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다이어트를 하고 싶은데, 왜 미친 듯이 먹고 마시고 싶은 걸까요. 저는 늘 이 점이 궁금했습니다. 날씬한 몸매를 원하면서, 갑자기 늘어난 체중에 허리와 무릎이 아파서 큰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에 대한 갈망은 줄어들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여기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미국의 행동 과학자 알렉산드라 로그 박사가 고당도·고지방·고칼로리에 중독된 사람들의 심리를 파헤친 책 『죽도록 먹고 마시는 심리학』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먹고 마시는 심리, 그것만 알아도 다이어트를 잘 할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노희경
⑬충동적으로 먹고 마시는 당신을 위한 실험 심리학
알렉산드라 로그 박사는 미 하버드대에서 실험 심리학 분야의 박사 학위를 받은 저명한 행동 과학자입니다. 뉴욕 공대 교수와 뉴욕시립대 부총장을 역임하고 130편 이상의 논문집을 냈고, 기초과학·응용과학을 심리학에 접목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심리학 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로그 박사는 뉴욕시립대에서 개설한 '먹고 마시는 심리학' 강의에 그 수를 감당하지 못할 만큼 수강생이 폭발적으로 몰려들어 아예 강의 내용을 책으로 출간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왜 음식을 먹고 싶어하고, 먹게 되는지 심리를 알면 다이어트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전제로 시작합니다. 결국 다이어트란 섭취량을 줄이는 데 그 성패가 갈리게 되는데, 먹는 심리를 알게 되면 음식을 너무 많이 먹는(혹은 거식증처럼 너무 먹지 않을 때도) 습관을 바꿔 섭취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심리 때문에 음식에 빠져들게 되는 걸까요.
#지금 느끼는 '배고픔'은 가짜일 확률이 높다
배고프단 생각을 못 하다가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는 고깃집이나 빵집 옆을 지나갈 때 갑자기 배가 심하게 고파진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로그 박사는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이 반드시 우리의 위·장에 음식이 없는 상태, 즉 진짜로 음식을 먹어야 하는 배고픈 상태가 아닐 확률이 높다고 전합니다. 누군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가 부엌으로 가서 식탁 위에 놓인 초코케이크를 먹는다고 가정할 때, 그를 움직이게 하는 건 TV 속의 케이크를 만드는 요리 쇼의 장면이나 케이크의 달콤한 냄새가 더 큰 영향을 줍니다. "맛있게 먹었던 과거의 기억 때문에 시각·후각의 자극에 저절로 침이 나오고, 췌장에선 인슐린이 분비되며, 인슐린은 혈당 수치를 낮춰 배고픔을 느끼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가짜 배고픔은 음식 냄새가 나는 곳에 오래 머문다거나 음식 사진이나 영상을 오래 보고 싶으면 저절로 사그라집니다. 우리 몸이 이런 신호가 음식 섭취와 연관이 없다고 판단하고 침, 인슐린 분비를 중단시켜 배고픔을 감소시키기 때문입니다.
추운 날씨도 음식을 먹고 싶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이 경우 만약 부엌이 섭씨 35도 안팎의 후덥지근한 날씨라면 케이크에 대한 식욕이 확 떨어집니다. 바꿔 말하면 체온(37도)을 유지하기 위해 기온이 그 이하로 내려가면 음식을 먹어 열을 발생시키려고 하고, 그보다 기온이 높으면 식욕이 저절로 떨어집니다.
#식사에 집중하면 다음번 먹는 양이 준다
여러분은 어떻게 식사를 하나요? 친구와 대화 삼매경에 빠져있거나, 휴대폰이나 책을 보지는 않나요. 이런 경우는 다음번 식사를 더 많이 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로그 박사는 여자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식사하는 동안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음식만을 즐긴 사람이 그 다음번 식사 때 음식을 덜 먹는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여자 대학원생들을 식사 동안 먹는 음식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하는 그룹, 식사하는 동안 음식 관련 신문기사를 읽은 그룹,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점심을 먹는 데만 집중한 그룹의 세 그룹으로 나눈 뒤 이들이 다음번 식사에서 얼마나 음식을 섭취하는지를 확인했습니다. 그 결과 세 번째 그룹인 식사에 집중한 대학원생들이 다음번 식사를 가장 적게 했다는 것입니다. 식사에 대한 기억이 식사 후에 먹는 섭취량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다른 일을 하느라 음식을 먹은 기억이 잘 안 나면 심리적으로 배고픔을 느끼게 돼 다음번 식사를 많이 하게 됩니다.
#충동적으로 음식을 먹지 않으려면 눈앞에서 음식을 치워라
우리는 왜 충동적으로 음식을 먹을까요. 계획했던 것만큼 식사량 조절을 할 수만 있다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일은 없을 텐데 말입니다. 로그 박사는 "먹고 마시는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자제력과 충동"이라고 말합니다. 자제력은 지금 즉시 작고 안 좋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나중에 더 크고 더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 충동은 그 반대이고요. 심리학자 스키너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유명한 실험이 이를 설명해줍니다. 어린아이에게 지금 먹으면 쿠키를 하나만 먹을 수 있고, 이를 참고 기다리면 3개를 먹을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하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는 실험입니다. 이때 바로 쿠키 한 개를 먹은 아이는 '충동'이 강한 아이이고, 기다린 아이는 '자제력'이 강한 아이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런 상황에 처하면 충동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게 로그 박사의 설명. 그만큼 눈앞에 있는 음식을 참기란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샐러드·호밀빵 같은 건강한 음식을 미리 먹어 충동적으로 초코케이크 같은 다이어트에 방해가 되는 음식을 먹지 않는 '사전 위탁 방안'을 선택하면 됩니다.
#우울할 때 탄수화물이 당기는 이유가 있다
기분이 나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갑자기 음식이 확 먹고 싶지 않나요. 특히 빵이나 과자, 떡볶이 같은 것 말입니다. 이것 또한 자연스러운 인간의 심리, 아니 뇌의 화학적인 작용이라고 합니다.
평소 우울한 경향이 있거나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들은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을 먹었을 때 우울 반응과 스트레스 반응이 줄어듭니다. 실제 실험 결과 탄수화물 식품을 먹고 난 후에 한 혈액 검사에서 단백질 식품을 섭취했을 때보다 '트립토판' 비율이 상당히 증가해 있었다고 합니다. 트립토판은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의 수치를 높이는 필수아미노산입니다. 트립토판이 많으면 세로토닌의 분비 역시 많아져 기분이 좋아지고 활력이 생깁니다.
매운 고추 역시 비슷한데요, 고추에 들어있는 캡사이신이 들어있는 음식은 덜 먹어도 배부른 느낌이 들고 또 얼얼한 느낌이 감각적인 자극과 체온을 높여 땀을 내게 해 시원한 느낌을 들게 한답니다. 이 두 가지를 결합하면 한국인이 사랑하는 '떡볶이'란 음식은 정말 우울함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최고의 음식인거죠.
글=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일러스트=노희경
[출처: 중앙일보 2019년 7월 13일] [오늘도 다이어트]다이어트는 하고 싶은데 또 미친 듯이 먹고 싶은…이 심리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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