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크 난 사회 안전망 - 빚에 갇힌 서민들]
[6] 빚으로 악화되는 노인 빈곤… 가처분소득의 35% 빚 갚는 데 써
서울의 달동네 '104마을' 노인들 - 경비 일하며 딸 카드빚 갚고
기초생활수급비 끊길까 봐 아들에게 취직하란 말도 못해
아들은 2억 빚 남기고 잠적… 손자와 함께 사는 80代부부 "은행 전화만 오면 가슴이 철렁"
60세 이상 負債가구 161만 세대 - 자식들 사업 자금 대주느라
부모가 빚 내는 경우 많아… 워크아웃 신청자도 증가세
김씨의 딸은 카드대란이 한창이던 2003년 돌려막기를 하다 카드빚 2000만원을 졌다. 수입이 없던 딸 대신 아버지가 경비 일을 해서 버는 돈으로 지난해까지 10년에 걸쳐 갚았다. 70대가 된 김씨 부부는 나이 탓에 더 이상 일자리를 잡을 수 없게 됐다. 딸은 부모에게 빚을 남기고 몇 해 전 시집을 갔다.
-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일명 ‘104마을’에 사는 박모(80)씨가 지난 15일 마을회관 한구석의 소파에 걸터앉아 신문을 읽고 있다. 이 마을은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힌다. 박씨 부부는 고등학생인 손자를 키우며 산다. 박씨의 한 달 벌이는 37만원 남짓이다. /오종찬 기자
◇빚으로 악화하는 노인 빈곤
김씨가 살고 있는 104마을에는 비슷한 처지의 노인이 많았다. 빚에 허덕이는 노인들이다. 본지 취재팀이 34가구를 방문해보니 가장의 평균연령이 68.8세였다. 946가구 중에 300가구 정도는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었다. 우범지대가 될 가능성이 있어 경찰이 주기적으로 순찰을 돈다. 이곳에서는 젊은 사람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자식의 부양도, 정부의 지원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연탄과 석유난로에 의지해 겨울을 버텼다.
박모(80)씨 부부는 올해 고등학생이 된 손자와 셋이 살고 있었다. 지난해 8월까진 아들(46)도 같이 살았지만 소식이 끊겼다. 상계동에서 종업원 3명을 두고 갈빗집을 운영하던 아들은 적자가 쌓이자 2억원 빚을 남긴 채 잠적해버렸다. 며느리는 오래전 병으로 숨졌다. 박씨의 한 달 수입은 37만5000원뿐이다. 기초노령연금 7만5000원에 딸이 보내주는 용돈 10만원 그리고 등굣길 교통안전 도우미를 해서 버는 20만원이 전부다. 박씨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려고 신청도 해봤지만 퇴짜를 맞았다. 자식이 있다는 게 이유다. "은행에서 아들 어디 있느냐고 전화가 오면 가슴이 철렁해요. 늙은 나더러 대신 갚으라는 말은 안 해도 바늘방석이에요."
재개발 조합 일을 맡아 월 200만원을 받는 박모(61)씨는 이곳에선 형편이 썩 괜찮은 편이다. 그런 박씨도 두 자녀의 결혼 비용으로 생긴 새마을금고 빚 5000만원을 5년째 못 갚고 있다. 박씨는 "작년부터 국민연금을 월 35만원씩 받게 됐지만 고스란히 이자 갚는 데 들어간다"고 했다.
◇노년층 빚 부담 1년 사이 10% 급증
노년층의 빚 부담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금융회사 부채가 있는 만 60세 이상 가구는 161만 세대이며, 이 가구들의 가처분 소득 대비 대출 상환금 비율은 2010년 25.7%에서 2011년 35%가 됐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년 사이 60대 이상의 월평균 소득은 5% 감소한 반면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은 30% 증가한 결과"라고 말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워크아웃이나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하는 '실버 푸어'도 늘고 있다. 전체 워크아웃 신청자 중 60대 이상의 비율이 지난해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
노인들을 짓누르는 빚더미는 자식들의 빚인 경우가 많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금융 부채가 있는 가구 중에서 사업자금 용도 대출의 비중은 60대 이상에서 45.7%로 가장 높았다. 이 비중은 30대가 13.7%였고, 40·50대도 20%대였는데 60대 이상에서 유독 높게 나온 것이다. 자식이 벌이는 사업에 자금을 대주느라 노인이 본인 명의로 빚을 내는 경우가 상당수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의 빚 부담을 줄이려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자식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데도 서류상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가난한 노인을 국가가 돌보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3년 3월 20일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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