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 “네 멋대로 행복하라,” 삼성출판사, 2007년
제목만을 보고는 심리 관련 책인가 생각을 했다. 하지만 첫 장을 펼치자마자 뉴욕에 대한 에세이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한 도시에 대해 이렇게 깊이 있게 얘기할 수 있구나’ 감탄하면서 책을 읽었다. 뉴욕 여행에 대한 책이 아니라, 뉴욕이라는 도시에 살면서 그 내면을 들여다보는 책이라니. ‘아, 이렇게도 책을 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이게 바로 진정한 의미의 여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관광객으로서 뉴욕의 겉모습을 보면서 잠깐 스쳐가는 것은 여행이 아니라 관광이고, 뉴욕이라는 도시에 머물면서 그 내면을 들여다보는 게 진짜 여행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사실 오래 전 미국 유학을 할 때 뉴욕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30년도 더 된 오래 전에 말이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보고, 뉴욕에 사는 친구를 방문한 것도 기억이 남지만, 무엇보다도 길가에 세워둔 차 트렁크 안에 있던 짐을 모두 도둑맞았던 나쁜 기억이 뉴욕에 대한 인상으로 깊이 새겨져 있다. 뉴욕은 위험한 곳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뉴욕이 더 이상 위험한 도시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뉴욕에 사는 사람들, 자칭 뉴요커들은 뉴욕이 세계 제1의 도시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책에서는 한국인은 물론이고 뉴욕에 살고 있는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실려 있다. 그들이 한목소리로 하는 말은 ‘뉴욕은 경쟁이 치열하고 렌트비 등 물가가 비싸지만, 어느 도시보다 개방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도시’라고 칭송(?)하고 있다. 미국을 일컫는 말 ‘melting pot’의 전형이 바로 뉴욕이라는 얘기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그냥 하면 되는 곳, 다른 사람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곳, 세계의 다양한 문화가 집결된 곳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자본주의와 개인주의의 정점을 이루는 곳이 바로 뉴욕이라는 얘기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젊었다면 뉴욕에서의 삶에 도전해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사양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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