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프랭크(메이), “아픈 몸을 살다,” 봄날의책, 2017년
이 책 <아픈 몸을 살다>는 저자인 아서 프랭크가 심장병과 암을 앓게 되면서 느낀 바를 서술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강하게 지내다가 갑자가 심장병으로 쓰러졌고, 심장병에서 회복될 때 쯤 느낀 통증을 검사하다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경우 이처럼 어떤 병을 앓게 되고, 그에 대한 치료 과정을 책으로 내는 경우에는 질병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데, 이 책 <아픈 몸을 살다>는 질병 자체보다는 질병을 앓으면서 느낀 점들을 털어놓는 에세이와 가깝다고 보여 진다. 그러니까 질병 자체에 대한 정보나 어떻게 치료를 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아니라, 질병의 진단부터 치료에 이르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자신의 심경과 주위와의 관계, 특히 의료진과의 관계에 대해 느꼈던 점을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사가 진단을 하면서 환자를 인간으로서 대하는 게 아니라, 의료 대상으로 대한다는 표현을 했다. “환자가 의학의 식민지가 되고 자기 드라마에서 관객이 되면서 아픈 사람은 자신을 잃는다. 몸의 느낌보다도 검사 결과에 따라서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것이 그 시작일 수 있다.” 여기서 환자를 의학의 식민지로 표현하는 것이 충격적이다. 의사들은 질병에 관심을 갖지만, 환자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어쩌면 그게 효율적인 현대 의학의 한 단면일 수도 있지만, 환자가 됐다고 해서 더 이상 인간 취급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을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절망의 나락에 빠졌을 때조차 그런 심경을 글로 써내려간 저자에게 존경의 마음이 절로 들었다.
암을 치료하는 과정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내가 건강하다는 사실에 대해 감사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더 하게 되었다. 암에 걸려 죽게 될 수 있다는 공포심도 공포심이려니와 극심한 고통을 겪어야 하는 치료 과정을 겪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치료 과정에서 겪게 되는 주위 사람들에 대한 피해와 일상의 파괴는 생각만 해도 끔찍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암을 치료하기 위한 화학요법을 받으면서 겪은 저자의 고통은 그야 말로 끔찍 그 자체였다. 치료 과정에서 또 암으로부터 생긴 통증을 견뎌야 하는 과정에 대한 묘사도 끔찍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고통을 겪지 않고 현재의 건강한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기를 비는 마음이 간절해졌다.
'좋은 책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소개-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0) | 2025.02.03 |
---|---|
책 소개-50부터는 인생관을 바꿔야 산다 (0) | 2025.01.27 |
제가 2024년에 읽은 책들 (2) | 2025.01.20 |
책 소개-나답게 살고 있나요 마흔이 물었다 (0) | 2025.01.13 |
책 소개-사람들이 죽기 전에 후회하는 33가지 (0) | 2025.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