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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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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내년 부동산시장 침체된다

2016. 12. 13. 12:09 | Posted by 행복 기술자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예측하기는 참 어렵다. 객관적인 지표로만 본다면 한국은 안정 내지 하락의 길을 가야 하는데, 여전히 상승 국면을 이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몇 년 전부터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조만간 하락의 길을 갈 것이니 투자를 삼가라는 말을 해왔다. 그런 내 조언은 무색해졌고, 졸지에 나는 ‘양치기 소년’이 됐다. 하지만 내년 이후에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 본다. 그 예측의 합리성을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적정 수준인가?’라는 문제로 따져 본다.

한 국가의 부동산 가격이 적정한 수준으로 형성돼 있는가 하는 문제는 상당히 따지기가 힘들다. 공산품은 제조 원가를 기준으로 적정 가격을 산정할 수 있지만, 부동산은 제조 원가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간척을 하거나, 산비탈을 깎아 대지를 조성한 경우 등에는 조성 원가가 들어가지만, 부동산 가격이 그런 조성 원가에 의해 결정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은 그 부동산이 창출할 수 있는 가치를 기준으로 산정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그 부동산이 어느 정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있는지가 불분명하다는데 있다. 특히 오늘날에는 부동산 자체의 수익성보다는 미래의 투자가치에 의해 부동산 가격이 결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즉 부동산 자체의 이용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 부동산의 가격이 오름으로 인해 벌 수 있는 수익이 얼마인가에 의해 부동산 가격이 결정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이처럼 부동산 원래 사용가치에 더해 미래의 가격 상승 예측치, 즉 버블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부동산 가격이 적정한가에 대해 판정하는 기준으로는 GDP 대비 지가 총액의 비율이 활용된다. 정확한 공식이 없지만, 선진국 등 땅값이 비교적 안정된 국가들을 보면 지가 총액이 GDP와 거의 비슷한 수치다.  

즉 GDP 대비 지가 총액이 1에 가깝다. 그럼 한국은 어떤가? 2015년 기준 한국의 공시지가 총액은 4510조원이다. 일반적으로 실제 시가가 공시지가의 60퍼센트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지가 총액은 7517조원으로 예측된다. 2015년 한국 GDP는 1559조 원이니까 GDP 대비 지가 총액 비율은 4.8배다. 이 수치를 보면 한국의 부동산 가격에는 상당한 거품이 끼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일본은 부동산 거품이 한창이던 1990년대 초에 지가 총액이 GDP 대비 5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현재는 3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미뤄봐도 한국의 부동산 가격 수준은 너무 높은 편이다. 지가 총액이 아닌 주택 시가 총액을 기준으로 보면 2015년 말 기준 한국 주택 시가총액은 3519조5000억원으로 GDP 대비 2.26배 수준이다. 미국(1.4배), 일본(1.8배), 캐나다(2.0배)에 비해 다소 높지만 이탈리아(3.7배), 호주(3.5배), 프랑스(3.1배), 유로지역(2.7배)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긴 하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적정 수준인지를 판단하는 또 하나의 기준으로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을 비교해 보도록 하겠다. 유엔은 PIR의 적정 수준을 3~5배, 즉 집값이 연간 소득의 3~5배가 적절하다고 권고한다. 한국의 PIR은 전국 기준으로는 2006년 6.5배로 정점을 찍은 뒤 현재까지 5배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 기준으로 보면 2006년에 11배, 2016년에 9배를 기록해 유엔 권고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 수치는 세계 주요 도시 뉴욕(7.0), 도쿄(5.8), 런던(6.9)과 비교해도 아주 높은 수준이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너무 높다는 점은 타국과 비교해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의 땅을 전부 팔면 한국 땅 면적의 100배인 캐나다를 여섯 번 살 수 있고, 한국 땅 면적의 5배인 프랑스를 아홉 번 살 수 있으며, 세계 최강 미국 땅을 절반이나 살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이 이들 국가에 비해 인구는 많고 국토가 좁다는 특성이 있지만, 그래도 부동산 가격이 높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판단된다. 

 

[에너지경제신문 2016년 12월 7일 게재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