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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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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임실군 덕치면 일중리의 회문산 자락에 있는 작은 언덕에 올라서면 예쁘게 단장한 초등학교가 모습을 드러낸다. 거기에 매달린 파란색 입간판에는 ‘섬진강 참 좋은 학교 덕치초등학교’라고 적혀 있다.

이 학교는 섬진강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김용택 씨가 지난 2008년까지 재직한 시골 학교로 유명하다. 학교 규모가 작아서 흔히 분교로 생각하기 쉽지만, 덕치초등학교는 무려 7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어엿한 공립 초등학교 본교이다.

이 작은 시골 학교가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명성 덕분이 아니라 도시 학생들이 전학 오는 학교로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은 2006년 ‘섬진강 참 좋은 학교’란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 봄에 직접 심어놓은 감자를 수확하고 있는 덕치초 학생들.  ⓒ덕치초등학교

 

2006년 3월 임실교육청은 덕치초등학교를 시범학교로 선정해 예체능 위주의 방과후수업을 국·영·수 등의 주요과목 중심으로 바꿨다. 방과후수업의 일종인 보육교실을 운영해 담임교사로 하여금 국·영·수를 집중적으로 가르치게 하고, 결혼 이민을 온 필리핀 여성을 고용해 학생들과 영어 대화를 나누도록 했다.

또 지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덕치초를 미래 교육 현장으로 만들기 위해 도시 학생들이 전학 와서 공부하도록 하는 ‘산촌 유학’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자연 환경을 배경으로 한 생태교육과 도시 못지않은 국·영·수 중심의 보육교실 운영으로 도시 학생을 사로잡은 덕치초는 ‘섬진강 산골마을 문화학당’을 개설해 산골 학교만의 특색있는 문화예술 교육의 장을 열기도 했다.

200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 소외지역 생활친화적 문화공간 조성사업’과 전북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철거하려고 했던 낡은 강당 한 칸을 학당으로 만든 것. 이 학당은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을 참여시켜 덕수초 재학생은 물론 농사일에 바쁜 학부모들까지 학교로 끌어들이는 성과를 거두었다.

군청에서 학부모 숙소 건립해

이런 노력으로 인해 덕치초가 소속된 임실교육청은 2008년 10월 초등학교 6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선정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 전북 농업기술원에서 나온 전문가로부터 농촌 이해교육을 받고 있다.  ⓒ덕치초등학교

 

덕치초가 이처럼 농촌 유학 명소로 이름을 떨치자 지난해 임실군이 나서서 도시 학생을 위한 ‘농촌 유학생 및 학부모 숙소’를 건립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서울·부산·전주 등 타지의 14가구 23명의 학생들이 덕치초등학교로의 전학 의사를 밝히자 임실군이 1억2천만원을 투자해 7평형 원룸 3세대를 건립한 것.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싶은 부모들을 위해서 지은 그 숙소는 학교 숲속 언덕 위에 그림처럼 예쁘게 자리 잡고 있다.

이제 도시 학생들의 농어촌 유학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임실군 신평면에 위치한 대리초등학교의 경우 2009년 신입생이 끊겨 재학생이 17명으로 줄었으나 도시 유학생을 유치하면서 올해는 재학생이 74명으로 늘었다. 이 마을에 들어선 유학센터에는 16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아이들 때문에 아예 귀촌한 가정도 10가구나 된다.

정읍시 칠보면에 있는 수곡초등학교는 작년까지 도농교류학습 차원으로 농가에 체류하면서 1개월 동안 학교에 다니는 ‘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다가 올해부터는 아예 전학을 와서 한 학기 동안 공부하는 농촌유학 프로그램으로 변경했다.

수곡초는 2006년 전국 혁신학교 장려상을 수상한 이래 2011년 대한민국 좋은학교 선정, 2012년 전국 100대 학교문화선도 우수학교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친환경 아토피예방학교, 농촌유학 우수학교 등으로 이름을 날려 타 시도 교육청 관계자는 물론 연수를 오는 교직원 및 학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 초 농림수산식품부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 농어촌 유학시설은 24개소로서, 2007년 115명에 불과하던 농어촌 유학생이 2009년 183명, 2011년 302명으로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농어촌 유학 프로그램 운영 첫해인 2007년 4명에 불과하던 학생이 현재 13명으로 늘어난 경주 도리마을학교의 경우 전국에서 유학 문의를 받고 있지만 시설이 좁아 더 이상 수용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이다.

또 산촌유학센터를 운영하는 강원도 양양의 철딱서니학교는 처음부터 지자체가 센터를 지어줬으며 지금은 마을이장, 개발위원장, 교육청 공무원, 학교 책임자, 지자체 공무원 등이 양양산촌유학협의회라는 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 참여할 만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어촌 유학 활성화를 위해 2010년부터 매년 농어촌유학센터 2~7곳을 선정해 한 곳당 최대 3천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에는 울산 울주 소호산촌유학센터, 강원 양양 고마리작은학교, 강원 양구배꼽산촌유학센터, 전북 완주 고산산촌유학센터, 전북 임실 대리마을 농촌유학센터, 전남 곡성 참살이농촌유학센터, 경북 예천 시골살이아이들 등 7개소가 선정됐다.

전국 최초로 농촌유학 지원센터 개소

그런데 최근 전라북도가 전국 최초로 농촌유학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전라북도 농촌유학 지원센터’를 개소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도청 3층 교육법무과에 문을 연 지원센터는 전북 도내 농촌유학 민간 운영자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전라북도 농촌유학 홍보 및 상담, 정보 제공, 유학생 유치활동 등을 통해 유학 희망자들과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개소식에 참여한 김완주 전북 도지사는 “농촌 유학은 도시 아이들의 정서를 위해 수요가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죽어가는 시골학교와 농촌마을을 되살리는 최적의 대안이자 희망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다”며 지원센터를 열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와 더불어 전라북도는 7월과 8월에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해 전국 교육청을 대상으로 팸투어 및 설명회를 실시하는 등 농촌유학 마케팅에 돌입할 계획이다. 또 농·산촌의 소규모 시골학교를 중심으로 학사과정을 운영하고 지역 거점시설에서 방과후 생활을 책임지도하는 한편 주민들이 시골생활 체험 지원에 적극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전라북도는 시·군별 거점시설을 지정해 시·군 내 유학시설을 네트워크화하고 마을별로 시골학교-유학시설-마을주민 간 공동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1970년대부터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시작한 일본의 경우 각 지자체가 중심이 돼 현재 100군데가 넘는 곳에서 농촌유학을 운영하고 있으며, 농촌유학법· 농촌유학 보험제도까지 완비돼 있다.

 

(사이언스타임즈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2012년 7월 3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