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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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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자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2017. 1. 24. 07:00 | Posted by 행복 기술자

부동산 투자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들이 다른 세대들에 비해 그나마 부를 가장 많이 축적할 수 있었던 데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열심히 노력한 덕도 있었지만, 부동산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 기여한 바가 더 컸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화에 의해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소득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그 소득에 빚까지 보태서 투자한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부를 축적하게 되었다. 몇 차례 부동산 파동이 있었지만, 지속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부동산에 투자하면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까지 생겨났다. 부동산, 특히 아파트 가격이 오를 요인이 없어진 최근에도 아파트 분양 열기가 식지 않고 있는 이유도 이런 과거의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이제는 부동산에 투자하면 무조건 돈을 버는 시대가 지났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에는 부동산 가격이 등락을 거듭하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요인이 있었다. 따라서 부동산을 사두고 기다리기만 하면 대부분 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주택 보급률이 100퍼센트를 넘고, 인구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고,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여력이 없어졌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부동산에 투자하면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부동산 투자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야 한다. 부동산 투자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 과거의 부동산 불패 신화를 믿고 투자를 하게 될 경우 큰 낭패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부동산 투자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첫 번째로 부동산의 종류와 지역별 가격 차별화가 심해질 것이다. 지금도 서울과 지방의 아파트 가격 차이가 많이 나지만, 앞으로는 그 정도가 더 심해질 것이다. 부동산 가격의 하락 내지 안정화와 인구 감소에 의해 신도시에 나갔던 사람들이 도심으로 회귀하면서 도심의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고, 신도시 부동산 가격은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에도 동경 도심은 금융, 벤처, 법률 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몰려들면서 부동산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반면에 신도시 아파트 가격은 절반 이하로 폭락하고 있는 현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이라도 단순히 강북과 강남의 차이 정도가 아니라 도심과 주변, 도심도 위치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와 더불어 지금도 벌써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지만, 아파트의 경우에 대형 평수와 소형 평수의 가격 상승 폭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1인 가구의 증가에 의한 소규모 원룸 주택의 수요 증가, 대형 평수의 수요 감소 등은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두 번째는 아파트 등 주택이 소유를 통한 부의 증식 수단에서 거주의 목적으로 바뀔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주택을 소유하기보다는 임대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될 것이다. 앞으로 주택 가격이 안정화 내지 하락하면서 재산 증식 수단보다는 거주를 위한 수단이라는 원래 목적을 되찾게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소득에 비해 주택 가격이 너무 높아져서 저축을 통해 젊은 세대들이 주택을 구입하는 게 힘들어지면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또 소득이 높은 전문 직종 종사자들은 주택 소유보다는 임대를 하면서 생활의 자유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이 1부부 1~2자녀 현상이 심해지면서 나중에 부모로부터 집을 유산으로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아 굳이 무리하면서 주택을 구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이런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세 번째로는 부동산 투자는 주로 임대 사업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주택은 거주를 위해 소유하고, 여윳돈이 있는 경우에만 별도의 부동산에 투자하여 수익을 올리는 전문 투자의 시대가 올 것이다. 예를 들면 도심의 고소득 전문 직종을 겨냥한 고급 소규모 주상복합 건물에 투자하여 높은 임대 소득을 올리는 사업이 유망할 수도 있다. 이와 더불어 전세가 대세를 이루던 임대 시장은 월세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다. 왜냐하면 전세를 끼고 구입한 아파트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얻는 수익이 이자 비용보다 낮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부동산 임대 소득자인 베이비붐 세대들이 낮은 이자율 때문에 월세를 선호하게 되면서 전세는 사라지고 월세가 대세를 이루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도 전세 제도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던 각종 제도들을 월세 제도에 맞게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월세소득을 원하는 소규모 투자자들을 위한 임대사업법 정비, 월세 미납 시 주택 임대인과 임차인의 분쟁의 효율적인 조정 제도 정비 등이 필요하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 현황은 단순히 가격이 하락하는 침체기가 아니라 부동산 투자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는 전환기임을 명심해야 한다.

 

[에너지경제 2017년 1월 11일 게재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