 만항재(늦은목이재·늦목재·1330m)는 태백시와 정선군 고한읍, 영월군 상동읍이 맞물려 경계를 이루는 고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야생화로, 겨울엔 눈꽃·서리꽃으로 사철 꽃잔치를 벌이는 곳이다. 싸리재(두문동재)에서 금대봉·분주령·대덕산에 이르는 야생화 군락지와 함께 태백의 대표적 야생화 탐방 코스다.

만항재 고갯마루엔 지금 막 여름꽃들이 꽃대를 세워 크고 작은 꽃봉오리를 내밀기 시작했다. 고개 정상 낙엽송 숲에서부터 함백산 들머리 산자락까지, 봄부터 가을까지 자연산 꽃들이 쉴 새 없이 피고 지며 꽃다운 정원을 이룬다. ‘하늘숲정원’ ‘산상화원’ ‘바람길정원’ 등의 이름을 붙이고 탐방로를 조성했다. 태백시 숲해설가 김상구씨는 “7월20일 무렵부터 가지가지 여름꽃들이 깔리기 시작해 8월 말까지 꽃잔치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이르다고는 해도, 한두번 허리 굽혀 풀숲을 들여다보면 금세 알 수 있다. 그 예쁘고 씩씩한 것들이 곳곳에서 깨끗한 얼굴로 세상을 향해 고개 들고 있다는 걸. 보라색 종 모양의 잔대, 노란색 꽃들을 피워올린 산짚신나물, 연분홍 둥근이질풀 꽃, 새하얀 큰까치수염, 보라색 꽃봉오리를 밀어올린 일월비비추, 노란색 기린초, 주황색 물레나물까지 앙증맞고 여리고 우아한 꽃들이 총천연색 빛깔로 돋아나, 벌·나비며 꽃등에·노린재 들을 불러들여 이미 한세상을 펼치고 있다.

얼핏 보면 먼지가 뭉친 것처럼 지저분해 보이는 터리풀(흰색)이나 노루오줌(여린 분홍색)·숙은노루오줌(흰색)도 실은 매력 덩어리들이다. 사진을 찍어 확대해 보면, 이것들이 말로 전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운 무수한 꽃들의 집합체란 걸 알 수 있다. 산꿩의다리나 큰까치수염도 마찬가지다.

야생화들은 함백산 자락과 정상 부근에도 지천으로 피어난다. 태백선수촌 부근 도로 옆 주차장에 차를 대고, 차단기가 설치된 시멘트 포장 찻길을 따라 1시간 남짓(1.8㎞) 걸어 오르면 정상에 닿을 수 있다. 남한에서 여섯번째 높이의 함백산 정상에 서면, 남쪽의 태백산, 북쪽의 매봉산, 서쪽의 백운산·두위봉 등 높이 1400m 안팎의 고봉들이 펼쳐 보이는 녹색 수림의 바다가 이마는 서늘하게, 가슴은 후끈하게 만들어준다.

긴산꼬리풀과 검정넓적꽃등에.
철암탄광역사촌 철암천변의 손 흔드는 광부상. 건너편 이른바 까치발집 아래층에 아기를 업고 손 흔드는 아내상이 보인다.

매봉산 경사면의 고랭지배추밭 장관

이번엔 매봉산(1303m)으로 오른다. 백두대간에서 낙동정맥이 갈라져 나가는 지점이다. 삼수령(피재)에서 매봉산풍력단지 팻말 따라 잠시 차를 몰아 오르면 넓이가 110만㎡에 이른다는 고랭지 배추밭 단지에 이른다. 능선을 따라 도열한 거대한 풍력발전기들 아래 경사면으로 광활한 배추밭이 펼쳐진다. 굽이치는 초록 이랑들이 무수히 깔린 비탈밭과 그 사이로 아스라이 이어지는 농로들이 정말 근사한 경관을 만들어 보인다.

지금 배추밭에선 지난 6월 파종한 고랭지배추들이 한창 몸집을 키워가는 중이다. 김매고 약 치는 일꾼들이 곳곳에 깔렸는데, 중국말도 들리고 한국말도 들린다. 8월 말 수확 때까지 약 치고 잡초 뽑는 작업을 10여 차례나 되풀이해야 한다고 한다. 여행자들에겐 배추밭에 흩어진 일꾼들 모습까지 그림 같은 경관으로 다가온다. 시멘트 포장 농로길을 따라 차를 몰거나 걸어서 배추밭 일부를 둘러볼 수 있다.

조심할 것은 차로 둘러볼 경우, 진입로와 진출로를 잘 살펴야 한다는 점. 작업차량이 수시로 드나드는 비좁은 농로여서 교행이 어려운 곳이 많기 때문이다. 여행객을 위한 전망대가 두 곳 설치돼 있다. 오후엔 배추밭과 해를 마주 보게 되므로, 좀더 생생한 초록 배추밭 풍경을 보려면 오전 시간이 좋겠다. 삼수동 귀네미마을도 고랭지 배추밭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매봉산 풍력발전단지와 고랭지배추밭.

탄광 생활사박물관 철암탄광역사촌

철암동엔 우리나라 석탄산업 및 광원들의 빛과 그늘, 그리고 옛 탄광촌 거리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철암탄광역사촌이 있어 들러볼 만하다. 수많은 방들과 계단·복도로 미로처럼 얽힌 옛 상가건물들과, 한양다방·봉화식당·호남슈퍼 등 빛바래가는 간판들을 고스란히 보전해 두고 내부를 전시관으로 꾸민 곳이다.

철암천 물가에 세워진 이 상가 건물들을 하천 쪽에서 보면, 모두 물가 쪽으로 시멘트 기둥이나 철근 기둥을 세워 건물 규모를 늘린 것을 알 수 있다. 덧댄 기둥이 까치발을 닮았다 해서 까치발집으로 불리는 건물들이다.

한양다방으로 들어서면 각종 그림들과 설치미술들을 볼 수 있고, 철암지역산악회 간판이 걸린 2층으로 오르면 옛 광부들의 애환이 담긴 사진들을, 청우태권도장 2층으로 올라가면 옛 탄광촌의 술집 풍경 등 일탈 공간에서의 밤생활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경북식당 옆 비좁은 계단으로 내려서면 미로처럼 이어진 무수한 방들을 만나게 된다. 문화관광해설사는 페리카나 치킨 집에서 대기한다.

태백 365세이프타운 강원도소방학교의 불끄기 체험.

국내 최대 안전체험시설 365세이프타운

태백시가 지난해 장성동에 문을 연 365세이프타운은, 체험시설을 즐기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다양한 재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안전 주제의 종합 체험교육 시설이다. 전국에 있는 5개의 안전 관련 교육시설 중 최대 규모(95만376㎡)를 자랑한다. 가족 단위로 참가해 가상의 각종 재난 상황을 실감나게 즐기면서 위급 상황 발생 때 대처 능력을 학습할 수 있어, 최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입장료 어른 2만2000원, 중고생 2만원, 어린이 1만8000원.

365세이프타운은 크게 세 지구로 나뉜다. 산불체험관·설해체험관·풍수해체험관·지진체험관·대테러체험관 등으로 이뤄진 장성지구(한국청소년안전체험관), 곤돌라·지프라인·트리트랙 등을 갖춘 중앙지구(챌린지월드), 그리고 소방공무원 전문 교육시설이자 일반인 대상 화재 대처요령 실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철암지구(강원도소방학교) 등이다.

태백 365세이프타운(033-550-3101)은 여름방학을 맞아 청소년과 가족이 함께 안전체험을 할 수 있는 ‘1박2일 안전체험캠프’(청소년수련활동 인증 획득 캠프)를 2차례 운영한다. 참가 가족이 텐트 등 캠핑장비를 가져와야 한다. 7월26~27일, 8월2~3일. 1회당 청소년 및 가족 100명. 참가비 1인 3만원.

 

태백 여행정보

가는 길 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 타고 강릉 쪽으로 가다 원주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제천나들목에서 나가 38번 국도를 따라 영월·정선 거쳐 두문동재 터널 지나 태백시로 간다. 만항재는 정선 고한 상갈래삼거리에서 정암사 쪽으로 우회전해 올라간다.

먹을 곳 황지동 태백닭갈비의 국물 있는 닭갈비, 상장동 태성실비·배달실비식당의 한우생고기구이, 황지동 강산막국수의 돼지고기 수육, 황지동 초막고갈두의 생선찜·두부찜 등.

묵을 곳 황지연못 부근의 꿈모텔 등 황지동 골목에 모텔들이 몰려 있다.

여행 문의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033)550-2379, 365세이프타운 (033)550-3101

 

(한겨레 2014년 7월 17일 태백/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