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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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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로부터 1400광년가량 떨어진 백조자리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외계행성 ‘케플러-452b’가 발견됐다. 사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달 23일 공개한 이 행성의 상상도(오른쪽)와 지구의 모습. 나사(NASA) 제공

지구로부터 1400광년가량 떨어진 백조자리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외계행성 ‘케플러-452b’가 발견됐다. 사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달 23일 공개한 이 행성의 상상도(오른쪽)와 지구의 모습. 나사(NASA) 제공

 

외계문명을 찾아라

▶ 최근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이 발견돼 화제가 됐습니다. 지구와 비슷하다면, 이곳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 만약 단세포 생물에서부터 인류와 같은 고등 생명체로의 진화 과정이 우주의 섭리라면, 이곳에 인류처럼 지적인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2040년쯤 외계 지적생명체를 찾아온 그간의 노력이 일말의 결실을 얻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외계문명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그들도 우리처럼 우리를 찾고 있을까요?

어떤 별이 있다고 하자. 그 별에 너무 가까우면 너무 뜨거워서 행성 표면의 물이 모두 증발한다. 너무 멀면 표면이 얼음으로 뒤덮인다. 행성 표면에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을 정도로 별과 떨어진 지역을 생명체의 ‘서식가능지역’이라고 부른다. 태양계에서는 지구가 태양계의 서식가능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필요조건을 충족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5년 뒤엔 우리의 미래와 조우할까

케플러-452b는 최근에 발견된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이다. 지구보다 60% 정도 크고 5배 정도 무거워서 ‘슈퍼지구’라고 부른다. 태양과 비슷한 별 주위를 385일 주기로 공전하고 있는데, 지구처럼 표면이 딱딱한 암석으로 이뤄졌으리라 추정된다. 케플러-452b도 서식가능지역 안에 존재한다. 태양과 비슷한 별 주위를 지구와 비슷한 공전주기로 돌고 있는 서식가능지역 안에 존재하는 표면이 딱딱한 슈퍼지구. 지구와 자연환경 조건이 비슷한 케플러-452b에 눈길이 가는 이유 중 하나는 그곳에 생명체가 살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자연환경 조건이 비슷하다면 비슷한 생명체가 존재할 개연성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진화의 과정도 필연이라면 지적 능력을 갖춘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외계 지적생명체의 존재를 찾아보고 싶은 것이다. 케플러-452b는 지구와 비슷한 정도를 표시하는 ‘유사지구지수’에서 6번째로 높은 0.83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지구의 값은 1이다. 현재 지수가 가장 높은 외계행성은 0.88을 기록하는 케플러-438b이다. 지난 몇년 동안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외계행성을 관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은하 안에 존재하는 유사지구의 수를 추정해보면 놀라운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 50억~500억개 정도의 유사지구가 존재할 것이라는 통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갖춘 행성이 굉장히 흔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지구 생명체와 비슷한 생명이 이들 외계행성에 존재할 개연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중 일부에서는 우리처럼 지적 능력을 갖춘 외계 지적생명체가 존재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유사지구 중 어느 곳에도 외계 지적생명체가 살고 있지 않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놀라운 결과다. 우리 은하 내에는 수많은 외계 지적생명체가 존재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이해한다.

문제는 어떻게 외계 지적생명체의 존재를 관측해서 확인할 것인지다. 직접 외계행성으로 우주탐사 로켓을 보내서 확인해보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케플러-452b까지의 거리는 1400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데 얼마 전 명왕성을 지나간 뉴호라이즌스호의 속도로 날아가더라도 이 행성에 도달하는 데는 2600만년이 걸린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외계행성까지의 거리도 4광년이 넘는다. 몇만년은 날아가야 하는 거리다. 결국 현재 우리의 과학기술 능력으로는 다른 외계행성에 직접 가서 탐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학자들은 ‘지구’를 표본으로 삼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외계 지적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방법을 고안했다. 지구는 스스로 빛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태양의 빛을 반사해서 그 존재를 드러낸다. 빛의 일종인 전파의 영역에서도 지구는 태양의 전파를 반사한다. 외계인 천문학자가 200년 전에 지구를 관측했다고 생각해보자. 전파망원경으로 지구를 관측한다면 태양 전파를 반사한 형태의 자연적으로 발생한 전파 신호를 지구로부터 포착했을 것이다. 그들이 지금 지구를 다시 관측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사이 지구에서 인공적인 전파신호를 만들어내는 기기들이 발명되었다. 라디오, 텔레비전 그리고 휴대폰 등이 대표적인 인공전파 발생 장치다. 외계인 천문학자는 지구로부터 나오는 전파신호 중 자연적인 신호가 아닌 과학기술문명의 발달에 따른 전파기기들로부터 생성된 인공적인 전파신호가 있음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리고 몇가지 추론을 거쳐 지구에 지적 능력을 갖춘 생명체가 존재해서 과학기술문명을 건설했고 그 결과 인공적인 전파신호를 만들어냈을 것이라는 추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결론을 내린다. 지구에 외계 지적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마찬가지로 우리도 전파망원경을 사용해서 외계 지적생명체가 만들어냈을 인공적인 전파신호를 찾는 작업을 통해 그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전략이 지난 50여년 동안 외계 지적생명체 탐색(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SETI·세티) 프로젝트의 주된 전략이었다. 과학자들은 현재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밝혀낸 유사지구의 수와 이들을 주된 관측 대상으로 삼고 있는 세티 관측에 사용하고 있는 전파망원경의 관측 시간 등을 바탕으로 추론한 결과 2040년쯤 외계 지적생명체의 인공전파신호를 하나 정도 포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한다.

지구와 비슷한 행성 케플러-452b
은하계 ‘유사지구’ 무려 500억개
그곳엔 생명체가 살지도 모른다
외계지적생명체 없다면 더 이상해
하지만 직접 가서 탐사 못한다

그들이 만든 인공전파 찾는 작업
2040년쯤 하나 정도 포착할 듯
핵무기로 전쟁했다면 찾기 쉬워
죽은 문명 찾는 아이러니 빠질까
인류 문명의 미래와 만날 수도

2008년 9월 제주도에 설치된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의 21m 전파망원경. 외계 생명체 추적에 전파망원경이 쓰인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2008년 9월 제주도에 설치된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의 21m 전파망원경. 외계 생명체 추적에 전파망원경이 쓰인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핵무기 폭발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

외계 지적생명체가 반드시 지구인과 비슷하다는 보장이 있을까. 당연히 모든 외계 지적생명체가 지구인과 비슷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흔적을 찾을 방법론은 고사하고 그들이 어떤 존재양식을 갖추고 있는지조차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가 지구와 유사한 환경 조건에 사는 외계 지적생명체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연환경 조건이 비슷하다면 비슷한 형태의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더 클 것이라는 생각이 그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에 존재하는 유일한 생명체는 지구 생명체다. 선택의 여지 없이 우선은 지구 생명체를 표본으로 삼아서 외계생명체 탐색에 나설 수밖에 없다. 외계 지적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작업은 주로 전파망원경을 사용한 세티 프로젝트가 주도했지만 다른 방식으로 관측을 할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역시 지구를 표본으로 삼아 지구의 과학기술문명의 결과로부터 외계 지적생명체의 흔적을 추적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현재 지구에는 수많은 핵무기가 존재하고 있는데, 러시아와 미국이 대부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냉전시대를 지난 현재 시점에서 전면적인 핵전쟁의 위험이 다소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로 종교분쟁을 바탕으로 한 국지전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이들 전쟁에 강대국들의 개입 또한 계속된다. 언제 핵전쟁의 뇌관이 터질지 모르는 위기 상황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지속되는 것이다. 우리와 비슷하거나 좀더 앞선 과학기술문명을 갖춘 외계 지적생명체라면 우리처럼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핵무기를 개발했을 개연성이 높다. 외계 지적생명체가 건설한 외계문명권에 살고 있는 외계인들도 다양한 정치경제 체제를 갖췄을 것이다. 우리처럼 냉전시대의 위기를 벗어나서 국지전 형태의 전쟁을 치르면서 아슬아슬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외계문명도 있을 것이다. 좀더 평화로운 형태의 문명을 유지하고 있을 수도 있다. 전면적인 핵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는 비극적인 문명도 존재할 수 있다.

만약 어떤 외계행성에서 전면적인 핵전쟁이 발발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과학자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핵무기가 전면전의 형태로 사용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현상들에 대해서 계산을 하고 추론을 해봤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핵무기를 지구 정도 크기의 행성 곳곳에 골고루 나누어서 폭발시켰을 때 일어나는 현상을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지구상 핵무기의 대부분이 북반구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주로 북반구에서 핵무기가 폭발했을 경우를 반영한 계산도 가능할 것이다. 핵무기의 수를 좀 늘릴 수도 있을 것이다. 행성의 대기 조건을 바꾸면서 계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뒤 시뮬레이션 결과에 나타나는 징후들을 정리하고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에서 실제로 그런 흔적이 발견되는지 찾아보면 될 것이다.

감마선 폭발로 감지해 거리 관측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의 덩컨 포건 박사 연구팀이 최근에 실제로 이런 연구를 수행했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핵무기를 바탕으로 문명파괴 계산을 수행했다. 지구와 비슷한 대기를 갖고 있는 지구 정도 규모의 행성에서 전면적인 핵전쟁이 일어났다고 하자. 그 결과 많은 생명들이 죽어갈 것이고 행성의 환경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외부에서 인지할 수 있는 전면적인 핵무기 폭발의 즉각적인 징후는 감마선 폭발일 것이다. 천체현상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 중 하나가 감마선 폭발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극한 상황에서의 천체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핵전쟁에 의한 인위적인 감마선 폭발의 실제 에너지는 천체에서 발생한 것에 비해서 그 에너지가 아주 약할 것이다. 하지만 지구에는 비슷하게 관측될 수 있다. 아주 강력한 자연적인 감마선 폭발의 원인이 되는 천체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고 외계행성에 일어나는 핵전쟁에 의한 감마선 폭발은 위력이 그에 비해 크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관측되는 감마선 폭발 현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연적인 감마선 폭발에서 나온 신호와 핵전쟁에 의한 폭발 신호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 포건 박사의 제안이다. 감마선 폭발 현상이 발생한 천체까지의 거리를 관측하면 된다는 것이다. 어떤 형태로 어느 정도 에너지를 발산할 것인지에 대한 계산 결과가 포건 박사 연구팀의 논문에 실려 있다. 감마선 폭발뿐 아니라 핵전쟁 이후에 오랜 시간 동안 계속 진행될 외계행성의 대기 변화를 관측하면 자연적인 기후 변화와 구분되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마선 폭발 현상을 체계적으로 조사한다면 외계문명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를 확인한 순간 우리는 그들이 스스로 건설한 문명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동시에 받아들여야 하는 아이러니에 빠져버릴 것이다. 외계 지적생명체를 탐색하는 것이 단지 우주 속 생명에 대한 지구인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려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 같은 지적생명체의 미래에 대해 궁금해하는지도 모른다. 외계문명의 모습이 인공전파신호를 통해서 확인되든, 자기파괴적 모습으로 다가오든 간에 그것으로부터 우리 인류 문명의 미래에 대한 지혜와 혜안을 얻으려는 몸부림인지도 모를 일이다.

 

(한겨레 2015년 8월 15일 이명현 과학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