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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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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 혁신과 진보가 만나려면

2019. 12. 24. 07:08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이원재 ㅣ LAB2050 대표혁신적 서비스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반응은 반복되고 있다. 처음 새로운 서비스가 나온다. 초기에는 혁신적 기업가들과 얼리어답터들이 환호한다. 그러고는 좀더 넓은 범위의 소비자층에서 호감을 표시하기 시작하다. 이 소비자층은 주로 젊고 구매력 높고 변화에 예민한 층이다. 즉 시장의 첨단에 서 있는 핵심 소비자층이다.환호가 커지면서 반발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혁신이 경계를 무너뜨리면 타격을 입게 될 기존 산업에서 나온다. 전망이 좋지 않고 위축되어가는 산업이라면 저항이 더 거세다. 기존의 규칙 안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생계 위협을 느끼면서 목숨을 걸고 싸운다. 다음에 지식인과 정책가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진다.혁신적 기업은 경계를 허물려고 시도한다. 편법 논란에 시달린다. 경계선을 벗어난 곳에서 소비자들은 매력을 느낀다. 여기서 새로운 가치도 나온다. 그러나 기존 사업자들은 지축이 흔들리는 듯한 위협을 느낀다. 경계가 허물어지면 존재 기반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진보는 주로 그 위협에 주목한다. ‘혁신은 좋지만 생존권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 ‘그 혁신은 진정한 혁신이 아니라 편법이다’ 등의 논의가 확산된다. 위협의 근원인 혁신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된다. 갈등이 증폭되면 법과 제도는 일단 보수적인 태도를 취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과정은 반복된다. 부동산 중개업에서, 교통서비스에서, 금융과 건강 서비스 등에서 이미 일어났고 일어날 일이다.꼭 이런 식이어야만 할까? 사회적 진보가 기술혁신, 산업 전환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진보와 혁신이 만날 수 있고 만나야 한다고 본다. 산업의 혁신을 수용할 때 진보가 가능하고, 진보적인 사회적 가치를 포용할 때 혁신이 융성했다고 역사는 알려준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혁신가들과 진보적 지식인들이 조금씩 기존의 생각을 허물고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우선 혁신가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생각이 있다. 첫째, 공동체 없이는 기업도 없다. 공기와 물과 바람이나 도로와 통신망뿐 아니라, 오랜 시간 연구와 교육을 통해 축적된 지식을 가진 사람이나 이에 바탕을 둔 기술까지도, 사실 사회 전체의 것이다. 기업은 공동체가 함께 만든 공유부를 사용하며 가치를 만들어낸다. 둘째, 혁신의 성공으로 생계를 잃는 사람들은 끝까지 함께 책임져야 한다. 강력한 사회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혁신은 그 자체로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셋째, 혁신의 결과로 만들어낸 가치는 최대한 공동체로 되돌려야 한다. 기본적으로 혁신 과정에서 생긴 피해자나 혁신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사람들을 위해 다시 써야 한다. 증세와 사회보장의 확대가 그 방법이다.진보가 받아들여야 하는 생각도 있다. 첫째, 영업권 보호는 사람들의 삶을 확고하게 지키지 못한다. 대형마트 영업 제한을 통해 경험했던 일이다. 동네 슈퍼와 구멍가게는 결국 거의 사라지고 편의점만 수혜자가 됐다. 신선식품 온라인 쇼핑이 확장되자 대형마트마저 위기에 빠지게 됐다. 소비자가 외면하는 영업권은 지켜도 지켜지지 않는다. 삶을 보장하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은 개인에 대한 사회보장이다. 둘째, 산업 전환 없이 고용은 보호되지 않는다. 과거 제조업 고용 위기를 맞았던 유럽과 미국 도시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신산업으로 전환을 이룬 곳만 경제도 고용도 새로운 균형을 찾았다.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보장 체제를 만들어가야 하며, 신산업으로 새롭게 나타나는 일의 형태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셋째, 국가가 길을 터주지 않고 신산업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국가의 역할이 시장의 갈등을 봉합하는 데 그쳐서는 곤란하다. 미래를 읽고 거기에 맞는 전환 로드맵을 제시하는 데까지 가야 한다.역설적으로, 시장 질서를 뒤흔드는 혁신이야말로 가치 있는 혁신이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며 더 나은 삶을 가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칙이 흔들리니 위협받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를 국가가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물론 그 혁신이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포함해서 말이다.가장 강력한 복지국가 위에서 유연한 산업 전환을 가능하게 했던 북유럽 모델에서 배울 점이 많다. 기업을 인정하고 혁신을 존중하면서도 세금은 확실하게 걷는 모델이다. 조건 없는 기본소득제와 같은 파격적 분배 실험을 가장 먼저 검토하는 곳이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갈등이 가장 낮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은 나라들이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20327.html#csidxc3a2777deb9c537a61164375c4f75a6

 

[세상읽기] 혁신과 진보가 만나려면 / 이원재

이원재 ㅣ LAB2050 대표 혁신적 서비스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반응은 반복되고 있다. 처음 새로운 서비스가 나온다. 초기에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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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9년 12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