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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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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8 기술과 감성의 융합

기술과 감성의 융합

2009. 12. 8. 12:25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융합은 다른 기술들 또는 학문 분야들 사이에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전혀 별개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되는 기술과 감성의 융합에 의해서도 일어난다. 사실 기술과 감성의 융합은 이미 우리가 익히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요즘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디자인이 기술과 감성 융합의 모습이다. 다만 최근 들어 디자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것은 기술과 감성 모두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기술이 중요해진 이유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제 기술은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기술이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물론 과학 문명에 회의를 느끼고 자연주의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자동차가 없는 세상, 전기가 없는 세상, 컴퓨터가 없는 세상은 이제 상상할 수도 없는 정도가 되었다. 요즘에는 아이들이 핸드폰이 손에 없으면 불안 증세를 보이는 정도가 되었다니 기술이 어느 정도 우리 생활에 들어와 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긴 평범한 나도 핸드폰을 집에 두고 어딜 가는 날에는 어딘가 불안한 마음이 드는 정도이니 핸드폰과 함께 자란 아이들의 경우야 당연한 현상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앞으로는 입는 컴퓨터가 나오고, 가상현실이 일상화 되면 기술이 없는 세상은 더욱 더 상상할 수도 없게 될 것이다.

감성이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는 시대적인 변화에 의한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대적인 변화란 우리 사회가 산업 사회에서 지식 사회를 거쳐 이제 감성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감성 사회의 특성은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지식이나 정보를 넘어 감성을 중요시 한다는 점이다. 지식 사회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여러 가지 정보를 종합해서 결정을 했다. 하지만 지식 사회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지식이 너무 넘쳐나게 되었다. 그런데 인간의 특성 상 넷(4) 내지 다섯(5) 가지 이상의 정보가 주어지면 더 이상 정보를 통해 판단을 하는 게 힘들어지고, 전체를 뭉뚱그린 직감, 즉 감성에 의해 선택을 하게 된다. 그래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전체적인 이미지, 즉 브랜드가 선택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마케팅 이론에서는 소비자들은 대개 감성으로 물건을 사고, 나중에 이성으로 이를 합리화한다고 말한다.

제품이나 서비스 선택에 있어서 감성적인 요인, 즉 브랜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가장 극적으로 나타내주는 것이 바로 광고 분야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자동차를 광고할 때 주로 광고하는 내용은 ‘고장이 없다’거나 ‘연비가 높다’거나 하는 실용적인(?) 정보 전달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내용으로 자동차 광고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요즘은 그 자동차를 타면 사막도 달리고, 거친 파도도 뚫고 나갈 수 있다거나, 자동차에 탄 사람이 멋진 미남이나 예쁜 미녀가 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그리고 실제 자동차를 고르는 기준도 ‘고장이 없다’거나 ‘연비가 높다’는 등의 실용적인 정보가 아니라, ‘뒤태가 잘 빠졌다’거나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는 차’라는 감성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디지털 카메라의 경우 화소수가 어느 정도 수준을 넘어가면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은 화소수보다는 디자인이나 유행선도 능력 등에 좌우되게 된다고 한다. 기술적인 요인도 중요하지만 감성적인 요인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또 다른 예로 요즘 가전제품은 성능도 중요하지만 색상이나 다른 가구들과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 하는 디자인이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서 백색가전이라 불릴 정도로 흰색 일변도였던 냉장고, TV 등은 다양한 색깔을 갖기 시작했고, 디자인도 다른 가구들과 어울리는 스타일로 바뀌고 있다. 더구나 와인 냉장고나 화장품용 냉장고의 경우에는 제품에 맞도록 우아하게 디자인되고 있는 추세다. 에어컨의 경우에는 천장에 매립하는 형태의 디자인도 선보이고 있다.

최근 가전제품의 가격이 디자인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42인치 PDP TV의 경우 국내 판매 가격이 소니 제품은 1천3백만 원인데 비해 한국산은 7백만 원으로 큰 차이가 나고 있는데, 이는 디자인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판단되고 있다(<기술과 감성의 융합 시대> 보고서, 삼성경제연구소). 이는 TV의 경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전자 제품에 해당되는 한국의 문제점이다. 즉 한국의 전자제품은 기술에서는 뛰어나지만, 디자인에서 뒤쳐져서 제대로 대접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기술혁신에는 성공하더라도 감성이 들어간 제품으로 만들지 못하면 경쟁에서 탈락하는 최근 세계 시장의 트렌드를 감안할 때 이는 심각한 문제로 판단된다. 한국 기업들이 진정한 세계 최강이 되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 개발에도 힘써야 하겠지만, 브랜드 등 감성에 투자하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소니의 경우에는 기존의 PC(개인용 컴퓨터) 제품들이 ‘감성’을 도외시한 제품이란 점에 유의하여, ‘소유가 즐겁고 사용이 즐거운 PC’라는 컨셉을 PC에 적용해서 색상과 로고, 휴대감, 디자인 등이 뛰어난 감성 노트북 PC <VAIO>를 출시해서 대히트를 쳤다는 사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형적인 기술 위주 제품인 자동차에도 감성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2002년에 취임한 아우디자동차의 빈터곤 회장은 ‘자동차는 느낌’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면서 감성적인 요소를 자동차에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BMW도 자동차의 냄새를 중화시키는 연구를 하고 그 결과를 신차에 적용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단순 통화 기능을 넘어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는 핸드폰의 경우에는 디자인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초기에는 ‘초콜릿 폰’ 등으로 핸드폰의 색상을 바꾸거나 폴더 형, 슬라이드 형 등으로 바뀌는 정도였으나, 여러 기능들이 추가되면서 그 기능들에 맞게 핸드폰을 디자인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예를 들어 TV를 보기 위해서는 TV 화면에 맞게 가로의 길이가 길도록 화면을 돌릴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고, 게임에 맞게 자판을 배열 하는 등의 노력은 이제 당연한 게 되었다. 요즘은 모바일 인터넷 기능, SNS(Social Network Service) 기능 등이 추가되면서 햅틱 기능에 의해 화면상에서 입력이 가능하도록 디자인이 바뀌었다. 앞으로 유비쿼터스가 일반화되면서 핸드폰으로 모든 가전기기를 기능하도록 바뀌게 되면 그에 맞도록 핸드폰도 디자인이 바뀔 것이다.

융합을 이용한 디자인에 의해 이미 레드오션으로 바뀐 제품들이 다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경우도 있다. 이제 휴대용 컴퓨터 메모리인 USB는 너무나 흔한 레드오션 제품이다. 그런데 USB를 지니고 다니는 것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그냥 주머니에 넣고 다니자니 불안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악서서리 내지 쥬얼리 개념을 융합하여 휴대하고 다니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만드는 아이디어를 낸 회사가 있다. 국내의 한 회사에서 이런 개념의 USB 제품을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는데, 메탈 소재의 USB 본체에 20개 내지 84개의 크리스털이 박혀 있어 명품 쥬얼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이 회사에서 출시하고 있는 USB 제품들은 기본적으로 체인 식 휴대폰 고리로 이용할 수 있으며, 소비자의 선택에 따라 목걸이, 귀고리, 팔찌, 가방액세서리 등 다양한 패션 아이템으로 연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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