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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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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생각]
국내 인문·문학출판사 32곳
새해 펴낼 주요 출간예정작들

유발 하라리·하비·베냐민…
인문·역사서, 과학서 등 ‘풍성’
(※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어쩌다’ 2017년 새해가 밝았다. 정초부터 대형 서적 도매상의 부도로 출판·서점계가 휘청인다. 더욱이 올해는 대통령 선거로 온 나라가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일곱 번째 대통령일 터인데, 대선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식으로든 변곡점이 돼왔다. 출판계는 불황과 위기, 대선 정국 속에서 나름의 ‘응전’을 준비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힘껏 새책을 준비해온 국내 인문·문학 출판사 32곳에 새해 주요 출간예정작을 물었다. 제목은 상당수가 가제다.

정치와 미국 속으로 한 걸음 더

지난해에 이어 ‘촛불’의 정치적, 역사적 의미에 대한 고찰은 계속된다. 오는 4월께 나올 박상훈 정치발전소 소장의 <민주주의의 시간: 오래 걸리지만 오래 가는 변화를 생각한다>(후마니타스)는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 운동으로서의 민주주의 등 최근 더욱 뜨거워진 정치적 쟁점을 체계적으로 다룬다. 같은 출판사에서 내는 <민주주의, 그리고 자치의 한계>(아담 쉐보르스키 지음)와 짝을 지을 듯하다.

3월에 나올 예정인 <포퓰리즘의 세계화>(존 주디스 지음, 메디치 미디어)는 <뉴욕 타임스>가 최고의 ‘트럼프 현상’ 분석서라 호평한 책이다. 좌우파를 막론하고 벌어지는 세계적 포퓰리즘 현상을 분석했다. <자기 땅의 이방인들>(이매진)도 트럼프 현상을 파헤쳤다. 사회평론이 내놓는 <커넥토그라피>(파라그 카나 지음)는 세계화 이후 급변하는 지정학적 역학 관계와 우리의 인식 구조 변화를 새로운 개념의 틀로 살핀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거대한 균열>(열린책들)도 기대되는 출간예정작이다.

어제와 오늘의 만남, 역사 속으로

다채로운 역사서가 독자를 찾아온다. 5월에 나올 <물명고>(한길사)는 실학자이자 한글학자인 유희가 지은 일종의 어휘사전이다. 1600여개의 물명(物名)을 모아 풀이했는데, 조상들이 세상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엿볼 기회다.

국내 저자의 서양사 탐색으로는 주경철 교수가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휴머니스트)를 세권짜리로 올해 안에 모두 선보인다. 유럽 근대의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15~18세기 서양 근대의 이면을 보여준다. 전쟁사가 안토니 비버의 역작으로 1300쪽에 이르는 <제2차 세계대전>(글항아리), 미국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을 10년에 걸쳐 취재한 <콜럼바인>(데이브 컬런 지음, 문학동네)도 기대를 모은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2015)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김영사)로 다시 찾아온다. 불사의 신화에서부터 과학으로 탄생할 인공의 삶까지 21세기 인간이 만들 꿈(또는 악몽)을 탐구한다. 국내 저자의 첫 본격 ‘거시사’라 할 <김서형의 빅히스토리: 원소 철로 읽는 세상과 우주의 모든 역사>가 나온다는 소식이 반갑다. 원소 ‘철' 하나로 세상의 기원과 우주와 생명을 살펴보는 지구사·과학사·인류사이다. 배철현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21세기북스)는 빅뱅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인간 정신의 전개과정을 보여준다. 한국판 <사피엔스>라 할 수 있겠다.

역사가 철학이나 예술과 만나는 책도 있다. 베냐민 평전의 결정판으로 손꼽히는 <발터 벤야민 평전>(글항아리)이 독자를 찾아온다. 균형 감각을 지닌 품격 있는 교양 한국 통사로는 한국역사연구회의 <시민의 한국사>(전2권, 돌베개)가 출간될 예정이다.

공부는 긴 호흡으로, 때로 따뜻하게

긴 호흡이 필요한 책으론, 사회학자 김덕영이 쓴 <서양 모더니티의 기원으로서의 종교개혁>(도서출판 길)을 꼽는다. 올해 종교개혁 500년을 맞이해, ‘서양 모더니티의 기원’이라는 사회학적 틀로 분석해냈다. 애초 지난해 출간할 계획이었던 ‘칸트 전집’은 3월 선뵌다. <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 등 3권이 국내 초역된다. <데이비드 하비의 세계를 보는 눈>(창비)은 출판사가 정성을 기울인 책이다.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자인 하비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

철학 쪽으로 현실에 응전하는 책으로, <한국인의 역사적 트라우마>(김종곤 지음, 알렙)는 식민경험부터 최근의 세월호까지, 분열과 적대의 아비투스를 통합의 아비투스로 전환할 길을 찾고자 했다. <말하지 못한 내 상처는 어디에 있을까?>(김승섭 지음, 동아시아) 또한 세월호 가족의 집단외상후스트레스장애, 성소수자 문제 등 무거운 터부시했던 현실에 메스를 들이댄다. <자기애적 사회>(크리스틴 돔벡 지음, 사이행성)는 나르시시스트를 두려워하는 ‘나르시포비아’를 진단한다.

김상봉 전남대 교수(철학)는 르네 데카르트가 22살에 쓴 <음악 입문>(길)을 우리말로 옮긴다. 역자 해제가 200자 원고지 1000장에 이른다고 한다. <난생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3·4권, 양정무 지음, 사회평론)는 서양 중세를 빛냈던 예술로 이끈다.

노동과 환경·생태 등 ‘오늘’을 싸우는 동네에선 <연장전>(박점규 노순택 지음, 한겨레출판)이 인상적이다. 24개 연장에 깃든 노동의 본질, 역사, 희로애락을 만난다.

이밖에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남해의봄날)은 잊었던 골목길을 떠올리게 한다. 20년 동안 전국의 골목길을 누비며 사라져가는 구멍가게들을 펜화로 기록했던 이미경 화가의 그림과 글을 담았다.

올해도 풍성, 과학과 여성

올해도 수준 높은 교양 과학 서적이 독자를 유혹한다. 30대 초반의 젊은 뇌과학 연구자가 쓴 책 <송민령의 뇌과학: 사람과 인공지능 그리고 우리>(동아시아)는 ‘한겨레 사이언스 온’에서 큰 인기를 끌어온 뇌과학 이야기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도 <질문을 찾는 독서:인문학에서 건져올린 뇌과학자의 질문>(민음사)을 낸다.

1971년 초판이 나왔던 <터칭>(애슐리 몬터규 지음, 글항아리)은 피부 접촉이 인간의 감각적 성장과 정신세계, 인간관계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폈다. 과학적 연구를 기초로 했지만, 문학, 인류학 등 온갖 텍스트를 통합한 대작이다.

올해도 페미니즘 진영은 풍성한 수확을 거둘 것 같다. <나쁜 여자 전성시대: 급진 페미니즘의 오래된 현재, 1967~1975>(앨리스 에쿨스 지음, 이매진)는 미국의 60~70년대 급진 페미니즘 논쟁을 통사적으로 훑는다. <페미니즘의 역습>(돌베개)은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인 낸시 프레이저가 70년대 이후 지금까지 페미니즘 운동의 발전을 종합했으며, <페미니스트 유토피아>(휴머니스트)에선 57명의 페미니스트가 새로운 세상을 상상한다.

문학은 지속된다

지난해 <채식주의자>가 몰고온 국내 문학의 훈풍은 이어질까. 황석영은 자전 에세이 <수인>(문학동네)을 통해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방북 등 한국 현대사의 한복판을 관통해 온 작가의 삶과 사유를 털어놓는다. 원로 작가 김주영이 ‘마지막 장편소설이 될 것 같다’고 한 <뜻밖의 생>도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다.

이정명은 4년 만의 신작 <선한 이웃>(은행나무)에서 8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국가 권력에 이용당하는 극작가와 그를 감시하는 동시에 동경하는 정보원의 숙명적 관계를 다룬다. 장강명은 에스에프 소설 <아스타틴>(은행나무)을 6월에 내놓을 예정이다. <빨간 머리카락의 여인>(민음사)은 오르한 파무크의 소설 가운데 가장 빨리,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다. 아버지와 아들, 치명적 매력의 여성이 펼치는 위험한 이야기이다. 이외수 소설 <보복전문대행주식회사>(해냄)도 빛을 본다.

문학과지성사는 ‘문학과지성 시인선’ 500호 기념호(4월) 발간 전, 이청준전집(전34권)을 완간할 예정이다. 그동안 영어 중역판으로만 알려졌던 니코스 카잔차키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유재원 한국외대 명예교수가 그리스어 원전 번역으로 선보인다.

열린책들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잠>과 움베르토 에코의 유작 장편 <창간준비호>로 기대감을 높인다. 미국 퍼듀대 교수이자 소설가인 록산 게이의 단편소설 모음집 <디피컬트 우먼>(사이행성)까지 외국 문학도 풍성하다. 안창현 이유진 기자, 최재봉 선임기자

 

[한겨례 2017년 1월 7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777627.html#csidx119d15ad0e95225ada10690fc3c4aed